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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오지 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씨의 긴급구호 현장 보고서
사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지도에는 거의 표시되지 않는 또 다른 오지에 대한 여행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긴급구호 요원으로서의 그녀의 경험담을 담고 있었다.
여행이라 하면 유럽이나 북미 또는 동남아의 관광지가 떠오르지만
그녀는 그런 사치스런(?) 여행을 하지 않았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곳을 가서
그곳 사람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왔다. 여행이 아닌 고생(?)을 하러 다닌 것이다.
이제 그녀는 여행 차원이 아닌 정말 고생을 하러 다닌다.
세계 곳곳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그녀는 언제 어디든지 달려 가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남아시아 쓰나미 현장, 마지막으로 북한까지
그녀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사지에도 기꺼이 달려갔다.
생명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그런 위험한 곳에서
그녀는 그곳 사람들이 다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우리도 지금 계속된 경제 침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녀가 찾아다니는 곳은 정말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곳이었다.
우리는 우리 손에 박힌 작은 가시만 아프다고 생각할 줄 알았지
지구상 다른 곳에는 하루 한 끼조차 먹지 못해
굶어 죽는 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비야씨의 세 딸내미(?)처럼 우리의 작은 기부가
한 가족의 생존과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못 도와주면서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가족, 내 나라만 생각하는 편협한 생각으론
결코 이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는 없는 일
그동안의 나의 편협된 생각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놀란 것은 무엇보다 그녀의 열정이다.
그녀는 결코 안전한 새장 속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된 삶이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자유를 얻기 위한 수업료일 뿐이다.
나같이 안전지향주의인 사람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가 책 속에서 말하고 있듯 가슴 뛰는 일을 찾아
지금의 안정된 현실을 버릴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난 지도 안에서 안주할 뿐 지도 밖의 모험을 하지 못했다.
드넓은 세상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자신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가슴 뛰는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한비야씨가 존경스럽고 부러울 뿐이다.
한비야씨처럼 지도 밖에서 행군할 수 없다면 지도 안에서라도 행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