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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SE - [초특가판]
왕가위 외 감독, 임청하 외 출연 / 기타 (DVD) / 2002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10년전 왕가위 열풍이 한창이었을 때 나도 그 속에 빠져있었다.
특히 이 영화는 거의 10번 정도는 본 것 같다.
대학교 다니면서 혼자 자취할 때 강의 없는 시간에 방에 와서
혼자 침대에 드러 누워 봤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왕가위 영화의 특징이라면 감각적인 영상과 탁월한 선곡
그리고 모든 영화에 잔득 묻어 있는 고독함이랄까...
그래서 나와 코드(?)가 맞아서 그의 영화에 푹 빠졌었다.
이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임청하와 금성무가 주인공인 스토리와
양조위와 왕정문(지금은 왕비라나...ㅋ)이 주인공인 스토리
이 두개의 스토리는 독립되어 있으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난 개인적으로 두번째 스토리를 좋아한다.
첫번째 스토리에 형사로 나오는 금성무는 실연을 당했다.
그래서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빠져 눈물이 안 나오게 하기 위해 조깅을 하는 애처로운 행동을 일삼고
자기 생일인 5월 1일이 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명대사
"사랑에는 유효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꼭 유효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년후로 적어야지"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고 모든 것엔 유효기간이랄까
유통기간이랄까 하는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늘 한결같기를 바라는게 우리의 희망사항이 아닐까
금성무가 실연당한 후 새롭게 찍은(?) 여자가 바로 임청하
그녀는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화창한 날이 될지 몰라
선글라스와 우의를 동시에 입고 다니는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
그녀는 말한다. 이해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별개라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그렇다. 이해와 사랑은 별개다.
이해는 이성이 하는 것이라면 사랑은 감성이 하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기에
우리는 늘 둘 사이의 헷갈림 속에서 방황하는 것 같다.
두번째 스토리에도 실연당한 형사 양조위가 등장한다.
그는 실연을 당한 후 물건들과 대화하며 실연의 상처를 달래는데...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난 실연당하지 않아도 그러고 산다.(정신과에 가야하나 ㅋㅋ)
눈물을 뚝뚝 흘리는 수건을 보면 감정이 참 풍부하다나...
이런 양조위에게 우렁각시(?)가 등장하는데
양조위가 단골인 가게 주인의 사촌 여동생 왕정문
늘 'California dreaming'을 들으며 머리를 흔드는 그녀는
우연히 획득한(?) 양조위집 열쇠로 그의 집을 자기 집인양 맘껏 드나든다.
그리고 그의 집에 자신의 흔적을 하나 둘씩 남기는데
나도 혼자 살 때 집에 문을 열고 들어 설 때면
누군가가 나 몰래 왔다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방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정신과에 가야 될 것 같다. ㅎㅎ)
적나라한 일상이 담긴 공간을 시간차를 두고 함께 하다보니
어느덧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일까...
양조위는 가까운(?)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그녀는 어이없게도 먼 캘리포니아까지 날아가 버린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다...ㅋㅋ)
암튼 그들은 그녀가 남긴 비행기 티켓(?)으로 인해 다시 재회하는데
그녀를 기다린 양조위나 스튜어디스로 변신해 그를 찾아간 왕정문이나 둘 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게 사랑의 힘일까?
이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이라해도 무방할 정도로
감각적인 영상미와 탁월한 선곡, 그리고 명대사가
잘 어울어져서 몇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런 영화의 유효기간을 만년이라 해야하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