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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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래동화는 어릴 적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얘기지만 미스터리

또는 호러로서의 재미도 갖추고 있다. 그런 전래동화를 본격 미스터리의 소재로 삼아 새롭게 재창조한

전편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전래동화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앙상블을 선보였는데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선 또 어떤 재밌는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5편의 일본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하는 미스터리를 선보이는데 일본 전래동화들이다

보니 친숙한 얘기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전래동화와도 비슷한 구석들이 엿보여서 완전히 낯설지도

않았다. 먼저 '죽세공 탐정 이야기'는 마치 '엄지공주'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가구야 공주'라는 전래

동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혼자 살던 죽세공인 시게 영감이 대나무 속에서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가구야란 소녀를 발견하고 데려와 키운 후 그녀의 미모에 반한 청혼자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내준 후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얘기였는데 좀 판타지스런 측면이 있었다.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은

왠지 우리 '혹부리 영감' 얘기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는데 옆집 영감이 주먹밥이 굴러 떨어진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가 쥐들로부터 원하는 걸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자루를 받아오자 일하기 싫어하고

욕심 많은 소시치 영감이 따라하면서 벌어지는 얘기가 재밌게 그려진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소시치 영감은 한 번에 성공을 하지 못하고 무려 7번이나 반복을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뚱보 쥐를 

죽인 쥐도 잡게 되지만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볏짚 다중 살인'은 동일한 남자가 여러 번 죽는 기이한 얘기를 다루는데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원숭이와 게의 싸움 속 진실'은 어디선가 들어봤던 얘기 느낌이 든 작품인데 너구리와 원숭이 사이에

얽힌 원한이 서려 있었고 이는 마지막 작품인 '사루로쿠와 보글보글 교환 범죄'와도 연결된다. 대놓고

교환 살인을 제목에 드러낸 마지막 작품에서 원숭이 등 동물들 사이에 알력과 갈등을 흥미롭게 그렸다.

우리 전래동화들도 미스터리로 다시 부활시키면 재밌을 것 같은데 이런 시리즈가 미스터리의 영역을

좀 더 확장시켜주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자의 서양 전래동화편 미스터리인 '빨간 모자' 시리즈도 과연

어떻게 미스터리로 재현시켰는지 확인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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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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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를 즐겨 읽다 보니 다양한 설정의 작품들을 만나봤는데 학원물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 소설과의 만남이 책을 싫어하던 바보 고등학생의 운명을 바꿔놓았다'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이 적혀 있는데 현재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를

미스터리 작가의 길로 인도한 작품이라니 당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이 책의 작가인 고미네 하지메는

제1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가 '방과 후'란 학원 미스터리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미친 영향력은 분명 있는 것 같다.


임신한 딸 미유키가 중절수절 중 사망하자 딸을 임신시킨 남자가 딸이 다니던 학교 학생이란 소문이

돌면서 미유키의 아버지 겐지로는 딸을 임신시킨 남자를 찾기 시작한다. 마침 미유키의 삼우제에 불려

간 나이토의 도시락을 경매로 구입하여 먹던 야규가 복통과 두통을 일으키며 쓰러지고 누군가 야규가

먹던 도시락에 독약을 탄 게 분명했다. 한편 야규의 집에선 야규의 누나가 엄마와 야규가 집을 비운

사이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을 즐기려다 갑자기 돌아온 엄마 때문에 남자가 다락방에 숨어 있다가

사라진다. 한동안 흔적도 없이 행방불명이 되었던 남자는 결국 야규의 집 마루 밑에서 시체로 발견

되는데...


세 건의 사고에는 모두 야규가 관련되어 있지만 그에게는 세 번째 사건 당시 수학여행 중이었다는

강력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노무라 형사가 집요하게 파고 다녀도 철판을 깐 야규와 그

일당을 무너뜨리지 못하지만 전혀 뜻밖의 일로 인해 급반전 된다. 제목에 등장하는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로 유명한 그 인물이지만 이 책에선 야규 등의 모임 이름이기도 했다. 미유키가 죽으면서 마지막

남긴 말이기도 한 아르키메데스가 살인 기계를 발명했다는 얘기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가 비록 왕의

명령을 받아 살인 기계를 만들었지만 직접 사용하진 않았으니 손을 더럽히지 않았다는 궤변같은 제목을

붙였다.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군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원폭 발명자도 손을

더럽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냐고 반문하는데 왠지 전범 국가 일본이 자신들이 원폭 피해자라고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암튼 마무리는 약간 엉뚱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치기 어린 학생들이 저지르는 일들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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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열 개의 길 - 로마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서유럽 역사 여행기
이상엽 지음 / 크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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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갔는데 패키지로 가다 보니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따라만 다니다가 

돌아왔었다. 물론 처음 유럽여행이라 많은 기억들이 남아 있지만 미리 공부도 하고 준비해서 갔다면 

훨씬 많은 걸 보고 느꼈을 거란 아쉬움이 돌아오고 나서야 짙게 남았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 인터라켄,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독일 하이델베르크 등을 여행하는 가장

대중적인 서유럽 패키지 코스였는데 이 책에선 이탈리아 로마를 시작해서,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스위스 루체른, 인터라켄, 제네바, 프랑스 베르사유, 파리를 거쳐 영국 런던에서 마무리하는 유럽 열 개의 길을 따라가며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각 도시의 열 개의 길에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두 음절의 명사를 붙였는데 먼저 로마에는 '문명의 길'

이란 이름을 붙이며 로마의 역사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장소들을 둘러본다. 김상근 교수의

'나의 로망, 로마'와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를 통해 두 도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두

번째 도시 피렌체에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여서 '회복의 길'이란 이름을 붙인다. 다음 도시인 베네치아는

'자유의 길', 이탈리아의 마지막 도시 밀라노는 '통일의 길'로 이탈리아의 찬란한 문화와 파란만장한

역사를 잘 보여주었다. 스위스로 넘어가선 내가 가보지 못한 루체른과 제네바가 등장하는데 각각 

'창조의 길'과 '관용의 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서유럽 패키지에선 보통 포함되지 않는 도시들이지만

나름의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융프라우 등을 품고 있는 인터라켄은 '개척의 길'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산악철도를 통해 융프라우를 쉽게 오를 수 있게 한 걸 보면 적절한 이름이라 할 수

있었다. 프랑스로 넘어가면 '문화의 길'이라 명명된 베르사유와 '혁명의 길'로 불려진 파리가 차례로

등장하고, 바다 건너 종착지인 런던은 '진보의 길'로 불리며 서유럽 여정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이런

책을 보고 유럽여행을 갔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는데 서유럽이라는 큰 이상을 품은 역동적인

숲을 저자의 친절한 안내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던 즐거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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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 8인의 시인, 8인의 화가 : 천진하게 들끓는 시절을 추억하며
김연덕 외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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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시는 뭔가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이 책은 8명의 우리 시인들이 각자

선택한 8명의 화가의 작품들에 대한 자신의 얘기를 엮은 책이다. 사실 시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이 책에 등장하는 8명의 시인은 모두 초면이었다. 그나마 시인들이 고른 화가들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어서 과연 어떤 작품들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했다.


먼저 안희연 시인은 파울 클레를 선정했다. 파울 클레는 알기는 하지만 그리 친숙한 편은 아닌데 시인은

파울 클레의 작품을 시로 옮기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자신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자신이 써 놓았지만 발표하진 않은 시들이 담긴 USB를 판도라의 상자로 표현하는데, 카프카는 사후

본인의 원고를 모두 태워달라고 했음에도 부탁을 받은 친구 막스 브로트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우리가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지만 시인은 자신의 USB를 깊은 바닷물에 버려주거나 펄펄 끓는 

물이라도 부어달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서윤후 시인은 가쓰시카 호쿠사이라는 낯선 이름의 일본 

작가를 선택했는데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우키요에 작품은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예술이 아주 고독하고

진귀한 혼잣말로 만들어져 왔다고 얘기하는데 잘 몰랐던 호쿠사이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오은 시인은 앙리 마티스를 소개한다. 마티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춤'과 A라는 무용수와의 사연을

얘기하는데 마티스의 '춤'이 뉴욕 현대미술관과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는 두 개의 버전이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김연덕 시인은 헤몽 페네라는 화가를 선택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이지만 내 취향에도 맞는 그림들이었다. 신미나 시인은 밀레의 '만종'을 중심으로 고등학교때

교회와 얽힌 사연을 들려주고, 이현호 시인은 조선 후기의 기인 호생관(붓으로 먹고사는 사람) 최북을

선정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려준다. 최재원 시인도 조금 생소한 피에르 보나르를 선택했는데

최후의 인상주의 화가라는 그의 그림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고, 박세미 시인은 이소화라는 낯선 한국

추상화가와의 인연을 들려준다. 이렇게 여러 시인들이 각자에게 영향을 주었거나 사연이 있는 화가들

작품과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들려줘 화가와 그림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을 준 책이었는데 정작 

시인들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여서 시인과 작품을 아는 상태에서 이 책을 봤다면 훨씬 더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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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명화에 숨다 - 명화 속 물리 이야기
김달우 지음 / 전파과학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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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술은 얼핏 생각하면 그다지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어렵게만 여겨지는 과학을 미술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종종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란 책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미술관에 간 ~학자' 시리즈가 여러 권 출간되어 있다) 이 책도 난해한(?) 물리학을 명화를 

통해 좀 더 쉽게 설명하려 한다. 물리학을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이 과연 어떤 게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거나 특별전시회를 통해 전시한 작품들로만 물리학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책에선 '유체', '역학', '열', '소리', '빛', '전기와 자기'의 여섯 분야로 나눠 설명을 진행한다. 사실

시카고 미술관이 어떤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 어떤 작품들이 등장할지, 

물리학과는 어떤 접점이 있을지 예상하기도 어려웠는데 르누아르의 '바다 풍경화'를 통해 유체가

일정한 형태가 없고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물질임을 설명한다. 물리적인 내용을 설명한 후 소개한

미술 작품이나 작가 등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데 과학과 미술이라는 조금은 어색한 사이인

두 분야를 잘 연결해주었다. 고흐의 '술꾼들'도 시카고 미술관 소장품이라 빨대와 관련한 설명으로 

초반에 등장하는데 고흐가 생전에 한 점도 그림을 못 팔았다고 적고 있어 다른 책에서 본 것과 좀 달랐다.

개인적으론 물리보단 그림에 더 관심이 있어 어떤 그림이 나올까가 더 궁금했는데 시카고 미술관 소장

또는 전시 작품들의 규모가 정말 대단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나 작품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시카고 미술관을 관람한 거나 진배없다고 할 정도였다. 물리와 관련해선 학창시절에 배웠던

이미 오래 전에 까먹은 내용들을 복습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미국에서 주로 쓰는 화씨온도는 날씨를

온도 스케일의 표준으로 사용하여 화씨 0도가 가장 추운 날씨, 100도가 가장 더운 날씨로 상정한 것이고,

요즘 방한복 재료로 사용되는 거위털이나 오리털 등 다운은 공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울보다 더 

따뜻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밖에 대부분의 야행성 동물이 색맹이라거나 소가 붉은

천에 달려드는 것이 천 색깔 때문이 아니라 망토의 펄럭이는 움직임 때문이라는 등 제대로 몰랐던

흥미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게 되었다. 좀 아쉬운 점은 그림들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경우가 많아서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불편해서 별도로 찾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시카고 미술관의 유수한 

그림들을 통해 어렵게만 생각하던 물리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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