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밍 웨이브
무스타파 술레이만 지음, 마이클 바스카 정리, 이정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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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다 보니 과연 미래의 인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의 시간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어떤 미래가 올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을 읽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세가 될 미래에 세계 최고의 AI 회사 중 하나인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이 책은 그러한 목적에 제격이라 할 수 있는데 책 제목부터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이 느껴져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선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해 온 기술의 오랜 역사와 기술 변화의 물결이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인류 초기의 부싯돌과 뼈 도구부터 최신 AI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은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대규모 확산이라는 명확하고 필연적인 궤적을 따랐다. 여기서

물결은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새로운 범용 기술을 기반으로 일련의 기술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통해 사바나에서 겨우 삶을 이어 나가던

연약한 영장류에서 지구를 지배하는 존재로 진화했는데 인간은 선천적으로 기술적 경향을 갖고 기술과

공생하며 진화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최초의 범용 기술인 돌 세공과 불부터 농업 혁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수요 증가와 그에 따른 비용 감소라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확산이 촉진되고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저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2부에선 다가오는 물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데, 그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을 중심으로  

로봇 공학과 양자 컴퓨팅과 같은 여러 관련 기술이 복잡하고 격동적인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다.

관련 기술들은 본래 일반적이어서 어디에나 사용이 가능하고, 매우 빠르게 진화하며, 비대칭적인 영향을

미치고, 어떤 면에서는 점점 더 자율화되고 있다는 네 가지 특징을 지녔다. 3부에서는 억제되지 않은

기술의 물결이 불러올 거대한 권력 재분배의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고, 4부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코드와 DNA 수준에서 국제 조약 수준까지 10단계로 나눠 간략하게 설명한다. 기술과 관련한

내용들이지만 그렇게 난해하지는 않고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세상 전반을

조망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보고 준비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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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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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자기만의 분야를 개척한 미쓰다 신조의 이 책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자살을 생각하는 50대 초반의 남자가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 누마타 야에는 '다~레마가 죽~었다'라는 어린아이 억양의 오싹한 목소리가 들리자 젊었을 때

잃은 아들 생각이 나면서 어떻게든 남자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예상 외의 전개가 진행되는데...


'생명의 전화' 상담원의 제보로 정신보건 복지센터 직원들이 자살 위험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통칭

'표주박산'에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여러 흔적들을 발견하지만 정작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 남자 

다몬 에이스케의 행방을 조사하던 경찰은 다몬의 어릴 적 친구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 고이치를 찾아

가고 고이치는 친구들과 함께 놀던 표주박산을 방문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한다. 함께 놀았던 5명에게

다몬이 하루씩 전화를 해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살을 하겠다고 했던 다몬의 얘기대로라면 일주일을

채우려면 한 명이 부족해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했다는 가설이 등장하는 가운데 5명의 친구들이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도대체 이들 친구들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이런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꼬리를 물게 되는 건지 궁금증이 더해갔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친구들 외에 또 한 명의 존재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가운데 마지막 남은 다츠요시마저 연구실 창문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이치는 망연자실하는데...


사건의 모든 원인은 결국 과거에 있었다. 기억을 강제 봉인(?)시켰던 그때의 일이 결국 현재의 비극을

낳게 되었는데 의외의 인물들이 주연으로 급부상했다. 과거를 숨기고 변신한 자와 결코 잊지 못할 원한을

품은 자는 결국 재회하여 함께 죽음의 길로 갈 뻔하지만 얄궂게도 죽음과 삶으로 희비가 교차한다.

씁쓸한 결말 속에 고이치가 이번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주는 동명의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는 걸로

마무리가 된다. 역시나 미쓰다 신조의 화려한 필력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우리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놀던 어린 시절의 사라진 기억 속에 숨겨진 비극이 현실에 다시 되살아나는 

악몽을 흥미진진하게 잘 그려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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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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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가면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가 건축물들인데 그중에서도 역시 성당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전에 '여행자의 성당 공부'라는 책을 통해 유럽 성당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았다면 이번엔

현직 가톨릭 신부인 저자의 관점에서 고딕 성당을 제대로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 저자 이력을 보니 

독특하게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사제가 된 이력의 소유자로 건축 분야의 전문성도 겸비해

더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이 책에선 시대순으로 초기 고딕, 전성기 고딕, 후기 고딕을 차례로 살펴본 후 지역별로 영국 고딕, 

독일 고딕, 이탈리아 고딕을 둘러본다.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고딕 양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기의 

레세의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을 필두로 여러 성당들이 차례로 소개되는데 고딕 양식의 탄생 배경에는

프랑스 카페 왕조의 등장과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강력한 권한, 일 드 프랑스 지역의 지리적 집중화가

크게 기여했다. 고딕이 건축 양식으로 각광을 받던 시기에 철학에선 스콜라철학이 전성기를 맞이하며

서로 영향을 주었다. 고딕 성당의 첫걸음으로는 상스 대성당을 들고 누와용 대성당과 랑 대성당을 거쳐

노트르담 대성당에 이르러 어느 정도 기본적인 형태를 갖춘다. 고딕 양식의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로

포인티트 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 플라잉 버트레스를 들고 있는데 잘 몰랐던 고딕 성당의 구조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상세히 논한다. 전성기 고딕의 대표작으론

샤르트르 대성당을 필두로, 부르주, 랭스, 아미엥, 오세르 대성당을 소개한다. 후기 고딕에선 플랑부아양

양식이 돋보이는데 루앙의 생마클루 성당 등이 소개된다. 이제 지역별로 고딕 양식의 특성을 소개하는데

영국에선 켄터베리 대성당, 웨스터민스터 수도원 성당 등을, 독일에선 쾰른 대성당 등을, 이탈리아에선

피렌체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 등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고딕 성당의 구조적인 특성과

그 변천사, 각국 고딕 성당의 특색들을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그동안 대략 느낌으로만 알았던 고딕 

성당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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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미술관 산책 - 예술의 천국을 함께 거닐다
한광우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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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는 무수한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있어 미술을 테마로 하는 

여행을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한 지도 무려 20년이 지나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동안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등의 책을 통해 그나마

이탈리아 주요 미술관들과 그 소장품들을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사실 20년 전 여행은 패키지로

가다 보니 겨우 바티칸 미술관만 수박 겉핥기로 봤고 다른 곳은 아예 미술관 관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언감생심이었다. 그 당시엔 미술에 대해 그리 관심이 있지도 않았기에 별로 아쉽지는 않았는데

지나고 나서 미술에 관심이 커지다 보니 주요 미술관들을 방문하지 못한 게 정말 안타까워 언젠가는

꼭 미술관 여행을 떠나볼 생각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미술 활동을 한 저자가 쓴 책이라 기존에

접했던 책들과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는데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인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에 있는 핵심 미술관들과 주요 소장품들을 알차게 소개한다.


먼저 로마부터 시작하는데 당연히 바티칸 미술관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로마 국립

박물관의 팔라초 마시모가 소개된다. 조금은 생소한 곳이었는데 여러 인상적인 조각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다음 주자인 카피톨리니 박물관 역시 거의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로마

황제 등의 여러 조각들이 눈길을 끌었다. 세 번째로 드디어 바티칸 미술관이 등장하는데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대표작들은 물론 여러 조각상과 건물 자체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카라바조 등 여러 유명 작가의 작품을 대거 소장한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마무리를 한다.


다음 도시인 피렌체에선 역시 우피치 미술관으로 시작한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등의 책을 통해 나름 친숙한 곳이라 낯설진 않았는데 역시나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이 이해의 폭을 넓게

해주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원본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생소한 메디체오 라우렌치아노

단지까지 피렌체 미술의 정수를 담은 곳에다 추가로 바르젤로 국립 미술관과 산타 펠리치타 성당을

보완했다. 밀라노와 베네치아는 한꺼번에 다루는데 밀라노의 브레라 회화관과 암브로시아나 회화관,

노베첸토 미술관과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 미술관까지 어느 한 곳도 놓치면 아쉬운 곳들이었다. 종교,

신화, 역사 등 작품 관련한 풍부한 설명을 곁들여 미술 감상에 즐거움을 배가 되게 했는데 이 책에서

다룬 미술관들을 언젠가는 꼭 직접 방문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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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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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헤르만 헤세의 이 책은 제목부터 불교적인 냄새가 

짙게 나서 왠지 종교소설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로 청춘소설이자 성장소설이라는 범주에 포섭되는 반면에 이 책은 기존에 봤던 책들과는 좀 

다른 성향이 아닐까 싶어 조금은 주저하는 맘도 없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점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가장 큰 착각은 제목 '싯다르타'에 대한 오해였다. 싯다르타라고 하면 당연히 부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 제목이자 주인공 싯다르타는 부처가 아니었다. 초반부까지도 내가 알던 부처의 유년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아 이 책이 부처의 일대기를 소설로 그린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타마라는 챕터에

싯다르타가 붓다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하자 싯다르타를 붓다라고 생각한 엄청난 오해를 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나 순탄한 삶을 살던 싯다르타는 참나를 찾기 위해 친구 고빈다와

함께 사문(수도승)들에게로 떠난다. 그런데 싯다르타는 사문들과 수행을 하면서 붓다를 영접하지만

붓다의 제자가 된 고빈다와는 달리 붓다의 제자가 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로 한다.


2부에서 싯다르타는 깨달음의 길이 아닌 세속의 길로 나아간다. 가장 아름답고 인기 있는 창녀 카말라와

사랑에 빠지고 부유한 상인 밑에서 일을 배운다. 세속에서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 모든 것이 끝없이 반복되는 윤회에 불과함을 깨달으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떠나게 된다.



싯다르타는 강가에서 사공의 조수 노릇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는데, 지식은 전해줄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해줄 수 있는 게 아닌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란 점이다.

기존에 알던 지식과 지혜의 구별과는 또 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었는데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체득한 싯다르타의 경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역자는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큰 화두를 던지는데, 서양인이지만 불교적 세계관을 

이 작품 속에 절묘하게 녹여낸 헤르만 헤세는 삶의 지혜와 정수를 싯다르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면서 역시 책은 직접 읽어보기 전에 편견을 갖고 함부로 단정을

지으면 안 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싯다르타처럼 역시 직접 겪어야 지혜를 체득함을 이번에 제대로

가르쳐 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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