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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관계 ㅣ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사립탐정 켄지와 제나로는 느닷없이 낯선 남자들에게 납치를 당해
엄청난 재력가이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트레버 스톤 앞에 끌려간다.
트레버 스톤은 자신의 하나 뿐인 딸 데지레가 실종되었고
데지레를 찾아 나섰던 켄지의 사부와 같은 베커 탐정마저 소식이 끊겼다며
데지레를 꼭 찾아달라고 켄지와 제나로에게 부탁한다.
5만 달러라는 거액의 수임료와 트레버 스톤에 대한 동정심에서 사건을 수임한 켄지와 제나로.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목숨을 건 추격전과 정말 충격적인 진실인데...
'살인자들의 섬'으로 그 진가를 확인했던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으로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는
영화로 만들어진 '가라, 아이야 가라'를 통해 만난 적이 있지만 책으로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데니스 루헤인을 왜 하드보일드 작가라고 하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첫(?) 사랑 관계인 패트릭 켄지와 앤지 제나로는 납치를 당하면서
의뢰받은 데지레 실종사건을 베커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차근차근 조사해나간다.
엄마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아빠마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데지레가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슬픔치유원(?)을 찾아가지만 정체불명의 이 단체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구실로 그들을 등 쳐 먹는 사이비 기관에 불과했다.
거기서 만난 남자와 함께 사라진 데지레의 행방을 쫓던 패트릭과 앤지는 오히려
그 단체의 사람들과 한바탕 일전을 치른 후 플로리다로 날아가
실종된 줄 알았던 베커가 구치소에 있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신성하다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라 할 것이다.
피로 이어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부모와 자식간에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이 있을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서로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관계로
서로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도 적지 않다.
자식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부모들도 많고 나이든 부모를 나몰라라 하는 자식들의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얘기들을 보고 들을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든다.
특히 부모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경우 부모 자신은 물론 자식들마저 망가져
그 자식들이 고스란히 사회의 골치덩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한 사람들인데
자식을 제대로 책임지지도 못할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도 일종의 범죄(?)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악덕 기업가인 트레버 스톤이 바로 전형적인 무자격 부모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으로 맺어진 신성한 관계가 무자격 부모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망가진 자식으로 인해 더럽혀지면 어떻게까지 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였다.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 중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가 최근 계속 출간되고 있는데
정말 하드보일드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았다.
특히 켄지와 제나로의 친구 부바가 등장해 악당들을 혼내주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총알이 빗발치던 자동차 총격전을 비롯해 마지막에 최후의 선택을 하게 한 결말, 패트릭과
앤지의 기가 막힌 호흡까지 하드보일드 소설의 매력적인 부분들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단지 제대로 된 순서대로 읽지 않아 중간중간에 나오는 예전 사건이 뭔지 궁금했는데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도 순서대로 읽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