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 상징 코드로 읽는 서울 인문 기행
조동범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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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조선왕조때부터 계속 수도 역할을 한 도시라 우리 역사의 중세 이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올 초에 읽었던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등의 책을 통해 서울 곳곳에

얽힌 사연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이 책도 최근 100년 동안 서울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하여

그동안 잘 몰랐던 서울 곳곳의 역사와 의미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총 다섯 챕터로 나눠 최근 100년간 주목할 만한 서울의 변천사를 다루는데 먼저 근대의 시작과 근대

도시로서의 경성에 대해 살펴본다. 조선시대 한양이었던 서울은 서구 열강들에 의한 강제 개항 등을

통해 타의에 의한 근대화를 맞이하게 된다. 서양이 상당 시간이 걸려 이루어낸 근대화를 외세에 의해

강제로 급조하려다 보니 제대로 될 턱이 없었는데 일제 강점기까지 겪으면서 근대 도시라고 할 만한

곳은 그나마 이름을 경성으로 바꾼 옛 서울 정도밖에 없었다. 일제가 식민 지배의 일환으로 광화문과

경성역을 대로로 연결하는 등 근대화를 추구하지만 정작 종로는 개발하지 않고 놔두었다는데 개발되지

않은 조선시대 중심가와 일본이 개발한 곳이 비교가 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인이 주로 거주하는

남촌을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경성에 있던 5개의 백화점 중 4개가 남촌에 들어섰고 우리 자본으로

만들어진 화신백화점이 그나마 북촌에 자리를 잡았다. 일제 강점기때 미쓰코시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신세계백화점이, 조지아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롯데백화점 영플라자가 있다고 하니 그 터는 백화점 

터인가 보다. 서울역은 동경역이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모델로 만든 것처럼 위 역들을 모델로 했다고

하지만 실제는 스위스 루체른역을 참고했다고 한다. 종로3가에 종삼이라는 사창가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돈의동 쪽방촌이 사창가가 사라지면서 생긴 거라 추측한다.


해방 이후의 서울도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데 흔히 쓰레기매립장으로 널리 알려진 난지도가 실제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된 건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는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영등포도 아직 인근에 집창촌이 남아 있다니 충격적이었다. 중국인 거주지로 악명 높은 대림동에

대해선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거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중국

동포 전부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범죄 등에 연루되고 무늬만 한국인이지 정신은 중국인인 사람들을

같은 민족이라고 대우해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발전한 홍대앞, 압구정동 등 새로운

중심지들을 소개하면서 아파트 공화국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에 비판적인 내용들을 담아냈는데 집값

폭등의 원인을 단순히 욕망과 계급만으로 치부하기엔 좀 아쉬운 측면들이 있었다. 마지막 장에는 서울

인근의 신도시들로 성남, 광명, 안양 등을 다루는데 요즘 많이 회자되는 성남이 원래 광주대단지 사건

이란 서울 빈민들을 사실상 강제 이주시켜 생긴 도시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서울과

주변 도시까지에 얽힌 여러 사연들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중 및 욕망의 변천사를 잘 담아낸

책이었는데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과 서울이란 도시의 상징적 의미를 새삼 실감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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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 돌·물·불·돈·발·피·꿈이 안내하는 색다른 문화 기행
윤혜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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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유럽여행을 한 이후로 언제 다시 유럽에 갈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지만 유럽과 관련한 책들은

지난 여행의 추억과 미래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 준다. 이 책은 '돌', '물', '불', '돈', '발', '피', '꿈'이란 7개 코드로 유럽의 여러 소도시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그동안 억눌렸던 유럽 여행의 욕구를

단 번에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과연 어떤 도시들이 어떤 코드로 소개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7개 코드별로 7개 소도시씩을 소개해 총 49개 유럽 소도시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먼저 '돌' 코드에는 그리스 카발라와 필리포이, 스페인 코르도바, 이탈리아 피사, 피에솔레, 베로나,

프랑스 루앙, 영국 코번트리가 선정되었다. 내가 가본 피사가 등장해서 더욱 반가웠는데 '돌'이란 코드는

역시 건축물이나 유적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로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리스의 두 도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곳들이고, 코르도바는 과거 무슬림이 지배했던

알안달루스의 중심도시였다. 피사는 당연히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데 그곳에 얽힌 몰랐던 얘기들도

알게 되었다. '물' 코드에는 고대 로마인들이 만든 '목욕'의 도시 바스와 알람브라 궁전으로 유명한

그라나다 연못, 운하 교통의 허브인 네덜란드 레이던, 바닷가의 생말로, 리버풀, 알프스의 베네치아이자

로마라는 안시까지 모두 자연환경인 '물'과 연관된 도시들이었다면 체코 플젠은 맥주로 '물' 코드에 

포함되었다. '물'과 상극인 '불'코드에는 역시나 화산 폭발로 사라졌던 이탈리아 폼페이를 필두로 주로

화재와 연관된 사연을 가진 도시들이 등장했는데, 라이프치히와 관련해선 촛불 시위로 결국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얘기를 들려준다.


'돈' 코드와 관련해선 그리스 코린토스가 과거 교통의 요충지여서 섹스 산업이 발달했다는 얘기나 

카지노로 번성한 모나코, 한자동맹의 대표 도시였던 뤼베크 등이 소개되는데 아시시는 역설적으로

가난과 결혼한 성 프란체스코로 유명한 도시였다. '발' 코드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순례길의 대명사

산티아고로 시작하는데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축구의 규범을 만든 것이 케임브리지 신사 대학생

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내가 가본 곳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떠나고 싶어 했던 

고향이지만 현재는 모차르트를 우려먹으면서 유명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피' 코드에선 예수의 피가 묻은 헝겊 조각을 간직한 브뤼헤의 성혈 교회부터 동물 학대

등 논란이 있지만 스페인의 전통 문화인 투우에서의 황소의 피를 거쳐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의

고장 프랑스 디종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꿈' 코드에선 대항해시대를 대표하는 콜럼버스의 고향 

제노바와 절대왕정의 대표자 루이 14세의 꿈이 담긴 베르사유 궁전 등을 거쳐 프랑스와 독일이 뺏고

뺏긴 역사의 현장이자 유럽 연합의 초석을 마련한 로베르 슈만을 배출한 프랑스 메스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이 책을 통해 유럽 전역의 49개 소도시를 마치 직접 여행하는 듯한 즐거움을 맛보았는데 

그동안 잘 몰랐던 도시들을 이 책으로 소개받았고 알던 도시들도 그곳에 얽힌 역사 등을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다. 이제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도시들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고대해보는데 

이 책과 함께 여행갈 언젠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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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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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조선시대 이후 600년 넘게 대한민국 수도 

역할을 해온 서울에 있는 옛길 12경을 설명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광복 이후 급변한 서울의 모습을

표석을 따라 거닐면서 곳곳에 남겨진 자취와 그 의미를 알려주는데 알고 보니 표석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었다. 이 책에선 '근대적 도시화의 시작'과 '현대적 대도시의 건설'의 두 부로 나눠 서울에 있는 

총 10구간의 길을 다룬다.


먼저 제1부에서 다루는 길들은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 길을 시작으로 명동 길, 용산 길, 영등포 

길, 마포 길, 동대문 길을 다룬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서울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오늘날 강남, 서초 지역은 물론 관악, 구로, 금천, 강서, 양천 

등 영등포, 잠실 일대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1970년대에야 서울에 포함되었다. 5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급격한 개발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할 수 있었다. 종로 길은 

모더니스트를 만나는 길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인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횡보 염상섭의 

좌상이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 있다고 하는데 그의 집터도 서촌마을쪽에 있다. 모더니스트로 유명한 

박인환이 세운 책방 '마리서사'가 예술인의 아지트 역할을 했다거나 김수영과의 애증(?)의 관계 등이 

다뤄진다. 한때 대한민국 유행의 중심이었던 명동 거리를 거쳐 외국군대의 주둔지로 오랫동안 빼앗긴 

용산의 아픈 역사도 만날 수 있었는데 최초의 국가공원인 용산 국가공원이 그 아픔을 치유해주길 

기대해본다. 영등포 길에선 여의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작년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여의도와 

관련한 기획전시를 봤던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포 아파트, 당인리 발전소 등 근대 도시화의 시작의 

흔적들을 간직한 마포 길과 광장시장, 평화시장 등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동대문 길로 1부를 마무리한다.


2부의 시작은 은평 길이 맡았는데 조선시대 의주로 가는 첫 길목이었던 이곳은 수색역을 중심으로

조차장, 관사촌, 연탄공장, 변전소 등이 있어 교통은 발달했지만 못 사는 동네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양 도성 십리 밖에 무덤을 써야 해서 이곳에 무덤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후 기자촌, 한양주택, 은평

한옥마을까지 이곳에 등장하게 된다. 구로 길은 예전 수출산업의 메카였던 구로공단과 그곳에서 일했던 

노둥자들의 얘기들을 다루고, 강남 길은 강남 개발의 역사를 압축해서 들려준다. 요즘은 강남하면 

강남구를 비롯한 서초, 송파 등을 당연히 떠올리지만 처음 요즘의 강남을 개발할 때는 '영등포 동쪽'

이란 의미로 '영동'이라고 했다고 하니 영등포와 강남의 운명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지막 잠실 길

에서는 잠실이 예전에는 섬이었는데 택지개발을 위해 매립공사를 해서 요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석촌호수도 원래 호수가 아닌 강을 메우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였다. 이 책을 

보니 제대로 몰랐던 서울의 과거 모습을 알 수 있었는데 뒤에 별도로 정리해놓은 표석은 물론 이 책에 

소개된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들을 직접 찾아가서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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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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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동안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자유롭지 못하다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

하면서 점점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은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하기 직전이라

그동안 거의 폐업 상태였던 항공, 여행업계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인데 낯선 곳을 여행하는

묘미는 역시 그곳이 간직한 사연들을 아는 재미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언론인으로 세계 곳곳을 누볐던

저자가 자신이 다녔던 국내외 도시들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어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이 책에선 유럽·미국, 일본, 중국, 아시아, 한국의 총 5부로 나눠 각 도시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들어가는 말에서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이다. 낯선 곳과 

마주하면 그곳의 이야기들이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며 여행의 매력을 멋지게 표현한 후 먼저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에서 대장정을 시작한다. 내가 안 가본 도시들이 대부분이어서 저자의 가이드로 

몰랐던 도시들의 얘기들을 듣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더블린에선 사뮈엘 베케트와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리스본의 베르트랑이나 엔히크 왕자 얘기는 얼마 전에 읽은 '포르투갈에 

물들다'를 떠올리게 해주었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멜크 수도원이나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잠든 크레타섬 등 유명 작품에 얽힌 도시들이 주로 등장했다.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공공미술의 천국인 시카고와 아직도 18세기 방식을

고집하는 아미시 마을 등으로 미국 여행을 간략히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된 도시들은 아시아에 있는 도시들, 특히 한, 중, 일 삼국이 중심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선 아무래도 우리와 관련된 도시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된 칼인 

히젠토가 보관된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나 윤동주가 잠시 다녔던 교토의 도시샤대학,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가나자와 등을 둘러보았고 금각사 등 일본의 대표 관광지들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윤봉길 의사 의거 장소로 친숙한 홍구공원이 루쉰공원으로 개명해 구혼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된

사실이나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기착지인 베이징 등을 다루고 장구한 중국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여러

장소들이 소개된다. 그 밖에 아시아 지역도 동남아부터 중동 지역까지 누비는데 베트남에선 국부로

불리는 호치민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이승만을 비교하고, 맥아더 장군에 대해서도 필리핀과

우리의 대접이 사뭇 다른 점을 아쉬워했다. 국내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들이 소개되는데, 얼마

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에서 봤던 이중섭의 '소'와 연관된 서귀포나 '제주올레 인문여행

에서도 봤던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 제주도에 왔던 서복의 사연 등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모르고 여행을 갔다면 놓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예습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도시들을 직접 방문해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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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물들다 -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
박영진 지음 / 일파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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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유럽의 가장 서쪽에 있는 나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유럽의 변방 취급을 받으며 여행지로도

그리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직전에 직항편 등이 생기는 등 우리에게도 새롭게 각광받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받고 말았다. 나도 '스페인 데이' 등을 통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스페인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가는 김에 포르투갈도 일정에 끼워

넣어 이베리아 반도를 일주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보면 포르투갈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사실 포르투갈 하면 양대 도시인 리스본과 포르투에 몇몇 소도시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인데

이 책에선 포르투갈의 구석구석을 저자가 직접 여행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프롤로그에서 포르투갈

출신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가 즐겨 찾은 레스토랑을 방문한 얘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포르투갈 여행을

시작하는데 역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한다. 에두아르두 7세 공원, 호시우 광장 등 대표적

명소들은 물론 리스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노란색 28번 트램이나 포르투갈의 애절한 노래 파두 

공연까지 소개한다. 포르투갈 출신의 화가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지만 이 책에선 리스본 국립고대

미술관의 주요 작품들을 마치 미술책인 것 같이 상세하게 설명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성 안토

니우스의 유혹', 알브레히트 뒤러의 '성 히에로니무스', 대 한스 홀바인의 '성인들과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 예수' 등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벨렝 지구의 발견 기념비와 제로니모스

수도원 등을 둘러본 후 페나 궁전이 있는 인근 도시인 신트라와 단테의 '신곡' 속 지옥을 연상시키는

헤갈레이라 별장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진 작은 소도시들이 수두룩했는데 여행기로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순례길

답사였다. 흔히 프랑스에서 스페인까지 800㎞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럽

각지에서 순례길이 있는데 저자는 포르투갈에 있는 순례길을 5일 동안 걸으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

준다. 핀란드 청년 파울리와 동행하는 동안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사연들은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

줬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이를 대처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나같이 계획을

중시하는 사람은 이런 스타일의 여행을 하면 멘붕에 빠질 것 같은데 포르투갈 시골 사람들의 친절함이

여러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다. 포르투 같은 유명 관광도시는 물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여러 소도시들을 두루 섭렵했는데 코임브라의 조아니나 도서관에선 박쥐들을 일부러 키워 

책벌레를 잡아먹게 해 도서관을 관리하는 독특한 방식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역대 왕을

통해 포르투갈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했는데 포르투갈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나라였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포르투갈 곳곳에 숨겨진 매력을 

책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에서 소개된 장소들을 찾아가 그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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