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인문 여행 - 올레 26개 코스에서 마주하는 제주네 이야기
이영철 지음 / 혜지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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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그 대안으로 가장 각광받는 곳이 바로 제주다.

국내면서도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니 해외여행 느낌도 살짝 나서 제주는 비교적 부담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여겨지는데 나도 2019년에 제주를 가본 이후 다시 언젠가 제주를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 전에 '요즘 제주'라는 가이드북으로 제주 여행의 핵심을 대략 

살펴보았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을 통해 제주도의 고유한 문화유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올레길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올레는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는 찾아보지 않아 몰랐는데 시골 마을의 골목길을 일컫는 제주어로

엄밀하게는 집 앞에서 마을의 큰 길까지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고 한다. 2007년 9월 1코스를 

개장한 이후 2012년 마지막 21코스까지 만들어졌고, 섬 코스, 알파 코스, 선택 코스까지 포함하면 총

28개 코스인데 21개 일주 코스 342㎞에 추가 코스 86㎞를 더하면 총 거리가 무려 428㎞에 이른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시흥 - 광치기의 1코스부터 시작해 순서대로 21코스까지 각 코스별로 주요 지점에

대한 알찬 소개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중 5개 추천코스로 외돌개를 지나는 7코스, 송악산을 한 바퀴

도는 10코스, 한담해안 산책로를 걷는 15-B코스, 월정리 해안과 만나는 20코스, 항파두리를 지나는 

16코스를 제시한다. 나도 10코스에 포함된 송악산 둘레길은 전에 가봤지만 나머지 코스들은 전혀 가본 

적이 없어 이 책으로나마 올레길의 매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다. 제주 출신인 저자는 올레길들을 소개

하면서 제주의 아픈 역사들을 많이 알려준다. 일제강점기와 4·3 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흔적이 제주 올레길 곳곳에 포함되어 있었다. 잘 몰랐던 제주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되었는데 설문대할망의 전설이나 고려 시대 약 100년간 몽골의 직접 지배를 받았고, 삼별초의 난이나

목호의 난 등으로 제주가 쑥대밭이 된 사정 등 제주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아냈다. 솔직히 제주인이

아니면 피부로 와닿진 않지만 그냥 잠시 관광하러 들렀다 가는 것보단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에 공감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록으로 한라산 5개 등산 코스까지 수록해

두 발로 제주 구석구석을 살펴볼 사람들에게는 정말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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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명승 - 이야기로 풀어낸 중국의 명소들
김명구 외 지음 / 소소의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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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비롯한 중화권은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일본과 더불어 가깝지만 먼 나라라

할 수 있다. 일부 중국몽 타령이나 하는 한심한 작자들이 없진 않지만 중국이 해온 행태는 결코 세계

최강의 강대국 중 하나라고 보기 어려운데, 중국이란 나라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중국이 가진

엄청난 문화와 자연에 대해서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일본과 함께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다

보니 해외여행에 있어서도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인데,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금 중국의 명소들과 그곳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들을 들려주는 이 책은 해외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거라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은 물론, 대만, 홍콩, 마카오까지 중화권의 대표 명소 21곳을 중국 전문가 21명이 각각  

소개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각 지역별로 적절히 명소들을 

배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명소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먼저

우리에겐 안중근 의사의 의거 장소로 친숙한 하얼빈부터 시작한다. 하얼빈은 중국이 유럽 열강들의

침략을 받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유럽식 건물들이 적지 않았는데 '중앙대가'란 곳이 바로 국제도시

하얼빈에 처음 생겨난 도로이자 상업 중심지였다. 흥미로운 건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이 하얼빈을

두 차례 방문하고 글을 남겼다는 점이다. 다음으론 중국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인 자금성의 습례정이

나오는데 이곳은 청나라를 방문한 조선의 사신들이 인조가 청태종에게 했던 삼궤구고두례를 연습했던

곳이라고 한다. 코로나 전 중국 속 작은 유럽으로 우리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칭다오를 거쳐 조금은 

낯선 양저우와 베이징, 시안, 뤄양과 함께 중국 4대 고도 중 하나인 난징의 진회하를 소개한다.


상하이부터는 일찍 개방되어 경제가 발전한 곳들이어서 현대적인 건물들과 명소들이 많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들이 선정되었고 특히 푸젠의 토루가 인상적이었다. 중국 본토를 잠시 벗어나 대만의

지룽과 지우, 홍콩의 침사추이, 마카오의 성 안토니오 성당을 소개하는데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보니 지금과 같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계속 느낄 수 있을지 심히 우려가 된다.

코로나 사태의 주역(?)인 후베이의 황학루, 무협 영화 등으로 친숙한 숭산의 소림사, 중국의 거대함을

잘 보여주는 뤄양의 용문석굴이나 시안의 진시황릉까지는 그래도 중국의 과거 중심 지역들의 명소라

할 수 있었다. 중국의 서부 지역에선 충칭 산성보도, 청두 두보초당을 거쳐(여기까진 그래도 중국

느낌이 있지만) 중국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라싸의 조캉사원과 둔황의 양관으로 중국 전역의 명소를

돌아보는 여정의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중화명승들을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명소들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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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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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은 당분간 어림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행에 대한 욕구마저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행을 할 때 각자 취향대로 여러 컨셉의 여행이 가능하겠지만 이 책과 같이 문학여행도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의미 있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영문학자인 저자가 영문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곳곳을 누비면서 영문학과 관련한 장소와 이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준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템스강을 중심으로 한 런던을 필두로 런던 근교의 대학도시들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거쳐 바스, 스트랫퍼드 등 잉글랜드의 주요 도시, 에든버러와 하일랜드의 스코틀랜드 

지역을 누비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마무리를 한다. 먼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런던 지역은 역시

영국의 수도답게 곳곳에 영문학과 관련한 명소들이 포진했다. 거의 런던의 주요 관광지들을 빼놓지 

않고 다니는 가운데 거기에 얽힌 작가들의 사연을 주저리주저리 들려준다. 밀레니엄 브리지와 관련해

전에 읽었던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언급되는데 좀 오래되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작가들뿐만 아니라 하이게이트 묘역의 대표스타인 칼 마르크스나 런던탑과 관련한 천일의 앤(앤 볼린),

이스트엔드에서 활약한(?) 세계 최초의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 등 유명인사들의 얘기도 뺴놓지 않는데

예전에 패키지로 여행갔을 때는 잘 몰랐던 런던 구석구석의 얘기들을 들려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책에서 언급한 곳들을 꼭 찾아가보고 싶었다.


아동문학 3인방인 톨킨, C. S. 루이스, 루이스 캐럴을 배출한 옥스퍼드 대학과 뉴턴, 다윈, 스티븐 호킹,

앨런 튜링 등 상대적으로 자연과학계 스타들이 더 많은 케임브리지 대학을 둘러본 후 본격적으로 

잉글랜드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온천으로 유명한 바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되었고,

스트랫퍼드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유명한데, 우리에겐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래 토마스 칼라일이 '영웅숭배론'에서 한 말은 '언제간 (영국은) 인도 제국을 

잃게 될 것이나 셰익스피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결코 

셰익스피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여서 완전히 오역된 말이었다. 스코틀랜드는 좀 구색만 갖춘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아일랜드가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해 오스카 와일드, 예이츠, 사무엘 베케트 등

영문학계 슈퍼스타들이 잔뜩 보유하고 있었다. 조지 버나드 쇼도 아일랜드 출신인데 그의 유명한 묘비명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도 원문은 '이 세상에서 오래 버티다 보면 이런 일(죽음)이 일어날 

줄 알았다'여서 과장되게 오역한 것이었다. 이렇게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영문학의 본고장의 이곳저곳을

책으로나마 여행하면서 영문학의 숨결이 스며든 여러 장소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는데 

언제가 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곳들을 직접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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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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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집값 폭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집에 대한 욕망과 관심이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올초에 간신히 이사를 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게 되어 TV에서 하는

각종 집 관련 프로그램들을 즐겨보곤 했는데 집 이외에도 각종 건축물들은 인류의 문명을 집약하고 

있어 늘 주목을 받아왔고 여행에 있어서도 주요한 볼거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초에도 '도시의 깊이'란

책을 통해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세계 곳곳의 다양한 건축물들의 의미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는데 이 책도 건축가인 저자가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의 인상적인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건축가의 관점에서 느낀 바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축물들을 대부분 출장 중에 시간을 내서 찾아가봤다는 점이다.

해외출장 중에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지만 시간이 나도 대부분은 유명 관광지를 찾기 마련인데 직업병인

건지 자신이 보고 싶던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는 저자나 이렇게 대놓고 출장 중에 딴짓(?)을 하고 책을 

써도 뭐라 하지 않은 회사(승효상 건축가 사무실)나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원래 목적인 출장에 지장이 없는 한 허용해주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해외에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저자가 부러웠다. 건축가도 해외 출장 갈 일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는데 가까운 일본, 중국부터 미국을 물론 머나먼 브라질까지 다녀온 경험담을 늘어놓은다.

사실 이 책을 펴기 전까지는 누구나 다 알 만한 유명 관광지의 건축물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전문가가 관심을 가지는 건축물들은 좀 달랐다.


먼저 가까운 일본에선 두께 12mm의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가파른 지붕 경사를 자랑하는(?) 미우미우 

아오야마라는 건물을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구조물(기능적인 이유로 세워진 구조물)인

스카이트리, 배를 닮은 요코하마 페리 터미널, 책을 팔지 않는(?) 츠타야 서점 등 개성 있는 건축물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건축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는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만든 자하 하디드가

만든 갤럭시 소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던 워터큐브, 난징 대학살의 추모의

공간이자 슬픔의 건축인 난징 대학살 기념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왕수의

닝보 역사박물관 등이 소개되었다. 두 나라 모두 고전적인 건축물들이 아닌 최신 건축물들이 다뤄져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에서는 9. 11. 테러 이후 만들어진 추모공원 및 기념관, 미국에서 가장 높은 프리덤타워, 세계무역

센터 교통허브 등이 등장해 9. 11. 테러의 상흔을 치유하는 공간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브라질이

등장하는 건 정말 의외였는데 상파울루 미술관에 이어 쿠리치바라는 처음 알게 된 도시까지 등장한다.

이곳은 전 세계 건축, 도시, 교통, 행정가들의 참조 도시라 불릴 정도로 BRT와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서울시 등의 간선급행버스체계도 여기서 벤치마킹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출장 중에 짬을 내어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들을 둘러본 이야기를 들러준 후 마지막으로 프랑스는

휴가로 간 건축물 탐방기가 소개된다. 프랑스하면 파리의 에펠탑을 필두로 여러 유명 건축물들이 

떠오르지만 저자는 당연히 그런 대중적인 곳들이 아닌 라 투레트 수도원, 생폴 드 모졸 수도원, 세낭크

수도원, 르 토로네 수도원 등 처음 들어보는 곳들을 6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누빈다. 유럽여행을

6일 동안 다녀오는 것도 좀 아까운데 저런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곳들만 찾아가는 여정이 신기했는데

건축가의 입장에선 나름의 의미들이 있는 건축물들이었다. 이렇게 저자의 안내에 따라 건축물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역시 건축가가 보는 눈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동안 잘 몰랐던 건축물들에

얽힌 의미와 가치를 흥미진진한 여행기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언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건축물들도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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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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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아프리카와 함께 우리에겐 멀고도 낯선 지역이다. 전에 읽은 '페루, 안데스의 시간'

이란 책과 '멕시코, 일요일 2시'란 책이 라틴아메리카를 다룬 책들인데 이 책들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던 차에 라틴아메리카를 제대로 다룬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그동안 몰랐던 라틴아메리카의 

대체불가한 매력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첨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었는데 중남미 문학이 전공인 저자가 썼던 라틴

아메리카와 관련된 글들을 모은 에세이 성격의 책이었다. '경계, 길 위의 핀 꽃', '아바나, 음악의 섬',

'혁명, 총알처럼 시를 품고', '차스키, 발바닥이 날개였던 잉카의 파발꾼', '슈거노믹스, 설탕으로 빚은

땅'의 총 5장에 걸쳐 라틴아메리카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데 먼저 경계인들의 문제로 

시작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은 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라틴아메리카인들로 우글거리는데

트럼프 정권 하에선 국경 통제가 더욱 강력해져서 현대판 만리장성이 건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와 라틴아메리카는 그리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이 책에선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신라 시대 

여인의 미소와 페루 북부 모체 문명이 남긴 사람얼굴모양 토기의 안데스 사내의 미소를 연결시킨다.

쿠바의 음악도 뺴놓을 수 없는데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지 않아서 그 진수를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음악과 '흥'에 대해 글로나마 그 진가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라틴아메리카를 상징하는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체 게바라를 떠올릴 것

같다. 그만큼 혁명의 아이콘이 된 체 게바라를 빼놓고 라틴아메리카를 얘기할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멕시코 혁명 당시 활약한 페트라 에레라와 아멜리아 로블레스의 얘기도 들려준다. 둘 다 여성이지만

남성 이상의 활약을 하였음에도 생물학적 여자란 이유로 홀대받은 아픔을 알려주었다. 잉카에는 조선의

파발 대신 달리는 인간 '차스키'들이 존재했는데 산악 지형에서 그 어떤 통신수단보다 요긴한 역할을

해서 잉카의 헤르메스라 하기에 충분했다. 쿠바를 비롯한 사탕수수 주요 산지들은 '슈거 노믹스'라

부를 정도로 설탕이 경제에 큰 역할을 차지했는데 17세기 바베이도스가 사실상 영국령 아메리카 

식민지들의 비공식 수도 역할을 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음식 천국이라는 멕시코는 잘못된 정책으로

옥수수 종주국에서 옥수수 최대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역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걸 새삼 깨달았는데

좀 더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해야 라틴아메리카와도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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