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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ㅣ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평점 :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플랑드르, 북유럽,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다룬 '6권'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집중 분석한 '5권'까지 읽었다.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는데 회사 도서실에는 1권에서 6권까지만 구비하고 있고 4권인 이 책이 중세 미술을 다루고
있어 사실 그다지 손이 가진 않았다. 그래도 서양미술사를 쉽고 재밌게 정리하기엔 이 시리즈만한 게
없는 것 같아 4권을 빌려 왔다.
흔히 암흑기로 불려지는 중세는 종교 미술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정무 교수는 중세가
오히려 빛의 시대라고 말한다. 중세인들이 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설적으로 빛에 더 민감했고 미술이
여기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란 것인데, 이 책에선 중세를 순례와 모험이라는 크게 두 가지 여행에
맞춰 얘기를 풀어나간다. 먼저 순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과
관련된 것인데, 첫 밀레니엄을 무사히 넘긴 중세 유럽인들은 최고의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위험해 그 대안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가 활발히 이뤄진다. 순례길에는 자연스레
도시가 발달하고 성당이 세워지는데 이때의 건축 양식이 바로 고대 로마풍의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이 무렵 교황과 황제간의 권력 다툼이 심해지는데 '카노사의 굴욕'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론 바이킹에
주목하여 조금은 생소한 '노르만 미술'이란 이름으로 설명을 하는데 노르만족이 정복한 잉글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어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면서 동방의 선진 문화를 접하게 되어 십자군 이동
경로에 있던 피사나 베네치아에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중세 미술의 꽃은 어떻게 보면
고딕 미술이라 할 수 있는데 1144년에 완공된 생드니 대성당을 필두로 노트르담 대성당 등 천상의
공간을 지상에 재현하기 위한 화려한 건축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고딕 건축의 삼요소인 첨두아치,
플라잉 버트레스, 늑골 궁륭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예전에 읽은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이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고딕 성당으로 대표하는 중세 미술이 그
이후는 물론 오늘날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무시했던 중세
미술의 진가를 제대로 알려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