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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의 책들을 읽어봤다. 이 책의 뒷쪽 안쪽 띠지에도 출간된 책
목록이 있는데 확인해 보니 '13가지 식물', '37가지 물고기', '6가지 음료'(다른 출판사의 책), '10가지
감염병', '화학이야기1'까지 세계사를 바꾼 나름 다양한 소재들을 다룬 얘기들을 봤었다. 이 책은
내가 즐겨 보는 그림들을 소재로 세계사를 바꾼 명화를 다루고 있어 과연 어떤 그림들이 세계사를
바꿨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책들과 달리 특정한 숫자의 명화를 제목으로 하지 않아 세계사를 바꾼 몇 점의
명화만 다루는 책은 아니었다.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그림 제목이 사용된 건 첫 장에서
언급된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뿐이다. 3년 치 빵값으로 납품된 그림이라는데 그보다
앞서 종교개혁으로 미술 시장이 완전히 급변한 얘기부터 다룬다. 종교 개혁 이전에는 왕과 교회가
미술품 제작을 의뢰하면 이를 납품하는 구조였는데 종교 개혁으로 각종 예술품도 우상숭배의
일환으로 취급되면서 왕과 교회의 미술품 주문 자체가 급감한다. 대신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한 곳에서 일반 시민들도 미술품을 사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기존의 종교나 신화를 다룬 그림들
대신 정물화와 풍경화, 일상을 다룬 그림들이 기성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미술시장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수 있는 할 수 있었는데 이는 사진이 등장하면서 미술
사조가 급변한 것과도 비교할 수 있다.
르네상스의 3대 천재라 불리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달리 다빈치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한 까닭은 작업속도가 느린 데다 돈이 되기 어려운 부동산회화 '최후의 만찬'에 적합하지
않은 유화 기법을 사용한 점을 알 수 있었고, '모나리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이유도 이 작품을
물려받은 다빈치의 제자 살라이가 프랑스 왕실에 거액을 받고 팔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견해도
접할 수 있었다. 렘브란트와 관련해선 그가 자신의 작품을 모작하는 공방을 운영했다는 사실, 다른
책에서도 종종 다룬 르네상스의 기반이 되었던 메디치 가문의 얘기, 미술을 절묘하게 이용했던
나폴레옹,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인상주의 작품들을 카브리올 래그 가구와 금테 액자로 포장해 귀족
컴플렉스가 있던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명품으로 팔아먹은 폴 뒤랑뒤엘의 얘기 등 미술사에 숨겨진
흥미로운 얘기들을 관련된 명화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 미술품도 하나의 상품으로서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선호도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세계사와 미술 간의 영향을 다채로운 얘기들로
잘 정리했고 덤으로 명화 감상까지 할 수 있는 딱 취향 저격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