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여름에는 나도 모르게 시원한 곳을 찾는다. 독서도 똑같다. 여름만 되면 나도 모르게 추리, 스릴러 소설을 찾게 된다. 더운 여름에 소설속 세계에 빠져들어 집중하며 읽을 때 잠시나마 더위를 잊는다. 이런 효과때문이지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추리, 스릴러 장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어느 순간 찾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소설을 찾는다. 예전에는 예스24에 들어가서 장르로 들어가 리뷰 많은 책을 전부 기록한 다음 도서관에서 찾은 경우도 있다.


검색으로 추천을 친 후에 블로그나 지식인에서 찾는다. 읽다가 끌리는 책이면 선정해서 읽는다. 제법 많은 책을 그런 방법으로 읽었는데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우연히 읽게된 '시인'부터 시작했지만 재미있는 책을 잘 몰라 선택한 방법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  아직까지 '밀레니엄'을 뛰어넘는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텐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에 푹 빠져 더위는 물론이고 잠도 안 자고 읽게 만드는 책.


이번 여름에도 그렇게 검색으로 몇 권의 책을 찾은 후 도서관에 있는 몇 권을 책을 선택했다. 그 중에 하나가 <ZOO>였다. 이쪽 장르의 책들이 대부분 일본 소설이다. 최근 몇 년동안 북유럽 소설이 득세를 하고 있지만 일본만큼 장르 소설이 많은 곳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상하게도 일본 책은 잘 읽지 않게 된다. 난 무엇인가 살짝 아쉽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많아 그렇기도 하고 일본책을 - 실용서적 포함 - 읽었을 때 수준이 조금...일때가 많다.


이번 <ZOO>는 단편으로 이뤄진 책인지 알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읽다 집중할만하면 흐름이 끊어진다. 임팩트있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 작품 겨우 적응하면 끝나니 매번 그걸 반복하자니 어렵다. 동인 문학상 작품들을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추리류는 다소 다른가 보다. 실제로 중간까지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읽었다.


책 제목으로 선택된 <ZOO>가 제일 재미있어야 할텐데 나는 첫 작품인 (SEVEN ROOMS)이 제일 재미있었다. <올드보이>가 참 독특한 소재인데 이런 소재들을 일본 작가들은  창작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들이 평소 성격과 행동과 다른 모습을 그리고 싶어 독특한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7개 방에 여성들이 갇혀있다. 이유도 모른다. 그 중 딱 하나의 방에는 우연히 남동생이 함께 갇혔다. 방 중간에는 물이 흐른다. 그 통로는 아직 어린 남동생이 겨우 움직일 수 있다.


물은 깨끗한 것이 아니라 더럽다.  오물을 뒤집어 쓰고 방을 돌아다니며 깨닫는다. 방마다 한 명씩 사라지고 새로운 여성들로 채워진다. 일주일동안 방에 갇혀 있고 그 후에는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누나와 남동생 차례가 된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할것이가. 이런 내용이다. 


단편들로 이뤄져있어 그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만 골라 읽어도 된다. 마음에 드는지 최소한 몇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는 함정이 있지만.  짧고 간단하게 시간날 때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드는 방식일텐데 나는 별로라서.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긴 작품이 더 좋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상당히 독특한 내용이 많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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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작가 스티그 라르손 출판 아르테 발매 2009.06.22 리뷰보기 책의 광고 중에 하나가 어느 독자의 서평중에 하나를 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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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게임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7
정충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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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탐탐치 않았다. 처음에는. 책을 선물받았다. 출판사에도 보내주고 저자가 직접 보내주기도 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책을 선물받는다. 읽는 책은 전부 리뷰를 올리고 있으니 내가 선물 받은 책을 읽었는지 여부는 금방 알게 된다. 이 책을 선물 받은지 2달이 되었는데 다른 책을 먼저 읽고 드디어 읽게 되었다. 책을 선물한 사람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하는 것이 훨씬 좋을 듯 하다.


책은 저자에게 직접 선물을 받았다. 내가 워낙 리뷰를 많이 쓰고 있어 나같은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만난 날 반가운 마음에 책을 즉석에서 선물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얼떨결에 받게 되었다. 저자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을 하고 있고 경매쪽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지도도 높고 관련 책도 펴냈다. 경매 소설도 펴 냈다. 나에게 준 책은 추리소설이었다. 미국에서 법쪽으로 특화된 작가가 있다. 변호사라고 소설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추리 소설을 꽤 읽었는데 거의 대부분 외국 소설이었다. 국내 저자의 추리 소설을 읽은 기억은 없다. 우연히 관련 분야의 작가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쓸수는 있는데 쉽지 않다고 한다. 외국에서 유명한 저자들이나 성공한 작품이 많은데 안정적으로 번역 출판하는 것이 낫지 모험을 감수하며 국내 작가의 추리 장르 책을 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투입되는 비용이 비슷하다면 그럴 수밖에 없어 무협이나 판타지분야만 쓸 수 없다는 거다.


그렇게 <살인게임>을 읽게 되었다. 의심한 것도 사실이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변호사가 쓴 책이 과연 재미있을까. 추리 소설은 정말로 머리가 똑똑해야 한다고 난 믿는다. 도저히 앞뒤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게 플룻이 이어지게 쓰는 것은 물론이고 내용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범인이 누군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은 나로써는 좌절이다. 탄탄한 내용으로 종이에 침을 묻혀가며 읽을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는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종이에 침을 묻혀가며 읽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긴장감 있게 내용이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가 아닌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해도 이만하면 충분히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추리 소설은 끝까지 범인의 존재를 얼마나 숨길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가장 놀라운 반전은 초반부터 등장한 인물들 중에 한 명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것이다. 여러 명이 계속 범인처럼 느껴지면서 뒤로 갈수록 한 명씩 누가 범인일까 유추하는 맛을 제공하면 더욱 훌륭하고.


그런 내용 전개는 아니다. <살인게임>은 그럼에도 3분의 2정도까지 범인의 윤곽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최근 추리 소설의 - 외국 추리 소설만 읽어 한계가 있지만 - 유행과는 다소 동 떨어졌지만 하나씩 범인을 쫓아가는 묘사는 치밀하다. 범인이 만들어 놓은 트릭을 풀어가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함께 추리를 하게 된다. 추리 소설은 묘미는 바로 책을 읽으며 함께 추리하고 미리 범인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런 면에서 범인을 꽁꽁 숨겨놓는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인지 도저히 유추할 수 없게 만든다.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인물 자체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리무중에 빠진 형사들의 절망감만 묘사된다. 2부로 넘어가서 드디어 범인으로 느껴지는 인물이 등장한다. 악인이 나와 살인을 저질르지 않고 측은한 인물이 등장한다. 타당성을 부여하며 살인을 한 이유를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약간 아쉬운 점은 있다. 우연성과 관련성이 다소 투박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거의 끝까지 범인을 감추는데 성공했으니 읽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통해 <살인게임>에서 진정한 살인 동기가 나오는 데 반전과 뒤통수를 치는 짜릿함은 약간 부족했지만 감탄했다. 묘사가 중간 중간에 살짝 유치한 점을 제외하면 내용은 재미있다. 읽다 재미없으면 고민을 하거나 생략하며 읽을 수 있는데 - 소설이니 가능하다 - 그러지 않고 읽었다. 스릴러가 결합된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정통 추리 소설은 간만에 읽은 듯 하다. 차기작은 변호사답게 치밀하게 법적인 논리가 섞여있는 추리소설이면 좋겠다.



읽을만한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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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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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다. '많이'라는 표현을 한다는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읽지 않았다. 그나마 무협지는 과거에 제법 읽었는데 판타지 소설은 무협과 결합된 한국형 판타지는 좀 읽었는데 외국에서 들어온 판타지 소설은 읽은 기억이 없다. 가장 유명한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도 읽지 않았다. 해리포터는 1부 1권은 읽었는데 별로였는데 영화는 재미있었다. 소설을 읽을 생각은 없어도 영화는 참 재미있다.


번역 출판된 판타지 소설이 상당히 많다. 그 중에 <타라덩컨>시리즈가 있다. 표지만 보면 아동취향의 소설로 보였다. 꽤 긴 시리즈로 되어있어 호기심은 갔지만 매번 주저하다가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라덩컨>시리즈는 유럽에서 1,000만부, 한국에서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 정도의 판매라면 넘사벽이다. 급이 다른 작가다. 몇 만부정도의 판매라면 몇 몇 사람들이 좋아할 정도이고 몇 십만부의 판매라면 당시 대중의 기호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면 100만부 급의 책이라면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판타지 소설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은 없다. 소설은 재미있으면 된다는 주의다. 소설을 읽으면서 꼭 무엇인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책을 읽고나서 꼭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의미는 있다. <인디아나텔러>는 무엇보다 재미있다. 판타지 소설을 재미있어 읽지 깨달음이나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려 읽지 않는다.


필력이라 하는 작가의 글솜씨가 뛰어나야 흡인력이 생긴다. 글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도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이 얇고 탄탄하지 못하면 진수성찬에 정작 먹을 음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아나텔러>는 무척 재미있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부담없이 판타지 소설 한 권 읽는다는 심정으로 접근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흡인력이 있고 세계관이 흥미로웠다.


세계관이 독특하고 기발하지는 않다. 이미 많은 판타지 소설과 영화에서 만들어 놓은 세계관이다. 또한 전형적인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표현처럼 식상하다고 하면 식상할 수 있다. 얼마나 똑같은 패턴을 그럴싸하게 새롭게 독자가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느냐가 작가의 역량이라 본다. 늑대인간은 닳고 닳은 소재다. 남녀주인고이 서로 사랑하지만 쉽게 이뤄질 수 없는 패턴은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작정하고 늑대인간뿐만 아니라 요정, 드라큘라등 모든 판타지적인 소재를 전부 끌어들인다. 단, 이들은 존재하지만 <인디아니텔러>에서는 철저하게 주변 인물로서 존재한다. 늑대인간은 과거부터 있었는데 이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살지만 자신들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섞이지 않으려 한다. 가끔 늑대에게 물린 사람이 세미라고 하여 늑대로 변한다. 이들이 우리가 늑대인간이라 불리는 소설과 영화속 소재라고 한다.


순수한 혈통을 갖고 있는 자신들은 늑대끼리 결혼하여 혈통을 이어받고 있는데 하필이면 - 그래야 소설이 진행될 수 있으니 - 주인공은 늑대남자와 인간 여자로 부터 나온 아이다. 인간은 인간이로되 엄마의 능력은 시간을 넘나든다. 이 능력덕분에 늑대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미리 주식가격을 아는 방법으로 엄청난 부를 축척하여 늑대들의 수장부류는 금전적으로 큰 걱정하지 않고 인간과는 동 떨어져 살 수 있다.


늑대와 인간의 두가지 조건을 갖고 태어난 인디아나텔러는 아직까지는 늑대로 변하지도 않은 인간으로 살아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지켜봤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도 보여주지 않는다. 늑대가 갖고 있는 예민한 후각과 청각을 보여하지만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한 정도이다. 성인이 되어 인간세계의 대학에 입학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무 당연하게 대학에서 한 눈에 빠진 여인을 만나고 정적을 만난다.


여기까지 대략적인 <인디아나텔러>의 줄거리인데 아마도 충분히 익숙하고 친숙하고 어디서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도 나오는 것이고 기타 엄청나게 많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얼개이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정적은 하필이면 우리 집안과는 대립관계를 이루고 있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반대파라면 모든 조건은 충족된다. 맞다. 소설은 그렇게 진행된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소설을 읽는다면 그 책은 정말로 재미있는 거다. <인디아나텔러>가 그랬다. 여기까지만 읽고 그만 읽자 하면서 계속 읽고 있다면 그것도 역시나 재미있다는 반증이다. 그랬다. 아쉬운 점은 이게 겨우 1권이라는 것이다. 아니, 본격적으로 다음 내용이 궁금한데 1권에서 일단 끝이다. 언제 2권 나오기를 기다려서 보나.. 궁금한데.


 

재미있는 판타지류 소설(사진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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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 범죄 스릴러 시리즈 2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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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인간은 얼마나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모두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산다고 믿고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내 의지로 살 수는 없다. 의지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돈을 벌고 돈을 쓰는 것도 자신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사고 싶은 것을 꼭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고 싶은 곳에 꼭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하기 싫어도 누군가의 지시로 해야만 한다.

 

많은 것들이 돈을 얻어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해도 이 역시도 완벽하지 않다. 돈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어떤 일을 하거나 구입하기도 한다. 이렇듯이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고 있다는 착각과 달리 다양한 상황과 정황과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평소에도 이럴찐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내 아버지가 그렇다면 더더욱. 아니면, 그로부터 어떤 금전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면 말이다. 우리가 사장을 어려워하는 것이 나에게 봉급을 주는 결정자라 그렇다. 신경을 쓰기 싫어도 써야 하고 그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따를 수 밖에 없고 무언의 동의를 해야 할 때가 너무 많다. 자신이 평생토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는 대상자에게 과연 할 말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미치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길들이면 된다. 나를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만들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떠나지 못한다. 이미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책에서는 '위성인간'이라 부른다. 이들은 증오의 감정을 갖고 있지만 그가 주는 달콤함에 이미 길들여져 다른 선택의 대안이 전혀 없다. 위성이 지구에서 떨어지면 본연의 가치가 사라지고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그 자리가 부담스럽고 싫지만 억지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존재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기업주는 교묘히 이용하며 계속 사람들을 머물게 하고 도저히 떠날 엄두를 못하게 길들였다. 첫째, 둘째, 셋째 부인과 자녀들과 떠나지 못하는 인간들로 구성된 파티에서 절대권력자가 죽는다. 그것도 예고한 대로.

 

'위성인간'은 최근에 소개되는 추리소설과 다른 점이 바로 정통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더 자극적이고 추리보다 스릴러에 가까운 추리 소설의 장르지만 그래도 추리 소설의 본류인 유럽에서는 여전히 스릴러보다는 추리쪽에 좀 더 비중을 둔다고 보는데 그중에서도 한스 올리브 랄룸은 정통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정통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코난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책의 초반에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이 작품을 받친다고 한다. 책 초반부에 떠 오른 장면은 그 유명한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항상 외치는 밀실 살인 사건이다. 외부와는 철저히 분리된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 갖혀 있는데 살인사건이 난다. 빠져 나갈 곳도 없고 들어올 곳도 없는데 살인이 벌어진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되고 어떻게 살인이 되었는지 미궁에 빠지면서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진 소년탐정 김전일의 도입부와 같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많은 부분을 빚졌다고 하는데 작가가 '소년탐정 김전일'도 아는지 모르겠다.

 

오로지, 추리로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과 같은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때부터 모든 사람이 범인이 될 수 있다. 다들 각자의 사연으로 살인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한 명씩 한 명씩 살해된 사람과의 공통점과 과거에 얽혀 있던 내용들이 벗겨지며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추가 살인사건이 나면서.

 

추리 소설은 그런 면에서 작가와 독자가 함께 벌이는 지적게임이다. 환경을 만들어 놓고 독자가 내용을 읽으면서 누가 범인인지 추리를 하며 미리 짐작을 하고 작가는 다시 허를 찌르며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에 가서 모든 퍼즐이 하나로 연결되며 완결된다. 눈치 빠른 독자는 중반 이후부터 어림짐작으로 알아채지만 이 역시도 어떤 반전이 있을 지 모르게 된다. 늘 패턴은 가장 가깝고 그렇지 않을 인물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뜻하지 우연이 결합되어 사건의 해결은 더욱 늪으로 빠진다. '위성인간'의 내용도 그렇다.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하면서 추리를 함께 하는 재미가 있다. 유럽 추리 소설은 - 최근 작품 - 의외로 나치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직접적으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해결의 실마리를 주는 소재로 쓰이는데 그만큼 유럽인들이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끊임없이 되살려 잊지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그런 면에서 동아시아의 작품들에서 아쉬움이 있다.

 

책에서는 엄청 잔인하다는 표현을 하는데 절대로 그런 장면이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는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책의 배경이 60년대라 그렇지 않을까 한다. 특이하게도 최근에 저술한 책임에도 시대배경이 과거이다. 추리소설이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저자 자신이 직접 홈즈와 왓슨을 차용했다는 표현을 한 것처럼 모든 조건을 만져 추리하는 매력적인 인물도 나온다.

 

여러모로, 추리 스릴러 장르에서 스릴러를 제외한 정통 추리 분야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대신에 긴장감넘치는 장면이나 스릴 넘치는 장면은 없다. 차분하게 하나씩 하나씩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추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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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64'를 읽을 때 책의 저자인 요코야마 히데오가 예전에 평단은 무시했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 의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도 오르고 수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저토록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을까에 대한 호기심에 주저없이 선택을 했다. 또한, 일본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의 순위에 오른 작품은 대체적으로 재미있다는 경험치에 의해 읽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론에서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소설에서 왜 현실성을 근거로 평을 하는지를 모르겠고 더구나 추리 소설류의 장르에서 그런 것을 중시한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다. 그렇게 읽은 책의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재미가 별로 없었다. 64가 초반에 다소 장황하게 펼쳐놓고 산만하게 전개되지만 뒤로 갈수록 반전의 묘미가 있었기에 이 작품도 그런 기대를 했다.

 

더구나, 읽다보니 책의 구성이 64랑 아주 유사했다. 경찰이 나오고 기자들이 나오는 방식이 작가의 패턴이라는 확신마저 들면서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반전의 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집중도가 떨어지고 대략적으로 눈치를 챌 정도였다. 추리 소설류를 읽을 때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진행되는지가 가장 초점으로 봐야 하는 줄거리인데 초반에 얼핏 의심을 했던 것 중에 하나로 마지막에 가서 밝혀지며 맥이 풀리기도 했다.

 

책의 구성은 다소 색다르다. 보다 ,전지적인 작가적 관점에서 내용으로 전개가 되어도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 한 명이 극을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데 반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러 파트마다 작가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관점에서 극이 진행되게 만들었다. 이런 것은 여타의 책에 비해 다소 다른 이 책만의 독특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이런 류의 영화를 보게 될 때의 느낌가 유사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두 손으로 죽인 어느 경찰이 자수를 하면서 시작된다. 모범적으로 한치 흐트러짐없이 경찰생활을 했고 아들을 병으로 일찍 잃었지만 부인과 함께 오손도손 살다가 더이상 치매에 걸린 아내를 편안하게 보내주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러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보고 내용을 전개하는 약간 색다르게 읽는 재미는 선사한다.

 

처음에는 현사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그 다음에는 경찰의 위신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조작이라고 여기는 검사의 입장에서 사건은 다시 급물사을 타지만 유야무야되다가 이 사건을 변호하게 된 변호사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사건을 구성하고 재판으로 넘어가 담당 판사의 입장에서 사건의 의문을 아주 약간 추적한다. 끝으로 모든 재판이 끝나 교도소로 간 경찰을 맡게 된 교도관의 입장에서 마지막 내용이 그려진다.

 

어느 누구도 경찰이 아내를 죽이고 이틀동안 무엇을 한 후에 자수를 했는지를 밝히지 못하지만 굳이 밝히려고 하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것은 확실하지만 경찰이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보거나 그의 행동을 볼 때 그가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 이외에는 꼭 밝혀서 재판에 보태야 할 이유가 없어 자연스럽게 종결이 된다. 스스로 이유를 결코 밝히지 않는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끝내 그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경찰 행동에 대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찾아간다. 그가 죽으려고 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어렴풋이 장기기증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의심을 했는데 그 이유랑 분명히 연결이 되어있었다. 물론, 그가 이틀 동안 했던 행동과 연관성은 있어도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그는 마지막에 울면서 작품은 끝이 난다. 

 

작품은 딱히 긴장감도 없고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루며 자신의 삶과 연관되어 바라보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묘사에서 경찰에 대한 측은지심이 발동해서 모두들 그를 보살피려 한다. 그가 1년 후에 죽겠다는 결심을 해서. 그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인데 현실적이지 않은 것과는 상관없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페이지가 짧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64는 비록 두껍기는 해도 재미있었는데 반해 이 책은 기대를 하기는 했어도 약간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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