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알게 모르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추리해 나가는 미스 마플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도 봤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러 작품들이 수많은 변주로 추리 소설의 교본이 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국내에도 전집이 번역되었다. 늘 읽어야지 마음만 먹다가 이번에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선택했다. 추리 소설의 베스트 순위에 항상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포함된다. 


우리가 소년 탐정 김전일을 볼 때마다 늘 반복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밀실 살인'이다. 폐쇄된 장소에서 어느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밀폐환 공간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분명히 이 장소에 함께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곳을 올 수 없는 환경이다. 범인은 늘 이 중에 한 명인데 어느 누구도 알리바이는 증명되고 살해 의도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런 본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이 추리 소설 베스트에 항상 등장한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이제는 추리 소설의 고전이라 불러도 된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이 작품이라도 우선 보자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지금도 흔하지 않은 여성 작가다. 추리 소설 분야는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다. 유혈이 낭자하는 스릴러 장르까지 확장을 했지만 추리 소설은 역시나 머리 싸움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머리싸움도 있지만 작가와 독자의 머리싸움도 있다.


작가는 될 수 있는 한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숨기려 한다. 여러 힌트를 계속 뿌리지만 알 수 없도록 만든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나오는 소설도 있지만 최소한 책의 3분의 2 정도까지는 밝히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누가 범인인지 밝히려 한다.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는 묘미와 이를 찾아내는 묘미가 바로 추리소설을 읽는 가장 큰 장점중 하나다.

이런 면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혼란에 연속이다. 추리 소설이라 읽지 않고 소설 하나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오래된 소설이라 지금과는 다소 형식과 내용 전개면에서 다소 다르긴 하겠지만. 괜히 추리 소설 베스트 순위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오르는지 읽어보니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대부분 영화나 소설을 읽다보면 누가 범인일 것이라는 추리를 하게 되는데 아무런 추리도 못했다. 


그저 멍하니 읽으며 내용을 쫓아갔다. 오히려 계속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어딘가에 비밀 장소가 있지 않을까 했다. 무엇보다 가장 황당한 점은 일반 추리 소설에는 반드시 주인공이라 불리는 사람이 한 명 등장해서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풀어낸다. 폐쇄된 장소에서 누군가는 살아남아 그가 최종적으로 범인을 밝히며 화려하게 결말을 맺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그렇지 않다. 그런 면에서 소설을 읽으며 추리를 못했다.


특정 인물이 등장해서 추리해내며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없다. 다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등장 인물 중에 단 한 명도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작품 속에 등장한 인물뿐만 아니라 읽고있는 나도 어리둥절하며 계속 살해되는 장면을 읽으며 추리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 엄청난 집중을 하며 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추리나 예측도 하지 못하고 작품 속 배경은 끝을 맺는다.


그 상태로 작품이 끝났어도 아무런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그 자체로 완전한 작품이었다. 다들 살해되고 죽는 장면이 자연스러웠고 단 하나의 의심이나 의문점이 있지 않았다. 마지막 인물까지 퇴장하는 장면 자체가 너무 자연스러워 어떤 의심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당연히 마지막 인물이라 판단했다. 그럴만한 오해를 할 수 있게 뉘앙스를 주기도 했다. 심지어 에필로그를 읽었을 때도 어떤 힌트도 주지않고 독자들에게 다시 되새김질 시켜주며 범인을 찾아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 상태로 작품이 발표되었다면 상당히 많은 소란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측때문에 밝혔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어느 누구도 아닌 작가 스스로 모든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역시나 혼자 모든 것을 하는 것은 힘들었고 조력자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다. 그렇게 내용은 끝을 맺는다. 역시나 추리 소설 고전으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이 읽고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이유가 있는 작품이다. 정말로 그곳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러면 혼 난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통 추리 소설을 원한다면.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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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책 중에 가장 괜찮은 것은 추리소설류다. 일본에서 나온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추리 소설쪽이 워낙 발달해 그런지 그 분야는 많이 읽게 되었다. 그것도 나는 어딘지 조금 안 맞는 것도 있다. 일본 추리, 스릴러 소설보다는 서양 쪽이 더 재미있다. 일본은 발음상 문제로 영어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번역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출판시장이 생겼다. 


인구도 많고 책도 많이 펴 내니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정도로 다양한 책이 있다. 그만큼 필력과 내용이 좋은 책이 많을 것이라 판단되는데 지금까지 일본 번역 책을 읽고 서양에서 번역된 책에 비해 깊이와 놀라움과 깨닫게 해 준 책이 없다. 자연스럽게 일본 책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읽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읽는 책 분야가 그럴 수 있기도 하다.


대신 약간 소프트한 책은 그나마 읽을 만한다. 그마저도 우리나 그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 뻔한 책을 번역해서 소개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선입견이 무섭다고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본책을 읽지 않느냐하면 그건 분명히 아니다. 1년 단위로 쳐도 몇 십권은 읽는다. 차라리 특이한 소재 책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해야 할 듯 하다.


일본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고 선정하는 책들이 있는데 몇 권을 읽었더니 다 실패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책 마케팅에 이 문구가 있으면 읽는다. 그 중에서 한 권이 <64>였다. 꽤 두께가 되었는데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박하거나 스펙타클한 내용은 아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칠 지경인 책도 아니다. 추리 소설의 핵심인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재미있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드라마의 힘이었다. 이 설명은 애매하고 내러티브의 승리였다. 탄탄하게 조금씩 조금씩 본질을 향해 접근해 가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그 이후 번역 된 <사라진 이틀>도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탄탄한 설정과 느린듯하지만 잘 짜여진 구조를 읽는 맛이 훌륭한 작가였다. 한동안 추리소설쪽을 읽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좀 읽고 있는데 - 여러가지 머리 쓸 때는 이런 분야가 최고 -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이 모여 있는 걸 도서관에서 알게 되었다.


보통 그럴 때면 연대순으로 읽는다. 첫번째 책이 <그늘의 계절>이다. 몇 권 중에 첫번째 책이었고 읽었다. 다만 내가 놓친 것이 있었다. 단편이었다. 이상하게도 난 단편이 모여 있는 책은 별로다. 기껏 익숙해지고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내용이 끝난다. 그 자체로 끝났기에 괜찮은데 다른 작품이 또 시작한다. 또 다시 익숙해지고 적응해야 한다. 몇 개의 작품이 모여있으면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그게 좀 싫다.


막상 <그늘의 계절>이 단편 모음집이었다면 선택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읽고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끝나고 알았다. 그래도 이 단편이 인기가 좋아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는 시리즈 물로 썼다고 하는데 두번째 에피소드에 전 편의 주인공은 가볍게 잠시 출연하고 만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다. 자리를 내 놓지 않으려는 전직 경찰을 찾아갔지만 단호히 싫다고 해 추리했더니 나름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에 그 이유를 유추하게 되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자리를 내 놓았는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추리한 내용이 맞아 떨어졌다. 어느 누구도 무엇이라 할 수 없는 완전한 해결이 이뤄졌다. 그것도 은퇴하고 나서. 내용이 재미있다. 100페이지로 끝나는데 그걸로 책 펴내기는 애매해서 다른 단편도 있다. 이 점만 제외하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몇 권 더 있는데 그 책 중에 단편모음집이 아닌걸 읽어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단편이잖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용은 짧고 굵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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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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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썼다. <책으로 변한 내인생>에 썼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 지 잘 모르겠다면 리뷰가 많은 책을 고르면 된다고. 최근에는 그런 걸 굳이 찾지 않고 도서관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고른다. 무엇인지 몰라도 끌리는 책을 택한다. 추리, 스릴러 장르는 워낙 방대해서 좀 망막한 면이 있다. 간만에 인터넷 서점에 가서 리뷰 숫자가 100이상 있는 것만 따로 적었다.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더 쉽지 않다. (이런 리뷰를 1년에 약 200권 올리는 나란 놈은~~!!! ㅋㅋ)


정말 재미있거나 재미없어야 쓰게 마련이다. 그렇게 택한 책 중에 하나가 13계단이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도서관에서 빌리다 보니 이 책이 다카노 가즈야키 작품이었다.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던 <제노사이드>작가였다. 그 이후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았는데 불행히도 다른 작품이 없어 읽지 못했는데 이 작품이 떡하니 그 옆에 있었다. 더이상 고민할 필요없이 읽었다. 작가가 재미있게 쓰는데 읽고 싶어도 책이 없어 읽지 못했던 작가니 말이다.


일본 추리소설은 상당히 강점이 있다. 워낙 그분야 장르가 발달해서 그렇다. 그래도 일본보다는 유럽쪽이 좀 더 끌리는데 일본 추리소설은 약간의 호불호와 편차가 좀 존재한다.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뽑기라는 표현을 한다. 재수없으면 안 좋은 제품이 걸려 잔 고장이 많은 제품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일본 추리소설도 그런 면이 있다. 재미있다고 해도 막상 읽어보면 나에게는 다소 재미가 덜 한 경우가 있었다.


유명 작가 작품중에서도 어떤 작품은 재미있고 어떤 작품은 재미없는 경우도 있다. 전작주의처럼 될 수 있는 한 작가의 작품이 재미있으면 다른 작품도 있는 편이지만 일본 작가는 그런 면에서 꼭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데 다카노 가즈야키도 저번 작품은 별로였다. <KN의 비극>은 다소 추리장르도 아니고 조금 애매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그 작품 하나로 옅어지지 않아 읽게되었다.


어느 덧 일본 소설을 꽤 읽은 덕분인지 처음부터 여러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중심 인물 위주로 작품이 진행되어 그런지 소설 속 인물들이 혼동되지 않았다. 초반에 늘 여러 인물들의 이름이 헛갈려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것 없이 한 번에 누가 누구인지 알면서 읽었다. 

살인 죄로 복역중이던 미카미 준이치는 가석방이 된다. 직접 죽인 것이 아니라 정상참작이 되었다. 집에 온 그는 가족 모두가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사사건은 끝이 났지만 민사는 남아 피해자 가족에게 부모가 여전히 돈을 다 주지 못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때 마침 교도관이었던 난고 쇼지가 은퇴를 결심하며 사형수의 무죄를 풀어줄 사건을 변호사에게 의뢰받는다. 난고 쇼지는 미카미 준이치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난고 쇼지는 2번의 사형집행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살인을 직접 저지른 살인자와 자기의 상황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형수가 무죄라는 판단과 함께 이 사건의 착수금과 성과금이 높아 해결하여 은퇴해서 빵집을 차릴 염두였다. 미키미 준이치도 생활고에 힘든 가족 상황에 함께 참여해서 상당수의 돈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인 끝에 함께 하기로 한다.


이들은 사형수가 보호관찰 중에 잘못을 저질러 보호관찰자를 사형한 것으로 결론나 있는 사건을 뒤집으려 한다. 처음부터 다시 조사한다. 안타깝게도 사형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살해사건 근처에 교통사고로 쓰러졌던 것 이외에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겨우 계단이 있었다는 것만 떠올릴 뿐이었다. 이들은 어렴풋한 사형수 기억에 의지해서 단서를 찾아나선다. 담당 검사가 아직 근무하고 있어 그의 협조도 받는다. 처음 사형선고를 내렸던 자신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검사는.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난고 쇼지대로 자신의 사정이 있고 미카미 준이치도 자신의 사정이 있어 이 또한 소설 내용에 한 축으로 담당한다. 대부분 추리소설은 뒤로 갈수록 범인이 들어나고 맥이 좀 빠지면서 예측 가능한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13계단>은 그렇지 않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겨우 겨우 사건 해결에 들어갈 때즈음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이중의.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초반은 다소 느리고 진지하게 정독을 한다면 중반을 넘어갈수록 시간이 정지되고 책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나도 모르게 정독보다는 속독식으로 읽게 된다. 이런 책이 추리 소설의 묘미다. <13계단>이 그렇다. 더구나 유럽 추리소설보다는 페이지도 짧은 약 380페이지정도 된다. 사형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우리와 달리 사형을 집행하는 일본에서 이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읽은 책은 새책이 아니라 낡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뒤로 갈수록 손에 침이 묻을 수도.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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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출판사인 밝은 세상은 재미있는 책을 많이 출판한다. 몇몇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며 여타 다른 번역 작품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거의 대부분 프랑스 계열쪽인데 -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 무조건 믿고 읽어 보지는 않지만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읽게 된 것은 <너는 모른다>다. 유럽 추리 스릴러 소설을 미국쪽보다 더 많이 읽게 되었는데 최근 많이 출판되는 쪽이 북유럽과 독일정도다. 또한, 의도하지 않고 읽었던 책들의 작가가 여성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정작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다. 전집이 도서관이 가면 있어 늘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며 매번 선택을 하지 못한다. 전집인데 하나 시작하면 계속 읽어야 하니 무려 60권이 넘어 주저하게 된다. 소설을 읽을 때 딱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추리, 스릴러 장르적 특징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싶다. 굳이 여성적 섬세함이나 남성적 묵짐함따위는 없어도 된다. 얼마나 독자로 하여금 쫓아오게 만드냐가 핵심이다.


카린 지에벨은 이번 작품이 처음 읽은 작가인데 다소 생소한 작품이었다. 기존에 읽었던 장르적 내용과는 달랐다. 뻔하고 뻔한 내용 전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신선했다. 반대로 내용 전개가 딱히 스펙타클하지도 않고 고정된 장소에만 거의 대부분 내용이 이뤄지고 있어 너무 반복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소설의 광고중 하나가 <미저리>를 능가한다고 하는데 영화를 본 입장에서 - 소설은 못 읽고 - 능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어느 쇠창살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느 여인이 쇠창살 앞에 서 있다. 나는 형사다. 대략 이런 식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형사인데도 불구하고 갇혀 있다. 그것도 나를 가둔 여성은 호리호리할 정도로 힘도 약해 보인다. 내가 갇혀있는 이유도 전혀 알 수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여성이 돌아달라고 해서 도와준 후 집까지 초대해서 가볍게 와인을 마신 후 이렇게 되었다.

여인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왜 죽였는지 묻는다. 나는 아무런 기억도 없다. 오래도록 나를 관찰하고 조사하며 나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했다. 그런 그녀는 확신에 가득차서 자백을 강요한다. 먹을 것도 주지 않는다. 가득이나 계절은 겨울이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난방도 되지 않고 이불도 주지 않고 옷마저 빼앗아 추위에 덜덜 떨게 된다. 집요하게 여인은 온갖 고문으로 자백하라고 요구하지만 불지 않는다. 하지 않은 일이라.


이런 식으로 내용 전개가 될 때 진짜로 살인한 적이 없는 경우도 있고 살인하지 않았다고 믿는 순간 마지막 반전으로 살인했던 것을 알려주며 끝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중요한 점은 얼마나 내용이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느냐가 핵심이다. <너는 모른다>에서는 시종일관 두 사람이 밝히라 말하고 한 적이 없다고 외치며 서로 밀당한다. 한 쪽은 고문이고 한 쪽은 될 수 있는 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 하며.


부수적으로 갑자기 실종되었으니 관련 주변 인물들이 벌이는 내용도 함께 곁들여 있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굳이 주변 인물에 대해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두 사람에게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책 두께가 반으로 줄었을 것이라는 점은 있지만. 책은 술술 읽힌다. 책 후반에 들어가며 좀 더 집중하게 된다. 과연, 쇠창살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될 듯하다는 뉘앙스와 함께. 설마, 이렇게 죽을까에 대한 희망도 간직하며.


소설은 끝에 가서는 좀 그렇다. 그걸 알아야 더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그걸 알며 왜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느냐는 사람도 있는데 난 후자 쪽이라 서술은 안 하겠지만 결말은 갑자기 뚝~~ 인 느낌이었다. 몇 페이지 남지 않아 후속편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주 깔끔하게 끝은 난다. 2권 중 이 책이 좀 더 얇아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으니 - 이런 책을 재미있게 읽지 않으면 읽을 이유가 없으니 - 그걸로 족하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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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하가시노 게이고 작품이다. 한국에 소개된 추리류 소설가 중에 가장 많은 책이 출판되지 않았을까 한다. 모든 작품이 전부 내용과 구성이 탄탄하다. 제일 신기한 것은 각 작품마다 어떻게 그런 기획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악의>도 읽다보면 두 번의 반전이 나온다. 온 몸이 짜릿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단하다. 이럴 때 마다 매번 느끼는 것은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전부 완성한 후에 책을 쓰는 것인지 쓰다 조금씩 변하는지 인데 <악의>같은 경우 처음부터 전체적인 내용 구성이 끝난 후 썼다고 본다.


내용 전체를 볼 때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에 대한 완전한 구성이 없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다. 한편으로는 책 내용 자체를 볼 때 충분히 200페이지 정도로도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을 300페이지 넘기면서까지 쓸 수 있는 필력도 놀랍다. 책 제목인 '악의'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도 책 마지막에 드디어 알게 될 정도로 감추고 또 감추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용이 전개되며 치밀하고 촘촘하게 거미줄처럼 짜여있는 내용전개에 놀랄 틈도 없다. 그저 읽다보면 하나씩 밝혀진다.


일반 추리 소설류가 대부분 내용이 전개되며 뒤통수를 친다고 숨기면서 반전을 이뤄내려 하지만 대부분 독자들이 어느 정도 예측을 이미 한 상태다. <악의>는 그런 것 없이 아예 처음부터 알려준다. 정답이 나왔지만 문제 풀이를 모른다. 기소를 하려면 정답만 갖고 안 된다. 살인했다는 결과물만 들이대면 이는 잘못이다. 왜 죽였는지를 밝혀야 한다. 어떻게 죽였는지도 알아야만 정답이다. 내가 살인을 했다고 해도 정황과 상황과 증거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무죄가 된다.


소설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가가형사와 살인자인 노노구치 오사무. 최초 발견자였던 노노구치는 시간이 지나며 살인용의자로 부각된다. 가가형사는 그가 갖고 있는 알라바이를 하나씩 깬다. 결국 노노구치가 살인자라는 것을 밝히고 노노구치도 고백을 한다. 그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가가형사는 무엇인가 이상하다. 살인 결과는 변하지 않지만 범행동기가 석연치않아 좀 더 조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진실이 주된 내용이다. 악의는 악한 의도를 말한다. 처음부터 악한 의도를 갖고 조정당하는 경우도 있고 선한 의도가 악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악한 의도를 갖게 된 계기와 배경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선입견과 편견을 갖는다. 왜 그런 판단이 생겼는지 제대로 따져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미 생긴 편견과 선입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바라본다. 반대도 있을 것이라는 고려를 하지 않는다. 


살인자 노노구치는 이유없이 악의를 갖고 있다. 실제 그가 한 행동은 이해불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일이 너무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같은 경우 대부분 이즘이 문제다.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놈의 사념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된다. 내가 옳고 찬성하지 않는 모든 것은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을 제거해야만 끝이 난다. 어릴 때 생긴 이런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은 평생 한 개인을 지배한다.


늘 열린 마음을 갖고 다양한 지식습득해야 하는 이유다. 지식은 득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특정 지식만 쌓으면 점점 독으로 성장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지식으로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개인이 가장 무섭다. 말이 통하지 않고 벽에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지 더더욱 그의 세계관은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소설 <악의>는 이렇게 잘못에 사로집힌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자체는 '우와~!'하면서 넘기며 볼 정도는 아니다. 상당히 색다른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측면이 좀 독특하다. 결과물이 나온 후에 나중에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노노구치 관점과 가가형사 관점에서 책은 교차되며 써져있다. 서로 속이고 밝히는 이야기라 그걸 읽는 재미로 보는 측면도 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페이지가 짧아도 좋았을 듯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종류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읽을 일본 추리 소설

http://blog.naver.com/ljb1202/142162096

용의자 X의 헌신 - 천재의 대결
용의자 X의 헌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06.08.10 리뷰보기 히가시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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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 인류의 미래는?
제노사이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2.06.19 리뷰보기 제노사이드는 집단학살이라고 한다. 제노사이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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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 포기하지 않는다
64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 출판 검은숲 발매 2013.05.08 리뷰보기 이리 두껍고 글이 빼꼼하게 채워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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