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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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추리 소설은 처음이다. 추리 소설은 어떻게 보면 킬링타임용이다. 굳이 왜 읽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도 무방하다. 말하자면 재미없으면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재미있는지 여부를 모른다. 읽기 전에 알 방법이 없다.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나 작가는 지극히 통속적인 내 입장에서는 재미있다. 그럼에도 어떤 작품은 별로인 경우도 있다.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막상 읽어보면 별로다.


내 경우 소설은 묘사보다는 얼마나 치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느냐 여부에 더 집중하기에 내용이 흥미로워야한다. 아쉽게도 추리 소설은 너무 분량이 길다. 꼭 작가가 길게 써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만큼 묘사가 자세하고 캐릭터를 알려줘야 하는 측면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길다. 그런 면에서 이 책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재미도 있고 분량도 겨우(?) 300페이지다.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어지간한 추리소설은 거의 틀림없이 400페이지는 가볍게 넘는다. 심지어 700페이지 정도되는 추리 소설도 많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건 안다. 실제로 어떤 책을 보니 원저는 300페이지인데 번역된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경우도 봤다. 그러다보면 좀 피하게 된다. 최근 소설이 유럽쪽이 많은데 그렇게 분량이 긴게 유행인지는 모르겠다. 예전 책은 훨씬 분량이 짧아도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탄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이다.


추리 소설의 핵심은 역시 의표를 찌르는거다.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와 작가가 서로 보이지 않는 대결을 펼쳐야한다. 작가는 계속 꽁꽁 숨기며 진짜 범인을 밝히지 않는다. 여러 떡밥을 곳곳에 숨겨놓기는 해도 밝히지 않도록 한다. 독자는 읽어가며 계속해서 끝까지 유추하며 누가 범인인지 밝힌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로 범인은 갑자기 느닷없이 튀어나오면 안 된다. 무조건 이미 등장한 인물 중에 한 명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의 배신이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의 시작은 이렇다. 어느 가정집에 가족이 살해되었다. 살해된 사람은 두 명이다. 둘의 사이는 부부다. 죽은 것은 두 명이지만 실제로는 3명이다. 아내의 뱃속에는 아직 출산못한 아이가 있다. 끔찍한 살해 사건이다. 단순히 두 명을 죽인 것으로 끝내지 않고 뱃속 아이까지 죽였다. 칼로 아내의 배를 찔렀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도 칼로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 흔히 말하는 밀폐된 공간이라 외부의 출입은 쉽지 않다.


이럴 때 분명히 치정에 얽힌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바람을 피웠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을 죽인 것으로 보였다. 어렵지 않게 살해범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치정이 얽혀있었다. 하지만, 그 살해범은 경찰에 발각되고 도망가는 와중에 수많은 인명피혜를 입혔고 사고로 죽었다. 그렇게 사건은 초반에 손쉽게(?) 해결된다. 이 소설의 처음이자 모든 것이 된 사건이다. 여기서 이 책의 제목인 기억나지 않는 형사가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다.


책을 읽으며 뜻밖에 타임슬립이 나오나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지 갑자기 6년이 흐른다. 여기에 작가는 영악하게도 독자를 속이는 여러 페이크를 계속 독자에게 던진다. 그것도 모르고 기꺼이 독자는 모르고 속는다. 아니면 멍청한 나만 속고 있는 것이거나. 여기서 또 다시 교묘하게 교차편집처럼 의도적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혼란을 가중한다. 게다가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교대로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이미지를 섞어 버린다.


추리 소설이고 내용의 핵심이 되는 것이라 더이상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잘 만들었다. 뒤로 갈수록 반전이 나오다가 다시 또 반전이 나오면 놀라게 만든다. 거기서 또 한 번 의표를 찌르며 독자로 하여금 거의 마지막 가서야 범인 윤곽을 알아맞추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범인의 상황과 이 책에 나온 인물의 상황이 일치하게 만든다.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시키는 작용을 한다. 사실 찬호께이 작가는 <13.67>로 알게되어 읽으려다 이 책이 먼저 출시되어 읽게 되었다. 다음 작품을 읽어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처음 읽는 홍콩추리소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휘리릭 읽었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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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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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 B급 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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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맨 -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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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블라인드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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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용보다 마케팅에 나온 문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아이슬란드 인구 1/3이 읽었다는 내용보다는 다음과 같다.

인국 1000명당 작가수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라고 한다.


저자 이름만 보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저자 이름인 라그나르 요나손이라고 하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이 떠올랐다.

괜히 친근감이 들어 읽어보고 싶다는 판단이 거의 즉흥적으로 들어 읽게 되었다.


저자는 아가사 크리스트의 작품을 14편이나 번역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책은 전개는 아가사 풍이 나도 모르게 느껴진다.

반드시 꼭 그런 것은 아니여도 대부분 추리 소설은 아가사나 셜록과 같은 몇 가지 뿌리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 추리는 스릴러와 만나 다소 다른 길로 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작품은 추리를 하며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워낙 북유럽은 잘 모르는 지역이고 문화긴 해도 

최근 한국에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되며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지만

아이슬란드는 정말로 미지의 국가이며 완전히 생뚱맞다고 할 정도다.

떠오르는 것은 눈이 있고 얼음이 잔뜩있는 국가라는 이미지정도다.


생각보다 소설이 많이 발행되고 사람들이 읽는다는 걸 이번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작가가 저렇게 많으니 자기들끼리 책을 출판하고 작가가 되고 서로 구입하나..

이런  생각이 들며 그렇게 되면 그것도 꽤 긍정적인 선순환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판단이 들었다.

소설은 완전히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추리소설이 어느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사건에 휘말리며 풀어내는 과정을 그렸다고 하면

이 작품인 <스노우 블라인드>는 완전히 생 초짜가 사건을 다루게 되는 내용이다.


이제 막 경찰이 되어 완전히 외딴 곳인 - 아이슬란드에서도 중심에서 아주 먼 -

지역에 제안을 받고 경력을 막 쌓기 시작한 아리 토르가 맡게 된 첫사건이다.

커다란 사건도 없었고 문도 닫을 필요가 전혀없는 조용한 동네에서 사람이 죽는 사건이 생긴다.


유명한 소설가가 작품 공연을 준비하다 죽었는데 워낙 고령이라 자연사로 처리 되려 했으나

아리 토르는 이 사건을 우연히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이상한점을 발견하고 더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다른 사건까지 함께 겹치며 의도적으로 독자의 주위와 시선을 분산시킨다.


계속 추리소설류를 읽는 것은 부담없이 술술 읽히며 시간보내기 위한 거다.

문학작품을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 선택한 과정인데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 중에 재미있는 책이 거의 없어 갈수록 실망이 더 커진다.

<스노우 블라인드>도 나는 별 재미가 없어 100페이지 읽고 때려치울까하다 끝까지 읽게 되었다.


당분간 추리소설은 포기하고 차라리 문학작품을 읽는것이 다소 시간이 걸려도 더 의미있을 듯하다.

내용이 계속 이어지며 어떤 사람이 과연 범인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읽어갈수록 그다지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지 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아무래도 내용도 짧아질 듯 하여 평소 리뷰 쓰는 스타일과 달리 짧게 줄로 처리해 썼다.

역시나 추리소설은 내가 리뷰를 좀 살펴보고 읽어보는 것이 확실한 듯 하다.

이번 겨울과 잘 어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나와 더 좋긴 했는데 내용은 좀 그랬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리뷰가 짧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와 달리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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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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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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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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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소설은 제목에서 많은 걸 함축한다. 모든 책이나 작품은 제목이 참 중요하다. 제목만으로도 선택 여부가 결정될만큼 어떤 내용을 알려줄 것인지와 펼쳐질 것인지 알게된다. 솔직히 <소름>은 이 책을 선택할 때도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피부에 잘 와닿지 않았다. 다만 영어 제목인 chill의 뜻을 확인하면서 그게 소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시 책의 전체 내용을 되돌아 보니 소름이라는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책은 어디까지나 지난 여름에 몇 명의 작가들이 이번 여름에 읽을 책으로 선정했던 걸 키핑했다가 이번에 기억나 읽게 되었다. 책은 누군가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어느 남편이 자신의 아내가 사라졌다며 찾아달라고 아처라는 사립탐정에게 의뢰하면서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소설은 그 다음 내용이 뻔한다. 아내를 찾으며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나오고 숨겨진 진실이 나온다. 여기서 반전과 진실은 아내와 관계 되어있다.


더구나 의뢰를 한 남편하고도 분명히 큰 연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추리소설은 분명히 그랬다. <소름>도 초반에 충실히 그 형식을 따른다. 아내와 가장 가까운 인물부터 추적하고 하나씩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아내가 사라진 장소로 근접한다. 그 과정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내용을 발견한다. 내가 알고 있는 아내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것에 놀라며 소설은 더 진행된다.


이런 뻔한 패턴에 따라 진행되던 소설은 의외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를 찾는다. 대략 100페이지 내외에서 아내를 찾는다. 이렇게 되면 다소 김이 샌다. 아내를 찾으며 여러가지 사건이 추가되고 여전히 아내의 행방은 오리무종이 되며 무엇인가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벌써 찾았다. 더구나 딱히 별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실망하게 된다. 자,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된다고 알려준다.

지금까지 열심히 아내를 찾으며 다소 이상한 행동을 발견했지만 주변 인물들이 이상하지 않았다. 갑자기 느닷없이 살인사건이 난다. 더구나 살인사건은 아내와 연관이 있지만 아내는 살인을 저질르지 않았다. 사건을 의뢰한 남편은 정말로 의뢰한 것 이외는 아무런 인물도 아니다. 그저 소설 도입부에서 등장한 인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다. 심지어 아내마저도 초반에 밑밥을 뿌리는 인물 이상도 아닌 걸로 소설은 연결된다.


추리, 스릴러 장르를 다시 읽기 시작하며 다소 하드보일드한 장르를 많이 읽은 듯하다.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 많이 나오고 머리도 비상하며 일반 사람으로 보기에는 힘든 인물들. 최근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추리 소설류의 배경과 작품 발표 년도가 80년 이전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이코패스같은 인물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 마디로 아가사크리스트에 나올법한 인물들이 중요 배역이다.


오히려 이런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소설을 쓴 작가도 굳이 이야기하면 근대 작가라 소설 스타일이 조금은 느리고 부연 설명도 많지만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이 다소 들었다. 무엇보다 흔히 말하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휘몰아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것은 최근 작품에서 읽을 수 있지만 <소름>은 그런 건 없다. 끝까지 소설이 어디로 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처음 시작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로 계속 들어가는데 이 모든 것들이 전부 이어진다.


그것도 과거 10년도 넘은 것들과 지금이 연결되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거의 끝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과거 살인사건이 다시 재 등장하며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여러 사건이 의문에 사로잡힌다. 당시 인물들이 이제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초반에 등장했던 아내가 다시 중요인물이 된다. 여전히 남편은 병풍이고. 그렇게 소설은 뜻밖에도 실타래가 꼬인 여러 인물을 휘감고 찾는다.


소설 <소름>은 최근 추리소설과는 궤를 달리한다. 묵직하게 천천히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다. 일단 선로 위에 출발한 기관차가 마지막 역을 향해 느린듯 쉬지 않고 달려간다. 엄청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 책은 아니다. 그 재미가 다른 종류다. 묵힌 김치를 볶은 느낌이랄까. 심지어 주인공 아처가  상대방이 휘두른 막대기에 맞고 쓰러져 기절도 한다. 그저 추리하며 범인을 찾아가는 업무를 볼 뿐이다. 그래도 정통 추리소설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손에 땀을 쥐는 건 없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진중하게 읽는 맛.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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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세상에서 - 조 커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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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인의 딸 - 추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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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 죽음을 보는 눈
구사카베 요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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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중요한 문구가 '형법 39조'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박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경감한다.' 이러한 법 조문이 한국에도 그대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39조는 아닐 듯 하다. 일본에 있는 법 조문인데 외국 영화를 봐도 정신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살인을 저질러도 어느 정도 병으로 인한 죄로 참작을 해 준다.


저자인 구사카베 요는 현역 의사로 재직하며 소설을 썼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문단에 등단하는 제도로 안다. 이마저도 똑같이 장르 소설은 상관없다. 대부분 장르 소설은 처음부터 글을 쓰던 사람이 쓴 것도 좋지만 자신이 했던 직업과 관련된 업무와 상관있는 주제와 소재를 갖고 할 때 더 재미있다. 직업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디테일과 묘사부분이 뛰어나고 현실에 더 가깝게 글을 쓴다.


이 책 역시도 의자 저자답게 의사가 등장한다. 대부분 소설과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은 의사인 다메요리라고 하긴 좀 뭐하다. 다메요리라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힌트를 발견하고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저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인 한 측면을 담당한다. 다메요리는 환자의 징후를 빨리 파악한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환자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다.


될 수 있는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거나 완화시키는 노력을 크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을 환자는 낫고 완치가 힘든 환자는 백약이 무효다.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도로 끝낸다. 이런 부분은 실제 의사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지만 그래도 의사 작가이니 완전히 허구는 아닐 듯 하나 소설에서 묘사는 너무 자세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닐 듯했다. 환자에게 헛된 믿음과 불안을 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려 노력한다.


자신이 치료를 한다고 낫는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 이미 치유될 예정이라 좋아진다고 본다. 이런 부분에 있어 그렇다면 의사가 왜 있어야 하며 수술은 왜 하냐고 볼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은 외과냐, 내과냐에 따라 달라질 듯 보인다. 소설 시작과 함께 살인사건이 나온다. 어느 학교 선생 4인 가족의 몰살이다. 집에 있는 사진과 똑같은 자세로 살해되었다. 어떤 이유로 살해되었는지 어떻게 침입했는지 어떤 방법인지 알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나 맞을 모자가 있고 신발은 어른 신발이다.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어느 날 다메요리 의사에게 한 임상심리사가 연락을 한다. 나미코라는 임상심리사가 무차별 살해하는 현장에서 미리 눈치채고 피할 수 있게 도와준 다메요리에게 부탁을 한다. 현재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토미라는 아이가 그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고백했다. 진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신비성있는 묘사에 다메요리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서 형법 39조에 의문을 갖고 부당한다고 생각하는 하야세 형사가 있다. 그는 살해범을 잡았지만 심신상실 내지 박약때문에 죄가 경감되는 것에 울분을 토한다. 부당한 법이라고 본다. 주요인물 2명이 더 있다. 선척적으로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이바라와 병원을 운영하며 확장하고 있는 시라가미다. 상당히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고 주요 인물들이 소설 400페이지가 넘도록 딱히 연관성이 없다.


여기서 중요한 연결고리로 사다가 나온다. 사다는 임상심리사 나미코의 전 남편으로 허세가 많고 허풍이 쎄다. 계속 나미코를 괴롭히고 형법 39조를 이용할 생각도 한다. 이런 인물들이 계속 얽히고 설키며 점차 의문이 든다. 여러 인물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보이지만 몇몇 인물은 확실히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내용은 쫘아악 펼쳐져 있고 각각 캐릭터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전개가 예측되지 않는다.


초반 서로 연결되지 않고 연관성이 없던 인물들이 중간이 넘어 3분의 2 지점부터 하나씩 연결되고 서로 이미 만났던 인물로 된다. 책 제목인 <무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형법 39조에 따른 정신병을 갖고 있는 인물이 왜 위험한지와 죄를 경감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책을 다 읽게되면 이해는 간다. 사람을 죽인 살해범에 대한 용서와 처벌은 다른 영역일 수 있지만 이런 전개는 꽤 흥미롭고 괜찮다.


책이 너무 길게 이어지는 점이 단점이다. 요 네스뵈의 소설이 너무 길어 몇 권 읽고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는데 <무통>은 처음 읽을 때 이렇게 두껍고 긴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읽는데 큰 지장은 없다. 소개된 인물 중 어떻게 보면 제대로 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인물이 없다. 다들 겉모습과 달리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어떤 인물은 겉모습부터 문제 있어 보이지만 차라리 순수하다. 


우리가 그런 것이 아닐까.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해 보인다. 내가 아닌 타인은 다 늘 웃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볼 때 나도 그렇게 보인다. 스스로 멀쩡하게 생각될지라도 어느 정도 정신적인 문제는 약간씩 다 갖고 있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뿐이다. 통증이 없고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고 병이 사라진 것도 완치된 것도 아니다. 예방이 더 중요하겠지만 워낙 다양한 인간군상이 살아가는 우리는 그래도 희망과 믿음을 갖고 살아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책이 좀 두껍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의학과 추리가 결부되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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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캔버스
하라다 마하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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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범을 다루는 추리 소설보다는 이상하게 미스터리한 내용을 역사와 잘 결부시킬 때 제일 재미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일으킨 <다빈치코드>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본 소설 중 음악가나 미술가를 물론이고 관련된 음악 악보나 미술작품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영화나 책이 참 재미있다. 어딘지 모르게 미술작품에 대해 관심을 자꾸 가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미스터리 작품 때문이 아닐까.


잘 알려진 작품을 근거로 사실과 진실을 약간 비틀어 알려주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낙원의 캔버스>처럼 잘 모르는 작품을 소개하며 그 뒷배경을 근거로 펼쳐내는 작품도 재미있다. 내가 전혀 모르고 있는 분야라 뭐가 진짜인지 아닌지 전혀 모른다. 있음직한 내용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라 믿으며 읽는다. <낙원의 캔버스>는 앙리 루소라는 화가가 소재다. 정확히는 앙리 루소가 그린 <꿈>이다.


분명히 내가 선택한 책은 일본 작가가 쓴 책이었다. 책이 시작하자마자 오리에라는 인물이 나오며 일본을 배경으로한다. 초반에 앙리 루소 작품전을 위해 MOMA(Museum of Modern Art)가 당분간 리모델링을 하며 앙리 루소 작품전을 일본에서 개최하려 하는데 일개 미술관 감시원인 오리에를 그 협상대장자로 지명한다. 다들 깜짝놀라며 오리에를 찾았다. 오리에는 앙리 루소에 관한 논문을 쓸 정도로 앙리 루소 전문가였다.


앙리 루소라는 작가는 솔직히 처음 들었다. 책을 읽으며 앙리 루소가 진짜로 현존했던 작가인지 궁금해서 찾아 봤다. 실제로 존재했던 화가였다. 자세한 부분은 모르지만 <낙원의 캔버스> 책에 의하면 일요화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창작한 작품은당대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그림은 조악하다는 표현도 들었다. 원근법 등을 무시한 작품으로 세관원 직업을 가졌던 적이 있어 더 무시당했다.


후대에 앙리 루소는 피카소를 비롯한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앙리 루소가 활동하던 시기와 피카소 등이 활동하던 초기가 맞어떨어진다. 이 책은 앙리 루소가 그린 <꿈>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작품이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이 위작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전설적인 인물이 각종 희귀 작품을 소장했는데 그 중 하나가 앙리 루소 작품이었다. <꿈을 찾았다>가 그 작품으로 위작여부를 가려야한다.

당시 앙리 루소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을 때 MOMA에 근무하던 팀 브라운이 여러 논문을 발표하며 가장 전문가였다. 이렇게 팀 브라운과 또 한 명인 오리에가 초대되어 위작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둘 다 무엇인가 미심쩍다. 원래 초청대상자가 아닌 그 부하직원 형식으로 초대받은 듯하여 제대로 전문가인지 여부도 애매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소설이 아닌 실제처럼 느껴졌다.


이들은 위작여부를 가리는데 총 일주일 시간이 주워졌다. 위작여부를 가리는 방법은 뜻밖에도 생소한 이야기다. 매일 하루에 한 챕터씩 책을 읽는다. 책을 다 읽은후 진짜인지 가짜인지 여부를 서로 토론해서 결론 짓는다. 가장 타당성있게 주장한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의견으로 결정된 인물에게 앙리 루소의 <꿈을 찾았다> 소유권을 획득한다. 주인공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앙리 루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재미있게도 분명히 일본 작가가 쓴 작품인데 배경이 프랑스이고 주요 등장인물이 전부 서양인이라 일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더구나 초반 오리에가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면 전부 팀 브라운 입장에서 내용이 전개된다. 일본 책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책을 읽으며 다음 내용이 궁금한 책이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빨리 빨리 다음에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해 흡사 속독하듯이 읽게 되는 추리 소설이 <낙원의 캔버스>였다.


이미 중간 정도부터 대략 눈치를 챈 점은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도대체 앙리 루소의 작품의 진위여부와 피카소와 연관성이 더욱 핵심으로 부각되며 호기심과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앙리 루소만의 이야기였다면 재미가 덜 했을수도 있다. 내용이 전개될수록 갑자기 피카소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피카소가 개입되며 독자입장에서는 더욱 긴장감이 높아지고 앙리 루소의 <꿈>의 배경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작품 속 인물에 대한 힌트까지 언급된다.


앙리 루소도 처음 듣는 실정에 <낙원의 캔버스>에 나온 이야기가 실제 작품속 뒷배경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더 재미있다. 내가 몰라 그렇지 이 책을 읽은 후 찾아보니 앙리 루소의 몇몇 작품은 본 적이 있었다. 이런 페이크 작품이 참 재미있다. 작품 속 배경이 된 여러 위치와 장소는 실제 앙리 루소가 자주 다녔던 곳이고 <낙원의 캔버스> 저자는 MOMA에 파견근무도 했다고 한다.


움베르트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확실히 역사와 미술작품을 현대적으로 재 해석하고 각색해 추리 장르와 엮을 때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는 듯하다. 올 여름 가장 만족한 추리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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