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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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와 세 남자. 인류 역사에 있어 이런 구조로 형성되면 반드시 한 여자를 두고 세 남자가 서로 다툰다. 어떤 방법으로 여자의 관심을 끌어내느냐가 핵심이다. 서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다. 남자는 딱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여자는 가장 매력적인 남자를 선택한다. 이런 설정은 온갖 작품에서 무수히 다룬 내용이다. 보통 삼각관계가 대표적이다.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경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전히 이 설정은 시장에서 잘 먹힌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저자인 토마스 하디는 <테스>로 유명하다. 대체적으로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누구나 다 아는 바로 그 책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라고 가디언은 외쳤는지 한 번 들여다보자.


가브리엘 오크는 아주 작은 농장을 갖게 되었다. 근처에 살던 밧세바 에버딘에게 첫 눈에 반해 그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 당한다. 오크는 실수로 키우던 농장과 양을 전부 잃어버린다. 에버딘은 숙부의 농장을 이어받았다. 무일푼이 된 오크는 우연히 에버딘의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에버딘에게 여전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또 다시 거절당한다. 할 일을 묵묵히 다하는 오크는 그저 에버딘 옆에서 일을 도와주기로 한다. 관리인이 없는 에버딘 농장에서 굳은 일은 물론이고 전체 총괄을 맡아 한다.


밧세바는 젊고 예쁘며 콧대가 높다.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장난으로 발렌타인 데이에 이웃 농장주인 윌리엄 볼드우드에게 청혼 카드를 보낸다. 미혼으로 살던 볼드우드는 그 편지에 그만 밧세바에게 마음이 빼앗긴다. 여전히 밧세바는 다른 남자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분명히 콧대 높은 고고한 여성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여지를 주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존경할 뿐이라고 말하며 애를 태운다.


오크는 밧세바 주위에서 한결같이 남아 있다. 직언도 서슴치 않고 했기에 밧세바가 농장에서 나가라고 했다. 큰 일이 생기며 어쩔 수 없이 오크를 다시 농장을 밧세바는 부른다. 밧세바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오크는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해낸다. 밧세바는 그런 오크가 고마울 뿐이다. 그 이상의 감정은 갖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밧세바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이 나타난다. 그는 군인으로 트로이 하사다. 트로이는 이미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 


여러 남자를 사귀어보지 못하고 자신이 쉽게 정복할 수 없는 트로이가 하는 밀당에 밧세바는 넘어간다. 다른 두 남자가 젠틀하고 격조를 갖춰 예의있게 밧세바를 상대했다면 트로이는 열정적으로 감정적인 행동으로 밧세바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정 거리 이상을 다가가지 않으려고 하는 두 남자와 달리 트로이는 곧장 밧세바의 마음에 훅 들어간다. 말도 행동도 다른 남자와는 다르다. 키스도 과감히 하는 트로이에게  밧세바는 사랑이라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밧세바가 갖고 있는 돈을 보고 결국 트로이는 밧세바와 결혼을 한다. 이웃 농장주 볼드우드는 트로이뿐만 아니라 밧세바에게 결혼반대를 설득하지만 둘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결혼한다. 여전히 오크는 주변에서 특별한 말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할 뿐이다. 트로이는 경마장에 돈을 넣으면서 가산을 탕진한다. 밧세바는 트로이를 사랑하지만 그의 행동은 불안해 한다. 밧세바 숙부때부터 함께 했던 여인이 행방불명되었다가 다시 마을에 돌아온다.


그 여인이 트로이가 사랑했던 여자였다. 여인은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싸늘한 시신이 된다. 트로이는 이 사실을 알고 방황하고 밧세바는 진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트로이가 강에서 수영하다 익사했다는 사실이 전달된다. 밧세바는 슬퍼하며 안도한다. 1년이 넘은 시간이 흐른 후에 볼드우드는 밧세바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려 한다. 파티를 열어 그에게 반지를 끼우고 익사가 사망으로 처리되는 6년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 날 트로이가 나타난다. 트로이는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밧세바의 경제 상황을 보니 여전히 든든해서 모습을 보이기로 한다. 볼드우드는 화를 참지 못하고 트로이를 총으로 쏴 죽인다. 볼드우드 역시도 오트가 밧세바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성실한 오트에게 이미 자신의 농장까지 관리를 부탁하고 있었다. 볼드우드는 자수를 했고 당시 법에 따라 사형이 인도되었지만 여왕의 사면으로 종신형에 처해진다.


모든 사람은 오트가 볼드우드의 농장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결같은 오트는 이제 떠나려 한다. 밧세바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사람은 오트였지만 오트는 그럴 사람이 전혀 없었다. 더이상 이곳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어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에서 자신이 의지할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마음 먹었다. 밧세바는 오트에게 떠나지 말라고 한다. 오트는 자신은 이제 밧세바에게 필요없는 사람이라 판단했던 것이라 밧세바의 말을 듣고 다시 남는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밧세바와 오트는 서로 결혼을 한다.


이것이 전체적인 <성난 군준으로부터 멀리>의 간단한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쁜 남자 스타일은 사랑을 받고 근면 성실한 남자는 인기가 없다. 여성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오트와 같은 남자지만 뱀의 유혹을 받고 먹는 사과와 같은 남자에게 끌린다. 그 이유는 그런 남자가 강해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대로 지켜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근면 성실한 남자가 지켜준다. 가끔 나쁜 남자가 능력도 최고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케어해 주는 남자 입장에서 재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1800년대 작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영국이 배경이라는 것도 기억하며 읽어야 한다. 당시 시대상을 알아야 작품 속 배경과 캐릭터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전 시대의 작품을 읽으며 어려운 이유가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분명히 너무 자세하고 세밀한 묘사로 가득한 시대의 소설은 재미없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너무 서술이 많으니 말이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로 작품이 만들어졌고 이번에도 영화로 만들어진다. 허영 있는 여자와 그 주변에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테마이다. 어쩌면 영원한 문학작품에서 다양한 변주되는 테마일 것이다.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는 남자들은 여성들이 좋아하고 예쁜 여자는 남자들이 좋아한다. 작품을 읽으며 밧세바의 어리석은 행동에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작품이 아닌 직접 그런 여인이 눈 앞에 있다면 전혀 짜증이 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오크로 시작하는 작품은 내용이 전개되며 밧세바가 주된 인물이고 오크는 어떻게 보면 병풍처럼 뜨문 뜨문 등장하고 사라진다. 오크가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오크의 존재는 두드러지지 않아 괜히 아쉬웠다. 비록, 마지막 승자는 오크라 할지라도. 이렇게 몇 년 이상 그 주변에 머물며 묵묵히 기다리면 남자는 결국 여성을 차지하는 것일까. 맞다. 오크는 자신의 능력을 주변에서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던 오크가 알고보니 탁월한 능력자라는 것을 밧세바는 깨닫게 된다.


밧세바는 오크가 없다면 자신의 농장은 전혀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이 이상 더 확실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밧세바는 오크에게 안겼다. 고로 남자가 무조건 여자에게 대시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대시해야 마음을 빼앗아 올 수 있다. 쓰다보니 내가 남자라 남자 관점이다. 여성의 관점에서는 현혹되지 말자라고 해야 할까.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보자. 남자나 여자나. 잘생기고 예쁜 것은 보여주기 좋을지 몰라도 생존에는 도움이 안된다. 이 얼마나 엉뚱하고 확실하며 분명한 결론인가. 맞다. 잘 생기고 예쁘면 분명히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은 늙는다. 도움이 되는 정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묘사와 설명이 너무 길어 지친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 정도 소설은 읽어야 젠체할 수 있다.


사랑에 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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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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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이 너무 되었다. 책을 보는내내. 부부가 모두 하버드 대학교 교수다. 나이는 50대. 세 명의 자녀가 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한 자녀들. 걔중에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된 막내가 배우를 한다고 대학가지 않은 것이 불만이지만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가족이고 우러러 볼 만 하다. 신경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각종 학회와 논문등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던 앨리스.


어느 날 걸어가다 길을 잃는다. 매일같이 가던 글인데 갑자기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많이 불안하다. 폐경기에 따른 기억 감퇴 등의 이유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나 뇌가 잘 못된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든다. 어떤 날은 비행기를 타고 학회에 가야 하는데 완전히 잊어먹고 집에 돌아온 경우도 있다. 주치의는 특별한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전문의에게 갔더니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는다.


이제 겨우 50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청천벽력의 선고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뜨문 뜨문 정신을 놓치기는 해도 그 순간만 지나가면 지장이 없다고 믿었다. 점점 자신이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온다. 이미 머리에는 떠오르는데 입으로 나오지 않는다. 현실 구분이 힘들 때도 있다. 문득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앨리스 자신의 속마음이 소설에서 함께 묘사되고 있어 그런 순간에 앨리스가 어떠했는지 알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 집에 가면 치매 걸리신 할머니가 계셨다. 밥을 먹어도 1시간도 안 되어 배가 고프다고 하신다. 새벽 1시에 갑자기 누구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 간접적인 경험으로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전부다. 치매는 나이를 먹어야 생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의 생활이 어떤지 가끔 다큐를 통해 본다. 내가 저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만으로도 사실 끔찍하다. 그런데 치매가 어린 나이에 진행된다.


그런 감정이 너무 강하게 내 일처럼 왔다. 소설 후반은 그나마 차라리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모습이라 괜찮았다. 중반까지 앨리스가 병에 걸려 조금씩 자신과 사투하는 모습에서 마치 내가 당한것처럼 슬프고 분노되고 그 절망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어느 누구도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다른 병이라면 그나마 아프다는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는데 이건 멀쩡한 사람이 너무 엉뚱한 행동을 하니 답답하다. 측은한 마음이라도 들어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데 너무 달라진 모습에 이해하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짜증이 난다. 


몸이 멀쩡하니 이해되기 힘들다. 하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온 집을 전부 헤쳐놓으며 집중한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오로지 찾는 것에만 집중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누군인지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 딸을 젊은 여자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갑자기 딸이라는 것은 인식한다. 과연, 이런 감정을 느낀 당사자는 어떨까. 도저히 이해할 수 조차 없다.



앨리스는 하버드 대학교수일정도로 똑똑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자 무슨 소용이 있나. 그 모든 것은 전혀 쓸데 없다. 차라리 다른 병에 걸리면 그래도 모든 지식이 남아 있겠지만 이제는 살아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식을 쌓을 이유가 전혀 없다. 생존이라는 본능을 제외하고는 점점 사라진다. 단기 기억이 점차 느려지고 장기 기억중에 뜨문 뜨문 되살아나는 기억은 오히려 집착으로 변할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재미 있어서. 심심해서. 그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럴 때도 분명히 있지만.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수 있다. 지식은 왜 쌓는 것일까.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식을 쌓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 굳이 그런 미련한 짓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도움이 되지 않다고 지식 쌓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지식이 단순히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모른체.


지식 얻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 나는 책을 읽는거다. 나이를 먹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존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런데 치매 걸리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자산은 도움이 된다. 생존을 위해서. 나 자신이 치매 걸린 후의 생존을 위해서도 나 자식의 번식을 위해서도. 내 주변 사람들이 내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진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 내 의지가 아닌 단순히 본능적으로 생존한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인가. 


<스틸 앨리스>에서 자신이 확실히 알츠하이머로 되돌아 올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해야 할 편지를 썼다. 약을 먹고 자살하는 것이다. 자신이 쓴 것인지 놀라면서 약을 찾으려고 한 순간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스스로 모른다. 솔직히 자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결말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고 하면 반박할 말은 없지만. 나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절망일뿐이다. 그것도 나이를 먹은 후 - 적정 나이라는 논란은 있겠지만 - 생긴 질병이 아닌 이제 겨우 50이면 나조차도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라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었다.


앨리스가 점차 변화되는 모습이 앨리스의 입장에서 주로 묘사되고 있어 더욱 집중하게 된다. 앨리스의 속 마음까지 함께 읽다보면 얼마나 내부적으로 힘들까. 무기력하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암담함. 담담히 받아들이려 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시한부 질병에 걸리는 것이 속편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인생을 살아간다. 앨리스는 남들과 함께 살아간다. 앨리스는 이제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새로 태어난 인생일까.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하고 분위기가 가라않았다. 군데 군데 빛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 마저도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 인생은 살아가는 거다. 기쁨도 슬픔도 좌절도 행복한 감정도 찰나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의 덩어리인 인간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는 이제 누군가. 나라는 사람으로 치환해서 감정이입이 되다보니 가상 세계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양 앨리스와 여정을 함께 했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겠지. 내일이나 일주일 후 길면 한달까지는 예측할 수 있는 우리 인생이지만 1년 후는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인생 아닐까. '오늘을 열심히 살자'라는 지극히 자기계발적인 끝맺음을 한다. 내 기억은 사라져도 타인의 기억에 나는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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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쓰는 그림가의 저주 마법을 쓰는 자들 1
찬다 한 지음, 조한나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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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무협지가 전부였다. 중원이라 불리는 곳은 중국의 과거가 아닌 판타지의 배경이었다. 어느 날 판타지라는 장르가 들어왔다. 알음 알음 알려지던 것이 <반지의 제왕>으로 확실히 대중화되었다. 여전히 무협지는 명맥을 유지하지만 대세는 판타지다. 국내 판타지 분야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판타지는 거의 대부분 틴에이저를 대상으로 한다. 소설의 주인공들도 10대이고 주 소비층도 10대다.


문제는 없다. 재미만 있다면 주인공이 누구든 배경이 어디든 말이다. <마법을 쓰는 그림가의 저주>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한편으로는 현대판 동화라고 해야 할까. 컨셉과 융합을 아주 잘했다.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다 포함하면서 동화까지 버무렸다. 친숙한 동화들이 아주 많다. 어릴 때 읽고 들은 동화들은 평생 간다. 잊혀지지 않고 우리 마음에 남는다. 동화를 현대에 맞게 각색해서 만든 작품들도 많다. 


실제로 현대 대중 문화에 나오는 모든 요소는 이미 동화를 통해 본 모든 플룻과 전개과정을 새롭게 엮었을 뿐이다. 그만큼 동화내용처럼 전개해도 충분히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그것도 수 세대를 거쳐. 가장 유명한 그림 동화가 있다. 그림 형제가 직접 스토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묶었다고 한다. 그림 동화에 나오는 빨간 망토 이야기도 그림 동화에 나오는 내용과 다른 판본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마법을 쓰는 그림가의 저주>는 그림동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림형제들의 동화 내용이 완성되지 못한채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다른 존재들이 사는 세상이 존재한다. 이 두 세계 완충하는 중간지역이 존재하고. 이 중간 지역이 없어져야 하는데 그림 형제들이 동화로 엮어 완성해야 중간 지대가 사라진다. 인간 세상에 들어와 지켜보는 존재들도 있지만 못된 짓을 하는 존재도 있다.


엄청난 사명은 그림가문에게만 내려온다. 그리모어라는 책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동화가 만들어진다. 대대로 그림 가문에게 내려오던 저주인지 축복인지는 그리모어에 모든 동화를 완성해야 사라진다. 문제는 인간세상에 들어와 살고 있는 존재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다. 동화가 모두 완성되면 중간지대는 사라지며 인간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는 다 소멸되고 만다. 그러니 그리모어를 빼앗아 없애려 한다. 


미나는 그림 가문이었지만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생긴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늘 엄마는 이사를 갔다. 고등학생이 된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되어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고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도 않던 미나는 이 사건으로 일약 유명인이 된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명문 가문이자 부자인 브로디가를 짝사랑했는데 그가 미나에게 관심도 갖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이 사건을 통해 엄마에게 듣는다. 자신이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지 깨닫고 왜 아빠와 삼촌이 일찍 돌아가셨는지 알게 된다. 자신이 그림가문에서 선택된 자로 자각한다. 자신이 죽으면 다음은 동생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피하지 않고 직접 맞서 싸우기로 한다. 겨우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지킬 힘은 전혀 없다. 자신을 도와주는 제라드가 나타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보조역할을 할 뿐이다. 


자신이 그리모어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림 동화와 연결되어 생긴다. 동화가 꼭 해피엔딩이 될 이유는 없다. 새드 엔딩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동화가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실이 동화 내용과 연결된다. 최대한 현실에 벌어지는 사건을 동화내용과 연관시켜 새롭게 창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말이 안 좋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나는 깨닫게 된다.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동화 내용과 함께 곁들여 전개되어 재미가 있다. 고등학생이라는 성인이 볼 때 핸드캡은 존재하지만 - 다소 유치 - 그럼에도 읽기에 재미있다. 1편이라 도입부에 해당해 거대한 악의 세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그림 동화를 갖고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기발함에 놀라게 된다. 이번 1편은 빨간 망토가 근간이 되어 늑대도 나타나고 할머니도 등장한다. 주말에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택하면 좋을 듯 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소 유치한 면이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발한 융합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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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삼국지다. 의문이 들었다. 왜 삼국지이지? 4편까지 나오는 군주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총 5명이다. 조조, 유비, 원소, 원술, 손책. 이 중에서 원술은 3편에서는 중요한 인물로 나오지만 4편에 가서 너무 허무하게 죽는다. 다른 인물에 비해 망하는 과정에 별로 나오지도 않고 간단하게 생략된다. 옥쇄까지 갖고 있던 인물이었던 말이다. 그에 반해 원소는 3편까지는 이름만 등장했지만 4편에서는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의 영향력이나 영토는 조조에 버금간다. 그보다는 더 크다. 조조가 한의 왕을 볼모로 잡으며 주인 행세를 하고 있어 영향력은 더 클지 몰라도 실제로 책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원소는 명망가의 집안에 엄청난 영토와 백성과 군인을 거느리고 있다. 조조도 감히 쉽게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다. 그 밑의 부하들도 뛰어난 부하가 많다는 이야기도 한다. 정작 원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다. 원소에 대해 깎아 내리기 바쁘다. 


뛰어난 활약상이 나오지도 않고 우유부단하게 묘사된다. 명망가의 자제로써 갖고 있는 프라이드는 뛰어나지만 잡초처럼 자라지 못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도 못한다. 이렇게 묘사되는데 신기하게도 원소는 번성을 하고 있다. 이건 좀 말이 안되지 않나. 그 당시 시대에 황건적의 난이 있었고 백성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원소가 제대로 정치와 백성을 다스리지 못했다면 번성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삼국지>에서 다루는 원소는 원술의 형으로 등장한 이후에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커녕 특별한 특기도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럴 수 없다는 판단이 드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향후에 무대의 주인공이 조조, 유비, 손책이 될 것이라 지나가는 인물로 그려질 뿐이라 그럴 듯 하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조조다. 삼국지에서 4편까지는 시종일관 주인공은 조조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 황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말고도 책의 반 이상은 조조와 관련된 이야기다. 유비가 나오는 것도 조조가 그에게 환심을 갖고 있거나 그를 치려고 할 때 나온다. 원소도 마찬가지로 조조가 영토 확장이나 무엇인가 하기 위해서 걸림돌이 되기에 등장할 뿐이다. 초반 내용은 여포가 주인공이라 할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조조가 여포를 치기 위해 등장한다. 여포는 결국 용맹만 있던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다시 느끼는 거지만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그의 인생과 주인의 인생은 달라졌을 듯 하다.


중간에 그 유명한 관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조에게 생포되어 절개를 지키는 장면이다. 죽음으로 항전하려 했으나 유비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항복하지만 결코 자신의 마음은 조조에게 가지 않는다. 몸을 의탁하고 보살핌을 받고 있기에 조조의 부탁을 들어주어 전쟁터에서 싸우지만 그의 마음은 조조에게 있지 않다. 신기한 점은 조조에게 그토록 많은 용맹한 장수들이 있는데 갑자기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이다.


안량과 문추를 관우가 없애버리는데 조조 밑에서 이들을 충분히 이겨 낼 만한 장수가 있었는데 이들의 언급이 전혀 없다. 거참 신기했다. 의도적인 생략인지 무엇인가 다른 속사성이 있었는지 말이다. 그렇게 관우는 자신의 위대함을 <삼국지 4 - 신도편>에서 사람들에게 알린다. 중간에 동승이 조조에게 반란(??)을 하려 하는데 그 큰 집에서 얼마나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기에 근처 있는 노비가 듣게 되는지 의아했다.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를 그렇게 크게 했단 말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자신의 집에서 얼마든지 눈치보지 않고 크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군주에 비해 유비는 여전히 부하도 몇 명없고 자신만의 성도 없다. 이런 그가 삼국지에서 실제적인 주인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유비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까. 4권까지 볼 때 유비는 그저 등장인물이다.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삼국지 내용은 굴러갈 수 있다. 그럼에도 유비는 소금처럼 중간 중간에 나와 윤활유 역할을 한다. 조조는 유비로 인해 여러 일도 겪고 삼국지 인물들이 서로 이합집산을 하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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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 - 초망(草莽)편 매일경제신문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3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이동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http://blog.naver.com/ljb1202/220277457889

충과 효는 동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서양도 중요했지만 유독 동아시아에서 더욱 주목하고 도드라지게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이다. 공자에게서 출발한 점 때문에 그런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 두 덕목은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국가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충은 빼 놓을 수 없는 덕목이고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 효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복종하는 덕목이라 할 수 있지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미 나라는 기울었고 황제는 명성만 남아 있을 뿐 아무런 힘도 권력도 갖고 있지 않다. 현대의 왕에 비해 딱히 더 좋을 것도 없는 시대였지만 여전히 대의명분이라는 중요도에 따라 황제를 서로 모시려고 한다. 심지어 허울뿐인 옥새를 가지려고 서로 죽이고 죽는다. 큰 권력을 갖고 있지 않는 인물들도 황제를 자기 휘화에 두는 것만으로도 다른 권력자들이 꼼짝하지 못한다. 황제가 내리는 칙서를 받아들여야 하고 명령에 따라야한다.


이합집산 끝에 끝내 조조는 황제를 차지한다. 황제를 차지해도 각 지역의 군웅들이 활거하고 자신의 땅에서 맹주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들도 무소불위는 아니라서 어쩔수없이 황제의 명령에는 따르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조조는 아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크게 이기기도 하지만 크게 지기도 한다. 자신의 장남뿐만 아니라 가장 아끼는 부하마저 잃을 정도로 대패를 하지만 여전히 조조는 다시 일어서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뚜기처럼 일어나 더 강해진다. 이 점이 조조가 가장 무서운 점이다. 크게 실패했기에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더 따른다. 그런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는 조조를 보면서.


유비는 시종일관 답답 그 자체이다. 충과 효라는 측면에서 유비를 능가할 인물은 없다. 그는 언제나 충과 효가 먼저다. 자신의 안위영달은 신경쓰지 않는다. 재수좋게도 죽지 않고 살아 남는다. 그의 인품을 사모하는 많은 백성들의 눈이 두려워 그런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낮은 자세로 언제나 자신의 이익보다는 원칙을 먼저 지키려고 일관성을 유지한 유비는 가진 것이 없지만 어디서나 환영받는 존재다. 하지만, 그가 환영받는 다고 그가 갖고 있는 것은 없다. 언제든지 백성들과 주변 인물들은 유비가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릴 것이다. 여전히 유비는 떠돌이 신세와 마찬가지다.


오나라의 손책은 원술에게 독립을 한다. 겨우 20세 나이에 강동지역을 직접 차지한다. 그 자신이 갖고 있는 인품과 매력도 있었겠지만 그가 갖고 있던 후광도 잊으면 안 된다. 주위 인물이 단순히 손책만 본 것이 아니라 뒷배경과 명분을 봤다. 아무리 능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군웅할거의 시대라고 해도 타고난 신분마저도 무시할수는 없다. 손책은 그런 면에서 충분한 대의명분을 갖고 있기에 그가 갖고 있던 능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에 여포는 차라리 너무 인간적이다. 내일 따위는 필요없다. 오늘만 충실히 살면 된다. 출중한 무를 갖고도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것에 만족한다.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주변 견제를 받는다. 어찌보면 작은 성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았을 인물이다. 주변 인물들이 여포를 믿지 못하고 언제 자신을 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서로 여포를 포섭하거나 죽이려 한다. 그런 면에서 참으로 불쌍한 인물이다.


내가 만약 장비와 같은 사람을 두고 있다면 어떨까. 솔직히 계륵으로 보인다. 함께 하면 든든한 면은 분명히 있지만 무엇을 믿고 맡기기에는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 어떨때는 능력치 이상의 실력을 어떨때는 판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리는 일을 한다.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내니 복불복이다. 이런 인물은 품어 큰 사람이 될수도 있겠지만 과연 플러스 마이너스를 해서 플러스가 될 것인가. 이성보다는 늘 감정이 앞서고 즉흥적인 인물을 데리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행동대장만으로 딱인데.


<삼국지 3 - 초망편>에서는 드디어 삼국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전부 출연한다. 게다가 서로 자신의 확고한 영역을 차지하고 드디어 삼국지라는 표현에 맞는 군웅들이 서로 겨루게 된다. 이런 와중에 유비는 여전히 보잘 것 없다. 유비를 주인공으로 보는 시선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마지막에 가서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충과 효라는 통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이용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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