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연구
안나 회그룬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학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단순히 글만 있었으면 이 책은 그다지 놀랍지 않을텐데 그림이 함께 있어 다소 놀라며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일반인을 위한 책일수도 있지만 이 책은 초등학교에 비치되어 있었다. 첫 그림이 상당히 당혹스럽다. 여성의 그 부분에 대해 주인공이 스스로 거울을 보며 관찰하는 내용이다. 그 부분이 그림으로 묘사되다보니 한국인의 정서상 맞지 않을 수 있다. 그 부분에 있어 난 괜찮다고 봤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갈수록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본다. 특히나 지금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여러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락을 걸어놓고 안 보게 할 수도 있지만 어른 폰으로 보게 되면 의도치않게 연관검색어가 뜨며 그런 동영상이 나올 수 있다. 내가 학생 때를 생각해도 분명히 좀 앞서가는(?) 아이들을 통해 사진 등을 보게 되기도 했다.


그 놈들이 뒤에서 '여기 봐라!'하고 외치면 다들 자기도 모르게 뒤 돌았을 때 그런 사진을 쫘아악 펼친 기억이 있다. 중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처럼 분명히 아이들은 이미 어른들만 모를 뿐 알 건 다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늘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청난 착각이다. 모른다고 전제하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아이를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이 책인 <나에 관한 연구>는 사춘기 여성 아이가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신체와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사춘기 소녀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어른이 썼다. 그런 면에서 완벽히 아이가 하는 행동과 생각은 또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과 외국의 차이도 분명히 인지하고 이 책을 볼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읽어보면 한국이나 외국이나 그다지 크게 다르진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사춘기 소녀답게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민감하다. 이미 생리(월경)가 시작된 아이는 무엇인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직도 하지 못한 나는 아이인가라는 생각도. 거기에 그저 예뻐 보이기 위해 입은 옷을 주변 남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아주 못마땅해한다. 아주 솔직하게 가감없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부분에 있어 조금은 불편할 수 있다. 엄마든 아빠든 그 부분은 분명히 그럴 수 있다.


그런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은 변하고 과거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시대 변화에 자신이 적응하든가, 그게 싫으면 혼자 조용히 살아가든가. 분명히 지금까지 세상은 남성 중심의 사회였다. 여성들이 점점 힘이 강해진다. 과거처럼 근력을 비롯한 남성의 힘으로 대변되는 부분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점점 여성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두각되고 있다. 심지어 어지간한 남성보다 훨씬 능력있고 잘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 아직까지는 분명히 남성 위주의 사회로 돌아가기에 힘든 측면이 있다. 나도 여전히 내가 남자기도 하기에 당연히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다. 가끔 너무 강하게 주장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걸 넘어 진정한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나에 관한 연구와 탐구만은 아니다. 저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몽적으로 말하는 부분도 많다. 그 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긴 했다.


내 경우는 그렇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은 깨달음(?)이 있을 수도 있다. 초등학생이란 다소 아이들에게 접하게 하기는 애매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특히나 성 부분은 한국은 유독 감추려 하며 더 음성적으로 문제가 된다. 차라리 외국처럼 공개되고 공론화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한다. 책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월경을 하며 축하하며 끝난다. 다소 민망할 수는 있어도 읽으면 좋을 듯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첫 그림은 다소 당혹스럽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감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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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공감 -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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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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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제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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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이케아는 전 세계적인 회사다.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사랑도 많이 받는다. 직접 이케아 제품을 보면 예쁘다. 실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좋아한다. 이케아로 인해 많은 생활의 변화도 이뤄졌다. 기존에 실내 장식과 가구 등은 좀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강했다. 이제 가구는 좀 더 가볍고 발랄한 느낌이다. 새 시대에 맞는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케아는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여러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케아는 단순히 가구가 아닌 문화라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도 이케아가 본격적으로 상륙하며 많은 부분에서 변했다고 본다. 이전과 달리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더 예쁘게 실내로 꾸미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렇게 다국적 기업을 키워낸 이케아 사장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스웨덴에서 존경받는 인물일까. 그건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세금을 내기 싫어 스웨덴이 아닌 다른 국가로 갔다 최근에 다시 돌아온 걸로 안다. 그런 면에서 어떨까 궁금하다.


워낙 자린고비로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이케아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업체도 분명히 있다. 한국도 중소 가구가 많이 망한 걸로 안다. 이케아때문은 아닐테다. 워낙 경쟁력이 없었는데 이케아로 인해 촉발되었을 뿐이라 본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케아로 인해 개인 가구점이 꽤 많이 망했나보다. 책의 주인공은 루덴 가구점을 운영했다. 이케아가 생기기 전까지 장인정신을 갖고 가구를 만들고 팔았다.


단순히 가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에 온 손님들에게 가장 알맞는 제품을 권했다. 단순히 가구가 아닌 그들의 삶에 함께 하는 가구를 만들었다. 이케아가 등장한 후 사람들은 이케아 같은 가격을 원했다. 루덴 가구에서 만든 제품은 저가가 아니었다.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이었다. 사람들은 서서히 반품을 요구했다. 모든 걸 받아줬다. 점점 갈수록 사람들은 이케아만 원했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루덴 가구점은 문을 닫아야했다.


아내인 마르니는 나이를 먹어 치매에 걸렸다. 갈수록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다. 사랑했던 아내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은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이건 이케아 때문이다. 장인 정신없이 만든 이케아가 사랑받다니. 용서할 수 없다. 이케아 사장을 납치하겠다. 그에게 단죄를 해야 한다. 이케아가 없었다면 어쩌면 마르니도 제 정신으로 잘 살아갔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케아는 새로운 시대고 루덴가구점은 옛 시대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한 노인의 이야기다. 루덴 가구가 망한 것은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탓일까. 여전히 장인정신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쉽게 쓰고 금방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을 더 선호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현대는 분명히 그런 시대다. 공유 경제가 히트를 하는 걸 보더라도 그걸 알 수 있다. 진지하기보다 가벼운 문화가 더 유행하는 시대다.


이케아는 잘 못한 것일까. 그건 또 아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가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게 만들었다. 집 내부를 더 예쁘게 꾸미는 환경을 만들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변화는 힘들다. 사람은 가진 게 많을수록 지키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보유하는 걸 버리려 하지 않는다. 현대에 들어 이런 점은 더욱 심해졌다. 과거에 비해 옛것에 대한 가치를 갈수록 더욱 인정하지 않는 느낌이다.


소설을 읽으며 슬픔이 느껴졌다. 화려한 과거를 집착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였다. 그가 집착하는 것은 단순히 어리석음이나 부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열심히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도태되고 만 한 인간의 이야기였다. 더구나 가구처럼 변화가 느린 업종에서 벌어진 사건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선을 다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인정받지 못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을지 상상이 되었다. 자기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이케아 사장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노력했다. 시대 상황에 잘 맞는 제품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가구를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똑같았다. 둘은 서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누구는 시간이 지나 인정받아 크게 성공했고 누구는 결국에 망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스웨덴처럼 북유럽국가도 우리와 다를바도 없다는 걸 알게도 된다. 복지천국이라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내 노후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이를 먹었을 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나도 시대에 뒤쳐지고 비루하게 살게 될까. 여전히 내 삶을 당당하게 살게 될까.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늙는다는 것은 좀 두렵다.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것이 생긴다는 그 감정. 신체적 후퇴에 대한 두려움이 나이를 먹을수록 생긴다. 정작 나이를 먹으면 이를 오히려 즐길수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었을 때 여전히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챕터가 없어 계속 읽어야 한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생각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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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 <그해, 여름 손님>을 읽으며 인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뜻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 정도였다.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무척이나 세밀하고 감수성 강한 글이었다. 로맨스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글이 화려하지 않지만 다소 담백하고 솔직한 감정을 적었다. 읽으면서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살짝 했다. 난 계속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여자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여성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과 키스했다는 말에 그러려니했다.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1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인공이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분명히 그때까지 주인공인 엘리오를 몰랐다. 가득이나 외국 소설이고 소설의 시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올리버였다. 그저 좋아하는구나라며 읽었다. 읽다보니 어느 순간 깨달았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남자인데 읽다보니 주인공도 남자였다. 이럴수가. 몰랐다.


다시 책 표지를 읽어보니 알았다. 단순히 문학상 수상만 난 읽었다. 다시 제대로 읽어보니 게이 소설 부문이었다. 이때부터 인식의 전환이 생겼다. 그 전까지 이성의 사랑으로 읽었다. 이럴 수가 있구나. 내가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읽었던 것과 깨닫고 읽었을 때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고 보이는 것도 변했다. 그 후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200페이지 까지는 평소처럼 읽었는데 그 후 100페이지는 다소 평소와 달리 띄엄 읽기는 했다.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다. 난 특정 사상이나 개념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롭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이해는 못해도 인정은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끔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이 주제가 나올 때가 있다. 이성의 사랑이 아닌 동성 사랑에 대해. 이 이야기가 나오면 완전히 질색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 싫어하기도 한다. 난 대체로 그럴 때 중립적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직접 그런 분들을 만난 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

그런 분을 만나 이야기 한 분이 한 이야기는 들어봤다. 여하튼 난 그러려니 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더 감수성이 풍부하다. 동성이라는 것만 제거하면 말이다. 묘사도 저급하지 않다. 적당히 넘어간다. 그 부분은 역겹다고 할 사람도 있을테다. 워낙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서 그저 읽었다. 다만 그걸 안 순간부터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로맨스하다는 생각으로 읽지는 않았다.


난 이성애자고 동성보다는 이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하지 않다. 것도 동성 사랑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도 거의 없다.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만나고 헤어진다. 그런 부분에 대한 묘사와 감정 표현이 어지간한 이성 사랑보다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최근에 이성 사랑에 대한 로맨스가 다소 밋밋하고 담담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 솔직하다. 재미있는 것은 책 배경은 이탈리아다.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안다. 오히려 저주하고 격리하기보다는 둘의 특별한 우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옳다고 하는 것이 아닌 그런 상황에 노출된 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재미있게도 또는 현실이 그런지 모르겠다. 둘은 서로 동성애를 보여주지만 각자 이성과도 사귄다. 이성이 오는 걸 굳이 막지도 않는다. 나중에 올리버는 결혼까지 하고 2명의 아이도 갖는다. 부인과는 헤어진 걸로 나온다. 다시 만났을 때 둘은 꽤 세월이 흐른 후 담담히 과거를 이야기한다.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인정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게 좀 조심스럽지만. 뜻하지 않게 생각지도 못한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준다고 하여 그 중에 한 권이었다. 책 표지가 예쁘고 성장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생각과 다른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감정묘사와 표현에 놀랐다. 이쪽 분야가 더 섬세하고 세심하구나말이다. 한 편으로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 특수분야 책이라 뭐라 하긴 힘들고 뜻하지 읽게 되었다. 묘한 경험이었다.


출판사에서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이성애자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이성애자라고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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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평생


https://blog.naver.com/ljb1202/220673075511

스토너 - 교수


https://blog.naver.com/ljb1202/220615221050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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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장사꾼 - 로알드 달의
로알드 달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이 상당히 기발한 소재로 전개된다. 저자는 잘 모르지만 저자 소개를 보면 상당히 유명하다고 하며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을 한다. 소설을 읽어보면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은 맞다. 감칠맛나는 글로 감탄을 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기발한 소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성공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그걸 계속 연결하며 예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썼던 시기로 본다면 상당히 앞서간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은 소설에 나온 내용을 충분히 실현가능한데 이 소설을 썼을 때만 해도 아마도 그저 재미있는 상상정도로 여기지 않았을까한다. 이 책이 출판된 년도를 보면 1979년이다. 내가 과학이나 의학을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 이 소설에 나온 내용으로는 상상만 했을 뿐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고 작가가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한다.


한 마디로 이야기해서 책에 나온 내용은 지금으로치면 비아그라와 수정관 임신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다. 이런 생각은 분명히 누구나 할 수는 있는 기상천외한 일이다. 그걸 이렇게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또 작가가 할 수 있는 역량이다. 우리 사회는 생각해보면 작가들이 상상한 세계가 구체화 된 것이 아닐까한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고 치부했어도 시간이 지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계를 우리는 살고 있다.


비아그라 대신에 책에서는 가뢰가 등장한다. 이런 것이 정말 있는지는 모른다. 수단에서 가뢰라는 걸 얻는다. 이걸 복용하면 정확히 9분 후에 신체반응이 온다. 이를 복용한 남자들은 짐승이 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정에 버티지 못한다. 돈 많은 남자들에게 이를 판매해서 큰 돈을 번다. 기발한 생각이고 돈 많은 사람들이라 싸들고 찾아와 달라고 한다. 주인공인 오스월드는 이를 계기로 큰 돈을 벌어들인다.

시간이 지나 군대를 갔다 온 후에 또 다시 기발한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가뢰이야기도 삼촌이 한 이야기를 믿고 수단에 가서 가져와 상류층에게 뿌렸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탁월한 심리를 이용한 결과였다. 이번에는 우량한 소에게 정자를 추출해서 암소에게 이를 투여하여 좋은 종자의 소를 키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인간에게 접목하려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위대한 인물들의 정자를 원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미혼이 아니다. 기혼이지만 남편에게서는 바랄 것이 없다. 오히려 더욱 안전하게 숨길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로 유명한 인물들에게 정자를 추출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소설의 배경 당시에 활동한 수 많은 인물을 만나 그들에게서 정자를 추출한다. 오스월드가 직접 할 수 없으니 정자를 냉동하는 발견을 한 박사를 섭외하고 남성을 유혹한 야스민을 또 포섭한다.


소설 이야기는 이런 걸 설명한다. 주인공은 돈을 벌기위해 하는 행동인데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도 빠른 시간에 돈을 벌어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이다. 거기에 남들은 하지 못할 행동을 자신은 한다. 이것도 용기가 필요하고 아이디어도 좋아야 하며 치밀하기까지 해야 한다. 오스월드의 이런 내용이 책 중반까지 이어지며 솔직히 살짝 지겨워질 때 갑자기 주인공이 지겨울 것이라 스스로 독백하고 - 책 내용은 일기 형식이라 - 넘어가기까지한다.


내용은 동일한 내용의 반복이긴 해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인물이 소재로 나오니 유명인 효과인지 몰라도 나름 계속 읽게 되었다. 기발한 소재와 내용이라 그 점은 충분히 높이 산다. 이런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작가만 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도한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어 책처럼 하는 경우는 공식적으로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패턴의 반복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발한 상상력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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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 히틀러


http://blog.naver.com/ljb1202/204312998

케빈에 대하여 - 라이오넬 슈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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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제목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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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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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보편적인 이야기는 어디나 다 통한다. 어느 국가든 민족인든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은 이 지점에서 성공한 경우가 많다. 몇몇 책은 특정 국가나 민족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아 있기 마련이다. <달콤한 노래>는 나에게 두 지점이 충돌했다. 책을 읽으며 어렵거나 이해 안 되는 측면은 전혀 없었다. 단, 보모라는 특수상황의 이야기는 낯설었다.


외국은 베이비시터같은 환경이 넓게 퍼져있는 걸로 안다. 한국은 아직까지 그런 문화가 많지는 않다. 그런 부분에 있어 미묘한 부분에 있어 확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책이 프랑스에서 꽤 큰 상을 받았고 문장이 뛰어나다는 광고문구가 있는데 프랑스 언어로 읽지 않은 내가 그걸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부분은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나고 살아온 내가 미묘한 그 차이를 알기는 힘들었다. 그 걸 제외하고 소설을 읽으면 된다.


폴과 미리암은 두 아이의 부모다. 미리암은 변호사 일을 하다 출산과 육아로 휴식중이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이대로 가면 도태될 가능성 때문에 고민중이었다. 마침 길 가에서 우연히 만난 변호사가 취업을 제안한다. 아이를 맡기는 것이 곤란하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보모를 찾기로 한다. 여러 보모를 면접한 끝에 루이즈가 제일 마음에 든다. 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처음이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


루이즈는 완벽한 보모였다. 단순히 아이들을 잘 돌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보모 이상의 역할을 했다. 집 안이 어질러 있으면 전부 정리했다. 두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귀찮아 미루던 온갖 생활도구 등을 전부 남김없이 싹싹 정리한다. 거기에 아이들도 잘 돌본다. 폴과 미리암은 자신들이 천국에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황홀하다.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루이즈는 모든 것을 완벽히 해 낸다.


심지어 주말에 집에서 파티를 할 때도 루이즈는 기꺼이 모든 것을 도와준다. 손님들이 찬탄을 할 정도로 루이즈는 점점 식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각된다. 밖에서 일 하느라 피곤한 날에 집에 도착해서 아무런 집 안 일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루이즈는 깔끔하고 깨끗한 집을 유지한다. 거기에 아이들까지 이미 재운 상태에서 미리암을 맞을 때도 많다.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루이즈는 걱정하지 말라며 언제나 웃는 모습이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어떤 것일까. 행복은 지속성이 없다. 늘 단선적이고 즉흥적이다. 사소한 걸로 행복을 느낀다. 거창한 행복이란 없다. 별 것 아닌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해한다. 삶의 편안함은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차이난다. 생활인으로 우리는 미루면 미룰수록 쌓이며 골치꺼리가 생긴다. 누군가 해주길 바라지만 어느 누구도 대신하지 않는다. 그걸 누군가 해 줄 때 우리는 행복해하고 즐거워한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스스로 하거나 돈으로 해결해야한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돈이다. 돈이라해도 꽤 큰 감수다. 누군가 내 생활에서 생기는 찌꺼기를 대신 처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더없이 행복하고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까. 그 시간만큼 좀 더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건 또 다른 문제같다. 편견인지 몰라도 무엇인가 얻으면 무엇인가 잃게 마련이다. 차라리 적당히 스스로 정리하고 청소할 때 더 시간을 알차게 쓰게 마련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다시는 오지 못한다. 아이와는 오래도록 함께 있겠지만 그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부모로 그 시간을 남에게 빼앗기는 것은 불행이다. 그 당시는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어도 그런 시간이 쌓이면 도저히 메꿀 수 없는 구멍이 생긴다. 구멍은 점점 커지며 내 마음을 물들이고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내 편안함을 남에게 의지하며 점점 익숙해질 때 미안한 마음은 점점 당연한 마음으로 변한다.


상대방의 호의가 점점 익숙해 질 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이고 더 많은 걸 바라게 된다. 상대방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내 입장에서만 바라보며 오해를 하게 된다. 루이즈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보살피지 않는다. 그가 처한 환경은 외면한체 보모로서 역할에만 관심가질 뿐이다. 한계 상황에 몰린 루이즈를 외면한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해는 한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욕망을 가질 때 더욱 내 상황보다는 위만 바라보게 된다.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 누구나 시간이 지나 후회한다.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달콤하다는 표현은 어디에서나 부담스럽다. 너무 좋을 때 달콤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까. 거기에 노래라니. 이런 노래는 오래 듣기 힘들다. 아니면 우리가 너무 달콤함에 익숙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 그런 것일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달달한 삶은 지속되기 힘든 것이 우리 인생이고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숙명이 아닐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루이즈는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프랑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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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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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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