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브로큰 2 -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
로라 힐렌브랜드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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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든 소감은 주인공의 엄청난 경험보다는 도대체 이 내용을 책으로 엮은 작가에게 더 관심이 갔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주인공인 루이스만 인터뷰해서 내용을 쓴 것이 아니라 루이스가 겪었던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인물과 인터뷰를 했고 관련된 기록을 전부 조사해서 시대순으로 편집하고 그 와중에 분명히 빈 공간이 존재했을텐데 그 부분을 전부 상상력을 동원하여 메꾸는 작업이 인간의 의지만으로 될 성질이 아니라고 느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집필한 작가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작 책의 주인공인 루이스의 삶의 그만큼 다이나믹하기에 루이스의 삶을 책으로 펴 낼 생각을 했겠지만 그렇다해도 나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작업이라 보였다. 역설적으로 얼마나 내가 편하게 글쓰기 작업을 하고 책을 펴 냈는지 반성을 할 정도이다. 아마도 자료를 수집하고 글로 쓰는데에 몇 년은 전부 투자하고도 모자랄 정도였을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몸이 안 좋아 인터뷰를 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국가 자료를 보러 가야하는데도 움직일 수 없어 다른 사람을 보내 관련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니 작가의 그 집필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렇게 이와 같은 거대한 서사시가 나올 수 있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일대기중에 특정시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을 경험하고 포로가 되어 일본 군인에게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르포형식으로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당시에 얼마나 일본군인과 민간인과 일본이 얼마나 잔인했고 사람다운 삶을 살지 않았고 포로에게 강요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포로로 잡힌 루이스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얼마나 잔혹하게 포로들을 다루고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했는지 알려준다. 그들이 지금은 부정하고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는 버젓이 살아 있다. 그 당시를 경험한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관련된 자료들도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겨우 겨우 태평양에서 살아남은 루이스는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살아 일본 감옥으로 이송된다. 그곳에서는 포로로써 인간다운 대접을 전혀 받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일본 군인들이 폭행하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안겨주고 동물처럼 취급하는 것은 전쟁이라는 속성때문이라고 해도 음식마저 주지 않는 것은 일본군대의 잔혹성을 보여준다. 음식이 없어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선사한 구호품마저도 자신들이 쓰고 포로들에게는 주지 않는다.


루이스가 있었던 감옥에서는 새라는 명칭의 일본군인이 등장한다. 거의 시소오패스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끊임없이 루이스를 비롯한 포로들을 괴롭힌다. 꼬투리를 잡아 폭행을 한다.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일본 장교들마저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게 교도소가 편한게 운영되고 아무런 탈없이 지낼 수 있기에 장교들은 새라는 인물에게 거의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긴다. 새는 그럴 수록 더더욱 교도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루이스는 특히나 더욱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인물이니 더더욱 눈에 띄는 존재였다. 일본 군인이 시합을 내기해서 일부러 지게 만들기도 했다. 애인을 데리고 와서 하는 강요다. 미국인에 올림픽 선수였으니 루이스를 굴복시킬수록 더더욱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데 루이스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꼿꼿이 버틴다. 그럴수록 더욱더 폭력은 심해지고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도저히 그 끝을 모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또 다시 겨울이 오면 모든 포로들은 추위와 기근에 죽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때 다행히도 전쟁이 종료된다. 반신반의하던 포로들은 비행기와 일본군인들의 태도로 드디어 자유를 만끽한다. 대부분의 일본 군인들이 잡히지만 새는 도망을 간다. 원래대로라면 일본 전범들은 전부 처형되거나 감옥에 있어야 하지만 미국은 전략적인 목적으로 공산당을 막아야한다는 당위성때문에 일본 군인들을 사면한다. 그들은 사회의 곳곳에서 지도자다 되고 총리도 된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가 지금처럼 얽히고 섥힌 근본적인 이유는 따지고 보면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승리였다.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은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일본은 그렇게 유야무야하게 전쟁 때와 차이가 없는 지도자들이 다시 권력을 잡는다. 불행의 씨앗은 그렇게 싹이 텄고 지금도 자라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온 루이스는 엄청난 환영을 받지만 외상성스트레스는 그를 놓치 않는다. 다른 포로들처럼 루이스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하루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눈만 감으면 새가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일본으로 가서 그를 죽일 계획까지 세운다. 아내에 의해 억지로 참가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에 감동해서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 과거를 절단한다. 그 후로 평화롭게 과거를 잊고 모든 것을 용서한다. 새마저도 용서한다. 새는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까지 한다. 잡히지 않고 7년을 넘게 도망다니다가 미국의 전략적인 사면정책에 의해 자유의 몸이 된다. 노인이 된 그는 자신의 행동은 어쩔 수 없었고 전쟁이 만든 비극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인터뷰까지 한다. 루이스와의 만남은 끝내 거절한다.


사망처리 되었던 루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식구들중에 가장 오래 살고 있다. 책에서 사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아직도 생존한 듯 하다. 그는 불후 청소년들을 돕고 여전히 늙지 않은 젊은 생활을 하며 지낸다. 포로 수용소에 가서 그 당시의 일본 군인들을 만나 직접 용서하기도 한다. 과거와 헤어진 그는 큰 욕심없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며 여러 사람들을 도우며 남은 여생을 산다.


한 개인의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또한 책을 읽으며 단순히 루이스라는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점때문에 일본의 잔혹성에 대해 자료를 토대로 공개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나 보인다. 미국에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번에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일본의 반성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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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브로큰 1 -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
로라 힐렌브랜드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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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있다. 재미없는 소설을 읽는 경우는 없다. 무엇인가 가르치거나 지식을 알려주는 소설도 있겠지만 이런 소설마저 읽는 독자가 알려주는 지식이 재미있어 읽는다. 소설이 재미없다면 도대체 무엇때문에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일을 소설을 통해 보게 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설이 있다. 소설 보다 더 참혹한 현실도 있다. 팩션이라 하여 현실에 적당한 상상력을 보태서 내용이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도 꽤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내용이 집중하며 읽는 소설도 있고 아주 작은 묘사를 읽으면서 감탄하는 소설도 있다. 대부분 책을 내용 위주로 읽는 편이라 묘사보다는 얼마나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느냐가 더 나에게는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환호는 소설이 별로인 경우도 있다. 그 책은 내용보다는 탁월한 묘사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난 별로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내용으로 엮여있느냐가 핵심이다.


세밀한 묘사업이 투박하고 사실을 나열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사건전개를 펼치기만 해도 내용이 흥미로우면 손에 땀을 쥐며 읽게 되어 있다. <언브로큰>은 소설이다. 정확하게 말하지면 팩션이라 해도 무방하다. 아니, 자서전이라고 해도 된다. 일대기는 아니라도 특정 시기동안 한 개인이 겪은 경험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왜? 그 경험이 흥미롭고 재미있고 일반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나열로도 읽힌다. 탁월한 심리묘사나 세부 묘사는 없다. 그럼에도 책의 주인공인 루이스의 이야기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의 경험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소설이라 할 수 없어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펴 낸 것이라 봤는데 주인공은 따로 있고 저자가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보태고 책의 주인공과 인터뷰를 통해 빈 이야기들에 여백을 메웠다.


어릴 때 부터 워낙 말썽쟁이인 루이스는 개구진 것으로는 동네에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유명할 정도였다. 어느 누구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경찰도 알 정도로 사고뭉치였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큰 인물이 되거나 의미 있는 인물이 될 싹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나 거짓말을 하지 않나 가출을 하지 않나 말이다. 우리는 이런 친구가 잘 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쉽게 예단하면 안 된다. 아무리 어릴 때 잘 나가도 의미없고 못 나가도 의미없다. 그 친구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중학교에 올라가며 인생이 변하게된다. 워낙 형을 잘 따르던 루이스는 형의 인도대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숨겨진 재능이 발견되었던 것이 아니라 노력이 더해졌다. 남들이 쉴 때도 연습을 했고 더이상 뛰지 못하게 되더라도 달리기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말썽쟁이에 개구쟁이였던 루이스는 달리기 시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동네를 넘어 지역에서 유명해 진다. 신문에서도 루이스의 이름이 나올 정도로 서서히 전국구 스타가 된다. 그보다 나이 많은 형들보다 먼저 들어온다. 미국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낸 루이스는 자신의 주 종목에서는 올림픽 참가가 좌절되지만 그보다 장거리에서 기적적인 참가를 따낸다.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해서 히틀러도 만나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입상에는 실패하고 다음 올림픽인 동경 올림픽을 꿈꾼다.


하지만, 세계는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말아 올림픽의 꿈은 사라지고 공군이 되어 전투기의 전투병이 된다. 그의 슈퍼맨호는 B-24로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받지만 임무를 잘 수행하며 훌륭히 전투에 참여하여 훈장도 받는다. 당시 전투기들은 전투에서 잃어버리거나 사망하는 경우보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때 전투기가 문제가 생겨 전투기가 고장나거나 군인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루이스가 탄 비행기도 마찬가지로 전투 수행에서는 무수한 총 구멍이 비행기에 났어도 무사했는데 전투 임무 수행이 아닌 비행 후 추락하고 만다. 그들이 추락한 지역은 미군이 아닌 일본군이 다니는 길목이었다. 결국 미군은 루이스를 실종으로 처리한다. 구명정에 타 수십일을 연명한다. 늘 상어들은 자신들을 쫒아다니며 호시탐탐 먹으려고 노력한다. 일본 전투기는 그들을 발견하고는 총으로 쏴 죽이려 한다.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동료 한 명이 죽는다. 


루이스와 조종사는 수십일동안 물은 비로 해결하고 가끔 만나는 알바트로스와 물고리로 연명한다. 그들은 끝내 일본 군이 점령하는 섬에 도착할 때 몸무게는 가장 좋을 때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돕지만 그들은 포로로 다른 곳으로 이송된다. 그들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일본군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1권이 끝난다.


사건과 사건의 기록만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흡사 다큐를 보는 것과 같이 심리묘사보다는 연속적으로 루이즈가 했던 일련의 삶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워낙 다이나믹한 삶을 살아온 루이스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로 보인다. 엄청나게 세세하게 루이스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도대체 저 자료들을 어디서 전부 구하고 인터뷰까지 하며 책을 펴 냈는지 그 방대함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이다. 이제 일본군에 잡힌 루이스는 어떻게 될지 2권에서 확인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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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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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을 읽어보면 다 이유가 있다. 특정국가에서만 성공한 작품이 아닌 전 세계적인 보편타당한 정서를 사람들에게 호소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이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이키는 내용이라면 소설이 아니라도 성공을 하는데 나라마다 사회관, 가치관, 세계관, 역사관이 달라 소설이 아닌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소설만이 전 세계인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사랑을 받는다. 소설에서 확장된 것들이 영화와 게임을 비롯한 문학작품들이다. 영화와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신 생각이고 난 문화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향후에는 갈수록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필력이 좋고 묘사가 뛰어나고 맛깔스러운 글솜씨를 자랑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의 힘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힘이다.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재미있는 작품은 묘사도 뛰어나고 글이 참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이야기가 재미있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글을 잘 써서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가끔 글이 촌스럽게 느껴지고 내용이 유치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베스트셀러가 되고 사람들의 인기를 끈다. 베스트셀러 작품중에는 그런 이유로 작품성이라는 무형의 가치판단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이야기의 힘으로 사람들의 공감과 정서를 자극하여 큰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베스트셀러 소설에는 특히나 인간의 보편 타당한 정서를 훅~~하고 건드리는 작품이 많다. 이런 작품에 사람들은 침을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긴다. '미 비포 유'는 바로 그런 인간의 보편타당한 정서를 바탕으로 누구나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약간 삐딱하게 본다면 이 작품은 지극히 대중적인 로맨스 소설이다. 그것도 과거에는 무조건적으로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는 로맨스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면 로맨스 소설도 끊임없는 진화끝에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로 발전했는데 '미 비포 유'는 아마도 그런 진화의 가장 최종본이고 정점에 선 작품이라 본다. 당분간은 이 작품을 뛰어넘는 현실적인 로맨스 소설은 드물지 않을까한다.

 

로맨스 소설이 점점 판타지와 섞이면서 40대 이상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덜 한다면 '미 비포 유'는 그럴 틈이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와 지극히 보편타당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이 작품에서 다른 점은 -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해 불완전한 구조설명이지만 - 백마탄 왕자님이 백마를 타지 못한다는 점이다. 왕자님은 분명한데 백마를 타지 못한다는 아주 특이한 왕자가 나타난다.

 

여자는 못났다.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비하와 자존감이 떨어진 여자가 다니던 카페가 사라지면서 임시직을 얻게 된다. 무척 어려울 수 있는 직장이다. 사지마비가 된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그런데, 특별히 할 일은 없다. 이미 돌보는 간병인이 있다. 그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한다. 시간이 남는다. 할 일이 없다보니 이것저것 시간을 때우기 위해 괜히 집 안 일도 한다.

잘 나가는 상류층의 남자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병신(?)이 되었다.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 변한 상황에 적응하여 살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그 무엇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이미 시도를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윌을 감시(?)하기 위해 클라크를 고용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간병인이 없을 때 옆에서 못된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고용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이후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 먹는다. 딱 6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부모와 약속을 했다. 6개월이 지나도 마음의 변화가 없다면 스위스의 어느 병원에서 자살을 하기로. 그 병원은 자살을 합법적으로 인정한다. 조건에 맞는다면. 윌이 삶의 의지를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하자고 마음을 먹지만 사지마비의 윌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스스로를 지가비하하고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클라크는 윌의 끊임없는 칭찬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독려하며 기회를 제공하면서 변화한다. 윌은 사지마비이지만 집안을 포함하여 금전적으로는 부족한 것은 없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노력한다. 한 명은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하려고, 한 명은 삶을 제대로 살게 만들려고. 이들은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6개월 기간동안 감시자와 감시당하는 사람으로 만났지만 점점 상대방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진심을 깨닫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이 더 잘 되기를 기원하면 노력하지만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은 왔다.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하면 여자는 그에 따른 선택을 분명하게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윌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클라크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작은 동네에서 자신의 재능을 썩히며 머물러 있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믿고 포텐을 마음것 폭발시키기를 원한다. 클라크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상처는 전부 지워버리고.

 

500페이지가 되는 분량의 소설을 읽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감정이입을 하며 읽었다. 내가 클라크라면? 내가 윌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로맨스 소설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 몸, 돈, 신분등등 - 전형적인(??) 남성이었던 윌이 사지마비가 된 후에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믿고 이 상황 자체는 마음을 달리먹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이성적인 판단 끝에 내린 결정에 과연? 개인적으로 암 말기에 걸리면 아무런 치료없이 할 것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할 결심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어떤 말을 하든 윌에게는 전부 남들이 지껄이는 위로일 뿐이다. 내가 직접 사지마비 환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잖는가? 또한, 이 소설에는 자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자살에 대해.

 

자..자.. 이러한 철학적인 논제를 던지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 비포 유'는 로맨스 소설이다. 확실한 것은 책 마무리에 슬픔에 눈물을 보인다.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은 아닐지라도 소설을 보는내내 남자주인공 윌이 사지마비라는 것은 잊고 읽게 된다. 사지마비환자로써 겪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그 보다는 클라크와 윌이 함께 보내는 경험에 집중하여 이 둘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좋은 소재와 이야기 구조를 통해 소설을 읽는 재미를 선사한 '미 비포 유'는 아마도 올 해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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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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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책을 다 읽었다. 기욤 뮈소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후에 전작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질 때 예전 작품과 그 해에 출간된 작품까지 전부 읽었다. 실용서적만 열심히 읽다 소설을 읽자며 막 이런 저런 소설을 읽게 되었을 때 우연히 지인이 기욤 뮈소의 책을 읽고 있어 함께 읽었다. 그 지인이 신간이 나오면 항상 구입하기에 덕분에 항상 읽었다. 스피드한 진행과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기욤 뮈소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계속 읽다보니 어느 순간 좀 지겨워졌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사건의 전개와 극의 흐름이 어느덧 눈에 보이는 뻔한 패턴으로 다가왔다. 늘 사랑이야기에 소재와 배경이 약간 다른 것을 빼면 계속 같은 패턴으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생각에 당분간 멀리하자고 생각을 했는데 그러고도 실제로 읽을 책은 다 읽었다. 새롭게 신간이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다, 이번 '내일'을 읽게 되었는데 간만에 읽으니 확실히 재미있다.

 

소설은 역시나 스토리가 좋아야 한다고 믿는다. 창작소설이나 문학작품은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라 얼마나 잘 심리를 묘사하고 배경설명을 해 주고 기타등등의 요소가 중요하지만 역시나 스토리가 좋아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아무리, 색다른 시도를 하고 기가막힌 글빨을 갖고 있어도 소설을 읽으면서 내용이 재미없다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재미라는 측면이 꼭 예능프로와 같은 재미가 아니라 다큐와 같은 재미라도 상관이 없지만 스토리의 힘을 믿는다.

 

최근에는 더글라스 케네디에 빠져 있지만 두 작가는 공통점이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과 배경은 미국이라는 것이다. 둘 다 대중소설 작가이고 내용이 아주 통속적이지만 재미있다는 것이다. 대중소설이라는 말은 외국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장르소설로 구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어딘지 모르게 대중소설이라고 하면 우리는 좀 순수와는 동 떨어진 개념으로 보는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보통명사처럼 쓰고 있으니.

 

간만에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었더니 좋았다. '내일'은 기욤 뮈소가 갖고 있는 장점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기존에 자주 읽어 내가 질려했던 뻔한 패턴에서 벗어난 작품으로 읽었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판타지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판타지를 통해 흥미로운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분명히 결말은 뻔한 것이라 보지만 전개하는 과정이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기욤 뮈소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확실히 글쟁이라고 느끼는 것이 이야기를 엮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신문에서 읽다가 눈여겨 본 하나의 기사로 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내용은 영화 '동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노트북을 통해 두명이 연결된다. 노트북을 중고로 구입한 후에 남아있는 사진을 노트북 주인의 메일이 있어 연락을 한다. 서로 마음에 들어 만나기로 했는데 서로 바람을 맞는다. 분명히 서로 자신들은 그 자리에 갔다고 우긴다.

 

두 사람의 주장은 맞았다. 둘 다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둘이 간 장소와 시간은 같았지만 년도가 달랐다는 것이다. 한 명은 겨울이었고 한 명은 여름이었다. 이 둘은 서로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각자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었다. 남자는 1년정도 앞선 시간에 살고 있었다. 노트북은 여인이 자살하고 유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넘겨진 것이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기욤 뮈소의 작품들과 비슷하게 전개가 되었다. 이렇게 둘은 서로를 어떻게해서 우여곡절끝에 만나 분명히 사랑을 할 것이다. 어떻게 둘이 만나 사랑을 이루게 될 것인지를 궁금증을 갖고 읽으려고 하는데 배신을 때린다. 남자는 교통사고로 죽은 자신의 부인을 살려달라고 한다. 이렇게 부인이 살게되면 분명히 둘의 관계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색다른 호기심으로 이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진다. 이 점이 바로 기욤 뮈소가 스토리텔러로써의 능력자라고 생각된다. 뻔하다고 하면 뻔한 내용을 갖고 참신하고  색다르게 호기심을 갖고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지겹지 않게 계속 새로운 책을 출판해도 역시나 다시 한 번 책을 집어들어 읽게 만들게 한다. 중간까지는 둘이 연락을 하지만 중간에 노트북이 고장나며 남자는 퇴장을 하고 여자만 활약을 한다. 연인관계의 이야기를 추리적인 관점에서 풀어내서 흥미를 이끌어내는 점이 가장 탁월한 능력이라 본다.

 

기욤 뮈소의 책을 하도 오랫만에 읽다보니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인지 궁금하다. 큰 줄거리를 만들고 중간 중간 반전을 넣고 소재를 최근 트렌드에 잘 맞추는 것등은 독자로써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나도 기욤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와 같은 글 한 번 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 '내일'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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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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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여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선인세로만 10억을 준다고 하는 하루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국내의 출판사들이 그의 새 책을 계약하기 위해 치솟은 판권이 어느덧 이 정도 금액이라고 한다. 사실, 이 정도의 금액을 투자하려면 100만 권정도는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 선인세에 추가로 또 판매량에 따른 계약이 있을테니 -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이 정도의 파워를 보여주는 작가는 전 세계에서도 극히 드물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엄청나고 대단한 작가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으니 할 필요없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한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키의 책이 재미없다는 것도 아니고 그의 작품세계가 별로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 정도의 선인세를 지불하면서까지 꼭 출판해서 판매해야 할만큼 엄청나고 대단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안 읽어도 살아가는데 무방하니 말이다. 그래도, 출판사들이 이런 투자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지타산을 다 계산하고 했을 것이니 말이다.

 

15년 정도 전에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읽었고 몇 년전에는 1Q84를 읽었다. 그 중간에 나온 책들은 하다보니 읽지 않았고 1Q84는 워낙 유명해서 읽게 되었고. 중간에 있던 작품들은 어떤식으로 전개되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은 1Q84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어보면 하루키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느껴진다. 그 부분이 과연 대단하고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을 정도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훨씬 더 재미있고 내용이 좋고 흥미진지하게 풀어내는 작가들이 많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언제나 화제를 불러일이키고 새책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그 점에서 볼 때 대단한 작가라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하루키가 자신의 작품에서 펼쳐보이는 세계관과 가치관과 스토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브랜드처럼 소구되는 유행이 아닐까하는 의문도 든다. 남들이 읽으니 나도 읽어야 어디가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집단의식말이다. 그런걸 보면 매번 출시된 후에 1년이 지난 후에 - 워낙 인기라서 1년이 넘어야 겨우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 - 이렇게 읽고 있는 나도 그런 것이 아닐까싶다.

 

이 책은 초반 100페이지까지는 계속해서 제목을 다시 읽었다. 읽다가 제목이 뭐더라 하면서 표지로 가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고 확인을 했다. 책 제목은 어떤 이유에서든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거나 소재이거나 내용을 압축하는 것이라 보기에 읽다가 이 내용이 과연 제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해가면서 읽었던 것이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 다음에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두가지로 표현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읽으면서 다시 보면서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이렇게 두개로 나눈듯한 제목의 이유는 존재한다. 먼저, 제목을 이렇게 길게 정해 제목을 적자니 귀찮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다자키 쓰쿠루라는 인물이 특별한 색체가 없다는 것과 자신의 과거를 찾기위해 여행비슷하게 하는 과정을 그린 두파트로 나눌 수 있다. 색채가 없다는 말부터 하자면 색채가 없을 수는 없다고 본다. 옅을 수는 있다. 무채색이라면 투명하다고 여길수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백치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바보에 가까운 인물이 아닌 다음에야 색채는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열정적인 사람은 빨간색, 이성적인 사람은 파란색, 냉소적인 사람은 회색, 과묵한 사람은 검정색등으로 누구나 다 자신만의 색채는 갖고 있다고 본다. 팔색조와 같은 색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아마도 사기꾼이지 않을까한다. 그렇기에 색채가 없을 수는 없다. 책에서도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은 색채가 없다고 믿고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색을 이야기하지도 않기는 한다. 그런면에서 특정할 수 없는 색채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생 시절에 늘 맘에 많아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책에서는 그런 관계를 뛰어넘는 친구들이 5명이 있다. 그들은 남녀합쳐 5명이다. 어느날 쓰쿠루는 배척을 당한다. 이유도 모른체. 그렇게 어른이 되어 새로운 인연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전에 과거를 바로잡어야 전진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과거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어떤 일이 자신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일어난 것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책이다.

 

불행인지 행복인지 몰라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단 한명의 친구도 지금 나에게 남아 있지 않다. 이렇게 쓰고 보면 왕따였다고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무조건 상급반으로 올라가며 다른 반으로 갈리게 되었고 고등학교는 나 혼자만 덩그라니 차로 1시간 걸리는 곳으로 배정되었고 - 당시에는 인간이 하도 많아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 고등학교 친구들도 워낙 사는 곳이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졸업과 함께 떨어졌고 대학교도 나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출발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유일하게 교회에서 함께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선후배들만 유일하게 오래도록 성인이 되어서도 만나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다들 이제는 뿔불히 흩어져서 각자 자신의 삶을 살고 있어 만나기도 힘들다. 간혹, 동창생이나 어릴때 친한 동기를 만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교회동기라고 해서 모이는데 이마저도 최근에 모인지가 4년이 넘었다. 이렇게 보면 인간관계가 참 짧고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고등학교때 하도 친구들과 놀러 다니니 아버지가 '지금은 친구가 전부로 보이겠지만 크면 그렇지 않다'한 말을 당시에는 그래도 '지금은 친구가 최고'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버지의 말이 이해가 된다.

 

만약, 이렇게 친구에게 어느날 이유도 모르고 배척을 당한다면 어떨까? 그냥 절교를 당한다. 다행히도 학생시절이 아닌 성인이 되어 겪은 경험이라 다소 차이는 있었겠지만. 생각해보면 내 성격상 '뭐야~!'하고 며칠 고민하거나 이유를 밝히려고 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텐데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것 같다. 내가 살아가던 삶이나 살아갈 것 같다. 감정적으로 힘들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다 감정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이성적으로 할 것 같다. 사람이야 언제든지 안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아예 다시는 못 만날 사람들도 존재하는데. 다만, 20대 초반이였다면 힘들 수는 있었을 듯 하다.

 

이 책은 대중소설이다. 구분이 무의미하지만. 중간에 구성이 1Q84와 비슷하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그걸 판타지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이라 규정해도 될 것 같고. 그 부분이 하루키의 소설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존재와 의미를 집어넣고 내용과 연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꼭 있지 않아도 무방한. 끝으로 마지막에 가서는 열린 구조로 끝내 버린다. 1Q84도 열린구조로 끝냈지만 독자들의 열화같은 성원에 못이겨 3편까지 냈는데 이 책은 그때만큼의 요구는 없었나 보다. 

 

책의 내용은 의문투성이들이 상당히 많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와 무엇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속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게 바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아예 아무런 결정없이 끝내 버린다. 어떻게 보면 '뮝밍?'이고 어떻게 보면 어차피 인생이란 우리가 읽는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연결되지 않는 끊임없는 되돌이표처럼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다시 등장하는 삶의 연속이다.

 

괜히 책의 내용을 갖다 붙히자면 어딘지 모르게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알려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쓰쿠루가 일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으로 오버랩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억지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것까지 다 적자면 너무 길어질 듯 하여 여기서 끝내지만 그런 느낌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들었다. 

 

"그렇게 멋진 시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온갖 아름다운 가능성이 시간의 흐름속에 잠겨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수는 없어."

 

그리고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생각을 한 걸 보면 책이 좋다. 책을 읽는 이유중에 하나이니 말이다. 과거에 대해 현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은 하루키가 의도한 바는 아닐지라도 그의 책을 읽으며 내가 떠올리며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여하튼 제목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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