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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솔직히 파올로 코엘료의 작품은 더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아 저번 작품을 끝으로 더이상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마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코엘료의 작품은 좋다. 내가 그것에 대해 왈가와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심지어 내가 무엇이라 이야기한다고 코엘료가 반응을 할리가 없다.
코엘료의 작품중에 당연히 연금술사는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여러 성공학 책과 같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우화형식으로 아주 멋지게 서술하고 감동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이 있게 만들어 준 책이 바로 연금술사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마녀 삼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도 읽는데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최근으로 넘어 올수록 코엘료의 작품에 대해 좀 시시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매년 작품을 낸 다는 그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지만 그만큼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데 실제로 코엘료는 끊임없이 인간의 존재와 가지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신비주의와 연결되어 우리에게 해 준다.
한편으로 대단한 것이 꼭 자신의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읽는 독자들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분명히 코엘료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경험과 필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코엘료의 작품을 찾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그의 작품은 유효하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알레프를 통해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 좀 지겨웠다. 코엘료가 하는 말이 말이다. 소설이라는 작품에서는 소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한결같은 소재로 반복하는 것도 별로이고 같은 내용을 그다지 다른 느낌없이 반복하는 것도 사실 별로였다.
그렇다고 코엘료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감히 논하지는 못하겠지만 역시 지난 작품은 그나마 참신한 소재이기는 했지만 나는 코엘료의 세계에서 떠나야 할 듯 싶다. 그의 이야기가 그다지 신비스롭지 않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각박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엘료의 작품은 정신의 구루를 찾는 과정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정신적인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알레프라는 뜻은 동양말로 이야기하면 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기는 영어로 표현할 때 에너지라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하면 단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인간들이 갖고 있는 정신 세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핍폐해진 인간이 알레프를 소홀히 하면 우리나라 말로 기가 허하다는 말처럼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는 주로 보양을 한다고 하는데 말이다.
이런 면에서 외부에 치중했던 서양과 내부에 치중했던 동양이 서서히 하나로 만나는 것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너무 내부에 치중했던 동양이 서양에 무릎을 꿇었던 것처럼 이제는 외부에 벌어지는 세계가 인간을 이롭게 하고 편하게 만들었지만 내부를 잃어버려 다시 선을 추구한다든지 템플스테이와 같은 것이 유행아닌 유행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중국 대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에 나오는데 중국 대나무는 몇 년 동안이나 죽순만 보일 뿐이지 전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그 밑에서는 엄청나게 뿌리를 단단히 하는 과정을 몇 년동안이나 거쳐 그 과정이 다 끝났을 때 1년 만에 5미터 이상 자란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거처야만 어느 순간 때가 이르면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는 이야기가 현재의 내 처지와 비교되어 인상깊게 읽었다. 도대체, 언제 뿌리가 내리고 어느순간 폭발적인 성장을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때문이리라.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읽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 2년 넘었을 듯 하다.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다시 읽고 코엘료와는 당분간 정말로 작별을 해야 겠다. 최소 5년 정도가 흐른 후에 다시 읽어보면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