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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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를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20년도 넘었을 듯 하다. 워낙 예전에 읽었는데 그 이후로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남아 있는 걸 보면서 속으로 신기해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읽을 당시에 그다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억은 없었는데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계속 읽히는 책이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이런 책들은 결국 고전으로 남게 된다. 시대정신을 관통하며 인류 보편 타당한 이야기가 소설에 녹아있을 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자인 '하퍼 리'가 검색이 되더니 대형서점에 도배된 것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전혀 신작이 없던 하퍼 리가 이번에 새롭게 <파수꾼>을 출간했다. 워낙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읽혔던 <앵무새 죽이기> 하퍼리가 신작이 없었으니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대부분 책을 한 권만 출판 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이토록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작품은. 이러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될 수밖에.


확실하지 않지만 <파수꾼>은 기대만큼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한 듯 하다. 원래 <앵무새 죽이기>보다 <파수꾼>이 먼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을 하는 이유는 확실히 책의 템포나 내용 전개가 고전적이다. 이 책을 90세에 출판했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책은 무척 고전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아마도 최근 작가가 이 작품을 썼다면 3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정도다.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중심 주제가 있다. <파수꾼>은 책 중반이 될 때까지 전혀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짐작도 하기 힘들다. 성인이 되어 독립하여 뉴욕에 살던 진 루이즈는 2주일 정도 고향인 남부의 메이콤으로 돌아온다. 시대 배경은 1950년대다. (라고 썼지만 난 책을 읽으며 정확한 배경 년도를 몰랐다.) 활력이 넘치고 정신없던 뉴욕에 비해 메이콤은 전형적인 남부지역답게 느릿하고 동네에서 시시콜콜 비밀이 없을 정도로 모든 소문이 하루도 안 되어 퍼지는 곳이다.


아버지는 변호사로 오랫동안 메이콤에서 활동하셨고 오빠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제 없고 오빠친구였던 행크는 불후한 가정사를 극복하고 변호사가 되어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다. 행크는 진 루이즈가 어릴때부터 도와주며 사랑이 싹 터 서로 메이콤에 올때만 만나는 사이지만 서로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다. 늘 주체적인 삶을 살아온 진 루이즈는 메이콤의 삶과 생활은 답답하고 적응하기 힘들지만 행크와 만남과 결혼은 고민이다.

소설 내용은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데 무려 반이상을 할애한다. 전형적인 예전 작품 스타일이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이 대부분 그렇다. 과거 사람들은 살아가는 삶의 시간과 흐름이 단순했고 느렸다.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글의 형식과 호흡을 갖고 있다. 부정하려 해도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호흡이 있다. 이 호흡은 작가 자신만의 성격과도 연관있고 삶의 패턴과도 연관되고 시대와도 밀접하다. 19세기 고전소설이 전부 그토록 현대인이 읽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이제 겨우 진 루이즈와 주변 상황을 모두 알게 된 이후에 동네 입장에서는 작지만 진 루이즈에게는 커다란 사건이 생긴다. 흑인 - 소설에는 니그로라고 표현한다. 당시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려 용어를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 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친 사건이다. 오래도록 동네에서 어려운 일도 해결해주리라 믿었던 아버지가 사건을 맡을 것이라고 알았지만 그 본심이 달랐다.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 흑인 인권과 해방, 투표권을 둘러싼 복잡한 속내가 있었다.


메이콤은 점차적으로 백인이 부족하고 흑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를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메이콤은 흑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직까지 흑인은 지도자가 될 만한 사람이 없다. 제대로 메이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니 그때까지는 백인들이 권력을 가지면서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 진 루이즈 아빠와 연인 행크의 생각이었다. 진 루이즈는 말도 안되는 이런 생각과 행동에 실망감을 느끼며 아버지와 행크에게 대들며 절교를 선언한다.


침착하게 아버지는 변호사답게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진 루이즈는 성격과 혈기로 대든다. 신기하고 놀랍게도 아버지는 진 루이즈의 사고를 인정할 뿐마 아니라 자신의 반대편에서 활동하는 것마저 용납한다. 진 루이즈를 그렇게 키웠고 자신이 설계한 삶이 아닌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길 원했다. 그것이 오히려 사랑이다. 책 내용은 당시 시대상과 흑인과 백인이 부대꼈던 내용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아버지와 딸의 이런 대화와 서로를 마지막에 인정(아버지는 원래 인정, 딸은 뒤늦게 깨닫고 인정)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자녀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자신의 판단과 다른 결정을 내릴 때 화를 내는 것 자체가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주체이다. 자녀는 내가 될 수 없고 내 생각은 자녀와 다르다. 다를 수 있어도 식구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도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개념이 너무 쿨하고 서양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서양도 <파수꾼>에 나오는 부녀지간같은 관계는 거의 드물지 않을까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이게 맞는 듯 하다.


나와 다르다고 상대방을 배척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친하다고 내 생각과 같아야 할 이유가 없고 같은 것이 더 이상하다. 서로 비슷한 면도 다른 면도 있으니 서로 이야기가 되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서로에게 성장시켜주는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파수꾼>에서 내가 읽은 내용은 그런 것이다. 살면서 이게 참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갈수록 느낀다. 남이 나에게 인정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도 남에게 나와 다름을 자꾸 인정못하는 걸 깨달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적으로 된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는다. 


어찌보면 정작 책에서 알려주려 하는 주제와는 다소 동 떨어진 이야기만 하게 되었다. 늘 말하지만 책이 저자 손에서 떠난 순간 그 책을 읽은 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그러니 욕도 하고 칭친도 한다. 같은 책에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 이번 <파수꾼>에서 내가 느끼고 읽은 내용은 그렇다.


책 내용 중에 그냥 발췌한 대목 110페이지

"한 가지만은 결정을 내려야 해. 앞으로도 여기가 변하는 걸 보게 될 거야.

우리 생애에 메이콤이 완전히 변하는 걸 보게 되겠지. 그런데 너의 문제는 말이야.

먹은 과자가 손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

시간을 멈추고 싶지만 못 하는 거고.

조만간 메이콤인지 뉴욕인지 결정해야 할 거야"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조금 지루하긴 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책을 읽으며 템포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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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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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든 무조건 책 제목은 읽는내내 독자의 머리를 지배한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길을 잃었을 때 책 제목을 본다. 책을 열심히 읽어도 감이 잘 잡히지 않을 때면 다시 한 번 제목을 보게 된다. 한 번에 책을 집자마자 읽는 경우는 없기에 책을 읽을때마다 다시 한 번 제목을 저절로 보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을 유념했고 또 다시 보면서 확인했다. 책 내용 전개가 빠르진 않다.


늘 대중소설과 순수소설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유독 한국에서 그런 경향이 강한데 외국은 대체적으로 순수와 대중이라는 구분보다는 장르적으로 구분한다. 이 책은 전적으로 지인추천으로 읽었다. 지인이 읽으라고 권한 것은 아니고 리뷰를 보고선 마침 소설을 하나 읽을까하는 생각과 도서관에 간 날이 일치해서 무조건 택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택하고 읽어 어떤 장르인지도 몰랐다.


굳이 장르라면 추리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50페이지 넘게 읽으면서 이 책은 추리 소설류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고 장르소설도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대중적인 재미가 적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스토리 전개도 아니었다. 차라리 지적유희를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책은 크게  사춘기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전반부와 아이가지 다 키운 후에 노인이 된 후반부로 나눠진다. 전반부는 언어적 지적 유희와 같은 구성이다.


배경이 60년대인데 편견인지 몰라도 60대를 배경으로 하는 서양 작품 - 그래봤자 기껏해야 미국이나 영국이지만 - 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말과 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행동은 정 반대로 개차반적이고. 무엇인가 있어보이려 노력을 끝까지 한다. 아는 것이 없어도 아는 척을 해야 하고 읽은 것이 없어도 읽은 척을 해야 하고 자신이 입에서 내 뱉는 사상을 잘 몰라도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만으로도 그 사상을 안다고 상대방에게 보여야했다.


이런 현상은 절대적으로 10대후반에서 20대까지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할 때 주인공은 어김없이 젊은 청년들이다. 아마도 이 당시를 청년 시절로 보낸 사람들이 펴낸 작품이 많아 그럴 것이다.  히피라든가 물질적인 풍요가 늘어나며 정신적인 충동이 벌어지며 젊은이들은 가치적인 혼동이 온다. 세계는 두 진영으로 갈려 이념적으로 싸우고 육체는 편해지고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해 지나고보니 더욱 풍성했던 시절이 되었다.

이 당시의 한국은 완전히 동 떨어진 시대상황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전력투구하던 시대였다. 이러다보니 서양 작품을 읽을 때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산업화를 통한 발전을 한 정서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보고 듣는 것 정도로 흉내는 낼 수 있어도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체험을 통해 내려오는 정서가 단절되어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전반부는 그저 그런 느낌으로 내용이 이뤄진다. 별 다를 것도 없고 특이할 것도 없고 괜히 젠척하는 남성 놈들의 치기어린 사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후반부에 급격히 시간이 지나가며 어느 새 노회해서 육체도 정신도 전반부와는 다를 것으로 느껴지는 노인이 되었다. 젊었을 때 잠시 사귄 베로니카와 헤어지지 마자 가장 친했다고 여긴 에이드리언과 사귄다는 것을 알고 질투와 시기에 폭발해 저주섞인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뜻밖에 베로니카의 어머니에게 한 통의 유언장과 500달러 정도의 상속금이 나온다. 추가로 생각지도 못한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까지. 에이드리언이 베로니카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에 더욱 궁금한 바로 그 일기장.


허나 베로니카는 그 일기장을 가로채서 주려 하지 않는다. 이미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기고 다시 이혼한 상태로 더이상 삶에 새롭고 활기찬 것은 없다고 믿었지만 베로니카는 뜻하지 않게 즐거움을 준다. 다시 베로니카에게 일기장을 받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베로니카에 대한 새롭게 환상도 생긴다. 인간은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위주이던가. 상대방의 모든 행동은 내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석한다. 모든 것마저 그에 맞게 전부 꿰어맞추며 연결시킨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는 철저하게 1인칭 시점의 주인공 입장에서 작품 속 세계에 빠진다. 저절로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주인공이 사랑하고 미워하는 캐릭터를 똑같이 대한다. 시종일관 책을 읽으며 베로니카는 이상하고 요상한 여자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과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베로니카의 말과 행동이 이해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예감은 개나 줘버려'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지독한 편견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대체적으로 이성친구일 경우가 많다. 특히나 나이가 어릴 때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도 왜 그런 행동과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서로간의 대화와 행동은 온갖 오해와 억측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헤어진 관계는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외사랑이든 끝내 미스테리를 풀지 못한다. 그저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이번에도 여전히 자신 혼자만의 추측으로 회상할 뿐이다.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나 템포가 느리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를 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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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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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모든 소설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지극히 통속적인 내용에 지적 허영마저 살짝 얹어 채워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 안에 포함되는 각종 문화와 관련되어 있는 소재를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영화, 문학작품, 음악 등 작품 속 인물들이 다양한 문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상대방을 예측하거나 자신을 알려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작품을 다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작품도 있었다. 이번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아쉽게도 재미가 살짝 떨어진다. 생각해보니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에 비해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이 재미가 덜했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소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대중문화 영역에 있던 인물이 한참 잘 나갈 시점에 뒤통수를 맞고 추락한 후 다시 우연한 기회에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너무 통속적이지만 그 맛으로 봤다. 대중문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여 소재를 선보이고 서로 이야기할 때 나도 그 작품을 읽어 봤다는 동질감과 나도 그 음악을 알고 작품 속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문화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괜한 지적허영을 채우며 읽었다. 이런 통속적이며 지적 허영을 채워주는 작가는 기욤 뮈소도 있다. 기욤 뮈소는 최근에는 살짝 지겹다. 반복되는 내용에 너무 뻔한데 그나마 아직까지 더글라스 케네디는 여전히 내 허용을 채워준다.


이번에 읽은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 서술되었고 좀 답답한 면이 많았다. 비록 뜻하지 않게 나락으로 떨어졌어도 갖고 있던 재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회가 되었을 때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운을 거머지는 모습을 읽으며 쾌감을 느끼며 읽었는데 이번 책은 그런 면이 없었다. 물론 이번에도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의 무죄가 전부 밝혀지며 갖게되지만 통속적인 쾌감은 아니다.

소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진다. 개방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한나는 원칙적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진보적이며 전쟁을 반대하는 교수 아빠와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미술화가 엄마사이에서 자라 우연히 만나 의사 남편과 임신을 하게 되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작은 마을로 간다.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 아빠의 주선으로 온 매력적인 남자와 며칠 보내며 감정에 충실하지만 곧 제 자리를 찾고 생활한다.


몇 십년이 지나 모든 것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딸이 실종한다. 딸은 유부남 의사를 잊지 못해 사라졌는데 이를 계기로 언론에서 관심을 갖게 되고 때마침 옛날에 만났던 그 남자가 책까지 펴내며 하루아침에 나쁜 여자로 방송에 나가게 된 한나는 도망칠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 때 보수적인 아들도 믿었던 남편도 등을 돌린다. 한나는 보편타당한 정서에 입각한 사고를 가졌다고 믿었지만 온갖 사람들에게 매도당한다.


진실 공방이 이어지며 진실은 당사자 이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진실을 밝힌 사람이 나타나며 모든 사람들은 한나에게 미안하다며 자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는다. 아들은 자신이 지나쳤다며 연락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미안한지 연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자신이 가고 싶었던 파리로 반 년동안 가려고 할 때 죽었는지 알았떤 딸이 연락이 온다. 파리로 갈 것인가 망설인다. 각자의 인생이 있으니 떠나는 것이 맞다며 이야기는 끝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난 한다. 많은 것을 자식을 위해 해 줄 수 있지만 무엇이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난 그저 자식은 자식의 삶이 있는 것이고 부모는 일정 시기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만 도와주면 된다. 그 후에 자식 발목만 잡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자식은 자식 삶이 있는데 그걸 부모가 일일히 방향을 제시하고 간섭할 필요도 이유도 권리도 책임도 없다.


굳이 작품 속 내용에 의미를 두자면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더글라스 케네디에게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더 잡>과 같은 작품에 비해서는 재미는 덜 했다. 그래도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필력은 참 대단하다싶다. 늘 작가들이 이야기 전체를 풀어내는 능력은 감탄스럽다. 아귀가 딱딱 맞게 앞에서 한 내용이 뒤에 가서 기가 막히게 이어질 때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내린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자심 쉬어가는 작품으로.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조금은 덜 익사이팅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더글라스 케네디


저자의 다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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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아시아 문학선 13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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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문화대국이라는 표현을 한다. 밑바탕은 철저하게 과거이다. 논어, 삼국지 등의 두고 두고 아시아에서 읽히고 큰 영향을 미친 책들과 생각이 널리 전파된 시조다. 정작 최근 중국 문화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 물으면 극히 드물다. 내가 워낙 문외한이고 무식해서 그렇겠지만 책은 김용의 무협소설만 떠오른다. 이건 정말 재미있으니 인정한다. 그 외에는 중국의 제5세대 영화라고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적이 있지만 그때뿐이었고.


최근 100년 동안 중국은 국력도 약했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택한 나라라 우리와는 대척점에 있어 여러 정보가 덜 들어온 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유명하다면 소개가 되었을 것이다. 최근에 중국 책들이 제법 많이 소개된다. TV드라마 같은 경우는 국내에 워낙 많은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많아 그런지 아예 따로 채널이 있는데 솔직히 본 적은 없다. 조금씩 중국 문화는 우리와 친근감있게 접근하고 있다.


중국 책을 읽기는 했지만 소설은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일본쪽은 추리류가 워낙 발달해서 우리나라에도 거의 대부분 번역되었지만 중국은 소개된 경우가 없다. 내가 문학쪽으로 늘 촉을 세워 신경쓰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처음이라고 하면 처음이랄 수 있는 중국소설을 읽게 되었다. 류전윈이 작가다. 중국 문학상도 꽤 받았고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이 될 정도라 국내에 번역출간이 되었을 것이라 본다.


이번에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를 읽게 되었다. 예전에 중국 이름은 한자로 호칭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를 중국 발음으로 호칭하다보니 참 힘들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임에도 중국 이름이 이토록 낯설고 어렵다니 책을 읽으며 주인공 이름을 중간 넘어가서 겨우 외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간을 읽을때까지 그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고 읽었다. 누가 누군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꽤 긴 시간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특정 기간이나 사건 중심으로 구성된 소설이 아니라 일대기식의 소설이라 세월이 흐르며 만나고 헤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퇴장하다보니 이름을 친숙할 틈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중간부터 뉴아이궈가 집중적으로 나오며 주변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며 겨우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연대기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천명관의 <고래>가 최고라고 본다. 구성이나 내용 전개나 그 방대함을 볼 때 어지간한 작품보다 훨씬 좋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중국 소설이라 우리와는 다른 국가를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엿보고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막상 읽어보니 우리와 딱히 다른 점은 없다. 각 국가와 민족에 따라 다른 문화와 관습 등이 있지만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


뉴아이궈는 딱히 대단한 삶을 살아간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을 친구랑 보내고 커서 결혼하고 처가 바람이 났지만 이혼을 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가 잠시 살면서 그곳에서 새로운 여자와 마음을 통했지만 자신의 상황과 같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떠난 처가 아닌 마음이 통한 여자를 찾아가며 소설은 끝이 난다. 책을 읽으며 중국이 참 땅 덩어리가 큰 나라는 맞다는 생각은 들었다. 서울 부산 거리는 무척 가깝게 묘사하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중국소설을 읽어봤다는 점에 만족한다. 분명히 중국 소설도 많을텐데 지금까지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우리와 별로 다른 삶을 살지 않고 있다는 점 정도가 읽은 보람이다. 우리 삶이나 그들의 삶이나 얼마나 거창하고 색다른 살을 살아가겠냐는 판단은 든다. 그런데, 할 말은 하면서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아무리 한 마디 말이 더 큰 의미를 가질지 몰라도.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름 익숙해지기 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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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개자식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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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할리퀸이라고 하여 로맨스 소설이 있었다. 주로 서양쪽에 여성들을 위한 소설이었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일본쪽의 야오이 소설(만화)을 읽었다. 할리 퀸은 적당한 수위였고 야오이는 좀 과감한 수위였다. 시간이 지나며 성인 로맨스는 점점 시장이 위축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이 전 세계적인 열풍이 불었다. 여성들을 위한 포르노 소설이라고 할 정도로 수위가 장난 아니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르며 이제 성인 여성들을 위한 장르로써 새롭게 재탄생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의식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성 로맨스도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 어지간한 내용으로는 성이 안 차다보니 보다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묘사를 해야 한다. <잘생긴 개자식>은 성인 로맨스 소설이다. 단순히 로맨스 소설이라 여기며 읽었는데 10페이지도 넘지 않아 본격적으로 관계맺는 묘사가 나온다.


책의 소비층이 여성인데 여성을 위한 소설도 이렇게 남자랑 딱히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예전 빨간책을 봤을 때와 비교해서 수위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때는 몰래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1~2권 호기심에 읽었는데 이제 이런 종류의 책이 당당히 베스트셀러까지 된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대부분 로맨스가 신데렐라 스토리다. <잘생긴 개자식>도 대기업 사장 아들 비서로 근무하며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로맨스를 펼치는 내용이다.


로맨스만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노골적이고 상당히 지속적으로 나온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소설이다. 실제에서는 어떤 사람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소설로 읽으며 대리만족을 한다. 옷을 찢으며 속옷을 찢으며 회사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의류매장에서 화장실에서 한다. 신기하게도 이런 와중에 어느 누구도 둘이 그렇게 소리지르며 열중하는데 눈치채지 못한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관심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고 으르렁대며 불꽃이 튀며 몇 번의 관계를 맺으며 안 된다고 하지만 몸이 반응하여 점차 상대방을 알아간다. 마지막 출장을 통해 서로 마음까지 안다. 중후반까지는 그토록 자주 나오고 묘사하던 장면들이 후반 50페이지 정도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일반 로맨스 소설처럼. 이 장르의 특성인지는 처음으로 읽어봐서 모르겠다. 


작가는 쌍둥이라고 한다. 재미있게도 둘이 함께 늘 소설을 쓴다고 하는데 <잘생긴 개자식>은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 주인공인 클로에 입장에서 서술하는 장면과 남자 주인공인 라이언 입장에서 서술한 장면으로 구분되는데 아마도 공동저자가 서로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쓴 듯 하다. 이 쪽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듯 하다. 쉬지 않고 내용이 그런 장면으로 연결되니 손에 침 묻혀가며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시리즈라고 한다.


로맨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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