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아도 시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정좌를 하게 된다. 하얀 책을 읽을 때 장갑 끼는 걸 고려하시는 분에 비할까 보냐마는(안녕하세요~~ 아름답고 섬세하신 님^^), 시를 읽을 때는 손을 씻고 바르게 앉아 시집을 펼친다. 웬만하면 시집은 들고 다니며 읽지 않는다. 구겨지면 안 된다. 시집은 항상, 새 시집 같아야 한다. 한 편, 한 편 정성 들여 읽는다. 물론 오래 걸린다. 서너 편을 읽은 후에는 쉬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를 대하는 내 마음이 변한 건 아닌데, 이 두 개의 시집은 빨리 읽었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그게 싫기도 했고 또 좋기도 했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 중에서는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가 좋았다. 해설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섹스, 알코올 남용, 폭력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반응과 마초이즘(Machoism)’의 풍자라는 정반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129)

 

불편한 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불편하다는 건 그의 작품 속 알콜과 폭력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여성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마초이즘의 풍자라는 해설도 이해되기는 하다. 미묘하게 두 지점을 오가는 것 같다. 내가 더 불편해야 하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이 한 개의 시에 대해서는, 나는 많이 불쾌하지 않았다. 팬레터를 쓰고 찾아오겠다고 하고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하는 여자들, 젊은 여자들에게 는 말한다.

 

 

부디 그대의

몸과 그대의

인생을

그것에

걸맞은

젊은 남자들에게

주세요

―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부분 47

 

 

 

 

 

 

 

 

 

나는 시를 잘 못 외우는데(사실, 나는 뭐든지 잘 못 외운다. 전화번호도, 계좌번호도, 우편번호도, 도로명 주소도. 모두 다 숫자들이군. 시도 더한다. 시도 잘 못 외운다.), 유진목의 시 중에, 몇 개는 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 하나의 문장이었

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

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 「당신, 이라는 문장부분 76

    

 

나와 하나의 문장 속에 살 수 있는 당신을 생각하고,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은 당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달콤하고 따뜻하다.

 

 

어디로 가야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모든 게 다 당신이야 나

는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고맙습

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내가 그리로 가겠습

니다

― 「첩첩산중부분 80

 

하루 종일 달린다. 물 고인 논을 지나 마을을 지난다. 건장한 사내 백발의 노인 발가벗은 아이를 지나, 첩첩산중 사내들은 소를 데리고 사라져 가고, 나는 당신도 없고 사랑도 없고 욕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달리고 달려간다. 남빛 하늘로부터 시작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이유는 당신에게 가닿기 위해서다. 고마운 당신, 당신에게만 있는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내가 그리로 가기 위해서다. 당신에게로 내가 가기 위해서다.

 

  

  

나는 일생을 다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을 겁니다 무엇이 나를 중요하게 여긴단 말

입니까 언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은 편안합니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죽고 싶습니다 그럭저럭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도

보면 우유분단해서일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입니다

― 「밝은 미래부분 34

 

행복한 순간이 왔을 때,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고 싶지는 않다. 죽지 않고 살아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누리고 싶다. 어쩌면 내가 그런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죽고 싶도록 만드는 행복, 이젠 죽어도 괜찮겠다고 느껴지는 행복, 나는 그런 행복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느끼는 행복은, 이 순간이 멈췄으면 하는 행복이다. 어느 때, 어느 순간, 찰나의 느낌이다. 그냥 지금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 말이다.

 

아침을 먹고, 자리에서 두 권, 소파에서 1, 학습만화 와이를 정독하던 아롱이는 학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공기 연습을 시작한다. 요 근래에 학급에서 공기가 유행이라 요즘 부쩍 공기놀이에 열심이다. 공깃돌을 던지고 받고 또 던지고 받는다. 설거지를 하다가 공깃돌을 던지고 있는 아이 앞에 앉는다. 아이가 놀라며 왜에?”하고 묻는다. 나는 그 가 어떤 인지 안다. 아롱이의 ?’엄마도 같이 할 거야?”하고 묻는 이다. 고개를 저어 아니라고 말한다.

다시 공깃돌을 던지고 받는다. 던지고 또 받는다. 이번에는 손등에 올린 공깃돌을 공중으로 던져 움켜쥐는 연습을 한다. 다시 잡은 공깃돌 3. 아리랑은 더블이니까 6. 학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공기놀이에만 열중한다.

내가 말한다.

아롱아, 우리나라 4학년 어린이 중에서 행복한 어린이 10명 추리면, 네가 10명 안에는 들 거야.”

아무 말 없이 공깃돌을 공중으로 날리던 아롱이가 잠시 틈을 내, 고개를 들고는 말한다.

아마, 5명 안에는 들 걸?”

다시 공깃돌을 던진다. 이번에는 공깃돌 2. 아리랑에 성공했으니까 4연이다.

 

2016620일 오전 825.

멈추고 싶은 시간.

행복해서 잠깐 멈추고 싶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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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4: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늘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당신 옆에 쉼표를 놓아 두었습니
다 나는 다음 칸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쉼표처럼 웅크려 앉는
당신 그보다 먼저는 아주 작고 동그란 점에서 시작되었을 당신...

- 당신, 이라는 문장

2016-06-20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4:39   좋아요 0 | URL
다시 사랑 샘솟는가요? 숙제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어요... ㅋㅎㅎ

2016-06-20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5:17   좋아요 0 | URL
만나면 내가 전할께요. 아멘!! ㅎㅎㅎ

2016-06-20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5:16   좋아요 1 | URL
1. 아롱이는 저도... 부럽습니다^^
2. 저는 이제 적응했어요. 이젠 전화번호 7자리도 한 번에 못 외워요ㅠㅠ
3. 고마워요. 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님의 말씀이 고맙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icaru 2016-06-2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비밀댓글로 쓰야하는긴가,, 잠시 고민 ㅋ -- ˝왜에?˝ 라는 두 글자에 함축된 것을 서로에 대해 통찰을 발휘할 수 있다니 대단히 가까운 사이인거네요... 아 부럽부럽.. 언어를 뛰어 넘어요!

살아있는 것도 우유부단 ... 이라니 아... ㅎㅎㅎㅎ ;;

저는 우유부단 대마왕~~!!

단발머리 2016-06-21 08:53   좋아요 0 | URL
위에 분이랑 어느 멋진~~ 남자분 이야기를 하느라 비댓이었어요.
가끔은 비댓이 엄청 재미있습니다.
특히 못 읽는 사람들에게는 궁금증을 선물로 드립니다. 마구마구.
저는 이렇게 댓글 쓴 적도 있어요.
위의 비댓글 다 뭔가요? 공개해 주세요~~ 라고요 ㅎㅎㅎ

아롱이랑 저는 그런 사이입니다. 항상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지점이 여럿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우유부단합니다. 항상... 지금까지요.

cyrus 2016-06-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 시 전문을 꼭 읽어보고 싶군요.

단발머리 2016-06-21 08:54   좋아요 0 | URL
찰스 부코스키의 시가 모두 편한 건 아닌데, 이 시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는 유쾌했어요.
cyrus님도 읽으시면 좋아하실 듯 해요. ㅎㅎ
 

 

 

 

 

 

 

 

 

 

 

스스로가 알고 있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이 보고 판단하는 자기 자신은 완벽하게 똑같을 수 없다. 위선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는 더 형편없는 인간일 것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믿는 것보다 더 괜찮을 사람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 멋져 보이고 싶다. 실제의 나보다 더 근사해 보이고 싶다. 그러니까 정직하게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실제보다 더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어제는 좀 꿀꿀했다. 어제 오전에 만난 사람은 나를, 실제의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만난 사람은 실제의 내 모습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게 싫었다. 많이 친하지 않은, 그리고 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나의 본 모습을 보게 되고, 알아채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 나는(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점 1가지를 찾아내는 훌륭한 미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제 오전에 만난 사람과 나와의 만남이 줄 수 있는 일말의 특별하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오후에 아롱이를 바둑 학원에 보내고 청소기를 돌리는데 계속해서 기분이 울적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내가 그러함을 알고 있다는 게 유쾌하지 않았다. 꿀꿀했다.

 

아롱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를 친다.

엄마, 내가 선물 가져왔어!”

... 정말 선물이다. 멀리선 온 선물.

 

 

 

 

 

 

선물을 받고 나니 이번에는 선물을 보내 준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실제로 어떠한가에 상관없이 나를 좋아하는 그 사람을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같은 말인가?), 유치하고, 소심하고, 게으른가에 상관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나를 생각해주는 그 사람을 생각한 거다. 나를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주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기분이 업이 되어 버린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 사람의 애정을, 사랑을 받는 사람이야. 그런 생각들이 자꾸 자꾸 커져서는, 나중에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자주 먹는다는 호박전을 부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 사람도 저저번주에 반찬이 없어 냉장고를 열고 애호박을 꺼내 호박전을 부쳤지. 나도 부친다, 호박전...

38살 무렵 부터였던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 쉽게 감동받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떤 형태의 강의던지, 마지막은 그래, 나도 이렇게 해보겠어!“의 결심으로 마무리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게 통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귀 기울이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따라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 때문에 읽게 된 책들이다. 물론 더 많지만, 오늘은 간단히 이렇게만 올려본다.

같은 책을 읽고, 그 사람을 따라 읽어 가면서, 나는 많이 웃고 행복했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지는 몰라도,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그 길 위에 웃음과 행복이 있다는 걸, 그리고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마워요, 좋은 사람.

당신은 좋은 사람이예요.

    

 

벨아미, 레 미제라블, 패니와 애니

초조한 마음, 내 연애의 모든 것, 집 나간 책

지상의 노래, 신중한 사람, 에리직톤의 초상

interpreter of maladies, 축복받은 집, 저지대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말할 수 없는 애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

 

 

 

 

 

 

 

 

 

 

 

 

 

 

 

 

 

 

 

 

 

 

 

 

 

 

 

 

 

 

 

 

 

 

 

 

 

 

 

 

 

 

 

 

 

 

 

 

 

 

 

 

 

 

 

 

 

 

 

 

 

 

 

 

 

 

 

 

 

 

 

 

 

 

 

 

 

 

 

 

 

 

 

 

 

 

 

 

 

 

 

 

 

 

 

 

 

 

 

 

 

 

 

 

 

 

그리고.... 화룡점정의 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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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나 훌륭한 책이 링크 되어 있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25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책들이 참 많죠.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들은 말 그대로 신세계를 열어줍니다.
이 책들의 화룡점정의 정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위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라는 책인데요.
소설 읽기를 즐겨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소설 읽기`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처음 책을 읽으려 하는데 책읽기가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랍니다.

좋은 책이니까 다락방님도 주위 분들에게 널리 널리 알려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6-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공감,사랑을 읽다, 너무 좋은 책이죠. 공감합니다 ^^

단발머리 2016-06-17 12:26   좋아요 0 | URL
네....시이소오님도 즐겁게 공감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목도 아주 잘 지은 것 같아요. 독서공감^^

2016-06-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 꿀꿀한 기분 공감, 업 되는 기분도 공감..훌륭한 책이 링크되어 있음도 공감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28   좋아요 0 | URL
꿀꿀한 기분 공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꿀꿀했어요... 어제 오후까지요^^

훌륭한 책이 링크된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네요.
저도, 훌륭한 책 다시 한 번 만져 보러 가야겠어요.
공감이란 자고로 부드러운 터치와 함께~~~~~~~~~ ㅎㅎ

꿈꾸는섬 2016-06-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단발머리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옆에 있으면 즐겁고 유쾌해요.
화룡정점..ㅎㅎㅎ저도 좋아해요. 제가 그분 팬이에요ㅎㅎ 다시 펼쳐봐야겠단 생각중이에요 독서공감ㅎㅎ
꿀꿀함은 돼지에게나 줘버려요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58   좋아요 0 | URL
꿈섬님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 주시니, 저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쪼금 좋은 사람이 되어볼까, 생각합니다.ㅎㅎ
꿈섬님도 화료정점의 정을 좋아하시는 군요. 맞아요, 우린 팬이지요. 사이좋은 팬들^^

꿀꿀함은 어제 호박전과 함께 뱃속으로 퇴장했어요. ㅋㅋ

수이 2016-06-1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싶다_ 독서공감은 읽고 읽어도 좋더구만유_
그나저나 저런 선물을 받다니_ 그대는 복 받고 복 받은 사람~

단발머리 2016-06-17 13:22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독서공감,을 읽고 소개된 책을 읽은 후에 다시 읽어도 참 좋아요~~

그나저나 저는 이런 선물을 받는 사람이랍니다. 브이 ㅎㅎ ✌
 

자주 한국을 직접적인 예로 들어 설명하니 이해가 쉽다.


한국의 엔지니어는 70세 아니 80세까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싶어한다.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어한다. 자꾸 나가라고 하니 그게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일하고 싶은데 일할 곳이 없는 청년들.
일할 수 있는데 일 하고 싶은데...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건 `제도적 요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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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06-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콕 찝어 한국을 예로 들다니, 뭔가 대표성을 띄는 특징을 갖고 있나 봅니다... ㅎㅎ
아니면,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 ㅋㅋㅋ

단발머리 2016-06-17 13:01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읽고 있는데, 모든 예의 60퍼선트 이상 한국이 등장합니다.
68쪽에는 한국의 사례가 반쪽이나 열거됐구요.
원래 한국 시장과 독자들을 전제하고 출판된건지 막... 상상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ㅎㅎ

cyrus 2016-06-1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이아몬드 교수가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게 생각하는데, 한국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 보면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이분도 한국에 몇 달 동안 지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헬조선’에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3:06   좋아요 0 | URL
네....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겠지요.

다만, 지역적 위치에 따른 경제 발전적 측면에서 보면 학자로서는 객관적인 시각인것 같아요.

요즈음의 우리 상황은 정치적인 이유로 `불평등`의 심화가 가속화되었고, 가난한 가정, 가난한 개인의 돈이 부자이며 계속 부자일 수 밖에 없는 재벌 쪽으로 이동한데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하성 교수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그 일이 가속화 된 것을 1998년 외환위기 이후라고 판단하는 것 같더라구요.

근래 2-30년간의 긴박한 한국 사회구조의 변화를 다이아몬드 교수가 알아채는 건 좀 어려울 수 있구요.
 

 

 

 

 

 

 

 

 

 

 

 

짝사랑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여겼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기억할 만한 사건 혹은 사고가 없다. 내 이야기는 나와 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내 추억 속 이야기는 나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어쩔 수 없이 들어줘야만 했던) 내 친구의 이야기거나, 나와 그를 그리워했던 나의 이야기다. 나와 그와의 이야기는 없다. 소꿉장난 같았던 내 짝사랑에는 추억이 없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그 사람으로 인해 엉켜버린 나가 중심이다. 이 모든 혼란과 고통, 슬픔과 기쁨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는데, 그건 내가 사랑을 느낀 그 사람도 그러하냐는 것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

 

당장 이 자리에서 총을 맞아 죽어도 알고 싶은 것. 그 여자는 지금 어떨까? 나와 같을까, 다를까? 내 생각은 아예 안 할까? 진짜? 진짜? 설마. (197)

 

 

 

 

 

 

총을 맞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알고 싶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을까? 만약 그 사람도 나와 같다면, 나와 같은 혼란, 나와 같은 열망에 빠져있다면 내가 있는 그 곳은 순간 천국으로 변한다. 하지만, 다르다면. 그 사람은 나와 같지 않다면, 나처럼 느끼지 않고 있다면, 내가 있는 그 곳은 무간지옥으로 변한다. 천국과 지옥이 눈 앞에 있다. 그 사람은 어떨까? 나와 같을까, 나와 다를까?

  

  

망각과 자유

 

 

내가 어떤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타자로 하여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에게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는 타자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 타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1)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여길 때, 그 사람의 마음이 나와 같다는 걸 확인할 때, 그 때에만 나는 깊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나는, 기쁘게 그의 자발적 노예가 되려 한다. 사랑에 빠진 나는, 그에게 나에 대한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다. 오로지 그의 사랑을 갈구할 뿐이다

 

 

Twilight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우리의 에드워드가 처음 벨라를 만났을 때, 두려워하며 벨라를 적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벨라를 만나고 그녀의 생각을 읽는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른 사람과 달리 그녀의 생각이 읽히지 않을 때, 그는 당황스러워 한다.

 

“It was unquestionably a complication that I couldn’t simply read your thoughts to know what your reaction was to me. ... And then I couldn’t know if you really meant what you said. It was all extremely irritating.” (271)

 

먹지 않고, 자지 않고, 늙지도 않는 뱀파이어. 빛처럼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소유한 뱀파이어에게 인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열등한 존재다. 뱀파이어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 그냥 지나쳐가는 사람들이다.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일 뿐 아니라, 뱀파이어가 스스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먹이가 될 수도 있는 대상이다. 뱀파이어는 인간에 대해 괘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법칙을 거스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녀의 생각을 알고 싶은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도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괴로워하는 우리의 에드워드. 결국에는 이렇게 말하고야 만다. 인정하고야 만다.

 

“And so the lion fell in love with the lamb ... , “ he murmured. I looked away, hiding my eyes as I thrilled to the word.

”What a stupid lamb,“ I sighed.

“What a sick, masochistic lion.” (274)

 

 

시도 때도 없이 혼잣말을 한다.

혼자 빙그레 웃는다.

혼자 깔깔대고 웃는다.

그의 말을 자꾸 따라한다.

 

I think you should eat something.

I’m tired of trying to stay away from you, Bella.

Bring on the shackles I’m your prisoner.

 

이런 것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증세가 맞는다면 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혼자 빙그레 웃고, 하하하 웃는다.

 

평소에는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열 권 정도는 아니고, 보통 5-7권을 동시에 읽는데, 요즘에 읽는 책은 이렇다.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이기적 유전자독파 실패를 뒤로 하고 시작한 책이다. 도킨스의 최근 책이고, 강의를 정리한 것이라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바디 무빙은 내가 좋아하는 김중혁 작가의 책인데, 정말 말 그대로 작가를 좋아해서, 작가를 더 알고 싶어서 읽는 책이다. 중간 중간 마음에 드는 구절이 여럿이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은 일단 <여성적 글쓰기>만 읽었다. 첫 번째 글이 시몬 드 보부아르라서 내심 기대가 크다고 하겠으나...

 

 

 

 

 

 

요 며칠은 한 권만 읽는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읽고, 다시 또 읽는다. 사랑에 빠졌다.

그러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 하나. 내 안의 연애 세포를 이렇게 깨우면 무엇 하나. 계속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면 무엇 하나. 그래서 어쩔 꺼나. 휴우... 벨라처럼 한숨을 쉰다. 그만 웃고 그만 놀자. 넌 너무 달렸어.

 

말할 수 없는 애인

  

 

갑자기 생각나는 김이듬의 <겨울 휴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나도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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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이 책을 품에 꼬옥 안고 둥가둥가를 했던지 보다 못한 아이가 그랬다. 엄마, 진짜 로맨스 소설 좋아하는구나. , 나 로맨스 좋아. 로맨틱, 로맨스, 에드워드, 다 좋아. 그랬더니 이런다. 엄마, 그거 나왔어? Smells good? ? 어, 나왔어, 나왔어. 무슨 맨날 그렇게 냄새가 좋다고 그래? !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My family... we’re different from others of our kind. We only hunt animals. We’ve learned to control our thirst. But it’s you, your scent, it’s like a drug to me. You’re like my own personal brand of heroin.

 

물론, 벨라가 우리의 에드워드 향기에 취한다는 내용도 많이 나온다. 이건 가능하다.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다. 에드워드는 존재 자체가 미스테리하고 이해불가해하기 때문에 그가 독특한 향내를 풍긴다는 것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인간 스스로 향내를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벨라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장하다, 벨라. 좋겠다, 벨라

 

 

 

 

  


『검은 꽃

  

냄새는 양반과 상민을 가리지 않았다. 우물도, 근대적인 위생시설도 존재하지 않는 선실에서 악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제 몸의 모든 구멍과 땀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여자는 여자의 냄새를, 남자는 남자의 냄새를 풍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급보다는 성별의 구별이 분명해졌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냄새 때문이었다. ...

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되자 그녀에게선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는 특이한 체취가 풍겼다. 그녀가 지나가면 잠든 사람들이 일어났고 아이들이 울음을 그쳤다. 수년 동안 발기하지 못했던 남자는 몽정을 했고 어린 사내들은 밤잠을 설쳤다. 여자들은 수군거렸고 남자들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그녀만이 한동안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냄새뿐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67-8)

 

 

조선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좁은 배안.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제각기 인간으로서의 냄새,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그 때, 나홀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그녀는 얼굴에 환한 빛을 뿜을 뿐만 아니라, 노루피에 사향을 담가놓은 듯한 향내를 풍긴다(83). 남자들을 정욕으로 밀어 넣고 여자들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68). 

 

그래서, 노루피, 사향을 거쳐 musk등을 검색해 보았더니, 짜잔~~~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우먼 오드퍼퓸.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향수다. 나는 연수가 아니라서, 연수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사향을 구입해 사용한 것이더냐.

Smells good. 의 세계로 가기 위해, 내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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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냄새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제 냄새는 말 그대로 그냥 `냄새`인 것 같아요. 우엉 ㅜㅜ

단발머리 2016-06-10 14:2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우리 에드워드가 특히 향내에 약한던데...
안 되겠어요.
더 강력한! 그 어떤! 냄새로 승부하리라!
(엥!?) ㅋㅎㅎㅎㅎ

2016-06-10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7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9-12-1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만났을 때 사용했던 향수도 이 향수인가요? 음 좋은데_ 하고 혼자서 생각했음. ^^

단발머리 2019-12-11 13:08   좋아요 0 | URL
저 향수 다 쓰고 지금은 다른 거예요. 지금 쓰는 거는 지미추 피버에요.
자체적으로 향 발산이 안 돼서 향수의 도움을 받는.... 꼭 향수를 뿌려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꼭 뿌리고 싶은.... ㅋㅋㅋㅋㅋ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 만날 때만 뿌려요, 향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