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배신』을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확실히, 혹은 압도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생각은 편안함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의자가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해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제목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책을 절반쯤 읽고 있던 어느 날 밤, 남편에게 '스탠딩 책상'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서치한 책상의 링크를 남편에게 보냈고, 남편은 바로 주문했다. 의자에 그대로 앉아 책장을 넘기는데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 '스탠딩 책상'이 '의자의 배신'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장이 나와 버렸고. 그리고 거실을 바라보니 커다란 스탠딩 책상을 놓을 자리가 없.... 일단 결제를 취소하라 했다. (해당 업체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밑줄은 '앉는' 일에 있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와 인간 신체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인간의 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밝혀낸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가장 확실한 자세는 '고정'된 자세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간에게 제일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유익한 자세를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멈춰있지 않은' 그 상태, 움직이고 있는 그 자체가 인간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따라 하기 쉽고, 오래 할 수 있는 동작은, 빠밤~

이 연구에서 말하는 빠른 걷기란 1.6 킬로미터를 13분 24초에 걷는 정도를 의미한다. ...... 걷기가 우리에게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 걷기는 허리에도 좋지만, 생리적, 생물학적, 심리적 보상과 심지어는 환경적 보상까지 수많은 보상을 준다. 걷기는 연조직과 경조직 모두에게 기적의 치료제다. (234쪽)

고강도 인터벌 운동에 비견될 수 없는 걷기의 탁월함. 글 쓰는 일이 직업인 이 책의 저자는 의자의 배신을 반사하고, 이 간단한 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집필 장소를 다소 떨어진 세 곳으로 정해두고, 세 장소를 옮겨 가며 글을 쓴다고 한다. 트럼프는 전쟁광이고 유가는 계속 올라 천정부지이고, 겸사겸사 나도 도보로 출퇴근을 하겠다는 알찬 계획을 세웠다. 출근한지 3일째라 3월 대부분의 기록은 동생과의 즐거운 외출 기록이지만, 아무튼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각오만은 확고하다.


어제는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갔다. 작년 3월에 헬스장 1년권을 끊었는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가지 않아 뜨거운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지나,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되었다. 연장의 기운은 없고 일단 사물함 짐이나 좀 빼자 하고 헬스장에 갔는데. 아...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이 힘찬 기운. 오전 10시 28분에 맞이하는 이 활기찬 운동의 아우라. 사람들은 모두들 즐겁게, 바쁘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연예인만 오전에 운동하는 게 아니고, 이분들 다 오전에 운동하시는구나.

나는 오랫동안 사회적 고용 관계를 통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 둘 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1년 남짓밖에 다니지 않았기에 오전 시간을 주로 아이들과 함께 보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오전 시간에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사회에서 말하는 생산적인 일은 아니더라도,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그 시간을 장보기와 도서관 가기, 그리고 책읽기를 하며 보냈다.

여성의 일에 대해 논할 때, '경제적 자립'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힘으로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얻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한 경제적 자유는 여성의 권리를 강화해 줄 뿐 아니라,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협의와 문화의 대변혁 없이 여성에게 '사회적 일'을 강제하는 경우, 이는 오히려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중, 삼중 노동의 새로운 굴레가 여성에게 덧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생산의 중심이자 욕구의 사회적 세계로서 가족이 꼭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친밀한 착취』, 268쪽)

이에 대한 대답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책임 있는 답변이 되지 못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낳아준 사람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낳아주었기에, 살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가정 내의 여러 가지 형태의 재생산 노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건 당연히 19년을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내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감정 노동을 포함한 모든 돌봄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일하라'라고 말하기보다는, 남성들도 '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쪼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 된다. 문제는 임금을 유지한 채 노동 시간을 줄여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초대 안 했는데 벌써 와 버린 손님, AI가 있다.

나는 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의 결합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행이 가능하고, 게다가 고전을 비롯한 인류 문명의 정수를 섭렵해 인간 심리를 폭넓게 이해하는 '척하는' AI가 무쇠팔, 무쇠다리를 가졌을 때의 그 찬란한 순간을. 나는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한다.

인간과 AI의 차별점이 무엇이 될 것인가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일 테지만, 그 중심에 '몸'이 있을 것만은 확실하다. 오전에, 나만을 위한 소중한 그 시간에,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필사를 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오전 시간에 걷거나 달리거나 요가를 하거나 줌마댄스를 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나만 몰랐다.

다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찾은 새로운 일, 의미 있고 중요한 그 일은.

걷고 뛰고 달리고 춤추는 것이었다. 몸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전에도 가능한 일.

걷고 뛰고 달리고 춤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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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4-01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탠딩 책상 쓴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이제 오전에 운동하시는 건가요? 😊

단발머리 2026-04-01 22:08   좋아요 0 | URL
아........ 건수하님 잘 사용하고 계세요? 쓸 만한가요? 저도........살까요? ㅠㅠㅠㅠㅠ 거실에 둘데가 없는데 말이지요.

일단 사물함에 짐을 빼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걸어서 출근하니 40분 조금 더 걸리는데 저녁 되니 다리가 좀 아프네요. 어쩔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4-01 22:45   좋아요 0 | URL
저는 디스크 때문에 사무실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느라 쓰고 있어요 ^^ 스탠딩 책상을 안 쓰셔도 자주 일어나서 스트레칭 해주고 하는게 좋다고 해요.

다리가 아픈 것은 운동이 되었다는 뜻이겠죠? 마사지 좀 해 주시고 일주일 정도 해보신 뒤에 결정하면 어떨까요 :)

단발머리 2026-04-02 21:19   좋아요 0 | URL
오늘 건수하님 말씀대로 책 읽다가 자주 일어나서 돌아다녔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아침에 요가할 때 폼룰러 운동도 더해주었고요. 도보로 출근하기 힘들기는 하네요. 자신이 없어지는 어떤 봄날입니다^^

망고 2026-04-01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다들 운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수영장 위에는 헬스장 있는데 거기도 사람들이 가득해요. 옆에 테니스장에도 복싱 배우는 곳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걷기도 참 좋은 운동이죠. 특히 날씨 좋을 때 걸으면 기분도 좋고 볼 것도 많고요ㅋㅋㅋ 저는 달리기는 못 해도 걷는 건 좋아해요.
아 그런데 빠르게 걸어야 하는구나...이건 좀...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4-02 21:46   좋아요 0 | URL
네, 사람들 정말 부지런하게 열심히 운동하더라구요. 저는 학교 다닐 때도 체육 시간에 어떻게 하든 뭐든 안 하려고 도망다니던 사람이라서 그게 아직도 신기하기는 하고요.
저는 걷는 것도, 빠르게 걷는 것도, 달리기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해야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하려고 하는데...
헬스장은 아직 용기가 안 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6-04-02 0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서 일하는 책상 엄청 좋아보이더라구요. 저도 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열악한 시민단체 재정 수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값비싼 아이템이었습니다.

대신 일하다가 자주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자주 몸을 쭉쭉 펴줄 수밖에 없지요. ㅎㅎㅎㅎ

사무실에 앉아있는 일을 해도, 외부에서 몸을 쓰는 일을 해도 모두 힘든 일이라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6-04-02 21:48   좋아요 0 | URL
각도가 조절되고 높이가 조절되는 것들은 가격이 좀 나가더라구요. 저는 그냥 고정된 거를 알아봤는데 요즘 고등학교 뒤쪽에 몇 개씩 놓아둔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스탠딩 책상에서 고정된 자세로 있는게 더 나쁘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더라구요. 자주 일어나서 스트레칭하는게 더 좋다고요.

다락방 2026-04-02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며칠전에 아차산 다녀왔거든요. 와, 정말 사람들 많더라고요. 모두들 운동하고 있다는 그 말은 참말입니다. 사실입니다!
예전엔 산에 가면 다들 저희 부모님 또래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산에 가면 저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 게다가 혼자서 산에 오는 젊은이들도 많고요. 지난번에 태백산 갔을 때였나, 혼자 온 여자분 사진도 찍어드렸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많이 걷고 또 달리기도 하고 요즘은 요가도 다시 하고 있긴 하지만, 산에 가는 건 정말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 산에 오르고 또 내려올 때 쓰는 근육은 평소 쓰는 근육과도 그리고 달리기와 걷기에서 쓰는 근육과도 다른 근육이라는걸 알겠거든요. 오르막길 오를 때 허벅지와 또 종아리가 얼마나 움직이는지!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하게 지냅시다, 단발머리 님. 걸어서 출퇴근하는거 처음엔 좀 힘들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힘든 것도 줄어들면서 체력이 향상되어 있을거에요. 단발머리 님, 화이팅!! >.<

잠자냥 2026-04-02 15:26   좋아요 1 | URL
산을 걷다가 철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칠봉이 아님)
(제가 요즘 산책하다 보면 아... 철봉에 매달리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서... ㅋㅋㅋ)

다락방 2026-04-02 16:00   좋아요 1 | URL
헉, 잠자냥 님, 저를 관찰하고 계시나요? 저 요즘 철봉 보고 매달리기 하고싶은데, 저희 집 근처에는 일자산을 가야만 비로소 철봉을 볼 수 있어요.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에 철봉은 너무 낮아서 매달릴 수가 없고, 동네 다른 놀이터도 철봉이 없고요. 세상에 철봉이 이렇게 귀한 것이었나요. 그래서 일자산 갈 때면 철봉에 매달리고 옵니다. 이게 처음 매달릴 때는 1초도 매달리지 못하고 바로 떨어졌거든요? 이젠 10초 이상은 매달릴 수 있어요. 겨드랑이 쫙쫙 늘어납니다. 손바닥도 아프고요. 매달리기가 척추에 그렇게 좋대요! 처음엔 철봉 잡자마자 떨어졌는데 어느 순간 4초 정도 할 수 있게 되더니 이제 10초 이상 매달릴 수 있어서 씐나요. 결국 이대로 친업 까지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매달려보세요, 잠자냥 님!!

다락방 2026-04-02 16:00   좋아요 2 | URL
아, 일자산에서 매달리는거라 할아버지들의 잔소리는 수시로 끼어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4-02 16: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도심에선 너무 귀한 그 이름... 철봉
철봉아!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너무 내 허리 펼치고 싶다......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4-02 21:5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 저는 산에 올라가면서 내려올 일을 걱정하는 때가 많아서 말이지요. 지금도 산을 생각만 해도 ‘하산‘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근래에는 건강하게 지내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걸 자주 실감합니다. 걷고 뛰고 달리는 일이 너무나 필요하죠. 물론.... 저는 하기 싫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억지로 하는 거죠. 해야 되서 하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걸어서 출퇴근은 2회차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매일 이렇게 하지는 말자~ 라는 결심을 했더랍니다.

잠자냥님 / 잠자냥님은 자전거도 타시고 테니스도 하시는데 철봉까지요? 와우~~ 정말 대단합니다.
북한산 둘레길의 휴식 장소마다 철봉이 있습니다. 아주 많아요 ㅋㅋㅋㅋㅋㅋ 북한산이 요즘 외국인들에게도 유행하는 등산 코스라고 하던데요. 철봉을 찾으십니까~ 북한산에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Olive Kitteridge, 올리브 키터리지

<작은 기쁨>에 이어 <굶주림>까지 읽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 어머니가 우는 모습에 올리브는 왜 저러는가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예전만 해도 결혼식장에서 신부 어머니, 혹은 신부가 눈물을 흘리는 건 흔한 풍경이었다. 나는 신부 어머니가 아닌, 신랑 어머니가 우는 결혼식장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신랑 어머니의 카운터 파트인 신부 어머니가 무던한 표정이라 나 역시 그려런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결혼식이었다.

올리브의 기이한 행동과 아들의 결혼에 대한 억울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단편 <작은 기쁨>에서 나는 영락없이 며느리 수잔의 위치다. 올리브는 이상하고 못된 시어머니다. 하지만, 성인 남자를 아들로 두고 있는 나로서는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겪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 무엇이 무엇이다,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And she felt it, too, at the way the bride was smiling up at Christopher, as though she actually knew him. Because did she know what he looked like in first grade when he had a nosebleed in Miss Lampley's class? Did she see him when he was a pale, slightly pudgy child, his skin broken out in hives because he was afraid to take a spelling test? No, what Suzanne was mistaking for knowing someone was knowing sex with that person for a couple of weeks.(82p)

올리브는 아들 크리스토퍼의 결혼식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신부가 크리스토퍼를 바라보며 정말 그를 안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바라볼 때, 그녀는 두려움을 느낀다. 내 것이었던 사람을 내 것이라 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올리브의 감정은 두려움이다. 질투와 원망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라면, 차라리 낫겠다.

사람이란 자신과 예상과 다른 행동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판단은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한다. 올리브의 행동, 며느리의 옷과 신발을 훼손하는 행동은 옳거나 바른 행동은 아니고 장려할 만한 행동도 아니다. 작가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올리브의 생각과 행동을 숨김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괜찮은 사람,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사람도 마음속에,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어떤 순간에 '쿨하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음을 작가는 올리브를 통해 보여준다. 인간이라면 각각 자신만의 결함이 있고, 그리고 구멍이 있다. 그걸 애써 미화할 필요도 없고,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너도 그럴 수 있고, 너가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아는 건,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니깐, 가끔 나도 어떠어떠한 말과 행동을 통해 후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말이다.










2. 의자의 배신

인류사에 결정적인 순간을 꼽으라 하면, 정착을 불러온 농경의 시작과 자본주의의 등장인 산업 혁명을 꼽을 것이다. 이건 페미니즘 역사를 살펴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거다 러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 사유 재산의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통해 시초 축적 과정에서 가장 극렬하게 반항하는 무리였던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 마녀사냥이었음을 밝혀낸다.

유목 생활을 한 수렵인들이 농경 정착민이 되면서 골밀도는 떨어졌지만, 이 정착민들의 뼈는 여전히 현대 올림픽 대표 선수들보다 강했다. 수렵 채집인들은 인류세 인간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고 건강했던 것이다.(93쪽)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간의 뼈대, 턱, 치아 배열 상태, 얼굴 형태, 외모가 변형되기 시작한다. 정착자의 뼈는 얇아지고, 턱과 입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치아 밀집 현상이 흔해졌다. 구강 안쪽에서부터 치아가 작아지기 시작했고, 치아 매복이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덜 움직이게 된 것'. 초기 농경 정착민들은 수렵 채집인들 보다 골밀도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현대 올림픽 선수들보다 강했다. 가장 극렬한 비교는 수렵 채집인들과 운동 안 하는 현대인.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현대인도 날아다니는 수렵 채집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3.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나는 오해를 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하는 이 문장은 '보는 사람이 없어도, 듣는 사람이 없어도, 사람은 모두 각자의 공연(하고 싶은 말, 이상한 노래, 하소연, 넋두리, 일정 보고, 정보 공유, 뒷담화)을 한다' 였다.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란 불가능하고, 내 말이 누군가에게 가서 닿는 이 기적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 우리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 싶은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관중이 없는 그곳에서 나만의 공연을 한다. 그게 내가 이해한 바였다. 작품 소개 속 문장들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고닉의 글은 우리가 수많은 삶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해준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는’ 거리는 문을 열면 닿을 수 있고,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나 ‘공연’을 할 수 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외로움을 벗어나 평온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거부당하고 미움받더라도 고닉은 끊임없이 자신과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사람이다." <책소개: 알라딘>

2023년의 빛나는 발견, 비비언 고닉. 아직 <멀리 오래 보기>가 남아 있다. 다행이다.











4. English for Everyday Activities, English for Everyday Activities(이디엄)

이 책 두 권은 영어 관련 동영상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충동적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한 권이 품절이라고 해 K문고에 들어가 검색해서 야무지게 2권에 대한 구매 버튼을 눌렀다. '활용도가 높은 영어 표현이 구체적인 이미지와 함께 그림 사전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활용도가 높은 영어 표현을 실제로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왜 이 책을 구입했는가. 아직 공부든 활용이든 무엇이든 시작하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제대로 활용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으나 아무튼 사 두었던 『504 Words』를 1회독했으니 미리 구입해둔 이 책들도 곧 펼칠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다. 작년, 아니군. 재작년에 사 두었던 『Word Power made easy』가 자기 차례가 먼저라며 기다리고 있단다.


지난 토요일에는 집 앞에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어찌어찌하다 보니 광화문까지 가게 됐다. 표가 없어도 무대 앞 구역까지 입장이 가능하다는 걸 현장에 가서 알게 됐는데, 줄을 서서 가방 검색을 마치고 입장할 수는 있겠으나, 급하게 나간 터라 얇은 옷으로 계속 찬바람을 맞을 수 없어 차라리 집에 가서 넷플로 시청하자 했다. 그래도 거기까지 나간 김에 돌아오는 길이 아쉬워 광화문 단골 커피숍에 들렸고, 커피 1잔을 마시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봄이라고 하는데 바람은 여전히 차고. 시간은 참,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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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3-27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는 크리스의 엄마이고 그래서 아들인 크리스를 다 안다고 생각햇지만, 그러나 엄마인 올리브가 모르는 어떤 부분을 크리스의 아내가 알고 있잖아요. 크리스가 어릴 적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같은거 말예요. 올리브가 무너진 지점은, 바로 그것을 인지하게 됐을 때인데,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너, 내가 그동안 품어왔던 네가, 내가 모르는, 그런데 나 때문에 괴로운게 있었단 말이야? 저는 올리브의 며느리 물건 파괴하기에 대한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인상을 찌푸릴 것 같은데, 그런데 그걸 망치는 그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너에게 베스트인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건 참 힘들잖아요. 어쩌면 내가, 나의 베스트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 라는 것...

저는 <겨울 콘서트> 읽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그건 글로 써볼까 합니다. <병속의 배> 까지 다 읽었어요. 휴.. 갈 길이 멉니다. 영어 어려워서 번역본하고 한 줄씩 번갈아 읽고 있어요. 영어 실력 진짜 쪼렙이에요 ㅠㅠ

단발머리 2026-03-27 18: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이 저는 참 신기하더라구요. 이런 느낌, 이런 감각을 어떻게 이렇게 쉬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와 가장 가까웠던 너에게 내가 상처준 게 있단 말이야? 이런 순간의 공포와 두려움 같은 거요. 요즘은 가끔... 가장 큰 배신은 연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충격받는 저 올리브를 보노라니 더 그런 생각이 들고요. 내가 낳았는데, 내가 키웠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겨울 콘서트> 이야기도 얼른 서둘러 주시구요. 저는.... 한글로 주로 읽고 좋은 문단 영어로 찾아 읽어요. 한마디로 거꾸로 읽고 있단 이야기입니다 ㅠㅠㅠ

다락방 2026-03-27 22:28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겨울 콘서트 써야 되는데 굶주림.. 에 대해 썼습니다.. 흠흠.. 겨울 콘서트는 곧.....

독서괭 2026-03-27 0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올리브가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구는 게 재밌고 좋더라구요. 말끝마다 ‘올리’ 라고 붙이는 다정한 헨리에게 툭툭대며 구시렁거리는 것도 어쩐지 좋구요ㅋ 그건 어쩌면 케빈에게 오지랖부리는 올리브를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난 나중에 며느리한테 그러지 말아야지…

단발머리 2026-03-27 18:43   좋아요 1 | URL
올리브와 헨리가 참 ㅋㅋㅋㅋㅋ 찰떡같은 면이 없지 않아요. 그래서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더 빠져들고요.
저도 나중에 며느리한테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진짜 그런지 어쩐지, 우리 서로를 감시하기로 해요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3-27 22:42   좋아요 1 | URL
🤣🤣🤣

건수하 2026-03-30 09:40   좋아요 2 | URL
전 며느리가 없을 예정이라... (왠지 두 발 뻗고) 제가 두 분을 감시해드리겠습니다 ㅎ

단발머리 2026-03-30 21:17   좋아요 2 | URL
올리브와 비슷하든 비슷하지 않든, 시어머니는 영원히(?) 불편한 그 누군가일거 같아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괭님께는 위로를, 건수하님에게는 축하를 : )

망고 2026-03-27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읽으면서 올리브 시점으로 며느리 얘기 하는 부분 보면 며느리가 남 가르치려하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만 한다고 흉보잖아요 근데 그거 다 올리브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부분 아닌가요?ㅋㅋㅋㅋㅋ 며느리가 딱 올리브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던데...자신 같은 사람을 보고 참을 수 없어 하는 올리브. 이런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아스라히 보여주는 소설이라 참 좋았어요

단발머리 2026-03-27 18:45   좋아요 1 | URL
자신 같은 사람을 보고 참을 수 없어 하는 올리브... 망고님의 이 말씀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면 괜찮은데, 다른 사람의 그런 행동은 영 거슬리는 거겠죠. 아들이 결혼하지 못할까 걱정하던 그 올리브, 대체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저, 아직도 스트라우트 소설 많이 남아있어서, 그게 참 좋아요^^

수이 2026-03-27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멍이 있는데 미화하는 이들이 많아서 세상이 혼란스러운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뉴스 안 미국 대통령 얼굴을 보면서 잠시 해보았습니다. 궁금해지는 소설 내용입니다. 망고님 댓글 읽고 또 선 넘는 발언을 하고 싶지만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아야지. 비비언 고닉 먼저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6-03-28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가.... 그런 면을 포장하지 않고 보여줘서 좋았어요. 근사한 사람도 구멍이 있을 수 있고, 매력적인 사람도 그럴 수 있잖아요. 저는 좀 피곤할 거 같아도 올리브랑 친하게 지낼 거 같거든요ㅋㅋㅋㅋㅋㅋ(나는 수잔은 아니어야 함) 근데 이런 올리브에게도 이런 구멍, 이런 헛점이 있다는 걸, 이 소설이 잘 보여준 거 같아요.

미국 대통령은 사실 범죄자에 가깝죠. 미국의 비극이라 여겼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비극이 되어버렸어요. 전쟁이라니요..... 에구야...

2026-04-01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4-0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였다. 아니다, 지지난 주였다.

건강 검진 결과지, 정확히는 채용 신체검사서가 필요하다 해서 검진을 받았다. 나는 이제 늙었나 봐.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안 마시는 게 너무 힘드네. 빛의 속도로 이어지는 검진 과정. 키 재고, 펑! 흉부 사진 찍고, 채혈까지 마치고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체중도 좋으시고(나는 키가 커서 체중이 좀 나가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혈압도 괜찮으시네요. 이제 막 의자에 앉으려는 내게 의사쌤이 벌써 2문장을 말했고. 세 번째 문장은 의문문이다.

운동은, 운동은 뭐 하세요? 아, 운동은. 운동은 안 하세요? 이제 막 자리에 앉아 대답한다. 네, 안 해요. 전혀? 한 가지도 안 하세요? (요가 매트 펴놓고 요가 15분 하고 누워서 20분 핸드폰 하는 걸 차마 운동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 ... 네. 아~~ 하루에 5,000보도 안 걸으세요? 네. 못 걷는 날이 많아요. 흠. 저녁에 남편이랑 전철역까지 걸어가기는 하는데... (반가운 눈빛) 오? 15분 정도 걸려요. 아이고, 15분 가지고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좀 걸으셔야 돼요. 햇볕 좋을 때 밖을 좀 걸으세요. 근데, 걷기랑 골다공증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를 설득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나는 그게 궁금하고요.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챗지피티에게 물어볼 것을) 골다공증에는 걷기가 제일 좋아요. 자주자주 걸으세요. 네에~~

제목이 『의자의 배신』인지라 (원제는 『Primate Change: How the world we made is remaking us』), 부제까지 엮어서 예상하면 현대의 편리함이 인류에 미친 해악을 고발하는 내용일 테고, 그래서 결론은 '의자에 앉지 말고 더 많이 몸을 움직여라!'일 거라 예상되는데, 저자는 내 짐작보다 훨씬 더 멀리, 더 옛날로 이동하고 계시다. <척삭동물> 챕터에서 우리에게 척추가 있다는 걸 야무지게 언급해 주시었고, 이제 막 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 우리가 종으로서 성공을 거두는 데 몸의 많은 부분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발, 바로 그 발.

하지만, 내가 인덱스한 부분은 바로 여기다.

발가락에서 무릎과 엉덩이까지, 관절을 거쳐 골반과 가슴을 지나 어깨를 돌아 팔을 거쳐 손가락까지, 구부러진 척추를 따라 기형적으로 변한 얼굴 전체와 푹 꺼진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우리 몸 전체에 나타난다. 이런 변화를 읽어 내려면 암호를 풀 열쇠만 구하면 된다. (27쪽)

예전에 일어났던 변화, 지느러미에서 발가락으로의 변환을 이뤄냈던 이 종이, 이 종의 후손들이 또 다른 부분으로의 변화를, 진화를 멈출 텐가. 생태적 환경으로의 적응뿐 아니라, 순수하게 '문화적(?)'인 이유에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이 종이, 이 종의 후손들이 스마트 안경을 쓸 것 같고, 날개를 달 것 같고, 거기에 더해 또 무언가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은데. 발가락 에피소드에서도 생각나는 사이보그와 휴먼노이드. 발달하는 기술의 결과로 인공 장기를 더 많이 부착하게 된 사이보그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휴먼노이드의 만남. 이들의 이상한 동거의 결말에 대해 1초 정도 생각해 보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궁금하니까. 자주 생각해 본다.

앗! 찾았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찾던 문장은 바로 이런 거였다.

볼프의 법칙Wolff's Law에 따르면 사람의 뼈는 하중에 따라 오랜 시간에 걸쳐 강해지거나 약해진다. 뼈는 충격을 받거나 반복적으로 하중을 받으면 더 강해진다. 뼈가 약해지는 경우는 밀도가 높은 골•격의 경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칼로리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 몸이 판단할 때다. (86쪽)

걷기가 골다공증에 좋은 이유. 그랬다. 그랬던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일어나고, 적당한 무게가 얹히지 않은 뼈는 약해진다. 구멍이 숭숭. 무서븐 그 어떤 미래여.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문장이었다. 늦게 찾아온 섬뜩한 진리. 운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단순함. 사람들의 주장과 설득을 모두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이 강렬함. 하중을 받은 뼈는 더 강해지고, 경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뼈는 약해진다. 걷고, 걷고, 또 걷자.


내가 아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중에 여러 대륙과 도시에서 가장 많이 걷고 뛰는 사람인 내 친구는 언제나 걷기와 뛰기에 진심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던 그녀가 마침내 한국에 돌아왔고, 그녀의 선물도 다른 선물들처럼 잘도 도착했다.



알라딘 친구들에게서 책선물은 여름날의 생수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토머스 하디에게는 약간의 결심이 필요해 보인다. 소금계의 에르메스 LOJA do SAL 소금과 짙은 파랑의 책커버가 진지하게 도전을 요청한다.

동생이 3년 만에 호주에서 왔다. 이것저것 할 일도 도와주고, 엄마, 아빠하고만 지내면 심심할 것 같아 아직 출근하지 않는 1인이 매일 친정으로 출퇴근한다. 밤이면 피곤해서 책을 펴두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BTS 공연은 못 봐도, 광화문 한 번 둘러보러 나가야겠다 하니 온 가족이 뜯어말린다. 여기저기 교통 통제가 된다고 해서 집을 못 찾아올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낮에 급한 일만 보고 대기하다가 8시부터 라이브 공연 봐야겠다. 딱 한 시간만 보고 책 읽어야지. 결심을 한다. 항상 그렇지만, 일단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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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6-03-2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많이 걸으셨네요! 제가 읽은 책에도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게 흡연이랑 같다고. 많이 많이 걸으세요~

단발머리 2026-03-21 12:55   좋아요 1 | URL
오늘이 아니라 ㅋㅋㅋㅋㅋㅋ 죄송요. 화요일 기록입니다. 나름 기록이 높은 것으로다가 골라보았습니다.
많이 많이 걸을게요, 햇살과함께님! 오늘의 결심입니다^^

망고 2026-03-21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햇빛에서 산책할 수 있는 계절이라 좋아요 비타민D와 함께 걷기 운동으로 튼튼해집시다😄

단발머리 2026-03-21 12:57   좋아요 2 | URL
네, 망고님~~ 그래야겠어요.
사실 어제 비타민 D를 구매하였답니다. 하지만, 올해는(아니, 오늘부터) 걷기 운동으로 더 튼튼해지려고요.
뽜야, 화이팅, 아자아자!

수이 2026-03-21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끼리는 하루 평균 30km를 걸어요. 건기가 되어 물과 풀을 쉬이 구하기 어려워지면 100km. 그만큼 걷는 이들인지라 동물원에 그들을 가둬놓는다는 것은 그들의 영혼을 죽이는 짓이고. 그러니까 아시겠죠? 제 말의 요지를 😜

단발머리 2026-03-21 13:34   좋아요 0 | URL
세상에 ㅋㅋㅋㅋㅋㅋ코끼리 많이 먹는다고 놀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많이 걷네요, 코끼리.
귀에 딱지가 앉도록 외워 주신 귀한 말씀,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일단 올해는 매일 5,000보가 제 목표에요.

다락방 2026-03-22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뼈는 충격을 받거나 반복적으로 하중을 받으면 더 강해진다. 뼈가 약해지는 경우는 밀도가 높은 골•격의 경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칼로리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 몸이 판단할 때다.‘

오!! 오늘 알았습니다!! 반복적으로 하중을 받으면 뼈가 더 강해지는 거였군요! 역시 열심히 걷고 달려야겠습니다. 단발머리 님, 열심히 걷고 운동해주세요. 우리 오래오래 만나서 오래오래 이야기 나눕시다. 단발머리 님과 수다 떠는 시간이 즐겁거든요!!!!

단발머리 2026-03-23 07:47   좋아요 0 | URL
걷고 달리는 것 말고도 웨이트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 걷기가 제일 쉽고 무리 없이 오래할 수 있는, 극단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들 하대요. 열심히 걷고 운동하겠어요. 일단은 아침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매트를 폈습니다^^
 




과 만나 즐거운 커피 타임.


이 날씨에 가죽자켓 웬일이냐며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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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3-0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죽쟈켓! 이것은 진정한 멋쟁이 아니신가요?ㅋㅋㅋㅋ
근데 스트라우트 책을 사이에 두고 독서토론을 한 듯한 느낌입니다.
즐거운 만남이셨기를.^^

단발머리 2026-03-07 18:47   좋아요 1 | URL
진정한 멋쟁이 많이 추웠습니다. 스트라우트 책을 사이에 두고 다른 책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책나무님도 각오하세용!! 다음 차례입니다~~

얄라알라 2026-03-07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에ㅡ낚임^^ 기꺼이.즐겁게 단발머리님께 낚이었사옵니다^^

단발머리 2026-03-07 18:47   좋아요 0 | URL
기꺼이 즐겁게 낚이셨다니 매우 즐거운데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ㅋㅋㅋㅋㅋ낚시에 힘쓰겠사옵나이다!!

독서괭 2026-03-07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올리브 시작해야 하는데!!

단발머리 2026-03-07 18:49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께 올리는 변명의 말씀이라고 한다면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작년부터 주로 원서를 킨들로 읽어서요. 글씨 좀 키워서 읽거든요. 습관이라는 게 뭔지 책으로 원서 읽는게 좀 힘드네요. 에궁.... 열심히 대차게 읽어보겠습니다! 충성!!

하이드 2026-03-07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돈데! 저 이 책 너무 재미있어서 덩케르크 배경 책들 우르르 빌렸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프로타고니스트. 저는 에이다였다가 새라였다가 하면서 몰입해서 보고, 온갖 곳에 다 추천하고 다닙니다.

단발머리 2026-03-07 18:52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아하는 타입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에이다의 시련이 너무나 애절해서요. 중간에 2번이나 읽기를 포기하고 싶었더랬죠.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강력 추천 대가의 강력 추천작이라서요^^

그렇게혜윰 2026-03-08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강권하시던가요????

단발머리 2026-03-09 21:1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원서로요. 반 읽고 한글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유부만두 2026-03-10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날 코찔찔이 상태여서 죄송합니다. ㅜ ㅜ
하고싶던 얘기도 다 못하고 집에 와서 감기약 더 먹고 뻗었더랬어요.
담엔 건강한 몸으로 만나겠습니다. 지하철로 이동할 곳이니까 세차 안하셔도 되고요. ^^

단발머리 2026-03-11 08:18   좋아요 0 | URL
전혀 괜찮습니다. 저도 변덕스럽고 찬바람 쌩쌩 봄날씨 그 날 많이도 원망했어요. 멀리 오시는 길 얼마나 추우셨을까요~~
따뜻해지면 곧 뵙겠습니다. 세차는 진즉에 ㅋㅋㅋㅋㅋㅋ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맥파든이다.

연거푸 맥파든을 읽는 이유는 일단 영어(여기에서 영어란 구조 즉 문장)가 쉽기 때문이고, 그리고 단어도 쉽기 때문이다. 소설의 구성 자체도 복잡하지 않고, 입체적인 인간형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글에 대한 몰입이 쉽고 당연히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다만, 나처럼 이쪽으로 많이 읽지 않은 사람 같은 경우, 이 소설의 목표이자 목적인 '범인 유추'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어서, 이 소설에서도 87퍼센트까지 읽었는데도 도대체 그놈, 나쁜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했으며, 예상한 두 명 중의 한 명이 범인이 아니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지지부진한 책읽기 근황 중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설에는 남자 넷이 나온다.

K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게 된 남자인데, 우발적인 행동으로 여자 주인공 시드니를 공포에 떨게 한 사람이다. L는 시드니가 살고 있는 건물의 관리자이고, 베프의 남친이다. J는 시드니의 엑스이다. 괜찮은 사람이고, 미래를 함께하는 더 깊은 관계를 원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헤어졌다. T는 현남친이다. 의사인데, 그냥 의사 아니고, 잘생긴 핫가이. 시드니가 자신도 모르게 'perfect'라고 말하게 만드는 남자. 근데, 요즘 T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었고, 갈팡질팡 시드니의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싫다고 명시적으로 말했는데도 계속 연락하는 남자.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같이 있으면 불편한 남자.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불안한 징후. 게다가 그 남자가 폭력적인 정도를 넘어서서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연쇄 살인마라면. 그와 같은 공간, 밀폐된 실내 공간에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와 함께하는 혹은 나를 보호해 주겠다는 그 남자가 돌변하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이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이쯤에서 한 번 만나 주시는 맥파든 랭킹.





































































불변의 1위는 역시나 『The Housemaid』이다. 방금 읽은 이 책이 재미있어서 순위가 껑충 뛰었다. 『The Teacher』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소재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뒤쪽으로 빼두었다. 『The Intruder』는 한국에서도 이미 번역되었던데, 가정 폭력의 희생자 어린이가 등장해 읽기 힘들어 중간에 그만두었다. 총 15권을 읽었다.

다 읽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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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6-02-28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다 맥파든 책을 15권이나 읽으셨군요! 저는 한 권도 안 읽었는데... 단발 머리님이 이렇게 읽으시는 걸 보니 저도 한번 읽어볼까 싶어지네요.

단발머리 2026-02-28 15:21   좋아요 0 | URL
넹ㅋㅋㅋ 단어 하나도 안 찾고 쭉쭉 읽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킨들 언리미티드 가입자입니다 😉💕🤪

psyche 2026-02-28 16:00   좋아요 1 | URL
한 권도 안 읽은 줄 알았는데 네버 라이 읽었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6-02-28 16:22   좋아요 0 | URL
<네버 라이>라면 단발픽 5번이네요 ㅋㅋㅋㅋ축하 드립니다! 🎉🥳🎊

건수하 2026-02-28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만한지 보려고 하우스메이드 원서를 어제 빌려왔어요. 제게도 잘 읽힐 것인가…!

단발머리 2026-02-28 17:46   좋아요 0 | URL
주인공들에게 짜증나는 대목까지 포함해 잘 읽히실 거라 생각합니다. 😉🤗

다락방 2026-02-28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넘 멋져요 단발머리 님... 원서 쭉쭉 읽어내시는 단발머리 님 존멋탱.....

단발머리 2026-02-28 18:14   좋아요 0 | URL
원서 읽으면서 프란세진야 🤣 먹어야 한다고요 ㅋㅋㅋㅋ올리브 읽으면서 프란세진야 😉💕

망고 2026-02-28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엄청 부지런하네요 어쩜 단기간에 책을 이렇게나 많이 쓸 수 있을까요 그것도 전문직 본업도 있다던데....암튼 대단
15권이나 읽으신 단발머리님도 넘 대단합니다 얼마나 뿌듯하실지👏👏👏

단발머리 2026-02-28 23:43   좋아요 1 | URL
제가 오늘 이 작가에 대한 다른 리뷰를 좀 찾아봤는데요. 비슷한 설정에 대한 비판이 많더라구요. 그 말은 참 맞는 말이기는 해요ㅋㅋㅋㅋ 어떤 작품은 제목이랑 등장인물 이름만 바꾼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많이 읽을 수 있었다는ㅋㅋㅋㅋ박수와 격려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6-03-01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프리다 맥파든을 15권! 그것도 원서로..🫢👍😍 대단하십니다.^^
저도 맥파든 소설 몇 권 읽으면서 범인 맞히기 계속 실패하면서 무릎 꿇었습니다.ㅋㅋ 생각보다 좀 어렵고 헷갈리더군요. 요즘엔 애거서 크리스티여사님 추리물 읽고 있는데 계속 꽝! 맥파든보다 더 어렵더라구요.
아…왜 못 맞히지? 잠깐 고민하다가 아, 내가 너무 의심없이 명랑하게 잘 살아와서 치밀한 분석력이 떨어져 그런가? 하며 긍정적 결론을 내려버렸다죠?ㅋㅋㅋ
단발 님도 아마 초긍정적인 분이시어 추리물 범인 맞히기가 쉽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범인 맞히기 성공을 위해 맥파든 원서 읽기 쭉쭉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저도 다른 책들에서 노력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3-06 17:01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포기 수준인데 ㅋㅋㅋㅋㅋ 그런데도 이 책에서 막 머리를 굴리고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러나...... 저는 또 범인 맞추기에 실패하였고. 저는 도대체 언제쯤이나 범인을 단번에! 맞출 수 있을 거란 말입니까! (거의 책나무님께 울부짖는 형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번에 맞추었습니다! 라는 페이퍼를 쓸 때까지 멈추지 않겠어요. 저의 지난한 여정에 함께해주십시오, 책나무님!

수이 2026-03-13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정말 재밌나요?

단발머리 2026-03-16 22:0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고 계신듯해요 ㅋㅋㅋㅋㅋ 맞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