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금의 가부장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임금 노동을 계급투쟁의 핵심 영역으로 우선시하고 우리의 삶이 재생산되는 가장 중요한 활동 중 일부를 간과함으로써, 우리에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분적 시각만을 제공하고 프롤레타리아 계층을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의 도구로 동원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회복력과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특히 재생산 노동에 대한 과소이론화(undertheorizing)는 여성의 무급 가사 노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가족의 형성 같은 자본주의 전략의 주요한 발전을 예상하는 그의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9쪽)

알고 있었음에도 가장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세계의 지성. 이를 테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용하고 실제적인 정치 문화 분석(에 더해 해결책의 일부)을 내놓았던 마르크스마저도 여성의 노동이자 무임금 노동, 가사 노동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재생산 노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게 왜 이렇게 중요하냐면,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인구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연구와 고찰, 그 이론과 변혁의 한계를 야무지게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마르크스 페미니스트들이고. 실비아 페데리치는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2. 맞벌이의 함정

두 사람의 소득으로 운영되던 중산층 가정은 남편 혹은 아내의 실직이나, 가족 구성원의 질병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 경제적 압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 가정이 파산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정의 구성원들이 외제차를 구입했다거나 사치품 소비에 많은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비극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정 내 수입 구조가 변화를 맞게 되었을 때, 자녀들을 좋은 학군에 보내기 위해 무리해서 구입한 교외 주택 대출비를 제때 상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사회적 차원에서 교육개혁과 금융 재규제(reregulation)를 제안한다. 학군제를 폐지하고,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학교 선택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고, 유아교육 전액 지원, 대학 등록금 동결(273쪽)을 주장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주 뜨겁다. 부동산 문제이지만, 양극화 현상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고, 교육 문제하고도 관련이 되어 있다. 결혼과 출산 문제이기도 해서, 정확히는 세대 갈등의 핵심 부분이기도 하다.

정치가 사회 내부의 커다란 모순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해결해 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내가 읽는 책날개에는 하버드대학 법대 교수라고 되어 있어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번 글을 읽으셨던 미국에 사시는 알라디너 이웃님이 미국의 상원 의원 워런 맞죠?하고 물으셔서 약력을 찾아보니, 그랬다. 미국 상원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으나, 파산법을 전공해 가르치던 교수에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진보적인 가치를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 저자(제1저자)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3. The Flatshare /셰어하우스

이 책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어찌어찌 알게 돼서 읽었다. 설정이 flatshare이다. 생판 모르는 두 남녀를 이렇게 가까이 묶어두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설정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이유를 '경제적'인 데서 찾는다. 돈이 필요한 남자와 싼값에 집을 찾아야 하는 여자. 침대를 사용하는 시간이 정반대인지라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좌충우돌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은 메모지를 통해 서로의 생활에 대한 조언과 부탁을 이어가는데, 메모는 점점 더 다정해지고, 편지로까지 이어질 찰나. 스케줄을 헷갈린 여주인공 덕분에(?) 두 사람은 원치 않는 조우를 하게 된다.

이전 남자친구에게 오랜 기간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여주의 처지가 안쓰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몇몇 장면에서는 여주가 너무 미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주의 우유부단함 역시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건 또 그가 가졌던 트라우마 때문이고. 여주를 돕는 세 명의 친구, 그리고 남주 동생의 조력이 아니었다면, 여주는 스토커 남자친구에게서 도망치지 못했을 테고, 두 사람의 오해는 해소되지 못했을 것이며,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깐, 이 책의 주제라면, 우정의 소중함.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친구의 적극적 개입이, 내 사랑을 완성시켰다는 결론.










지난주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고등어조림을 먹으러 다녀왔다. 집 앞 마트에 잠시 들렸는데, 어머니께서 '니 동서가 LA 갈비와 전을 해올 테니 너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해오지 말거라'라고 말씀하셨다. 아니, 전이 손이 많이 가는데 동서가 LA 갈비까지 해 오면 어떡해요. 작년과 재작년, 꼬치전과 한우 갈비찜으로 시댁 식구들에게 이미 본때를 보여드렸으니, 시어머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 단 하나의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그럼 시금치랑 고사리는 제가 만들어갈게요. 맛 없어도 만들 수는 있어요. 아니다, 그건 내가 손이 익어서 내가 하는 게 나아.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하여, 옆 동네에 소문난 홍어 맛집에 가서 홍어회를 사고, 전통의 맛 옛날 사라다를 두 통 만들었다. 그리고, 회심의 도전작. 내 인생은 항상 도전이다. 인생 자체가 항상 그랬다. 라이스페이퍼 새우튀김을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시댁에서는 물론 집에서도 항상 본때의 대상이 되었던 남편은 안 그래도 된다고, 진짜라고, 안 해도 된다는 말을 거짓말을 조금 보태 100번 정도 말했으나, 내 결심은 굳건했다. 냉동새우 '중' 사이즈를 두 팩이나 사 두었고, 라이스 페이퍼 두 팩, 칠리소스도 확인해 두었고, 올리브유도 새로 한 통 구입했다. 쇼츠로 10번은 봤음직한 영상을 두 번 더 보고, '라이스페이퍼 새우튀김'을 시작했다. 제일 잘 된 순간이라면 새우들을 줄 세웠던 바로 이 순간이었고.





그다음부터는 다시 엉망진창. 아니, 예상대로 엉망진창이었다. 기름 가득한 프라이팬 속에서 새우들은 서로 껴안기 십상이었고, 완성된 쌀튀김옷 사이로 새우들은 탈출을 감행했으며. 그것이 새우여서 맛있다는 그 사실을 제외하고는. 역시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원치 않게. 본때를 보여드리는 그런 시간들이, 그런 웃픈 시간들이.... 잘 지나갔다.



이 책을, 찾았다. Olive Kitte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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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2-1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튀김은 집에서 하기 어려운 요리에 속하지 않나요? 기름이랑 튀김옷이랑 튀어서 난장판되고 막 이런 그림이 그려지는데요ㅋㅋㅋㅋㅋㅋ계란후라이도 기름 튀어서 눈감고 뒤집는 저는 단말머리님이 일단 선택한 메뉴가 넘 상급이라 대단해보입니다😆 아 맛있겠다 새우튀김😋

책읽는나무 2026-02-2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라이스페이퍼 새우튀김이라니!
임금과 가사노동, 그리고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등 이마에 인상 팍 쓰면서 심각하게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걸 다 날려버리게 만든 라이스페이퍼 새우튀김이었어요.
라이스페이퍼를 튀기기 쉽지 않을텐데..엄청 기대하며 읽었는데 역시 쉽지 않은 항목이었군요. 근데 라이스페이퍼 튀기면 바삭하고 맛있잖아요. 특히나 새우를 품고 있으니 맛있을 것 같아요.ㅋㅋㅋ 예전에 저도 라이스페이퍼에 뭘 감싸서(뭐였는지 기억 안 남.) 튀겼었는데 아..처참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ㅋㅋㅋ
근데 모양은 그랬어도 먹을만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암튼 큰며느님의 본때를 보여주는 고군분투 음식을 준비해오는 모습은 시어머님 입장에선 좀 귀여워보이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보여요.^^
명절 때마다 LA갈비를 재워오는 솜씨 좋은 작은 며느리도 고맙겠지만 큰며느리의 정성도 고맙게 느껴지실 듯 합니다.
암튼 수고 많으셨네요.ㅋㅋ
마지막 딸기 아이스크림과 스트라우트 책은 명절 후 편안한 휴식처럼 다가옵니다.ㅋㅋㅋ

다락방 2026-02-2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어하우스, 저는 단발머리 님 덕분에 사뒀던 것 같습니다. ㅋㅋ 아직 안읽었다는게 함정.

그나저나 새우 줄 세운거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완성된 모습도 궁금한데 말입니다. 캬 맛있었을 것 같아요!!

엘리자베스 워런은 제가 [싸울 기회] 읽고 엄청나게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녀가 있는 나라에서 트럼프도 존재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요. 세상은 그런것인가 봅니다.

제 친구가 대치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아들은 의대를 갔고, 딸은 이번에 카이스트를 갔습니다. 대치동은, 뭘까요?

하여간, 부동산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저 생각과 발언에 저는 동의합니다.
 



겨울밤은 까맣게 깊고 밤은 길고 긴데 어디를 못 간다. 이제는 구시대라 불리는 시대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대를 보여주고 싶어서 아롱이와 함께 <응답하라 1988>을 보자고 했다. 식구 네 명인데, 응팔 본 사람 한 명도 없는 집이어서, 바쁜 사람 그냥 두고 한가한 사람 셋이 모여 저녁마다 사이좋게 응팔을 본다. M1은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데, 아는 노래 나와서 흥얼거리는 건 다반사고 정환이 아빠 이상한 유머에도 파안대소해서, 옆에 앉은 아롱이를 툭툭 치며 굳이 말한다. "저거 봐, 아롱아! 너희 아빠 보는 게 저거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그저께 에피에서는 보라가 시위하는 장면이 나왔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성보라가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당시 대부분의 대학생답게 시위에 참여하게 되고. 공부한다고 일찍 집을 나섰던 보라가 학교 옥상에서 투쟁하고 있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잡힌다. 계속 최루탄 냄새에 절여져 집으로 돌아오는 보라. 보라의 아버지 성동일이 폭발해서 보라를 다그치는데, 보라는 아빠가 원하는 그 답을 하지 않는다.




민족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그 모든 갸륵한 대의를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항상 그 대의가 옳은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의에 침묵하고, 모른 척했을 때, 대학생들은 군사 독재에 맞서 싸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과 협박, 살해 위협, 그리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그 어느 것 하나도 가볍지 않다. 변절한 것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변절하지 않기가 너무나 어려웠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그 무엇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 말이다.

보라와 성동일의 피 튀기는 싸움 장면은 그러한 대의와 정의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다. 그 장면이 뭉클했던 건, 뭐랄까. 내가 부모여서 그랬던 것 같다. 내내 자랑스러운 내 딸, 어디에 내놓아도 뿌듯한 예쁜 내 딸이, 나라에서 막고 있는 그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같은 것.

하지만, 보라 역시 힘들지 않았을까. 부모를 거스르는 보라의 마음도 어렵지 않았을까. 나를 미워하고, 나를 음해하고, 나를 오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시하면 된다. 그 사람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나는 그 사람 없이,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부모를. 나를 사랑하는, 나를 아껴주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이 사람의 요청을 뿌리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대를 거스르는 이 마음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그렇게 해줄 수 없는 이 마음. 그냥 그런 마음들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건, 역시나 읽고 있는 책 때문인데, 그 책이란 바로 이 책.

다만 여러 면에서 내가 별 부담이 없었어요. 일단 아버지가 방향을 잡아 주신 거니까 부모님 반대를 걱정 안 해도 되고. 셋째 아들이니까 집안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감이나 책임감도 거의 없었어요.

그때 이미 큰누나는 결혼을 했고, 작은 누나는 통계청에 다니고 있었거든. 나는 이모 댁에서 먹고 자면서 과외비는 또 따로 받았으니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되었지. 그래서 마음 놓고 서클 활동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오로지 유신을 반대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할까. 유신을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그런 생각이 꽉 차 있던 상태였지. (63쪽)

보라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던 이해찬 대표의 회고록을 읽고 있다. 2022년이 초판 1쇄이고, 내 책은 2026년 초판 9쇄다. 중요한 이야기,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이제서야 듣는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태생적 조건(3남), 물질적 조건(경제적 여유)이 어우러져 청년 이해찬은 온 힘을 다해 독재 투쟁과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애쓴다. 그런 생각으로 꽉 차있고, 오직 그 목표를 위해 살아가며, 그 일을 자신의 업으로 삼는다.

그걸 읽고 있다. 낮에는 해찬들, 밤에는 성보라.

보라와 선우. 보라와 선우와 덕선이. 보라와 선우와 덕선이와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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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2-13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의 보라에 대한 이해가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그렇죠. 이게 옳아서 이걸 행해야 하는데, 그런데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하는 일이라는 것. 그런 일은 슬프게도 가끔 일어나지요.

(응팔 아직도 안 본 사람 접니다.)

단발머리 2026-02-14 13:1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는 자신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자신이 먼저여야....한다고요. 슬픈 일이라는 걸 알아도 말이지요.

(응팔 안 본 사람 일단 1명 접수했고요^^)

꼬마요정 2026-02-13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팔 재밌게 봤더랬죠. 아무래도 마지막에 제가 응원한 남편이 딴 사람이어서 흥이 좀 식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그 결말이 더 좋았다 싶기도 했습니다. 아앗, 이것은 제가 스포를 한 것일까요? 제가 누구를 응원했는지 모르시니 괜찮겠지요?^^;;

보라와 해찬들... 같은 시대 민주화를 외치던 사람들인데 상황이 너무 다르네요.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이해찬은 부럽군요. 응팔에서 아버지의 마음도, 보라의 마음도 다 이해가 되니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해찬들은 진짜 입에 딱 붙지 않나요? 정치인 별명 중에 해찬들과 피닉제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단발머리 2026-02-14 13:20   좋아요 1 | URL
저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꼬마요정님! 또한 꼬마요정님이 응원한 남편이 누구인지도 추측가능한 ㅋㅋㅋㅋㅋㅋㅋ저는 참고로 가감 없는 직진을 더 응원하기는 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운동을 계속하면서 가족들의 지원을 많이 받습니다. 영치금으로 사식 사먹는 건 기본이고요. 교도소 내 식단 문제도 해결하시는데, 자신의 돈으로 주위 재소자들 먹을 것을 많이 사주시다 보니 인기가 많으셨고, 자연스레 방장이 되셨다는...

저는 해찬들은 알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피닉제 오늘 들었어요. 저는 한국어 버전, 불사조만 알고 있었거든요. 피닉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6-02-1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대사관 점거 였을까요?
저 화면이?

이 해찬을 왜곡 폄훼한 기사들도 많았죠? 아마!
네명의 대통령과 함께 한 그의 삶과 죽음이 묵직한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데모 안하고 왜 내려왔냐고 했던 부친의 일화! 놀랍습니다.

단발머리 2026-02-14 13:25   좋아요 0 | URL
저 장면을 보고 그런 이야기가 많았더라고 하네요. 근데 저 장면이 그 사건을 재현한 건 아니라고 하고요.

이해찬 대표의 삶 자체가 한국의 민주주의 운동과 완전히 겹쳐져서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몰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집에 다 가면 나라는 어쩌냐는 이해찬 대표의 아버님, 정말 대단하시죠.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독서괭 2026-02-13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팔! 남편과 함께 열심히 본 몇 안되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ㅎㅎ 응칠도 재밌었지만 응팔이 조금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도 그렇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건 너무 힘들죠.. 아이들 낳으니 성동일 마음이 더 이해가 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6-02-14 13:27   좋아요 0 | URL
열심히 보셨다니 반갑습니다. 저 이제 10화 봤고, 10화 남았습니다. 하루에 1화씩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응칠은 클립으로 좀 봤는데, 저도 응팔이 더 재미있고요.

독립 운동가들, 민주화 투사이신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본인도 그렇겠지만,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란 건...
말로 다 할 수가 없더라구요 ㅠㅠㅠ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여성운동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편견은, 가부장제는 독자적인 모순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작동케 하는 구조의 일부에 불과하며, 페미니즘은 중산층 여성들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마오쩌둥, 마르크스 모두 중산층 지식인이었지만, 언제나 페미니스트만 중산층 지식인인 것이 시빗거리가된다. 이렇게 말하는 남성들도 대개는 중산층 부르주아 '지식인'인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여성운동가 중 일부가 지식인이라는 사실은 못 견뎌한다. 여성은 '어머니'이거나 '창녀'일 뿐, 지식인이나 중산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59쪽)

지식인까지 갈 건 없을 테고, 부르주아도 멀다고 했을 때, 나는 '중산층'이란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읽을 시간이 있고, 쓸 시간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일 읽는 사람도, 띄엄띄엄 읽는 사람도, 아주 길게 아니어도 자신의 생각을 한 장으로 정리해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어를 가지고 있다'라고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중산층이라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고 판단하는 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한가하게 책 읽고 편안히 살았으면서, 다른 사람(여성)을 돌보는 일에 무관심한 여자의 결국은 그렇게밖에 읽히지 않는다. 한가하게 책 읽고 편안히 살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한 남자의 글이 예술로 둔갑하는 경우와 대비된다.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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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두었어야 했는데. '읽고 싶어요'에 책을 넣을 때, 밑에 댓글로라도 적어 두었어야 했는데. 적어 두지 않았고, 그래서 기억나지 않으며. 고로, 어디에서,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 혹은 읽고 싶었는지 알지 못한 채, 상호대차 완료되었으니 책 가져가라는 지시에 따라 책을 받아온다. 책을 펼친다.

나는 저평가되는 여성의 노동에 관심이 있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혹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여성의 일이라 여겨지던 일, 주로 여성이 수행했던 일들은 경제적으로는 0원의 가치를 갖는다. '가사 노동은 보수 없이 가정에서 수행되는 무급 노동이라서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 포함되지 않는다.'(네이버, AI 브리핑) 대부분의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이 이에 포함된다.










이때 억압이 '공통적'인 까닭은 이 억압이 모든 기혼 여성 시기에 상관없이 여성의 80퍼센트에게 적용되기 때문이고, '특수한' 까닭은 가정 내 무급노동을 제공할 의무가 여성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며, '핵심적'인 까닭은 여성들이 '밖'에서 일을 할 때조차, 이들이 속한 계급은 여성으로서 겪는 착취에 의해 조건화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1>, 63쪽)

내가 이해한 바는 여기까지였다. 그러니깐 크리스틴 델피의 지적에 공감하는 내가 이해한 바로는, 가사 노동은 무급 노동이며 이의 주된 수행자인 여성은 '돈 받지 않고' 일한다는 것. 기혼 여성이 사회적 계약 관계에 들어가는 경우, 상당량의 가사 노동을 외주화할 수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것. 전업맘의 '(전, 일하는 사람 아니에요) 놀고 있어요'와 워킹맘의 이중, 삼중 노동의 굴레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이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하버드대 법대 교수이고,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는 대학 졸업 후 맥킨지에서 의료 및 공교육 담당 컨설턴트로 일했다. 두 사람은 모녀 관계이다. 그래서, 저자들의 개인 이야기가 나올 때, '나'는 엘리자베스인 경우가 있고, 아멜리아인 경우가 있다. 두 사람의 삶이 이 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제일 충격적인 문장은 이렇다.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자녀가 있다는 것은 이제 여성이 재정파탄을 맞을 것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고지표다. (16쪽)

이혼 직후 여성의 삶의 질이, 남성의 삶의 질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는 본 적이 있지만, 그건 여성의 지위가 결혼했던(그리고 이제 막 이혼한) 전 남편의 지위가 연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자녀'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자녀가 있는 여성은 가난의 늪에 빠지기 쉽다.

최악의 재정난에 처한, 경제적으로 파산한 사람들은 처음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젊은이거나 혹은 자기 처지에 맞지 않는 명품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나이 들고 저축금이 줄어든 힘없는 노인들이 아니다. 그들은 유자녀 기혼 부부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파산의 주요한 이유가 무리한 담보 대출을 통한 교외 주택 구입이라고 보고 있다. 예상 수입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대출을 통해 교외의 주택을 구입한 맞벌이 부부가 부부 중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수입이 급감했을 때,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파산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맞벌이 부부들은, 안정적인 수입 체계를 가지고 있던 부부들은 무리한 대출을 통해 교외에 주택을 구입하려 했을까. 그 중심에는 자녀가 있고, 그리고 학교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도 학군은 중요한 문제다. '강남'과 '대치동'은 이제 서울의 일부라기보다는, 특정한 교육 수단의 실현이 가능한 교육 단지를 의미하는 데까지 이르렀는데, 미국에서도 '좋은 학군 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예상을 초과할 정도였다. 1980년 모기지 대출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소득에 비해 큰 모기지 대출이 확대되었고, 수입원이 두 명이 된 상황에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채무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운동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여성도 남성만큼 교육받았고, 직업을 갖는데 필요한 역량도 충분했다. 소득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 자유 역시 확고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아이를 더 안전하고 쾌적하며 교육의 질이 보장된 중산층 지역 학군 내 학교에 입학시키겠다는 열망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아이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교외의 멋진 집을 사는 데에는 여성의 수입이 필요했다. 매년 더 많은 수의 전업주부들이 확고한 중산층 지역으로 이사하기 위해 일터로 나왔다.

한국과 비슷한 점이라면, 한국 역시 '아이들', 정확히는 아이들의 '사교육비'가 전업주부의 재취업에 가장 큰 동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 보육, 교육에 전념하던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재취업에 도전한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 오랫동안 전업주부였던 여성들이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단순, 단기 계약직으로 아르바이트의 형태를 띠게 된다.

교보문고 학술정보 서비스 ‘스콜라’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여성의 재취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3장>의 제목은 '엄마라는 다목적 안전망'이다. 맞벌이 부부 같은 경우, 두 사람의 소득을 근거로 지출 계획을 세우기에 재정위기가 닥쳤을 때 의외로 '여윳돈'을 찾아내기 어렵다. 위험이 닥친 후에야 자신들이 너무 '빠듯하게' 지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혼자 버는 가정은 한 사람의 소득에 맞추어 지출 계획을 세우다 보니, 남편이 실직한다거나 가족이 아픈 경우에 전업주부가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추가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수입은 이전에 남편의 수입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남편이 다시 직업을 찾는 기간 동안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고, 파산의 위험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완충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오늘 아침에 읽은 문장은 이랬다.

전업주부는 예비 소득자의 역할 외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경제적 역할을 한다. 그것은 바로 예비 간호사의 역할이다. 전업주부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숙제를 점검해 주는 일 이상을 한다. 즉 그녀는 아이건 어른이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 모두를 간호해 줄 수 있다. 그녀는 더는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나이 많은 친척을 언제라도 돌봐줄 수 있다. 부부가 서로 돌봐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현재 불구의 노인에게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넷 중 셋이 딸이나 며느리, 또는 여자 조카나 손녀 등 여성 친지다. 한 세대 전에는 이런 여성들의 다수가 집 밖에서 일하지 않고 집 안에 있었다. (95쪽)

부모님 중 한 명이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부모님의 거동이 불편할 때, 도움이 필요할 때, 혼자 사실 수 없을 때, 딸이나 며느리, 여자 조카, 손녀 등이 그분을 돌본다. 한 세대 전에는 이런 여성들의 다수가 집 밖에서 일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아침에 어르신을 데이케어에 모셔다드리고, 출근하고, 일과를 마친 후에 퇴근길에 어르신을 모시고 돌아와 돌봐드린다. 여성의 삼중 노동은 계속된다.











책을 샀다. 다른 책 두 권과 같이 샀는데, 현재 당당한 베셀 1위인 어떤 책이 주문이 너무 밀려 있어서 상품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고, 알라딘에서 미안하다고 톡으로 알려 왔다. 이 책 마치면 얼른 초록초록 페데리치 만나야 한다. 실비아가 나 보고 싶어한다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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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2-0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2-05 12: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잠자냥님 페이퍼 보고 산 책 맞고요. 다음에는 더 비싼 책으로 땡투해 드릴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6-02-05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도 없고 학교 학벌에도 관심 없고 보조금 (지금까지는) 잘 주는 프랑스에 사는 저(희)도 느낍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돈이 안 들었는데 커갈수록 돈이 듭니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돈이 드갑니다. 성년이 지나면 손을 털 줄 알았지요. 환상이었습니다. 학생 알바로는 살 수가 없고…
저는 앞으로 더 가난해지는 걸까요.ㅋㅋㅋ 웃프다…

단발머리 2026-02-06 15:25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이 클수록 돈이 더 많이 필요하고. 더 큰 단위로 필요하고요. 정신을 차리면 은퇴 준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야 한다고.........
웃픈 현실은 항상 빠르게 다가오고요.

수이 2026-02-05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왜 저는 실비아 페데리치보다 스켑틱에 더 눈이 갈까요?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 궁금합니다. 스켑틱 리뷰가 시급하옵니다.

단발머리 2026-02-06 15:25   좋아요 0 | URL
어제밤에 ‘통 속의 뇌‘ 읽었는데 어렵더라구요. 리뷰까지는 아니어도 간단 정리해야 하는데, 어려워요. 흐잉~~~

다락방 2026-02-06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여동생이 자신의 월급은 고스란히 아이들 학원비로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비도 더 비싸지고.. 이제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 학원비로 정말 큰 금액이 나갑니다. 대치동이 아니라 경기도에 살고, 유별난 사교육을 시키는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다른 애들 하는것만큼 시키는데 그래요.

저는 엄마의 고된 노동을 보아왔어요. 사실 어릴 적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죠.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 도대체 엄마는 어떻게 일하고 와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안을 청소하고 우리를 돌봤을까 생각했어요. 엄마는 가끔 집에 돌아오시기 전 공중전화를 통해 집으로 전화를 걸기도했어요. 엄마 얼마쯤 후에 들어갈건데, 여기 리어카에서 카세트 테이프 팔아, 너가 갖고 싶다고 한게 뭐였지? 하고요. 고단했던 우리 엄마.

최근에 혼자 살면서 살림도 하고 학교도 다니느라 어떤 날은 지나치게 고되었거든요. 엄마랑 통화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일하고 다니면서 삼남매를 키웠냐, 너무 고생했다 얘기했어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엄마, 결혼 안했으면 덜 힘들었잖아!! 그러자 엄마는 ‘그런데 결혼했으니까 네가 태어났잖니‘ 하셨습니다. 삼중 노동은 뭐고, 자식은 뭔가요 단발머리 님?

눈물이.. ㅠㅠ

단발머리 2026-02-07 10:21   좋아요 0 | URL
유별나지 않게 일반적인(?)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교육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저는 이게 한국의 고질병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내 아이가 공부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이미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았구요. 지인이 미국 LA에 사는데 한국에 있는 학원이 종류대로 다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 있대요, 한 종류도 빠짐 없이. 다락방님이랑 댓글 나누다 보니 그런 생각 드네요. 중요한 테마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국의 학원 사업.

아.... 결혼했기 때문에 더 힘들고, 더 고되고 그랬죠. 다락방님 어머님의 삶도 그랬을 거구요. 근데.... ‘여기 리어카에서 카세트 테이프 팔아, 너 갖고 싶다고 한게 뭐였지?‘ 묻는 엄마라니요ㅠㅠㅠㅠㅠ 너무 눈물나네요. 그런 사랑과 격려로 사람은 자라는 거 같아요. 그걸 받았던 사람은, 그게 당연하지 모르잖아요. 저도 대학 들어가고 나서야 우리 엄마가 한국 사회의 훌륭한 어머니들 속에서도 유독 ‘착한‘ 엄마라는 걸 발견했거든요. 에구.... 효도해야지, 결심합니다. 그리고 다짐해요. 이 마음을 강요하지는 말아야지. .....

눈물이.. ㅠㅠ

그레이스 2026-02-09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해찬 회고록 기다리고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여성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의 문제로 가게됩니나.

단발머리 2026-02-10 09:43   좋아요 1 | URL
네, 요즘 저 읽고 있는데 아주 술술 넘어가요. 아직 어린 시절이라서요^^
저도 그레이스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여성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기본 소득을 말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근데 요즘에 AI 이야기도 한 발짝만 들어가면 기본소득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참, 신기한 것입니다.
 













제목에 H마트가 나와 있듯 이 책의 주요한 한 가지 축은 음식이다. 미국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인 저자에게 음식은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한국을 추억하는 수단이면서 엄마에 대한 기억을 포함한다. 집밥이 힐링과 연결되면서, 엄마가 해주신, 혹은 할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집밥에 대한 향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적고 20년 넘는 주부 생활에도 한결같은 손맛을 유지하는 날라리 엄마로서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나의 손맛이 밴 음식으로 기억할 만한 것이 있을까. 아롱이는 시어머니의 떡국과 LA갈비를 좋아하고, 다롱이는 엄마의 우거지 무침과 배추전, 두부조림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해준 음식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글쎄... 예전에 이 책을 읽던 와중에도 아이들에게 이걸 물어보았더란다. 다롱이는 재빨리 눈치를 살피고 '김치볶음밥'이라 했고, 아롱이는 솔직하게 스팸(스팸이 요리냐!!)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물어보지 않고 나 혼자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란다. 소울푸드라면 따뜻하고 푸근하고,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한 그런 음식이어야 할 텐데. 그런 음식이 있던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억지로 짜내고 또 짜내어 보니 그래도 '미역국'이 제일 근접한듯하다. 아이들도 내가 만든 미역국을 잘 먹으니 소울푸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언저리에라도 얹힐 수 있을 것 같다.

미역국은 만들기 쉬운 음식 중 하나이다. 소고기는 물을 적게 넣고 한 번 삶은 후에 그 물을 버리고, 참기름과 다진 마늘(안 넣을 때도 있음) 넣어 달달 볶아 놓고. 찬물에 불린 미역과 함께 다시 한번 볶은 후, 물을 넉넉하게 넣고, 자연한알을 2알 넣고 신나게 끓인다. 구운 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주고, 단발머리표 미역국의 최대 비법인 연두를 1.5 T 넣으면 완성이다. 아이들에게도 자연한알과 연두의 비법은 이미 전수하였으니, 그 맛이 생각날 때 아이들은 엄마의 미역국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 테지만, 아이들은 햇반컵밥 미역국밥에 더 쉽게 손이 갈 수도 있겠다.




이번에 읽으면서 꽂힌 문단은 여기였다.

It was supposed to be him. We had never planned for this circumstance, where she died before he did. My mother and I had even discussed it, whether she'd move to Korea or remarry, whether we'd live together. But i had never spoken with my father about what we would do if she died first because it had seemd so out of the realm of possibility. He was the former addict who shared needles in New Hope at the height of the AIDS crisis, who smoked a pack a day since he was nine, who practically bathed in banned pesticides for years as an exterminator, who drank two bottles of wine every night and drove drunk and had high cholesterol. Not my mother, who could splits and still got carded at the liquor store. (151p)

챗지피티한테 도와달라고 했다.

원래는 그가 먼저여야 했다. 이런 상황은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녀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어머니와 나는 가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만약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다면, 어머니는 한국으로 이주할지, 다시 결혼할지, 아니면 우리 함께 살게 될지 같은 것들. 하지만 어머니가 먼저 떠날 경우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은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과거에 중독을 겪었고, 에이즈 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뉴호프에서 주사기를 함께 쓰던 사람이었다. 아홉 살 때부터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웠고, 해충 구제 일을 하며 수년 동안 금지된 살충제에 그대로 노출되었으며, 매일 밤 와인 두 병을 마시고 음주 운전을 하기도 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았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아직도 다리를 쭉 벌려 스트레칭을 할 수 있었고, 술을 사러 가면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젊어 보였다.(151쪽)

같은 장기의 암은 아니었지만, 저자의 이모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어머니의 암 병력은 가족력을 의심하게 한다. 건강 체질에 더해 건강 관리가 충분해도, 아무리 충분했어도 질병의 공격에 대항한 인간의 노력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지난주, 그리고 그 지난주에 가까운 지인들의 부친상이 있었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은 항상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인사를 나누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위로의 말을 전하고 돌아선다.

이 세상에 갑작스럽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아니, 어떤 죽음은 예상된 죽음일까. 80살이 넘었을 때의 죽음은 덜 안타까울까. 어린 나이의 죽음은 더 애달플까. 못다 한 이야기,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맴돌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별이, 이별만 그 앞에 있다.

저자는 먼저 이별할 사람이, 먼저 죽게 될 사람이 아빠일 거라고, 그녀의 엄마도 자신이 아닌 남편이 먼저 죽게 될 거라 예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죽음은 그렇게 오지 않는다. 모두에게 예정되어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도 죽음은 당도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문제, 유일하게 중요한 단 하나의 문제. 죽음의 문제가 그 앞에 당도한다.

이번에도 오디오북의 도움을 받았다. 유튜브에 올려져 있는 영상이라, 혹 불법적(?) 루트를 통한 것일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야무지게 잘 이용했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의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다음 책을 찾으러 떠난다. 올리브 책은 진작에 사두었고, 우리 집 어딘가에 있는 건 확실한데, 달력 종이에 가려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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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2-02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앗 저 부분 아까 퇴근길에 읽었어요.. ㅜㅜ

잠자냥 2026-02-04 09:57   좋아요 2 | URL
출근길에 다시 읽어.......

단발머리 2026-02-04 10:09   좋아요 2 | URL
퇴근길에 읽어서 눈물 쏙 난 독서괭님🥹 퇴근길에도 읽으라는 잠자냥님!🤪

독서괭 2026-02-04 10:15   좋아요 1 | URL
출근길에도 읽고 있어요.. ㅋㅋㅋ

페넬로페 2026-02-03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한알과 연두
기억하겠습니다.
쇠고기 미역국이 생각보다 맛내기 어려워 저는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 여러 재료로 만든 육수를 넣고 거기다 해물을 넣어 시원한 맛으로 먹거든요.

이 책 전에 오디오북으로 잠깐 들었는데
책으로 읽으면 엄마 생각나 눈물 날 것 같아요. 미안하게도 엄마에게는 왜 항상 따끈한 음식이 따라오는지 모르겠어요.

단발머리 2026-02-04 21:41   좋아요 1 | URL
해물 넣어 시원한 맛~~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저희집 식구들은 제가 만든 맛만 알아서요. 조개 미역국 먹고 싶네요~~

저는 처음에는 그냥 읽다가 오디오북 켜놓고 같이 읽었거든요. 힘들게 따라 읽는 과정 중에도 엄마 이야기는 항상 눈물 나더라구요. 음식처럼 엄마라는 존재가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미안하고 또 감사하구요~~

수이 2026-02-03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먼저 떠나면 단발님이 상실감에 우울해하실 걸 떠올리니 벌써 눈앞에 먹먹하여 같은 날 같이 가요, 하고 싶은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가 같이 죽으러 가자, 하는 거 같아서 아닌 거 같아요. 아 재미없어 하면서도 꾸준히 읽으시네요 역시 성실한 단발님

단발머리 2026-02-04 21:43   좋아요 0 | URL
같이는 아니지만 먼저는 아니구요. 같이는 아니지만 나중도 아니어서.... 일단은 그 먼 일을 차치하고 오늘에 집중해야 할 거 같아요. 오늘도 미용실 다녀오느라 많이 못 읽어서 꿀꿀한데 수이님이 성실하다고 하셔서ㅋㅋㅋㅋ 저 오늘, 새로운 2026년 오늘부터 성실하게 살려고 합니다. 진짜에요, 저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성! 실!

책읽는나무 2026-02-04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역국 맛나겠어요.^^
쇠고기 미역국은 쇠고기 좋은 걸 써야 맛이 나던데…고기 누린내가 느껴지면 숟가락 들기가 힘들더라구요. 근데 연두가 맛내기의 비법이었군요? 음..저도 기억하겠습니다.^^

저 인용문 기억납니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 같죠? ㅜ.ㅜ
가족의 죽음은 늘 마음을 젖게 만드는 것 같아요. 며칠 전 ‘다 이루어질지니‘ 로코 드라마에 빠져 한참 봤거든요. 거기에도 할머니의 죽음을 맞는 싸이코 패스역을 맡은 수지의 애도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면서도 안타까웠어요.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느낀다는 것도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문득 들더군요.
암튼 완독하신 것 같은데 저도 축하드립니다. 이번 달 책이 올리브 책인 걸 확인한 순간 건너띄고 스트라우트 책으로 바로 넘어가? 고민 살짜쿵 하고 있어요. 이러니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ㅋㅋㅋ

단발머리 2026-02-04 21:47   좋아요 1 | URL
저는 한우만 고집하지는 않고요, 국거리로 호주산도 미국산도 구입합니다. 한 마디로 원칙 없는 미역국 되시겠습니다 ㅋㅋㅋㅋ

네, 저도 그렇게 생각돼요. 우리 모두 죽음에 대해 알고,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그 일이 사건이 되는 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니깐요. 특히 가족일 때는 더 어려울 거 같아요.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그 죽음 밖에 서 있는 사람, 바로 ‘나‘일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더 힘들고 어려운 거 같아요.

완독 축하 감사합니다. 단어도 안 찾고, 외우지도 않고 ㅋㅋㅋㅋㅋㅋ 그냥 쭉쭉 읽었던터라 부끄럽지만, 책나무님 축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락방 2026-02-06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 아직 미역국을 제가 끓여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저도 한 번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연두랑 코인육수. 잘 기억하겠습니다.
타미가 저희 엄마의 미역국을 어릴때 엄청 좋아했어요. ˝할머니는 나를 사랑해. 나한테 미역국 끓여주잖아.˝ 했습니다. 둘째조카는 외할머니의 돼지갈비찜을 좋아합니다. 조카들 온다고 하면 엄마는 돼지갈비찜을 하십니다. 하핫.

저도 단발머리 님이 인용하신 저 부분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평소에 말이지요. 우리는, 부모님의 죽음을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한쪽의 죽음에 대해 간혹 생각하게 되잖아요. 저희 삼남매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희 이야기 속에서도 ‘그가 먼저여야 했‘습니다. 그런 한편, ‘그런데 그녀가 죽는다면‘ 이라는 말을 꺼내면, 우리 모두, 아 생각하기도 싫어... 하는 것입니다. 그 상실감을 안고 세상을 계속 살아가는게 말이 되나? 가능한가? 하고 말이지요.

얼마전에 친구의 아버지가 위암 통보를 받으셨어요. 2-3기 사이라고, 수술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친구 작은아버지도 암으로 수술 받으셨대요. 아마도 가족력인가보다, 저도 생각합니다. 가끔, 더 잘 살기 위한 노력들, 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은 어떤 식으로 유효할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보자고 계속 시도해보아야 겠지요.

단발머리 2026-02-07 10:47   좋아요 0 | URL
미역국은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쉽고ㅎㅎ 연두와 자연한알의 도움을 받으면 비슷한 맛을 내기가 쉬워요. 근데 물론 ㅋㅋㅋㅋ한우로 만들면 더 맛있습니다. 저는 고기를 안 넣을 때도 있고, 닭가슴살을 삶았다가 넣을 때도 있어요. 돼지갈비찜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소갈비찜을 한 번(진지하게 1회) 해봤는데,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먹기는 다 먹었습니다. 사랑과 미역국이 연결되는 타미의 세계를 저는 참말로 좋아합니다!!

부모님들의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기는 하죠. 마음이 무너지는 쪽은 거의 엄마 쪽이라고 저는 들었어요. 근데, 저번주에 가까운 분의 아버님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는데, 언니가 그러는 거예요. 항상 엄마하고만 친했다고. 아빠 전화기로 전화해서는, 식사하셨죠? 엄마 좀 바꿔주세요. 그랬다구요. 엄마하고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데, 아빠하고의 시간이 진짜 끝났다고. 아빠한테 잘하라고. 아쉬운 마음 남지 않게 잘하라고요. 저는 그 주에 아빠한테 별일 없이 전화를 두 번이나 걸었지만... 아빠는 받지 않으시고 ㅋㅋㅋㅋ카톡으로만 왜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강하게 오늘을 사는 게 중요한거 같아요. 일단 오늘부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