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야기, 정치 이야기 정말 안 쓰고 싶었는데, 또 쓰고 있다. 진짜다. 나도 책이야기 하고 싶다. 근데 책을 안 읽어서 쓸 게 없...

J는 작고 귀여운 아이다. 또래에 비해 키도 덩치도 작은데 얼굴은 동그랗고 머리숱이 아주 많아서 질끈 묶고 앉아있으면 뒷모습까지 예쁜 아이다. 사랑이 많은 아이고 잘 표현하는 아이라, 수학 단원평가 빈칸에 하트를 그리고는 '*** 선생님(담임쌤), 사랑해요!'라고 적는 아이다. 지난주에는 자리 이동이 있어서 3번째줄 맨뒤에 앉던 J는 4번째줄 2번째 자리로 옮겨가게 되었다. 교과서랑 학용품을 넣는 통등 이삿짐 챙기는 걸 도와주고 있는데,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선생님! 저, (앞쪽으로) 이사 가도 제 자리에 자주 와 주셔야 해요!" 여기저기 종횡무진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뒤에 서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기 자리 근처에도 자주 와달라는 그 말, 그 마음. 그럼, 그럼. 선생님 J 자리 근처에 자주 갈게. J 자리 근처에 자주 가는 시간. 자주 가는 일상. 자주 갈 수 있는...







어제밤에는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대학교 다닐때부터 금요일은 내게 항상 (극)성수기라 나는 일찍 자야 하는데, 얼른 잠들어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내게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텔레비전 잘 못(?) 켜는 잠자냥님마저 텔레비전 앞에 떡하니 앉혀 놓는 이 묘한 정권의 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저들은 그 사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하는 불안감. 혹시 사람들이 잠든 사이? 하는 생각에 머리 속은 점점 투명해지고. 그래서 아침에는 늦게 일어났다. 얼른 일어나 밥을 안치고 냉장고 반찬으로 밥을 차리고, 이렇게 저렇게 밥을 먹으라 지시를 하고, 그리고 집을 나섰다. 종종걸음으로 내딛는 내 아침. 내 출근길. 내 일상.


조금씩 밝혀지고 드러나는 이야기 중에 가장 두려운 건 역시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북한 고위급이 주로 산다는 평양의 특정 지점에 무인 드론을 보낸 남한 국방부 장관의 의도는 사실 명백한건데, 그게 이런 사태를 엄두에 둔 것인지는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얼마나 미쳤는지 우리 다 몰랐다. 만약 북한의 김정은이, 혹은 북한 정부의 어떤 사람이 남한의 이러한 도발에 반응했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어땠을까. 비상 계엄 소식을 듣고 집에서 입던 옷에 패딩 걸치고 뛰어나간 사람들, 국회 직원들, 민주당 당직자들, 야당의원 보좌관들이 맨몸으로 탱크를, 경찰을, 군인들을, 특수부대 전투원들을 막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공포와 두려움이 작은 불안으로 해체되어서 불쑥 불쑥 떠오른다.




예상대로라면 이쯤해서는, 아니 이번주 내내 한강 작가님의 수상 소감과 그의 아름다운 검은 드레스와 그 날 만찬의 메뉴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다이내믹 코리아는 그러하지 못하니.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 도서관 연체자들 대사면이 있었던 것과 함께 그의 수상을 기리는 의미로 비상 계엄이 실제로 발효되...




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그 일이 신속하게 정확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야무지고 발랄하며, 지치지 않고 나랏일에 내 일처럼 나서는 백의 민족, 동학혁명의 민족, 3.1운동의 민족, 4.19의 민족, 6월 항쟁의 민족, 광주의 후예들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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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24-12-13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겨진 자존심이 한강 작가님 덕분에 버티고 있네요.

사전 모의 계획 중 하나만 반응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13 15:15   좋아요 1 | URL
한강 작가님이 계셔서 기댈 곳이 있고요. 우리 그렇게 바보 같은 국민들,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 있게 ㅠㅠㅠ

아, 진짜... 모든 우연이 놀라울 뿐입니다. 참 아슬아슬했어요 ㅠㅠ

잠자냥 2024-12-13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빌님은 그러셨군요… J이야기는 윤 씨 학창시절 성적표에 담임이 뭐라 적은 거 보고 영감 얻으신 건가요? 🤣🤣 담임도 싹수부터 알아본 윤 씨…… 저는 지금하고 비슷해요. 조용하고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책을 좋아함. 글을 잘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윤 씨 때문에 한강 언니 소식 파묻혀서 매우 속상합니다만, 다른 의미로 세계가 더 진정성 있게 계엄을 다룬 한강 언니 소설에 더 주목했을 거 같아요. 핍진성…. 하난 끝내주게 올려주네 윤가놈이…. 😂

건수하 2024-12-13 13:47   좋아요 1 | URL
핍진성 정말... 타이밍 어쩔

단발머리 2024-12-13 15:18   좋아요 0 | URL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기엔 저는 담임이 윤에게 뭐라 했는지 알지 못해서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지금하고 비슷하셨다니, 참 신기해요. 어렸을 때 모습이, 사실 우리의 제일 중요한 부분을 드러낸다고 할까요? 저는 12분의 선생님들 중에 1학년 때 담임쌤만 저에게 나쁜 말을 써주셨거든요. (진짜 나쁜 말임. 궁금하면 비댓 요망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서른 언저리에도 그 담임쌤 미워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흔 넘어가서 인정하게 됐어요. 선생님, 선생님! 저를 제대로 보셨어요. 저, 진짜 선생님 말씀 마음에 새기고 착하게 살게요!!

핍진성의 오후 지나가고 있고요. 곧 저녁, 새벽 밝아옵니다!!

잠자냥 2024-12-13 15:52   좋아요 2 | URL
‘윤석열 생기부’로 검색하면 볼 수 있어요. 왠지 누가 만든 조작 생기부 같은데 웃기긴 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3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한강 작가님 너무 좋고요. 누구였지, 아 어디서 들었지. 정희진 쌤이었나요. 한강 작가가 수상한 후의 행보도 너무나 좋다고 했었는데. 하여간 정말 그렇습니다. 책만 그렇게 쓴게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마음이 바로 작가 본인의 마음이기도 했다는 것이 가장 좋고, 그래서 한강 작가의 수상이 너무나 좋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힘든 책이지만 한강 작가의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윤석열은 여전히 계엄에 대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아니 잘못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거듭되는 김건희의 녹취록들은 또 왜그렇게 그 사람이 진상스러운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부부가 되었는지... 자기들끼리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저급한 한쌍입니다. 윤석열은 너무나 고집불통에 다른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무서운 것 같아요. 대화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점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리고 이 무서움은 내일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날 추운데 나와서 목청껏 소리지르고 응원봉 흔드는 20,30대 여성들 때문에 자꾸만 눈물이 차오르려고 합니다. 저는 정말이지 그들의 편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13 15:21   좋아요 0 | URL
한강 작가 수상한 이후의 행보가... 뭐랄까요. 진짜 노벨상 수상 작가 같잖아요. 우리가 이런, 어너더 레벨의 작가를 소유한, 배출한 국가인데, 오늘의 이 난국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요.

윤석열을 보면서 저도 점점 생각이 많아지는데. 제 생각엔 ‘자기 자신‘의 범위가 너무 좁아서 그렇게 된거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다른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가 거기에 해당되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가 너무 소중하고 또 공고해서 타인의 의견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능력이 없는 것 같고요.
내일은 꼭 끝나야해요!! 그죠? 그래야 우리 한강책도 읽고, 파운데이션도 읽고, 메리 크리스마스 캐롤도 부르고요!

건수하 2024-12-13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내일은 5호선으로...! 내일은 기뻤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4-12-13 15:22   좋아요 1 | URL
아, 내일은 5호선으로 가야지요. 내일은 우리 모두 같이 기뻐하자고요! 같이요~~~ 다같이 해피 토요일!!

잠자냥 2024-12-13 15:45   좋아요 1 | URL
일단 치맥파티 예상합니다. 일단!!

단발머리 2024-12-13 15:47   좋아요 1 | URL
교촌으로 갈게요, 저는요. 맵소디가 교촌꺼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교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4 17:25   좋아요 1 | URL
치킨 쥬문하셨습니까

건수하 2024-12-14 17:31   좋아요 0 | URL
가결!!!

독감 환자가 생겨서 여의도 못갔습니다. 치킨도 같은 이유로 좀 미루기로… 그래도 기쁘네요!

단발머리 2024-12-14 17:50   좋아요 1 | URL
오늘 저희집은 피자에요! 치킨은 어제고요! 밤새 파티입니다! 🎉🎉🎉🎉🎉

공쟝쟝 2024-12-13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밝혀지는 사안들이 너무 엄중한 것들이라 정신 못차리겠는데... 그 자는 테레비에 나와 내란과 자신의 광증을 자백하고... 이게 실화인가.. 정말 계속 실화라능.... ㅜ..ㅜ........ 할튼 내일도 따숩게 하시고 탄핵을 시킵시다! 꼭 꼭!

bookholic 2024-12-1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부디.....()......
 












마리아 미즈, 라고 치고 나이를 알아보려고 했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했는데, 조금 윗세대이시다.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2023년에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됐다. 아직 살아 계실 때,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한 번 더 읽을 것을, 다른 책도 찾아볼 것을... 이런 생각을 혼자서 해 본다.

1931년 출생. 2023년 92세의 일기로 타계하신 마리아 미즈의 삶과 그의 시대를 읽는다.

내 아이가 천재인가, 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고는 하는데, 나는 그건 아니고. 그래도 한글 정도는 스스로 깨우쳐 주지 않을까 했는데(엄마는 내게 한글 안 가르쳐 주었다고 하셨다. 제게 한글 가르쳐주신 분을 찾습니다!) 첫째는 약간의 도움으로 비교적 빨리 한글을 깨우쳤다. 둘째에게도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서너달 뒤에 유치원 가야하는데도 한글을 몰라, 어쩔 수 없이 <기적의 한글 학습>을 구매했다. 1권의 반 정도 나갔을까. 아... 생각보다 쉽지 않은 한글 학습의 길.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나의 무능을 탓하며. 그런 생각을 했더란다. 아, 셋째는 안 되겠다. 한글 때문에 안 되겠어. 한글책을 펴지 않는 엄마를 보며 시간 많고 의욕 충만한 큰애가 물었다. 엄마, 안 할 거야? 이거 안 할거야? 하긴 해야하는데. 그럼, 내가 해? 그래, 네가 해. 니가 가르쳐 줘.


여섯을 낳고 또 여섯을 낳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우리였다, 라고 말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에는 고대의 토지공유법을 실천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을 모두 직접 만드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간다, 쏘옥!





우리는 언제나 우리였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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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12-1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네요 🐥

단발머리 2024-12-11 15:03   좋아요 1 | URL
네, 그러나!! 저 책은 한글이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5:04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 하기 시러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5:15   좋아요 0 | URL
네~~~~~ 아무렴요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1 19:19   좋아요 0 | URL
독일어로 바꿀까요? 🤔

공쟝쟝 2024-12-11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아이가 천재인가............. 를 물어야할 나이에 출산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해서
바로 내가 천재인가.......... 는 무슨 증상일까요? ㅋㅋㅋ

수이 2024-12-11 19:19   좋아요 2 | URL
르장드르 읽는데 애 지금 가져도 안 늦는데 쟝님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구만유 제가

단발머리 2024-12-13 15:23   좋아요 2 | URL
만약 두 가지 질문 중에 택한다면, 저는 ‘내가 천재인가‘가 ‘내 아이가 천재인가‘ 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건설적인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천재여도 문제고, 천재가 아니어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천재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증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껏 누리세요!

지금은 늦습니다, 참고 바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4 10:42   좋아요 1 | URL
내 아이도 천재고 나도 천재면 어떤 라이프인가_그것도 궁금해집니다. 따숩게 입고 출동!

다락방 2024-12-12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기 시작하면서 우선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었는데요, 거기에서 마리아 미즈가 사망했다는 걸 알았어요. 아... 사망... 했구나. 이제 마리아 미즈의 새 책은 없겠지요? 있는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초반 읽고 있는데 마리아 미즈가 마리아 미즈가 되기 위해서는 이 환경이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 하는 환경, 뭗든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는 엄마.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12-13 15: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요. 제가 작가 소개를 안 읽고 검색을 먼저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안타깝고 또 아쉽더라구요.
그래도 장수하셔서 그게 쬐금 위안......
전 일단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를 찜해 두었습니다. 계획은 이 책 읽고 이어 읽기입니다.

우리 찬찬히, 같이 읽어보자구요! 뽜야!!
 



문제는 혼자 출발했다는건데 경유지를 동작으로 잡은 게 패착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환승이 안 되는데, 그럼 어째야 하냐고, 나는 국회의사당으로 가야 한다고. 걸어가면 본인 걸음으로 40분, 보통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거리라는 경찰관님 말을 믿고 밖으로 나와 패딩 행렬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바람은 불어오고 지나가는 버스는 사람이 꽉 차서 당연히 무정차. 택시를... 택시를 타도 되나요?

가다보니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그 옆에 많이 보던 초록색 자전거. 아, 저거 서울시 유망사업 따릉이구나. 싸이클 타던 나이지만 그건 20년전 이야기고. 어디서 반납할지 모르는데 끌고 갈 수도 없는 일. 사람들은 따릉이 타고 가기로. 나는 그냥 가기로.










그렇게 걸어가는데 떡 하니 왼쪽에 웬 강이… 이것이 진정 서울의 자랑, 한강이란 말입니까. 제가 왜, 여기 지금 여기에 와 있는거죠? 저는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다고요. 저는 그냥 탄핵 집회에 가고 싶어요. 맞나요? 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거에요? ... 그렇게 계속되는 걷기와 뛰기(초등 계주 대표). 부러워하던 한강변 조깅을 원치 않게 실행하게 되는 그런 순간. 제일 큰 걱정은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 제가 제대로 가고 있나요? 이 길이 맞나요? 그리고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나는 검은색 패딩 행렬. 맞구나. 내가 제대로 찾았어. 그러니까, 나는 동작에서 출발해서 흑석, 노들, 노량진을 거쳐 드디어 샛강역에 도착하고. 저기 멀리 보이는 저 동그란 반원이 국회의사당. 맞구나, 제대로 찾았어.



쉽사리 통과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란수괴를 이리도 옹호할줄은 몰랐던 일이라서 그 날 밤에는 언짢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앞으로 어떡해?' 질문이 머리 속을 빙빙 돌았는데, 아침이 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부결되었다고 해서, 포기할 민족이 아니다. 이 백의 민족은, 철의 민족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상록수' 부르는 뭉쿨한 결기 없이도 이길 수 있다. 결국은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럴 것이라면, 나는 내 일상을, 내 하루를 잘 살아나야겠다,라는 다짐을, 작심3일의 명수인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그 생각. 그래, 나쁜 놈이 득세하는 세상. 더 나빠질 수 있겠지. 그래도 나는 열심히, 내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해내야겠구나. 오늘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

바꾼다고 꺼내놓은 작은아이 침대 매트를 세탁기에 넣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반찬통을 꺼내고, 깎두기와 총각무를 작은 통에 옮겨 담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큰 통을 치웠다. 박스채 쌓여있는 재활용을 개봉해 물건들을 제자리에 넣고, 지난밤 만든 제육볶음이 조금 짠 것 같아 양파를 새로 하나 더 썰었다.




책장에서 꺼내 스타벅스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이달의 여성주의책을 김치냉장고 위로 가져다 놓고, 그대로 쌓아두었던 <이달의 구매도서>를 책탑으로 만들고 그 옆에 친구들의 책선물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다 읽은 책의 인덱스를 정리하고, 뭐에 대해 쓰려고 했는지 간단하게 메모해 두었다.

내 일상을 찾고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면서 그러면서 이 싸움의 끝을 보리라, 꼭 보고야 말리라, 다시 또 결심했다.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고,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치고, 지하철역에서부터 ‘윤석열을 / 탄핵하라!’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의 나라에 살고 있는 나여서 행복하다. 거리에서, 나의 플레이리스트 1번은 여전히 '상록수'지만, 로제의 <아파트>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구호는...

Hold on, hold on!

I'm on my way

Yeah yeah yeah yeah yeah

I'm on my way~~

끝내~~ 이 기 리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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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2-11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동작에서부터 걸어가셨다고요..
열정의 단발머리님. 저는 9호선 피해서 5호선으로 갔었답니다. 지금은 그 사람 많던 9호선 타고 국회의사당 옆을 지나갈 예정..

이번 주말에는 여의도가 기쁨으로 가득 차기를…

단발머리 2024-12-11 10:36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왜 저는 환승역을 동작으로 잡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의나루에서부터 걸어갔으면 됐을텐데요. 덕분에 한강변을 걷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걷고 싶더라고요.

이번 주말에는 여의도가 기쁨으로 가득차기를 바랍니다. 그럴 수 있을거라 믿고요!!
아.... 우리의 이 간절한 바람.... 꼭 이루어지기를!!

다락방 2024-12-11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번에 베트남에 갈 때 나라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두고 오래 안읽었던 책, 한홍구의 [4.19] 혁명을 들고 갔거든요.
그 때도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걸 놓기 싫어서 온갖 나쁜짓을 했고, 그러면 안되는거라고 시민들이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길로 뛰쳐나왔더라고요.
주기적으로 나쁜 놈들이 힘을 쥐고 멍청한 판단을 하지만, 그런데 그 때마다 이렇게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쁜놈들 때문에 분노했다가, 한마음이 되어 행진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또 고맙고 감사하고 벅차고 그래요.
제가 이번엔 못나갔지만, 시위라는게 그렇더라고요. 그 현장에 있으면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외치면서, 그런데 이 사람들과 한마음이라니, 가능해질 것 같은 그런 희망 같은거가 생기더라고요.

나쁜 권력자가 일상을 망친 것 같아 너무 화가 났어요. 화가 났는데, 그렇다고 내 일상이 망쳐지면 그건 그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일상을 살아나갑시다, 단발머리 님.

그런데, 파운데이션.. .사신거에요?????

단발머리 2024-12-11 10:39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4.19 때도 그랬지요. 5.18도, 6월 항쟁도 그렇구요. 나쁜 놈들은 꾸준히 나쁜 짓을 하는데, 그게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거고요. 그걸 어떻게 막아서야 하는지. 희망이라면, 이제 시위 현장이 더 이상 ‘피의 거리‘가 아니라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안심이 되요. 물론 그게 가능한 것도 화요일 밤에 국회로 달려간 분들 덕분이겠죠.
오늘의 평안과 일상을 그 분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지켜가고 싶어요.
단단하게(다락방님 모토), 명랑하게(내 모토) 지켜나갈거예요!

파운데이션은.... 올 겨울에 시간이 나는 어떤 사람을 위해 구입했습니다. 큰 맘 먹고요. 제가 그 사람은 아니지만, 읽는 사람은 아마도 제가 될 것 같은 예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 책이라 엄청 마음이 동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1 12:13   좋아요 1 | URL
파운데이션 저도 그게 젤 눈에 띄었는데...
파운데이션은 다른 분을 위한 책이었군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2:39   좋아요 0 | URL
그 다른 분은 지금 많이 바쁘신 거 같아요. 시간은 많은데... 왜... 쩜쩜...
제가 읽을 겁니다. 확실합니다!!

blueyonder 2024-12-11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 토요일에 동작에서 엄청난 인파 속에서 전철 갈아타려던 1인이었습니다. 결국 타긴 했지만 여의도역 무정차라서 걸어서 한강을 건넜습니다. ^^
파운데이션,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여러가지로 응원 드립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1:31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blueyonder님과 우연히 스쳐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치진 못했겠네요. 저보다 일찍 가셨군요.
여러 가지 응원 속속들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응원합니다. 우리 꼭, 우리의 일상을 찾아오자고요!!

햇살과함께 2024-12-11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녁 일정이 있어서 일찍 갔다 일찍 나와서 다행히 지하철 무정차 풀릴 때 나왔는데,
(무정차면 한강변으로 뛸 생각으로^^)
역시 여의도는 섬이라 강바람이...춥더라고요...
저녁까지 계신 분들은 많이 추우셨을 듯해요...

단발머리 2024-12-11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은 일찍 갔다가 일찍 나오는데 그날은 일정이 꼬여서 늦게 출발했더니 이런 놀라운 일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여의도쪽 강바람이 예사롭지 않더라구요. 늦게까지 계셨던 분들 많이 추우셨을 거에요. 저도 끝까지 자리에 있지는 못했어요.
이번주 토요일에 끝나야할텐데요. 그러리라 믿고 있습니다만... 만약 아니면, Hold on! 들어갑니다!

감은빛 2024-12-11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산책이었겠네요. 추운 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초등 계주 대표였다고 말씀하시기엔 세월이...... 아, 아닙니다. 여전히 달리기를 좋아하고 잘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ㅎㅎㅎㅎ

단발머리 2024-12-11 14:55   좋아요 0 | URL
저는 산책이 아니라 행진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방황의 길이었구요.
잘 도착해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초등 계주 대표였다고 굳이 밝히는 건 제가 지금도 잘 뛸 수 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뛰지 않는 삶이지만 뛰기만 하면 잘 뛸 것이라는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벌써 수십년전 이야기네요.

2024-12-1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11 14:58   좋아요 0 | URL
❤️🧡💛💚🩵💙💜🩷🩶🤎🖤

수이 2024-12-11 15: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4-12-11 15:07   좋아요 0 | URL
💗

공쟝쟝 2024-12-11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래 따라 불렀어요. 암온마웨-끝내이기리라.ㅋㅋㅋㅋ 이게 모예욬ㅋㅋㅋ
단발님의 도강 작전 ㅋㅋㅋㅋ
저는 시위한정 발달한 촉(?)으로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ㅋㅋㅋ 국회 거의 앞까지 갔다가 눌리지 않고 빠져나오기까지 했습니다만 ㅋㅋㅋ ......응원봉... 응원봉은 챙기지 못하였나이다..... 하, 그 날은 누군가의 팬이고 싶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

단발머리 2024-12-13 15:28   좋아요 1 | URL
저의 도강은 참으로 옳았고 ㅋㅋㅋㅋㅋㅋㅋ 불안했으나 재미있었고.
무서웠으나 즐거웠습니다.
시위한정 발달한 촉ㅋㅋㅋㅋ매우 부럽구요. 우리는 왜 응원봉 하나도 없어요? 왜요, 왜?
저도 보라색 갖고 싶단 말이에요!!!!

나와같다면 2024-12-11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old on, hold on!
I‘m on my way
Yeah yeah yeah yeah yeah
I‘m on my way~~
끝내~~ 이 기리라!!!

아.. 뭔가 웃기면서도 뭉클합니다

우리는 끝내 이길겁니다!

단발머리 2024-12-13 15:2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우리 반드시, 끝내 이길것입니다.
이기고 또 이기고.
이기고 결국 이길 것입니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어느 반이든 메리 크리스마스다. 앞과 뒤에 크리스마스 트리. 보통 가정집에 설치하는 것보다 더 큰 트리가 설치된 반이 있는가 하면, 검정 도화지에 눈사람을 꾸미고. 여기 저기 산타 할아버지. 창밖을 보면 흰 눈이 내렸고.

종이접기 수업을 자주하는 1반에서는 지지난 시간에는 초록색, 빨간색 색종이로 작은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었고, 지난 시간에는 금색, 은색 색종이로 눈꽃송이를 만들었다. 교실 뒤쪽 검은색 바탕에 크리스마스 리스와 금색 은색 눈꽃송이가 예쁘게 장식될 모양이다. 삼각형 모양으로 세 번 접어서 가위질 세 번 하고 나면 만들어지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야무진 아이들 사이사이로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이 있어서 한 시간 내내 나는 참 바빴고, 더웠다. 그 날 아침, 비상 계엄이 해제된 아침에, 눈꽃송이의 '자르는 선'을 그려주는 사이 사이, 내 마음은 얼마나 고요했던가. 색종이의 끝부분을 뾰족하게 맞추고, 접은 선을 꼭꼭 눌러주고. 그리고 '끝까지'가 아니라 접어둔 선까지만 가위질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 시간들은. '선생님, 망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아, 이 끝까지 잘랐네. 괜찮아, 다시 해보자. 이 색종이로 다시 해보자.'고 말할 때의 나는 오로지 종이접기에만 집중했다. 간밤의 일들을 말할 필요가 없는 시간들.

나는, 무엇보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 나에 대해 생각한다. 상황의 변화나 조건의 변동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상황의 변화와 조건의 변동에 대한 나의 생각. 나의 반응, 나의 감정, 나의 분노, 나의 억울함, 나의...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나는 과한가. 나의 정치몰입은 과한가. 나는 과한가.

민주당의 폭거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는 대통령과 그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을 보면서, 나는 내 기도의 방향을 바꿨다. 하나님, 하나님의 공의가 드러나게 해 주세요, 에서 하나님,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세요, 라고. 북한군 관련 작전인줄 알고 출동했던 특전사 군인들이 헬기에서 내려보니 국회이고, 뉴스 듣고 뛰쳐나온 시민들을 마주해서 당황해 뒤로 밀려나는 장면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이 순간에. 나는 기도를 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가 그 파국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기를.


행복한 일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침 라디오에서 강아지와 산책나왔던 애청자가 신해철의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신청하고 그 노래를 같이 듣는 그런 일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하는지

뒤돌아 바라보면 우린 아주 먼길을 걸어 왔네

조금은 야위어진 그대의 얼굴모습

빗길 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얼마나 아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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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2-06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하지 않았어요, 다시, 다시해보자, 다시 또 다시.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

단발머리 2024-12-08 07: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망하지 않았어요.
‘망~~‘을 못하게 하던 나였는데.... 다시 시작해봅시다. 처음이라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시...

독서괭 2024-12-0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접는 아이들, 이 혼란한 시국에 더욱 소중한 존재들이네요. 쏟아지는 속보 속에 너무 피곤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08 07:56   좋아요 1 | URL
소중한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고 합니다. 체육관 수업에 점심 시간에 특히 행복해하고요.
저랑 비슷하네요. 저는 국어시간이랑 점심 시간에 행복해요. 쏟아지는 속보에 피곤한 와중에도 우리 잘 챙겨먹으면서 힘 내자고요!
독서괭님! 저 원래 비타민 안 먹는데 요즘에 비타민이랑 농축액(?) 같이 들어있는거 하나씩 챙겨 먹어요. 독서괭님도 겨울 잘 보내셔야 하니 밥이랑 비타민(영양제, 홍삼 기타등등) 잘 챙겨드세요~~~

독서괭 2024-12-08 08:3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단발님😍😍😍

단발머리 2024-12-08 08:4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독서괭님!😘😘😘

그레이스 2024-12-09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인인 아들에게 전화하는 아버지의 울음섞인 당부의 말때문에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픈 시간들입니다.

단발머리 2024-12-10 10: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상 듣고 울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자기 자식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부대원들이랑 시민들까지 생각하는 그 마음을 알것 같아서요.
언제쯤 끝날까요 ㅠㅠㅠ
 



복도를 지나치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유독 반가운 아침. 지난밤의 공포와 걱정과 염려는 나만의 것이었던가. 밤새 울리는 카톡 방에서 아무 말 없던 한 친구는 아침에 멋드러진 강 사진을 올리며 '훌훌 털고 달려보자'고 하여 이제 막 고요해진 내 마음에 불을 지피고... 지금이 달릴 때니? 이게 털어낼 문제니? 급작스레 차오르는 분노.

이재명이 담을 넘고, 보좌관들이 힘으로 밀어 다른 국회의원들을 국회 안으로 밀어넣지 않았더라면. 151명이 모이지 않았더라면. 진급에 눈 돌아간 군 장성들이 명령에 착실하게 복무했더라면. 오늘 아침의 재잘거림은, 달리기는 모두 다 불가능한 일.

실탄을 겨누는 계엄군을 화면으로 보는 마음.이 두려워. 오늘 학교에 안 가는 대학생에게 너 집에만 있어. 혹시 몰라, 너희 학교에도 탱크 올 수 있어. 이런 말을 하는, 하고 있는 우리.

나의 걱정이 경제적 손실로는 이어지지 않아 나로서는 다행이지만, 돈 많았던 분들 잘 보시라. 당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전쟁 선포 아니고 비상 계엄이라 그나마 나은가 이런 쓸데 없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아침.

조선일보야. 국민을 바보로 알아서 윤석열이는 '계엄령을 발동'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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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2-04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는 수면부족입니다.

건수하 2024-12-04 10:38   좋아요 2 | URL
저도요... 오늘 새벽처럼 피말리는 날은 처음이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2-04 11:49   좋아요 1 | URL
저는 수면 부족인데요. 약간 뭐랄까.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피곤하지가 않고.
커피 4잔 먹은 상태거든요.
여러분~~ 우리 점심 많이 먹기로 해요!!

잠자냥 2024-12-04 12:39   좋아요 1 | URL
저는 사실 어제 10시부터 자서.. 수면 부족은 아니고... ㅋㅋㅋㅋ 아침에도 6시부터 책 읽다가....
7시 반에야 핸드폰 열고 놀람.......ㅋㅋㅋㅋ 그때부터 흥분한 마음으로 기사 찾아 읽다가 분노로 출근 못할 뻔.

단발머리 2024-12-04 13:40   좋아요 0 | URL
늦게 아셨어요, 잠자냥님.... 그 시간부터 분노면 오늘치 분노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 아직도 살이 떨려요 ㅠㅠㅠㅠ 억울하고 열받아서 ㅠㅠ

감은빛 2024-12-04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간 저렇게 멍청한 인간이 대통령이라니, 라고 생각하며 참 답답했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멍청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석열은 제가 예상한 것보다는 더 일찍 자멸하네요. 그런데 저는 그 다음에 올 혼란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빨간당과 별 다를바 없는 파란당이 더욱 목소리가 커질 것이 안타깝네요.

단발머리 2024-12-04 15:22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실감을 못해서 코메디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저렇게 멍청하다는 거 알긴 알았는데, 아... 이정도 일줄이야. 그 다음의 혼란도 국민들 믿고 가는 수밖에 없겠죠. 3.1 운동의 민족 아닙니까, 우리가...
빨간당과 별 다를바 없는 파란당의 목소리는 당연히 더 커질 거 같아요. 그렇다고 빨간당을 그냥 둬서는 안 될 거 같아요, 제 생각에는요.

공쟝쟝 2024-12-04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진심으로 분노했어요. 국회 해지하는 거 보고 잠들긴 했는 데... 재빨리 대처 안했으면, 걔중에 누구 하나 과열되서 사고라도 나고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거였으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게 뭔지 한번 휘둘러 보고 싶었나? 다들 술먹고 저지른거라든데, 그렇다고 한다면 더 웃음이 안나와요. 자기 자신을 모르는 권력은 정말 끔찍한 재앙입니다.

단발머리 2024-12-04 11:52   좋아요 1 | URL
뉴스에서는 실탄 장전 되어 있었다고 하던데, 젊은 혈기에 밀고 밀리다가 사고 나지 않으란 법 없으니까요. 계엄령 5번 아시죠? 전공의 복귀입니다. 안 복귀하면? 계엄군이 잡아감.....
웃음 날 일이 아닌데..... 아................

공쟝쟝 2024-12-05 09:01   좋아요 1 | URL
저는 윤통 덕에 정신분석이 쫙쫙 흡수됩니다. 원래 책읽으면서 주로 제 분석하지 타자분석 안하는 데.... 왤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며. 먹던 음식 뺏겨서 떼쓰는 애새끼가 그거 안 놓을라고 하는 시위가 군대 동원이어서는 안되는 거겠죠. 우리는 몸만 큰 한남검사에게 대체 뭘 준 걸까요. 왜 당하기 전에는 못 알아볼까요.
군인들에 대해서는 여러 감정이 들어요. 모든 성인남성이 총을 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스무살 애들이 뭘아냐 뭔죄냐...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젊은 혈기가. 그 젊은 혈기가요. 그래도 된다는 모종의 권위와 만났을 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강보유국! 소년이 온다를 청소년 아이들과 모두 함께 읽어보십시다.... ㅋㅋㅋㅋ (계몽주의 뭥뮈)

잠자냥 2024-12-04 10: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사건을 술 처먹고 저지른 거다 등등의 소리로 코미디처럼 소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살인 충동이 느껴지는 아침이네요. 하루 빨리 저 인간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합니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저 인간 및 이번 내란에 동조한 인간들은 모두 감옥으로.

건수하 2024-12-04 10:39   좋아요 2 | URL
술은 처먹었더라도 그 전에 착실하게 준비한거죠. 국군의 날 탱크 동원할 때부터 수상하긴 했습니다..
본보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공쟝쟝 2024-12-04 10:41   좋아요 1 | URL
ㅈㅏ냥 분노 섹쉬해😍

단발머리 2024-12-04 11:56   좋아요 1 | URL
얼마나 진지하던지. 술 처먹고 저지른 건 아닌거 같은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 맞는 거 같아요.
내란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일단 국힘에서 18명이 이번 계엄령 해제 표결 같이 했다고 하니깐 표 모아서 ㅠㅠㅠㅠ 아이고. 언제 표 모으고, 언제 헌법재판소 보내고, 언제 감옥 보내나 ㅠㅠㅠ

근데 준비를 하긴 했는데, 중간 간부들이 안 움직인 거 같기는 해요, 그죠? 내란죄라는 걸 군인들도 알았나 싶기도 하구요. 본보기 보여줘야해요. 반드시! 일단 직무정지부터 시켜야 하는데 말이죠!

페넬로페 2024-12-04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남편이 저러다 계엄령 내릴 수 있다 그러길래,
제가 말도 안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럴리가, 했거든요.
근데 설마가 사람 잡네요 ㅠㅠ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레이스 2024-12-04 11:28   좋아요 1 | URL
8월부터 계엄관련 이야기 있었죠. 군부 충암고 라인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었던듯요. ㅠㅠ
갑자기 비현실 느낌이 들어서 손에 잡히는게 없어요

단발머리 2024-12-04 12:00   좋아요 2 | URL
국방장관이 건의해서 진행했다는 건데... 아, 정말 2024년 맞나 싶어요. 전 어제밤에 너무 무섭더라구요.
몸이 막 덜덜 떨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일어섰다 앉았다.... 국회 화면 봐도 150명은 안 되어 보여서요. 빨리 진행하자고 의원들은 소리 지르고, 창문 깨고 군인들은 들어간다 하고 ㅠㅠㅠㅠㅠㅠㅠ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사는 걸까요?

다락방 2024-12-04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인간이 도망간건가 했는데 자고 있었나봐요. 자기 혼자 내지르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게하고 울게하면서 자기는 잘 잔것 같아 너무 화딱지가 나고요. 오전 일정 취소한다는 소식에 진짜 이 새끼가 뭐하는 거야 미치겠어요. 빨리 좀 저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될것 같아요. 점점 더 미쳐가는 것 같아서요. ㅠㅠ

그레이스 2024-12-04 12:32   좋아요 1 | URL
국민은 수면부족에 분노조절장애를 겪게 하고는...
어쩼든 새로운 국면이긴 합니다.

단발머리 2024-12-04 13:42   좋아요 1 | URL
빨리 저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방법이 뭔지 생각 좀 더 해봐야겠어요. 스스로는 안 내려올거 같고요.
그건 맞는 거 같아요. 확실히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이러다 북한이랑 싸울라 ㅠㅠㅠ
얼른 처단해야 하는데...

새로운 국면 맞는거죠? 아, 빨리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하는데...

독서괭 2024-12-04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피곤하고 승질나는 아침이예요. 하다하다 이런 식으로 세계에 이름을 떨치냐? 아오 진짜…

단발머리 2024-12-04 13:43   좋아요 2 | URL
외신에 쭉 깔렸대요. 미국이 제일 당황한거 같기는 해요.
우리가 제일 열받았지만요. 그래도 이게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전 그런 생각하면 아직도 떨려요.
국회의원들이 좀 굼뜨게 하고, 군인들이 조그만 더 빠르게 행동했더라면 ㅠㅠㅠ 아, 상상하기도 싫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