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입문서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의 출간 전 연재. 첫번째는 존경하는 정희진님의 글. 기대된다.

네이버 링크는 요기.

http://naver.me/GTYHUJrv


북플에서는 바로 연결되는데 서재에서는 클릭이 안 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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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1-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거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되는 거에요?

단발머리 2017-01-04 11:09   좋아요 0 | URL
넹~~~ 다락방님~~~ 안녕^^
아니면 제가 걸어놓은 링크 클릭하셔도 되구요. 네이버 포스트, 책•문화 쪽에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7-01-04 11:33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제가 아까는 링크를 못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1-04 11: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처음에는 전체가 정희진님 글인줄 알았는데요. <1. 페미니즘이 뭐길래>만 정희진님 글인가 봐요. 다양한 저자들을 만나게 될것 같아요.

다락방 2017-01-04 11:47   좋아요 0 | URL
소녀라고 대상을 칭하긴 했지만 입문자들에게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요. 기대합니다! 이런 소식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헷 :)

단발머리 2017-01-04 11:50   좋아요 0 | URL
아침에 이 포스트 보고 넘 반가웠어요. 여성학자라서, 여자라서 강의료 깎으려고 한다는 얘기에 열 받기는 했지만요.
제가 좋아 반가워서 올렸는데 반가워해 주시니 저도 좋아요. ㅎㅎ 다락방님, 땡큐요^^

해피북 2017-01-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내가뭄>인데요, 솔직히 애너벨 크랩 작가님의 이야기보다 서문에 실린 정희진님의 글이 마음에 더 콕콕 와 박혔던거 같아요 ㅎ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가만가만 따라가보렵니다^^ 잘 읽고 갑니다 ㅎ

단발머리 2017-01-04 15:45   좋아요 0 | URL
아... <아내가뭄>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책인데 해피북님께서는 벌써 시작하셨군요~~ ㅎㅎ
정희진님 서문 참 좋죠. 저도, <멀고도 가까운>의 서문 읽고 해피북님과 같은 마음이었어요.
어서 읽으시고 리뷰 올려주시어요~~~~~*^^

2017-01-06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3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윌리엄 트레버의 윌리엄 트레버에는 그 시절의 연인들2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는 책 뒤에 일부가 소개되어 있는 페기 미한의 죽음을 제일 먼저 읽었다. 사실, 이 한 편만 읽었다.

 

 

 

일곱 살의 는 파슬로 사제와 난생 처음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는 키스하는 어른들과 지진과 자동차 사고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키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던 여자 주인공은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 그 날 밤,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는 어머니 옆에서, 낮에 본 영화를 생각하던 는 상급반의 예쁜 여자아이들 클레어와 페기 미한을 떠올린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는 클레어와 페기 중 한 명이 내 친구이기를 바랐다. 나는 영화 속 배우들이 사랑한 것처럼 둘 중 한 명을 사랑하고 싶었다. 둘 중 한 명과 키스하고 둘 중 한명과 같이 있고 싶었다. 단둘이서. 침실을 가득 메운 어둠 속에서 클레어와 페기는 둘 다 가깝게 그리고 정말 내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80)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 예쁜 여자 아이들, 어머니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 아이들을 떠올린다. 금발에 주근깨가 살짝 난 클레어와 클레어보다 어리고 머리칼이 까만 페기 미한. 둘 다 바로 눈 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아주 가깝다. 하지만, ‘는 둘 중 한 명하고만 친구가 되어야 한다. 둘 중 한 명하고만 사랑해야 한다. 둘 중 한명하고만 키스해야 한다. 처음 본 영화, 태어나서 처음 본 영화에서 배우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단둘이만 있어야 한다. ‘와 클레어, 페기 미한, 셋이 함께 있을 수는 없다. ‘는 클레어를 선택한다.

 

한 주 두 주 그리고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내가 극장에 다녀온 날 밤에 상상했던 이야기를 점점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특히 페기 미한이 차에서 어떻게 떨어졌는지, 숨이 끊어진 페기가 어떻게 보였는지를 또렷이 기억했다. 나는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품은 생각 중에 가장 사악한 것이라고, 신성모독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그렇지만 동시에 신성모독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밤이면 침대에 누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하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용서를 얻지 못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모습들은, 살아 있을 때의 페기의 얼굴과 죽은 뒤의 페기의 얼굴은 잠시도 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죽은 뒤의 페기의 얼굴은 영화 속 여자의 얼굴과 같았다. (281)

 

간절히 원했던 일이, 상상했던 그 일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처럼 멀리 있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던 일들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기쁠까, 얼마나 행복할까. 이 단편은 그 반대의 경우를 보여준다. 저주했던 사람이 사라져버렸다. 없어졌으면 했던 사람이 죽어버렸다. 상상 속에서 죽였던, 죽여 버렸던 그녀가 진짜 죽었다. 그의 상상이 그녀를 죽였다. ‘의 상상이 페기 미한을 죽였다.

 

한 순간의 부주의한 환상 속에서 나는 페기의 죽음을 바랐고, 이미 죽은 페기는 살아 있는 내 생각을 지배했다. 나는 페기의 죽음을 바라지 말았어야 했다. 중년에 접어든 페기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녀는 뚱뚱한 매든 부인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아름답다. (284)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고, 세계 문학 단편선은 대실 해밋, 대프니 듀 모리에, 플래너리 오코너전부 다 읽기에 실패했는데...

 

 

 

 

 

 

 

 

 

윌리엄 트레버라니...

아, 이제 22편 남았다.

아껴서 읽으리.

시대가 엄중하니, 아껴서 읽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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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3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단편선집이라서 전집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적지 않은 분량 때문에 다 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모파상, 사키 작품선집이 만족스러웠습니다. ^^

단발머리 2016-12-05 17:1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더하고 있어요.
꼭 다 읽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ㅠㅠ

2016-12-01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12-05 17:13   좋아요 0 | URL
첫번째 단편을 읽다가 금방 다른 책에 밀려, 정확히는 책탑에 깔려있어요.
죄송합니다, 트레버님~~~ ㅎㅎㅎㅎㅎ
그래도 화이팅요~~~ #하야하라

잠자냥 2016-12-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리즈에서 <윌리엄 트레버> 단편집과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만 다 읽었어요. 나머지는 한번에 두 세 작품씩만 돌려가면서 읽고 있어요. 한 사람 작품집을 한 번에 다 몰아 읽으면 나중에 작품들이 막 헷갈리더라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6-12-05 17:15   좋아요 0 | URL
작품 헷갈리는 거는 또, 제가 전문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가능하면 한 권씩 끝내고 읽으려고 하는데....
저는 같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도 막 헷갈립니다. ㅎㅎㅎㅎ

AgalmA 2016-12-0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기에 대한 클레어 심정에 겹치는 문장이 있어 옮겨요.

˝....그러면 나는 그녀만큼 내가 탐내는 사람은 이 세상에 또 없으리라 생각했다.˝
ㅡ프루스트가 알베르틴이 말하는 것을 묘사하다가 결론짓는 장면

단발머리 2016-12-05 17:15   좋아요 1 | URL
넘 좋아요.
프루스트가 제가 아는 그 프루스트는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이예요~~~ ㅎㅎㅎㅎ
 

 

 

 

 

 

 

 

 

 

 

 

결코 작지 않은 역사 이야기 시리즈는 문학의 역사, 철학의 역사, 과학의 역사, 이렇게 세 권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로쟈님 서재에서 보았고, A님의 방에서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리뷰를 읽은 후에 관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A, A, B, C, DA가 아니라 특정 단어의 첫 음절로서의 A이다.^^)

저자 존 서덜랜드John Sutherland는 런던 대학교 근대 영문학 로드 노스클리프 명예교수이며, 편집자이자 저자로서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2011년에 펴낸 소설가들의 삶: 소설의 역사와 294명의 삶이 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왜 문학을 읽는가. 첫 번째 질문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문학작품을 읽는가. 그의 답은 이렇다.

문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정신이다. 우리는 왜 문학작품을 읽을까? 문학작품은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삶을 풍성하게 하므로 읽는다. 문학작품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읽는 법을 더 잘 배울수록, 문학작품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14)

 

책 읽는 뇌의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읽는다는 건 인간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읽는다는 것,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훈련된 뇌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도로 조직화된 정신 작용이다. 읽기를 통해, 뇌는 새로운 정보를 얻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변한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고,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갈망하게 된다. 읽기는 읽는 사람을 어떤 방향으로든 변하게 하고, 문학작품은, 훌륭한 문학 작품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그래서 읽는다.

기원전 500년 이전에 쓰인 그리스 비극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아직도 감동을 주는 이유는, 비극이 인간 삶의 조건 속의 미스터리와 대결하고, 커다란 의문들을 검토하도록 만들기 때문(41)이라고 말한다.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문, 즉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등의 질문들이 인간을 인간으로서 살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이러한 질문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스스로를 자각하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직시해야만 하는 물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은 그런 질문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16, <가장 예민한 마음, 오스틴>에서 제인 오스틴 작품들이 주로 여성, 그리고 중간계급만의 경험이라는 아주 좁은 범위로 스스로를 제한하고, 세계 역사상 가장 격변기의 미국과 프랑스 혁명 그리고 나폴레옹의 전쟁 등을 다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이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훌륭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오스틴은 기술적으로 자신의 소설 방식에 아주 통달했는데, 특히 아이러니를 사용할 때 뛰어나다. 둘째, 도덕적 진지함으로, 그녀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온갖 복잡한 문제를 분명하게 표현한다.(149)

 

독서대중의 탄생과 성장 및 변화에 대한 17<독자를 위한 책, 책 읽는 대중의 변화>도 흥미로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읽을거리를 원했는데, 책 형태의 문학이 무척이나 값비싼 사치였던 시기를 지나면서, 대중은 좀 더 쉽게 문학서적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된 독서 대중은 이제는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하고 저녁쯤에는 당일배송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수월하게, 더 많은 읽을거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혁신은 두 조건하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혁신은 문학의 체재였다. 19세기 중반에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상업 도서관이 나타났고, 20세기 중반까지 모든 소읍과 도시에는 모퉁이마다 싸구려도서관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인기 있는 소설들이 담배, 사탕 및 초콜릿, 그리고 신문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1950년 영국의 모든 시의회가 법으로 규정한 포괄적인공공 도서관 서비스를 통해 책을 공급했고, 여기에서 책읽기는 무료였다.

둘째 혁신은 저렴한 책이다. 책값은 19세기에 인쇄기의 개량으로 제조비용이 더 낮아졌고, 현대에 가장 영향을 주었던 일은 1960년대 미국에서 급격히 인기를 얻었던 페이퍼백 혁명이다. 21세기는 전자적 공급 수단(전자책들)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컴퓨터 스크린은 알라딘의 동굴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159)

 

알라딘의 동굴로 가는 길에 크레마가 있으면 더 신나는 모험이 되겠지만, 아무튼 컴퓨터 스크린도 알라딘 동굴로 가는 문을 열어주기는 한다

 

 

 

 

셰익스피어, 디킨스, 브론테 자매, 테니슨, 하디, 콘래드, 울프, 카프와 보르헤스 그리고 루시디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방대한 독서목록은 끝이 없다. <종이를 떠난 문학 :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무대의 문학>은 문학의 변신에 대한 고찰이고,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술 역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차례를 보고 관심 있는 작가나 주제에 대한 챕터만 뽑아서 읽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나는 문학사 자체를 좋아해서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었다. 어떤 작품이 왜 좋은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이어지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더 큰 관심과 흥미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아니라, 이미 읽은 책으로 향한다.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예전에 읽을거리를 찾았던 독자들은 이제 없다. 뉴욕 항구에서 일하던 부두 노동자들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 도착할 즈음이면 책을 싣고 오는 배에 대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녀(리틀 넬)가 죽었나요?”(163) 저자의 친절한 계산에 의하면, 학교에서는 50여권의 책을, 문학 공부를 하는 대학에서는 300여권이 넘는 책을 만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기에 문학 책을 1000권 소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도 한다.(354)

평생을 읽어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읽기만 해도, ‘반드시읽어야 할 책들을 다 읽지 못할 것이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로, 앞으로 읽을 책, 읽게될 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과 통통 튀는 신작들과 의미 있는 작품들의 대홍수 속에서, 선택의 시간만 남아있다.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들과 이제 읽어야할 책들을 꼽아본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이제는 무슨 책을 읽을 텐가.

    

햄릿, 두 도시 이야기, 오래된 골동품 상점

노생거 수도원, 맨스필드 파크, 레이디수전 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암흑의 핵심

댈러웨이 부인, 화씨 451, 1984

트리스트럼 샌디, 율리시스, 휴먼 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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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6-11-2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예전엔 e-book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었습니다.
책은 종이책이 제맛이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책을 조금만 보고 있어도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하면서,
리딩 서비스까지 해주는 크레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더라구요.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안 집어들게 되지만,
어떤 책들은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죠~^^

전 이렇게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주시는 님의 글이 참 좋아요~^^

단발머리 2016-11-29 16:4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패드로 ebook 읽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어요. 아무리 미룬다해도 언젠가는 ebook 읽기를 하게 될 것 같기는 한데, 사실 크레마와 킨들 사이에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종이책이 제맛이긴 하지만요~~~~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게 참 좋기는 해요. 전... 도서관 책으로 읽고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ㅎㅎㅎ이리저리 중구난방 글이여서 부끄러운데 좋다~~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6-11-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리스트럼 샌디》 꼭 읽어보셔요. 병맛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단발머리 2016-11-29 16:48   좋아요 0 | URL
네.... <트리스트럼 샌디>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예요. 꼭 읽어보려 하는데...
cyrus님이 말씀하시는 병맛스러움이 도대체 무엇인지 완전 궁금하네요. ㅎㅎ

icaru 2016-11-3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한된 시간 속에서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제 화두이기도 합니닷!!! ㅎㅎ

단발머리 2016-12-05 17:1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위의 올린 책들을 또 뒤로하고는 다른 책들을 읽고 있어요.
도서관에 가서 신착도서 보면 또 리스트가 완전 뒤죽박죽됩니다. ㅎㅎㅎ

AgalmA 2016-12-0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미루고 있던 책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된 책 많았죠. 그렇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만든 저도 조금 칭찬하렵니다ㅎㅎ 자화자찬 좀 해도 되죠? 단발머리님이 이렇게 정성스레 리뷰 쓰시게 된 동기 제공자라고 자랑함ㅎㅎ

단발머리 2016-12-06 21: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죠.
그럼요~~ 자화자찬 많이 하셔도 됩니다.

여러분~~~A님의 A님 오셨습니다.
다방면에 걸친 놀라운 안목, 내공 A의 A님 오셨어요~~~~~~~~
 

 

 

 

 

 

 

 

 

 

 

 

2016816, 나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리뷰에서 이렇게 썼다.

 

정확하고 절제된 언어로 말하는 여성주의를 보고 싶다면 정희진을 봐라.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지 않는 우아한 문체를 보고 싶다면 정희진을 봐라. 이민경이 있고 정희진이 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있고 페미니즘의 도전이 있다.

 

그리고, 20161022일 한겨레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의 첫 문장은 이렇다.

 

나는 우아한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편견에 시달려온 여성, 여성주의자로서 자기 검열이다.

 

내가 이해하는 정희진님 문장은 힘이 있되 정제되어 있으며,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문장은 쉽고 아름답다. 나는 그녀 문장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우아함을 생각했고, 그것이 가지는 힘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장은 우아한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의 소산이다. 편견에 시달려온 여성, 여성주의자로서 그녀는 우아한글을 써야한다는 강박 속에서 글을 쓴다. 그녀의 자기 검열을 통과한 우아한문장만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들에게 과도한 도덕적’, ‘사회적책무를 부여한다.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비난한다. 페미니스트는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된다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라는 규정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페미니스트 중에는 정희진님처럼 한겨울에도 얼굴에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엠마 왓슨처럼 화사하고 어여쁜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자연보호와 환경보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외출하면 테이크 아웃 커피를 꼭 한 잔 마시려는 사람도 있다. 남자와 구별되지 않는 옷차림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짧은 치마를 입고 나서 스스로의 모습에 흐뭇해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야만 하는 글쓰기에서 정희진님은 우아함을 선택했다. 그녀는 자신의 논지를 우아한방식으로 드러내려 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인지된다. 이민경씨는 좀 더 강력한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녀는 발랄하고 전투적이다. 정희진님의 우아함과 이민경씨의 전투성은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때, 여성들이 유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의 한 가지일 뿐이다. 우아할 수도 있고, 전투적일 수도 있다.

 

지난 115일이었다. 촛불집회로서는 두 번째 집회이고, 나로서는 첫 번째로 광화문 광장에 나간 날이었는데, 730분부터 행진이 시작됐다.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종로-퇴계로를 걷다가 을지로-시청-청계광장을 거쳐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왔다. 광장에서 다시 만난 각 노조원들과 대학생들은 깃발 아래 바닥에 착착 앉기 시작했고, 절친 동생과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방송이 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시간을 확인해보니 97분이었다. 단체로 참여해 깃발 아래에 앉은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족 단위로 나왔던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가는 거야? 끝난 거야?”

물론 밤늦게까지 집회를 계속한 분들도 많았겠지만, 진행 본부에서 이제 오늘은 끝났으니, 안녕히 돌아가시라,하니 많은 인원들이, 나중에 보도를 들어보니 30분만에 몇 십만의 사람들이 물밀듯이 광화문 광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가족에게로, 각자의 가정으로 그렇게 평화롭게 돌아갔다.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를 나눠 먹으며 절친 동생에게 말했다.

, 이런 국민들이 있냐? 집에 가래니까 진짜 다 집에 가네. 나도 집에 왔지만.... 진짜 대단하다.”

평화 집회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100만이 주말마다 나와 촛불을 들어도 꿈쩍도 안 하는 이런 정부를, 국민과 검찰, 야당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런 부당한 정권을 언제까지 참아줄 것인가.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 어떤 것이 더 나은 방법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비록 그것이 정당한 요구일지라도, 정당한 요구의 모습이 폭력적으로 비춰졌을 때, 폭발적으로 집중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변하지는 않을까,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서해 바다 바로 앞까지 일본의 군대를 끌어들이는 한일 군사정보 협정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이 정권은 어찌 되었건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 싶다.

국민들은 정희진님 방법을 쓰는 거다. 국민들은 우아하게 가는 거다.

국민들은 같이 나와 같이 앉고, 같이 노래하고 같이 구호를 외친다.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한다. 의경에게 욕하지 않고, 박사모와 싸우지 않고, 청와대 바로 앞 차벽 앞까지 가서 의경과 경찰들을 감화시킨다. 국민들은 우아한 방법을 쓴다. 우아한 방법이기는 한데 그 우아함을 유지하는 게 조금 힘들 수도 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주말에는 춥지 않고 비도 오지 않기를...

정치인들은 이민경씨의 방법을 쓴다. 전투적으로 간다.

정치인들은 서둘러 탄핵 절차를 합의하고, 합의대로 국회 탄핵 절차를 진행한다. 새누리당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를 지르고, 대통령 면전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피켓을 들고, 대통령을 앞에 두고 하야하라!’고 외친다. 근래에 가장 모범적인 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무위원 한 명이라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겠나. 이 시국에 책임지는 국무위원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19604·19 당시 경무대에서 허정 외무장관과 김정열 국방부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하야를 건의했고 그 다음 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다. 국민에 대한 그런 책무감,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 그런 용기도 없느냐며 국무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는 법무부 장관은 어찌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나. 앞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법치를 말하고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말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원문보기: 한겨레 신문 20161122,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71403.html#csidxa159cee05eb90e28047ac65f6c4f8fa>

 

박원순 서울시장은 쭉 이대로 하시면 되겠다. 이민경씨의 방법 그대로 말이다.

국민들은 우아하게, 정치인들은 전투적으로, 투 트랙으로 가는 거다. 국민들은 평화적으로 시위하면서, 우리가 위대한 3.1. 운동의 계승자임을, 비록 우리가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는 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비아그라, 팔팔정 따위를 구매하고 거짓말하는 이런 비루한 대통령을 부끄러워하고 규탄하고 있음을 세계만방에 알린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촛불에 기대어, 촛불을 핑계로, 촛불을 이유로, 촛불에 근거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아직도 대통령 눈치를 보는 정신 못 차린 공무원 사회를 압박한다. 전투적으로, 집중적으로, 강력한 톤과 어조로 압박한다.

우아하게, 또는 전투적으로 그렇게 가자.

더 이상은 쓸 말도 없다. 태반주사 넘으니 비아그라. 에헤라, 팔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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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1-2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민들고 굳이 우아하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단발머리님의 이 글은 진짜 너무나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진짜 요즘에 글빨 장난아니신 것 같아요. 아, 뭔가 칭찬이 천박하네.... ㅠㅠ

저는 제가 단발머리님과 이렇게 교류하는 친구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페미니스트 입니다. 그리고 단발머리님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이며, 이런 글을 읽고 쓰는 일들이 무척 소중하다고 여겨집니다. 단발머리님, 아무쪼록 우리 서로 지치지 않게 다독여가면서 함께 나아갑시다.

단발머리 2016-11-24 18:58   좋아요 0 | URL
우아하게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는 해요. 국민들은 우아한데, 상대가 너무 막 나가니까요.
칭찬 감사해요.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기분좋은 칭찬이예요. ㅎㅎ

저는 제가 다락방님과 이렇게 교류하는 친구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릴리로즈 립스틱을 바르는 페미니스트예요. 그리고 다락방님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이고, 이렇게 같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들을 함께 할 수 있다는게 무척이나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님, 우리 우아하게 야무지게 손 잡고 함께 나가요.^^

아무개 2016-11-2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미니스트가 세상을 바꿉니다!
저는 전투적으로 해볼랍니다^^

단발머리 2016-11-25 15:12   좋아요 0 | URL
네에~~ 좋아요~
아무렴 비율은 1:1이 진리죠!!
우아하게! 전투적으로! 전진! 행진!
 

 

 

 

 

 

 

 

  

전 세계적으로 7천만 부 이상 판매된 잭 리처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이야기이자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평론가 재닛 매슬린, 세계적인 작가 마이클 코넬리 등이 잭 리처 시리즈 중 최고로 꼽은 책. 아마존 역대 잭 리처 시리즈 중 가장 많은 5,000여 건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알라딘 책소개), 알라딘 인기서재 님의 사랑을 받았던 바로 그 책. 잭 리처 시리즈, 네버 고 백.

친절한 네이버에서 잭 리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잭 리처 : 네버 고 백이 완성된다. 클릭해 보면, 1130일에 개봉예정인 영화 <네버 고 백>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톰 아저씨가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책 속의 잭 리처는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거구지만, ‘잭 리처, 네버 고 백예고편을 보고 온 뒤라 리처라는 단어를 보고는 톰 크루즈를 연상하게 된다.  

 

 

 

 

짧은 통화로 호감을 느꼈던 수잔 터너 소령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버지니아로 찾아온 잭 리처는, 모건 중령을 만나자마자 두 가지 죄목의 피의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또 다른 누명을 쓰고, 영창에 갇히게 된 리처. 아직 이 여행의 목적이었던 터너를 만나지도 못한 상태다.

네 번의 예스 또는 노. 각각의 경우는 철저하게 독립적으로서 전후 경우의 결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그 자체로는 모두 5050이지만 네 번 모두 예스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은 약 6퍼센트였다.

하지만 희망은 최선을 기대하며 품는 것이다. (104)

 

네 번의 예스, 6퍼센트의 가능성이 있어야 리처는 터너를 만날 수 있고, 그리고 그녀와 함께 탈출하려는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리처는 그 6%에 희망을 건다. 6%의 최선을 기대한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터너 소령을 만난다. 목소리만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람을 드디어 만난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게 그의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기다린 시간을 보상 받고도 남는다. 그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 번째 생각이었다.

... 볼수록 멋있는 여자였다.

기다린 보람이 차고도 남는다. 리처는 다시 생각했다. (116)

 

오랫동안 기다렸던 사람, 머리속으로만 그렸던 사람, 보고 싶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났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 기다린 보람이 있다라면, 그건 정말 근사한 일이다. 기다린 보람이 차고도 남는다,라고 기다려준 사람이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계속 기다려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도 있겠지만, 어느 시간에, 어느 순간에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기다렸던 사람이, 기다린 보람이 차고도 남는다고 말해준다면, 인생은 너무 근사해진다.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났다. 꿈은 이루어지고, 그리고 사랑도 그렇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정치 이야기, 뉴스 이야기다. 쇼킹한 뉴스는 다 나왔지 않겠나 싶어 뒤돌아보면 더 어처구니없는 뉴스들이 떼로, 줄을 지어 쏟아진다. ‘---최순실혹은 ---하야의 국면이다. 전인권의 ‘상록수의 감동을, 너무나 고운 목소리로 박근혜 무기징역!’을 외치던 뒷줄의 어여쁜 여성분을 뒤로 하고, 뒤로 하고 싶어, 잭 리처를 읽었다. 그의 손을 잡고(나혼자 잡고) 구치소를 탈출해 황량한 시골, 넓디 넓은 미국땅을 같이 헤매고, 리처의 딸이 진짜 리처의 딸인지 확인하고, 비행기를 타고, 그리고는 그렇게 돌아왔다. ‘---리처의 결말을 이뤄보려 했다. 이뤄보려 했으나, 이런 구절이 또 발목을 잡는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많은 건강한 시민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인 양 호도하는 세력이야말로 여론을 왜곡하는 악의에 찬세력이다. ... 이미 1978년에 프러시아의 철학자 칸트는 이처럼 자신이 속한 국가 혹은 조직에 대한 비판 자체가 곧 배신이며 배반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국민들의 불만은 자국의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족의 증거가 아니라 사랑의 증거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방하기 좋아하는 선동자들은 자기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이러한 순수한 동기의 정담을 혁명욕이나 급진주의 내지는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선동으로 간주한다.” (임마누엘 칸트, 칸트의 역사철학, 이한국 편역, 서광사, 1992, 122) (39-40)          

 

 

 

한 달간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게이트는 잠깐의 휴식시간도 없이 새로운 뉴스를 양산하고 있는데, 제일 충격적인 소식은 시크릿가든 길라임 가명 이야기도, 정유라 초등학교 친구 아버지 사업을 도우라고 현대차 회장을 불렀다는 이야기도, 차움병원 대리진료 의혹도 아니었다. 제일 충격적인 그리고 부끄러웠던 이야기는, 최순실이 지인에게 했던 이야기를 기사화한 것이었는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데도 자꾸 전화를 해 귀찮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기사를 읽을 때, 나는 집에 혼자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박근혜를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결같았고, 변함 없었다. 내가 뽑지는 않았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박근혜는 (현재로서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전화를, 대통령이 직접 하는 그 전화를, 귀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 이 나라의 대통령을 귀찮아하는 그 사람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어떤 사람인가. 그 사람이 귀찮아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뽑지 않았지만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다. 최순실은, 최순실을 가족처럼 의지한 박근혜는 우리 국민을 그렇게 귀찮은 존재, 대수롭지 않은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토요일마다 광화문으로, 각 지역의 집회 현장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에 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예전 같지는 않다. 유모차를 타고 온 아이들도, 아빠 무등을 탄 아이들도 무척이나 많다. 중고등학생들도 대학생들도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분들도 웃으며, 소리 높여 함께 구호를 외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12일 저녁, 친구와 함께 종로 3가 지하철역으로 들어섰을 때, 1회용 지하철 승차권을 사기 위해 길게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말해 준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부러 서울에, 광화문에 온 것이다. 그냥 나와 본 게 아니다. 약속을 취소하고, 선약을 뒤로 하고, 그리고 일부러 현장에 나온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다.

이들의 노력과 연대가 승리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한다. 뒤로 가는 것 같지만, 후퇴하는 것 같지만 역사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진보한다는 한홍구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함성에 귀를 막고 있는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안면몰수 버티기를 감행한다면, 날씨는 추워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적어지고, 그리고 급조된 사건들로 종편과 신문이 도배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는 걸까.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암담한 상황이다.

우리도 리처처럼 기다린 보람이 있었으면. 우리도 리처처럼 기다린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우리도 리처처럼, 기다린 보람이 차고도 남는다, 말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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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1-22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보석 같은 글입니다, 단발머리님.
많은 것들을 생각했어요. 특히나 차고도 남는 부분에 대해서요.
단발머리님 글은 사랑입니다 ♡

단발머리 2016-11-22 10:4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다락방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연 2016-11-2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발머리님 글에... 감동받고 있습니다...
기다린 보람을... 차고도 남게 받을 수 있다면... 제발.

단발머리 2016-11-22 12:13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연님~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기다린 보람으로 차고도 남게 돌려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바라는게 아주 큰 거는 아닌데..
그냥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국민들 편에 서주는 건데... 대통령의 권력을 개인이 아니라 국민 다수를 위해 사용하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