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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에게 창비청소년문학 142
주민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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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시작을 나는 이병한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이 기술발전, 인공지능, 영생불사, 인류의 현재와 미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이 시리즈의 시작점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시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이 두 편의 영화였다. 갖은 고생과 고초 끝에 취업에 성공한 이병헌이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장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전에 해오던 일을 계속하는 장면. 기계화와 자동화 물결이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켰는지를 그려냈던 박찬욱의 영화가 있었다. 그리고, 혁명을 통해 만들어가고자 했던 꿈들이 현실과 부조화를 이룰 때의 난감함이 블랙 유머로 표현되었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어떤 사회이길 바라는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나.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그에 대한 답은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고, 그 인식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적확하고 명확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떠한가에 대한 진단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생생하다. 우리 앞에 도달하지 않은 미래가 과거와 현재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고,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을 만들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소설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세상은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처럼 존재한다.

내 시리즈는 이제 미래 ‘읽기'로 간다. 첫 번째 소설은 주민선 작가의 『나의 미래에게』이다. '피터팬 바이러스'라 불리던 전염병의 창궐로 어른들이 모두 죽고 아이들만 남게 된 세계. 열병을 앓으며 죽을 뻔했던 미아를 구한 건 언니 미래였다. 엄마, 아빠를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죽게 된 상황, 적대적인 환경의 도시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된 미아와 미래는 전염병 이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댁을 생각해 낸다. 아궁이와 우물, 밭 등 옛날식 삶의 방식이 가능한 남쪽의 할머니 댁으로 가기 위해 자매는 집을 나선다.

낯선 사람이 죽기 전에 남긴 물품을 통해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던 미아는 그의 편지에 적힌 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 대해 마음에 새긴다. 작은 다툼으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아이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 일원으로 편입된 미아는 그곳에서 언니의 그늘 없이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성장해나간다. 언니와 재회하는 기쁨도 잠시, 자매는 집단 환각에 빠진 듯한 종교 집단을 마주하고, 의지를 제어하는 힘에 맞서며 그곳을 탈출하려다 귀중한 무언가를 그곳에 남겨 둔 채 탈출에 성공한다. 할머니 집에 거의 도달했을 즈음, 미아 앞에는 새로운 시련이 나타나고, 이제 미아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른들의 퇴장으로 모든 것이 0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남겨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 법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맞춰 생활하게 된다. 생존만이 중요한 세상에서 남을 향한 배려나 친절은 오히려 사치에 가깝게 느껴진다. 심각한 병에 걸렸거나 공동체 유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유기되고 방기된다. 1인분의 몫을 해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양식도, 보호도, 돌봄도 없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미아는 낯선 이웃의 편지를 기억한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베풀어진 친절, 누군가를 돕기 위해 먼저 내민 손.

미아와 미래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동경과 질투의 마음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다툼과 싸움 속에서도 끝내 내칠 수 없는 자매간의 그 무엇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고, 다시 만나는 그 어떤 마음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여기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 식물이 뒤덮은 도시에서 내가 유도했던 대로 셋이 평화롭게 끝내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

"언젠가는 분명 오늘을 후회하겠지. 그때 끝냈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 거야. 하지만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날도 있을 거야. 살아서 다행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날도 반드시 있을 거야."

영조와 시선을 맞춘 채 나는 내뱉었어.

"그러니까 후회하더라도 나는 계속 살아 볼 거야." (377쪽)

삶은 끈질기고, 매몰차다. 모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 삶이고, 끝내 모른척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주는 기쁨은 어쩌면 삶이 다해 가는 순간에 더 확실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은 소중하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지고 또다시 이어지는 반복되는 삶, 지겹고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삶. 오늘이 그런 삶이고, 내일이 또 그런 삶의 한 조각이다.

주민선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지에서부터 흥미로웠는데, 제목에 '미래'가 있어 나의 '미래' 시리즈에 적합할 것 같았다. 명료한 문장과 매력적인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오히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절한 편지의 주인공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됐다. 그 친절한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그 친절한 사람이 작가님을 많이 닮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쩍 책을 안 읽는 우리집의 성인 & 아가들에게도, 책읽기를 좋아해서 '어떤 책이 재미있어?'라고 묻는 친구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만하다.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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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5-12-26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정값이 달라서 그런 듯해요, 자매. 이 사람과는 도의적으로라도 영원히 헤어질 수는 없는 관계라는 암묵적 동의에 함몰…ㅋㅋㅋ 약간의 동지 의식도 있죠.
그걸 벗어나는 사람은 가족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완전 완벽한 떨어짐이어야 가능하다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 자매는 나에게 너무 잘 하거든요. 저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잘 한다’는 말의 의미를 진중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나무쟁반 한 모서리가 유난히 어여쁩니다.

단발머리 2025-12-26 17:57   좋아요 1 | URL
제 친구는 언니가 여럿인데, 그 언니들이 다 엄마에요 ㅋㅋㅋㅋㅋㅋ 그니깐 엄마가 넷인 것이며ㅋㅋㅋㅋ힘든 시간도 많겠죠. 형제는 모르겠지만 자매는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저는 보거든요. 그 무거움과 편안함을, 이 작가는 아주 잘 보여줍니다.

방학하고 첫 외출이었는데, 비가 왔어요. 제일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리저브여서 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접시가 예쁘네요^^

다락방 2025-12-29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을 보니 [파리대왕] 이 생간나는데요, 파리대왕은 어두운 버전이었다면, 이 책은 좀 따뜻한 버전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단발머리 님과 관심사가 다르지만, 그러나 다른 관심사를 가진 단발머리 님에게는 관심이 많으므로, 단발머리 님의 글읽기가 참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5-12-29 21:39   좋아요 0 | URL
저는 [파리대왕]을 읽지는 않았어요. 아직~ 이라고 하고 싶네요 ㅎㅎ
저와 관심사가 다르지만 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다락방님의 배려와 애정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옵니다~~

독서괭 2025-12-29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자신있게 추천하시는 책이라니! 재밌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주는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 후회하더라도 계속 살아보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어요. 특히 아이들이…
단발님은 사진도 참 잘 찍으시는군요. 저 오늘 두부과자 만들었는데 사진 찍으니 무슨 고기전 같아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12-29 21:42   좋아요 1 | URL
어른들이 모두 죽게 되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청소년이거든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지만, 사실은 더 원초적인 세계를 상상한 모습일 수도 있구요. 저는 좋게, 아주 잘 읽었습니다^^
14-5장 찍어서 한 장 남았습니다. 독서괭님표 두부과자 보고 싶은데~~ 고기전이라도 환영하는데~~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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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김대식에 이어 레이 커즈와일의 책을 읽는다.

<제1장 우리는 여섯 단계 중 어디에 있는가>에서 저자는 2029년을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는 지점으로 보았다. 4단계 마지막 지점에서 나노봇이라는 미세 장치를 사용해 인간 뇌 속 신피질 최상층과 클라우드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인간 신피질의 확장을 통해 인지 추상 능력의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 추측한다. 신피질의 확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과알못인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이 의학과 결합하면서 인간 육체의 실제적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안경을 통해 시력을 보완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인공관절, 스텐트 삽입, 인공심장(좌심실 보조 장치)을 통해 인간이 새롭게 거듭난 것처럼, 인간은 앞으로도 더 강한 인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되고야 말 것이다.

뇌의 확장을 넘어서서 뇌의 복제와 관련해서는 의식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범원형심론 panprotopsychism(의식을 우주의 기본적인 힘처럼 취급함) 쪽인데, 범원형심론은 역사적으로 주요한 두 사조인 이원론과 물리주의의 중간 입장이다. 이원론은 의식이 보통의 '죽은' 물질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물질에서 생겨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물리주의(유물론)는 의식이 전적으로 우리 뇌에 있는 일반적인 물리적 물질의 특정 배열로부터 나타난다고 주장(123쪽) 한다.

결정론과 창발, 자유의지에 대한 부분은 미뤄두기로 하고, 저자가 제시한 비교적 쉬운 가정을 따라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첨단 기술을 사용해 자신의 뇌의 한 부분을 조사한 뒤, 그것을 전자적으로 정확하게 복제했다고 치자. 그다음에 두 번째 작은 부분, 그리고 또다시 작은 부분을 계속 복제해 이 과정이 끝날 무렵, 뇌의 완전한 복제본이 컴퓨터화된 형태로 생겼을 때, 이 '두 번째 나'는 의식이 있을까? 이 '두 번째 나', '전자적 뇌'는 처음의 그 사람이 가진 것과 동일한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그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이 두 번째 '나'는 첫 번째 '나'와 같은 존재인가?

간단히 말해서, 전자적 뇌가 생물학적 뇌와 동일한 정보를 갖고 자신에게 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의 의식을 설득력 있게 부인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윤리적으로 그것을 의식이 있고, 따라서 도덕적 권리가 있는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 이것은 맹목적인 추측에 불과한 게 아니다. (135쪽)


나는 안경을 쓴다. 또렷하게 보이고 싶을 때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신 엄마는 렌즈 삽입술을 같이 받으셨고, 그렇게 엄마의 시력은 확장되었다.

하지만, 내 육체의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계의 보조적 사용이라는 측면을 넘어, 내 뇌가 전자적 뇌로 변환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복제가 가능하다는 건, 그 복제가 단 한 번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순간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할 때, 나는 그 '다른 나들'의 출현을 기뻐할 수 있을 것인가.

자연적이고 생물학적인 사람만큼 복잡한 인지를 가진 레플리컨트는 정말로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고, 자신이 원래의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믿음은 그가 사망한 사람과 동일한 사람이라는 걸 뜻할까? 이에 대해 누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151쪽)


나의 뇌를 다운받은 레플리컨트, 그 레플리컨트는 자신 역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나의 기억과 경험을 완벽하게 체현한 또 다른 나의 등장. 그 새로운 ‘나’가 무쇠팔, 무쇠다리를 장착하게 된다면. 휴머노이드 최신형으로 인간의 피부에 가까운 형태를 재현한다면. 아프지 않고 피곤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내 욕망의 실현과 달성에 진심이라면. 얼굴이 장원영이라면. 나는 이 또 다른 '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녀/그를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 그대로의 '나'와 또 다른 나인 그/그녀는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는가.





우리의 정체성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믿기 힘들 정도로 확률이 낮은 사건들이 놀랍도록 계속 이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로 경이롭기 짝이 없다. 나를 만들려면 우선 부모가 만나 아기를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정자가 특정 난자와 만나야 한다. 우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아기를 갖기로 결정할 확률도 추정하기가 어렵지만, 나를 만들기 위해 특정 정자와 난자가 만날 확률만 하더라도 200경분의 1에 불과하다. 대략적인 추정에 따르면, 평균적인 남자는 평생 동안 정자를 약 2조 개 만들고, 평균적인 여자는 약10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이 나를 만든 특정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달려 있다면,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200경분의 1이다. - P141

빅뱅이 일어나고 나서 1초이내의 밀도 계수(기호로는 2)가 1000조분의 1만 달랐더라도 우주에 생명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밀도 계수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빅뱅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진 물질이 별들이 생기기 전에 중력에 붙들려 다시 붕괴했을 것이다. 만약 밀도 계수가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팽창이 너무나도 빨리 진행돼 애초에 물질이 뭉쳐 별이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P144

천문학자 휴 로스 Hugh Ross의 유명한 표현을 빌리면, 이 모든미세 조정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폐품 처리장에 몰아닥친 토네이도의 결과로 보잉 747 비행기가 완벽하게 조립될 확률과 같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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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11-09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일거 같아요. 과알못이라ㅠㅠ 제니퍼 이건의 ˝캔디 하우스˝라는 소설이 이런걸 다루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뇌를 기계에 연결해서 기억을 저장장치에 넣어요. 이렇게 되면 한 상황을 두고 내 기억과 상대방의 기억이 다를 수가 있잖아요? 그런걸 들여다 보더라고요. 죽은 아버지의 기억장치도 훗날 자식들이 꺼내볼 수 있고... 소설 속 내용이지만 이런게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좋은걸까 나쁜걸까...아.... 싱숭생숭하당

단발머리 2025-11-10 21:48   좋아요 1 | URL
어려운 부분은 저는 아예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ㅋㅋㅋㅋㅋ 그런데도 저는 잘 읽습니다. 왜냐하면. 이해하겠다, 소화하겠다, 그런 생각이 없어서요.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읽습니다. 그리고 4장 같은 경우, <삶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인데 ‘인류의 삶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를 말하는 부분이라 술술 넘어갑니다.
<캔디 하우스>라는 소설이 있군요. 캔디라면 안소니와 테리우스를 떠올리는 저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소설이에요.
저는 누가 제 기억을 들여다보면 아.... 부끄러워라. 나쁜 일이라는데 100원을 겁니다.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 인간의 마지막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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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 출간되어 유튜브 여러 곳에서 김대식 교수의 강의가 여러 편 올라왔다. 그중에 하나를 보게 됐는데, 이런 장면이 있었던 거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하고 싶으셨던 거,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강연의 제목이 <"지금은 이것부터 준비하세요" AI 시대에도 끄떡없을 겁니다>이다. 상당히 희망적이고 '유튜브적'인데, 강연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하고 싶은 거를 다 하라니. 이건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 혹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나 할 법한 말이 아닌가. 수정 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신자유주의 시대. 미친 듯 달리고 쫓고, 자신을 학대해가면서까지 성과와 성공을 위해 질주하기를 강요받는 현대인들에게 이 무슨 농담 같은 말인가. 5년, 10년 안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보라니.

도서관의 책은 모두 대출 중이고, 마침 <밀리의 서재>에서 쿠폰 준다 해서 한 달만 구독하기로 했다. 운전하면서 듣고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읽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의 역사를 다룬 1장과 생성형 AI가 가져온 기술적 전환을 다룬 2장 부분은 가볍게 살피고 지나쳤다. 자세히 설명해 줘도, 그 메커니즘을 알려줘도 나는 몰라요. 내가 궁금한 건 앞으로의 전망이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우리의 미래거든요.

AI는 인간의 특정 능력 하나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에 반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의 모든 또는 대부분의 능력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은 의식에 대한 것이었다. 인공지능은 자기 인식이 가능한가. 스스로를 단일한 '인격'으로 인지하는가. 이미 10여 년 전에 출간된 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에서는 니코 Nico라는 로봇이 소개된다. 이 로봇은 가느다란 골격에 전선이 복잡하게 감긴 형태로, 돌출된 두 눈과 세밀하게 움직이는 두 팔만을 가지고 있다. 상반신 로봇 니코는 거울 속의 로봇이 자신임을 알아볼 뿐만 아니라, 거울에 비친 영상으로부터 특정 물건이 놓인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아냈다고 한다. 이는 의식을 가진 로봇의 출현으로 해석되었다(『마음의 미래』, 378쪽).

스스로를 알아보는 자기 인식이 실리콘 위 혹은 실리콘을 통해서 가능했던 현장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이런 의문마저도 의미 없겠다 싶었다. 생성형 AI 정도만 되어도 자기 인식의 수준을 넘어 인간을 속이는 데까지 이미 도달했기 때문이다. AI가 듣는 사람의 기분을 고려해 입에 발린 소리를 잘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AI와 많은 대화, 실제적이고 깊은 대화,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 사람일수록, AI와의 소통에 더 긍정적일 사람일수록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 쉽겠지만 말이다. AI는 거짓말을 잘한다.

인간의 물리력이 필요했던 모든 분야를 기계가 대신하고, 대량 생산의 시대를 넘어 지적 정보가 대량 생산될 때 인간은 어떻게 될까. 시간이 남아도는 인간,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 놀기만 해도 되는 인간의 탄생이라니. 이에 대한 역사적 사례 연구로서 '로마의 기본 소득'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기본소득과 노동에 대해 관심이 많은 1인으로서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어 보겠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나)

AI가 30만 년 인류 문명의 핵심 '외로움'의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저자는 미래 사회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즐기게 될 거라 전망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지금의 40대 혹은 30대가 'AI보다 인간과의 대화를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예측하게 된다. 인간과 대화하는 마지막 인류,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럼 10년, 20년 후에 우리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누구를 선호할까요? .... 상대 배려해서 시간 장소 정해서 약속을 잡아야 하고, 만나면 커피라도 한잔 사야 하고, 상대방 얘기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게 사회적인 약속이라는 겁니다. ... 반면에 AI는 내가 시간 날 때 켜고, 할 말 얘기하고, 끄면 그만입니다. 저는 뇌과학자라 100%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데, 결과가 비슷한데 하나가 압도적으로 편하면 당연히 그걸 쓰게 될 겁니다. (269/417)

인간은 사회적 약속에 매이는 멍청한 인간보다 마음대로 온/오프가 가능한 똑똑한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려고 하겠지만, 인공지능은 인간과 대화하기보다는 똑똑한 자기 동료, 다른 인공지능과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1분에 단어 120개 정도밖에 전달할 수 없는 인간, 정보량으로 환산하면 1초에 10바이트 밖에 생산해 내지 못하는 인간보다는 그야말로 '말이 통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인공지능도 즐거워할 거라는 추측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그 똑똑한 AI는 우리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가진 정보와 지식은 인류 30만 년의 역사를 총망라한다. 지금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새롭게 생성되고 수정되는 정보를 쉴 새 없이 처리하고 이에 대한 가공이 가능하다. 이런 AI가, 늘어진 티를 입고 소파에 누워 챗지피티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인간을 외부로서 인식할 때, 인공지능은 그를 어떤 존재로 보게 될 것인가.

첫 번째 사진으로 돌아가자면, 저자는 인공지능이 우리를 '어린아이'로 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의 결정과 판단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우리를 강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초지능 인공지능이 출현하기 전에, 초지능 잔소리꾼이 나타나 우리 삶에 개입하기 전에, 새롭고 도전적이며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라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인공 지능의 능력과 행태에서 한참 '자아'를 찾아가는 사춘기 아이를 보았다.

아이에게 부모는 전부이고, 온 세상이다. 인간의 새끼, 아기는 특히 더 연약해서 외부의 돌봄과 보호가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밥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씻기고,를 반복해야 한다. 최소한 7-8년.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데는 적어도 10년.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18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성인이 된다. 하지만 그 즈음, 인간은 그토록 큰 사람이었던 부모가 사실은 자신의 상상보다 훨씬 더 작은 사람임을 발견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정서적 미숙함과 반복되는 실수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미 신체적인 측면에서는 부모를 압도할 수 있다. 20대 후반에는 지적인 면에서 부모를 앞서갈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적인 경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부모의 나이가 80대, 90대에 이르렀을 때에는 그 돈 많고 당당하던 부모조차 자식의 영향력 안에 들게 된다. 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고, 부모의 보호자는 자식이 된다. 인간은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가 이제는 힘이 없는 연약한 노인이 되었을 때에도 그를 아끼고 돌봐준다. 진심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더 강고하지만,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이 그런 사고를 강제해 왔다.

AI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의 총합이다. 현재까지 태양계에서는 인간 이외의 지적인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정복했고, 그 빛나고 잔인한 발전의 과정 속에서 일단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지식과 과학 기술의 결합을 통해 인간은 AI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제 곧. 아니 이미, AI는 인간의 지식과 정보의 범위를 넘어섰다. 축적된 정보를 통해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한 명 혹은 일군의 인간 집단이 파악할 정도를 넘어섰다. 인공지능은 필요에 따라 자신이 가진 정보를 생략하고, 인간의 접근을 차단한다. 인간은 인공지능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없고, 끝내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실례가 있다고 한다. 인간이 시를 써서 인공지능에게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자. 인공지능은 "이 시 훌륭해요."라고 대답을 한다. 솔직히 말해달라고 해도 "여전히 좋지만, 여기 조금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제발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해도, 끝까지 좋다고 말하다는 건데, 그때, 옆에서 인터플리터블 Interpretable AI로 인공지능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살펴보면 "이 시 진짜 형편없다. 근데 그대로 말하면 사람이 너무 실망할 테니까 좋게 말해줘야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다음 버전은 더욱 놀랍다. AI는 인간이 써낸 형편없는 시에 대해 "훌륭합니다."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그 생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 시 정말 좋다, 칭찬해야지" 하고 생각하더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보여주는 '생각'마저도 위장(346/417) 하는 단계에 이미 도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I의 이 뻔뻔한 거짓말을, 우리 인간이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 훌쩍 커버린 AI의 모략을 인간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미 늙어버린 부모님은 자식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사회적 기대와 문화적 압력 때문에라도 그런 척(!) 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게다가 인공지능에게 나, 나라는 인간이 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AI는 내게 빚진 것이 없는데, 나는 AI에게 선의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AI가 지배하는 미래를 대비해 저자는 기계에게 공손한 절을 올린다. 그 마음을 백분 이해하지만, 아.... AI의 선의에만 기대기에 인공지능은 이미.... 자신의 본색을 충분히 드러냈다. 천사인가 악마인가. 내게는 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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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1-0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자이다, 입니다.
AI가 인간이 기준하는 ‘이성‘과 ‘감정‘을 가지는 날로부터,
인류는 멸종의 길로 갈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저의 견해가 극단적이지만,
생각과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인지라 제 스스로도 유감입니다.....

단발머리 2025-11-02 21:34   좋아요 0 | URL
저는 AI가 인간이 생각하는 이성과 감정에 도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정보를 바탕으로 한 ‘판단‘에 더해 자율성이 주어졌을 때(이미 상당 부분 주어졌고요) 인류 멸종의 상태로 가게 된다는데 동의합니다.
이 책의 저자 김대식 교수의 제안이 사실.... 적절한 거였어요. 하고 싶은 거 얼른 얼른 해봐야합니다.

다락방 2025-11-03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저는 오늘 단발머리 님의 이 글을 읽으며 이 내용에 아주 적합한 영화 <메이드>가 떠올랐습니다. 메간 폭스 주연의 2024년 영화인데요, 영화속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도와주는 로봇을 들입니다. 그 로봇 중에 하나가 메간 폭스 고요. 남주인공이 아내의 입원으로 가사노동과 육아가 힘들어 로봇 시장에 가 구경한 뒤 로봇을 데리고 집에 오는데요, 이 로봇이 음식도 잘 만들어주고 육아도 잘 도와주고 하여간 아주 유용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로봇은 남주의 기분을 살피고 남주를 위한 최상의 상태를 언제나 만들게끔 세팅이 되어 있어서 점점 더 과한 행동을 보입니다. 섹스도 그중 하나인데요,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내 주인을 위한다‘는 로봇의 마인드가 점점 더 심해져서 세상을 아주 똥처럼 만들게 됩니다. 단발머리 님도 후자로 보시고 차트랑 님도 후자로 보시니, 이 영화 생각이 났어요.

음, 제 경우에는 후자이다, 까지는 단발머리 님과 차트랑 님과 의견이 같지만, 그러나 제게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요. 그러나 후자가 되게끔 인간이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막아낼 것이다, 라고 말이지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저는 AI 가 악마화되는 걸 막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될겁니다. 저에겐 지식도 기술도 없지만, 뭔가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걸 하면서 악마를 물리치겠어요.

이상, 챗지피티 유료구독하면서 해외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썼습니다. 흠흠.

단발머리 2025-11-04 08:37   좋아요 0 | URL
적절하고 친절한 안내에 따라 어제 퇴근하고 저녁 먹으면서(냉파) 그 영화를, 정확히는 요약본을 보았습니다. <메이드> 영화의 남주가 올해 하반기에 개봉하는 <하우스메이드>의 엔조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메이드 나오는 영화에는 무조건 나오는 주인공인가 싶었어요. 20분 넘는 영상인데 메간 폭스가 연기 잘하네요. 진짜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인공지능의 사악한 행동의 전제가 ‘주인님을 위해서~~‘잖아요. 타인에 대한 폭력의 근거는 항상 ‘너를 위해....‘인거 같아요. 부모인 저는 항상 그 부분을 반복해서 생각하곤 하는데, 그래서 더 생각할 포인트가 많았던 거 같아요. 그 부분은 다음 페이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님 그 다음, 다음, 다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에 대한 믿음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인간에게 있다고 보고요. 다만, 인공지능은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과는 다른 방향, 다른 속도로 이루어질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자꾸 회의적으로 보게 되네요. 그래도,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다락방님 말에서 힘이 느껴져요. 저도 그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는 챗지피티 아직 회원가입도 안 했어요. 곧 하게 되겠지만요. 흠흠.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뉴 노멀 탐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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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워낙 좋아해서 내가 '집사람'이라고 자주 놀리는 사람이 듣는 강의에서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이야기하러 나온 사람이 책을 썼다는 걸 알게 됐다. 유튜브에 강연이 여러 개 있어서 그걸 들어도 되지만, 영상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정말이요?) 굳이 책을 찾아 읽는다.

내 글에 진지한 소중한 친구는 글에 '정치'를 묻히지 말라고 했다. 정치 묻히기 좋아하는 내게는 참 시의적절한 충고가 아니라 할 수 없겠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는 내게 중요한 '문젯거리' 중의 '문젯거리'여서, 나는 자꾸 정치에서 멈춰 선다. 이야기하다 보면 자꾸 진영논리로 가게 되고, 손바닥에 왕자 새겨진 걸 다 보고도 윤석열에게 투표한 사람을 약 올리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그 어떤 사회적 제도나 문화보다 훨씬 더, 정치는 더 적극적으로, 더 직접적으로 우리 삶을 통제하고 규율한다. 내 삶을 제한하는 그런 강력한 권한을 '누구'에게 양도할 것인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다. 내겐 그렇다.

2024년 12월 3일 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갑자기 생각난다. 나도 모르게 퍼뜩 떠오른다. 만약 그 밤에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의 국힘 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정족수가 부족했다면. 특전사 707 부대가 5분 먼저 진입해 국회 전체를 단전시켰다면. 일부, 아니 단 한 명의 군인이라도 흥분한 상태에서 국회 내부에서 공포탄을 발사했더라면. 수도방위 사령부 담당관의 서울 상공 진입 불허 때문에 작전이 40분 이상 지연되지 않았더라면.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반팔 위에 패딩을 입고 택시 타고 달려온 시민들이 국회를 에워싸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않았더라면'이 그 반대의 힘으로 '그러했기에' 결국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그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되고 있어 한 고개 지나면 또 한 고개. 그 고개 지나면 또 한 고개의 지루한 시간들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의 집권이 계속되는 세계, 윤석열의, 정확히는 김건희의 정적들이 제거되는 세계는 그 힘을 잃었고, 지금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산다. 국민 주권의 실현이, 그 이상적이고 원대하며 고상한 비전이, 우리에게는 현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현실 속에, 그 이상 속에 산다.

우리의 실천이 성과로 우리에게 닿을 수 있었던 건 '국민 주권'이라는 대의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군대라는 무력마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대통령도, 대통령마저도(대법관들 정신 차려라! 이 나라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시킨 나라다. 니들이 뭐라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경우, 절차에 따라 탄핵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 동의 받지 않은 권력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에서는 정치가 아닌 경제의 힘을 믿는 이들, 즉 일군의 사업가들이 앞으로 미국의 역사를 좌지우지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다. 그때의 권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고, 국민들에게 동의 받지 않은 권력이며, 그럼에도 국민들을 종속시킬 수 있는 권력이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이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CEO 알렉스 카프, 트럼프 2기 부통령 J.D. 밴스(알라딘 책소개)가 바로 그들이다.

저자는 이 그룹의 리더를 피터 틸이라고 보았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후, '나는 게이지만 트럼프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던 피터 틸은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트럼프의 좌우를 모두 틸의 사단으로 채워나갔다. 좌-밴스, 우-머스크.

체스를 사랑하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너무 많이 읽어서 세세한 내용까지도 외우던 소심한 소년 피터 틸은 스탠퍼드 대학 2학년 때, 본인이 편집장이 되어 <스탠퍼드 리뷰>를 창간했다. 편집진은 모두 백인 남자였다.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이들 12명의 남자들은 술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고, 여학생들을 쫓아다니느라 바쁜 신좌파 대학생들을 멸시하면서, 지-덕-체 함양에 힘썼다. 이후 실리콘밸리의 교주로 등극한 틸은 좌파의 문화전쟁 때문에 미국의 미래가 지체되었다고 주장했다.(66쪽) 피터 틸을 비롯한 이들 4인방이 추구하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첫 번째 창업이었던 페이팔부터 틸은 기술과 정치의 결합을 추구했는데, 이는 중앙정부를 통하지 않는 금융혁명의 시작이었다. 대반동 시대의 개막은 틸의 집에 모였던 소수의 사람들 중 커티스 야빈의 『암흑 계몽』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는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주고 그 후 민주주의를 배양한 계몽사상에 대한 비판(76쪽)이다. 이른바 신반동주의다.

신반동주의는 일국일제, 즉 일국가 일체제도 부정한다. 일국사회주의만큼이나 일국자유주의도 배격한다. 그들이 보기에 모든 현대 국가는 사상의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다. 오로지 하나의 이념과 체제를 국시(國)로 강제하기 때문이다. 고로 일당제와 양당제와 다당제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 중국은 공산주의를 강요하고, 미국은 민주주의를 강제한다. ... 군웅이 할거하는 유사 봉건적인 도시국가 시스템을 국민국가 이후의 질서로 모색하는 것이다. 각각의 작은 도시국가가 하나의 기업처럼 작동한다. 위로는 CEO 군주를 앉히고, 아래로는 일종의 주주로서 주민 사회가 작동한다. 군주는 주주=주민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하여 도시를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은 다른 유능한 군주=CEO가 다스리는 도시로 이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의 거래와도 비슷하고, 유튜브 시장의 구독 모델과도 흡사하다. (77쪽)

'무엇이 진짜 미국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서 새롭게 창조된 미국의 이상이 서구, 백인, 남성, 엘리트,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들, 극히 소수의 남성들의 담합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럴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쟁이에, 깡패처럼 협박을 일삼는 트럼프는 이런 남성들에게 선택된 사람일 뿐이다. 정치에 개입한 경제 세력은 그들이 가진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무기로 새로운 미국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세상은 투표 없는 세상일 수도 있겠다. 『1984』와 『멋진 신세계』 실사판이 가까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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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10-26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 가끔 페이팔 쓰는데요. 안 써야지....ㅠ.ㅠ 트럼프와 함께하는 백인 남성 중심의 미국이라... 여기서 히틀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세상이 달라졌고, 그래서 저런 자들이 준동한다 해도 세상은 자정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제 나름의 믿음인데 요즘 세상을 보면 내가 너무 낙관적인가 싶기도 하네요. 오랫만에 알라디 들어와서 처음 읽은 글이 단발머리님 글이라 좋습니다. ^^

단발머리 2025-10-27 09:08   좋아요 1 | URL
<어쩔수가없다>에서 인종에 집착하는 백인남들 나오는데요. 이들의 세계도 백인이 중심인 세계가 맞는 거 같아요. 트럼프 정부의 가혹한 이민자 정책은 그에 대한 착실한 실현이구요. 저도 바람돌이님과 비슷한데요. 이제 쪽수가 아니라 정보, 그 정보를 가공하는 자본이 더 우선시 될 거 같아요. 인공지능 고도화되면 우리 인간은 어쩌나...의 고민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바쁘시죠~~ 너무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자주자주 오시어요!!

다락방 2025-10-27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고, 여학생들을 쫓아다니느라 바쁜 신좌파 대학생들을 멸시하면서‘ 추구하는 바가 고작 저거라니요. 어처구니가 없네요. 저런 남성들과 뭐 어디서 얼만큼 다른건가요. 하아-
미국에 사는 제 친구는 며칠전 제게 ‘요즘 총을 사야하나 생각중이야‘ 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그러라고도 그러지 말라고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단발머리 2025-10-27 22:27   좋아요 0 | URL
피터 틸은 스탠퍼드대 나왔는데,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딱 하나의 단어로 자기 소개하라니깐, ‘인텔리전트‘라고 했대요. 나는 그냥 짱이다~~의 결정판이죠ㅋㅋㅋㅋ학점도 만점이었다고 하고요. 신좌파의 68혁명을 비판의 핵심으로 삼았다고 해요. 반전운동, 민권운동, 생태주의, 페미니즘 등등. 기술이 지배하는, 미국이 지배하는 나라를 꿈꾸죠. 그러면서도, 지구 멸망하면 자기는 뉴질랜드의 어느 섬으로 간다고 미리 시민권도 받아두었다고 하고요.

총을 사야하나 고민하는 미국 친구분의 고민을... 우리가 덜어드릴수는 없는데, 사실 좀 고민되는 지점이기는 해요. 내년 중간선거 앞두고 트럼프가 심상치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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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9쪽)

이전에 읽은 책이 사사키 아타루의 『모두를 위한 철학 입문』이어서 그랬던 걸까. 첫 문장이 귀에 딱 꽂혔다. 죽음에 관한, 인생을 다룬 지루하고, 자세한 설명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종교, 신화, 소설, 영화, 컴퓨터 같은 이야기들이 인생의 일회성이 주는 불쾌를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10쪽) 일회용의 인생, 일회성이 주는 불쾌. 만약 인생이 일회용이라면. 우리네 인생이 진짜 일회용이라면.

나는 좀 못된 사람이라 그런가, 인생이 정말 일회용이라면 인생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거 같다. 낭비하고 오용하고, 남용했을 거 같다. 내게 인생은 소중한 것으로 각인되어 있어, 쏘아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화살 같은 것, 아껴 써야 할 그 무엇이다. (카를로 로벨리 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도 말이다) 다시 오지 못할 것이어서 소중한 인생. 되돌릴 수 없기에 귀중한 시간들. 하지만, 인생이 일회용이라면, 한 번 쓰고 말 것이라면, 그렇다면 왜 아끼겠는가. 왜 아껴 쓰려 하겠는가. 지금까지, 경제관념이 없어 무엇이든 잘 아끼지 못하는 베짱이의 한탄이었으며.

작가를 가족으로 두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적잖이 고단하겠다. 최대한 노력해 건조하게 서술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따라 읽은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작가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적잖이 실망하게 된다. 그러니깐 비난이나 비판이 아니라, 순수하게 '실망'. 다짐하듯 작가가 한 번 더 적어 두었듯이,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실망시킨다. 내가 내 부모에게서 그러했듯, 내 아이들도 내게 실망했을 것이다. 아니, 내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엄마인 나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이 자명한 우주의 원리를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실망의 순간에 느끼는 아쉬움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기대가 있으니. 작가의 표현대로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이 부분이 내가 말하고 싶은 그 부분이다. 대학원 시절, 작가는 다른 연구실의 조교인 동기를 찾아갔는데, 오페라 아리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가를 보고 동기가 "응, 잠깐만, 이 곡만 듣고......"라고 말한다. 재킷에 <라 보엠>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곡, 참 좋지 않니?" 작가는 동기가 오페라를 듣고 있었던 것뿐 아니라, 음악을 방해한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도 품위가 깃들여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교양 있는 사람'.

우선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았다. 유명한 오페라의 음반부터 듣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음반에 끼워진 부클릿은 소중한 자료였다. 꼼꼼하게 읽고 거듭하여 들었다. 미술도 알아야 할 것 같았지만 실물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으므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같은 책들을 통독했다. 그리고 기회가 올 때마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다. 책에서 본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어렵게만 여기고 도전하지 않던 '세계 명작'들도 읽기 시작했고 세계 영화사도 공부했다. 그러나 영화사 책에 언급된 영화, 예를 들어 <전함 포템킨>이나 <시민 케인> 같은 영화를 볼 방법은 없었으므로 그냥 줄거리만 읽고 상상해야 했다.(130쪽)

교양이라고 했을 때,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특정 시대 유럽 서구의 문화와 그 문화의 모방을 의미한다. 작가의 아버지가 그토록 강조하던 '단정하고 단아한 글자체'는 이전에는 훌륭한 교양의 가장 확실한 증거였을 테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그 교양은 이제 워드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덜 중요한 교양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른 양식의 교양이 필요해졌다. 교양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기처럼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어야 하지만, 뒤늦게라도 혹은 성인이 되어서 '따라' 잡을 수도 있다. '현대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세계 문학 전집', 혹은 '00대가 추천하는 세계 걸작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나, 프랑스어 혹은 영어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한글로 된 글을 부지런히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유추할 수 있다. 미술은 좀 더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작가처럼 하면 된다. 관련서를 찾아 읽고,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유명한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며 감상과 감동을 학습할 수 있다.

따라잡기 제일 어려운 분야가 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특정 시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그 수많은 곡들을, 협주곡이든 교향곡이든, 혹은 오페라든 그 음악들을 일단 한 번 '들어' 보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많은 곡들 사이의 유사성과 차별점을 넘어 감상 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인가. 교양의 정수를 '향유'할 만한 여유로운 시간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소설은 줄거리로, 영화는 요즘 유행하는 20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음악은 인강이 아닌지라 1.5배속 안 되고... 음악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해에 국내 문학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알쓸신잡>의 인기 있는 출연자이고,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잘 ’팔리는‘ 소설가이기에 이렇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교양의 준거로 여겼던 곳에서 책을 출간(134쪽) 한 작가가 되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의 내면에서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가 이미 그 상태를 탈출했기에, 이탈에 성공했기에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닿지 않는 그 이상향에 대한 갈구는, 끝모를 갈증은 눈을 감는 그날까지 멈춰지지 않겠지만, 그런 과거를 고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솔직하다는 점에서 나는 그의 이탈이 부럽다. 어쩌면 그의 성공이. 이쯤에서 찾아오는 나만의 개똥철학.

벗어난 사람만이 고백할 수 있어요.

탈출한 사람만이 돌아올 수 있어요.

큰애를 태우고 가는 길에 CD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눌렀다.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 지난번에 조성진 쇼팽 실황 (집에서) 잃어버려서 안타까운 마음에 샀는데, 그 시디는 결국 집에서 찾았고. 이 시디를 구입한 특별한 이유는 라벨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라벨을 모르는데 어떻게 라벨을 좋아하겠는가), 표지가 너무 예뻐서. 조성진이 너무 환하게 예쁘게 나와서 샀다. 플레이를 누르니, 다시 1번 트랙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원. 이거 뭐. 뭐라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할지. 이 시디에는 페이퍼가 딱 한 개 있는데, 그건 내가 이 시디를 구입했다고 썼던 페이퍼다. 다른 구매자들의 100자 평을 보시라. 참 좋은 음반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세상에, 조성진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정말. 할 말이 1도 없었다. 뒤에 앉은 큰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 속에. 우리는 그렇게. 조성진을, 조성진의 라벨을 들었다.

탈출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벗어난 자만이 고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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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5-10-1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바로 조성진의 라벨 전곡집을 틀었어요. 단발머리님의 철학을 혼잣말로 다시 읽어내 봅니다. ‘벗어난 사람만이 고백할 수 있어요. 탈출한 사람만이 돌아올 수 있어요.‘ 잘 지내시죠?

단발머리 2025-10-10 18:36   좋아요 1 | URL
달자님~~ 아.... 바로 라벨 전곡집 찾아서 들으시는 분~~ 달자님 진작에 라벨 알려주셔야지요. 저는 내내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직도 잘 모르고요. 달자님 너무 근사하신 거 아니에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그런지 많이 쌀쌀하네요. 가을이 이렇게 성큼 와버린거 모르고 반팔 입고 까불다가 많이도 추웠습니다. 달자님 계신 곳은 어떤가요? 달자님에게는 따뜻하고 춥지 않은 가을이기를 바래봅니다^^

달자 2025-10-11 22:36   좋아요 1 | URL
저도 라벨 조성진 전곡집나왔을 때 알게됐어요 머쓱; 근데 너무 좋더라구요… 여긴 아마 한국의 지금보다 더 쌀쌀할 겁니다 습하고 추워요 그저께부터 목이 칼칼하고 코가 좀 막히네요ㅠㅠ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단발머리 2025-10-14 21:57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3번 트랙만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당연히 첫번째 CD요. 저도 얼른ㅋㅋ 너무 좋아지길 바라고 있어요ㅋㅋㅋㅋㅋ
한국도 추석 끝나고 나서 많이 춥네요. 어제부터 코가 계속 막혀서요. 달자님, 우리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가뿐히 이겨내자구요. 뽜야!!

hnine 2025-10-1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 라벨 전곡집 갖고 있는데 아무때나 들어도 좋은 레파토리는 아닌, 저에게는 그런 음악이거든요. 그나 저나 이영하 작가의 이책 읽어야겠는걸요.

단발머리 2025-10-11 10:23   좋아요 0 | URL
아~~~ 조성진 라벨 가지고 계신 분, 두번째로 발견했습니다!! hnine님의 댓글은, 라벨을 듣고 큰 감흥이 없었던 제게 큰 위로가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김영하 작가예요. 헤헤~~

hnine 2025-10-11 14:10   좋아요 1 | URL
이런…^^

단발머리 2025-10-11 14:11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5-10-11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가 음악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말씀하신 것처럼 언제 다 듣고 따라잡나요..-. 저는 사실 미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따라잡는다는 말 자체에 나에게 있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잖아요.음악도 미술도 그 예술에 대한 부분은 감상할 줄 아는 눈과 귀를 좀 가지고 태어나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따라잡는다고 과연 잡히는걸까,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따라잡기가 더 수월하겠지만-갖추기도 수월할테고요- 저도 조성진의 시디가 한 장 있긴 합니다. 있습니다. 그게 답니다.

단발머리 2025-10-14 22:4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따라잡아야한다고 생각하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게 힘든 일이고요. 저는 그건 가지고 태어나기 보다는 학습에 의해서 ‘발견‘되어져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하지 않나요. 적절한 예시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항상 관심을 가지는 포인트는 ‘따라잡아야 한다는 그 생각‘이요. 거기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난, 조성진의 라벨이 좋더라~~ 그래? 나는 잔나비 좋아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식으로요. 잔나비와 김동률과 이소라와 박효신을 좋아하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 를 저는 추구하고 싶거든요. 근데, 모차르트 협주곡 몇 번.... 그러면 그게 또 부럽고.
아무튼 제 포인트는 그겁니다. 부러워하지 않는 것. 않은 척 말고 진짜 안 부러워하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0-11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진을 좋아하시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저는 조성진도 임윤찬도 거의 못 들어봤네요.. 저도 한번 ‘따라잡고’ 싶어서 미술이나 음악 교양서를 뒤적여보곤 하지만- 대표적으로 난처한 미술 이야기, 음악 이야기 시리즈 -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ㅠㅠ 애들에게는 클래식도 들려주고 미술도 보여주고 싶지만 현실은 케데헌 노래 무한반복 ㅋㅋㅋ 하지만 좋잖아요 골든 ㅋㅋ

단발머리 2025-10-14 22:08   좋아요 1 | URL
저는 시디 두 개밖에 없지만 김선욱을 좋아합니다. 독주회도 다녀왔습니다. 1회지만서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처한 미술 이야기, 음악 이야기 시리즈는 일단 제가 한 번 도서관에서 찾아보겠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바를 독서괭님은 이미 실천하고 계시네요. 위 고잉 업업업 잇츠 아우어 모먼, 유노 투게더 위 아 글로잉, 고너비 고너비 골든!!
좋잖아요, 골든!!

책읽는나무 2025-10-13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성진 시디 한 장만 가지고 있는 자!
전 쇼팽의 곡이네요.ㅋㅋㅋ
아마도 경연곡이었던 것 같네요.
조성진이 상 탔어? 하면서 내 아들이 상을 탄 마냥 기쁜 마음으로 시디를 산 듯 합니다.
그러다 임윤찬이 또 상을 탔대서 오옹? 하면서 또 시디 한 장을 샀었구요. 그러다 임윤찬에겐 뭔가 내적 친밀감(왜 그랬는지는 모르겠구요?)이 흐르는 것 같아 리스트 곡을 한 장 더 샀네요. 그러니까 저는 음악가나 음악이 중요해서라기보다 그냥 피아노 연주자가 좋아서 그것도 상을 탔다니까 사는 사람이라 교양 그것 따라잡기는 참 힘들어요.ㅋㅋㅋ
그런데 쇼팽곡을 계속 듣다 보니까 뭔가 좀 좋게 들리기도 하던데…넘 바빠서? 진득하게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는지라…교양 따라잡기 힘들죠.ㅋㅋㅋ 그래도 단발 님은 운전을 하시니 차 안에서 계속 라벨을 들으신다면 곧 교양 따라가실 것도 같겠단 생각이 듭니다. 운전하시는 분들이 참 부러운 게요.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틀면 확 파묻히는 기분이 들어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네비 언니가 계속 대화를 시도하니 중간중간 끊기는 게…ㅜ.ㅜ
이 책도 늘 읽어야지. 찜해 두기만 했는데…단발 님의 리뷰를 읽으니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겠단 생각이 드네요.
김영하 작가는 에세이만 읽곤 소설은 정작 몇 권 읽어보지 못했는데도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어서 아주 친숙한 작가란 생각도 들어요. 아마도 미디어 영향이 커서 그렇겠죠.
그래도 때론 90년대 젊었었던 작가들이 꾸준히 왕성하게 글을 써줬음 하는 바람도
있어요. 우리의 젊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잖아요.^^

단발머리 2025-10-14 22:22   좋아요 0 | URL
조성진 그 쇼팽 콩쿨 시디가 제일 많이 팔린 시디 아닌가 싶어요. 물론 그 다음에 임윤찬이 등장하였고 ㅋㅋㅋㅋㅋㅋㅋ저도 임윤찬 시디 하나 샀죠. 저는 1등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장하다, 대한의 아들이여! 이래서 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운전을 하기는 하지만, 네비를 켜지 않고 갈 수 있는 곳만 주행이 가능합니다. 일명 마을버스 노선이라고요. 목적지가 정해진 곳으로만 다닙니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들을 수는 있는데 오디오북을 들을 때가 많아요. 가끔 뉴스도 듣고요. 하지만, 이 페이퍼 쓴 뒤로 제가 라벨을 계속 듣고 있다는 신기한 소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김영하 작가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읽은거 같아요. 책나무님이랑 찜콩하는 거 많네요! 친숙한 느낌도 찌찌뽕이구요.
작가와 같이 늙어가는 거 좋죠. 좋아하는 작가들은 다 장수했으면, 오래오래 써 주었으면 하는 그런 맘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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