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을 본 건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였다. 교보빌딩 앞 차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이재명 시장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그 뒤를 몇몇 지지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키가 작았다. 혹은 작다고 느껴졌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박근혜에게만 집중하기에도 바쁜 나날이었다.


내 손으로 뽑은 첫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부터 이후까지 여러 번의 선거가 있었고, 그 세월 동안 나는 한결같이 파란색 당 지지자다. 당원은 아니지만 당과의 일체감은 어떤 열성당원 못지않다.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재명에게는 약간 걱정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러니깐, 이재명이 싫다거나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의 정책과 집행 능력이 과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받아들이기에,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 그의 정책은 아직은 '과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나쁜 쪽으로는 아니었고, 좋긴 한데 가능할까, 이런 느낌이 강했다. 적절한 예가 없어서 급조한 예를 들어보자면. 그러니까 내게 이재명은.


사고 싶은데 가격이 좀 나가는 근사한 원피스 같은 느낌이었다. 원피스가 필요하다. 내 몸에 잘 맞고 나를 근사하게 만들어줄 원피스. 차려입어야 하는 자리에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가끔 생기는 그런 자리에 입고 갈 만한 원피스가 필요하다. 길이도 적당하고 색상도 얌전(네이비)하고 좋은 재질의 원피스. 나의 단점을 커버해 주고 나를 우아하게 만들어줄 디자인의 원피스. 마침, 그런 원피스를 발견했다. 원래는 더 비싼 제품인데, 지하 1층 행사장에 전시된 제품이라 4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고민의 핵심은 가격에 있지 않다. 원래 가격이라면 어림도 낼 수 없겠지만, 이 가격이라면 구매를 고민해 볼 만하다. 이걸 하나 구매하면 생각보다 오래 입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든다. 가격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 옷이 너무 좋은 옷이라는 데 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옷을 입어도 되나. 내가 이렇게 비싼 옷을 사도 되나. 내가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나.

내게 이재명은 그런 느낌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인 나라에 내가 살 수 있다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재명이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는 그 일이 6월 3일 화요일 밤에 이루어졌고, 그렇게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이 되었다. 과한 옷을, 내게 과한 옷을 드디어 선물 받고 만 것이다. 생일도 아닌데,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데. 나는 받고야 말았다. 이재명이라는 선물을. 이재명이라는 근사한 선물을.

취임 선서 낭독 후 첫 일성이 국회 청소 노동자를 만나는 일이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영상도 보았다.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일렁인다. 대통령에 대한 보도가 쏟아진다. <소년공, 대통령 되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 서민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 대선 토론장은 가장 고생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 간의 '고통 경쟁', '고통 호소'의 장이 될 것이다. 그 고통을 이기고 성공한 사람, 유력한 정당의 대표가 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 대표와 대통령이 되는 길은 비슷하면서도 똑같지 않다. 가끔 국민들은 바보 같은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곧 그 결정을 철회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오랫동안 사람을 잘못 볼 수는 없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난,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람들은 그걸 '예술적 승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렇게 변신했을 때, 그 영광은 이전의 고통과는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완벽하게 다른 형태와 모양을 지닌다. 나쁜 것에서 가끔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쁜 것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 나오는 건 아니고, 고통과 고난, 그리고 고생이 주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라는 건 확실하다. 고통은, 피하고 싶은 그 무엇이며, 중단시키고 싶은 어떤 순간이다.

이재명은 자신의 고통, 자신의 고생,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다. 피하지 않고 직면한다. 잊지 않고 반복해서 말한다. 자신의 과거, 자신의 계급, 자신의 출신에 대해 자랑스러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틈만 나면 자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걸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고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종종 아니 자주. 나의 과거, 나의 계급, 나의 출신에 대해 부정한다. 부정하고 싶다. 그건 말하기 싫은 어떤 것이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나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벗어난 사람만이 되돌아갈 수 있다. 극복한 사람만이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재명의 훌륭한 점, 그의 범상치 않음은 자신의 고통,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태도에 있다. 14살의 아이가 여기저기 공장을 전전하며 남의 이름을 빌려 취업을 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팔에 장애를 입고 나서도 계속해야만 하는 삶이라는 굴레를, 그 끈질김을 그가 미워하지 않았다는 것.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행세하지 않았다는 것. 스스럼없이 청소 노동자의 손을 잡고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손을 맞잡는다는 것. 내가 이재명에게 사로잡히는 지점은 바로 거기다.

유능함은 지도자에게 당연히 필요한 덕목이다. 중고생 교복 무상 지원과 산모를 위한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 과일 공급과 만 24살 청년들에게 지급된 1인당 100만 원의 '청년 배당'. 공약 실천율 89%의 이재명은 유능한 행정가이다. 일개 자치 단체장에서 대통령까지의 영전은 그의 행정 능력을 시민들이 알아봐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능한 사람이 좋다. 말을 알아듣는 사람, 말을 잘 알아먹는 사람이 말 그대로 국민의 '심복'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도 혼자 생각한다. 혼자만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건 마음인가. 따뜻한 마음. 약한 사람에게 먼저 찾아가는 마음.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도 그 처지의 자신을,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는 마음. 자신의 성취를 뽐내지 않으면서 먼저 손 내미는 마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마음인 건가. 진공 청소기를 돌리며, 대통령의 첫 일성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내가 했던 생각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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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6-05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재명 대통령을 잘 모르지만, 단발님이 ‘과분한 느낌‘으로 비유해주시니 기대해 보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5-06-05 13:18   좋아요 1 | URL
혼자 하는 건 아니니까요. 대통령이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근데 이전 정부 보면 딱 그 대통령에 그 장관, 그 정도의 사람들이 같이 모여 일 하더라구요.
좀 다를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걱정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요. 기대고 싶습니다.

잠자냥 2025-06-05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첫 행보가 청소노동자 찾아갔다는 기사 보고 좀 울컥하더라고요.
퍼포먼스라고 할지라도, 그런 퍼포먼스조차 개념에 없던 정부 이후 그런 모습을 보니.. 눙물이...
이제야 뭔가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ㅠㅠ 3년 동안 뭘 본 건지....

단발머리 2025-06-05 13:2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잠자냥님. 퍼포먼스라도 말이지요. 저는 퍼포먼스가 나쁘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하는 척도 안 했던 그 무도한 정부를 우리가 3년이나 봤던 거 아닙니까. 못 볼 거... 우리가 많이도 봤지요.
한 번에 안 되겠지만, 아무튼 사회대개혁의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다 만족할 수 없겠지만....
제 소원 여기에 하나 말해도 돼요? 최저임금인상. 전폭 인상을 저는 일단 신청해 봅니다 ㅎㅎ

잠자냥 2025-06-05 14:05   좋아요 1 | URL
전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살포시 놓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6-05 15:22   좋아요 0 | URL
저는 비정규직에 1.5배 임금 지급 살포시 놓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6-05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뉴스보다가 저번 대선 시장에서 한 연설이 나오는데 갑자기 울컥해서 얼른 방에 들어왔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래도 고생을 해 본 사람, 경제적으로 좀 궁핍해 본 적도 있고 이것저것 경험도 많이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정말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공감할 수 있으니까...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해서 아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단발머리 2025-06-05 18:02   좋아요 1 | URL
아.... 네, 망고님 말씀도 맞아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 봤던 사람이 그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정말 그렇죠. 저는 어렵게 살다가 쌩 깐(?) 사람들, 더 지독한 사람들 많이 봐서요 ㅠㅠㅠㅠㅠ
간절한 마음 변치 말고 부디 국민을 위한 정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onderful 2025-06-05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지않고 일 열심히 할거같아요. 믿음이 갑니다.

단발머리 2025-06-06 18:59   좋아요 0 | URL
네~ 그럴거 같아요. 야근에 김밥에 ㅋㅋㅋ 이거 실화나요? ㅋㅋㅋㅋ
 

















독서괭님의 <영어책 같이읽기> 공지를 보고 참여할 생각을 했던 건 아닌데(아닌데 ㅋㅋㅋㅋㅋ) 책에 자꾸 눈이 가기는 했다.

분명 아는 책인데, 읽지 않은 책이고. 저 책을 산 것도 같은데, 사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청소년용 영어책으로 잘 알려진 책이라 표지가 눈에 익어 그런 걸까. 일단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했다.









원서의 판권을 한국 출판사에서 사 온 듯한데, 책 플러스 단어정리가 잘 되어 있는 롱테일북스의 뉴베리 컬렉션 시리즈는 내가 애정하는 시리즈다. 영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책들 중 상당수가 이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원서읽기'의 중간 거점 같은 느낌이어서 '원서 읽기 시작해 보겠겠다' 하는 친구들에게 권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러다 지난주에 찾을 책이 있어서 책장 속 책들 위로 덮인 달력 종이들을 치우고 책을 찾기 시작했는데, 앗! 있었다. 있었던 것이다.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이 집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책은 이 표지였고.







혼잣말로 아하~~ 표지가 달라 헷갈렸으며, 안 읽은 건 확실하다는 걸 책의 상태로 확인했으며. 그래도 다정하게 사진 한 장 찰칵!




내란성 불면증은 없었지만, 12월 3일 이후로 밤이 좀 다르게 느껴지기는 했다. 몸이 덜덜 떨리는 그 밤을 잊고 싶었는데도 자주 그 밤의 공포와 분노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노래 한 번 부르고 또 기다리던 그날이 드디어 왔다. 하루가 얼마나 길었던지.

닭강정 주문해놓고 또 기다린다.



이제 29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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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06-03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구조사 보니 마음놓아도 될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5-06-03 20:22   좋아요 2 | URL
내란정당에 후보가 K인데 39%가 넘는다니.... 좀 충격이긴 해요.
망고님~~ 이제 우리 맘 놓고 오늘은 맘껏 기뻐해요! 👏🥳🎉

망고 2025-06-03 20:22   좋아요 1 | URL
0.7퍼를 이겨도 이긴거니까 저는 나름 만족하고 감격스러워요😭

단발머리 2025-06-03 20:40   좋아요 2 | URL
네네 맞아요. 진짜 그랬네요. 0.7퍼에 승패가 갈렸죠 ㅠㅠㅠㅠ
출구조사 보다 2%만 더 나와라, 싶은데 욕심 부리면 안 되겠지요. 저도 만족하고요. 감격의 도가니에 퐁당! 🎊

독서괭 2025-06-0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머 표지가 달라서 기억 못 하셨던 거군요! 저 표시도 예쁘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으로 걸어가는 표지가 이야기에 더 맞는 것 같고 저도 그 표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읽어보시죠. 쑝쑝!!

단발머리 2025-06-05 15:59   좋아요 1 | URL
네, 집으로 가는 표지가 맞는거 같아요. 제 책의 표지가 더 어둡긴 하지만요.
읽으려고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구요. 아, 근데 책 어디갔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5-06-04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서 원서로 소설을 읽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물 건너 갔다는...
한때 열심히 영어 공부했었는데... 살면서 포기가 많아져요. 하하~~

단발머리 2025-06-05 16:00   좋아요 0 | URL
물 건너 떠나간 소망을 찾습니다.
사실 저도 포기 한 번, 희망 한 번이 체크 무늬처럼 번갈아 나타납니다. 하하~~

다락방 2025-06-04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괭 님 따라서 읽으려고 사놓기만 한 바로 그 책입니다. 이상하게 나 이거 읽지 않았나? 갸웃하면서 샀는데 사고 보니 안읽은 것 같은.. 아무튼 지금도 안읽고 있긴합니다. 읽을겁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어서 정말 좋아요. 윤이 용산에 남겨둔 비품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일을 한건지, 일을 하긴 한건지.. -.-

단발머리 2025-06-05 16:02   좋아요 0 | URL
저는 10년도 넘은 거 같아요. 애들 읽히려고 산 책이거든요. 아니면 2,000원 적립금 받으려고 원서 넣다가 샀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린터가 안 되고(이해 안 됨), 종이, 볼펜도 없는데(이게 가능?) 인터넷도 안 되었다고 그러대요.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나쁜 일 하다가 런~~ 이런 분위기 아닌가 싶습니다.

하이드 2025-06-05 0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저는 이 책을 달리기하며 오디오로 들었는데, 점진적으로 가슴이 찢어지고, 마지막에는 달리다가 에드워드를 외치며 오열했습니다.

단발머리 2025-06-05 16:03   좋아요 0 | URL
점진적으로 가슴이 찢어지고, 에서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달리다가 에드워드 외치며 오열~~ 에서 읽기로 결정했어요.
하이드님, 저 이 책 읽으려고요! 다 읽고 리뷰로 돌아올게요^^
 














나도 남편도 재수를 안 했다. 첫째는 고4 생활 후에 대학에 들어갔고, 둘째도 재수(생활) 중이다. 재수를 안 했으면 했는데, 하게 됐고, 하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성적에 미련을 가질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재수할 형편도 아니었다. 아이들 상황은 좀 다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지 않았던가. 넉넉한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더하고 싶다는데 할 수 없다 하는 건 또 아닌 것 같고. 내내 공부했는데 1년 더 공부하는 게 안쓰럽기는 하다. 그 고단함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나는 고 4이었던 적이 없는데. 그래도 밤낮으로 목청껏 부르는 노랫소리가 거실에서도 잘 들리는 걸 보면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닌가 싶기는 하다.











그 재수생이 『자유론』을 읽겠다 했다. 쉬는 시간에 한 번 읽어보겠다 하니, 자유론 부자인 남편이 책 세 권을 꺼내주었고, 둘째는 책세상 출판사의 책을 집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가 새로 나왔다. 한 챕터가 더해졌는데, 그 챕터가 <자유론>에 대한 글이다. 2009년에 나왔을 때 그러니까, 흰 바탕에 초록색 글씨의 『청춘의 독서』를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던가, 집에 책이 없다. 앗싸!하면서 개정판을 구입했다. 원래, 유시민 이야기 쓸 때는 유시민쌤과의 컷을 꼭 첨부하는데, 나의 역사 아시는 알라딘 이웃님들 모두 다 보셨을 사진이라 이번에는 간단히 패스한다.




아침에는 요플레를 먹었다. 좋아하는 친구의 식습관까지 따라 하고 있는데, 이참에 건강식에 익숙해지면 참 좋을 것을. 실상은 유통기한 지났다. 얼른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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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5-23 1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엄청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미 읽은 책이라 개정판은 관심 안뒀거든요. 그런데 한꼭지 추가.. 라고요? 허허 이것참.....

단발머리 2025-05-23 18:42   좋아요 0 | URL
허허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꼭지 추가라 새로 구입하기 좀 그렇기는 해요. 저는 집에 없어서 사는 겁니다. (단호)

독서괭 2025-05-23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론 부자인 남편ㅋㅋㅋㅋㅋ 전 <자기만의 방> 부자입니다 ㅋㅋ 아이가 읽고 싶다 하면 이중에 맘에 드는 걸로 골라! 하면서 세권을 척. 멋진데요 ㅋㅋ
저도 재수를 안 했는데, 남편은 해서, 재수 시절 얘기 나오면 표정이.. 힘들긴 힘든가 봅니다.. ㅠㅠ 단발님 둘째도 잘 버티기를 빌어요!

단발머리 2025-05-23 18:43   좋아요 1 | URL
<자기만의 방> 부자님~~~ 얼렁얼렁 아이가 자라서 ˝엄마, 혹시 ‘자기만의 방‘ 가지고 있어요?˝ 물어볼 날이 오기를....
천천히 오기를. 아이가 크면 우리는 늙는다는 비밀 아닌 비밀....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잘 버텨내고 계속 노래 부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4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거들떠 보지 않은 청춘의 독서가 한 챕터 추가된 책이었다니!^^
단발 님댁네 아이들은 책을 참 좋아하는 성인으로 잘 컸네요. 남편분도 자유론 부자라고 하셔서 부럽습니다 ㅋㅋ
요즘 아이들에게 재수는 공부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나마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재수도 일단 경험 해봐야 본인이 보람을 느끼든, 시간 낭비를 했다는 걸 느끼든 본인의 성찰하기 나름에 따라 행동이 또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울 큰 아들은 보람보다는 시간 허비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남는 게 있어 보입니다. 시간을 허비한 만큼 앞으로의 계획을 또 세우고 있긴 하더군요. 그래서 이것도 재수를 해봤기에 가능하구나! 이젠 시간 낭비 그만하려니? 기대 중입니다.
우리 집 둘째들은 한 녀석은 독서실 다니면서 재수 중인데…노래를 부르진 않는데 틈틈히 애니를 보면서 시간 관리?를 하고 있어요. 저게 진정 재수생의 생활인 건가? 아리쏭하지만 본인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하니 뭐! 밥 차려주는 저만 반찬 스트레스 받고 있는 중입니다.
막내 딸은 공부를 안 좋아해서 재수는 손사래를 치더라구요.ㅋㅋ
그래서 재수도 본인의 공부하겠다는 의지력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재수하는 아이들은 일단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마음입니다.
노래 부르는 막내 아드님 넘 귀엽네요.
울집은 재수 안 하는 딸이 노래를 늘상 부르는데 넘 시끄러워서 제가 노래 못부르게 하거든요.ㅋㅋㅋ

2025-05-25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5-27 08:59   좋아요 1 | URL
저도 재수라는 경험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의 한 부분이 될거라 생각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종일 책상에 붙어 앉아 공부하는게 쉽지 않잖아요. 책 펴놓고 툭하면 식탁에 고개 박고 있는 저에게는 특히 그것은 엄청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공부하는 둘째가 집에서 밥을 먹는가 봐요. 에구, 책나무님도 같이 재수하시는 거네요. 저는 점심, 저녁은 학원에서 먹어서 아침 한 끼만 차려주면 되는데, 그것도 맨날 메뉴 돌려막기를 하고 있거든요.

엄청 시끄럽기는 한데, 그래도 밤 아니면 노래하는 거 저는 그냥 둡니다. 저도 노래를 많이 부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ㅋㅋㅋㅋ 그거라도 맘 편히 해라~~ 그런 맘이거든요. 재수하는 귀여운 아가들, 화이팅입니다!!
 













나는 임신 26주째이다. (32쪽)

눈에 쏙 들어오는 문장이다.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의 임신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 책을 쓴 게 아니고, 아이를 양육하면서, 그 고통과 기쁨의 순간을 기록하며 쓴 게 아니다. 아기를 품고, 뱃속의 아기를 느끼며 이 글을 쓴다. 저자는 이 책을 그렇게 썼다.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 때문에 제일 먼저 떠오른 책은 로이스 로리의 『더 기버』, 『시녀 이야기』,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멋진 신세계』이다. 저자가 묻는다.

왜 사람들은 인공 자궁으로 인해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하는 페미니즘적 유토피아보다 권위주의적 디스토피아를 더 쉽게 상상할까? (29쪽)

왜 그럴까. 재생산권이 여성의 특권이 아닌 한계가 분명하다면, 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데 주저하게 되는 걸까.

페미니즘을 읽어가면서 아무래도 여성들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그동안 남성들의 책만을 읽어왔으니, 앞으로 계속 여성들의 책만을 읽는다 해도 5:5에 이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발판으로 한 남성 우위 문화의 본질을 꽤 뚫어본 여성들은 천재다. '천재적인'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천재다. 그중에서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을 나는 탑티어 중의 하나로 꼽는다. 1970년대에 파이어스톤은 이미 이렇게 썼다.











여성 억압의 핵심은 자녀 출산과 자녀 양육의 역할이다. (『성의 변증법』, 109쪽)

그렇다.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은 지극히 고단하고 괴로운 시간을 '약속'한다. 덜한 사람이 있고, 잘 참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은 여성의 생존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파이어스톤의 주장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에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카를 마르크스가 노동자의 해방에 경제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던 것과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여성 해방에 생물학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프롤레타리아가 경제적 계급 체계를 타파하기 위해서 생산수단을 장악해야 하는 것과 같이, 여성들은 성적 계급 체계를 타파하려면 재생산수단의 지배권을 장악해야 한다. 공산주의 혁명의 궁극적 목표가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 계급의 구분을 종식하는 것이듯이, 페미니즘 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양성적 사회에서 성의 구분을 종식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92쪽)

재생산수단의 지배권을 장악할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현대의 여성들이, 특별히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자궁의 '재생산'을 위한 접근을 자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생물학적 혁명에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생존과 번식의 명령, 자연의 지휘를 거부함으로써 그들은 페미니즘 혁명을 실천했고, 이를 통계로 입증해 보였다.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그들의 결정보다 오히려 더 미시적인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물학적 혁명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가능하다. 인공 자궁의 창조.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나는 아이를 둘 낳았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낳았는데, 둘 다 자연분만이었고, 한 아이는 4개월, 다른 아이는 15개월을 모유수유했다. 이제 둘 다 성인이 되었고, 나름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게 아이들은 '내 아가'이고, '내 새끼'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고단한 시간에 양가 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내가, 아이 키우는 고단함을 말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라리 엄마인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끌어안기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내 새끼였는데도 그랬다. 내 배 아파서 낳은 내 새끼가 나를 미치게 할 때, 혈연이라는 환상에 세뇌된, 새로운 가족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내가 아니었다면 그 폭풍의 밤을 어떻게 견뎌냈을 것인가.










『친밀한 착취』에서 알바 갓비는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감정노동과 돌봄 노동, 그리고 모성에 대한 요구를 해결할 방법으로 '가족 폐지'를 주장한다. 이는 이성애 이외 다른 사랑에 대한 고찰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자본에 대한 투쟁, 근본적으로는 '사유 재산 폐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역사적 사회주의 실험이 이미 실패한 상황에서, 인간 역사에 축적된 모순을 혁파할 새로운 모델이 가능한가. 혈연이 아닌 방식으로 맺어져 친밀한 관계로 이어지는, 백인 이성애 가정 모델이 아닌, '또 다른'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좀 멀게 느껴진다.

이 책의 초반부는 미숙아들의 생존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서 '인공 자궁'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엄마의 뱃속(자궁) 안에서 보호받던 미숙아들은 이른 출산으로 인해 죽음 이외의 다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는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미묘하게 줄다리기하던 과학자들에 의해 이제 초미숙아도 현대적 의료 시설과 전문가들의 보살핌에 의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언제부터이다. 과학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이것이 가능하다면 몇 주부터 인간은 '인공 자궁' 안에서 자랄 수 있게 될 것인가. 아예 임신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은 실험실에서 정교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수정란이 인공 자궁에서 40주를 자랄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임신하지 않고 아이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주위의 쌍둥이들은 많은 경우 시험관 아기들이다. 성별은 여성과 남성. 인간 삶을 결정하는 제일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인 성별은 수정란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선택'된다. 부모의 바람대로, 한 명의 여자아이와 한 명의 남자아이로. 난임 치료를 위해 시작된 이 여정이 어디로 갈지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를 보내지 마』 속 '헤일셤'이 이 지구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다 읽지 못한 나의 결론은 이렇다. 이러한 논의, 사회적 합의와 상관없이 인간은, 이 오만하고 겁대가리 없는 인간들은, 인간의 자궁이 아닌 실험실 비커 위에서 인간을 조합해 만들어내고, 인공 자궁에서 그 인간을 키워내면서 이 세계의 새로운 창조주가 될 것이다. 인간은 끝내 신이 되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폭주하는 과학자들과 돈밖에 모르는 자본가들은 끝내 인류를 그 길을 인도하고 말 것이다. 복제양 돌리가 가능하면, 복제돼지도 가능하고, 복제소도 가능하다. 설마 거기에서 인간을 빼놓을 것인가.

재생산 유토피아가 정말 유토피아일까. 상상력 없는 내게, 아직은 디스토피아다.


<멋진 신세계>는 어쩌면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체외발생기술이 가동되는 황량한 미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아기가 항아리에서 태어나, 사랑할 기회조차 모두 차단되고, 철저하게 세뇌된 국가의 신민으로 성장한다. 헉슬리Aldous Huxley의 세계에서 인공자궁은 인간의 최악 측면을 상징한다. - P19

그러나 마침내 인공자궁을 만들어낼 과학적 역량을 목전에 둔 지금, 문제는 더 이상 혁신이 가능한지가 아니라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지이다. - P21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방심하거나 진보의방향이 언제나 앞으로 향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냉혹하게 일깨워준다. 퇴행적인 정치인들은 신기술을 이용하여 인권을 침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도 재생산에관련된 자기 삶을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는세상 대신, 임신중지가 보편적으로 금지되고 사람들이 자기 의지에 반해 유전적 자녀를 임신하도록 강요받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할까? - P27

아무도 지금의 연구자들에게 당신들이 연구하는 기술이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주겠느냐 하고 묻지않는다. 왜 사람들은 인공자궁으로 인해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하는 페미니즘적 유토피아보다 권위주의적 디스토피아를 더 쉽게 상상할까? 헉슬리와 피어는 인공자궁의 미래에 대해 상반된 전망을 그렸지만,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상상은 각각 당대의 현실에 기초하고 있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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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5-23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각보다 이 책이 더 좋더라고요. 계속해서 저자가 질문을 던지는게 너무 좋고요, 우생학에 대해서도 지금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하여간 즐겁게 읽고 있어요. 사실 시작 전에는 과연 어떤 얘기를 할지, 그 얘기에 내가 동의나 공감을 못하는건 아닐지 좀 걱정했는데 독자로 하여금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 점이 매우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5-05-23 10:0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는 이 부분이 AI의 상용화 문제와도 접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깐,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앞에서 인간의 자리, 역할,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인간 배아 이야기 읽다가 뜬금없이 황우석 기사도 읽게되고요.
역시나 좋은 책, 열심히 읽어보자구요!

2025-05-23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3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5-05-23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키움의 고단함?? 얼마든지 말씀하셔도 됩니다 단발님!! 양가 지원을 받는다고 엄마가 고단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모유수유도 오래 하셨구먼요..
저 이제 임신중지 파트 들어가는데(가장 기대했던ㅎㅎ) 이 책 잘 읽히고, 흐름이 참 좋네요. 저자와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나하나 살펴보는 느낌이예요. 역시 책 고르는 다락방님 천재다.

2025-05-2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5-23 18:47   좋아요 1 | URL
이 책 참 좋죠~~ 저는 어떤 질문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집중해서 읽고 있어요.
독서괭님의 페이퍼도 기다리면서 말이지요.
다락방님 책선정은 그야말로 천상계의 레벨이죠~~ 그래서 자타공인 천재다!!

2025-05-23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5-23 19:16   좋아요 2 | URL
천재 다락방이 단발머리 님과 독서괭 님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5-23 19:22   좋아요 0 | URL
😘😍🥰🥳😎

책읽는나무 2025-05-25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마지막 꼭지만 남겨놓고 있어요.
읽으면서 저도 단발 님처럼 디스토피아적일 것이라 생각이 기울고 있긴 합니다.
완독하고 나서도 생각이 바뀔지 어떨지 일단 마저 읽어봐야겠죠.^^

단발머리 2025-05-27 09:00   좋아요 1 | URL
은메달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저도 뒤에 조금 남아있거든요. 얼른 달려가보렵니다!!
 














『처단』을 읽었다. 잭 리처는 항상 나의 여름템, 정확히는 휴가템인데 근자에는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고 있고, 올해도 어려울 듯해서 나 홀로 휴가다 생각하고 즐겁게 읽었다.

나는 잭 리처를 좋아하고, 꾸준히 리처를 읽고 있지만, 이번 책에서는 같이 일하는 여성과의 침대씬에서 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니깐, 같이 일하는 여성과의 썸씽이 싫었다는 게 아니라, 아니라! 이렇게 뭐든 쉬운가, 이 사람에게는 뭐가 이렇게 쉬운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얻게 되는 즐거움과 기쁨, 특히 그게 인간관계에 대한 것일 때, 그게 좀 부럽기는 했다. 흔히, 인복이라고 하는, 그런 면에 대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호감형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아니면 질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나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리처가 가진 매력.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시장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리처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것이고. 페이지 터너, 그 과열된 세계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폭력적이지 않고, 외설적이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힘과 주인공의 매력만으로 독자를 끌어모으는 그 힘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독자를 끌어모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하냐면, 바다 건너에 사는 내가 리처 책을 거의 다 읽었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바다를 건너와 번역된 책을 읽는 마음. 리처를 사랑하는 마음.

『바닷가의 루시』에서는 이런 에피가 나온다. (나는 『바닷가의 루시』를 반복해서 읽고 있어서, 모든 이야기는 루시를 거쳐 루시를 통해 루시에게로 간다.)

코비드를 피해 루시와 윌리엄은 바닷가의 외딴 마을로 이주하게 된다. 메인 주가 어딘지 몰라 미국 지도를 찾아보니, 미국의 북동부에 있는 주여서 뉴욕보다 북쪽이다. 당연하다. 소설에도 나온다. 짐 챙기던 루시에게 윌리엄이 여권도 챙기라고, 여차하면 캐나다로 갈 거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겨울 코트를 챙겨온 윌리엄을 보고 놀란 루시에게 윌리엄이 여기가 더 북쪽이고, 그래서 여긴 추워,라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뉴욕 사람들은 잘난척하는 '서울깍쟁이' 느낌인데, 뉴욕에 살던 루시와 윌리엄이 그 동네에서 살게 되니, 코비드 때문에 예민해진 사람들은 뉴요커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윌리엄을 따라 마트에 갔다가, '니네들 다 뉴욕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여자 때문에 루시가 곤란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 사귄 친구 밥이 메인주 번호판을 구해온다. 뉴욕 자동차 번호판 때문에 벌어진 일을 메인주 번호판을 달아서 해결하는 슬기로움. 외부로 나갈 일이 있을 때는 다시 뉴욕 번호판을 장착하고 길을 나서기도 한다.

잭 리처를 읽으면서도 루시를 놓지 못 했던 건 바로 이 장면 때문이다.

나는 곧장 따라 나가서 집 모퉁이에 서서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두 번째 차고로 들어갔다. 5분 뒤 검은색 링컨을 후진으로 빼서 몰고 나갔다. 번호판을 바꿨다. 한밤중에 봤을 때는 여섯 자리의 메인 주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일곱 자리의 뉴욕 주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234쪽)

필요에 따라 메인 주와 뉴욕주 번호판 바꿔 달기. 정말 특이한 설정 아닌가. 내가 읽는 책, 내가 읽는 우주에서는 이 특별한 장치가 반복된다. 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한다.

이쯤 해서 확인해 보는 잭 리처 랭킹. 아, 원래부터 알고 있기는 했지만서도, 나는 신상 좋아하는 사람이다. 최근에 읽은 잭 리처가 예전에 읽은 잭 리처를 이겼다. 그래서 최고의 잭 리처는 『처단』, 두둥!

처단 - 인계철선 - 출입통제구역 - 악의 사슬 - 사라진 내일 - 1030 - (잭 리처) 어페어 - 10호실 - 잭리처의 하드웨이 - 웨스트포인트 2005 - 61시간 - 네버 고 백 - 퍼스널

잭 리처 원서도 여러 권 있는데,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달력 뒤로 책 숨기고 못 찾는 스타일). 완독한 책은 <Worth dying for> (<악의 사슬>) 한 권뿐이다. 그래도 이 책은 놓칠 수가 없어서, 다시 한번 외쳐본다.

"어머, 이건 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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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5-20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팬클럽 회장님은 누구실까? 싶었더니 단발 님이셨나요?ㅋㅋㅋ
엄청 많이 읽으셨군요?
잭 리처 한 권만 읽은 저로선 말문이 턱!
잭 리처 벽돌책들이 많아 늘 초반에서 무너지게 되던데 알라딘 팬클럽 회원님들 읽었어요! 하고 쏙쏙 올라오는 페이퍼 보면서 늘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의 루시를 너무나 사랑하는 단발 님! 책은 저렇게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늘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제인 에어와 루시 둘 중 누굴 더 사랑하시나요?

단발머리 2025-05-20 20:38   좋아요 2 | URL
제인 에어요 ㅋㅋㅋ😍 1초만에 대답했어요. 루시도 좋아합니다. 근데 제인이 더 강단 있어서요. 제인이 쪼금 더 좋아요.

물론 리처도 좋아합니다. 리처는 많이 먹고 힘이 쎄고 나쁜 놈들을 혼내줍니다.
그리고, 책나무님을 좋아합니다! 이 세상 제일 다정하신 분~~🥰

책읽는나무 2025-05-20 20:59   좋아요 1 | URL
제인 에어 > 루시 > 잭 리처.
(제인 에어는 몇 번이나 읽으신 건가요?)
그리고 저도? 아. 영광이네요.ㅋㅋㅋ
근데 제가 단발 님이 생각하시는만큼 막 다정한 사람이 아닌데 매번 정정해 드려도 믿질 않으시니…이것 참!
그래서 다정한 사람으로 스르륵 그냥 묻어가곤 있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습니다.ㅋㅋㅋ
식구들한테 나 다정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자랑하면 누가 그런 소릴 하더냐고…ㅜ.ㅜ
암튼 이젠 다정한 사람으로 오해 안하시길 바랍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5-05-20 21:16   좋아요 1 | URL
제인 에어, 아주 여러번 읽었지요. 아주 여러 번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전체적으로 읽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부분만 반복해서 읽어서요. 여러 번에서 몇 번 빼야합니다.
다정하지 않다고 이야기하시는 책나무님의 댓글에도 다정함이 엄청 묻어있습니다. 제게 <출입통제구역> 선물해주셨잖아요.
잭 리처 랭킹 매기기에도 큰 도움 주셨습니다.
제가 난중에 식구들 한 번 만나뵐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5-20 22:01   좋아요 0 | URL
출입통제구역을 제가?
아…그랬군요. 다정도 하여라?!
저는 요즘 돌아서면 기억이 나질 않아서리…언제? 이러고 있네요.😹
단발 님은 평소 기억력이 너무 좋으셔서 책의 좋아하는 문단들을 통째로 외우고 계실 듯한 생각도 듭니다.
암튼 제 식구들에게 아주 다정하시고 기억력도 좋으시고 색종이 러브레터 받으신 단발 님을 조목조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분께 인정받으면 다 끝난 거라구요.
덕분에 좋은 꿈 꿀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5-05-20 22:34   좋아요 1 | URL
이 정도면 제가 감사패 하나 제작해야 될까봐요~~

˝책나무님의 다정한 마음과 친절한 댓글은 알라딘 이웃님들에게 큰 기쁨과 즐거움이 되시기에
알라딘 모든 이웃님들을 대신해 이 감사패를 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1 07:30   좋아요 1 | URL
(두리번 두리번)
아무도 안 볼때 이 감사패를 잘 들고 가겠습니다. 감사해요.
식구들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다 이 감사패를 잘 모셔두겠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며 잘 주입시키겠습니다.ㅋㅋㅋ
이제부터 이 감사패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다정한 사람으로 거듭나 보겠습니다.^^

주말부터 이곳은 넘 더워져 깜놀하고 있어요.
오늘도 좀 덥겠어요.
여름이 시작되는 건가? 싶군요.
암튼 좋은 날들 많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잭 리처와 루시와 함께요.^^

하이드 2025-05-20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5 펭귄 커버 디자인 1위가 무려 잭 리처라서 넘 사고 싶은데, 못 찾고 있어요. ㅎㅎ
잭 리처는 오픈하우스에서 나오는 버티고 시리즈도 디자인 깔끔하고 좋고요.

단발머리 2025-05-20 21:18   좋아요 0 | URL
앜ㅋㅋㅋㅋ 그렇군요. 저도 그 표지 한 번 보고 싶네요. 찾게 되시면 페이퍼 좀~~ 부탁드려요. 버티고 시리즈 너무 깔끔하고 좋아요. 책도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구요. <1030>은 <코드 1030>으로 이름 바꾸기도 했더라구요.

리처에 진지하신 하이드님이랑 리처 이야기 너무 잼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25-05-20 21:59   좋아요 0 | URL
다시 보니 파는거 아니라 디자인만 해보는 어워드였나봐요. 리 차일드만 보고 혹했네요ㅎㅎㅎ
리 차일드 원서 표지는 평범 스릴러 표지라서 원서 표지 시리즈로 예쁘게 나오면 다 장만하고 싶을 것 같아요. 저도 중고로만 보일 때만 몇 권 사서 판형도 다 제각각

https://www.penguin.co.uk/about/work-with-us/cover-design-award/cover-design-award-2025-shortlist

단발머리 2025-05-20 22:4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사이즈도 제각각인데(사이즈에 집착하는 편) 페이퍼백은 이제 잘 안 보여서요 ㅠㅠㅠㅠㅠㅠ
작은 판형은 안 사게 되요. 표지 중요한데, 표지보다 사이즈...

지금 보고 왔는데, 저 표지로는 1개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펭귄 홈피 아주 괜찮은대요^^

다락방 2025-05-21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처단 처음 조금 읽다가 말았네요. 음.. 원서도 살까요? 저 아직 원서 안샀는데.. 그런데 있는 원서도 안읽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려두신 처단 원서 말이지요. 뭔가 갖고 싶게 생겼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책에서는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는데 드라마에서 잭 리처 섹스신 나올 때마다 영 성가셔요. 왜 싫죠? ㅋㅋㅋㅋㅋ ‘굳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러다보니 섹스를 가급적 하지 말라고 했던 어제 갔던 한의사 선생님 말씀 생각나네요. 저한테는 섹스를 안하는게 좋다고.. 이건 조만간 풀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잭 리처 얘기하다 갑자기 나의 섹스로 가는 의식의 흐름 무엇??

단발머리 2025-05-22 08:11   좋아요 0 | URL
저도 있는 원서 안 읽는거 워낙 많아서 어쩔까 싶은데.... 한글판 읽을 때는, 아!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이런 느낌으로 구매를 ㅋㅋㅋㅋㅋㅋㅋ미리 말씀드리자면, 저 책은 사려구요. 내 맘에 쏘옥!

어느 한의원에 다니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분 주장의 근거에 대해 알고 싶네요, 진지하게... 허영만의 동의보감에도 밤의 음주와 섹스가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거 같아요. 그래서 왕들 중에 장수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가능한 빨리 ㅋㅋㅋㅋㅋㅋㅋㅋ 풀어주세요!

다락방 2025-05-22 11:18   좋아요 1 | URL
페이퍼 썼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05-22 11:31   좋아요 1 | URL
잭 리처 - 원서 구입 - 섹스신 - 한의사쌤 - 동의보감 - 섹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대요.

다락방 2025-05-23 08:21   좋아요 1 | URL
저 어제 회식 끝나고 집에 와서 처단 원서.. 구매했습니다. 땡투 받으세요, 단발머리 님 ㅋㅋㅋㅋㅋ 저는 땡투로 단발머리 님을 먹여살릴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5-23 10:37   좋아요 0 | URL
먹여살리는 것으로 부족해요! 부자 되게 땡투해 주세요! 촤라락~~~

독서괭 2025-05-23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처단>이 손에 들어와서 신납니다! 재미나게 읽을 만한 책이 딱히 없다 싶었는데 넘 좋아요. 크흣
번호판을 저렇게 바꿔달기도 했었군요.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처벌받을 텐데..? 저기도 처벌을 무릅쓰고 한거겠죠? ㅠㅠ

단발머리 2025-05-23 18:50   좋아요 2 | URL
리처의 매력에 빠지시면 답이 없습니다. 저, 한 권 빼고 다 읽은 거 같더라구요. 다시 읽을 용의도 있습니다. 다른 세계로 마음껏 빠져들고 싶을 때, 듬직한 남자와의 동행이 필요할 때, 바로 그럴 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나라는 워낙 넓어서 말이지요. 조사하고 검색하고 이런게 좀 허술해 보여요. 물론, 앞으로는 좀 바뀔 거 같기는 하고요.

달자 2025-05-25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잭 리처 책 한 권도 안 읽었는데 처음 시작하려면 무슨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 추천부탁..

단발머리 2025-05-26 13:06   좋아요 1 | URL
이 리처 시리즈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별한 순서는 없는거 같아요. 그래도 리처에 대한 정보가 많은 책이 시작책으로 좋으실텐데.... 제 기억엔 그 책이 <코드 1030> 같습니다. 영화랑 같이 보셔도 좋으니 <잭리처의 하드웨이>도 괜찮고요. 최근작품을 선호하신다면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렇습니다. <처단>, <출입통제구역>, <인계철선> 추천합니다. 최근에 드라마로 제작된 책은 위의 저 책 <처단>입니다. 좋은 독서의 시간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