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에 관한 syo님의 페이퍼를 읽었을 때(syo~ 안녕하세요^^), 나는 마침 김경욱의 개와 늑대의 시간을 읽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김영하, 김영하 할 때, 김경욱이 좋았다는,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는 syo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작품을 읽을 때,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한 목소리로 김영하, 김영하 해버리면, 나는 김경욱이 좋던데,라고 말하는게 쉽지 않다.

나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책들을 괜찮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괜찮다,고 말할 만한 책이 아니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책을 대하는 나름의 자세다. 불평과 불만에 가득찬 소리를 한가득 쏟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마음에 안 든다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면, 아무 말 없이 그냥 패쓰. 패쓰해 버린다. 밀려드는 책홍수 속에서, 진주같은 작가의 보석 같은 작품을 찾아낼 만한 감식안이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만한 안목을 가질 수 있을만큼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니까. 그냥 그려려니 한다. 평가보다는 감상이 내게는 맞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2016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베를린 필을 대출했을 때, 역대 수상작가의 최근작이라고 소개된 김경욱의 천국의 문을 읽었다. 가족을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는 점, 병자를 돌보는 사람의 암울한 마음이 적나라하게 엿보인다는 점에서 김훈님의 화장이 자꾸 떠올랐다. 그렇게 머릿 속에 김경욱을 넣고 보니, 도서관 신착도서칸의 개와 늑대의 시간이 보였던 거다.

김경욱의 장편 중에서는 이 책이 처음이다. 작가 소개를 읽는데, 첫 줄이 이랬다.

김경욱은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이라면, .... 지금이 2016년이니까. 등단한지 20년이 넘었다. 언제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날개 속 작가는 무척이나 젊게 아니, 앳되보이기까지 하는데. 벌써 20. 20년이 넘게 계속해서 쓴다는 것. 작가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그 무게가 느껴져 작가소개를 한 번 더 읽었다. 그러고는, 김경욱의 손을 잡고(손을 잡고^^), 김경욱이 소개하는 세계로 입장한다.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는 이런 세계다. 열대아를 이기게 하는 이런 세계는 논리의 세계이고 깨알 웃음의 세계이다. 한 마디로 웃기는 세계.

 

말단 순경이라꼬 무시하는 깁니까? 이래 봬도 각하를 경호하던 몸입니더.”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황이 소리쳤다.

논점과 무관한 논거였다. 그래도 손미자는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 잘났는데 와 이 촌구석까지 왔노?”

백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논점 일탈 논거를 이용한 되치기.

저를 만나러 온 거죠. 손미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잘난 돌이 정 맞는다꼬, 너무 잘나가 물먹은 깁니다.” 그릇된 논거,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기합리화.

희한한 말 다 듣네. 잘났는데 와 물을 먹노?” 타당한 질문.

이순신 장군도 모함을 받아가 감옥에 안 갔습니까?” 논점과 한참 무관한 논거.

충무공께서는 감옥에서 나와가 나라를 구하셨다.” 논점과 한참 무관한 논거와도 한참 무관한 반박. 백부는 이렇게 반박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의 억울한 옥살이와 이 동거가 무슨 상관이냐? (개와 늑대의 시간, 132)

 

한국 소설 혹은 국내 소설. 어느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이 아니다. 아주 유명한 작가들, 혹은 최근에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이름만 아는 정도다. 근래에는 어떤 서점이든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도배되어 있던데, 올 봄 나름 일찌감치 그 책을 읽게 된 것도 찾아서 읽었던 게 아니라,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시는 님이 빌려주셔서, 빌려주셨기 때문에 읽게 된 경우다. 당연히 요즘 한국 소설의 경향이나 흐름 같은 것도 모른다. 표절이 나쁘다는 것만 알고, 문단권력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알지,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균보다 못한 보통의 독자다.

 

창백한 말

 

 

 

 

 

 

 

 

 

그런 보통의 독자인 내가, 외모에 반해, 표지에 혹해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읽었다. 신선했다. 물론 읽는 중간 중간, 브로드스키, 아흐마토바, 보리스 사빈코프등을 찾아봐야 했지만, 무식한 스스로를 탓하며 검색하고 위키피디아를 읽는 시간도 나름 즐거웠다. 봄에 시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을 이런 상황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그 시를, 참 좋게 읽었어요.

그러니까, 응용해보자면 나는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참 좋게 읽었다. 후장 사실주의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그에 해당하는 글도 앞만 대충 읽었지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지만. 나 혼자, 아무런 배경이나 설명, 이해 없이 그냥 이 단편을 읽었을 때, 나는 그냥 좋았다. 좋게 읽었다. 설명하기 어렵고, 설명할 수도 없지만.

 

장의 사보타주가 성공적이었던 것 같진 않다. 그는 틈만 나면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뭐 하나 번듯하게 해내는 게 없었다. 어느 날은 시를 썼고, 어느 날은 소설을 썼으며, 어느 날은 영화를 찍었다. 카페에서 보자고 해서 갔더니 커피 네 잔을 마시고 식사 대용으로 브라우니와 크루아상까지 먹어치운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계산은 내가 했다. 나는 운이 좋게 취직을 했고, 돈도 꽤나 벌었다. 시는 읽지 않은 지 오래였고, 영화는 멀티플레스에서만 봤으며, 소설은 읽을 시간이 없었다. (창백한 말, 32)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를 다음으로 읽어볼 생각이고, 등단 20년이 넘는 김경욱 작가의 책도 몇 권 골라본다. 제목에 대한 선호도로 다음 소설을 선택하는 이 독특하면서도 특별할 것 없는 소설 선택법에 근거하여, 다음 소설은...... 

 

 

위험한 독서, 동화처럼, 소년은 늙지 않는다

 

 

 

 

 

 

 

 

 

장국영이 죽었다고?, 야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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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7-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은 죄가 많은가봐요.....ㅎ

단발머리 2016-07-26 10:33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아니예요. <너무 한낮의 연애>에 관한 페이퍼였죠? 즐겁게 잘 읽었어요. syo님 페이퍼 읽고 났더니 한국 소설이 막 읽고싶더라구요~~~*^^*

syo 2016-07-26 11:39   좋아요 0 | URL
그 글로 <너무 한낮의 연애> 마니아가 되고 말았어요. 그 글은 <너무 한낮의 연애>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그저 한 김경욱성애자의 커밍아웃 글일 뿐인데 말이죠. 뻘쭘합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6-08-01 09:31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고 싶기는 한대, 김경욱 소설을 한 권 더 읽고 싶기도 하구요.
저는 책을, 특히 한국 소설을 안 읽고 너무 오래 살아왔네요..
김경욱을 이번에 읽었습니다. 등단 20년이 넘었는대요 ㅠㅠ

다락방 2016-07-26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구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별로 기억에 남아있는 게 없어요. 저는 김영하도, 김경욱도 안좋아하고요-syo님의 그 글을 저도 읽었습니다-, 이승우를 좋아합니다! 하하하하하.

(은근히 고백 놓고 사라지기.. )

단발머리 2016-07-26 11:04   좋아요 1 | URL
아하하... 그럼 저는 <야구란 무엇인가>는 패쓰하기로 하구요. 저는 김영하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김경욱을 좋아하게 됐지요~~
<개와 늑대의 시간>은 30여 년 전 `남한`의 벽촌에서 하룻밤새 동네 사람 쉰여섯을 총으로 쏴 죽인 순경이야기가 모티브예요. 사연사연이 모두 절절하고 재미가 넘쳐나요^^

물론, 아무렴, 이승우도 좋지요~~
좋아하는 남자만 수두룩!!!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7-26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경욱 동화처럼을 인상깊게 읽었어요~ 그후론 안 봤는데.. 오늘 개와 늑대의 시간을 빌려왔지요~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가질수 있을까 싶어서요 ㅎㅎ
저는 김경욱도 김영하도 안 좋아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08-01 09:33   좋아요 1 | URL
그 후로는 안 보신 이후가 별로여서인가요? ㅋㅋ
저는 <동화처럼>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요즘같은 폭염에 <개와 늑대의 시간>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김영하와 김경욱을 좋아합니다.
김경욱과 좋은 시간 되시기를요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8-01 09:58   좋아요 1 | URL
개와 늑대의 시간.. 도서관에서 빌려 놓고.. 두고만 있는데.. 봐야겠군요 ㅎㅎ

그 후 안본건 별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잊혀진듯해요~ 그러다가 가끔 동화처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환되고 ㅎㅎ

2016-07-27 0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건 위험한거라고 했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전 김경욱도 김영하도 안읽었어요. 이승우만 읽었는데 까마득한 옛얘기네요^^정지돈은 가장 최근에 읽었네요.ㅎㅎ
인사는 담주에 나누려고 그냥 나왔어요(라고하면뻔뻔한거짓말이되려나요ㅋ)암튼 담주에 뵈어요(라고 우기기)♡

단발머리 2016-08-01 09:35   좋아요 1 | URL
네... 좋은 건 위험하죠. 제가 좋아하는 게 위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
저도 이승우님 좋아해요. 작품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좋아합니다. ㅎㅎ

쑥님의 따님을 붙잡고 꿈섬님이랑 제가 그랬죠.
설마... 엄마가.... 그대를 두고????
내일 뵈요. 만세만세만만세!!!
 

 

 

 

 

 

 

 

 

기쁜 일이 있을 때 저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기쁠 때는 다른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느라 아예 책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러나 슬플 때, 분할 때, 억울할 때,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는 책을 펼칩니다. 그런 감정을 대면하는 방법, 그것과 공존하는 방법, 그 무게를 견디는 방법을 책에서 찾습니다. (168)

 

    

 

 

 

 

 

 

 

 

 

 

 

 

 

 

 

 

 

 

 

 

 

 

 

 

 

남편의 책장에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꺼내 읽을 무렵, 유시민님은 정치인이었다. 스스로 밝히셨든 한참 시끄럽게 정치를 하던 중이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 가르쳐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 역사와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해준다. 아주 유익하고 아주 재미있다. 유시민님의 전공인 경제학을 다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카페라는 단어에 혹해서 읽어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워서 패쓰. 국가란 무엇인가는 제목이 무거워서 패쓰. 제일 편하게 읽은 책은 청춘의 독서. 울면서 읽은 책은 노무현 대통령님의 자서전 운명이다. 정치를 떠나겠다는 님을, 잡고 싶은 님을 보낼 수 밖에 없도록 날 설득했던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개인과 국가 역사의 놀라운 하모니를 발견하게 했던 책은 나의 한국현대사. 물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도 읽었다.

 

표현의 기술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부쩍 중요성이 강조되는 표현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현의 대상에 대한 논의가 하나의 축이고, 표현의 기술에 대한 것이 또 하나의 축이다.

안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제 대답은 내버려 두라는 겁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난하는 가족과 친지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볼까요? 다른 사람이 여러분의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 경우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아마 좋지 않을 겁니다. 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도 바꾸기 싫은데 남들이라고 바꾸고 싶겠습니까? ..... 우리 뇌에 폐쇄적 자기 강화 메커니즘이 있다는 말, 혹시 들어 보셨나요? 그런 것이 정말로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믿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 다른 이론, 다른 해석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이나 글로 남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죠. 사람은 스스로 바꾸고 싶을 때만 생각을 바꿉니다. ... 그러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요? 대화하는 것뿐입니다. 강요하지 말고, 바꾸려 하지 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그 사람의 견해는 그것대로 존중하면서 그와는 다른 견해를 말과 글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95)

 

여러 분야에 적응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한 가지 항목이 떠오른다. 강요하지 말고, 바꾸려 하지 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그 사람의 견해를 그대로 존중하기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두라를 실천하기로 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글을 잘 쓰려면 문장 쓰는 기술, 글로 표현할 정보, 지식, 논리, 생각, 감정 등의 내용, 그리고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글 쓰는 기술은 외모입니다. 롱다리, 브이라인, 에스라인, 빨래판 복근 같은 것이죠. 내용은 사람이 가진 것이에요. 체력, , 재능, 지식입니다. 감정 이입 능력은 성격, 마음씨,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은 흔히 외모를 부러워하고 돈과 지식을 선망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성격과 마음씨와 인생관입니다. ...

글쓰기도 인생과 같습니다.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231)

 

글쓰기의 기술, 베스트셀러, 표절, 비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은 이 문장이 아닐까 한다. 기술보다는 표현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공감을 얻는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 그건 글쓰는 사람의 마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그런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 또한 공감했다.

 

정훈이 만화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유시민님이 직접 밝히셨듯이 정훈이의 만화는 글을 꾸미는 삽화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 특히 11장 나는 어쩌다가 만화가가 되었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한 권의 책이다. 그의 실패에서 위로받았다고 할 때, 나는 타인의 고통에서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니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그의 실패에서 위로받았다. 거듭된 실패에도 상상하며 꿈꾸며 자신의 일을 찾은 정훈씨가 무척이나 부럽고 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 사이에서의 고민, 재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 또한 좋은 생각거리가 되어주었다.

  

그나저나, 두 분을 만나게 되면 사인을 받고 싶은데, 그게 또 걱정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책을 내밀며) 000이예요.

? 친구분 이름이 000인가요?

아니요. 제가 000이예요.

, 본명이세요?

, 본명이예요. 제가 000이예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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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7-2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찍 오오❤️

단발머리 2016-07-23 00:12   좋아요 1 | URL
아무렴요~~~ 일찍 가서 수다 한 판 하고!!!
맨 앞자리에 앉/으/리/ 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6-07-23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7-23 00:20   좋아요 1 | URL
으엥? **님도 그날 오시는 거예요?@@

진짜 진짜 진짜??
어머, 어쩜 좋아~~~
급 떨리는 이 마음^^ 어쩔까나...

2016-07-23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3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을 산 이유는 게으를 권리라는 글을 읽기 위해서였는데, 목차를 보고는 여성문제를 먼저 읽었다. 마르크스주의자가 보는 여성주의에 대해서. 그 이해와 선견지명. 그리고 현재까지 계속되는 불평등과 거짓말에 대해 생각한다.

 

 

 

맘껏 게을러지려 하다가 급부지런해지는 어떤 아침.

 

    

 

 

철학자와 도덕가들은 신성한 가정의 이익을 들이대면 여성운동을 막을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단순했다. 그들은 여성이 셔츠에 단추를 달고 헤진 양말을 꿰매는 등의 가사노동에 전념하지 않으면 신성한 가족의 이익이 보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의무는 이렇듯 눈에 잘 띄지 않고 보상도 없는 노동에 몸을 바침으로써 남성이 명민하고 우월한 능력을 충분히 발취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그런데 반항적인 여성들에게 가정숭배를 가르치려고 했던 철학자들은 같은 입으로 여성들에게 벽난로와 아이의 요람 곁을 떠나 공장에서 노동을 하도록 강요했고, 노동계급의 가정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산업을 찬양했다.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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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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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 , , 보다, 바로 이전 저서인 어제까지의 세계보다 더 나은 점을 딱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쉬운 내용과 짧은 분량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200쪽이 조금 넘은 분량에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편안하게 기술되어 있다. 물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책의 문제의식이나 그에 대한 해답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관심 가는 몇 개의 챕터에 대해서만, 중학교 중간고사 사회 시험 준비하는 심정으로 대강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부유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게 하고,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가 되게 하는 두 가지 요인은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이다(25). 지리적 요인에 대해 살펴보자면, 적도에 가까울수록 토양의 비옥토가 낮은 박토이며, 유기물이 많아 농업 생산성이 매우 낮다. 공중 보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열대 지방에는 병원균이 많아 병에 걸리기가 쉽고, 또 열대성 질병 대부분이 재발성 질병이기 때문에 높은 사망률과 이환율(일정기간 내에서 이환자수의 특정인구에 대한 비율, 이병률 혹은 발병률이라고도 한다)을 보인다(31). 가난을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지리적 요인은 육지에 둘러싸인 입지 조건이며(37), 마지막 지리적 이유는 천연 자원의 저주라는 패러독스이다(38).

 

2. 제도적 요인이 국가의 빈부에 미치는 영향

살기 좋은 사회란 좋은 제도를 가진 사회를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역사학과 고고학 등 사회과학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복잡한 제도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정주사회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편 정주사회는 농업의 출현으로 잉여 식량을 생산해 저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제도의 최종적인 궁극인은 농업이며, 다음의 궁극인으로는 저장할 수 있는 잉여식량을 확보하며 인구밀도가 높아진 정주사회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63)

 

길들일 수 있는 야생식물, 야생동물이 집중된 지역 농업 발달 잉여 식량 발생, 높은 인구 밀도, 정주사회 왕족, 관료집단, 상인, 발명가등의 특수 계급 탄생 군장사회, 국가(중앙정부)

 

3. 중국은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가?

중국이 이런 선두적 위치를 상실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중국인이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가 세계를 정복하지 않고, 유럽인이 먼저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 세계를 정복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

물론 그 이유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여러 이론이 있기는 합니다. 내 생각에는 이른바 보물함대’ (treasure fleet)라 불리는 중국의 탐험대에 닥친 사건이 이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인 듯합니다. (93)

통일된 제국의 단 한 명의 황제가 해외 원정에 필요한 결정을 독점한 중국과 달리, 여러 정치적 단위로 쪼개져 있던 유럽에서는 해양 원정대의 파견을 지시할 수 있는 황제, 왕과 대공 같은 명령권자가 다수였다.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통일을 이룬 중국과 달리, 역시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통일 상태를 이루지 못한 유럽에서는 수십 개의 나라로 분할된 까닭에 수많은 군주가 수많은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단 한 명의 결정으로 이미 선두의 위치를 점하고 있던 중국의 해양 원정은 중단되었고,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포로 콜롬보는 이탈리아의 군주와 프랑스 공작, 포르투갈 왕, 스페인 백작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1세 부부를 설득한 끝에 범선을 지원받고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94).

 

6.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에서는 이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인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올리브유와 생선과 채소가 주원료인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식단은 인류의 전통적인 식단과 무척 유사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입니다.(177)

우리나라 전통식도 인류의 전통 식단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면서...

건강을 원한다면, 이탈리아식으로! 건강을 원한다면, 한식으로!

 

7.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에서는 이미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심각한 기후변화를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 활동을 줄이면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간 활동을 줄이자는 것은 화석연료를 덜 태우고, 핵에너지(여기에서, 조금 엥?했는데, 일단은 넘어간다)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자는 뜻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만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쌍무협정을 맺어도 현재 배출량의 41퍼센트를 줄일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과 인도와 일본이 다자간협정을 맺으면 현재 배출량의 60퍼센트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주된 장애물은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190).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나는 이 문장을 꼽는다.

당신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미국인과 한국인은 언제 어디에서나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아이티나 르완다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이티인과 르완다인, 그 밖에도 수많은 국민이 한국인과 미국인만큼 똑똑하고 똑같은 정도로 열심히 일하지만 넉넉한 보수를 받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가용이나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고, 일터까지 걸어갑니다. 또한 자기가 직접 지은 주택이나 오두막에서 생활하며, 자신이 먹을 식량을 직접 재배합니다. 옷도 직접 지어 입거나, 아예 입고 지내지 않습니다. 건강관리와 치아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텔레비전과 영화 같은 대중오락물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22)

 

나는 1970년대, 서울에서, 여자로 태어났다.

11녀의 장녀이고, 지금은 11남의 엄마다. 책을 좋아한다. 책읽기를 좋아한다. 커피를 좋아하고, 하이힐을 좋아한다. 짧은 치마를 즐겨 입고, 롱원피스를 자주 입는다. 백화점을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하면서도, 가능하면 시장 골목 할머니의 물건을 사려고 자꾸 들여다본다.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불균형이 어떤 방식으로 해소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으로 인한, 교육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교복을 입고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세월호 생각에 고개를 숙인다.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의식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분단 조국에서 태어나, 끈질기고 오래된 전쟁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밤에도 낮처럼 밝다는 강남 한복판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살인이 발생하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그 사건은 여혐에 근거해 일어난 일이다라고 주장해도 살해의 위협은 느끼지 않을 정도의 사회에서 산다.

이러한 생각과 판단조차도, 정확히는 이러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조차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내가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건 그 책이 거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도서를 찾아 읽을 수 있는 시대, 환경, 조건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늦게 태어났고, 그리고 여러 가지 혜택을 무료로, 무상으로 누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자랑할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의 내 삶은 그러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 때문에 부끄럽다. 내가 받은 축복과 행운에 걸맞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을 때 말이다. 지금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 나는 항상 할 말을 찾지 못한다.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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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6-07-1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로 엊그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단발머리님이 워낙 잘 정리해주셔서 안써도 될 것 같네요. ㅎㅎ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6-07-13 15:37   좋아요 0 | URL
두서없이 부족한 글인데 잘 정리했다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덥네요~
무덥지만 즐거운 오후 되시길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꿈꾸는섬 2016-07-19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좋아하고 하이힐을 좋아하고 짧은 치마와 롱원피스를 즐겨 입는 단발머리님~^^ 진보적이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의 삶을 반추할 줄 아는 멋진 여자사람이란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겸손까지 한 아름다운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6-07-20 14:36   좋아요 0 | URL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삶을 반추할 줄 아는 멋진 여자사람이 되는게 제 꿈 중의 하나이기는 합니다. 겸손과 겸양도요...
아름다운,은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롱원피스는 포기하지 않을테야요~~~~ ㅎㅎㅎ
 

 

 

 

 

 

 

 

 

 

EBS 교육대기획 초대형 교육 프로젝트 학교란 무엇인가는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 칭찬 속의 진실게임 2. 아이의 생각을 여는 책 읽기의 힘 3. 배움의 역주행, 사교육을 파헤치다 4. 0.1% 영재들의 새로운 발견 5.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 이 중에서 제일 관심이 가는 건, 아무래도 책 읽기에 관한 챕터다.

책 읽는 뇌,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책으로 가는 문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 터프츠 대학의 엘리엇-피어슨 아동발달학과 교수이다. 오랫동안 인지신경과학과 아동발달을 연구해온 학자이며,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녀의 주장, ‘인간이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독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 인류가 독서를 발명해 낸 것은 불과 수천 년 전이다. 인간은 이 발명품을 통해 뇌 조직을 재편성했고 그렇게 재편성된 뇌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그것이 결국 인지 발달을 바꾸어 놓았다. 독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며 역사의 기록은 그 발명의 결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책 읽는 뇌, 15)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은 교육에 완전 무관심한 나 같은 게으른 엄마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책읽기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독서에 상을 내리지 않는다, 읽은 책에 대해 말하기 싫어할 때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방금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혼내지 않는다,는 철저하게는 아니더라도 내가 따르려고 하는 몇 안 되는 독서 원칙들이다. 그 중에서 제일 강조되는 실천법은 제목 그대로다. 하루 15분씩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이건 돈이 많이 드는 방법도, 많은 노력이나 기술,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아이와 함께 앉아서, 책을 읽어준다. 소리 내어 읽어준다. 물론, 잠이 온다. 잠은 정확히 12분에 출몰한다. 15분 책 읽어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15분 책읽어주기가 주는 정서적 위안과 학습적 효과에 대해 듣게 된다면, 이 일을 마다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 바로 반대 주장 이어진다.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라고 알 뿐입니다. 그 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을 생각하지 말기로 합시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 역시 이것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가는 문, 141)

 

책을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물론이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역시 이것이라고 할 만한 한 권을 만나게 해 주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책읽기는 선천적으로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15분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줌으로, 아이가 즐겁게 책읽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역시 이것이라고 할 만한 한 권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챕터 1의 내용 중, <야채 주스 먹기> 실험이 있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야채주스를 먹게 하는 방법으로 칭찬이 사용되었을 때, 그리고 칭찬이 중단되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다. 칭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칭찬스티커를 주지 않자 바로 야채 주스를 거부했다. 반면에 칭찬을 해주지 않은 팀은 야채 맛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실험이 끝나는 시점에는 스스로 야채 주스를 많이 먹게 되었다. 뇌가 달콤한 칭찬에 길들여질 경우, 칭찬이 사라졌을 때 의욕마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육학자 알피 콘은 <야채 주스 먹기> 실험과 관련해 이렇게 조언했다.

 

알피 콘의 칭찬 방법 (68)

1.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

2. 보고 있는 것을 설명해주기 : 그림에 보라색을 많이 사용했구나.

3. 본 것에 대해 질문학기 : 네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이니?’

4. 과정에 대해 인정하고 물어보기

 

챕터 4에는 0.1% 아이들의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이전에 아이와 엄마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던 것도 기억나는데, 0.1% 부모들 대화법의 특징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와 대화하는 도중 일반 아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거나 눈물을 흘리는 반면, 0.1% 아이들은 여전히 편안한 표정이었다. 엄마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 잘못에 대해 되돌아보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245)

 

긍정의 대화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말 그대로 아이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해서 자신도 그렇게 느껴주는 것이다. “너는 많이 줄였다고 하는데 엄마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하는 것 같아”. 스스로 컴퓨터 게임을 자제하지 못해 후회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비난 대신 공감을 해 준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생각을 인정하고 함께 걱정해 준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다음에 이어지는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246)

 

 

이제 마지막이다. 보통 교회에서 쓰는 전문 용어은혜 받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건 머리말의 이 문단에서 '은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배움의 과정이 행복하고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교육이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아이에게 개입하고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부모, 교사와 학생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서적 교류가 핵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7)

 

나는 실제로 부모가 되어야만 자녀를 양육할 때 얻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면, 관찰하고, 이야기 나누고,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작은 아이가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환상적인 일인지,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는 곧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아이는 같이 산다.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을 뿐만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를 가까이에서 본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는가 혹은 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는가를 넘어서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이는 스스로 판단한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책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정직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1800원밖에 안 되는 주차 요금을 내지 않은 적이 있다. 아이는 내 옆에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내 행동을 가늠한다.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정확하고 부지런한 이 귀여운 관찰자 바로 옆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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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7-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채주스 먹기 실험 결과에 수긍이 돼요. 칭찬에 길들여진 뇌가 칭찬이 사라진 후 의욕이 사라진다는 것에 밑줄을 좌악 그어요.
비폭력대화 책에서도 칭찬의 언어도 조심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의 고민이 결국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16-07-12 12:51   좋아요 0 | URL
칭찬하지 않으면서 나쁜 행동을 금지시키고 좋은 일에 대해 장려하는 방법이 있어야할 텐데...
지혜가 부족한 엄마는 고개를 숙입니다.

어떤 부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저의 일상적이고 오래된 고민입니다.
생각의 힘도 키워줬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cyrus 2016-07-12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아이에게 강요하듯이 책을 읽도록 가르치게 되면, 아이의 대인 관계 능력이 떨어지고, 이를 방치하면 자폐적인 면이 생길 수 있다고 인터넷 뉴스에서 봤습니다. 단발머리님의 글에도 나와 있듯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저는 미혼이지만, 부모가 되면 자녀에게 독서를 강요하는 싶은 생각이 없어요. 사실 제가 독서를 강요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얼마나 심했으면 제가 오락실에 가는 걸 막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거의 집에 책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때 경험 때문에 지금도 제가 대인 관계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16-07-13 13:56   좋아요 0 | URL
아.. 어머님이 독서를 강요하셨군요. 그래도 제가 어머님 편을 조금 들어보자면요.
저도 강요하지 말아야지, 이 좋은 것을 강요하지 말야하지 하면서도 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를 보면 속이 터집니다. 그래서 저도 독서를 강요한 적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cyrus님은 그러시지 않았겠지만요. ^^

그나저나 cyrus님도 오락실 세대군요. 이렇게 반가울수가...
세대에는 두 가지가 있잖아요. 오락실 세대와 pc방 세대 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6-07-13 15:55   좋아요 0 | URL
제가 오락실의 마지막 황금기, PC방 등장의 서막을 목격한 세대입니다. 그런데 PC방도 많이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못해요. 남자들은 PC방에 게임을 같이 하면서 우정이 돈독해지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친구 사귀는 일이 어려웠어요. 다행히 저의 약점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PC방을 자주 안 가서 좋은 점이 게임중독에 고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PC방에 죽치고 앉았으면, 알라딘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


수퍼남매맘 2016-07-1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채주스 실험은 예전에 ebs 에서 방영한 ˝ 칭찬의 역효과 ˝ 를 떠올리게 하네요 . 동의합니다.

단발머리 2016-07-13 13:58   좋아요 0 | URL
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ebs에서 실험하고 방영한 것을 모아서 낸 책 같아요.
저는 상위 0.1% 아이들의 부모들과 일반 아이들의 부모들간의 대화를 비교실험한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네, 칭찬도.... 생각하면서....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