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 살림지식총서 500
남정욱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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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지식총서가 있는지 몰랐다. 여러 분야의 지식에 대해 길지 않고 짧게 주제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부담없이 집어 들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내용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어느덧 역사가 쌓여 500권이 탄생을 했다. 500권이 되어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서점에 자주 가는 나인데도 이 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면 대형서점에 이 책만 따로 섹션을 마련되어 있지 않나보다. 모든 분야의 책을 전부 서점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500권이 모여 있으면 눈에 띄기는 했을텐데 말이다.

 

이번에 살림지식총서가 500권째로 펴 낸 책은 '결혼'이다. 500권이라면 어딘지 모르게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살림지식총서가 500권이 나왔다고 신문 뉴스에 나온 것은 읽었다. 이번 책의 주제이자 제목이자 내용인 '결혼'은 조금 힘들다. 내용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평소에 글을 쓸때면 90%이상 솔직하게 쓴다. 나와 관련되어 있는 이야기는 굳이 숨겨야 될 이유가 없다.

 

그에 반해 '결혼'은 그렇지 않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읽지 않을 수도 읽을 수도 있지만 어쩌다 보는 사람과 달리 매일같이 보는 사람이라 그에 대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하고 책에 언급한 지식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다. 나는 간 큰 남편이 아니라서.

 

이 책의 제목인 '결혼'은 어떤 점이 떠오를까? 미혼인가, 기혼인가에 따라 결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 결혼에 대한 로맨스적인 측면은 거의 배제된 책이다. 철저하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고찰과 의미에 대해 알려준다. 두 남녀가 사랑해서 만나 더이상 헤어지기 싫어서 하는 결혼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가 인류에게 어떤 의미이며 각 개인과 가족에게 미친 결과에 대해 알려준다. 참 무미건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볼 때 남녀가 사랑해서 만나 결혼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200년도 안 되는 시간이다. 그 전까지 결혼은 매매혼과 약탈혼이 대부분이었다. 대대로 늘 여성이 부족했다. 이러다보니 남성들은 부족한 여성을 어딘가에서는 공급(??)받아야 했다. 최초 인류는 근친상간을 통해서도 종족 보전을 했지만 서서히 금지되면서 자신의 씨족과는 다른 부족의 여성을 약탈했다. 그래야 자신의 종족도 유지, 번식할 수 있었다.

오늘 날 결혼식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면사포는 처녀를 어망을 잡았다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신랑 친구들을 부른 것은 약탈한 신부를 신부가족이 빼앗아 갈까봐 염려되어 무력시위이자 조력자였다. 신부를 왼쪽에 서게 한 것도 갑작스런 침입에 대비해서 왼손으로 신부를 감싸고 오른 손에는 무기를 들기 위한 행동이었다. 신부 들러리도 누가 신부인지 모르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만나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두 집안이 만나 서로 결합을 하는 도구였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부모들이 자녀들을 흥정하고 거래한 결과물이다. 약혼은 어디까지나 서로 미리 찜한 행동이다. 자녀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부모들끼리 서로 매매하는 매매혼이 과거에는 생존의 도구로 쓰였다. 사랑해서 만나 결혼하는 개념은 최근에 생겼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부모들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매매혼을 하고 있다.

 

결혼하기에 앞서 배우자가 될 사람의 모든 것을 따져본다. 단순히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을 끌여들인다. 스스로 매매혼을 하는 것이다. 조건을 따지고 재면서 결혼에 대해 최종 결정을 서로 한다. 책에서는 결혼업체에서 정한 등급도 보여주는데 불행히도 나는 10등급중에서는 8등급 정도 되었고 15등급중에서는 14등급정도 되었다. 직업은 무조건 서울대에 판사면 최고다. 사자로 끝나는 직업이 아니면 유학을 갔다 와야 하고 키는 180은 되어야 하고 도저히 결혼 못할 듯 하다. 나는.

 

실제로 연수원을 다닐 때 마담 뚜나 주변 사람에게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다. 좋은 결혼처가 있다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매매혼이다. 예전과 달리 은밀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결정했던 매매혼을 결혼 당사자들이 직접 시장에 나와 결정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러니, 결혼을 로맨스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한계가 이 책에선느 존재한다. 현실이 그러하니. 현재 행해지고 있는 모든 결혼과 관련되어 있는 풍습과 제도가 다 여기에서 출발한다. 결코, 낭만적인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어느 덧 결혼식은 사업수단이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직접 하는 사람이나. 결혼으로 생기는 수익구조가 워낙 다양하니 쉽게 결혼식을 포기하지 못한다. 본전 생각도 나고. 결혼후에 생기는 각종 문제들도 많다. 그것까지는 쓰지 않겠다. 다만, 책에서 서로 좋아하는 점이 많은 배우자 보다는 서로 싫어하는 점이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이야기는 생각해보니 맞다. 결혼한 부부들이 이혼하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내가 싫어해서 참지 못하는 것인데 서로 싫어하는 것이 비슷하면 그런 점은 많이 줄 것이다.

 

이제, 결혼은 하나의 상징적인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동거가 점점 추세가 되고 있다. 얼마전 본 TV프로에서나온 출연한 방청객의 90%가 동거에 대해 찬성을 한다. 이혼한 여자에게 너무 가혹한 짐을 많이 안긴다. 동거는 이런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동거한 부부에게서 나온 아이에 대한 문제가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아 문제인데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결혼이 아닌 동거가 훨씬 더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다. 대부분 부모로써는 동거를 반대해도 인간으로써 동거는 대부분이 찬성한다. 그렇게 결혼이라는 제도는 점점 변화가 예상된다.

 

여전히 매매혼은 유효하고 거래될 것이다. 약탈혼은 아주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이뤄질 것이고. 하지만, 대부분의 남녀청춘들은 이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매매혼을 하거나 동거를 하지 않을까한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흐름을 누가 막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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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유민호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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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게 듣는 단어가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바로 일본을 지칭하는 단어다. 중국은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데 유독 일본에만 그런 표현을 한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나라다. 서울에서 비행기로도 1시간정도면 간다고 하니 국내 가는 것과 비슷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나라다. 그만큼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가깝지 못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관계는 이로울 것이 없다. 완전히 평등한 관계란 것은 없지만 적당히 서로 주고 받는 관계가 지속될 때 그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된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한 쪽은 착취를 하고 한 쪽은 착취당하는 비정상적인 관계지만 유지 되었던 것은 한방향으로 얻을 것을 얻기만 해도 힘의 역학관계에서 유지 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약간 얻는 편에 속한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주는 관계라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로 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주기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관계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러다보니 아쉬울 것이 좀 더 많은 우리에 비해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일본은 우리의 요구조건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서로 적당히 공생관계로 문화, 산업전반적으로 협력을 하지만 우리보다 좀 더 앞선 기술과 인구는 아무래도 우리가 더 아쉬운 것이 많은 실정이다. 많은 부분에서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고 그 부분이 더 크다는 점까지는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멀리서 얼핏 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국인과 일본인은 구분이 안 되지만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느껴지는 것만큼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본은 우리를 너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일본은 잘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분야에서 우리와 겹치는 지점이 많은 일본을 끊임없이 부딪치며 극복하려고 노력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일본을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워낙, 방대한 양의 기록을 남기는 일본의 꼼꼼한 체계에 그런 심정은 이해되지만 일본은 우리의 2배가 훨씬 넘는 인구를 갖고 있다. 그만큼 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미래지향적이 되어야 하는 한일양국은 늘 과거사 문제로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못한다. 늘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이 심정적으로 만족하는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금전적인 액션으로 모든 것을 끝났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살기 위해 내린 방편의 업보이기도 하니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어려운데 늘 그놈의 정치가 문제다.

 

일본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책과 다큐와 영화와 문화와 뉴스를 통해 우리는 접한다. 대표적으로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한다. 본심을 숨긴다는 나쁜 뜻으로 이야기한다. 좋게 보면 어느 상황이든 늘 친절하다는. 우리가 정과 한의 민족이라면 말이다. 이 책인 '일본 내면 풍경'에서는 공기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분위기'라는 뜻인데 일본에서는 특정인물의 지시로 무엇인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공기가 지배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누군가의 지시로 작전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배하는 공기로 작전이 이뤄져서 정작 전범 처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요한 6명의 인물이 천황과 회의때도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아 천황이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 있나하는 생각도 든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누군가의 지시없이 작전이 이뤄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그렇다. 저자는 그렇다고 하는데.

 

책은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책의 내용은 일본에 대해 알려준다기 보다는 일본에서 바라본 한중일과 미국의 역학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이 어떤 점이 맞고 어떤 점이 틀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일본과 미국의 관계, 한국, 중국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책 중간에는 아예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일본이 바라본 중국이 아니라 현재 중국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중국은 2극이 될 수도 없고 너무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꼭 객관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결론을 낸 상태에서 모든 관점을 바라보니 약간 편향된 시선으로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가 설명한 대로 한국이 중국편향이라 나도 그런 눈으로 읽어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중국은 너무 침소봉대하여 낮게 보는 느낌이고 일본과 미국은 과하게 침소봉대한다는 느낌이었다. 나도, 미국이 쉽사리 팍스아메리카나에서 물러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일본은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여러 면에서 우리보다 잘 난 면이 더 많은 국가다. 과거때문에 선입견으로 때려 잡을 나라로 느껴지지만 미래발전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나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이라는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 볼 때 예의바르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친절한 일본인이다. 일본이라는 국가 단체일 때 무섭다고 하는데 그건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모든 집단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다.

 

현재 아베를 비롯한 몇몇 우익들이 일본은 우향우하고 있다고 하지만 책에서는 공기라는 개념을 통해 일본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아베는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란다. 아직까지 충분한 공기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제국주의때와 같은 공기가 형성될지 모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익으로 표현되는 도쿄시장(맞나?)이 일본에서는 엔터테이너 정치인의 역할에 충실해서 오랜 기간동안 정치인으로 일본인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좋은 정치인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역사인식에 문제있는 정치인으로 비쳐질지 몰라도.

 

한국에서 일본은 없다 내지 있다라고 표현하지만 일본은 없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말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일본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몰라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소프트파워로 널리 알려져있고 한국을 몰라도 일본을 모르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에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이런데도 한국은 세계에서 아직도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낮게 보는 우려스러운 일도 있다는 염려를 한다. 조선시대에 일본은 없다며 임진왜란을 준비하지 못한 걸 한국인으로 우려하는 시선은 느껴진다. 

 

현재 일본에서 언론은 없다고 한다. 언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미디어라는 단어를 써서 오로지 수익에만 모든 것을 걸고 있어 진실을 밝히는 언론이 없다고 하는데 약간 갸우뚱해지는 주장이다. 미디어라고 자신들을 지칭한다고 해도 신문의 속성상 그렇게 될 수는 없을텐데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이라고 정의와 도덕과 기타등등이 개인마다 갖고 있을텐데 말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들여다볼때 그렇게 볼 수는 있어 보인다.

 

객관성이라는 것이 힘들지만 어딘지 상당히 한 쪽으로 편향된 곳에서 글을 썼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독자는 한 쪽의 주장만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정립을 하면 될테니 말이다. 내가 너무 이 책과는 반대방향의 이야기만 들었는지 몰라도 책의 내용은 조금 편향되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일본에 대해 생각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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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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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잘 못 알고 있는 지식을 정정하거나 기존과는 다른 생각을 읽게 될 때 생각의 전환과 사고의 깊이가 넓어지게 된다. 한 쪽의 이야기만 듣는다면 불완전한 사고를 갖게 되고 오히려 잘못된 판단과 세계관으로 차라리 모르니만 못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에 대해 의도하지 않게 지속적으로 다큐를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투자로써의 아파트나 거주 공간으로써의 아파트가 아니라 문화사회 차원에서 아파트를 바라보는 관점을 보게 되었다.

 

아파트는 거주의 공간이지만 이미 온갖 욕망이 스며들어 있는 투자와 신분의 차이가 된지 오래다. 거주의 목적으로 보기보다는 투자의 목적으로 솔직히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도 알고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를 살아 본 적이 없어 오로지 투자관점에서만 아파트를 바라보았는데 뜻하지 않게 아파트가 갖는 의미와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로 대변되는 사회에 대해 저절로 배우고 있다. 아파트는 단순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로써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한국인의 본 모습을 응축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를 보면서 아파트가 문제라고 생각을 했을 뿐 그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까지는 깊게 생각하거나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굳이 알아야 될 이유가 없기도 하지만.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라 단지가 문제라는 것이 '아파트 한국사회'에서 알려주는 내용이다. 아파트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우리에게만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파트는 있고 각자 자신들만의 아파트를 만들고 살고 있는데 유독 우리에게만 아파트가 다른 나라들과는 차별성을 갖게 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파트가 아니라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단지이다.

 

아파트가 높게 지어지고 담이 쳐져 외부와 차단되고 브랜드로 대변되는 차별성등이 전부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라 단지라는 문제다. 아파트를 굳이 꼭 단지로 구성해야 할 이유는 없다. 외국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전부 단지로 지어져서 외부와 차단하고 높게 짓지도 않는다. 우리가 왜 이렇게 단지로 발달했는지에 대해 차곡 차곡 알려준다. 용적률등을 따져 볼 때 꼭 높게 짓지 않아도 얼마든지 같은 세대수를 만들 수 있지만 외부와의 차별을 두기 위해 높게 짓고 단지내에 각종 편의시설을 만든다. 국가에서 해 주는 것이 없으니 각자 자신의 단지내에서 모든 것을 가꾸고 꾸민다. 

 

단지로 만들다 보니 외부와의 차단이 생긴다. 멀쩡한 길이 이어지다 단지로 인해 끊긴다. 어쩔 수 없이 빙 돌아서 가야한다. 아파트라는 공동구간에 단지를 구분하는 벽을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는데 단지를 통해 외부와 구분하고 도시의 미관을 헤친다. 도시와 함께 조화를 이뤄 단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 단지만 잘 만드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니, 단지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단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주민이지만 그들이 단지내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간이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아파트가 도시와의 조화를 통해 성장했다면 우리의 아파트는 단지를 통해 성장하면서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점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내것을 나누는 환경이 아니라 내것을 지키는 압축성장을 통해 아파트도 똑같이 나는 너와 다르다는 문화로 성장하게 된다. 타인이 단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불편하다. 동네 골목을 돌아다닐때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아파트 단지내에서는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되어 다양성이 사라진다. 그것이 편리성과 안정성으로 대변되는 아파트를 만들었다.

 

정부로써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민간이 알아서 다 해주니 굳이 개선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덧 신분을 대변하고 타인과 구분하는 상징물로 아파트가 자리잡아 아파트는 단순히 살곳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 곳으로 변했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아파트에 살아야만 한다. 그 아파트 내에서도 어느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또 다시 구분되는 신분차별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전부 민간이 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는 독일학자의 말은 우리의 아파트를 이야기할 때 근본적인 문제점을 직시하는 말이다.

 

단지내에 살기 위해 더 높은 분양가와 관리비가 들어가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같이가 아닌 나만이라도라는 생각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의식으로써 어느덧 자연스럽게 이렇게 실생활에서 자리잡은 모습이다. 별 것 아니라 이야기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 문화가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국가가 청약통장을 통해 면적을 획일하게 만들고 네모 박스와 같은 아파트만 만들어진다. 외국에 비해 유독 사계절이 존재하는 나라라서 남향을 선호하고 만들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해도 말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이 우리의 주택이 엄청 밝게 넓다는 것이다. 그 비밀은 바로 베란다(발코니)에 있다. 남향으로 짓기때문에 밝은 것도 있지만 베란다는 면적이 포함되지 않고 서비스 면적이 되어 넓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온다. 더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분명히 똑같은 평수를 분양받는데 더 넓은 것은 바로 베란다라는 서비스 면적이 점점 넓어져서 그만큼 쓸 공간을 각자 쓰기 때문이다. 베란다는 공용적인 면적으로 외국은 전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데 우리는 샷시로 전부 막아 방의 확장을 하는 기능으로써 역할한다. 이러니, 더더욱 아파트가 몰개성이 획일적인 구조가 나오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한옥을 닮은 구조가 나온 것은 아니였다. 외국처럼 거실을 작거나 한 쪽에 있었는데 점점 가족을 중시하는 사회문화를 닮아가며 거실이 모든 방의 중심에서 꼭 거쳐가야 하는 현재의 구조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유없는 결과가 없다고 하는 것처럼 현재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도 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되었다는 사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면서도 어쩌면 이토록 우리 사회와 닮아 있는지 놀라게 된다.

 

할 수 밖에 없는 목적을 위한 1차 생활(생존), 시간 내서 일부로 하는 2차 생활(여가), 그 외에 공간을 3차 생활이라고 할 때 현재 3차 생활을 위한 공간이 너무 적다. 사람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걸어다니고 머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3차 생활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기에 이 부분을 확충하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고 법적으로 최저가의 설계가 선택되는 단점으로 인해 만족스러운 설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걸 최고의 설계로 변한다면 우리의 건축도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멋있는 설계작품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공공 시설부터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우디와 같은 건축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인물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사회,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렇게 아파트 문화가 발달한 것은 좁은 땅 덩어리라고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수도권을 위시한 몇 곳만 그런 사실이 맞아 떨어지지 실제로 외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지만 신도시를 보더라도 결코 인구밀도가 높지도 않은데 타성적으로 아파트를 짓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책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데 그치는데 반해 이 책은 그에 대한 대안을 확실하게 제안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읽어도 실천이라는 부분에 있어 한 두명의 의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안은 확실한데 실행여부에 대해서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힘들다고 생각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작은 부분부터 실천을 해야 한다. 정부가 분명히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 그 똑똑한 인재들이 모인 곳에서 - 작은 부분부터 노력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언제까지 모든 것을 민간에게 떠 넘기고 관망하며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거나 민사라서 끼여들기 힘들다고 팔짱을 끼고 있을 것인가 말이다. 어쩌면, 아파트 단지 문화를 변경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밑거름이자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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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으로 입시대첩 - 입시전문가가 생생하게 전하는 비책
김혜남 지음 / 네오씽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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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고3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치는 날이면 모든 기능이 순간적으로 마비되고 조심한다. TV 방송과 신문에서는 수능 시험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고 많은 사람들이 수능시험덕분에 늦게 출근하는 등 엄청난 사회적인 에너지가 소비되는 날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표현처럼 하기 힘든 것은 우리나라의 8282처럼 교육 분야에도 적용되기 때문인 듯 하다. 몇 년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교육 정책이 발표되고 시행된다.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부 수장이 바뀐다는 이유로 변경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고 현재도 그렇듯이 고3이 수능을 통해 대학을 가능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 향후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학을 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질지 몰라도 아직까지 이보다 좋은 제도를 만들지도 실행하지도 못했다. 문제는 입시 정책에 따라 대학을 가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공부를 잘 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극강으로 공부를 잘 한다면 입시정책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골라서 가면 된다. 현재의 입시 제도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전에 만점인가 받은 학생이 서울대인가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보면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한다고 마음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부모들에게 불러일으킨다. 과거에는 공부만 잘 하면 되었던 입시가 이제는 공부뿐만 아니라 전략, 전술까지 짜서 입시에 대비해야 한다.

 

아직까지 고등학생 자녀를 두지 않고 그동안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주변에 고 3 학생들이 있으면 그저 시험을 잘 보라는 이야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시에 정시에 논술에 별의별 입시 방법들이 있다. 각 방법에 따라 공부를 하고 합격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공부하기도 벅차니 부모들이 각종 입시 대비 강의를 돌아다니면서 듣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부모들의 대단한 정성이라고 치부했다. 알아서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될 것으로 부모들이 저렇게 극성을 떨게 되니 관련 산업이 여전히 잘 나갈 수 있다는 뉘앙스로 보게 되었는데 입시에 대한 자세한 속 사정을 듣고 보니 부모들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부모로써는 비록 극성 부모나 아이들을 너무 감싸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도 현재의 입시제도가 내가 학력고사를 볼 때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관련 책을 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필요하면 읽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순전히 아는 분이 선물을 해서 읽게 된 책은 의외로 현재 수능시험과 관련되어 있는 교육의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비록, 책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더 잘 하게 독려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으로 보이는데 조금은 삐딱하게 읽게되 되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하고 말이다.

 

책 초반에 자녀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공감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여기서 말하는 자녀와의 대화는 거의 자녀들에게 공부를 하게 만들어주는 독려와 채찍질과 격려에 해당된다. 무조건, 공부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피곤하게 만들테니 아이들의 현재 수준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라는 것으로 읽혔다.

 

부모로써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도 모잘라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제안과 제시와 격려와 채찍을 한다는 것이 읽으면서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공부를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잘하는 과목과 못하는 과목에 따른 공부 독려와 각종의 모의고사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따른 내신 성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문과와 이과와 수시와 정시와 논술을 어떻게 자녀들에게 준비시킬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고등학생 자녀를 두지 않은 부모로써는 좀 뜨아악~~한 면도 있었지만 당장 고등학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써는 현실적인 도움이 크게 되었을 듯 하다.

 

열심히 읽다보니 도대체 고등학생을 둔 부모로써 알아야 할 것이 왜이리 많은지 부모들이 따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다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반에서 10등 이상의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으로 보였다. 항상 나오는 대학은 최소한 SKY대나 적어도 서울 내에 있는 대학들인데 그런 대학을 갈 만한 학생들을 위한 내용이라 그 이하의 성적을 갖고 있는 학생들과 부모들에게는 현실적인 도움이 그다지 될 것 같지 않다. 물론, 이런 책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독려하고 희망을 품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고득점을 맞는 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은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한정되어 있는 학교와 학생수를 볼 때 언급되어 있는 학교를 가는 학생들에 비해 언급되지 않는 학교를 가는 학생들이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과 공부에 대한 조언과 전략과 전술은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어쩔 수 없다는 한계는 분명히 인정하다고 해도 여전히 무엇인가 찜찜하고 아쉽다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학생을 위한 조언이 부족하다는 느낌말이다.

 

자녀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없고 대신 살아줄 수도 없지만 최소한 부모로써 자녀가 보다 좋은 대학을 가게 하는 노력마저 안 하는 것은 거의 직무유기처럼 되어 있는 사회분위기상 이정도의 책은 읽어야지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어보니 결코 고등학생 부모가 아니라 중학생을 둔 부모가 대학을 위해 중학생때부터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부모로써 좀 서글픈 현실이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읽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하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게 당근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중학교를 올라가며 잠시 중단되어 고민중에 있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 여전히 모색중이다. 최소한 책이라도 꾸준히 읽으면 느린듯해도 무엇인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으니 그 부분만 내가 신경쓰면 나머지는 위대한 엄마가 알아서 독려와 격려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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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의 비밀 - 관리비의 60%가 누군가의 주머니로 새고 있다
김지섭.김윤형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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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아파트이다. 나처럼 생전 단 한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바로 편리성이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온갖 귀찮은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결국에는 내가 해야 할 것을 누군가 한다는 뜻이다. 

 

내가 할 것을 누군가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다.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은 관리비가 들어간다. 나처럼 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관리비가 없거나 거의 없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관리비가 꽤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듣게 된다. 이 관리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관심도 없었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경비원들의 인건비에 쓰인다는 것만 알았는데 엄청나게 많은 부분에서 관리비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일반 거주 주택이나 빌라는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거의 대부분을 해결한다. 집 앞 청소를 비롯한 모든 것들은 각 주택의 거주자들이 해야 하지만 아파트는 내가 낸 돈을 갖고 누군가 한다. 나같은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보는 아파트의 모든 것들이 전부 아파트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가꿔지고 다듬어지는 노력에 의해 보여진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갈수록 아파트는 온갖 편리한 것들이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른 위화감이나 배타성이 생기는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만큼 아파트에서 살기 좋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한 것들이 아파트 입주자들의 관리비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약간 씁쓸하지만 아파트 주민 이외의 사람들이 아파트 내부의 시설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을 넘어 바리케이트를 쳐서 통행하지 못하는 걸 이기주의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는데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어보니 자신들의 관리비에서 이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으니 타인의 무단 사용에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다. 관리비를 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아니질라도 말이다. 이처럼 관리비는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세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각 세대가 내는 돈의 총량은 장난이 아니다.

 

각 세대가 내는 금액은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을지라도 그 돈이 모이면 '억~~'소리가 난다. 1세대가 10만원을 낼 때 10세대면 100만원 100세대면 1,000만원이고 1,000세대면 1억이다. 억 단위의 돈이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이 많더라도 그 자체로 엄청난 이해관계가 생긴다. 그 돈을 통장에 넣기만 해도 이자라도 생기니 말이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이 모였을 때는 눈먼 돈이 된다. 이건, 내 돈이라는 주인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생기는 결과지만 이걸 딱히 감시할 사람이 없다면 더더욱 눈먼 돈이 되어 먼저 이 돈을 쓰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양심상 대 놓고 쓸 수는 없고 이런 저런한 이유로 쓰게 된다. 관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각 아파트 관리비로 인한 온갖 문제가 표출된다.

입주자 대표가 관리비 사용에 주민대표로 결정을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은 관심이 없다. 관리비를 내라고 하니 내고 사용처라며 기록을 제시하면 그저 신경쓰기 싫어 믿는다. 점점 관리비는 제대로 사용되는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그들만의 돈이 되어버린다. 단순히 한 개인의 욕심이라면 분면히 문제가 되겠지만 동대표들이 모인 입주자 대표와 부녀회와 노인회와 관리단이 함께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쓴다.

시간이 갈수록 여러 아파트에서 이런 관리비에 대한 의심이 싹트고 몇몇 곳에서는 검찰조사까지 받는 일이 생겼다. 워낙 큰 돈이 오고가는 관리비라서 문제가 곪아 터지면 어머어마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누구도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 돈의 성격이다. 또한, 이미 써 버린 돈은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고.

'아파트 관리비의 비밀'은 바로 이런 관리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아파트 관리의 문제점을 인식한 두 사람이 약간 등 떠밀려 동대표가 되고 입주자 대표가 되어 그전까지 문제가 많았던 관리비와 아파트 관리에 대한 해결책을 통해 하나씩 풀어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순하게 관리비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노력과 관리비가 제대로 집행될 수 있게 꼼꼼하게 따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 실감이 났다.

좀 딱딱할 수 있는 책이지만 아파트 신규분양으로 입주당시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그려가면서 관리비 문제를 그리고 있어 소설을 읽는 것같은 재미도 준다. 최초 관리단을 시공사가 선정하고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입주자대표가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제대로 관리비를 집행하지 않고 부녀회를 비롯한 이익단체는 관리비를 쓰고 각 세대별로 내는 관리비는 100만원이나 되어 모든 입주민들이 서로 반목이 심해졌을 때 대표가 된다.

단순히 동대표로 관리비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무보수 봉사로써 관리비를 사용하고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아파트 구석구석까지 효율적으로 아파트를 관리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면 관리비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0만원의 관리비가 무려 40만원으로 줄였다고 한다. 1,600세대 정도 된다고 하니 거의 10억이나 아낄 수 있었던 것이니 아파트 동대표가 아니라 기업의 CEO나 CFO로 임명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이다.

생생하게 동대표가 되어 관리비를 아끼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두 사람이 공저자라서 1부에서 한 이야기가 2부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되어 지루하기는 하지만 책에서 밝혔듯이 보다 디테일한 비용절감과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때문이라 이해는 된다.

최소한 아파트 동대표들이라도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의 관리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노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관리비의 세세한 측면까지 책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얼마든지 노력만 하면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관리비는 눈먼돈이 아니라 소중한 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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