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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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평단과 독자들의 환호를 받는 작가가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런면에서 정유정 작가는 둘 다에게 꽤 사랑받고 있다. 내가 평단 세계를 모르지만 신문 등을 읽어보면 그렇다. 독자도 잘 모르지만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그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 그렇다고 봐야한다. 거기에 작품들이 하나 둘 씩 영화화 될 정도면 무엇인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을 썼다는 뜻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뭐 호불호는 있지만 모든 작가에게 숙명이니.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정유정 작가는 여성인데 작품 속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다. 별 거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여성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은 남성인 경우가 드문 것으로 기억한다. 남자가 주인공인 대신에 대부분 작품이 힘이 있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진 않았다. <내 심장을 쏴라>부터 <7년의 밤>, <28>에 이어 이번 <종의 기원>까지 읽었다. 워낙 베스트셀러 출간 당시에는 나중에 읽어야하지 하고 넘어갔다.


완전히 머릿속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볼 까 고르다 발견하고 그 즉시 망설이지 않고 택했다. 사실 <28>은 별로였다. 너무 익숙한 패턴이고 작법이라 난 읽혔다. 바이러스로 인한 통제된 사회는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로도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이라. 이번 <종의 기원>은 매번 그렇듯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다.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악의 본성에 대해 설명하려 했다고 보면 될까.


영화 주인공인 '유진'은 사이코패스다. 그 사실을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심지어 살인을 저질르고도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타인에 의해 자신이 '사이코패스'로 규정된다. 그 후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난 모든 사람은 양면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고 본다. 스스로 그 틀을 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얌전하지 않다. 어떨 때 활발하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내가 좀 이상할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도 인간은 버젓이 할 수 있다. 특히나 집단으로 어떤 일을 하면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는 걸 많이 목격한다. 스스로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며 그 비난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악한 일을 하면 천벌을 많고 마음이 찜찜하고 밤에 잠을 자다 벌떡 일어난다고도 하는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도 이제는 한다. 처음에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의 인간은 잘 사는 듯하다.

나도 그렇다. 과감히 하고자 마음먹으면 하게 된다. 가끔은 도덕따위는 갔다 버리고 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한다. 그걸 실제로 실행하느냐 여부는 다른 문제지만.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런 후에 뻔뻔해지면 된다. 소설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그다지 끔찍한 일이 아니다.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이다. 더구나 싸이코패스라고 하지만 주인공인 유진이 한 살인은 한 건을 빼면 전부 싸이코패스로 한 행동은 아니다.


살인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결과는 같아도 말이다. 그렇기에 재판을 해도 다양한 판결이 나온다. 첫번 째 살인을 제외하면 전부 자기 방어였다. 또는 상대방을 꼭 죽이고 싶다는 마음의 발로가 생긴 후였다. 알기론 싸이코패스는 상대방을 살인하는데 있어 마음의 동요가 원인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런 면에서 책에서 나온 내용은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한 살인이었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게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살인.


한편으로는 우발적인 살인이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제거하지 않았다. 우연히 상황이 맞아 떨어지고 격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보니 그 결과 상대방이 죽었다. 소설이다보니 극단적으로 살인이 되었고 상대방이 죽었을 뿐이다.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런 생각은 이 소설은 악에 대한 근원을 질문하는 내용이라 그렇다. 악은 타고난 것인가, 상황이 만든 죄인가. 책에서는 상황이 만든 선택이었다.


싫든 좋든 인간은 적자생존이다. 진화라는 개념 자체가 그렇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진화란 것은 당대에 어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랜 세월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효과가 나타난다. 싸이코패스도 어떻게 보면 진화된 인간일 수 있지만 현 인류에게 도움이 되고 발전된 인간상이라면 결국에는 인간을 지배하며 인류를 싸이코패스쪽에 더 가깝게 되지 않을까.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종족이라면 퇴화되고 삭제될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쪽에 더 가깝게 될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선택이다.


누구나 어두운 면이 있고 악을 갖고 있다. 표출되느냐 잠재되어있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그 악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발산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감정이 배출되며 정화된다. 소설 주인공 유진은 소설 내내 감정을 표출할 방법도 모르고 순간도 없었다. 그 감정이 쌓이고 쌓였다. 그렇게 볼 때 약물복용보다는 차라리 감정을 배출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계속 안으로 삭이게 하는 것보다는. 내용은 마지막에 가서 그래서..라는 의문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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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도망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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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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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설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소설가는 소설의 첫 문장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고 들었다. 현재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은 <안나카레리나>가 아닐까 한다. 어느 덧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라는 통용구가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만큼 첫 문장은 소설을 지배하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소설 첫 문장만 읽고 흥미가 생겨 소설을 읽었다는 고백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내 경우는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딴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말이다.


심혈을 공들여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며 탄생한 첫 문장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사랑한다면 글을 쓴 작가는 너무 행복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노력을 누군가 알아줬다는 쾌감까지 갖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인 <스파링>의 초반이 나에겐 그렇다. 첫 문장과 문단은 이렇다.


'나는 이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남과 달랐다. 어렸을 땐 남과 다른 게 문저 잘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나는 시작부터 남과 달랐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멍청한 나의 엄마는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나를 낳았다. 똥을 누다가 낳았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화장실엔 왜 들어갔겠는가. 애초부터 나를 낳은 생각이었다면 화장실보다 더 나은 공간이 이 세계에 없을 리 없었다. 엄마는 공중화장실 변기에 기대어 똥 대신 나를 낳았고 나는 피로 범벅된 타일 위에 누워 이 황당한 현실을 개탄하며 울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이 첫문장과 첫 문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아기를 화장실에서 낳았다니 호기심과 궁금증이 상당히 동했다. 고백하자면 최근에 소설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재미있다 정도였다. 엄청난 집중력을 갖고 흡인력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초반에 적응하기가 살짝 힘들었지만 <스파링>은 중간 부분에서 그렇게 읽었다. 상당히 긴 글이고 묘사를 쩔도록 썼는데 한 자 한 자 놓치지 않고 읽었다.


아마도 중간 정도까지는 느낌이 천명관의 <고래>나 박민규의 느낌이 좀 있었다. 아마도 남자 작가라 그런 것이 아닐까. 김영하나 김연수 같은 류와는 다소 결은 달랐고 말이다. 뒤를 보니 신기하게 이 책은 문학동네 소설상은 받았는데 천명관의 <고래>도 같은 상을 받아 다소 나혼자 신기했다. 이상하게 재미라는 걸 추구하다보니 문학소설보다는 장르소설을 읽게 되었다. 막상 흡인력있게 읽는 책은 장르 소설보단 문학소설인 경우가 더 많긴 하다.

문제는 문학소설이 워낙 많다보니 어떤 책을 읽어야 흡인력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인지 애매하다는 점이다. 너무나 아쉽게도 한국에서 소설은 그다지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이러니 참고할 것이 그다지 없다. 그나마 사람들이 선호하고 환호하는 작가들은 있는데 그 책이 나와 맞다고 할 수도 없고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는 오히려 재미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다른 분야와 달리 문학소설의 베스트셀러가 재미있는 편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읽지 않기에.


<스파링>은 솔직히 아마도 거의 어지간해서 읽지 않았을 듯하다. 순전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점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읽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때 주인공이 왕띠를 당하며 괴롭히는 아이와 하는 장면은 좀 짜증이 났다. 그 장면의 묘사때문에 짜증난 것이 아닌 학년에 어울리지 않은 둘의 대화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등학교 5학년이 나누는 대화에 세금이 나오고 어쩌구 하는데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으나 좀 과하다 여겼다.


그 부분은 좀 더 쉽게 초등학생의 언어로 썼다면 훨씬 더 이 책은 재미있었을 것이라 난 판단한다. 내 입장에서 그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 이후부터 소설은 마구 달렸다.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드래곤 볼>이후에는 완전히 하나의 패턴으로 정립된 성장하며 더 거대한 상대방을 무찌르는 스토리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 지 몰랐는데 - 제목에 이미 다 나왔지만 - 소설은 권투가 소재가 된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아이의 성장스토리로 담아내고 있긴 하다. 이런 스타일을 또 어찌보면 아주 자주 나오는 반복적인 패턴이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를 새롭게 재미있게 보여주느냐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흥미롭고 내용을 쫓아가게 만들어준다. 뒤에 가서는 살짝 이도저도 아닌 마무리가 된 느낌이 강하긴 했다. 뭐, 이 책은 사회부조리에 대한 책이 아니라 어느 인물의 권투를 하게 된 이유와 희노애락인 소설이라 봐도 무방하다.


분명히 작가는 책 겉면에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걸 소재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런 작품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너무 작품을 따지고 그 이면을 알아내려 노력하고 숨겨진 내용을 알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책을 집중하며 읽게 만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것이 아닐까. 나에겐 간만에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역시나 재미있는 소설은 분량이 길고 글이 깨알같아도 잘 읽힌다.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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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악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3
김민경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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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어떤 소설일까. 좋은 소설과 재미있는 소설은 다르다. 소설이 꼭 좋을 필요는 없지만 재미는 있어야 한다. 재미라는 것은 반드시 웃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의미도 아니다.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좀 애매하지만 여하튼 읽고 재미있으면 그걸로 된다. 좋은 소설은 읽고 나서 무엇이 남는다든지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면 그건 좋은 소설이다. 아마도 우리가 고전이라 불리는 소설이다.


고전 소설은 솔직히 재미있지는 않다. 읽으며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그럼에도 고전 소설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소설이라 그렇다. 모든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났을 때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속 뜻을 파악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가 결정한다. 작가 나름대로 생각은 분명히 있다.


쓴 내용이 의도한 바가 있다. 그렇다해도 오롯이 독자가 느낀대로 작품은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함께 느낀대로 작품을 살아간다. 가끔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바로 작품 속 세계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작품안에서 캐리터와 작가가 창작한 세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의문이 생기고 사고하게 된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라 난 생각한다.


이 책인 <앉아있는 악마>는 처음에는 오해했다. 먼저 이 책의 작가인 김민경의 소설을 동화책부터 읽었다. 나도 모르게 이 책도 동화소설로 착각했다. 두번째 이 책을 펴 낸 출판사가 비룡소다. 내 기억에 비룡소는 아이들 책을 주로 만드는 출판사다. 이런 인식을 갖고 책을 읽었다. 내 오해와 맞아떨어지게 책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었다. 얼마 읽지 않고 깨달았다. 이 책은 동화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이라는 점을.


다음으로 제목때문에 오해했다. 제목에 악마라는 단어가 들어가 나도 모르게 추리소설이 아닌가 했다. 또는 치밀한 반전이 있는 소설로 착각했다. 읽어가며 계속해서 도저히 추리적인 요소도 없어 보이고 반전이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초반에는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긴 했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사라졌다. 나는 경찰에 할머니 실종 신고를 했다. 며칠이 지나도 경찰은 아무런 움직을 보여주지 않는다.

경찰은 성인이니 실종신고가 와도 며칠이 좀 지나야 움직이자는 입장이다. 며칠지나 아버지 소유의 집이 있다는 걸 알게된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소유 집으로 호출했다. 그곳에 할머니가 있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이 소설은 분명히 제목에 나온 악마가 드디어 움직였구나. 이런 착각을 했다. 주인공인 고등학생이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범인일까. 그렇지 않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침을 꼴깍 넘기는 이야기가 전개될까.


내가 실수했다. 이 책은 장르 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이다. 굳이 문학작품이라는 표현을 난 싫어한다. 그저 소설일 뿐 그걸 무슨 순수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구분하는 것은 좀 거부감마저 갖고 있다. 어릴때부터 엄마, 아빠랑은 단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자라면서 점점 부모에 대한 그림움이 사무쳤다. 한 편으로는 원망도 했다. 할머니에게 부모의 존재와 거주에 대해 물었지만 할머니는 늘 외면했다.


때가 되면 알려준다고 하며 피하기만 하던 할머니.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뜨문 뜨문 이야기해 줬던 부모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 있다. 그 집에 아빠가 쪽지를 남긴 걸 발견한다. 소설은 그렇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족의 의미는 물론이고 사춘기 소녀에게 다가온 불안한 시기에 부모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 준다. 어쩌면 자신을 떠난 부모에 대한 의미도.


이혼한 부부가 많아지는 최근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거와 달리 쿨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심리적, 정신적 방황까지 쿨하진 않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소녀라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림으로 심리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도 많다. 이 책 제목인 <앉아있는 악마>도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그 작품이 진짜 있는지 여부까지는 난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미술작품이 책 제목까지 된 것에 대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책을 읽으며 몇몇 생각을 했다. 주로 장르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이런 류의 소설을 간만에 읽어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 표현이나 상황 묘사가 새롭기도 했다. 소설 내용처럼 오랫만에 정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흔히 보는 로맨스하거나 감격적인 장면은 아닐 듯하다. 소설에서도 그렇게 묘사했고. 보통 첫 소설은 자전적인 의미가 다소 들어가게 되는데 급작스럽게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좀 더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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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가족은 언제나 훌륭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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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파
조영주 지음 / 해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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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한국 소설 중 '참 재미있다'하며 읽은 책이 없다. 그건 사실 외국 소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재미라는 것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하며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집중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걸 의미한다. 고전은 논외로 쳐도 소설에 푹 빠져 읽은 책이 최근에 거의 없다. 그런 책은 거의 대부분 추리가 가미된 경우가 많았다. 불행히도 외국 추리 소설을 읽어도 좀 지루했다. 쓸데없이 묘사가 왜 그리 많은지.


소설이 워낙 심리 묘사등을 하며 묘사가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외국 번역 소설은 번역과정에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길다. 어지간 장르 소설은 400페이지는 가볍게 넘어간다. 읽는 내 입장에서는 한 300페이지 정도로 줄여도 문제 없을 듯한데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 <붉은소파>도 분명히 400페이지가 넘는다. 지루한 느낌이 없었다. 바로 그것이 핵심 아닐까. 몇 페이지냐가 아닌 페이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처음부터 400페이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금방 읽었다. 절대 시간으로 빨리 읽었다는 의미가 아닌 거의 비슷한 시간을 읽었을텐데 상대적으로 시간 가는걸 느끼지 않으며 읽었다는 개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잠 자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아무리 재미있고 읽을만한 책이 있어도 잠 자는 시간을 지나고 나서도 읽은 적은 없다. 거의 대부분 읽다 잠자는 시간이 되면 그만 읽는다. 다른 짓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상황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굳이 잠자는 시간을 30분이나 넘겨가며 읽었다. 책 자체도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문학상을 탄 작품이라 괜히 심각하고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지레짐작도 있었다. 분명히 추리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세계문학상을 탔다고 하니 의아하기도 했다. 책을 읽어가면서도 계속 되뇌인 것은 최근 문학상은 과거와는 좀 달랐졌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설이 살인으로 시작한다. 그 후에도 계속 살인이 중요한 소재다. 꼭 미드형식을 보는 듯했다. 1~2명의 주인공이 나오고 큰 사건이 있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로 하나씩 하나씩 사건을 해결하며 그 사건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최종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형식 말이다. <붉은소파>가 그랬다. 초반까지 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이 하나씩 해결된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단편으로 엮여있는 책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 제목처럼 '붉은소파'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장석주는 딸을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다. 그것도 강간 후 살해당한다. 그 살해범을 찾기 위해 15년 동안 붉은 소파를 길거리에 두고 근처에 숨어 사진을 찍는다. 프로 사진사인 장석주는 분명히 범인이 그 붉은소파를 보면 무엇인가 행동을 할 것인고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찍으려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공소시효가 다 되었다. 법이 변경되어 이제 이런 사건의 공소시효는 사라졌다.


이 와중에 자신의 딸과 닮은 나영이 나타난다. 형사인데 그도 자신의 딸처럼 똑같은 303 피해범이다. 연쇄살인범은 늘 303과 연관된 곳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장석주는 나영과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의기투합이라고 할까. 그 과정에 몇몇 사건을 우연히 장석주가 함께 참여한다. 사진사답게 현장사진을 찍거나 의뢰를 받아 사진찍는 과정에 본인만의 관찰력으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소설 내용이 진행될 때만해도 몇 개 에피소드가 연결되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내용이 진행될수록 '붉은소파'가 점점 중심이 된다. 붉은소파로 이뤄진 다양한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고 거대한 흐름에 도구처럼(?) 쓰였는지도 나온다. 뒤로 갈수록 추리 소설보다는 일반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중간 이후부터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고 빨리 글자를 읽어버리게 되는 추리 소설과 그 점에서 달랐다.


중반 이후부터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고 글자를 읽었다. 뒷통수를 치는 반전은 없지만 전개되는 과정이 하나씩 나오며 궁금하게 만든다. 마지막 소설의 결론부분은 다소 아쉽기는 하다. 차라리 좀 충격적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쭈우욱~~ 진행된 과정에 비하면 다소 밋밋하다고 할까. 그 부분을 제외하면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는데 그런 소설이라 좋았다.


책 표지에 작가의 블로그가 있어 이 리뷰를 쓰며 가봤다. 의외로 블로그도 열심히 활동하고 소통한다. 보통 작가들이 작품활동만 하고 블로그같은 대중과 소통은 거의 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펴 낸 작품을 보더라도 일반 대중과 함께하는 작품을 많이 쓴 작가로 보인다. 작가의 블로그에 가서 이웃추가도 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섭렵하면 전작주의를 해야겠다. 책표지 이미지는 내가 그려본 소설 속 붉은소파 이미지와는 다소 안 맞는 것도 살짝 아쉽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마무리가 아쉽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간만에 본 정말 재미있는 소설.


함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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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메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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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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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놀러 올래? 문지아이들
김민경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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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어 읽으려고 했는데 중단을 했다.

신경을 써야 할 문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일단 포기를 하고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정리한다고 어떤 결론이나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전환을 위한 작업이었다.


그 후에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할 때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채이 동화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화는 좀 순수하고 맑은 정신에 읽어야 하나 보다.

평온한 마음에서 동화를 읽을 수 없는 것인지 내 경우는 읽기 힘들었다.

다른 책은 나름 읽었던 걸 보면 동화만이 갖고 있는 정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첫 에피소드가 쥐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쥐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천장에서 쥐가 왔다갔다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 책처럼 씽크대쪽 벽이 약간 틈이 있었는데

그 틈을 이용해서 쥐가 먹을 것을 찾아 집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 사실을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되었다.


심지어 그 쥐가 잠자고 있는 방에서 함께 있기도 했다.

어떻게 쫓아낼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며칠동안 함께 살았다.

그 놈이 있는 곳을 발견한 후에

그 놈의 탈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 후에 겨우 쫓아냈다.


그 이후로 지붕에 구멍을 막고 씽크대 구멍도 막았다.

두번째 에피소드가 고양이다.

현재 길고양이와 함께 의도치 않게 거주하고 있다.

이제 겨우 만든 집을 마당에 놓고 먹을 것도 그 근처에 놓았더니

이 녀석들이 나갔다 다시 돌아왔다.

현재는 그 집으로 들어가고 먹을 것도 먹는다.


여전히 내가 근처에 가면 후다닥 도망가기 바쁘다.

집에 있다가도 내가 근처로 가면 나와 도망간다.

이제는 경계심은 다소 풀어 멀리는 아니고 손이 닿지 않을 정도만 도망간다.


이런 모든 것들이 바로 주택에 살고 있어 생긴 일이다.


<우리 동내에 놀러 올래?> 배경이 그렇다.

시골은 아닌 듯한데 주택에 사는 순정이가 주인공이 1인칭 시점이다.

순정이에게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보여주는 동화책이다.

아파트에 주로 살고 있는 아이들은 도저히 경험하지 못할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창작했다고 하는데

어느새 그런 시절이 되었나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엄마(아빠)가 어렸을 때는 말이야.'

하면서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거나 알려주면 좋을 듯 하다.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39406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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