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코노미 21)

포털 인수합병 돌풍
네이트닷컴, 엠파스 집어삼키고 네이버 공략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이글루스도 인수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는 태터툴즈, 올블로그와 제휴를 맺었고 네이버는 첫눈을 인수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구글이 유투브를 무려 16억달러에 인수했다. 야후가 페이스북을 10억달러에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먼저 SK커뮤니케이션즈부터 살펴보자. 이 회사의 모태는 1999년 넷츠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넷츠고는 SK텔레콤의 PC통신 서비스였는데 이때만 해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SK텔레콤은 2002년 11월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했고 넷츠고와 라이코스를 통합해 네이트닷컴을 시작했다. SK커뮤니케이션이라는 법인을 출범시킨 것도 이때다.

지금은 어엿한 업계 2위지만 네이트닷컴도 초창기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네이트닷컴이 뜨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일촌 맺기가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싸이월드 가입자 수는 1,900만명까지 불어났다. SK텔레콤의 문자 메시지 서비스와 연동되는 메신저 서비스, 네이트온도 사용자들을 끌어들였다.

인수합병으로 몸집 부풀리기

이처럼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라는 양쪽 날개를 단 네이트닷컴의 성장성은 눈부셨다. 10위에서 가파르게 치고 올라와 업계 2위였던 다음을 제치고 이제는 업계 1위인 NHN을 위협하는 자리에까지 왔다. 2004년 첫 흑자를 달성한 뒤 지난해에는 1,600억원 매출에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2천억원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SK커뮤니케이션의 엠파스 인수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제 NHN의 네이버와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콘텐츠나 검색 서비스에서 크게 뒤처진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유현오 사장은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네이트닷컴에 가장 부족한 것이 검색 서비스였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분석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기준으로 검색 서비스 점유율은 NHN이 76.37%로 1위, 다음이 10.17%로 2위, 야후와 엠파스가 각각 4.9%와 3.2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려고 한다면 손을 잡을 수 있는 상대는 당연히 엠파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인수합병 발표를 두고 새삼스럽게 다시 관심을 끄는 것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막대한 자금력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번 인수합병에 82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할 때는 446억원이 들었고 싸이월드를 인수할 때는 75억원, 이글루스를 인수할 때는 15억원이 들었다.

엠파스 박석봉 사장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제안 받은 때가 9월 말. 한 달도 안 돼서 전격적인 인수합병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만큼 상황이 피차 급박하다는 이야기다. 검색 서비스를 보완하려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추락하는 시장 점유율을 만회할 기회 또는 자금력을 찾던 엠파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단 업계 4위라고는 하지만 엠파스의 검색 서비스 점유율이 3%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미니홈피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엠파스는 2004년부터 해마다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했을 때도 엄청난 비용만 들이고 거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싸이월드의 인수는 성공한 경우지만 네이트닷컴과 싸이월드는 여전히 이질적이다. 각각의 브랜드도 따로 노는 느낌을 준다. 엠파스의 인수는 과거 실패의 경험과 어떻게 다를까.

시너지 효과, 아직 장담하기 일러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다급한 쪽은 3위인 다음이다. 다음은 SK커뮤니케이션의 인수합병 발표 다음 날, 올블로그와 업무제휴를 발표했다. 올블로그는 메타 블로그라고 불리는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다. 이에 앞서 올해 6월에는 블로그 툴을 만드는 태터툴즈와 제휴해 티스토리라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다음의 이런 움직임은 방대한 지식검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NHN을 의식한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식검색으로 승부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다음은 자체적으로 미니홈피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기도 하고 블로그 서비스도 시작했지만 둘 다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다음의 위기의식은 꽤나 절박하다. 다음은 메일 서비스로 시작해서 국내 1위를 선점했지만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고 내내 다른 포털 사이트들이 내놓은 서비스들을 뒤따라가기 바빴다. 그나마도 대부분 실패했다. 다음은 지금 아무런 명확한 성장 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NHN의 수성 전략도 돋보인다. NHN은 지난 6월, 검색 서비스 업체인 첫눈을 무려 350억원에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첫눈이 아직 서비스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의 특징이지만 검색 서비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1위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인 셈이다.

포털 사이트의 부침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포털 사이트들이 필사적으로 인수합병과 제휴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급박한 시장 상황을 의식한 때문이다. 결국 강한 체력과 시장을 앞서 나가는 순발력을 갖춘 포털 사이트가 최종 승자가 되기 마련이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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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앞으로 10년 동안 미디어 산업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
독일 미디어그룹 베텔스만의 요하네스 몬 수석부회장은 2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글로벌문화산업포럼(주최 전국경제인연합회ㆍ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에 참석해 미디어 시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이날 `변화의 미디어 시장: 변천기에 놓인 산업`이라는 주제를 들고 특별 연설자로 나선 몬 부회장은 소비자 트렌드 변화, 디지털 TV, 전자 출판의 사례를 들어가며 "미디어 시장은 극심한 변화의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실 안의 총성 없는 전쟁이라 일컫는 디지털 TV의 탄생은 `디지털 미디어 거실`이라는 이름 아래 비디오 레코더, 게임 콘솔, PC 기반 미디어가 통합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TV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미디어 콘텐츠 융합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자제품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전자 게임 산업 등 유관 산업의 벽을 함께 허물어 버리는 힘을 지녔다는 주장이다.

몬 부회장은 시장 변화의 영향력에 대해선 "미디어 콘텐츠의 디지털화, 새로운 액세스 기술, 최종 장치 등 미디어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술의 진보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미디어 사용 양상까지 바꿔 놓고 있다"고 전제한 뒤 "변화하지 않는 미디어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현 단계에서 미디어 기술이 어떤 양상으로 진화할지는 섣불리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자 잡지와 책은 스크린 해상도와 배터리 내구력 등의 기술적 한계가 있고, 전자 신문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독자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몬 부회장 외에도 말레이시아 여배우 티아라 자크리나, 왕궈화 홍콩 일간지 대공보(大公報) 사장이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배급과 아시아 문화산업의 전망에 대해 연설했다.

왕 사장은 "아시아가 풍부한 문화자원을 보유했음에도 강한 문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문화산업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아시아 각국이 산업 전략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오전 10시 부터 열리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함께 가는 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특별 연설을 하며, 장밍지 중국 TV제작위원회 사무국장이 `한ㆍ중 TV드라마 교류와 합작`, 파라제이 니하라니 인도영화방송제작가협회 회장이 `공동제작에서의 문화적 제도적 장벽 극복`을 주제로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동 제작의 기회와 위험요소에 대해강의한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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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오랜만에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라는 베스트 셀러를 내놓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제3의 물결을 시간과 공간과 지식의 혁명으로 이끌어야 부의 창출이 미래에 가능하다는 논지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정부, 학교, 노조도 기업만치 속도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제도 혁파가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축적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 미래를 걸머질 자라나는 세대에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지식을 가려내는 안목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토플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미국 뉴욕대학 재학 시절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의 책은 거의 다 베스트 셀러다.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지식과 전망이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에서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진실로 알려진 지식도 시대마다 유용성이 다르다는 그의 `폐용지식(obsolete knowledge)`론에서 오늘의 인문학 위기의 허실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인문학의 위기를 둘러싸고 대학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의 외면과 사회의 홀대가 위기의 징후라는 주장에 대해 세상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인문학자의 위기이지 인문학 자체의 위기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사실 우리의 경우 사회가 기피하는 것이 인문학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인문학 전공학도인지 명확치 않다. 인문학의 중요성은 대학이나 사회에서 모두 공감하고 있다.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지적 시야와 안목을 열어준다. 인문학적 소양 또한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배우게 함으로써 건전한 직업인의 덕성을 제공한다.

물론 지식을 유용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시대 변화를 읽는 지식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식의 현실 적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IT, NT, BT를 뺀 자연과학이나 공학도 위기다. 시대에 따라 학문에 대한 수요는 달라진다. 모든 학문은 현상을 적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때 패러다임의 교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왔다. 토플러가 간파한 대로 진부한 지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인문학의 위기가 운위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문학이 살아 숨쉬는 지식으로 학생들을 길러낸다면 사회로부터 냉소적인 인식도 바뀔 수 있다. 세상은 융ㆍ복합(convergence)으로 가는데 두꺼운 칸막이를 쳐놓고 과연 시대변화를 통섭하는 문제틀의 개발이 가능하겠는지 회의적이다. 인문학은 내부의 장벽을 거두고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인문학이 위기라면 위기를 가져온 자본주의 시장논리 탓만 하지 말고 세계화로 이어지는 시대적 도전에 대한 학문적 응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과연 정부의 지원만으로 인문학이 살 수 있는가. 인문학은 투자한다고 당장 이익이 나오는 학문이 아니다. 먼 미래를 봐야 한다. 정서가 메마르는 경쟁 시대에 인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회를 교화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다. 인문학은 부단히 시대와 대화를 통해 대중을 끌어안아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을 수용하고 그 변화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줄기차게 천착할 때 인문학은 살아움직일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라는 소설로 세계 500대 갑부에 끼는 행운을 안았다. 무려 3억부가 팔린 그녀의 책은 캐릭터,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 엄청난 부를 만들어 냈다. 그녀는 영국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에스터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포르투갈에서 영어강사를 하다가 에든버러에 정착한 그녀는 동화를 쓰기 위해 동네 카페를 전전하면서 소재를 모아갔다고 한다. 여러 판타지 모험담을 쓰면서 결국 대작 `해리 포터`를 내놓았다.

인문학으로 돈 벌자는 얘기는 아니다. 생명수로서 인문학은 문화의 핵심을 이룬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의 발전은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여러 학문의 연계발전에 달려 있다. 인문학은 인간구원에 더하여 실사구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시대에 인문학이야말로 과학기술에 인간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 미래 한국의 힘을 인문학의 바로서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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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성경을 자기 것 만들면 3천년을 산 것과 같죠”
한국의 책쟁이들/⑪ ‘토라 연구가’ 이기대씨

임종업 기자
  
  


» 그한테 책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림의 숨겨진 비급처럼 철저하게 몸과 영혼의 단련과 연결돼 있다. 일단 체화하고 나면 반복해 읽기와 명상에 필요한 원텍스트를 제외하면 모두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그의 책들은 알맹이를 빼먹고 던져두어 생긴 조개묻이처럼 쌓여 있다.

책은 왜 읽는가? 답을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물음 자체가 괘씸한 질문이다. ‘왜 사느냐’처럼…. 책이 있으니 그냥 읽을 뿐 무슨 이유가 있는가, 라고 일축하기에는 뒤끝이 찜찜하다. 한번이라는 삶의 무게가 너무 큰 까닭. 목적이 왜 없겠는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마른 들풀도 의미없는 존재가 아닐 터인데….

겉 모양만큼이나 속 생각이 다르나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왜’라고 자문할 수 있어 비인간과 다르다. 빈도와 깊이가 차이있겠지만. 이번 책쟁이는 그 ‘왜’를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한다.

이기대(49)씨. 서울 서대문구청 7급 공무원으로 관내 거주 외국인의 등록관리, 증명발급 등이 그의 업무다. 취업, 유학, 초청비자 등으로 90일 이상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주소지 변경 등 중대한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14일 이내에 관할구청 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터.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70%가 연희동에 집단 거주하는 화교이고 나머지는 일본인, 미국인, 중국동포다.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니 그한테 맞춤할 법하다. 그의 특이점은 제3 외국어 히브리어도 능통하다는 사실. ‘제3외국어 히브리어’에 그만의 ‘왜’가 숨어있다. 그는 자신을 토라연구가라고 소개했다.

“당신의 정의는 영원한 정의, 당신의 법은 언제나 진실됩니다.(시편 119편 142절) 여기서 ‘법’으로 번역된 히브리 원어는 ‘토라’입니다. 토라는 좁게는 모세오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넓게는 구약성서 전체를 말하죠. 그러니까 성경은 진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는 히브리어-한국어 대역성경을 펼쳐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진리는 생명으로 가는 길잡이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성경에는 진리가 감춰져 있지요.” 그는 모든 종교 가운데 ‘민 하샤마임’, 즉 하늘로부터 온 것은 토라뿐이라고 믿는다. 그한테 토라를 읽고 행하는 삶이 곧 진리에 이르는 길이다. “에무나(믿음)와 에메트(진리)의 어근은 ‘아만’(믿는다 라는 동사)입니다. 믿음과 진리가 분리되지 않는 거죠.”

그는 성서를 100번 이상 읽었다. 원래의 히브리어로도 줄줄 왼다. 어디에 무슨 구절이 있고, 그 구절이 무슨 뜻인가 원어로 꿰고 있다. 관련 자료도 구할 수 있는 한 다 보았다고 말했다. 기독교(신약), 이슬람교(코란)의 원전이나 관련 자료도 두루 섭렵했다.

‘토라’가 진리라고 믿는 공무원

“유월절에 해야 할 일을 규정한 출애굽기 12장 가운데 흠없는 수컷 양을 해질 무렵에 잡으라는 구절이 있는데, ‘해질 무렵’이라는 번역은 분명히 오역입니다. 원어에는 ‘베인 하알바임’ 즉 ‘두 저녁 가운데(between the evenings)’라고 되어 있어요. <탈무드>를 보면 첫 저녁이 오후 3시, 둘째 저녁이 오후 6시입니다. 그러니까 베인 하알바임은 오후 3~6시죠.”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숨지고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갈라진 사건이 오후 3시에 일어났으므로 토라에서 말하는 유월절 희생양과 일치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일 번역을 글자 그대로 믿는다면 기독교에서 예수를 희생양으로 믿는 근거가 사라진다!

“모세가 던진 지팡이가 변해서 뱀이 되었다고 하지요? 히브리어로 ‘탄닌’인데, 그 말은 경우에 따라 뱀, 악어, 개구리 등 다르게 번역돼 있어요. 유대교 회당의 랍비도 어느 것이 정확한지 모르더군요. 탄닌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런 것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그가 토라의 세계로 들어가기는 1986년. 구청 직원으로 공무원에 첫발을 디딘 이듬해다. 여러 가지 책을 보다가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눈이 머물고 결국 유불선과 기독교 등 종교를 거친 끝에 유대교로 귀착되었다. 당시 일본으로 철수한 이스라엘대사관 소개를 받아 미8군 영내 미군과 군속을 위한 유대교 회당과 끈이 닿았다. 당시 랍비 필립 실버스타인(현재 유대인목회자연합회장)의 호의로 매주 그곳을 출입하면서 유대교에 깊이 빠졌다.

100번 이상 읽었다는 성서는 너덜너덜해져 책등이 완전히 꺾였고 쪽쪽이 붉은 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에트 하샤마임 베에트 하아레츠.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창세기 1장1절) 성서 첫 구절이 일곱 마디죠. 신이 천지와 안식일을 창조한 날수와 일치해요. ‘행운의 7’은 여기서 유래했어요. 그리고 ‘베레쉬트’를 거꾸로 문자치환해서 읽으면 ‘티슈리베알렙’ 즉 ‘티슈리월 1일’이 되지요. 유대 민간력 1월1일입니다.” 그의 달변은 계속됐다. 이스라엘인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행위의 옹호에 이르기까지.

그는 책과의 인연을 기적이라고 했다. “마음으로 원하는 책은 모두 얻어 보았어요.”

행자부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의 중국 주재관으로 베이징에 32개월 동안 머물 때는 초면의 남경대 유대학연구소 쉬신 교수한테서 중국어본 유대백과사전을 받았다. 남경 중화기독교협회를 통해서는 보기 힘든 두 상자 분량의 기독교 자료를 구입했다. 신과 인간, 우주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유란시아>라는 책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사업가한테서 소개받았다. 한참 도교에 빠졌던 20대에는 국립도서관 고문서실에서 본 필사본 <황정경> 말미 “정성을 다해 황정경 100독을 하면 <대동선경>을 만나리라”라는 메모를 통해 <대동선경>을 만났다. 그 책은 희귀한 도교경전으로 한국 첫 도교사찰인 ‘도관’을 연 박병극씨가 큰절을 하고 그한테서 복사본을 얻어갔다. 그가 이렇게 책을 말하는 것도 기적을 짓는 일이 아니겠는가. 언뜻 무협지 같은 얘기다.

한문 실력 뛰어나 무협지 200종 번역

1978~79년 그는 실제로 무협지 200여종을 번역했다. 신당동 쪽에 있던 대룡각이라는 출판사. 입사시험을 치러 서울대 출신자와 함께 합격했다. 고교 때 별종 취급 받을 정도로 한문을 잘했고 졸업 무렵엔 백화문을 줄줄 읽을 정도의 실력이 바탕이었다. 당시 대룡각은 쌍벽을 이루던 무협지 출판사 중 하나로 편집부 상근자가 10여명. 그는 한달 두 종꼴로 2년동안 번역했다. 주로 와룡생의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공무원 봉급이 10만원 안쪽일 때 그의 한달벌이는 40만원이었다. 책이 잘 나가면 전체 직원이 삼겹살 불고기로 회식을 하고 5만~10만원의 금일봉이 주어졌다. 번역자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근사한 도사이름을 썼다. 무협지는 유불선, 연애, 원수갚기가 세 축. 초식은 도가, 격식은 유가, 원수갚기의 출가는 불교와 관련돼 있다. 그는 세 가지 축과 뿌리를 알면 무협지 번역은 아주 부드럽다고 말했다.

“독서는 정보를 얻고 연구를 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죠. 그 다음은 명상과 기도로 이어집니다.” 만일 성경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면 3천년의 지혜를 얻는 것이고 3천년을 산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생활패턴만 바뀔 뿐 삶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것. 요즘 연구논문들은 95%가 인용이고 자기얘기는 5%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얼마나 책을 읽으면 이런 주장을 자신있게 펼치는가. 그가 가진 책은 두 평 베란다에 꼬깃꼬깃 300권이 전부다. 나머지, 아니 몸통은? 2000년 12월 중국주재관으로 떠나면서 4톤 짐차에 가득실어 충북 진천의 이삿짐 보관센터 창고로 보내고 6년째 보관료를 물고 있다. 형편이 나아지면 짐을 찾아와 풀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희망으로 그칠지도 모를 일. 한때 책들은 모이고 쌓여 베란다에서, 거실로, 안방으로 쳐들어왔다. 빨래를 널 수도 없고, 나중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집안이 어두침침했다. 아내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이혼하자고 몇번을 을렀다. 결국 이삿짐센터로 간 책들은 무기한 유배에 처해졌고 그 이후의 책은 베란다에 유폐되었다. 이씨의 책은 이씨의 방문을 넘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만일 그곳을 벗어나면 책임 못진다는 무서운 아내의 엄포 탓이다. 그래서….

집에는 300권만…창고 보관 6년째

그는 일단 구득한 책은 다 읽는다. 읽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 읽는 속도가 빠르니 어느 책이어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잡식성. 그한테 책은 종이와 활자로 보관하는 물건이 아니다. 읽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책 이야기는 결국 종교, 인생으로 이어지고 묻는 자와 대답하는 자가 뒤섞었다. 못다한 얘기는 배웅길에도 이어졌고 쿵후의 발차기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오십 나이에 이런 자세가 나오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그한테 책은 몸의 책이다. 어쩌면 무림의 비급처럼, 배우고 익히는….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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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오늘(19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국정감사에서는 지상파 방송과 mbn과 YTN 등 허가받은 뉴스채널 외에는 뉴스방송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회 문화관광위의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유사보도 채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보도전문 채널은 지상파방송 3사와 mbn, YTN 등 5개 방송사업자다. 하지만 다른 일반등록 PP가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는데 방송위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제재 방법은 무엇이냐?" 방송위원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실제로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문 PP의 무분별한 보도 프로그램 편성 제한,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PP에 대한 과도한 진입 억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개정방송법에는 '보도에 관한 정의 규정과 이에 관한 제한기준'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정이 신설돼 있습니다. 즉 방송사업자가 허가 또는 승인을 받은 주된 분야 외에 부수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범위와 종류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방송위는 '종합·보도편성을 허가받지 않은 PP가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수준의 시행령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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