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는 굉장히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아래는 책에서 좋았던 부분들입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사실을 믿게 만들 수 있는 이들은 당신으로 하여금 잔혹한 행위를 하게도 만들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입니다. 조금 변형시켜보자면 "터무니없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은 잔혹한 행위를 할 수도 있다." 라고도 응용 가능할 거 같습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은 윤리와 믿음과 규범이 언제까지고 바뀌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p304


 만일 당신이 '옳음 대 그름' 을 둘러싼 온갖 본질적 질문들을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더 많이 의심하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은 것을 듣는다면 나로서는 정말 큰 기쁨이 될 것이다. -p305


 나는 이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들의 견해에 반박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자기 신념이라는 맥락 속에서 우아하고 알맞게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p307


 무언가에 확신을 갖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는 겸손해야 하며 항상 회의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건전한 토론이나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알고보면 우리보다 훨씬 좋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은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2018년 빌게이츠, 버락 오바마 최고의 책이라고 합니다.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한 그녀가 어떻게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었는지 그녀가 걸었던 끔찍하고 용기있는 여정을 함께 겪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이 글의 핵심을 이루는 문단입니다. 


  이 순간 사회에는 '복수의 천사들' 이 너무 많은 데 비해 '간디들' 은 아무리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훗날 미래 세대에게 비판받을 것이며 심지어 우리 중 가장 각성되고 옳은 이들조차도 그 세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리라 깨닫는 것이 우리가 내디뎌야 할 첫걸음이다. 기술은 강력한 촉매제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한 단계씩 높여간다. 이 변화는 심지어 윤리의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윤리는 우리가 배우고 적응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각성해서 올바른 존재가 될 순 없다. 그러니 우리의 토론에선, 또 서로를 대하는 우리의 방식에선 특정 시대의 법률이나 종교적인 잣대에 얽매이지 말자. 대신 수수함, 관대함, 공감, 공손함, 겸손함, 연민, 예의 바름, 진실함 등의 여러 핵심 원리를 가운데 놓고 판단하자.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윤리적이기 위해, 즉 조금이나마 더 '올바르기' 위해 궁극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덕목임과 동시에 우리의 인간성과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이다. -p316~317

 


 아래의 문장도 좋았습니다.


  작가 수전 손택이 관찰했듯 "어느 사회에서든 인구집단의 10퍼센트는 어떤 경우에도 잔인하고, 10퍼센트는 어떤 경우에도 자비로우며, 나머지 80퍼센트는 잔인해질 수도 있고 자비로울 수도 있다." -p344

 


 <무엇이 옳은가>는 너무나 즐겁게 읽었던 책입니다. 평소에 고민하던 윤리적 문제들을 저자와 대화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 <두려운 미래, 친근한 미래> 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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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노예제도를 유지하며 잔인하게 행동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는 제도가 그렇게 폭넓게 수용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가? 그리고 대체 무엇이 바뀐 걸까? 

 2가지 가설을 놓고 살펴보자.


 첫 번째 가설: 잉글랜드와 뉴잉글랜드에 주로 살던 한 무리의 백인 노인들이 갑자기 각성해 '노예제도는 잘못된 것이며 철폐되어야 한다' 는 걸 깨달았다. (중략)


 두 번째 가설: 이런저런 기술의 발전 덕에 보다 윤리적인 사람이 되는 게 쉬워진다면 어떨까? (중략)


 영국이 노예제도를 가장 먼저 폐지한 국가라는 사실은 그저 우연일까? 다른 나라들보다 일찍 산업화를 거쳤고 노예무역으로 직접적 수혜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어쩌면 영국의 노예제 폐지와 관계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산업화를 이룬 미국 북부가 노예제도를 금지한 데 반해 농업에 의존했던 남부의 경우 그 끔찍한 관행을 유지하기 위해 싸웠다는 건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를 초훨해 많은 이가 인간이 인간을 소유해도 괜찮다고 자신을 설득시켰다. 그런데 그렇게 수천 년간 지속되어온 사악한 관행이 왜 갑자기 산업혁명 직후에 사라지기 시작한 걸까? 

-p160~161


 노예제도의 역사는 사회에서 합법적인 것으로 용인되는 윤리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극단적 예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은 우리에게 여러 선택권을 주고, (중략)                                     -p163



 저는 노예제도에 관한 위 글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윤리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을 다양한 근거들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그 사례 중 노예제도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저도 항상 궁금했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노예제도에 대해 어떠한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던 걸까하고요. 아무리 훌륭한 인격자나 훌륭한 위인이라도 노예제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의아한 일입니다. 저는 사상의 발전이 우리의 인식을 각성하고 윤리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두 번째 가설이 더욱 타당해보입니다. 기술의 발전, 산업혁명이 노예제도의 뿌리를 뽑았다는 가설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의 윤리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혼자서 다른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오판합니다. 여기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 있습니다. 


 매튜 밀러의 트윗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당신이 1930년대 독일이나 (1960년대)

 미국 인권운동 시기에 있었다면 뭘 했을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축하한다. 그때 했을지 모르는 그 일을 

 지금 당신은 하고 있으니까."

-p171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윤리적 문제를 놓고 토론할 때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자세에 대해 말합니다. 


  오늘날 여러 윤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절대주의를 버리고 하나의 개념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좌파 아니면 우파라는 정치적 이분법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 또 세대와 세대사이, 인종과 인종 사이, 종교와 종교 사이에서 우리가 벌이고 있는 문화전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바로 이 개념, 겸손 말이다. -p181


 


 그러나 어떤 종교든 힘만으로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종교는 자기 추종자들의 운명을 개선할 때에만 번성한다. 

-p190 


 아래에서는 이슬람이 어떻게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한 설명들이 나옵니다. 이슬람은 개인 위생, 음식 위생에 대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예전부터 음식에 대한 종교적 관습의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해소되었습니다.


 

  좋았던 부분이 상당히 많았던 책입니다. 오늘 글은 이만 줄이고 다음 글로 마지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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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10-13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인 노예제도와 관련된 글이라 흥미있게 잘 읽어 봤습니다. ^^
인류역사에 노예제도가 없었던 시기가 딱 두 번 있었는데 바로 지금 현재와 헬레니즘 시대였다라고 합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향후 노예제도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시대 공통점은 자유인이라 주장하는 개인을 고용하여 부리는 일이 의식주를 지급하며 노예를 부리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ㅎ
결코 윤리적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10-14 10:17   좋아요 0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결국 문제는 역시 비용, 돈이군요!

헬레니즘 시대에는 노예제도가 없었다니 흥미롭네요^^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과학책입니다. 평소 동물의 감정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과학은 동물의 감정을 부정하는 견해가 주류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에 관한 책, 저자의 다른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책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입니다. 



 비슷한 연구에서 데이트를 하러 가는 청소년에게 잔을 집어들거나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거나 머리를 긁적이는 것과 같은 데이트 상대의 모든 동작을 따라 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데이트 상대들은 독립적으로 행동한 사람보다 자신을 따라 한 사람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왜 그런 차이를 느꼈는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어느 수준에서는 우리가 모방을 칭찬으로 간주하는 것이 분명하다. -p149 

 

 데이트 상대의 동작을 따라하기. 메모메모.



 

 














 다행히도 이제는 '이기적 유적자'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들리지 않는다. 행동은 언제나 이기적이라는 개념은 쏟아져나온 데이터에 파묻혀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과학은 협력이, 적어도 내집단 구성원들사이에서는, 우리 종의 가장 중요한 성향임을 확인해주었다. 

 

 과학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진리로 나아갑니다. 한 때는 우리의 행동은 모두 이기적이다. 이타적 행동으로 보이는 행동 조차도 사실은 이기적인 동기가 작용한다. 라는 설명이 유행했습니다. 우리의 느낌, 인식, 감정, 직관과 반하는 이론, 주장이었습니다. 이제 과학은 우리 종이 이타적인 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로렌츠는 한 발 더 나아가 개와 함께 살면서 개에게도 우리와 같은 느낌이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정상이 아니며 심지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p167 

 

 데카르트 이후로 행동주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학자, 철학자들은 동물, 심지어 개 조차도 감정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은 단지 자극에 반응하는 기계로 치부했습니다. 이제 과학은 그런 견해에서 동물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감정, 인식, 의식이 있다는 견해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저도 항상 동물을 기계론적으로 바라보는 과학의 견해에 못 마땅했습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한 발짝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개나 고양이가 얼마나 감정, 개성이 풍부한지 알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이제는 동물에게 감정이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사실, 부당한 행위를 한 상대가 충격을 받는 것을 보는 피험자의 뇌에서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었다. 남성의 주요 관심은 공감에서 정의로 옮겨가 상대의 처벌을 환영했다. -p172


 자신의 가족은 끔찍하게 사랑하면서 남에게 잔혹한 인물들을 보며 저는 항상 그 격차가 의문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남들의 고통에는 공감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위 글을 보니 그런 의문이 해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적 혹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의 고통을 볼 때 쾌락을 느낍니다. 우리는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이 안좋은 일을 당하면 '샘통이다.', '속이 시원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적의 고통에 환호하는 우리의 특성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작업의 효과와 경쟁자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며칠 뒤에 끔찍한 '범행' 현장을 다시 찾는 일이 많다고 한다. -p288


 범죄현장을 다시 찾는 우리의 습성을 침팬지에게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침팬지는 살해현장을 다시 찾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바로 경쟁자의 죽음을 확인해기 위해서 입니다. 만약에 경쟁자가 살아 있으면 자신이 복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당연한 습성일 거 같습니다. 



  전세계 각지의 수렵채취인 문화 중 73%는 전체 식량 중 절반 이상을 동물에서 얻는다. 이러한 잡식 동물의 배경은 우리의 다기능성 치아 구조와 상대적으로 짧은 창자, 거대한 뼈에 반영돼 있다. -p374


 육식이 건강에 나쁘고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의아합니다. 우리와 유사한 유인원을 봐도 그렇고 과거 우리 선조들의 삶을 봐도 육식은 중요한 영양원이자 에너지원이었는데 말입니다. 


 

 오랜만에 과학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1년에 50권의 걸작 읽기 첫번째 책 완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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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훌륭한 책이다. 읽는 내내 재밌게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책이다. 책에 포스트잇으로 표시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책을 다시 읽는 기분으로 좋았던 내용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윤리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고 깨달음을 준 고마운 책이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리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p22


 책 머리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책의 주제이다. 우리는 윤리가 고정불면의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옳고 그름을 명확히 알고 있다고 확신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윤리는 시대와 함께 변화해 왔고 변해가고 있다. 윤리의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우리의 윤리를 변화시켰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명확히 알지 못함을 인정해야 한다.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로 토론에 임해야 한다. 


 

 아래는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나는 진화적으로 왜 왼손잡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왼손잡이는 차별받았는지가 궁금했다. 이 글을 읽고 그 근거를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왼손잡이는 싸울 때 유리하다. 권투 선수나 펜싱 선수의 경우 왼손잡이라는 특성은 강점으로 작용하고, 폭력적인 집단일수록 왼손잡이가 많다. 왼손잡이는 대결 상황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부르키나파소의 줄라(디울라)족은 연구대상 부족들 중 가장 평화로운 집단인데, 이 부족은 연간 살인율이 10만 명 중 1명꼴이며 전체 부족원 중 왼손잡이의 비중은 3.4퍼센트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야노미미족은 1년에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0명 중 5명꼴이고, 왼손잡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2.6퍼센트에 이른다." -p37


 왼손잡이는 생존에 유리했다. 특히 대결 상황에서 그랬다. 격투기나 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왼손잡이를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격투기나 스포츠 선수들 대부분 오른손잡이를 상대하다보니 왼손잡이를 상대했을 때 평소와 달라서 혼란을 겪는다. 평소와 다른 거리감각 때문이다. 그래서 이정도 거리면 안 맞을 줄 알았는데 맞고 이정도 거리면 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맞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에 생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이 차이는 컸을 것이다. 왼손잡이는 살아남았고 왼손잡이 유전자는 계속 이어져 왔다.



 아래는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부분이다. 

 

  신체의 일부만 남은 플라나리아는 자기 신체에서 어떤 부위들이 잘려나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위들을 만들어낸다. 정말 신기한 점은 꼬리 부분만 남았다가 새로 생긴 머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다. 새로 생긴 이 뇌는 잘려나간 머리가 가지고 있던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전 개체에 있던 기엄임에도 새로 생성되는 개체로 옮겨가는 것이다. 심지어 새로 만들어진 부위는 애초에 뇌가 없는 상태에서 생성되었고, 그 상태에서 새로운 개체로 성장해야 했음에도 말이다. -p66


 뇌는 정말 신기한 존재고, 기억은 뇌보다 훨씬 더 신기하다. 레빈은 애벌래를 '부드러운 몸체의 로봇' 이라 일컫는데, 애벌레는 기어다니면서 식물을 갉아먹다가 고치가 되고 변태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된다. 이 과정을 밟는 동안 애벌레는 신경계와 뇌를 액화하면서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결국은 하늘을 나느 로봇이 되어 과즙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고 신기한 점은 나비가 애벌레 시절에 학습했던 내용 일부를 기억한다는 점이다. -p67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로 반으로 잘리면 잘린 부분에서 재생이 일어난다. 머리가 달린 쪽에서는 신체의 나머지 절반을 만들어내고, 꼬리가 달린 쪽도 머리를 포함해서 신체의 나머지 절반을 새로 만들어 낸다. 더 신기한 점은 꼬리가 달린 쪽에서 만들어진 머리가 잘리기 전의 머리가 가지고 있던 기억을 그대로 같고 있다는 점이다. 잘리기 전의 뇌의 상태를 어떻게 기억하고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일까? 정말 신기한 일이다.


 애벌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비가 되는 과정에서 신경계와 뇌가 액화했다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전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니. 참 신기하고 왜 그런지 궁금하다. 



 동물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동정, 용서, 신뢰, 상부상조의 모습을 보인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p119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한 뇌영상 장치 덕에 우리는 동물의 뇌와 사람의 뇌가 사고과정에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공포, 고통, 고뇌, 공감, 사랑을 볼 수 있겠지만 아마 그 결과가 그리 썩 대단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감정들은 워낙 본질적인 특성이어서 고등동물의 세계에서는 공통적으로 보전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별 차이가 없을 거란 뜻이다. -p120

  

  내가 평소 궁금해하고 관심있는 것 중 하나는 동물들의 지능과 감정이다. 이에 관련된 좋은 책이 있었는데 찾아봐야겠다.


 















 알라딘에 동물, 감정으로 검색하니 이 두 책이 상위에 뜬다. 둘 다 좋은 책이다. 읽어보고 싶다!


 찰스 다윈은 벌써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남겨두셨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읽어보자! 그리고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은 유발 하라리가 추천하기도 하였고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의 책이라니 역시 꼭 읽어보자!


 

 정리할 글들이 많아서 세번으로 나눠서 해야겠다. 오늘은 이만 마친다. 다시 책을 훑어보니 역시나 좋은 책이었다.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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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언급되어서 읽게 되었다. 이어령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인터뷰했던 기자 김지수씨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의 저자 케이틀린 도티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장의사의 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었다. 3분의 2쯤 읽었는데 만족스럽다.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유머가 있다. 저자는 중세를 전공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들도 많아 더욱 좋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병원의 위생적인 환경에서 죽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다. 19세기 말에,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은 가진 것 없고 식구도 없는 궁핍한 사람에게나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집에 있는 침대에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고 싶어 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미국인의 85퍼센트 이상이 집에서 죽었다. -p80


 지금도 모두가 병원보다 집에서 죽고 싶어하리라 생각한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는 것만큼 좋은 죽음이 또 있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핵가족화, 맞벌이로 인해 집에 있는 환자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 건 아닐까? 



 오늘날, 시체를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만 누리는 특권이다. 바라나시의 보통날, 인도의 갠지스 강둑 위에는 80개에서 100개쯤 되는 화장터가 자리 잡고 불이 타오른다. 매우 공개적인 화장(때로는 인도의 불가촉천민 계급의 어린 아이들이 담당하는)이 끝나면 뼈와 재는 성스러운 강물 속으로 흘려보낸다. -p89 


 나는 20대 초에 인도 바라나시를 여행했다. 바라나시의 화장에 대해 몰랐다. 그래서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시체를 봤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화장을 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의도적으로 보는 것을 회피했던 거 같다. 단순 관광객의 시선으로 구경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도 기억이 생생한 장면은 있다. 화장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뛰어노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며 '죽음과 생이 그다지 멀지 않구나. 인도에서는 이렇게 가깝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죽음과 생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 그 둘이 그렇게 다른 것이 아니라는 느낌. 


 

 아래는 지하철에서 자살을 한 제이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제이콥 쪽으로 질주하는 열차를 제때 멈출 길이 없어 그의 두 눈을 들여다봐야 했던 열차 기관사 입장에서 입은 피해는, 금전적인 것이 아니다. 열차 기관사들은 일하는 동안 본의 아니게 평균 세 명을 치어 죽인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안정적이고 심지어 바람직하기까지 한 이 직업에서 가장 정 떨어지는 지점은 누군가(혹은 여러 명)를 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p94  


 저자는 제이콥의 자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의 자살 방식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금전적인 피해와 더불어 수많은 사람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그의 방식은 나도 좋지 못하다 생각한다. 


 

  1800년대 후반, 파리 시민들은 매일 수천 명씩 시체 보관소에 와서 신원 미상의 시체를 구경했다. (중략) 시체 보관소 전시가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지는 바람에, 결국 나중에는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p95

 

 우리는 시체를 보지 못한다. 죽은 자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우리는 너무 죽음과 시체로부터 격리되고 멀어졌다. 



  티베트 고산 지대에서는 땅에 바위가 너무 많아 매장을 하지 못하는 데다 나무마저 드물어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만들 수 없다. 티베트인들은 망자를 처리하는 색다른 방식을 발달시켰다. 직업적인 로규빠(시신을 부수는 사람)가 시신에서 살을 잘게 자르고, 남은 뼈는 보리 가루와 야크 버터와 함께 밯는다. 시체는 높고 평평한 바위 위에 놓아두어 독수리들이 먹도록 한다. 새들이 날아들어 그 시체를 파먹고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팔방으로 실어 나른다. 이렇게 남은 살을 다른 짐승들이 먹도록 놔두는 것은 시체를 처리하는 너그러운 방식이다. -p130

 

 예전부터 궁금했던 티베트의 장례, 천장의 이유에 대해 알게 되서 좋았다. 역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만약 브루스 같은 장사꾼이 자기 친어머니한테는 결코 하지 않을 짓이 방부처리라면, 왜 우리는 아무에게나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궁금했다. -p131 


 브루스는 저자가 함께 일하는 방부처리사다. 이 책에서는 방부처리에 대해서도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리를 직접 화장할 수는 있겠지만, 어머니를 방부처리를 못하겠다고 브루스에게 말한다. 브루스 역시 동의한다. 



 영아 화장은 성인 화장과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행해진다. 혹시 이름이 있다면, 우리는 아기들의 이름을 기입했다. 종종 아기들의 이름은 그저 '존슨네 아기' 혹은 '산체스네 아기' 이런 식으로 라벨이 붙여진다. 그들에게 완전한 이름이 있는데, 심지어 원래 이름인 'Caitline'을 잘못 적어 ' KateLynne' 으로 쓰는 식으로 뭔가 고약한 일이라도 있으면 더 슬프다. 완전한 이름을 보면, 아기가 태어나 가족의 일원이 되기를 그 부모들이 얼마나 바랐는지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p141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슬펐던 부분이다. 아이들의 죽음은 다른 죽음보다 항상 더 슬프게 느껴진다. 



 웨스트윈드에서 배운 모든 것에 대해 나는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외치고 싶다. 매일 죽음을 되새기다 보면 날마다 더 생생해지는 색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p184


 날마다 죽음을 되새기면 현재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케이틀린 도티,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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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0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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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1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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