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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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라딘 리뷰를 보니 악평이 많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리뷰가 많아서 놀라웠다. 2009년 출간된 책이다. 


 그의 생각은 과격하다. 요즘의 생각, 사고방식과는 다르다. 그는 1947년 생이다. 트럼프는 1946년 생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케시씨와 트럼프씨는 말이 아주 잘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그는 마초다. 남한테 굽신거리는 외교를 싫어한다. 들이받거나 무시하면 무시했지 질질 끌려가는 것은 불만이다. 세계평화 따위는 개나 줘라이다. 일단 일본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거의 대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이 책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있었다. 초반부 외교적인 부분에서는 그의 과격한 주장에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이미 사과했는데 계속 사과하라는 한국의 주장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긴다. 


 이 책은 일본이 불행한 9가지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치, 가정, 사회 각각 세 가지 씩이다. 


 정치는 외교, 국회의원, 정상회담에 대해 말한다. 중국, 북한에 끌려다니는 일본의 외교를 비판한다. 국회의원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랑 다를 게 없으니. 정상회담은 돈만 낭비하고 쓸데는 없는 것으로 여긴다. 일견 수긍이 간다. 오키나와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몇 백억이 쓰였다. 그동안 오키나와의 관광은 보안 등의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케시씨가 보기에 득은 거의 없고 실만 많은 일이다. 정상회담에서 이야기 되는 일도 뻔한 이야기들이다. 실효성도 계획도 없다. 정말 정상회담의 명목으로 놀고 휴가를 즐기는 게 아닐까 싶다.


 가정은 아버지의 위신 저하, 아이에게 자기 방이 있는 문제, 멍청한 어머니를 비판한다. 멍청한 어머니는 자식을 애완동물 취급하는 특수한 어머니들을 말한다. 자식을 돌보지 않고 유기하고 학대하고 살해하는 그런 어머니들이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사회는 악몽이 현실이 되는 불행, 얼굴이 못생긴 불행, 스포츠 후진국이라는 불행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을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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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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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지 2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리뷰를 쓰고 자신감을 좀 얻었다고 할까? 아니 자신감이 아니라 부담을 내려놓았다고 할까? 


 읽고 너무 좋은 책은 리뷰를 쓰기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2달이 지나서 부담이 많이 사라졌다. 그냥 쓰는 거지 머.


 위화 작가를 알게 됐다. 이 책을 어떤 경위로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은 전부터 몇 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위화 작가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에세이다. 올 해 읽은 책 중 베스트다. 2위는 <작별하지 않는다>다. 


 이 에세이집은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기억들이 녹아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문화대혁명에 대해서 세세히 알게 됐다. 그러고보니 한강 작가의 책도 그렇고 위화 작가의 책도 그렇고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문화대혁명의 끔찍함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책으로 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끔찍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다보니 비판적인 면보다 풍자적, 해학적인 면이 많았다.


 그렇다. 이 책 배꼽빠지게 웃긴다. 오랜만에 만나는 빼곱킬러였다. 그런데 배꼽빠지게 웃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말 그렇다. 정말 웃다가 울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감동도 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천재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봤다. 이런 필력을 가진 작가가 또 있었나 싶다. 


 이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 위화의 글을 꼭 만나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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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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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며 지냈다. 유뷰트에서 관련 영상들을 계속 찾아보며 국뽕에 젖었었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상을 타다니. 뜻밖이고 감개무량했다. 맨부커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대단한 작가라 생각했다. 충분히 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소년이 온다>를 읽고 너무 힘들어서 그녀의 책을 읽지 않았었다. 


 노벨상 수상 후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일주일 기다린 끝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받았다. 초반부는 생각처럼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흥미도 생기지 않아 걱정했지만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기분탓인지 작가의 필력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이 아름다웠다. '이게 노벨상 수상 작가의 문장이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다.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건의 전말에 대해 무지했다. 1947년을 시작으로 발생한 사건이니 나에겐 너무 먼 사건이었다. 


 주인공을 따라서 사건을 점점 알게 되면서 경악스러웠다. 글로 읽던 것을 멀리서 보게 되고 점점 가까이 가서 보게되는 느낌이랄까? 누군가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여다보게 됐다.  


 슬프고 몇 번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오래전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왜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때는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주인공과 저자의 결의가 느껴져서였을까? 소설 속 주인공은 울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작별의 뜻을 찾아보았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또는 그 인사' 이별과 작별의 차이점은 이별은 수동적이고 작별은 능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별은 당할 수 있지만 작별은 당할 수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의지다. 결코 작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속 아픔과 고통을 파헤쳐서 소설로 쓴 작가.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다시 한 번 고통을 마주한 저자의 의지가 감탄스럽다. 누구보다 고통에 예민한 사람이 무엇보다 큰 고통을 견디며 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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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23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단어 의미 차이에 메세지가 있네요.
음~!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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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역시 좋다. 현재 절판되었다. 중고책은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기타노 다케시는 코미디언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시작했다. 어찌어찌 최고의 코미디언이 됐고 배우, 영화감독이 되었다. 감독으로 명성을 날려 영화제 수상과 함께 세계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안봤는데 봐봐야겠다.


 이 책은 다케시씨의 에세이다. 도덕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요즘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보고 있는데 다케시씨의 생각도 유발 하라리씨의 통찰과 통한다. 도덕은 결국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도덕도 달라진다. 과거의 도덕과 오늘날의 도덕은 다르다. 하지만 아직도 도덕책에서는 과거의 도덕만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도덕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고 헛된 도덕 교육만 받고 있다. 왜 착한 일을 해야하는지, 왜 남의 것을 훔치면 안되는지 아이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닐까라고 다케시씨는 말한다. 아이들에게도 거짓보다는 진실을 알려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일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후광효과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영화감독으로 세계적인 상까지 받아서 그를 천재라고 이미 생각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글은 그의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쓴 글들이다. 곳곳에서 박식함이 보였고 그도 아마 독서가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다케시씨의 책들을 계속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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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조던 B. 피터슨 외 지음, 조은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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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긴 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책이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두 명씩 편을 나누어 토론을 한다.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진 거 같지 않다. 특히 찬성 쪽에 마이클 에릭 다이슨 때문에 더욱 토론이 엉망이 되었다. 지금껏 멍크 디베이트에서 만난 토론자 중 최악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PC주의 그 자체였다. 상대방의 말은 안듣고 앵무새처럼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


 일단 PC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PC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영어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로서 소수자들을 차별, 배제하는 언어 사용 및 표현을 지양하자는 신념, 혹은 그에 기반한 사회운동을 뜻하는 말이다. 


 PC주의. 진짜 이제는 듣기만 해도 징글징글하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기회의 평등, 성평등에 찬성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이건 정치적 올바름의 반대측 토론자인 조던 피터슨과 스티븐 프라이도 마찬가지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가 PC주의에 반대하는 건 너무 교조적이고 비관용, 비타협적인 태도와 극단적인 부분들이다. 기회의 평등은 찬성하지만 결과의 평등은 반대한다. 성평등은 찬성하지만 성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반대한다. 


 아직 여성과 흑인 등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해결책들에 대해서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거나 남성과 백인이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이 절대적 선이고 모두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다. 외모를 비하하거나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 하지만 개그맨이 외모를 가지고 개그를 하는 것까지 불편하게 받아들이길 원하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주길 바란다.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현실은 누구나 이쁜 사람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는 우리는 이에 영향을 받는다. 굳이 못생긴 주인공을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 않다. 외모도 능력이다. 지능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무식한 사람을 회사에서 혹은 대학교에서 임용해선 안된다. 외모, 피부색, 지능 등으로 그 사람의 다른 부분까지 평가해선 안되지만 그 자체는 인정하고 존중해줘야한다. 백설공주에 백인 배우를 쓰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굳이 백설공주를 흑인이나 라틴계 배우를 쓸 필요가 있을까?


 PC주의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엔터테이먼트 산업까지 침입하는 것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너무 사람을 가르치려한다는 느낌이 들어 반감이 든다. 영화에서 살인이 벌어져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영화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야할까? 굳이 이런 교육을 내돈내고 즐기러간 영화에서 받아야할까? 


 아무튼 PC주의는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가득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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