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쟁이 터졌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시기가 과연 있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은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내에 전쟁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몇 백년, 몇 천년 후에는 전쟁이 사라진 세상이 올까? 그 전에 인류멸망이 먼저 일지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분쟁지역에서 터진 전쟁이니 뜻밖의 전쟁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침략했고 하마스는 독립운동 중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다. 민간인, 아이 할 거 없이 테러하고 있다. 전쟁에서 민간인, 아이학살이 없었던 적이 과연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언론에서는 하마스를 절대악으로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 역시 결코 선한 쪽은 아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이스라엘도 백린탄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고 한다. 백린탄은 대상 지역을 불바다로 만든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체젠전쟁 등 여러 전쟁에서 백린 소이탄이 사용되었다. 1949년 제네바협약은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의 백린탄 사용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억제력은 없는듯하다. 2009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백린탄을 사용해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백린탄 사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과 이슬람교를 믿는 팔레스타인의 전쟁. 둘이 믿는 신은 같은 신이다. 뭐 종교 전쟁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금 전쟁이 종교전쟁도 아니다. 같은 신을 믿는다고 싸우지 않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같은 신을 믿는 사람들끼리 사랑을 실천하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으련만.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면 좋을텐데. 뭐 이건 이상주의적 이야기니깐. 현실은 살육이 난무하고 폭탄이 떨어지는 곳이니깐. 


 오늘 약혼녀를 위해 수류탄에 자신의 몸을 던진 21세 청년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봤다. 자신들의 방에 떨어진 수류탄, 한치의 고민, 망설임 없이 수류탄에 몸을 던진 청년.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전쟁이 더 싫어졌다. 왜 무고한 사람이, 선량한 사람이,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전쟁이 확산되어 제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의 확산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란은 전쟁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어쨌거나 그들에게 팔레스타인은 이슬람, 중동 국가, 형제 국가이고 이스라엘은 침략국가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 핵무기를 가진 두 국가 간의 전쟁이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추측도 이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지만 전쟁이 확산될까 두렵다.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 인류는 끝장이다.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제3차 세계대전, 핵전쟁이 벌어질리는 없지만 과연 전쟁을 하는 지도자들이 이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전쟁이 터졌다.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혹 슬퍼하거나 혹 분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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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0-17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든 전쟁에 반대합니다.

부디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0-17 15:55   좋아요 2 | URL
저도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데, 전쟁이 사라질 거 같지가 않네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얄라알라 2023-10-22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5분에 한 명씩 아이들의 생명이..

기사 제목이 ˝인간은 딱 이만큼 진화했다?˝ 의 의미였는데, 통감했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 이렇게 글 올려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무섭습니다. 반대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0-26 18:48   좋아요 0 | URL
어제 뉴스 보니깐 하마스에서 2천명의 어린이가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이 아픕니다.

 

 스티븐 킹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메시지 혹은 질문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영화 <미저리>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인간의 정의보다 더 높은 정의가 있다. 나는 신에게 심판을 받겠다." 라는 구절입니다. 살인은 범죄입니다. 법은 복수로 인한 살인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미국 법정에서 강간범을 살해한 부모에게 무죄를 판결한 전례가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판결이더군요. 아무튼 질서를 위해서는 예외를 함부로 들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형집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형집행도 찬반논란이 거셉니다. 과거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형집행을 금지하는 것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예전에 미국의 인권변호사가 쓴 책을 봤는데 통계들을 보니 정말 끔찍했습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억울한 이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티븐 킹 원작의 <그린 마일> 영화가 생각납니다. 이 영화에서도 흑인이 누명을 쓰고 사형당합니다. 

 예전에 영화를 볼 때 살인범죄현장에서 신고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주인공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아니 그러다가 괜히 오해받을 수 있으니깐 신고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자칫 잘못하면 용의자로 몰려서 전기의자에 앉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정황증거가 있고 살해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불리했습니다. 만약에 그가 흑인이고 시대가 1900년대라면 무조건 도망쳐야했습니다.


 <돌로레스 클레이븐>에서도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인간의 정의보다 더 높은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죽어 마땅한 놈은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아마도 스티븐 킹은 인간의 정의보다 더 높은 정의가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영화 <미스트>에서 발암을 일으키는 광신도 여자가 있는데 주인공의 친구가 그녀를 총으로 쏴버립니다. 주인공은 진심으로 고맙다고 합니다. 아마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저 여자 좀 죽었으면' 하고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사들을 보면 참으로 암담합니다.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전쟁 사이 잠시의 평화의 시기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누가 푸틴 좀 암살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민간인 학살, 성폭행도 제발 멈춰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경제제제 외에 이 참극을 막을 방도가 없나. 나토나 미국이 개입하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 3차 대전과 핵전쟁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핵 보유국이 비핵보유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핵 억지력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세계대전은 막을 수 있지만요.


 아무튼 책, 영화를 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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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중요한 변곡점에 서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세계에 이는 반전의 물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러시아에 대한 제재.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슴 아픈 뉴스도 많지만 그만큼 가슴 뭉클해지는 기쁜 뉴스도 많습니다.


 방금 뉴스를 보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22억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그의 외할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합니다. 디카프리오 형은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과 운동도 그렇고 볼 수록 매력적이고 호감입니다. 


 인터넷, SNS 덕분에 이제 세계는 열려있고 깨어있습니다. 과거에는 잘 모르고 관심도 적었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이제 우리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분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러시아에 대한 해킹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통신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쟁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국가부도까지 1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계에 이는 러시아 물품에 대한 불매운동. 각국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러시아의 재벌과 시민들도 푸틴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까지!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휴먼 카인드>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휴먼 카인드>의 주요 주제는 "인간은 선하다." 였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친절하고 선하다는 그의 주장이 깊이 공감가는 요즘입니다.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 이유는 앞으로 그 어떤 나라도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떠올릴 것입니다. 명분, 정당성 없는 전쟁은 그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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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7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선하다. 믿고 있고 믿고싶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03-07 18:22   좋아요 2 | URL
저도요! ^^

새파랑 2022-03-07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대가를 꼭 치뤄서 앞으로는 전쟁을 일으키면 망한다는 사실이 각인되었으면 좋겠네요~ 역시 디카프리오는 멋지네요~! 영화 개츠비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03-08 00:30   좋아요 1 | URL
네! 앞으로 누구도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푸틴이 혹독한 대가를 치뤘으면 좋겠네요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 칼럼을 모은 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 음모론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음모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역사상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곧 말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음모론이 허다합니다. 


 저도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음모론을 믿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즉시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그 음모론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음모론을 주장하는 글이나 영상의 근거들을 보면 제법 귀가 솔깃하긴 합니다.


 유명한 음모론 중 하나로 미국인의 달착륙이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조작된 것이라는 음모론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근거를 내세우고 있어서 관련 글이나 영상을 보면 '어라? 먼가 이상한데? 정말 수상한데?'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음모론에서 주장하는 그 근거들을 전문 과학자라면 하나하나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도 앞서 밝혔듯이 음모론을 믿을 뻔한 적이 이 달착륙 음모론이었습니다. 음모론에서 주장하는 근거들이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만일 달착륙이 거짓이라면 달착륙이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이라면 달착륙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 그리고 달착륙을 연기한 사람들(달에 첫 발을 내딛은 루이 암스트롱이라던가) 등 음모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비밀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지 상기한다면 수십 명이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켰다는 사실은 가능성이 아주 희박합니다. 


 달착륙은 실제로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고 수천, 수만 명 이상이 참여한 프로젝트입니다. 그것을 실제로 계획하고 예산을 짠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한 수많은 과학자, 기술자, 우주비행사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착륙 프로젝트는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었습니다. 만약 달착륙이 거짓이었다면 소련이 그것을 속아줬을까요? 소련은 그것을 검증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했는데 그들이 침묵했을까요? 


 

 음모론에 현혹되기 전에 한 번이라도 '과연 이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밀을 지켜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침묵해야 하는가?' 라는 단순한 사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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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쉽게 믿고 쉽게 의심하는가?'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는 데는 타인 자체보다 우리의 선입견에 의해 타인을 판단합니다. 우리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을 경우 꽤 정확합니다. 하지만 100% 정확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크게 실수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잘못 판단해도 크게 손해보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판사, 경찰, 첩보기관 등이 타인을 잘못 판단했을 때는 큰 문제가 됩니다.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 불리우는 그들도 우리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일화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2006년 겨울, 저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대학교 동기인 동생과 둘이 인도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겁없이 인도를 여행지로 선택했습니다. 막상 인도가는 비행기에 올라타서 인도 관련 여행서를 보니 인도는 무서운 나라더군요. 과거에 납치, 살해 등 무서운 일들이 많이 벌어졌던 여행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저는 20살 초반에 사람을 잘 판단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척보면 척 아닌가?' 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습니다. 재수 때 크게 그 생각이 깨지긴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다시 인도이야기로.



 인도 뭄바이에 밤 늦게 도착했습니다. 원래 저희 계획은 공항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뭄바이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밤은 위험하니까요. 숙소도 예약해 놓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공항에서 밤을 새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저희는 쫓겨나다시피 했습니다. 우선 다른 한국인 여행객과 동행했습니다. 한국인 여행객이 묵는 숙소에 혹시나 빈 방이 있을까해서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택시를 타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혹시나 납치를 당하지 않을까 속으로 불안했습니다. 


 숙소에 빈 방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늦은 밤 인도의 거리로 쫓겨났습니다. 그 당시 핸드폰도 없고, 검색도 안되는 상황. 의지할 데 없고 정보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거리에 사람은 없고, 혹시라도 사람이 보이면 경계부터 하게 됐습니다. 


 여기저기 근처를 돌아다니며 숙소를 구해봤지만 빈방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무렵 한 청년이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저희 또래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숙소를 구해주겠다. 따라와라." 


 저와 친구는 섣불리 따라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저 사람의 심중을 캐보고자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아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감도 안 잡혔습니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정말 숙소를 구해주려는 것인지 우리를 악의 구렁텅이로 데리고 가려는 것인지 정말 1도, 1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를 따라 근처 건물의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두려운 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는 우리를 숙소로 안내했습니다. 다소 비싼 값이었지만 방을 잡았습니다. 긴장해서인지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이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사람을 잘 본다는 오만과 환상은 실제상황에서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해석하는데 상당히 취약합니다. 그 취약함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된 해석을 할 경우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큰 고통이 따릅니다.


 타인이 잠깐 우리를 보고 판단하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우리는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할까요? 타인을 해석할 때 우리는 겸손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타인이 우리를 해석할 때 그러길 원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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