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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신은 4명의 자살자들에게 지상으로 내려가 49일동안 100명의 자살자들을 구하면 천국으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4명의 자살자들이 유령이 되어 다른 자살예비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구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요? 저는 교훈적, 계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여러 사회문제들을 전면으로 다룹니다. 그 사회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심도있게 소설을 통해 고찰합니다. 일종의 사회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소설을 통해 구현합니다.
그리고 다른 특징은 추리와 판타지 혹은 SF적 요소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제법 재미있게 읽힙니다. 이 소설도 자살자들의 상황과 원인을 하나하나 추리해가면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해법들을 제시해줍니다.
우리나라는 자살초강대국입니다. 자살율 OECD 국가 중 1위, 노인자살율 1위를 당당히 차지 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한 때 자살율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나라입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율 순위 (2008년 통계)
1위 한국 : 1998년 이후 자살율 99% 증가,
1998~2008년 자살율 꾸준히 증가해 10년연속 자살율 세계톱 정상!
2007년 전체 사망자 대부분 자살자,
하루 40명씩 자살, 금년(2008) 일본을 제치고 OECD 자살율 세계 1위!
2위 일본 : 1990~1997년까지 OECD 자살율 1위, 2000년 이후 일본정부의 자살예방정책으로 현재 일본의
자살율은 감소.
계속 자살자는 줄어들고 있다.
IMF 이후 꾸준히 증가한 한국의 자살율은 2003년 1위를 탈환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왕관을 굳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으로 자살율이 감소하여 2014년 기준으로 4위까지 등수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제 일본은 한국의 라이벌이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점이 많습니다. 아쉽게도 일본의 좋은 점은 닮지 못하고 일본의 문제점들은 복사, 붙여놓기 한 것처럼 닮았습니다. 재벌, 정경유착, 부패, 신자유주의, 교육제도, 자살율 등이 그렇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높은 자살율이 있습니다. 피와 땀과 목숨으로 이룬 경제성장입니다. 문제는 경제성장이 소수의 계층들에게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지만, 서민들은 높은 물가상승과 빚으로 고통받습니다. 현재 한국의 불평등지수는 OECD 국가 중 탑 3안에 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1위는 미국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1위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한국은 1등이 아니면 안되니까요.
한국에서 이처럼 높은 자살율을 연신 기록하고 있는데도, 문제가 담론화된 적도 없고, 지식인들이 이 문제를 다룬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쉬쉬합니다. 지식인들도 침묵합니다. 정부는 무관심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작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카노 가즈아키입니다.
그는 자살의 원인을 자살자에서만 찾지 않고 사회문제들을 통해 찾습니다. 구조조정, 경제적 파산, 집단 따돌림, 가정해체 등에서 찾습니다. 자살자들의 심리를 해석하고 그에 맞는 처방들을 제시합니다. 우울증은 자살로 이끄는 가장 큰 심리적 원인입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절한 상담과 처방만 있으면 치료할 수 있는 우울증을 방치하면 늪에 빠진 것처럼 점점 죽음으로 끌려갑니다. 우울증은 조용한 암살자입니다.
작가는 책을 집필하기 전에 자신이 다루고 싶은 주제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읽고 공부를 합니다. 이 책에도 그런 작가의 노력의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이런 작가의 노력은 제가 판단하기에 문학성을 떨어뜨립니다. 작가의 메시지와 작가의 존재, 작가의 의도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있고 박진감넘치게 읽힙니다. 때론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몰입하게 합니다. 그리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수없이 많은 자살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그들도 살고 싶었고,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한국에서 이 책은 더더욱 많이 읽혀야합니다. 특히 자살을 생각하고 있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자살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살고 싶다는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죽을각오로 열심히 살아라. 용기를 내라. 힘을 내라." 따위의 뻔한 말들은 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현실적인 문제들의 해결법들을 알려줍니다. 아픔을 공감해줍니다. 다른 선택지를 보여줍니다. 죽음 대신 삶에 눈을 돌리도록 유도합니다. 적절한 도움이 있다면 인간은 죽지 않아도 됩니다. 이 책은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