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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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모카만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 초코시럽과 휘핑크림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카페모카가 맛있었다.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마시게 되면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는 어떤 사람은 커피의 참맛은 아메리카노에 있다며 카페 모카만 고집하는 나를 커피맛도 모르며 커피 마시는 사람이라 했다. 요즘엔 나도 가끔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대학로 커피숍에서 맛보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이다. 내가 카페 모카만 마신다는 걸 알고 있는 친한 동생이 여기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봐야 한다 해서, 그 애의 간곡한 주문 때문에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색다른 느낌이었는데, 그 애의 설명처럼 갓 볶은 좋은 원두를 사용해서 그런가, 아메리카노가 고소하고 향긋한 보리차 같았다. (고소하고 향긋한 보리차가 내게는 맛있는 차의 최상급인가보다). 그 후로는 나도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이스 카페 모카와 아이스 카페라떼,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이스 녹차라떼를 뒤로하고 말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카페모카, 카페라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사실 나는 맛나게 마실 줄만 알았지, 실제로 각종 원두별로 독특한 커피맛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전동 그라인더가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주인장은 커피 통에서 미리 갈아놓은 커피 가루를 한 스푼 떠서 포터필터에 담았다. 탬핑도 하지 않고 바로 머신에 장착하고는 손으로 레버를 내렸다. 이윽고 추출되는 진한 갈색의 에스프레소는 보기만 해도 그 향과 맛이 전해지는 듯하였다. 머신이 구형이라 크레마는 두텁게 추출되지 않았다. (26)

 

그라인더는 어떻게 생겼는지, 포터필터는 또 어떤지 나는 잘 모른다. 탬핑 동작은 대체 그러하다고 여겨지는 동작이라 예상할 뿐이고, 크레마는 그림 혹은 사진에서 보았던 갈색의 커피 뭉게 구름일거라 생각한다.

내게는 이렇게나 멀고도 먼 커피의 세계. 그 세계를 넘나드는 저자의 커피 사랑이 여기저기서 속속들이 펼쳐진다.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른 커피맛을 몸소 느끼기 위해 콜롬비아, 쿠바, 베트남, 오스트리아, 모로코, 칠레 등의 카페를 방문하고,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전 세계 커피 원산지와 커피 농장을 방문한 이야기들은 찰지고 재미있다.

 

 

사랑이 지극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극한 커피 사랑에 취한(?) 지은이는 커피 사업을 통해 강연 등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한다. 카페를 오픈하고 나서는 손님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싸고 맛있는 커피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커피를 알리고 카페를 알리면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일 1(군인), 12(경찰관), 15(교사), 19(소방관)에 해당하는 직업인에 한해 메뉴 주문시 사이즈를 무료로 업그레이드 해주고, 1년에 하루 네 가지 직업의 기념일(국군의 날, 경찰의 날, 스승의 날, 소방의 날)에는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153) 더불어 <구대회 커피>에 배송을 오는 택배기사님들에게는 8월 한 달간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154)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이어갈 때에는 경제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 장사가 되어야, 이익을 창출해야 계속해서 그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작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커피를 통한 기쁨을 전해 준다고 하니, 말 그대로 따뜻하고 착한 커피 전도사.

카페 모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커피 메뉴는 바뀌었지만 나의 커피 사랑은 계속될 듯하다. 커피 사랑에 불을 지피는 이런 멋진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바로 지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한데, 핸드메이드 가내 수공업 커피는 아무래도 사양하고 싶다. 새로 오픈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의 여유로웠던 한 때를 기억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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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6-05-25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먹죠. 제가 직접 볶아 갈은 커피 ^^ 들어간 것은 물 밖에 없어도 단맛이 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7:52   좋아요 1 | URL
앗! 신갈나무님의 커피는 저의 핸드메이드 카누와는 격이 다르군요.
물 밖에 없어도 단맛이 나는 커피라니.... 에구... 부럽습니다^^

수퍼남매맘 2016-05-2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로알드 달의 ˝ 마녀를 잡아라˝ 가 보여 반갑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즐겨 먹는 메뉴라고 ˝수요미식회˝ 에서 들은 기억이 있어요 . 서양에서는 커피에 얼음을 넣어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는 사람 보며 신기해하는 일인이에요 .

단발머리 2016-05-26 17:53   좋아요 0 | URL
저도 로알드 달 아주 좋아하는데 <마녀를 잡아라>는 아직 안 읽었어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완전 새거같은 중고라 얼른 집어 왔는데, 읽어야할 어린이가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네요.

수퍼남매맘님 말씀 듣고 보니 그런것 같아요. 정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우리나라 특허 상품일까요? ㅎㅎ

2016-05-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알드 달 ㅎㅎㅎ
커피집 같이 가요~~~~♡

단발머리 2016-05-26 17:54   좋아요 0 | URL
꼭이요~~~
맹세, 약속 그리고 다짐^^

2016-05-25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5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5-2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커피 패턴은 단 거에서 안 단 거로 꾸준히 바뀌어온 거 같아요. 아메리카노에 안착한 이후로 다른 종류는 거의 안 마셨는데 요즘은 새삼 라떼에 꽂혀가지고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시네요. 밖에서도 그렇고 집에서 먹을 때도 커피 내리고 우유 후루룩 끓여서 부어 먹거나 귀찮으면 찬우유 넣어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데 그냥 그 단순한 맛이 은근 중독성 강하더라고요. 어제 투썸에서 라지사이즈로 두 잔이나 마셨더니-_- 오늘은 좀 어지러워서 하루 걸렀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7: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여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데, 그 외 계절엔 따뜻한 라떼예요.
그러니까 저는 모카-아메리카노-바닐라라떼-라떼로 거쳐왔다고 할 수 있네요.

라지사이즈로 두 잔이나 드셨군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카페인에 대한 반응이 강해서요. 보통은 샷을 반만 넣어달라고 해요. 라떼도 물론, 반샷만 넣어요.
투샷인 경우에는 한샷만 넣고요.
커피를 오래오래 마시고 싶어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먹고 있어요. 아.... 갑자기 슬픈.... ㅎㅎㅎ

나이니 2016-05-2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나몬 향 때문인지 풍부한 우유 거품의 부드러움 때문인지 한 때 카푸치노만 고집하며 마시던 일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대학로 커피집 이름이 궁금해지네요~^^

단발머리 2016-05-26 18:01   좋아요 0 | URL
네... 카푸치노도 좋지요.
저는 카페인 반응이 좀 강한 편이라 몇 분께 여쭤봤거든요.
라떼가 연하냐, 카푸치노가 연하냐~~ 그랬더니, 그래도 보통은 라떼가 좀 더 연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엔 라떼를 많이 마십니다.

대학로 커피집은 마침 그 동생이 어제 저희집에 놀러와서요. 물어봤더니 대학로 그 집은 없어졌다고 하네요.
커피숍 이름은 <디초콜릿카페>라고 하네요. 수제초콜릿전문인데 커피도 맛있다는...ㅎㅎㅎㅎ
 

 

 

얼마 전, 책의 날 이벤트에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꼽았던 제인 에어를 다시 들었다.

소설을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는 아주 쉬운데, 스스로를 소설 속 주인공 중의 하나로 여기면 된다. 그렇게 하면,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이 더 선명하게 읽히고 들리고 보인다. 나는 그렇다. 제인 에어를 읽는다 했을 때, 나는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이 되는 거다. 나는 제인 에어. 그녀를 찜한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대해 들은지는 꽤 됐다. 로체스터의 아내인 버사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라고 하던데, 아직은 읽지 못 했다. 그 책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떨린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쁜 남자, 나의 소중한 남주 로체스터를, 이제 나는 증오하게 될 것인가

애써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외면한 채, 제인 에어를 읽는다. 스스로를 제인 에어라 생각하고 이 소설을 읽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읽어왔다.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고아 소녀, 무엇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는 까탈스러운 성격, 예쁘지 않은 외모(가장 근접한 지점), 창백한 얼굴, 작은 몸집.

로체스터의 숨겨진 아내, 버사를 살펴본다.

검은 피부(검다는 건 로체스터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니, 사실은 누런 피부가 아닌가 추측), 검은 머리카락, 큰 키.

대충 봐도 자세히 봐도 결론은 같다. 제인 에어보다는 버사 쪽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제인 에어야 한다. 그래서, 아직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지 못 했다. 그 책을 읽으면 난 로체스터를 미워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내가 제인 에어가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로체스터는 멋진 남자로 남아야 하고, 나는 제인 에어여야 한다.

     

그의 예사로운 태도가 나를 구속감으로부터 구해 주었다. 따스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다정스러운(다정스러운? 다정하고, 아닐까?) 솔직한 태도로 나를 대해 주었고 그 때문에 나는 그에게 끌렸다. (267)

 

... , 내게로 와요, 제인, 어서!“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나를 잡고 있는 손을 풀어 놓아주고 나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오히려 미친 듯이 나를 끌어안을 때보다도 더 반항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그 앞에 굴복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의 분노와 맞서 그걸 좌절시켜 왔다. 이제는 그의 슬픔에서 도망쳐야 했다. 나는 문 쪽으로 물러났다. (162)

 

 

이제 다시 읽어보니 괴팍한 성격이라고 단정지었던 로체스터는 오히려 다정한 면이 많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엉켜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 로체스터는 애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제인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그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간청한다.

세인트 존은 다르다. 그리스 조각 같은 완벽한 외모에 풍부한 학식, 굳건한 신앙심과 친절한 심성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그다. 하지만 그를 거부했을 때, 그를 거절했을 때,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 ... 그러기 위해서 당신에게는 오빠가 아니라 협력자가 필요한 거요. 남매간의 기반이란 약한 겁니다. 남편이라야 합니다. 나도 누이동생은 필요 없습니다. 누이동생은 언제 남한테 빼앗길지 모르는 거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아내입니다. 죽는 날까지 온전히 내 것으로 해둘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협력자가 필요한 겁니다.“ (334)

 

 

그리고 그동안에 그가 내게 느끼게 한 것은, 선량하면서도 엄격하고 양심적이면서 집념 깊은 사람이 자기를 거역한 사람에게 얼마나 가혹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적대적인 행위는 하지 않고 비난 섞인 말 한마디 없이, 그는 내가 자기의 관심 밖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343)

 

자신의 뜻에 거역한 사람, 자신을 거부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두 사람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로체스터는 매달리고 세인트 존은 제인을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한다. 로체스터는 애원하고 세인트 존은 가르친다. 로체스터는 울부짖고 세인트 존은 안수(按手)한다. 진짜 나쁜 남자는 로체스터가 아니라, 세인트 존이다. 세인트 존을 미워하려는 순간, 만약 세인트 존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소설 속에서는 아마도 로체스터가 천하의 불한당으로 그려지겠지.

 

녹턴

  

 

 

 

 

 

 

 

  

시의 특정한 구절을 따로 떼내어 마음대로 해석하는 건, 시를 이해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이 구절만큼은 그래도 될 것 같아 옮겨본다.

 

이런 이별

1월의 저녁에서 12월의 저녁 사이

                                                                  김선우

 

.....

첫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두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세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그리고 문 앞의 흰 자갈 위에 앉은 따스한 이슬을

위해

 

.....

 

당신이 내 마음에 들락거린 10년 동안 나는 참 좋

았어.

사랑의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내게, 제정신이 아니었던 내게,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 나는 참 좋았다. 그 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몰고 강물로 뛰어들어도 괜찮다고 하시는 분이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끌면서 돌아오는 편이라 더 그랬다. 제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여차저차 제정신은 돌아오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해는 지고 뜨고, 달도 부지런히(야나문^^). 별조차 이렇게나 바쁘다. 이제 다시 일상이다.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

로체스터는 실상 유약한 남자였고, 세인트 존은 알고 보니 나쁜 남자였다.

나는 당신을 위해 세 번쯤 기도하고, 자전거를 끌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 때가 바로 지금,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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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5-25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 리스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언급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스스로 자각하고 생각하고 깨우치고 그리고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를 다른 이야기에 대해 썼으니까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읽었던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가 엉망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 저는 여전히 로체스터가 좋아요.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사랑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진짜 인상깊었어요. 제가 그간 읽었던 연애장면들 중에서도 특별히 인상 깊었어요. 나중에 불에 타서 팔도 못쓰고 앞도 못보는데, `난 이래서 안될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하잖아요. 사랑한다는 건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내가 어떤 모습이든 감춰야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는다고 해서 제인 에어가 싫어지지는 않을거다, 라는 거였어요.


지금 다시 제인 에어를 읽는다면 저는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때 로체스터를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도 로체스터를 인상깊은, 당당한 남자다, 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건 광막한 사르가소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에요. 제가 많이 달라져서요. 나이도 먹었고 연애와 이별을 겪었고 회사도 좀 더 다녔고 여러 친구들을 새로 사귀고 헤어졌으니, 저는 과거의 저와 달라졌을 거 아녜요. 그러니 지금 읽는 제인에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님,
흔들리는 단발머리님도, 제정신이 돌아온 단발머리님도,
그 모두가 다 단발머리님 입니다.

단발머리 2016-05-25 12:3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이름조차 거대하고 위엄넘치는 이 작품이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읽지 않고 말하는 이 뻔뻔함..)

제가 정말 놀랐던 건, 그러니까 그런 작품이 가능했던 작가의 인식이었던 것 같아요.
버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 보자, 이런 생각이요.
저 스스로라고 한다면, 제3세계의 유색인종인 나는, 왜 스스로를 제인에어에게 동일시했을까.
나는 왜 버사에 대해서는, 불쌍하고 가련한, 어쩌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똑똑했을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을까. 왜 미친 여자로만 생각했을까. .....
전 여러번, 아주 여러번 <제인 에어>를 읽었고,
통으로 읽고, 나눠읽고, 공부하고, 시험보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었는데도,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깜짝 놀라고 당황했죠.
새로운 인식, 새로운 세계, 진 리스에게 감사를...

다시 읽는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책은 그대로인것 같지만 그 책을 읽는 우리는 계속 바뀌어가니까요.
가끔, 아주 가끔은 예전에는 좋았는데, 다시 읽었을 때 별로인 책들도 있더라구요.
저한테 <제인 에어>는 아직 그대로예요. ㅎㅎㅎ
다락방님께는 어쩔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제 제정신 단발머리예요.
다락방님 말씀대로, 왔다갔다의 단발머리도, 제정신의 단발머리도 모두 저니까요.
ㅎㅎㅎ 좋네요^^

2016-05-2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이 넘 맘에 들어요. 광사바도 일단 제목이 매혹적이고요
비교적 최근에 읽었는데 로체스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더라구요. 마사나 로체스터나 다 존재의 이유가 있는거지 누가 누구에게 특히 피해?를 끼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읽은지 2년이 안되었는데 가물가물하네요.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6-05-26 18:03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제목이 맘에 드신다니 저도 좋아요.
광사바는 좀 아껴둘려구요.
저에게는 아직 로체스터가 필요합니다.
강하고 매력적인.... 매달리면서 집착하는 그런 남자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6-05-25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에어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녹턴도요.^^

단발머리 2016-05-26 18:05   좋아요 0 | URL
ㅎㅎ 책읽기에서 제일 흥미로운 게 다시 읽기인 것 같아요.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보이네요.

저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좀 미뤄둡니다.
위의 이유 때문이지요.
강하고 매력적인.... 매달리면서 집착하는 로체스터 때문에요. ㅎㅎㅎ
 

 

 

 

 

 

 

 

 

 

 

노무현 대통령 4주기 모임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이제... 괜찮으시죠?

나는... 아직도 안 괜찮다.

유시민 작가님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많이 도와서,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로 정치적 비서실장으로 살았기 때문에, 대통령님이 돌아가셨을 때 상주로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나는, 지역주의와 평생 씨름했던 그의 인생을 지지했고, 반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그의 연설에 감동했고, 삼권분립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국가 정보기관과 검찰을 부리지 않겠다던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한 일이 없다. 그를 돕기 위해 한 일이 없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다 되었다고, 다 된거라고 생각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 정부의 실현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 땅의 두터운 기득권층은, 가진 자들은, 언론과 정치는,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능력과 실력이 있다.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7주기이고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다.

가치를 알아주지 못했던 국민들의 대통령이었고, 퇴직 후에도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바퀴달린 유모차에 태워 논두렁을 함께 달리던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손자손녀를 뒤로 한 채, 그는 그렇게 떠났다.

아직도 괜찮지 않은 나는, 생각한다.

그의 가치를, 그의 신념을, 그의 바램을 이 땅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 내게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작은 일이 내게 있는가.  

 

괜찮지 않은 밤에 생각한다.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괜찮아질 때까지.

그 때까지라도 나는,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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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발언 하나가 의미있는 작은 일이죠. 마음속에 넣어두고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때가 되면 기억하고 이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16-05-22 21:25   좋아요 0 | URL
네... 용기를 냈어요. 모든 정치가가 그렇겠지만 노무현 대통령님은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서요.

왜 이런 때에만 이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때에라도 기억하는 게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밤이예요.
만약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생각이라도...
생각이라도 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괜찮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덜 울었나봐요...

수이 2016-05-2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마음.

단발머리 2016-05-22 21:25   좋아요 0 | URL
같은 마음.

몬스터 2016-05-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요? 그런 선택을 하셨을때의 마음을 생각하면 , 가슴이 서늘합니다.

단발머리 2016-05-23 00:3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벌써 7년이나 지났더라구요.
7년 전이라면 아주 오래전인것 같은데, 그 날, 그 때를 생각하면 바로 어제처럼 슬픈 마음 뿐입니다.

순오기 2016-05-23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전, 그날을 생각하느라 잠이 안와요~ㅠ

단발머리 2016-05-23 08:55   좋아요 0 | URL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셨군요......
저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어요.
아침에는 <정봉주의 전국구>, <누가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갔는가> 듣고 있다가,
힘들어서 잠깐 멈춰 놓았어요.
어이가 없어요....

채부장 2016-05-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분들이 뜨고 지고, 또 뜨고 지고... 이런 순환의 간격이 계속 줄어들면 언젠가~~~
잊지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합니다.

단발머리 2016-05-25 08:58   좋아요 0 | URL
네... 그런 희망을 갖고 싶네요.
전, 노무현 대통령님 같은 분이 우리 역사에 다시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그의 정신은 살아남아서 많은 정치가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반칙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저는 믿어요.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요...
 

 

 

 

 

 

 

 

 

 

여성 살해

기본적 정의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여성 혐오적 살인. 성차별적 테러리즘의 가장 극단적 형태

 

러셀 Diana E. H. Russell197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1여성대상범죄 국제 재판에서 처음으로 이 용어를 공식화했다.(264) 2001년 편집자로 참여한 책에서, 러셀은 여성 살해를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살해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녀는 여성 살해가 남성 지배와 성차별주의의 극단적 표현임을 명시하면서, 여성 살해를 성 정치학의 장 안으로 들여옴으로써 이것을 사적이거나 병리학적인 문제로 다루는 태도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여성 살해>, 황주영, 265)

 

강남역 화장실에서 일어났던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의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공감언론 뉴시스) 경찰은 범인이 말하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강남역 노래방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여성 혐오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라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판단한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공감 언론 뉴시스)

1시간을 화장실 주변을 서성이고 남자들이 왔다갔다 할 때 자리를 비켜주면서 범죄의 대상을 물색했던 범인이 화장실에 들어간 피해 여성에게 가한 살인행위는 대상이 분명하며 한정적이다. 피해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 여자라는 이유,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을 명명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그것을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서 개념화하는 것은 그것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269)

이 사건이 여성 혐오 살인이라고 인식될까봐, 사건을 통해 남성 혐오가 생길까봐 혹은 남성 대 여성의 대립과 갈등이 가열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상한 또라이 한 명 때문에 남자들 모두를 범죄자 취급할 셈이냐고 말하는 남자들도 있다. 남자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다.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23세의 어린 그녀를 생각하며 운다. 내가 피해자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낀다. 자신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서울 한복판, 사람이 그렇게도 많이 지나다닌다는 강남 번화가, 깨끗한 시설의 수노래방. 그리고 공용화장실.

 

 

강남역 10번 출구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꽃송이, 그리고 추모객들로 가득하다. 피해 여성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그 곳으로 모였던 젊은 여성들이 이러한 추모의 시간, 추모의 장소를 만들어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옮긴다

각기 다른 사회가 채택한 상상의 질서는 서로 다르다. 인종은 현대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중세 무슬림에게는 상대적으로 중요치 않았다. 중세 인도에서 카스트는 생과 사의 문제였지만 현대 유럽에서 계급제도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성별이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다.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로는 그랬다. (212)

 

 

동물의 세계에는 코끼리나 보노보처럼 의존적인 암컷들과 경쟁적인 수컷들 간의 역학관계의 결과로 모권 중심의 사회가 나타난 종이 많다. 암컷들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켜야 했으며, 협력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 보노보와 코끼리 사회는 협력적인 암컷들로 구성된 강력한 네트워크가 통제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비협력적인 수컷들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평균적인 보노보 암컷은 수컷보다 힘이 약하지만, 수컷이 한계선을 넘어서면 종종 떼 지어 그 수컷을 괴롭히며 공격한다.

보노보와 코끼리가 이럴 수 있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사피엔스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동물이고, 그 장점은 대규모로 협력하는 능력에 있다. 만일 그렇다면, 여자들이 비록 남자에게 의존한다 할지라도 협력이라는 우월한 사회적 기술을 이용해 공격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남자들의 허를 찌르고 조종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231)

 

유발 하라리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지 않는다. 협력이라는 우월한 사회적 기술을 이용해 남자들의 허를 찌르고 싶지 않다. 조종하고 싶지 않다. 오랜 시간 가부장제를 통해 여성들을 억압하고 통제했던 그 방법과 방식대로 동료이자 친구인 남자들의 허를 찌르고 싶지 않다. 남자들을 적으로 상정하고, 미움과 분노로 살아가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된 그녀를 추모하는 방법으로 포스트잇이 사용되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가해자를 조롱하거나 가해자의 성을 조롱하거나 가해자의 성기를 조롱하지 않고, 그녀들은 손바닥 만한 작은 종이에 절절한 외침을 적는다.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다음 타깃은 저겠죠, 여자니까요.’, ‘여자라서 죽었습니다.’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명확한 자각과 일상적인 두려움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그녀를 또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게 했다. 보잘 것 없지만 실천 가능한 명확한 하나의 방법으로, 그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그로 인한 공포에 대해 이야기했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협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이용했다.

이제 이야기할 때다. 여자와 남자가. 같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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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5-2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공감하고, 특히 마지막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여태 여성 차별의 문제를 공감하고,
생활에서 소통하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는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단발머리 2016-05-20 15:54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오랜 기간동안 여성 차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제가 자란 환경이 그러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 자체를 제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차별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극도의 혐오가 이런 끔찍한 사태를 일으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많이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가 같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cyrus 2016-05-2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를 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또 다른 증오만 계속 생길 뿐입니다. 적개심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는 태도는 옳지 못합니다. 이제 남자들도 생각을 바꿀 때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남자들이 여성 차별 문제를 등한시하면, 제2, 3의 비극이 생겨도 무감각해질 겁니다.

2016-05-20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20 17:53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를 적으로 대하는 태도`, `적개심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는 태도`를 그 태도를 유지하는 여성 혐오자들을 염두하고 쓴 것이었습니다. 여성 혐오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입장에서 쓴 댓글이었는데 첫 문장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저는 단발머리님의 생각에 공감해서 댓글을 남겼습니다. 만일 공감하지 않았으면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고, 댓글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단발머리 2016-05-20 18:03   좋아요 0 | URL
cyrus님의 댓글로 오해가 풀렸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이 끝과 저 끝이 아니라면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해야겠지만
제 글의 전제와 상황 판단에 대해 cyrus님도 공감하신다니, 저도 `좋습니다`.

cyrus 2016-05-20 18: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말씀대로 제가 태도의 주체를 밝혔으면 오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실수였습니다. 앞으로 댓글 달 때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남겨야겠습니다.

몬스터 2016-05-2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다르다는 것을 다르다는 사실 그대로 인정하는게 상식인데...저도 요즘 제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양육 방법에 대해서도요. 아주 아주 조금씩이라도 바꾸어가는게 방법밖에는 없는 듯 싶습니다. 나부터 , 그리고 내 주위 부터.

단발머리 2016-05-21 07:04   좋아요 0 | URL
배움과 생활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아가는 요즘입니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기도 하구요.

몬스터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탓하기도 해야하지만(저는 이 일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제 주위에서부터 바꿔야 할 것들은 조금씩 바꿔가야겠다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아롱이에게 `남자가 쪼잔하게..`라고 했더니 막 화를 내더라구요.
`남자가... `라는 말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요.

나부터, 내 주위부터 고쳐야할 것은 고쳐야겠다, 생각합니다.
 

 

 

 

 

 

 

 

마침 책이 눈에 띄어 아침부터 읽기 시작해 이제 막 다 읽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이름만 알고 있지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활동과 활약까지 읽다보니 꼬박 하루가 걸렸다.

5월의 광주가 가진 의미, 그 숭고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채식주의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한강의 소식이 무척이나 기쁘다. 어제만 그녀의 책이 4만부가 넘게 나갔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그녀가 힘들여 내놓은 이야기 소년이 온다도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음 한다.

일단 나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으로 부르지 말고 '합창'으로 부르라 하고, 사람들은 일어서서 '제창'으로 부르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이런 나라에서...

5. 18. 광주를, 그녀는 자신의 말로 기록했다. 가녀린 몸으로, 그녀는 참, 큰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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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6-05-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8 희생자들을 기립니다

단발머리 2016-05-19 12:36   좋아요 0 | URL
5. 18 희생자들을 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