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
조성용(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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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시간 아이처럼 해변을 달리는 두 남녀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상당히 감각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표지의 작품 『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 이다. 

 

이 책은 흔글이란(필명인지) 이름으로도 알려진 조성용 작가님의 에세이인데 분명 에세이여서 글은 어렵지 않지만 읽다보면 상당히 철학적으로도 다가와서 어떤 페이지에서는 한참을 머물러 있게 되는 글들의 모음집니다.

 

유독 눈길을 잡는 글들은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올해를 되돌아보면서 과연 올해 한 게 뭘까 싶은 생각으로 살짝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위로를 건내는 페이지였던것 같다.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라는 말이 어쩌면 일맥상통한듯 해서 페이지를 계속 펼치고 있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글로도 이렇게 마음을 당길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이야기들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딱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할지도 모르겠다.

 

고용함 속에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 질책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경우라면 이 책이 제격일 것이다.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기 보다는 한 해 무탈하게 잘 보내고 있는 스스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어떨까?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힘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 못한 일, 좌절했거나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너무 스스로를 탓하기 보단 긍정적인 마음과 그속에서도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은 그런 글들이다. 

 

조금 더 성장했던 기회였다고 그러니 내년에 더 나아질거란 기대를 가진다고 누가 뭐라할 것도 아니니 말이다. 책은 곳곳에서 감성적인 글들이, 따뜻함이 묻어나는 에피소드와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자리하고 있다. 

 

비록 아직 완생이 아닌 미생인 상태의 한 사람일뿐이지만 이런 글들은 읽음으로써 딱딱해진 마음을 조금은 말랑하게 인생을 좀더 유연하게 생각하고 공감어린 이야기로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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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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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이 있겠지만 다소 특수한 직업의 경우 그 직업의 세계 자체가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공간이 평소엔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그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후 폐관이나 폐점이 된 이후 조용해진 시간에는 과연 어떤 분위기일지도 궁금한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특수한 직업과 특별한 공간이라는 두 가지의 요소를 모두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야기였다.

 

무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배경이며 그곳에서 10년이라는 기간동안 경비원으로 일한 저자가 보여주는 이야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관람에 크게 방해를 하지 않으면서도 문제적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지키고 계신 분들이며 야간에는 순찰도 돌면서 소장품들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소개될지 상당히 궁금했다. 

 

 

더욱이 그 공간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이 책의 저자는 원래 대학을 졸업한 후에 《뉴요커》에서 4년간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형의 죽음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었던 것이다. 각별했던 형의 죽음은 저자에게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고용한 공간으로 들어가게 했고 무려 300만 점의 전시품이 존재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야말로 제격이였을 것이다. 

 

느긋하게 작품들을 감상할 순 없겠지만 경이로운 공간에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시간들이였을 것이고 10여 년의 시간은 저자에게 상실과 슬픔, 아픔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게 된다.

 

 

세계적인 미술관이 주는 경이로움과 그 안에 자리한 300만여 점의 예술 작품이 건내는 감동과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은 큐레이터 분들이나 예술가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의 위대한 작품 앞에 경이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감동을 느끼는 것은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물에 담아낸 열정, 예술혼, 나아가 예술 작품 그 자체가 지니는 가치와 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미술관에서 위대한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유대 역시 경험하게 된다. 책속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삶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금 만나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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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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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에서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 향’의 여덟 번째 소설은 조해진 작가님의 『겨울을 지나가다』이다. 조해진 작가님은 등단 이후로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췌장암에 걸린 엄마를 둔 주인공이 엄마의 투병, 엄마와의 사별, 그 이후의 시간을 그리고 있는데 이 시간의 흐름이 동지, 대한, 우수로 지나며 자연스레 주인공이 절기의 변화와 함께 상황과 심리적 변화 등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을 보인다.

 

예전 같으면 암이면 모두 죽는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생존율이 낮기도 했지만 요즘은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으면서 조기 발견하면 그만큼 예후도 좋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몇몇 암들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발견되었을 당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인 경우가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암이 아마도 췌장암일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의 엄마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지만 생각만큼 호전되지 않는다. 결국 연명치료에 가까운 항암치료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엄마의 뜻대로 집으로 오게 된다. 이제 엄마에게 남은 시간은 석 달여 남짓한 시간으로 엄마의 마지막을 누군가는 지켜야 했기에 결국 동생을 대신해 주인공이 함께 하기로 한다. 

 

쉽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결국 임종을 한다. 그리고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엄마가 남긴 유언을 따르되 동생과 결정을 통해 각자가 엄마 유골의 일부를 간직하기도 한다. 이후 동생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온전히 혼자 남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마지막을 보낸 집에는 여전히 엄마만 없을 뿐 엄마의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 하다. 이에 주인공은 생전 엄마가 쓰던 물건들을 자신이 쓰고 엄마의 옷을 입고 나아가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까지 문을 연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한 주인공 곁에는 엄마의 흔적들이 가득하고 그녀의 주변에는 언니를 걱정하는 동생도 있고 엄마가 교류했던 사람들도 있다. 엄마의 식당을 찾았던 사람들도 있다.이제는 그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을 위로하고 엄마의 죽음과 그녀의 아픔에 애도를 보낸다.

 

엄마를 잃었다는 사실이 주인공에게 공허함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통해 힘을 내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며 제목처럼 추운 겨울의 시간을 지나보내는 그런 이야기 같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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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 그림 작가 마리아의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와인 이야기
이마리아 지음 / 샘터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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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인은 대중적이다. 예전에는 클래식마냥 어느 특별한 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확실히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구매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졌고 와인에 대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관련 도서도 충분히 만나볼 수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마리아 그림 작가님은 원래 술을 즐기던 사람이 아니였다고 한다. 오히려 멀리하던 분이였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면 내추럴 와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는 것처럼 조금씩 와인에 빠져드는 일종의 와인 일기, 시음 노트 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와인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조금씩 내추럴 와인에 빠져드는 작가님의 와인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체의 분위기가 참 좋아서 책과도 잘 어울린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그림과 함께 설명을 해주듯이, 또는 알려주는 것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아주 소소한 정보부터 꽤나 전문적으로 보이며 또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것 같은 내용들도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좋다. 

 

상당히 전문서적 같은 와인 관련 책들은 읽는데 다소 부담이 가는게 사실인데 이 책은 중요 정보는 담으면서도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또 한편으로는 진짜 시음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는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음주를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와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제격인 책이고 너무 어렵지 않게 와인을 배우고 싶고 와인과 관련한 기본 상식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안성맞춤일 것이다. 

 

내추럴 와인이 정확히 뭔지도 몰랐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저자보다 더 술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책은 의외로 재미있게 읽히고 관련 용어들은 상식과 교양 차원에서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책이였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와인 시음 노트를 보면 실제 와인의 모습을 와인병 그대로 그려서 관련 정보(원어의 이름, 원산지, 품종 등)를 잘 정리해두고 있고 풍미와 관련한 내용도 알려주기 때문에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와인 시음 노트의 정보를 참고해 자신의 취향을 생각해 와인을 선택해서 직접 맛을 테스트 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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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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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은 한국출신이 캐나다 작가가 쓴 1758년 조선의 궁궐 내 미스터리, 그리고 혜민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작가의 전작이 『사라진 소녀들의 숲』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허주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고 『붉은 궁』을 통해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의녀로 등장하는 현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형조판서였지만 어머니가 기생 출신으로 어머니의 출신을 따라 천한 신분으로 분류된다. 그런 현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 속 욕망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신분상승으로서 의녀가 되어 그 실력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혜민서에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의녀가 되었고 그런 현의 은인 같은 존재가 바로 정수 의녀이다. 그런 정수 의녀가 어느 날 밤 혜민서에서 발생한 네 명의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정수 의녀의 평소 성품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맞물려 현은 궁궐 내에서 세자빈의 부름으로 세자의 처소로 부재중인 세자를 치료한 것처럼 꾸민 일종의 거짓말에 동참하게 된 상태이다. 

 

과연 세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후 세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그저 정수 의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했던 현은 이 사건에 왕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혜민서에서 정수 의녀가 용의자로 잡혀가던 때에 우연히 그 대화를 듣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지만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오게 되었는데 훗날 그가 무려 종사관이라는 신분을 가진 어진이란 인물임을 알게 된다. 

 

정수 의녀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 세자를 둘러싼 의문, 궁궐 내 서로를 향한 염탐이 존재하는 긴밀한 분위기 속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현 역시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지만 현은 정의를 향한 조사를 멈출 수가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 언급된 세자가 바로 조선왕조에서 세자로 책봉되었다가 왕이 되지 못하고 죽었던 그 유명한 사도세자이다. 실제로 사도세자를 둘러싸고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말도 있고 그가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말도 있다. 그로 인해 왕이였던 영조조차 이를 그냥 넘길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세자를 심문할 수도 없고(이건 왕실 존속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살인자로 결론이라도 내려지면 훗날 정조가 될 사도세자의 아들이 왕위로 오르는 데에도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였다는 점에서 뒤주에 가뒀다는 설도 있다. 

 

작품은 바로 이 사도세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도세자가 사라진 어느 날 밤의 조명하며 바로 그때에 발생한 네 건의 살인사건을 흥미롭게 풀어나가는데 여기에 조선시대 신분제도 속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사람들, 그럼에도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과 자신의 꿈을 저버리지 않았던 현과 어진의 이야기도 전개되는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뛰어난 가독성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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