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파는 가게 있나요? - 어디를 가야 엄마를 살 수 있나요?
이영란 지음, 김장원 그림 / 시선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모가 필요하다. 그러니 부모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모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있어 주는 사람은 모두가 아니다. 그다지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내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다. 그리고 수 년이 흐른 지금, 나는 엄마가 없는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처음 엄마를 잃었을 때에 비하면 그 아픔의 정도가 작아진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줄어든 아픔은 내 안에서 빠져나가질 않고 고스란히 그리움으로 쌓여간다.

 

그렇기에 이 얼토당토 않는 『엄마 파는 가게 있나요?』라는 질문에 누군가가 긍정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우리 엄마를 다시 사올 수 있다면 말이다...

 

 

책의 속표지에 적힌 문장 하나.

 

“엄마가 있는 세상 모든 행운아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정말 그럴 것이다. 엄마가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빽은 가장 행운아이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내가 잘 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이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세상의 모든 행운아에게 엄마가 없는, 그래서 행운아가 아닌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왜냐하면 엄마의 상실 이후 그 소중함을 깨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후회란 아무리 빨리도 늦은 것이기에...

 

 

저자는 여섯 살 때 엄마를 잃었다고 한다. 엄마가 어디 먼곳으로 갔다고 말해 줄 법한 나이에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현재 나이에서 역순으로 엄마의 부존재를 그리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마흔일곱 - 마흔 - 서른아홉 … 일곱 살 - 여섯 살 -  네 살에 이르기까지 현재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엄마를 잃었던 그 순간의 슬픈 기억과 아직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의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와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말이다.

 

그게 참 공감을 자아내서 슬프게 한다. 만약 나처럼 엄마가 없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고, 엄마가 있는 행운아라면 엄마의 부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생각하게 될테다. 엄마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그렇기에 없다는 걸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엄마 파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 찾고자 하는 것이 과연 어떤 마음인지를 느끼게 될 것이며, 마지막 페이지에 쓴 “엄마한테 잘 하세요.”라는 말을 결코 그냥 흘려 들을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절대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더 큰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부모의 사랑에 보답할 길이 어디있겠는가 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보다 더 잘한다 해도 결국은 후회하게 되는 일이 부모를 잃은 후일테니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앞으로라도 잘 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섹스 앤더 웨딩
신디 츄팩 지음, 서윤정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섹스 앤 더 시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마도 모든 에피소드의 뒤에 따라 붙는 캐리의 내레이션일 것이다. 그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드라마 속 주인공은 사랑과 배신, 상처와 행복 등을 겪게 되는데 드라마의 내용이 상당히 화려했다면 마지막 캐리의 내레이션은 그런 화려함과 숨가쁜 그녀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던것 같다. 그것이 있었기에 아마도 그 드라마를 야하지만 야한것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섹스 앤 더 시티〉는 잊을수가 없는데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바로 그 드라마의 작가였던 신디 츄팩이 이야기하는 ‘와이프로서의 라이프’라고 한다. 〈섹스 앤 더 시티〉가 6시즌을 끝으로 드라마가 종영되었고, 이후 두 편의 영화로 네 여자의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왠지 이 책은 그 두 편의 영화처럼 ‘싱글 여성의 라이프’에서 결혼을 한 이후의 ‘와이프로서의 라이프’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흔히들 결혼은 현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분명 연애 기간과는 다른 느낌인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결혼 당사자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겠지만 서로가 잘 헤쳐나간다면 그 이전보다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적인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결혼에 대한 로망을 산산히 부서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신디 츄책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단지 갈등이나 오해에서 끄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감동을 끝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적이되 절망적이라고 할 수 없는 내용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직업 자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여서 그런지 자신의 연애와 결혼에 얽힌 각가지의 이야기들도 마치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인듯, 가공의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인듯 흥미롭게 잘 써내려 간 점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때로는 웃긴 일들도 있고, 때로는 슬픈일(불임과 같은)들도 있지만 그런 각각의 감정들에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도록 적정한 조율을 하고 있는 점이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결혼을 한 사람들과 아직 미혼인 사람들이 읽어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구병모 작가님의 글은 『아가미』를 통해서 처음 접했었다. 그 독특한 분위기에,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분위기에 빠져서 이후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를 일부러 찾아 읽었을 정도이다. 매번 새로운 책을 선보일 때마다 작가님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의 글에 매료되었었는데 이번에 마난게 된 『한 스푼의 시간』역시도 후회스럽지 않은 선택이였다.

 

『한 스푼의 시간』은 몇 해 전에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명정이라는 노인에게 발신자가 외국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외아들인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아내와 외아들마저 잃고 허름한 동네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 앞에 도착한 택배 상자 속에는 대략 17살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봇이 들어 있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인냥 언젠가 둘째가 생기면 지어주려던 은결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명정은 소년(로봇)과 함께 살아간다. 인간을 빼닮았으나 또 단순한 업무 이외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은결은 진짜 사람들 속으로 조금씩 어울어져 살아간다.

 

결국 그렇게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웃에 살던 아이들은 점차 성장해 서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동시에 그만큼 나이가 든 명정은 이제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옴을 느낀다.

 

이 책의 제목인 '한 스푼의 시간'의 의미는 명정이 은결에 한 인간의 생이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한 것이라며 말하는데 어쩌면 로봇인 은결과는 달리 사람의 유한한 생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로봇이기에 애초에 설정된 프로그래밍에 따라 행동하던 은결이 불완전한, 달리 말하면 결함이 있는 샘플이였기에 로봇으로 따지면 오류이지만 인간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자연스러울지도 모를 계산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은결이 명정을 비롯해 주변 이웃 아이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져 한편으로는 가슴 뭉클해지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수의 영역
사쿠라기 시노 지음, 전새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을 많이 읽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일본서점대상 작품과 나오키상 수상작과 수상작가의 작품은 아무래도 더 찾아보게 되는것 같다. 146회 나오키상 심사평에서 일명 미미여사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심사평을 보면 사쿠라기 시노의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인간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질투'의 본질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질투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때로는 긍정적 작용으로 자신을 더 발전시키기도 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기도 하는데 과연 이 책에서의 질투는 어떤 모습을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작가와 독자가 모두 만족한 이 책에서는 서예가 류헤이, 그의 치매 걸린 반신불수의 어머니, 뛰어나지 못한 어정쩡한 재능을 가진 남편을 대신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내 레이코가 나온다. 그리고 이들 앞에 지역 도서관장인 노부키가 발달장애를 지녔지만 서예에 있어서 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여동생 준카를 데리고 등장한다.

 

어머니는 류세이를 서예가로 성공시키고자 했지만 결국 서예 교습소를 운영하는 처지다. 그러던 중 류세이는 도서관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는데 이때 유능한 도서관장 하야시바라 노부키의 여동생 준카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스물다섯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이와는 달리 순수함을 가진 여자인 동시에 류세이에게는 없는 서예에 대한 재능까지 겸비하고 있다.

 

노부키의 부탁으로 류세이의 서예 교습소에서 준카는 보조 교사로 일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특별할것 없는 생활에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면서 이들 사이에는 '질투' 역시도 파생되는데...

 

류세이는 자신에겐 존재하지 않는 준카의 천부적인 재능에 질투를 하고, 그런 류세이를 지켜보는 아내 레이코는 그들의 관계에 질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레이코와 노부키 사이에 자리잡은 동질감, 그런 아내와 노부키의 관계를 알게 되는 류세이의 이야기가 그 나이답지 않다고 할수도 있지만 동시에 순수한 영혼의 준카를 구심점으로 해서 흘러가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누구라도 느끼게 되는 감정이 아마도 질투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질투'라는 인간의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이 순간의 행운
매튜 퀵 지음, 이수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이란 저마다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크고 작든 누구라도 하나쯤은 간직하기 마련인 상처를 가진 이들이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 바솔로뮤는 무직에 치매인 어머니를 모시는 것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그나마 도서관을 다녀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일일 것이다. 그리고 성직자라는 신분과는 거리가 멀게도 늘 술을 먹고 있는 신부 맥내미, 자신에게 있어선 가족이나 다름없는 고양이를 잃은 후 그 슬픔을 이겨내지 못한 채 치유 상담 모임을 찾게 된 맥스, 세상과는 담을 쌓은 채 살아가고 있는 도서관 사서가 직업인 엘리자베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데리고 작가 매튜 퀵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상당히 궁금해지는데, 더욱이 매튜 퀵으로 말할것 같으면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작가이며, 이 책은 ‘배우 리처드 기어에게 보내는 열일곱 통의 편지’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기대하게 만드는 책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우울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분위기가 가라 앉지 않는 것은 그런 이야기 마저도 유쾌한 흐름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아들인 자신을 영화 배우인 리처드 기어로 착각해서 그렇게 부르고 자신도 리처드 기어인 척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그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내고, 리처드 기어에게 미안해지자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리처드 기어에게 알리고자 편지를 쓴다는 점도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흥미로운 것이다.


그리고 앞서 소개된 네 명은 각자의 목적에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것이 다소 엉뚱한것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다소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을 이겨내는 모습을 함께 보여줘서 왠지 마이너리그들의 작지만 큰 이겨냄을 읽게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즉, 세상에 속해 있지만 세상 사람들로 이해 받기 힘든 이들을 누군가는 낙오자라 부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들도 그속에서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대표하는 영화제작사인 드림웍스에서 판권을 소설이 출간되기도 전에 사갔다고 하니 과연 어떤 모습의 영화로 만들어 낼지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