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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주위는 온통 침묵뿐이었다. 하지만 주디스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정확히 알았다. 방금 누가 총을 쐈어. 그리고 그 바로 직전에 스테펀이 소리를 질렀어. 그가 지금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지?(p.11)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동네 주민이여서 의심과 경계는 커녕 익숙함에 마음을 놓게 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추적을 해나가는 '늙은' 여자들이 있다. 바로 말로 비공식 탐정클럽의 멤버인 주디스, 벡스, 수지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소위 별종이여서 괴상한 모습을 하거나 동네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한 우리는 이웃에 사는 할머니 정도로만 생각하며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어쩌면 세 사람도 그럴지 모른다. 비록 대저택에 혼자 살고, 교양미가 넘치는 교회 신부의 아내이고, 동네를 속속들이 아는 개 산책꾼이라 할지라도.
『말로 머더 클럽』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말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말로라는 동네가 실제로 존재하고 작가님이 살고 있는 동네라고도 하는데 영국 템스강 근처라고 한다.
(작품 속에서의) 말로는 작고 조용한 도시로 범죄를 찾기조차 어려운 평화로운 동네다. 이곳에 사는 77세의 노부인 주디스는 평소 한밤에 알몸으로 집 근처의 템스강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도 그런 날이였고 그래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연이어 들린 총소리가 나기 전에는... 결국 급하게 이웃 집으로 갔다가 시체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신고까지 한 후 경찰이 오는 것을 지켜보는 주디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경찰이 이 모든 사건을 잘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그러다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면서 주디스는 다음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결국 그녀는 신부의 부인인 벡스와 동네의 개를 산책시키는 수지를 꿰어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매력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방심을 해버릴 것 같은 70대 노인 주디스를 필두로 40대이지만 신부의 부인으로 사람들을 상대해 온 화술의 대가인 벡스, 평소 동네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50대의 수지가 합류해 일당 백 노릇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동네를 잘 알고 이웃과 교류하고 있으며 사람들로부터 경계심을 허물고 방심하게 하면서 친근함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매력을 보이는데 마치 이들이 우리 동네에 잠입해 우리들과 함께 살며 신분을 감추고 있는 노련한 스파이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나이가 지긋한(또는 늙은) 그래서 남일에 관심 많고 오지랖도 넓은 인물로 사람들은 치부하지만 그 또한 이들에겐 전략이자 무기인 셈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으나 그녀들은 비공식 말로 탐정 클럽의 탐정들마냥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활용해 멋진 활약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다른 인기 TV 시리즈처럼 이 작품 역시 영상화하면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