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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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1865년 4월 15일에 워싱턴 D.C.의 포드 극장에서 존 윌크스 부스에게 암살당하게 되는데 그의 위대한 업적을 생각하면 아마도 존이라는 사람은 대역죄인이 되지 않았을까? 역사 속 악명 높은 암살자 중에서도 앞순위에 이름을 올릴것 같은데 사실 존 F. 케네디 역시 암살을 당했고 링컨 역시 암살을 당했지만 피해자가 워낙에 대단한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암살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하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에 만나 본 『부스』라는 작품은 바로 그 존 윌크스 부스의 가족사,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할아버지와 부모님, 그리고 형제자매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무려 소설장르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하면서 당시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남북전쟁이 있던 때라는 점에서 마치 역사기록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작품은 1822년 한 가족의 가장이자 셰익스피어 배우로도 유명세를 떨쳤던 주니어스 부르터스부스라는 배우가 숲속에 보금자리를 잡고 살면서 무려 열 명의 아이를 낳고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일찍이 자식을 잃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렇게 열 명의 자식 중 살아남은 자녀는 여섯 명이였고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자식들도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에드윈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미국 최고의 명문 연극 가문으로 역사 속에 남았을테지만 이후 1865년 4월에 존은 포드 극장에서 링컨 대통령을 암살하고 자신 역시 총격전 끝에 사망하게 되는데 최고의 연극 명문가에서 졸지에 대통령 암살자의 집안이 되어버린 극적인 반전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생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 같다. 

 

사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남겨진 가족들은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비난과 질타, 모멸과 괴롭힘을 받는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때로는 유가족)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들은 차마 어떤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가족들이 가해자를 옹호했다거나 범죄를 하도록 부추기거나 어떤 도움을 준게 아니라면 이들 역시 가해자의 또다른 피해자로 남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부스 가문의 남겨진 사람들을 조명하고 존 부스가 왜 그런 행동을 저질렀는가를 조명하기도 한다. 가해자를 옹호하지도,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그들의 편들고자 함도 아니면 링컨 대통령 암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포장하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미국 최고의 연극 가문이였던 부스 가의 자녀 중 암살자가 된 존 윌크스 부스와 나머지 가족들의 삶을 담아낸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한 소설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겐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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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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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우리나라에서 명품 가격이 오르고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해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베짱이라고 해야 할지, 판매가 지속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지간히 명품을 좋아하고 사나보다. 요즘이야 많진 않겠지만 예전에는 해외여행 갔다가 돌아오면서 소위 A급 짝퉁을 사와서 세관에 걸리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판매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일반인들도 명품이 아닌 걸 알아챌 정도니(도대체 사람들은 명품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싶지만) 어지간해서는 가품을 들고 다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걸리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아무튼 커스틴 첸의 장편소설 『모조품』에서는 바로 이 명품의 진품이 아닌 가품 즉, 모조품을 가지고 사기극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Part 1과 Part 2로 나눠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각각 에이바 웡과 위니 팡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먼저 에이바의 이야기를 보면 그녀는 겉으로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이다. 남편은 외과의사로 성공했고 자신 역시 변호사이다. 둘 사이엔 아들이 있다. 미국에서 이민자 2세대가 성공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삶을 좀더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듯 그녀 역시 결혼과 육아, 자신의 커리어 모두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에이바에게 대학시절 룸메이트인 위니 팡이 연락을 해온다. 그리고 둘은 명품을 사서 위조품을 반납하는 식의 사기극을 벌인다. 중국에서 물건을 공급받으며 꽤나 잘나가는 사업처럼 둘의 사기극은 스케일도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커진다. 어쩌면 그 순간 발각될 위기도 더 커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로벌 기업처럼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에이바와 위니의 가짜 명품백 사업은 여러 면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옷이 상표만 바꿔서 백화점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판매되던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인간의 허영심이란 무엇일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미국 영화 중에 쿠폰으로 사기극을 벌였던 실화를 다룬 <쿠폰의 여왕>처럼 영화화해도 은근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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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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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무나가마을의 미쿠라 가이치를 증조할아버지로 둔 미쿠라 가문의 미후유. 한 마을이 할아버지로 인해 일본 내에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이는 미후유에겐 결코 반갑지 않은 표현이다. 증조할아버지인 가이치는 살아생전 책수집과 평론가로 유명했고 자비를 들여 희귀본, 고서 등과 같은 책들을 수집했고 요무나가 마을에 지하 2층에 지상 2층까지의 거대한 서고인 미쿠라관을 설립한다. 

 

가이치의 죽음 이후 이를 물려받은 2대 미쿠라관 관리인이자 주인이기도 했던 할머니(가이치의 딸) 대에 이르러 더욱 많은 책들을 보유하기에 이른다. 가이치의 딸인 다마키 역시 뛰어난 수집가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요무나가 마을은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고 요무나가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이곳을 찾아 책을 읽었지만 어느 날 한번에 200권에 달하는 희귀본이 사라지면서 결국 다마키는 미쿠라관을 지키기 위해 폐쇄를 하고 경보장치를 달았으며 미쿠라 집안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미쿠라관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해버린다. 

 

마을 사람들은 다마키가 이나리 신에게 빌어서 책에다 마술을 걸어노았을거라 추측했지만 이미 마을은 책의 마을로 유명해져 미쿠라관이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의 서점들이 생겨나 사람들이 찾게 되고 마을 축제까지 생겨났기에 사람들은 이 폐쇄결정을 딱히 우려하지 않게 된다. 

 

다마키가 죽고 3대 관리인이 된 다마키의 자녀인 아유무와 히루네. 그런데 아유무는 도장을 함께 운영중이였고 여동생이자 미후유에겐 고모인 히루네가 사실상 미쿠라관에 머물며 책을 지키게 되지만 히루네는 잠이 너무 많고 책 이외에는 다른 곳에 관심이 없어서 문제이다. 

 

이에 미후유는 히루네 고모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입원하고 결국 히루네 고모를 미후유가 책임져야 하는 가운데 평소 잘 찾지 않던 미쿠라관에서 책도둑으로 인해 책이 사라지자 책의 저주가 발동하면서 이 책도둑을 찾아야 한다는 마시로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p.35)

 

미쿠라관 사람이라는 유명세를 너무나 싫어했던 미후유, 선대들과는 달리 책을 좋아하지도 책을 읽는것도 싫어하는 미후유가 졸지에 책 속 이야기로 들어가 책을 훔친 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좋든싫든 미후유는 책이 사라진 날 갑작스레 미쿠라관에 나타난 마시로라는 소녀와 함께 책 속 환상모험을 하게 된다. 과연 누가, 왜 미쿠라관에서 책을 훔친 것일까? 온간 의문투성이인 가운데 미후유는 추적과 모험이 진행되면 될수록 조금씩 책의 진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공간이 미쿠라관이 아닐까? 게다가 책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환상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등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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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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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낳고 한국이 키웠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대표작이자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가의 초기작품인 『개미』 시리즈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그중 1권은 개미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조우하는 흥미로운 도입부를 그리고 있다.

 

1권에서는 주인공인 조나탕이 곤충학자이자 삼촌인 에드몽 웰스가 죽으면서 유언으로 남긴 삼촌의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이때 남편지 편지에서는 분명 그 집의 지하실에는 가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있다. 지하실은 잠겨 있는 상태이며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삼촌의 유언도 있었기에 이를 지키려고 하지만 애초에 어떻게 보면 이런 공간이 있는 것 자체가 그 공간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것처럼 결국 조나탕은 지하실로 가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지하실을 통해서 조나탕은 벨로캉이라는 잘 짜여진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개미 왕국과 마주하게 된다. 곤충계의 집단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벌과 개미일텐데 이 책에서는 벨로캉이라는 개미 왕국을 통해서 개미 사회의 잘 짜여진 역할, 그 역할에 따라 왕국이 움직이는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참 체계적이면서도 정해진 규칙이 잘 지켜지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런 벨로캉에 개미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균열없이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가던 시스템과도 같던 왕국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개미 사회는 분열하게 된다.

 

애초에 종이 다른 인간과 개미가 조우하고 서로 대화가 통한다는 설정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종을 뛰어넘는 흥미로움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 속에 나타나는 대상에 대한 진지하고도 깊은 조사와 관찰, 철학적 사유들의 시발점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라 만약 아직 『개미』 시리즈를 읽어보지 못했다면 개정판으로 만나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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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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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 『레몬과 살인귀』는 고바야시 미오를 중심으로 그녀의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임이 상당히 미스터리하게 그려지는데 애초에 아버지는 오래 전 묻지마 살인사건의 희생자였고 그 사건 이후 어머니는 실종된다. 결국 고바야시 자매는 각기 다른 친척집에서 자라게 되는데 이제는 여동생인 히나까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죽은 여동생을 둘러싼 보험살인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홀로 남겨진 미오는 충격을 받는다. 그 누구보다 동생을 믿기에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미오는 결국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자 생각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실종, 다시 여동생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애초에 아버지의 죽음 역시 묻지마 살인이 아닌 이를 가장한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가족에게 일어난 이 비극 이후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부분 역시 뭔가 관련이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유일한 혈육(현재로는 생사가 확인되는) 여동생까지 죽는다는 것은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모습이라 도대체 고바야시 집안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싶은 의문까지 들게 하기 때문이다. 

 

히나가 보험금을 노리고 애인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곧장 미오의 삶을 뒤흔든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매가 흩어진 후 히나가 보험설계사 일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애인이 보험을 들었고 수령인이 히나였던 것이다. 그러다 그 남자가 죽으면서 자연스레 히나가 보험금을 놀린 살인을 저지른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 것인데 기자들은 이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미오를 찾아오고 자신의 삶은 물론 히나의 명예를 위해서도 진실을 알아내겠다는 생각으로 행동에 나서지만 막상 미오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일하는 대학교에서 안면이 있는 나기사라는 대학생이 이 사건을 조사해보자고 제안을 하지만 미오의 입장에서는 난관에 부딪혔던 조사를 할 수 있게 되니 고마우면서도 나기사의 의도가 꽤나 의심스럽다. 게다가 기리야마라는 청년까지 미오의 주변을 맴돌게 되는데 이 사람의 의도 또한 선명해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연 이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싶어진다.

 

자매가 각기 다른 친척의 집에 맡겨지고 이후 가끔씩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았고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 만남에서는 아버지를 죽였던 당시 범인이 감옥에서 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차에 히나의 죽음은 남겨진 미오로 하여금 혹시나 그 범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작품은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람들과 그들의 심리 등을 묘사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그리고 미오와 관련해서도 그녀의 평소 모습이나 트라우마라고 해야할지 과거부터 여전히 이어져오는 심리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행동 등이 함께 묘사되면서 예측을 뛰어넘는 반전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1년에 『달궈진 못』이란 작품으로 데뷔한 이후 2022년에는 『레몬과 살인귀』로 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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