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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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어른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다 풀어내면 대하드라마 한편이라든가 책이 10권이라는 식으로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를 보면서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표지 속 백발의 노인이 잔을 손에 들고 앉아있는 모습, 이야기 속의 모리스 씨가 이런 모습일거란 생각이 들게 하면서 마치 내가 그의 앞에 앉아 그의 파란만장했던,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있는 삶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그런 작품이다.

 

2년 전 아내 세이디와의 사별한 모리스 씨. 아내는 자던 중 조용히 영면에 들었고 모리스 씨는 아침에 일어나 평소와 다름을 통해 아내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모리스 씨가 근처에 있는 호텔의 바에 앉아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들에게 건배를 바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신에겐 너무나 남다른 의미가 있었던 토니를 비롯해 사산한 딸 몰리, 처제 노린과 아들 케빈, 그리고 마지막은 아내 세이디까지.

 

지금의 모리스 씨의 인생이 있기까지 어떻게 보면 회한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참 쉽지 않았을 삶이고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자신의 곁을 모두 떠나버린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에 홀로 남은것 같은 모리스 씨의 독백 같은 그 서사가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를 괴롭혔던 돌러드 가와의 악연도 소개되는데 마치 그에 대한 복수를 하듯 돌러드 가의 보물 같은 금화로 인해 맺어지는 그 악연이 그려지기도 한다. 게다가 두 집안의 상황이 역전되는 것 역시나 묘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아들 케빈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열심히 살았지만 돌이켜보니 후회로 남은 순간들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고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들은 결국 그가 이 글 전체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없겠지만 그 후회를 덜 할 수 있는 삶을 살라고 말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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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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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재수사를 실시한다.'

 

붉은 박물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인 『기억 속의 유괴』이다. 범죄 자료관은 2차 대전 이후 경시청 관내에서 일어난 형사사건과 관련한 내용들을 보관하고 형사사건의 조사와 연구 및 수사관 교육에 활용하는 시설인 범죄 자료관. 이는 런던 광역 경찰청 범죄 박물관을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건물이 붉은 벽돌이여서 '붉은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일명 한직으로 불리는 곳으로 현재는 관장인 히이로 사에코와 수사1과의 형사였다가 실수로 인해 범죄 자료관으로 좌천되어 온 부하직원인 데라다 사토시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토시가 설녀라고 부르는 히이로 사에코는 비사교적인 성격이나 추리 능력이나 범죄 분석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능력이 있어 보인다. 

 

 

1권에서 범죄 자료관의 자료를 보고 재수사를 했고 범인을 밝혀냈던 사건만 다섯 건이다. 2권에서는 역시나 사에코의 재수사 실시를 통해 수사에 착수하는 사건은 5건이다. 그중 「황혼의 옥상에서」는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2학년 여학생의 타살 사건이며 「연화(連火)」는 연쇄방화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죽음을 10으로 나눈다」토막 사체로 발견된 한 남자, 그리고 남자가 살해되던 날에 아내까지 죽었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고독한 용의자」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살인자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이며 마지막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기억 속의 유괴」는 사토시의 친구인 나오토가 자신이 다섯 살 때 당했던 유괴 사건의 진실이 궁금해 사토시에게 재수사를 의뢰하는 이야기다.

 

 

히이로 사에코는 비록 사교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관장이지만, 사건을 읽는 눈은 천부적이다 싶을 정도로 추리력도 뛰어나다. 여기에 유일한 부하직원인 데라다 사토시는 과거 수사1과의 직원이였던 실력을 발휘해 그녀 곁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본판 '콜드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 미제로 남겨진 사건들을 재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과정이 짜임새있게 그려지는데 문제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있다는 점에서 사건은 해결 되었지만 뭔가 처벌하지 못하는 그 미묘한 상태가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진다. 

 

각 단편은 도입부가 사건이 발생하던 시점에서 진행되고 이후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 과거의 사건 속 진범과 범행 동기와 상황 등을 추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도 그 사건들을 추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며 충분히 더 많은 시리즈로 출간될 수 있을것 같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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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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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1865년 4월 15일에 워싱턴 D.C.의 포드 극장에서 존 윌크스 부스에게 암살당하게 되는데 그의 위대한 업적을 생각하면 아마도 존이라는 사람은 대역죄인이 되지 않았을까? 역사 속 악명 높은 암살자 중에서도 앞순위에 이름을 올릴것 같은데 사실 존 F. 케네디 역시 암살을 당했고 링컨 역시 암살을 당했지만 피해자가 워낙에 대단한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암살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하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에 만나 본 『부스』라는 작품은 바로 그 존 윌크스 부스의 가족사,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할아버지와 부모님, 그리고 형제자매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무려 소설장르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하면서 당시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남북전쟁이 있던 때라는 점에서 마치 역사기록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작품은 1822년 한 가족의 가장이자 셰익스피어 배우로도 유명세를 떨쳤던 주니어스 부르터스부스라는 배우가 숲속에 보금자리를 잡고 살면서 무려 열 명의 아이를 낳고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일찍이 자식을 잃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렇게 열 명의 자식 중 살아남은 자녀는 여섯 명이였고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자식들도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에드윈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미국 최고의 명문 연극 가문으로 역사 속에 남았을테지만 이후 1865년 4월에 존은 포드 극장에서 링컨 대통령을 암살하고 자신 역시 총격전 끝에 사망하게 되는데 최고의 연극 명문가에서 졸지에 대통령 암살자의 집안이 되어버린 극적인 반전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생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 같다. 

 

사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남겨진 가족들은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비난과 질타, 모멸과 괴롭힘을 받는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때로는 유가족)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들은 차마 어떤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가족들이 가해자를 옹호했다거나 범죄를 하도록 부추기거나 어떤 도움을 준게 아니라면 이들 역시 가해자의 또다른 피해자로 남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부스 가문의 남겨진 사람들을 조명하고 존 부스가 왜 그런 행동을 저질렀는가를 조명하기도 한다. 가해자를 옹호하지도,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그들의 편들고자 함도 아니면 링컨 대통령 암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포장하기 위함이 아닌 오롯이 미국 최고의 연극 가문이였던 부스 가의 자녀 중 암살자가 된 존 윌크스 부스와 나머지 가족들의 삶을 담아낸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한 소설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겐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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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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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우리나라에서 명품 가격이 오르고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해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베짱이라고 해야 할지, 판매가 지속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지간히 명품을 좋아하고 사나보다. 요즘이야 많진 않겠지만 예전에는 해외여행 갔다가 돌아오면서 소위 A급 짝퉁을 사와서 세관에 걸리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판매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일반인들도 명품이 아닌 걸 알아챌 정도니(도대체 사람들은 명품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싶지만) 어지간해서는 가품을 들고 다니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걸리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아무튼 커스틴 첸의 장편소설 『모조품』에서는 바로 이 명품의 진품이 아닌 가품 즉, 모조품을 가지고 사기극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Part 1과 Part 2로 나눠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각각 에이바 웡과 위니 팡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먼저 에이바의 이야기를 보면 그녀는 겉으로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이다. 남편은 외과의사로 성공했고 자신 역시 변호사이다. 둘 사이엔 아들이 있다. 미국에서 이민자 2세대가 성공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삶을 좀더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이 있듯 그녀 역시 결혼과 육아, 자신의 커리어 모두에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에이바에게 대학시절 룸메이트인 위니 팡이 연락을 해온다. 그리고 둘은 명품을 사서 위조품을 반납하는 식의 사기극을 벌인다. 중국에서 물건을 공급받으며 꽤나 잘나가는 사업처럼 둘의 사기극은 스케일도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커진다. 어쩌면 그 순간 발각될 위기도 더 커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로벌 기업처럼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에이바와 위니의 가짜 명품백 사업은 여러 면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옷이 상표만 바꿔서 백화점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판매되던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인간의 허영심이란 무엇일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미국 영화 중에 쿠폰으로 사기극을 벌였던 실화를 다룬 <쿠폰의 여왕>처럼 영화화해도 은근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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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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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무나가마을의 미쿠라 가이치를 증조할아버지로 둔 미쿠라 가문의 미후유. 한 마을이 할아버지로 인해 일본 내에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이는 미후유에겐 결코 반갑지 않은 표현이다. 증조할아버지인 가이치는 살아생전 책수집과 평론가로 유명했고 자비를 들여 희귀본, 고서 등과 같은 책들을 수집했고 요무나가 마을에 지하 2층에 지상 2층까지의 거대한 서고인 미쿠라관을 설립한다. 

 

가이치의 죽음 이후 이를 물려받은 2대 미쿠라관 관리인이자 주인이기도 했던 할머니(가이치의 딸) 대에 이르러 더욱 많은 책들을 보유하기에 이른다. 가이치의 딸인 다마키 역시 뛰어난 수집가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요무나가 마을은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고 요무나가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이곳을 찾아 책을 읽었지만 어느 날 한번에 200권에 달하는 희귀본이 사라지면서 결국 다마키는 미쿠라관을 지키기 위해 폐쇄를 하고 경보장치를 달았으며 미쿠라 집안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미쿠라관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해버린다. 

 

마을 사람들은 다마키가 이나리 신에게 빌어서 책에다 마술을 걸어노았을거라 추측했지만 이미 마을은 책의 마을로 유명해져 미쿠라관이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의 서점들이 생겨나 사람들이 찾게 되고 마을 축제까지 생겨났기에 사람들은 이 폐쇄결정을 딱히 우려하지 않게 된다. 

 

다마키가 죽고 3대 관리인이 된 다마키의 자녀인 아유무와 히루네. 그런데 아유무는 도장을 함께 운영중이였고 여동생이자 미후유에겐 고모인 히루네가 사실상 미쿠라관에 머물며 책을 지키게 되지만 히루네는 잠이 너무 많고 책 이외에는 다른 곳에 관심이 없어서 문제이다. 

 

이에 미후유는 히루네 고모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입원하고 결국 히루네 고모를 미후유가 책임져야 하는 가운데 평소 잘 찾지 않던 미쿠라관에서 책도둑으로 인해 책이 사라지자 책의 저주가 발동하면서 이 책도둑을 찾아야 한다는 마시로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p.35)

 

미쿠라관 사람이라는 유명세를 너무나 싫어했던 미후유, 선대들과는 달리 책을 좋아하지도 책을 읽는것도 싫어하는 미후유가 졸지에 책 속 이야기로 들어가 책을 훔친 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좋든싫든 미후유는 책이 사라진 날 갑작스레 미쿠라관에 나타난 마시로라는 소녀와 함께 책 속 환상모험을 하게 된다. 과연 누가, 왜 미쿠라관에서 책을 훔친 것일까? 온간 의문투성이인 가운데 미후유는 추적과 모험이 진행되면 될수록 조금씩 책의 진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공간이 미쿠라관이 아닐까? 게다가 책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환상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등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상당히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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