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경사에 큰 눈이 내려서 황제는 강무전(講武殿)에 전장(?帳)을 설치하고 자초구(紫貂?)와 모자를 쓰고 일을 보았다. 홀연히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옷을 입은 것이 이와 같은데 몸으로는 오히려 한기를 느끼니 서쪽으로 정벌하는 장수들이 서리와 싸라기눈을 무릅쓰는 것을 생각하니 어떻게 이를 견디겠는가?" 바로 초구·모자를 벗어서 중서황문을 파견하여 이것을 싸가지고 역으로 달려가서 왕전빈에게 하사하게 하고 또 제장들에게 뜻이 두루 미칠 수 없는 것을 유시하였다.

황제는 몸소 검약함을 실천하여 항상 세탁한 옷을 입었고, 승여(乘輿)와 복장과 쓰는 것은 모두 질박하고 검소한 것을 숭상하였으며 침전에는 푸른 포(布)에 위렴(葦簾, 갈대로 된 발)을 둘렀으며, 궁위(宮?, 궁궐의 쪽문)에 있는 장막에는 무늬가 있는 장식을 없앴다.

"경은 재상인데 어찌하여 스스로 고생하는 것이 이와 같소?" 범질이 대답하였다. "신이 예전에 중서(中書)에 있었는데 문에는 사사롭게 아뢰는 일이 없었고, 더불어 술을 마시는 사람은 모두 가난하고 천했을 때의 친척이었으니 어찌 기명을 쓰겠습니까? 이에 따라서 마련해 두지 않았으며 힘이 미치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을해일(3일)에 왕전빈 등이 출발인사를 하자 숭덕전에서 연회를 베풀었으며, 황제가 그린 그림을 꺼내어 왕전빈 등에게 주고 이어서 말하였다 "무릇 성채(城寨)에서 이기고 나면 다만 그 기갑(器甲)·추량(芻糧)만을 적어놓고 돈과 비단은 남김없이 나누어 전사(戰士)들에게 주는데, 내가 얻고자 하는 바는 그 토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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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36
카스 무데 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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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언제나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과 보통사람들에 대한 과찬을 포함한다고 말해도 지나치게 논쟁적인 주장은 아닐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포퓰리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포퓰리즘이란 사회가 궁극적으로 서로 적대하는 동질적인 두 진영으로, 즉 '순수한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로 나뉜다고 여기고 정치란 민중의 일반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심이 얇은 이데올로기다(p10)... 포퓰리즘에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이 있다. 민중, 엘리트, 그리고 일반의지다. _ 카스 무데,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 <포퓰리즘>, p12/99

카스 무데 (Cas Mudde)와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 (Cristobal Rovira Kaltwasser)의 <포퓰리즘>은 소수 엘리트에 대한 민중의 일반의지가 어떻게 정치적 동력으로 활용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민중들의 삶이 어려워졌을 때, 특히 경제공황과 같은 궁핍한 시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정치적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을 때 민중들의 불만은 쌓이면서 정치적 에너지를 갖게 된다.

불안해진 사회 분위기를 빠르게 감지한 개인 또는 정당에 의해 민중들의 불만을 달래줄 자극적인 이데올로기를 겉에 두른 극단적인 이데올로기가 등장하고, 이들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정계에 발판을 구축하거나 정권을 탈취하게 된다.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만연할 때, 포퓰리즘 수요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극적인 경기 침체와 같은 중대한 정책 실패, 그리고 무엇보다 만천하에 드러난 체계적인 부패 사례는 국민들 사이에서 포퓰리즘적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촉매로 기능할 수 있다(p68)... 포퓰리즘적 태도를 활성화하는 다른 핵심 요인은 정치체제가 응답하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느낌이다. 시민들이 정당과 정부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요구를 무시한다고 느낄 때, 적어도 기득권층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포퓰리즘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_ 카스 무데,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 <포퓰리즘>, p69/99

우리는 포퓰리즘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대개의 포퓰리스트의 이데올로기가 가진 비현실성에 속아넘어가는 민중을 비난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민중들이 현혹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 부패한 엘리트층을 탓해야 하는가. 또는, 선동가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민주주의제도를 고쳐야 하는가.

본문에서 포퓰리즘은 다수의 민중과 소수의 엘리트 사이의 오랜 갈등과 틈을 활용해 정치적 역량을 활용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갖는 제도로 설명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포퓰리즘은 한 시대가 해결하지 못하는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가 무엇인가를 사회에 알려주는 자명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상대를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하기보다, 포퓰리즘이 기생하는 숙주이데올로기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사회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포퓰리즘의 근원적인 해결과 나름의 의의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포퓰리즘은 아주 기본적인 일군의 이념인 까닭에 숙주 이데올로기와 결합된 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결합은 대규모 집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적 맥락에 대한 더 폭넓은 해석을 제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민중'과 '엘리트'에 대한 특수한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은 포퓰리즘과 숙주 이데올로기의 결합이다. _ 카스 무데,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 <포퓰리즘>, p33/99

우리의 주장은 포퓰리즘이 선거민주주의 또는 최소민주주의하에서는 체제의 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완전한 자유민주주의하에서는 체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포퓰리즘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체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_ 카스 무데,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 <포퓰리즘>, p7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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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의 흐름 - 다우이론과 시장을 보는 눈
찰스 다우 외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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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주식의 내재가치가 앞으로 3개월 후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찾아내는 것, 그리고 기관투자자나 큰손들이 이 종목의 주가가 내재가치에 근접하도록 주가를 올리고 있는지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주식시장의 흐름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_ 찰스 다우 외, <주가의 흐름>, p86

1884년 찰스 다우(Charles Dow, 1851~1902)가 처음으로 다우존스 평균주가를 산출하고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구해진 주식시장의 바로미터라고 부르는 지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실물경기보다 6개월 정도 선행하는 주가지수의 움직임은 개별 주식의 흐름과는 별개로 이뤄진다.
개별 기업의 주가가 기업의 가치, 당기순이익의 주주귀속분의 현재가치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의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고 난 후 산출된 지수의 의미가 <주가의 흐름>에서 설명된다.

주식시장의 가장 큰 출렁임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주가 흐름의 지속 기간과 그 정도는 주식시장 바로미터가 지니고 있는 예측 능력을 더욱 높여준다. 기본적인 주가 흐름의 진폭이 얼마나 될 것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수단은 없지만 앞으로 닥칠 경기 호황과 경기 침에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주가 흐름을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 _ 찰스 다우 외, <주가의 흐름>, p36

<주가의 흐름>에서 지수는 그 자체가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미가 파악된다. 그리고, 지수 안에서 돈도, 기업도 아닌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파악된다. 3개월 후의 기업 내재가치에 대한 낙관적 혹은 비관적 평가가 가져올 6개월 후의 실물경제에 대한 사전지표. 이 지표를 통해 사람들은 조울증에 걸린 Mr.Market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가 주식시장에서 부를 호가(呼價)를 예상할 수 있다. 그가 기분이 좋아서 매우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려고 하거나,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매우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려고 할 때, 로스차일드가의 원칙처럼 그의 요청에 흔쾌히 따를 수 있다면 아마도 주식시장에서 울고 떠날 일은 드물 듯하다...

패닉이 가르쳐준 훌륭한 교훈이 하나 있다. 가늠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이면 아무도 가치를 따지지 않고, 최고의 우량주가 형편없는 부실주보다 주가가 더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금이 필요한 사람은 부실주가 아니라 우량주를 판다. 우량주는 거래가 이뤄지지만 부실주는 아예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_ 찰스 다우 외, <주가의 흐름>, p113

로스차일드 일가는 이런 원칙에 따라 투자한다고 한다. 어떤 자산을 다른 사람들이 전부 팔려고 할 때가 매수하기 좋을 때고, 다른 사람들이 전부 사려고 할 때가 매도하기에 적기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단한 지혜가 숨어있다. 대중들은 대부분 엉뚱한 시점에 매수하고 엉뚱한 시점에 매도하기 때문이다. _ 찰스 다우 외, <주가의 흐름>,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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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랭보는 세 번의 커다란 환경의 변화를 겪었다. 도심의 어느 길에서 태어나 3~4개월을 살았고, 그렇게 사는 게 힘들어 집으로 왔으며, 자발적으로 따라온 집에서 시골로 이사를 했다가 다시 한번 더 이사를 해 새로운 곳에서 살고 있다. 녀석이 선택한 삶이 행복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와의 동거가 아닌 길 위의 삶을 선택했다면 진즉에 녀석은 길에서 생을 다했을 것이다.  - P388

대부분의 고양이는 생후 4~5개월 이후 독립을하거나 영역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보다 더 혹독한 현실은아깽이가 태어나 무사히 성묘가 될 확률이 채 30퍼센트가 되지않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어렵게 성묘가 된 그들의 수명조차 3년 안팎에 불과하다. 열악한 환경과 먹이 부족, 질병과 사고, 인간의 폭력과 학대까지 고양이를 위협하는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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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축일(14일)에 철기도장(鐵騎都將) 이회의(李懷義)·내반도지(內班都知) 조인수(趙仁璲)에게 명령하여 궁궐을 증수하게 하였는데, 이미 완성하고 나니 황제는 침전에 앉아서 여러 문을 활짝 열도록 명령하여 모두 단정하게 관통하며 넓게 하고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나의 마음과 같으니 조금이라도 삐뚤어지고 굽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모두 이를 볼 것이다."

을미일(15일)에 비서랑(秘書郞)·직사관(直史館)인 관성(管城, 河南省 鄭州市) 사람 주한(周翰)이 말씀을 올렸다. "무릇 명장은 모두 사람 가운데 영웅인데 만약에 흠집을 지적하려고 한다면 누가 누(累)가 없겠습니까? 어느 날 신위(神位)를 제거하고 터럭을 불듯 다른 시대의 잘못을 찾아내서 옛 사람들의 악함을 소매를 떨치며 분노한 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은 마음으로 의혹합니다." 회보하지 않았다.

고려국왕(高麗國王) 왕소(王昭, 925~975)가 사자 시찬(時贊) 등 파견하여 들어와서 공물을 바치는데, 바다를 건너면서 큰 바람을 만나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90여 명이었으며 시찬은 겨우 죽음을 면하니, 조서를 내려서 그들을 위로하고 가엽게 여겼다.

황제는 일찍이 두의를 불러서 제서(制書)에 초를 잡게 하여, 원문(苑門)에 도착하였는데 두의는 황제가 안책(岸?)하고 발을 벗고 맨발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물러서서 나아가지 않으니 황제가 이 때문에 관대(冠帶)를 갖춘 다음에 불러 들어오게 하였다. 두의가 말하였다. "폐하께서 창업하시어 전통을 내려 주시는데 의당 예로써 천하를 다스려야 합니다." 황제가 얼굴을 고치고 그에게 사죄하였다. 이로부터 가까이 있는 신하를 대하면서 일찍이 관대를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이달에 비로소 철전을 사용하고 한희재를 발탁하여 병부상서·근정전(勤政殿)학사로 하였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옛날 돈을 감추어 숨겨놓으니 옛날 돈은 더욱 적어지자 상고(商賈)들은 경계 밖으로 나가면서 번번이 철전 10개를 가지고 동전 하나로 바꾸었지만 관부에서는 금지 시킬 수가 없었으니 이로 인하여 그 편리함을 좇았다. 관리들은 녹봉을 늘렸으나 철전으로 이를 겸하게 하니 이로부터 물가가 더욱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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