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1947 - 전후 독도문제와 한.미.일 관계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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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을 계기로 한국은 독도에 대한 본격적 조사활동을 개시해 독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일본은 독도•울릉도가 일본령이라는 허위정보를 담은 영토 관련 팸플렛을 제작했으며, 미국은 대일평화조약 초안을 작성하며 리앙쿠르암(독도)이 한국령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세 나라의 인식과 정책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도달했으며, 이후 각자의 길로 갈라졌다.(p19)

이 책은 전후 일본이 한국령인 독도를 영토분쟁 대상지역으로 주장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이 샌프란시스코 평화회담에 있었다고 본다... 이 책은 전후 독도문제가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영향력•결정력이 초래한 지역문제였으며, 그 결정력의 그늘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전후 독도문제는 한일관계보다는 한미일관계의 성격이 강했으며, 역사적 영유권의 문제보다는 국제정치적 지역문제의 성격이 강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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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회의는 1997년 5월 30일, 유력한 우파단체로 알려진 두 조직,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통합하며 새롭게 결성되었다.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는 1981년 10월에 탄생했는데. 이른바 '원호법제화운동 元?法制化運動' 등을 추진한 단체를 발전시키고 개편한 것이었다.(p21)... '국민회의'는 말 그대로 학계, 재계, 종교계, 정계의 우파란 우파는 모두 결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직이다. 한편, '일본을 지키는 모임'은 '국민회의'에 앞서 1974년, 주로 우파계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결성했는데 이른바 '종교 우파조직'이라 할 수 있다.(p23) <일본 회의의 정체> 中


 <일본회의의 정체 日本會議の正體>는 현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 晋三, 1954 ~ )의 배후로 알려진 '일본회의'라는 조직을 파헤친 책이다. 최근(2019년) 일본과 우리나라의 갈등이 커지면서 일본 극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책은 이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준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일본회의의 정체>를 중심으로 일본의 극우화와 천황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IMF위기를 맞이한 1997년 결성된 일본회의는 일본 내 우파 세력들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조직으로, 일본회의의 원류를 신흥종교단체 '생장의 집 生長の家'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들이 종교를 바탕으로 맺어진 조직이기에 끈끈한 유대감과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일본회의의 원류가 신흥종교인 생장의 집 출신의 우파정치가들이었다고 한다면, 현재 일본회의를 지탱하는 주축은 이세 신궁을 본종으로 하는 신사본청을 정점에 둔 신도 종교집단이다. 종교단체로서의 신도와 신사계에는 엄청난 동원력과 자금력, 영향력이 있다.(p121) <일본 회의의 정체> 中


 일본회의의 원류는 신흥종교단체인 생장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은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생장의 집 출신자들에 의한 정치활동이 일본회의로 이어지면서 전후 일본 우파운동의 원류가 되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p115)... 이들의 뿌리에는 '종교심'이 있다. 일반인의 감각으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심어진 '종교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쉽게 바뀌지 않고 바꿀 수조차 없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신경 쓰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믿는 바를 향해 오직 직진할 뿐이다.(p117) <일본 회의의 정체> 中


 생장의 집에서 시작된 극우운동은 일본 전통의 신도(神道) 세력과 결탁하면서 튼튼한 자금 지원을 받으며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처럼 종교(宗敎)가 중심이 되어 뭉친 이들 일본회의가 추구하는 이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전전(戰前)으로의 회귀(回歸)다.


 일본회의와 그 전신인 우파조직은 무엇보다 먼저 1) 천황, 황실, 천황제의 수호와 그 숭배, 이어서 2) 현행 헌법과 그로 상징되는 전후체제의 타파, 그리고 이에 부수하는 것으로서 3) '애국적'인 교육의 추진, 4) '전통적'인 가족관의 고집, 5) '자학적'인 역사관의 부정. 이로부터 파생한 그 밖의 주제를 다룰 수는 있어도 역시 핵심적인 운동대상은 이상 5가지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p204) <일본 회의의 정체> 中


 저자는 <일본회의의 정체>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편 또한 제시한다. 일본회의와 그 별동대가 외부에서 '여론'을 조성하면, 우파정치인들이 장악한 지방의회와 중앙의회가 이러한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방식이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SNS를 통한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이라는 우리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대규모 운동의 경우에는 신사본청이나 신사계, 신흥종교단체와 같은 동원력, 자금력을 보유한 조직의 후원을 받으면서 전국 각지에 '캐러밴대'라는 명칭의 회원부대를 파견하여 '풀뿌리 운동'으로 대량의 서명 모집과 지방조직 구축, 또는 지방의회에서의 결의와 의견서 채택을 추진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한다. 이와 동시에 중앙에서도 일본회의와 관련 단체, 종교단체 등이 연계하여 '국민회의'라는 명칭의 조직을 설립하고, 대규모 집회등을 파상적으로 개최하여 시선을 끌면서 전국에서 모은 서명과 지방의회의 결의, 의견서를 갖고 중앙정계를 압박한다. 한편, 뜻을 같이하는 국회의원들도 이에 호응하여 의원연맹이나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여당과 정책결정자를 움직여 운동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일본회의와 그 전신인 우파조직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주로 5가지 주제로 집약되는 '국민운동'을 일관되게 전개해왔다.(p205) <일본 회의의 정체> 中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된 작은 이견들을 버리고 하나로 대동단결하여 일본회의라는 정치집단으로 결집했다. 거기에 배경음악처럼 깔린 것이 바로 전쟁전 체제, 즉 천황 중심 국가체제로의 회귀 욕구다.(p149) <일본 회의의 정체> 中


 일본 천황을 중심으로 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제국주의 국가로의 복귀. 이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향(理想鄕, Utopia)이다. 여기에 이르기 위해 그들은 평화헌법의 개정을 요구하면서 '군국주의 軍國主義'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전쟁 전 체제 안의 천황(일왕) 이미지는 어떤 것이어야할까.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 1887 ~ 1948)의 <국화와  칼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 Patterns of Japanese Culture>에서 천황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찾아보자.


 일본인들은 한결같이 천황을 모든 비판을 넘어선 존재로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미국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하지만 패전이라는 상황에서조차 모든 비판을 넘어서는 천황의 초월성이 일본의 목소리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p62)... 하여간 군국주의자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천황에 대한 충성심에 호소하고 또 그것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들은 부하 장병에게 "천황 폐하의 뜻에 맞도록" "천황 폐하의 근심을 없애도록" "천황 폐하의 인자하심에 대한 그대들의 존경심을 표시하도록" "천황을 위해 죽으라"고 호소했다.(p63) <국화와 칼> 中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외적으로부터 거의 침략을 받지 않아 오랜 기간 단일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천황을 신(神)과 같이 떠받들어 왔고,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노헤이카 반자이 天皇陛下 萬歲'를 외치며 적 앞으로 돌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이 지점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를 위해 역사(歷史)를 왜곡하고, '애국 교육'의 확대 실현을 하려는 그들의 목표 속에서 우리는 플라톤(Platon, BC 424 ? ~ BC 348 ?)의 이상 국가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부가하여 민주주의 절차에 전제군주정의 조합은 다른 의미에서의 적도 또는 중용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플라톤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교육(paideia)은 법에 의해 규정된 바른 원칙(ho logos orthos)으로의 아이들(paides)의 이끎(holke) 그리고 인도(agoge)이며, 또한 이것은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연장자인 사람들한테서 경험을 통해 정말로 바른 것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겁니다.(제2권 659d) <법률> 中


 전제적인 통치를 하는 유형들과 자유롭게 하는 유형들 각각이 어떤 적도(適度) 상태(metriotes)를 취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그럴 경우에는 그것들에 유달리 번영(eupragia)이 일었음을 보았습니다. 반면에 그 각각이 극단으로, 즉 한쪽은 노예 상태의 것들의 극단으로 다른 쪽은 그 반대 것들의 극단으로 나아갈 경우에는, 그 어느 쪽에도 유익함은 없었습니다.(제3권 701e) <법률> 中


 일찍이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1914 ~ 1996)의 <일본정치사상사연구 日本政治思想史硏究>에서 메이지 사상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이들을 본받아 현재 일본회의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일본을 근대화 시킨 메이지 사상가들의 후손임을 강렬히 자각하면서 일본인들에게 '국가 國家'라는 이념을 깊이 새기는 것을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아베가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었던 조슈(長州)번 후손임을 고려한다면 무리한 해석만은 아닐 것이다.


  "중개(仲介) 세력"의 배제가 서민층의 능동적 참여 없이, 실로 "중개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수행되었다는 점이 근대적 국민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유신의 제(諸) 변혁의 성격을 결정지워주는 요인이었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국제적인 중압 속에서 "전국 인민들의 뇌리 속에 국가<國>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the implantation of the concept 'nation' in the minds of the people of the entire country) (福澤, <通俗國權論>)는 것은, 바야흐로 새로이 메이지(明治) 사상가들이 두 어깨로 짊어져야 할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p516) <일본정치사상사연구> 中


 종교심과 사명감이 결합했을 때 인간은 얼마나 완고해질 수 있는가를 유럽의 십자군전쟁(Crusade, 1095 ~ 1492)을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회의를 바라봤을 때, 일본 극우화의 움직임이 얼마나 일본 사회에 뿌리깊은 것이며, 전방위적인 것인가를 잘 알려준다. 또한, <일본회의의 정체>안의 극우단체의 모습은 한국의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예를 들어, 생장의 집으로 대표되는 종교계와 제국주의 일본을 꿈꾸는 세력의 결합은 오늘날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극우 개신교 세력과 박정희 유신 체제의 부활을 꿈꾸는 태극기 부대의 결합을 연상케 한다.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종교와 결합된 정치세력이 극우의 모습으로 표현된 것은 한일 공동의 모습일런지도 모르겠다.


[사진] 전광훈 목사 집회 모습 (출처 : 프레시안)


 돌아보면, 과거 태평도(太平道)를 앞세운 황건적(黃巾賊), 백련교도 중심의 홍건적(紅巾賊), 홍수전(洪秀全, 1814 ~ 1864)의 태평천국(太平天國) 모두 종교를 중심으로 일어난 민란이며, 서구의 제국주의 침략도 종교의 결탁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봤을 때 종교와 정치는 역사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 종교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한다면 종교는 양 날의 검(劍)인 하다. 


 내용이 꽤 길어졌으니 이제 마무리를 하자. 이는 종교와 정치 그리고 천황제의 유지에 대한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의 <일본정신의 기원 日本精神分析>의 내용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며, 이만 줄이자.

 

 불교는 특별히 관용의 종교는 아니다. 거꾸로 말해서 일신교가 특별히 가혹하다는 것도 아니다. 가혹한 것은 세계 제국의 군사적 정복과 지배다. 종교가 오직 그 수적 '힘'만으로 세계로 퍼져나가는 일은 없다. 세계종교가 구舊 세계제국의 범위 안에서만 확산되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p114)... 일본에서 천황제가 존속한 것은 천황제가 뿌리 깊은 신화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가 있어서 한 번도 이민족에게 직접 지배당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p115) <일본정신의 기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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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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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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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의 정체 - 아베 신조의 군국주의의 꿈, 그 중심에 일본회의가 있다!
아오키 오사무 지음, 이민연 옮김 / 율리시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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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와 그 핵심, 주변에 있는 ‘종교심‘에 의해 움직이는 종교 우파의 정치사상은 확실히 위험성을 내재한다. 자민족 중심주의, 천황 중심주의, 국민주권의 부정, 지나치기까지 한 국가 중시와 인권의 경시, 정교분리의 부정.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일본회의의 정체는 무엇인가? 결론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전후 일본 민주주의 체제를 사멸의 길로 몰아넣을 수 있는 악성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p235)

일본회의와 아베 정권이 총력을 기울이는 헌법개정의 성공 여부가 모든 열쇠를 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또한 전후 민주주의 아니 근대, 근대 민주주의 근본원칙 전체를 지킬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후의 보루를 둘러싼 경쟁이기도 하다.(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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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체제의 기원 - 한국전쟁과 자유주의 평화기획
김학재 지음 / 후마니타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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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제네바 협상, 반둥 회의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개에서 우리는 유엔을 통한 보편적 법치 기획의 실패와 퇴조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칸트적인 초국적 법치 기획은 한국전쟁 초기 국면에서 포기되었고, 대신 미국이 주도하는 홉스적 차별 기획이 대다수의 동아시아국제 질서를 정초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 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p521)

아시아 패러독스는 단순히 문화적 편견의 산물이 아니라 매우 격렬한 전쟁과 충돌의 부작용이다.(p522)... 동아시아 냉전의 전개 과정은 곧 유엔과 평화에 대한 논의가 안보와 동맹, 발전에 근거한 홉스식 국제질서로 후퇴했고,그에 대한 반발이 식민주의와 정의에 대한 강조로 수렴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p524)

한국전쟁의 사례를 평가한 결과, 판문점 체제는 자유주의의 보편적 원칙들을 군사력으로 강제로 관철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코 안정적인 영구 평화를 창출하지 못한 실패 사례이다.(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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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의 이해 (반양장)
데이비드 파렐 지음, 전용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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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츠는 자신의 역작인 <민주주의와 선거 Democracy and Elections>(1997)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특정 선거제도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만병통치약 같은 수많은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준에 딱 들어맞는, 그리고 극히 민주적인 선거졔도는 존재하지 않는다."(p34) <선거제도의 이해> 中


  2019년 하반기 한국 정치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항은 아마도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혁일 것이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보다 세부적으로 선거구제 문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쟁점의 주요 내용이라 생각되지만, 선거 제도와 관련하여 일반의 관심은 크게 높지 않다.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선거 제도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도 논의가 한창 이루어지는 현시점에서 이 문제를 그냥 넘기기는 어렵기에 데이비드 파렐(Farrell, David M.)의 <선거제도의 이해 Electoral Systems : A Comparative Introduction>를 통해 우리 나라 선거제도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려한다. 


 득표수를 계산해 의석수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의 기능이다. 이제 선거제도를 정의해보자. 선거제도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p24) <선거제도의 이해> 中


 저자는 서두에 '투표 수'를 '의석 수'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선거제도'라 정의한다. 이는 투표 수(x)라는 독립변수와 의석 수(y)라는 종속변수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함수(function)문제라는 뜻이며, 식(式)을 어떤 방식으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인 문제라는 의미기도 하고, 정답이 없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그리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은 대개 보수적이다.)


 대표(representation)라는 용어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대표의 '축소판(microcosm)' 개념과 '주인 - 대리인(principal-agent)' 개념이다. 전자는 비례대표제 옹호론자들, 그리고 후자는 비(非)비례적 선거제도 옹호론자들과 관련 있다.(p32) <선거제도의 이해> 中


 투표 수와 의석 수의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보다 중요한 다른 대의를 위해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가. 이것은 선거제도를 통해 선출된 권력(權力)의 성격을 규정짓는 문제라는 점에서 선거 제도를 구분짓는 기준점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비례적'- '비(非)비례적' 선거제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선거제도는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한 가지 간단한 방법은 선거제도가 낳을 수 있는 결과(output)을 기준으로 유형을 분류하는 것이다. 즉, 득표수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기준으로, '비례적(proportional)' 결과와 '비(非) 비례적(non-proportional)' 결과를 낳는 선거체제로 분류하는 것이다. 비례적 선거제도의 핵심은 각 정당의 의석수를 자신들이 얻는 득표수에 가능한 한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非)비례적 선거제도에서는 한 정당이 다른 정당보다 더 많은 표를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강력하고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p25) <선거제도의 이해> 中


  저자는 <선거제도의 이해>에서 선거 제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으나, 크게 본다면, '비례제 - 비(非)비례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소선구제 하에서 1인 선출 체제는 선출 방식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과연 민의(民意)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점도 함께 던진다. 이러한 문제점은 2010년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46%)을 고려했을 때 더 커지게 된다.(p346) <표 10-4> 2000년대 상이한 선거제도에서의 투표율과 무효표 비율


 본질적으로 당선 결정방식은 몇 개의 주요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상대다수제(plurality), 절대다수제(majority), 비례제(proportional), 그리고 혼합형(mixed)선거제도가 그것이다.(p27) <선거제도의 이해> 中


 1인 선출 상대다수제(relative majority)'에서 후보는 당선되기 위해서는 '최다 표(plurality of vote)'를 얻어야 한다. 옹호론자들에게 이 제도의 미덕은 단순함(simplicity)에 있다.(p37)... 그러나 50% 이상의 표를 얻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주목하라.(p44) <선거제도의 이해> 中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소선구제 아래에서 1인 선출 시스템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도는 절반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저자는 상대다수제 아래에서 중/대선거구에서 다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가 비례성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선거구 문제 이전에 비례제의 논의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레이(Rae, 1967)는 처음으로 선거제도의 구성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했다. 1) 선거구 크기(district magnitude), 2) 당선결정방식(electoral formula), 3) 기표방식(ballot structure).... 일반적으로 합의된 점은 선거구 크기가 선거 결과의 비례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p26) <선거제도의 이해> 中


 기본적으로 선거구 크기가 클수록(즉,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 수가 많을수록) 선거 결과의 비례성은 더 높아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법칙이 비례대표제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다수제나 절대다수제에서는 실제로 이 관계가 역으로 나타난다. 즉,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 수가 많아질수록 비례성은 낮아진다.(p41) <선거제도의 이해> 中


  우리나라는 정당명부제(비례대표제)와 1인 선출 상대다수제를 혼합한 혼합형 선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비율이 15 : 85로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례제의 장점인 민의 수용과 상대다수제의 장점인 안정성의 결합보다, 오염효과가 더 크게 나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다수제로 선출된 의원수가 현저하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정당의 목표보다 지역민심에 기반한 정당(政黨)이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지역 감정을 조장하며 유지되는 현실은 이런 오염 효과의 증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 기간 이러한 부작용을 경험해왔다.


 혼합형 선거제도에 대한 지배적 견해는 이 제도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비례성이라는 장점과 상대다수제가 갖고 있는 선거구 대표성이라는 장점을 이상적으로 절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p187) <선거제도의 이해> 中


 한국의 정당명부 의석은 전체 의석의 1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독일의 50 : 50 비율과는 차이가 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비율로 나누어야 선거제도의 완전한 비례성을 해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정당명부 의석 비율이 너무 낮을 경우 선거구 선거가 야기하는 비(非) 비례적 결과를 보완할 수 없기 때문이다.(p179)...  페라라(Federico Ferrara)와 동료들의 연구는 혼합형 선거제도에서의 두 종류 선거 간에 일종의 상호 '오염 효과(contamination effect)'가 있는지를 찾으려 했다. 오염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한 부분(예컨데 상대다수제)의 존재가 다른 부분(예컨대 비례대표제)의 작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p188) <선거제도의 이해> 中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도 개혁과 문제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정치인 불신 문제일까. 저자는 정치제도에 대한 낮은 대중의 관심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복잡한 선거제도에 대한 대중의 낮은 이해는 선거 제도의 개혁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선거제도의 복잡성, 그리고 선거제도에 대한 대중의 낮은 관심과 지식수준을 고려할 때, 선거제도에 대한 태도를 측정하는 가장 효과적 인 수단은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p308)... 다음 두 가지는 이 연구의 주요 결론이다 첫째, 실험 초반에는 제도 관련 쟁점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다수 응답자들이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둘째, 선거제도의 특징 중 비례성 문제는 포커스 집단에게 중요한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선거제도 복잡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p309) <선거제도의 이해> 中


 그렇다면, <선거제도의 이해>를 통해 저자가 제안하는 이상(理想)에 가까운 제도는 무엇일까. 서로 다른 제도의 장/단점을 비교한 후 저자가 내린 결론은 '비례대표제 - 그중에서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 '가 민의 반영과 안정성 모두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성비가 높은 제도라는 것이다. 물론,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직접 대표성이 없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는 결론을 내린다. 


 선거제도의 영향에 관한 논의의 기저에는 정치체제 안정성 문제가 있다. 특히 비례대표제가 대의 기구를 강화시키는지 아니면 약화시키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p267) <선거제도의 이해> 中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정당은 각 선거구에서 후보 명부를 작성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유권자가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다.(p112)...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비례성을 왜곡시키는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지방 선거구(subnational constituencies)나 지역(regions) 단위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그 원인이 있다.(p113) <선거제도의 이해> 中


 여러 형태의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선거 공학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선거제도라는 사실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이 제도는 분명히 정당 지도부에게 상당한 정도의 통제력을 부여한다.(p149)...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부정적 측면은 선거구에 기초한 직접적 대표성이 부재하다는 것이다.(p153) <선거제도의 이해> 中


 특정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정부나 정치제제의 안정성 정도 사이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되었던 상반관계(trade-off)는 대부분의 경우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나아가 비례대표제에서 정부 안정성 정도가 높다고 결론짓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p351) <선거제도의 이해> 中


 결과론적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손을 들어준 데이비드 파렐의 의견에는 분명 찬반이 갈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회가 의원 개인의 정견에 따라 운용되지 않고, 정당의 거수기에 머무는 현실에서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놓고, 정당에 표를 주는 방안이 오히려 민심의 올바른 수용이 되지 않을까. 또한, 이런 방향으로 갔을 때 국회의원이 지역유지들과 결탁해서 지역 이권은 나눠갖는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지방의 문제는 지방의회에서 논의되면서 지방자치가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기에, 이상의 이유로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여기에 더해서, 인구통계적 특성에서 성, 연령, 지역, 소득 등 수많은 요인 중 지역만을 대표하는 대표를 선출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도 질문을 던져본다. 과거에는 다른 요인들이 데이터 베이스(DB)화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든 유권자의 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된 현시점에서 세대별 갈등, 소득 양극화 갈등, 성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표의 선출과 이들에 의한 법률입안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선거제도의 이해>는 선거제도에 대해 잘 정리하며 내용을 전달하며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래서, 국회 개혁 문제로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선거제도의 이해>는 현재 개정판이 나와있어, 읽고자 하시는 분은 개정판을 보시기를 권장하며, 이번 리뷰를 마무리한다.


 PS. 국회의원 수를 어떻게 가져가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월급 총액을 현수준에서 동결하고, 민의 반영차원에서 의원 수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 극한(極限, limit) 문제 풀이 방식으로 답을 찾아보자. 의원 수를 한없이 줄이는 것과 한없이 늘리는 것을 동일한 제약조건(현재 예산) 수준에서 고민한다면, 답은 자명(自明)하다. 국회의원을 극적으로 줄일 경우 1인 입법자(독재)로 갈 것이며, 극적으로 늘려 '국민 수 = 국희의원 수' 라면 완전 민주주의가 구현된다.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늘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월급은 자신들이 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정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어느 직장인도 자신의 연봉을 스스로 책정하는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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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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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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