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지정학 - 원서 3판 전면개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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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은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한다. 첫째, 지정학은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둘째, 지정학은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데 지리적 틀을 이용한다. 셋째, 지정학은 미래지향적이다. 지정학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불변하기 때문에 일어날 법한 국가 행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각국은 자원을 확보하고, 접경지대를 비롯하여 영토를 수호하고, 인구를 관리해야 한다. _ 클라우스 도즈, <지정학>, p11/110

클라우스 도즈의 <지정학>은 지정학(geopolitics)의 의미와 현대적 적용에 대해 알려주는 입문서다. 근대적 주권국가의 영토, 자원, 입지와 권력의 관계를 다룬 것이 고전적 의미에서의 지정학이라면, 현대에 들어서는 보다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人)적, 물리적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이 지정학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러한 지정학의 범위 확장은 과거 국가 간 패권전쟁이라는 범위를 벗어나, 인종, 성, 계층의 공간정치학으로 보다 세분화되었고, 용어 안에 복잡화된 현대사회의 문제를 포괄하게 되었음을 개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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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하나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서 신경 회로망(뉴럴 네트워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를 데이터가 옸다 갔다 해서 착실하게 순차 처리하는 대신, 신경 회로망에서는 데이터가 매끄럽게 흘러 한꺼번에 병렬 처리한다. 그 결과, 에너지 효율이 대폭적으로 개선된다(p52)... 또 다른 패러다임 전환은 미세화에서 3D 집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세화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3D 집적을 하면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차원이 다르게 줄일 수 있다. _ 구로다 다다히로, <반도체 초진화론>, p53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도래한 인공지능의 시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는 폰 노이만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AI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 필요한 반도체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리고, 보다 많은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보다 빠르게 전송하는 것이 조건이라면 앞으로 반도체의 연구방향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반도체 초진화론>과 <차세대 반도체>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폰 노이만 구조에서는 연산이 일어나는 장소와 데이터가 저장되는 장소가 다릅니다. 따라서 컴퓨터가 어떤 프로그램을 수행하려면 산술논리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 액서스 data access라는 과정이 무척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연산을 하는 산술논리장치는 필요한 정보를 메모리에서 불러오고, 중간 결과는 다시 메모리로 내보내 저장해야 하지요. 문제는 데이터 액서스에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CPU 혹은 GPU 칩 안에서 일어나는 온칩 on-chip 데이터 액서스만 따져도 연산 자체가 소모하는 것보다 10~100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_ 석민구 외 2인, <차세대 반도체>, p21/91 


 '연산'과 '기억'이 별도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폰 노이만이라는 이분화(二분化)된 구조는 데이터 액서스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  데이터 전송, 에너지 문제 - 를 해결하기 위해 칩을 쌓고, 칩 간 간격을 줄이며, 소재 변경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HBM, 유리기판과 같은 산출물이 나왔으며 이러한 연구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저자들은 여기에 대해 폰 노이만 구조를 대신할 신경회로망 구조의 전환이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더 나아가 PIM 기술 등을 통해 '연산-기억'이 통합된 구조를 전망한다. 로직 칩과 메모리 칩의 통합. 


 칩이 크다 보니 전력 소모도 많고 열이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도 극복해야 합니다. 패키징이나 보드 설계 과정에서 전력 공급과 열 관리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수냉 water coolomg 시스템이나 냉간판 cold plate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해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p29)... 저는 앞으로 PIM 기술이 연산을 분배하기보다 차라리 한쪽으로 몰아주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러려면 CPU 및 GPU와 D램을 완전히 합친 통합 구조가 필요합니다. CPU와 GPU가 D램을 흡수하거나 그 반대가 되겠지요. 그래야 비로소 장치 간 데이터 액서스에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_ 석민구 외 2인, <차세대 반도체>, p33/91 


 로직 칩과 메모리 칩의 통합의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구조가 완전 재편될 수 있음을 의미지 않을까. 산업 내에서 IP기업, 펩리스 기업, 디자인 파우스 등으로 분업화된 안정화된 구조 안에서 수직 계열화된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와 TSMC 그리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무한 경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이처럼 <반도체 초진화론>과 <차세대 반도체>은 AI혁명 속에서 향후 반도체가 진화할 방향과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유용한 책이라 생각된다. 


  반도체 기술 발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반도체 초진화론>에서 저자가 언급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눈길을 끌어 옮겨본다.


  디지털은 논리를 다루는 데 뛰어나지만, 감성은 아날로그다. 디지털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을 이제부터 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오감과 디지털을 상호 변환하는 센서와 액추에이터, 감각을 피브백하는 제어 기술, 가치를 교환하는 공학, 테크놀로지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법체계. 이러한 논의 없이 '뇌를 인터넷에 연결'하도록 추진할 수는 없다. _ 구로다 다다히로, <반도체 초진화론>, p69


 저자는 디지털 혁명의 종착역은 아날로그 감성 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디지털 기술의 목적이 결국 인간 행복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라면 사물을 0과 1로 변환시키는 디지털 혁명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가야할 길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필요한 것인 아닌지.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없는 Aura가 담긴 그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러한 물음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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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안네의 일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거대한 역사전쟁에 이 기쁨이 갖는 이미를 되새겨봅니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보여지듯 전쟁을 마무리짓는 것은 거친 대립이 아닌 문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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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0-16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말 너무 와닿네요
˝우리도 제주4.3사건과 5.18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안네의 일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네요

겨울호랑이 2024-10-16 20:58   좋아요 1 | URL
정말 뉴라이트 세력이 준동하는 어둠의 시대에 정말 새벽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
 

 임금은 임금철칙설에 따라 생존에 필수적인 적은 금액으로 고정돼 있어. 노동자들이 맨빵만 먹으면서 번식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금액만큼만...... 임금이 너무 내려가면 노동자들이 굶어죽지. 그럼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니까 임금을 올리게 되는 거야. 반대로 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넘치는 노동력 때문에 임금을 다시 깎게 되지...... 빈 뱃속이 그렇게 자연적으로 균형을 잡아나가는 거지. 그러니까 노동자들은 굶주림이라는 도형장에 영원히 갇혀 있는 셈인 거야. _ 에밀 졸라, <제르미날1> , p107/214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여러 갈등이 중첩된 소설이다. 탄광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대립, 노동 투쟁의 방법에 대한 에티엔과 플뤼샤르의 대립, 카트린을 사이에 둔 에티엔과 샤발의 갈등. 수많은 갈등의 교차 속에서 사람들은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다른 경우에는 슬퍼하면서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점차 잃어간다. 


 양측이 서로 완강하게 버티는 동안 그 폐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자본가들도 그 피해가 막심했다. 파업이 하루 더 연장될 때마다 매일 수십만 프랑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었다. 더이상 가동하지 못하는 기계는 죽은 기계나 다름없었다. 연장과 장비는 녹슬고, 묶여버린 자본은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물처럼 점차 규모가 줄어들었다. _ 에밀 졸라, <제르미날1> , p186/214


 <제르미날>은 에티엔의 등장으로 시작되고 퇴장으로 마무리된다. 에티엔은 어둠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 추위에 떨면서 나타났고, 소설 속에서 여러 풍파를 겪고 다시 혼자가 되어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의 퇴장은 결코 어둡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어둠이라면 에티엔이 겪었던 좌절과 실패는 더 깊은 한밤중으로 표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하마터면 쓸쓸했을 그의 퇴장을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바꿔보낸다.


 지평선에서 찬란하게 떠오른 태양이 온 들판을 경쾌하게 깨우고 있었다. 금빛 물결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듯 거대한 벌판을 고루 비추었다. 이러한 생명의 온기가 점차 너르게 퍼져나가면서, 대지의 한숨과 새들의 노랫소리, 개울과 숲의 속삭임이 한데 뒤섞인 젊음의 전율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참으로 기분좋은 일이었다. 낡은 세상도 다시 한번 새로운 봄날을 맞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_ 에밀 졸라, <제르미날2> , p166/207


 그렇지만, 과연 실패한 탄광의 파업을 겪고 애인을 잃은 에티엔의 마음마저 밝을 수 있었을까. 과격한 혁명을 추구했던 수바린과도, '전략적 인내'를 강조한 라스뇌르와 대립하면서 마치 플라톤이 <국가>에서 제시한 이상적인 국가(國家)를 건설하는 철인(哲人)이자, 노동자의 세상이 만들어진 후 선양(禪讓)하겠다는 꿈을 꿨지만, 그의 이상은 너무도 높은 현실의 한계 속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카트린을 둘러싼 샤발과의 진정한 '막장' 드라마의 삼각관계를 통해 사선을 넘나든 에트엔임을 고려해 본다면 결코 에티엔의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찰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그는 노동자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고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그의 힘이 점점 커져서 마침내 승리의 그날이 도래하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소박한 위대함을 지닌 지도자임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장면을 그려보기도 했다. 마침내 그가 세상의 주인이 되었을 때, 권력을 홀로 차지하는 것을 거부하고 민중의 손에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하면서. _ 에밀 졸라, <제르미날1> , p170/214


 "난 집에 노모가 계셔...... 내겐 먹여 살려야 할 어린 자식들이 있어...... 이대로 굶어죽을 순 없잖나......"...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레노르와 앙리가 갱에서 일할 수 있으려면 아직 사오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_ 에밀 졸라, <제르미날2> , p166/207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무엇때문일까. 현실이라는 높은 벽에 좌절된 이데올로기적 패배, 사랑의 상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이 얻은 것. 여기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의 온몸 근육 속에서 잠자고 있던 독, 조상 대대로 몸속에 쌓여온 알코올과 헛되이 싸워온 날들. 그러나 지금 그는 굶주림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오래전 부모의 알코올중독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그에겐 충분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섬뜩함에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 교육에 기인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어떤 희열이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마침내 충족된 욕망에서 오는 동물적인 기쁨 같은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일종의 자부심, 마침내 승자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_ 에밀 졸라, <제르미날2> , p158/207


 극한 상황에서 샤발을 죽이면서 그가 깨달았던 그의 본성(本性).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처럼 에밀 졸라가 에티엔의 배다른 형 자크 랑티에에게 몰아준 살인 본능과 같은 본성의 발견에 주목한다면,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의 밝은 퇴장도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제르미날>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많은 인물들의 사상과 감정의 대립이 날카로운 작품이다. 치열한 대립을 통해 인물들과 환경의 한계가 드러나고, 잃어감과 슬픔으로 탄광 파업이라는 사건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지막을 마치 5월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의 청량함으로 채우며 더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독자들에게 주려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의 시대로부터 거의 1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노라면, <제르미날>의 결론은 자신의 숨겨진 본성을 깨달은 에티엔의 작은 승리감 외에는 모두가 잃은 현재 진행형인 게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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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이 없다는 트리플A등급의 보험을 구매하고 싶을 경우에는 20베이시스포인트(0.20퍼센트)를 지불한다. 그보다 위험이 높은 A등급의 보험은 50베이시스포인트(0.50 퍼센트)를 구매한다. 안정성이 훨씬 더 떨어지는 B등급의 보험을 구매할 때는 200베이시스포인트, 즉 2퍼센트를 지불한다. 마이클이 찾는 것은 기초 모기지 풀의 15퍼센트만 무너져도 가치가 0달러까지 떨어지는 트리플B등급이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91


 <빅 숏 Big short>은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숏(매도)포지션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인 마이클 버리 등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증권(MBS)이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에 근거한 약한 고리임을 간파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왑(CDS)을 구매하는 포지션을 취한다. 이와 함께 향후 닥칠 금융 위기 상황에 대비한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롱(매입)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한다.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했죠. 그들은 지난 60년 간의 부동산 추세를 증거로 내세워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일시에 떨어질 리가 없다고 말했어요... 서브프라임모기지 거래는 주택가격이 일시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147


  금융시장의 탐욕을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겜블>은 파생상품 매매로 인해 결국 파산을 맞이한 베어링스 은행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빅 숏>과 <겜블>이 파생상품의 레버리지의 위력을 보여준다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식시장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금 결이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는 시장에서 자신의 예측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100여 명만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거래하는 신규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붕괴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부동산 관련 주식이나 채권으로 구성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위험을 회피하려고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한 보험을 구매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소수의 집단은 신용부도스왑을 이용해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하나를 구매하는 동시에 다른 하나를 판매하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의 상대가치 relative value에 베팅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170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6시에 예정된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에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에서 제기한 AI 거품론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을 통해 찾으려 하기에 내일의 발표는 AI 거품론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어쩌면 태풍 전야와 같은 고요함 속에서 투자자들은 저마다의 계산에 따라 롱(매수)과 숏(매도) 또는 롱-숏 포지션을 취하며 부지런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장의 관심은 이내 다른 이벤트로 옮겨가고 또 다른 욕망의 장(場)이 서겠지만, AI, 친환경 에너지, 반도체 등 시장 관심을 받는 주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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