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진 2018년, 페이커는 OGN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에게 주는 응원의 메시지‘로 "삶이란 흐르는 강물"이라고 썼다. "살면서 여러 굴곡이 있을 수 있다. 강처럼 거슬러 올라가려면 힘들고 흘러가는 대로 떠내려간다면 쉽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월즈 준결승에서 T1이 JDG를 꺾은 11월12일, 중국 포털사이트 후푸 e스포츠 이용자 141만6000명은 페이커에게 평균평점 9.1점을 부여했다. 후푸 e스포츠는 그를 "가장높은 산, 가장 긴 강"이라고 평했다. - P15

구단으로서 나가는 돈은 매해 늘고 이를 충당할 만큼 벌지는 못한다. 수익 구조 때문이다. 전통적 스포츠 구단은 수익에서 경기 입장료와 중계권료 비중이 높다. 하지만 e스포츠는 상대적으로 현장관람의 매력이 떨어진다. 1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된 이번 월즈 결승전은 몹시 예외적 사례다.  - P17

 프로선수 애로사항 1위로 꼽힌 것은 ‘신체, 심리 등의 건강 문제 (46.4%)‘였다. 많은 프로팀이 밤에 연습을 시작해 새벽에 끝낸다. 성적압박과 수직적 분위기, 야간 노동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건강에 좋을수 없다. 구단은 재정난을 호소하지만, 선수로서도 타 종목보다 훨씬 짧은 커리어 동안 최대한 연봉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 P18

김용대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교수는 국가 전산망과 관련된 일련의 구매가 지나치게 ‘파편화되어 있는 게 본질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여러 부처와 기관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구축, 유지·보수를 각각 따로따로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는 식이다. 유지·보수 업무의 경우 1~2년에 한 번씩 경쟁입찰한다.  - P25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9.19 군사합의 제1조 3항의 효력 정지 조치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격으로 뚱딴지같은 대응이다. 문재인 정권 때 체결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싶던 윤석열 정부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핑계로 삼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게 안보 태세를 튼튼히 하는 지름길이다. - P27

피상인과 상속인의 협동체 관계를이루고 있다는 건 상속제도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가 된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다면 상속을 정당화하는 관계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일이다. 상속제도의 타당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더 가다듬어야 한다.  - P41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지금처럼 부의 대물림이라든지 경제적 보상을 얻기 위한 창구로 의사를 택하는 흐름이 굳어진다면 ‘바이탈 과‘에 오는 사람들은 점점 더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교수든 전공의든 필수과목들의 근무 여건이 현재보다 개선되는 건 분명하지만, 아무리 대우를 개선한다 해도 질환의 특성상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같은 곳은 QOL(Quality of Life 삶의 질이높다고 하는 과만큼 편해지기는 어렵다." - P46

김새롬 연구교수는 DEI라는 개념을설명했다.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 (Inclusion)의 첫 글자를딴 약어다. "좋은 의료를 위해서는 더 다양한 의사가 필요하다는 국제적 합의가있다. 세계의 좋은 의과대학들은 선발이나 교육 전반에서 DEI를 ‘의도적‘으로 추구하고, 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는 동질화되기가무척 쉬운 집단이기 때문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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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2-10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겨울 호랑이님,
서재의 달인 페이지 맨 앞장에서 닉넴을 뵈니 더욱 반갑네요.
2023년에도 축하드립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겨울호랑이 2023-12-10 21:44   좋아요 0 | URL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항상 꾸준히 응원해주셔서 올 한해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내년 한 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저도 교황님의 이 대답을 제 대답으로 삼고 싶습니다.
제 삶에는 늘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황금빛 실이 있었습니다. 제게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지거나, 단 한 시간이라도짧은 피정을 할 수 있을 때면, 저는 늘 저 자신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이때 저는 제 시선이 아니라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 P19

제가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며 전진할 때,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장애물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그저 단순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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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 미 의회에 진입해 가자지구의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있었다. ‘우리의 이름으로 학살하지 마라’(Not in Our Name)를 외친 운동의 주체는 유대인들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유대인 대 팔레스타인이라는 전쟁의 구도를 시온주의자 대 팔레스타인의 구도로 전환시키고 시온주의자와 유대인이 일치하지 않음을 알렸다. 이 행동은 지배세력의 언어가 함몰시킨 진실을 드러내고 평화와 공존이라는 가치지향과 어긋난 세계의 참극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태도이다. 이름을 당당하게 거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공동의 이름은 책임의 고통을 긍정하고 여럿의 꿈을 감당하기 위한 발명품인지도 모른다.

공적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과 책임회피는 다른 문제다. 그것이 한 개인의 부도덕함을 넘어 공적 세계에 대한 신뢰감 자체를 훼손하기 때문에 그렇다. 훼손된 신뢰감은 냉소주의를 부르고 경제적 손실로도 직결되며 또한 정치의 작동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위기상황이었던 팬데믹 시기, 공적 세계에 대한 신뢰감이 시민적 주체성을 이끄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역량을 담아낼 무형의 공기(公器)라고도 말할 만하다.

구성원들의 삶을 돌보는 일에 소홀한 나라에서는 민주주의적 가치 역시 생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민생을 살피는 제대로 된 정치가 펼쳐지려면 돌봄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 복지를 살뜰히 돌보고, 그들이 꿈꾸는 가치를 반영할 때 민주주의의 정치는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돌봄의 맥락에서 새롭게 참고해야 할 시민성은 관계에 참여하는 자아 개념이다. 돌봄의 시민성은 취약성과 의존성, 상호의존성을 새롭게 사유하기를 권유하며, 그 실천은 구체적인 일상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좋은 삶’에 대한 적극적 탐색을 가능케 한다.

문학이 그리는 돌봄의 시민성은 인간 존재의 본성이나 유대를 상호의존적으로 보면서도 주체의 역량을 고려하는 실천적인 가능성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위기와 재난 속에서 국가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공공적 돌봄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을 넘어 모든 시민들이 공동적으로 참여해야 할 돌봄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이러한 서사는 취약한 존재의 고통을 서사로 끌어들이면서도 그것을 이해 불가능한 영역에 두지 않는 깊은 책임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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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 전면개정판
좌구명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제환공은 남면 南面하여 패업의 완성을 칭하면서 제후들의 군사를 조발해 주왕실에 왕성을 쌓아주고, 강성 絳城에서 진혜공 晉惠公을 복위시켰다. 북악 北岳의 항산 恒山 일대의 제후들 중 감히 신복치 않는 자들이 없게 되었다. 제환공이 마침내 양곡 陽谷에서 제후들을 크게 소집했다. 제환공은 전쟁을 종식시키자 문교 文敎를 추진하면서 제후들을 이끌고 가 주나라 천자를 옹대하는 패업을 이뤘다. _ 좌구명, <국어 國語> <제어 齊語> 中, p238


 좌구명(左丘明, BCE 556 ~ 451)의 <국어 國語>는 춘추(春秋)시대 주(周)나라와 패자(覇者)들의 이야기가 주된 흐름을 그려낸다. 이 시기 주나라 왕실을 받들고 주변의 오랑캐들을 물리친다는 존왕양이(尊王攘夷)를 기치로 한 중원(中原)지역의 역사가 <국어>에서 서술된다.  


 춘추시대 전반기에 처음으로 나타난 제환공과 관중의 패업은 역대 중국정권의 모든 통치를 평가하는 데 결정적인 준거가 되었다(p24)... 이들 춘추시대의 패자들은 제환공에서 월왕 구천에 이르기까지 후대로 내려갈수록 왕업의 색채가 희박한 패업을 이뤘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다만 구천의 경우는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무자비한 패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앞선 패자들과 적잖은 차이가 있다. _ 좌구명, <국어 國語> 들어가는 글 中, p28


 역자 신동준(1956~2019)은 들어가는 글에서 패업의 변천에 대해 언급한다. 존왕양이에 충실했던 초기 패자들인 제 환공(齊 桓公, BCE 720 ? ~643)과 진 문공(晉 文公, BCE 697~628)의 패업과 후대의 월왕 구천(句踐, ? ~ BCE 464)의 패업은 내용면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역자는 이 점에 대해 비판하는 지점에 서있지만, 책을 읽으며 조금은 다르게 생각된다. 스스로 왕(王)을 칭한 초(楚), 오(吳), 월(越)의 장강 이남의 패자들이 나타나면서 주왕실을 받들고 오랑캐를 무찌르겠다는 이상을 더는 따를 수 없었고, 따를 필요가 없었을 때 '존왕양이' 이념의 유효기간은 끝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당초 우리 월나라의 선군은 본래 주왕실로부터 정식으로 책봉을 받은 제후가 아니었기에 자작도 될 수 없었소. 그래서 중원의 제후국들로부터 배척을 받아 동해의 해변에 거처하면서 큰 자라, 악어, 물고기, 자라 등의 원타어별  黿鼉魚鼈을 이웃으로 삼고, 개구리와 두꺼비인 와민 蛙黽과 함께 물가에 살게 된 것이오. 우리는 비록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중원의 제후들로부터는 금수취급을 받고 있소. 그러니 우리가 어찌 그대의 교언선변 巧言善辯을 알아들을 수 있겠소. _ 좌구명, <국어 國語> <월어 越語 하 下> 中, p645


 개인적으로 춘추시대의 패자와 주왕 사이의 관계를 보면서, 800년 샤를마뉴(Charlemagne, 740 ~ 814)의 서로마제국 황제 즉위를 떠올리게 된다. 교황 레오 3세(Leo PP. III, 750 ~ 816)로부터 황제관을 받으며 교권(敎權)과 속권(俗權)을 서로 인정했듯, 고대 중국에서 왕실과 패자의 관계는 천명(天命)을 받드는 왕실과 현실적 리더로 패자 사이의 권력의 양분(兩分)으로 보여진다. 구정(九鼎)이 갖는 권위를 바탕으로 중원지역의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주왕실이 가졌던 종교적 권위였다면, 구정의 무게를 묻는 초 장왕(楚 莊王, ? ~ BCE 591)이 패자가 되는 순간 종교적 권위가 패자에게 넘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여겨진다.


 군왕이 악기를 만들었을 때 백성들이 모두 이로 인해 안락해야 비로소 조화를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종을 만들기 위해 재용을 많이 사용해 민력을 피폐케 만들었습니다. 이에 이를 원망치 않는 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소리가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지 않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모두 함께 좋아하면 성공치 못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모두 함께 혐오하면 폐기되지 않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_ 좌구명, <국어 國語> <주어 周語 하 下> 中, p136


 이렇게 역사는 오랑캐들에게 패업을 주면서 춘추시대는 막을 내리고, 힘을 가진 자가 약자를 병합하는 전국시대(戰國時代)로 흘러간다. 당대를 살았던 이들은 춘추시대는 최소한의 명분을 갖고 천명을 받들기 위해 노력을 했던 시기였던 것에 비해, 전국시대는 오로지 힘만이 지배하는 강자의 시대로 규정하고, 시대의 역행에 대해 탄식하는 글을 많이 남겼지만, <국어>를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춘추시대가 황하와 양자강 사이의 청동기 문명을 바탕으로 한 일부 지역의 시대였다면, 어쩌면 전국시대는 그동안 소외받던 강남지역의 철기 문명이 새롭게 부상하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르네상스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늘이 월나라에 커다란 화를 내려 오나라에게 월나라 땅을 다스리게 했을 때 오나라는 천의를 어기고 이를 받지 않았소. 지금 우리는 그대들이 저지른 잘못과는 상반되는 방법을 취하려 하오. 그것은 바로 오나라를 멸망시켜 과거에 받았던 수난을 보복하는 것이오. _ 좌구명, <국어 國語> <월어 越語 하 下> 中, p644

 

 비록, 오랑캐 패자라는 새롭게 합류되는 물로 인해 흐르는 강물은 탁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새로움이 가져온 변화가 전체적으로 중국문명이라는 강물을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오랑캐로 배척받던 이들이 새롭게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국시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거름이 되었다면, 춘추시대 주왕실과 패자의 시대의 종언은 시대적 사명을 충분히 마무리한 것이 아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비록 '춘추5패'를 위시한 열국의 맹주가 막강한 무력을 배경으로 제후들에게 위압적으로 군림하기는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주왕실로부터의 공인을 전제한 한 것이었다. 도덕적 권위가 담보되지 않은 힘은 제후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춘추시대가 비록 '패자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열국이 상대적으로 평화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주왕실은 사실상 극도로 미약한 약소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통치권위를 보유하고 있었고 열국은 비록 영토의 크기 등에서는 대소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는 상호 대등한 관계를 유지했다. 춘추시대의 '5패'가 전국시대의 '7웅'과 근원적인 차이를 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_ 좌구명, <국어 國語> 들어가는 글 中,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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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이 있는 사람은 천지의 비호를 받게 되어 있다. 천지가 비호하려는 사람은 설령 복이 적을지라도 나라를 얻게 되어 있다. 경‘은 문덕의 공경을, 충忠은 문덕의 실질을, 신은 문덕의 비호를 인은 문덕의 자애를 의는 문덕의 법도를 체현한 것이다. 지문덕을 싣는 수레이고, 용은 문덕을 행하는 표상이고, 교敎는 문덕이 시행된 결과에 해당한다. 효는 문덕의 근본을, 혜는 문덕의 자애로움을, 양은 문덕의 응용을 표현하는 것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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