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구판절판


"처음에는 장난삼아 본문에 등장하는 사물을 바꿔봤엉. 거의 눈에 띚 않는 것들로. 커피를 밀크티로 번역한다든지, 커튼 색깔을 바꾸고, 개를 고양이로... 누군가 원서와 번역본을 꼼꼼히 대조해보지 않는 이상 알아채기는 힘들죠. 내게 맡겨지는 일감이란 게 그리 비중 있는 책들도 아니라서... 그렇게 하면, 세상에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표식을 숨겨놓은 것 같아 은근히 뿌듯했어요. 내 주문에 의해서만 빛을 발하는 마법의 돌 같은거... 내가 세상의 일부를 변형시켰다는 거창한 자부심까지 들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 정말 번역일을 하면 이런 유혹을 받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아주 가끔 번역서와 외서를 읽는 경우는 있지만 꼼꼼히 비교해가면서 읽는것이 아닌이상 찾기 힘들것 같네요.^^-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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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검정말, 블랙뷰티
애너 스웰 원작, 로빈 맥킨리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정회성 옮김 / 동쪽나라(=한민사) / 2008년 8월
품절


"존, 정말 고맙네. 나도 자네가 모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네. 내 아들이 그저 뭘 몰랐을 뿐이라는 걸 이해해주니 정말 다행일세."
토머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존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뭐야? 그저 뭘 몰랐을 뿐이라니? 그걸 말이라고 한 건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군. 어떻게 그저 몰라서 그런 거라고 간단히 넘겨버릴 수가 있지? 몰라서 한 일은 그 결과가 나빠도 용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 사람들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마다, '이런, 전 몰랐어요. 애초에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어요.'하고 쉽게 얼버무리곤 하지. 그 말 한마디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한단 말일세.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그런 변명을 늘어놓는 게 얼마나 뻔뻔한 짓인지 자네는 모른단 말인가?"-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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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판타지 - 패션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나 샤넬에서 유니클로까지
김윤성.류미연 지음 / 레디앙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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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럽다는 얘긴, 물건 가치에 비해서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비난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뉘앙스가 있으면 물건 파는 데엔 거치적거릴뿐이다. 그래서 '사치스럽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느낌이 싹 빠진 '최고의 기술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내 취향에 맞아서 산다'는 느낌만 남은 '명품'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유행시켰다.
단어 하나를 만들어 퍼트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젠 럭셔리를 사며 사람들은 당당히 나를 위한 투자이며 수고한 내게 주는 선물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나를 위해 쓴다고 말한다. 물론 이건 다 패션 브랜드와 연결된 미디어에서 가르쳐 주었을 뿐이고 실상 '명품'은 누군가의 영리한 머릿속에서 태어나 미케팅 세계에서 자란 언어일 뿐이다. 게다가 이젠 럭셔리, 사치품 같은 말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자신을 비판하던 모든 존재들도 물리치고 절대 권력을 손에 쥔셈-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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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3 - 완결 밀리언셀러 클럽 113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월
품절


"그날 팔루자에서 있었던 일은 내 인생 최악의 기억이에요. 그 기억이 그렇게 지독한 이유는..." 바비는 줄리아가 썼던 표현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내가 당하는 쪽이 아니라 저지르는 쪽이었기 때문이죠."
"당신이 저지른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한 짓이잖아요."
"그건 상관없어요. 누가 했든 간에 그 남자는 죽었으니까."
"그 체육관에 당신 같은 사람이 한두 명만 더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니면 아예 아무도 없고 당신 혼자만 있었다면요?"
"아뇨. 당연히 안 일어났겠죠."
(중략)
바비가 생각하기에 잘못을 후회하는 것은 아예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아무리 후회한다고 한들 파괴를 저지른면서 느낀 즐거움을 속죄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개미를 돋보기로 태워 죽이는 짓이든, 아니면 죄수를 총으로 쏘아 죽이는 짓이든.
바비는 팔루자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것만큼은 무죄였다. 그리고 다행이었다.-5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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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11-03-2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시작했다가 손에서 못놓을까봐... 여름휴가 때 읽으려고... 정말 감질나네요 ㅎ

보슬비 2011-03-28 00:45   좋아요 0 | URL
좀 분량이 있죠.^^
저도 1편읽고, 2편은 템포 조절해서 읽느라 힘들었어요.
빨리 여름휴가가 오시길 바래요.ㅎㅎ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절판


내가 가장 미쳐 있던 시절에 배운 게 하나 있다. 즉, 사람은 벽과 창살과 잠긴 문으로 이루어진 방에서 다른 정신병자들에 둘러싸여 살거나 심지어 독방에 홀로 갇혀 지내기도 하지만, 사람을 가둔 진짜 방은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 사람이 사는 진짜 방은 기억, 관계, 사건, 온갖 종료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은 망상으로, 가끔은 환각으로, 가끔은 욕망으로, 가끔은 꿈과 희망, 혹은 야망으로, 가끔은 분노로. 그게 중요했다. 항상 진짜 벽을 인식하는 것이.-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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