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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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이주의 서사를 가진 작가의 실존적 정체성과 그 정서(심리)의 원형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이름은 유수프(يوسف 요셉의 아랍어)이다. 성서에서 형들에 의해 대상에게 팔려 고향을 떠나 이집트에서 죽은 사람의 이름이다. 요셉은 꿈꾸는 자라는 별명이 있다. 그 꿈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고 동족을 구했다. 유수프 역시 꿈을 꾼다. 요셉은 주인 아내의 유혹을 뿌리치고 옷자락을 벗어두고 도망치고 그로인해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혔다. 유수프 역시 상인의 집에서 같은 일을 겪는다. 작가는 소설 곳곳에서 이주자, 팔려간 자, 망명자의 상징과 서사를 배치하고 있다. 소설의 서사는 작가의 것이 아님에도 그의 삶과 정서가 보인다. 그래서 쿳시가 모든 글은 자서전이라고 했을 것이다.

 

동아프리카의 무슬림 가정의 소년 유스프, 그가 기차역에서 처음 본 두 유럽인, 인도인 신호수는 19세기 동아프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해안지대의 무슬림들은 내륙의 아프리카인들(토착민)와센지’, 야만인이라고 부른다. 독일인들을 위해 철로를 건설하는 날삯꾼으로 일하는 인도인은 이 무슬림들을 무시한다. 인종으로 인도인, 종교적으로는 무슬림,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인이나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작가의 정체성을 지시하고 있다.


유수프는 아버지가 아지즈 아저씨에게 진 빚 때문에 볼모로 보내어 진다. 아지즈의 가게에서 일을 익힌 후 그의 대상 행렬에 함께 한다. 아지즈의 내륙여행은 물품과 짐꾼들을 모으고, 무장하고 떠나서 그들이 야만인이라 부르는 내륙의 사람들과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마을에서 장사하며 자신에게 돈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의 아이들을 볼모로 데려오기도 한다. 유수프, 아지즈의 집과 가게를 관리하는 칼릴, 아지즈의 두 번째 아내가 된 칼릴의 누이가 바로 그런 아이들이다. 아지즈는 철저한 장사꾼이다. 내륙으로 여행 하며 그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상단이 차투의 나라에서 물건을 빼앗기고 그 대장 모하메드 압달라가 구타를 당하고 대치 상황에 있을 때, 유럽인이 그 지역에 들어오면서 그 문제가 해결된다. 세 자루의 총을 제외한 물건의 일부를 돌려받고 그곳에서 나오는 장면은 앞으로 그들의 땅에서 일어날 일들을 전망하게 한다


이 소설은 마을로 들어온 독일군이 강제로 마을 사람들을 끌고 가는 것을 유수프가 목격하는 것으로 마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이 동아프리카 땅을 두고 대치하던 시대다. (탕가니카(탄자니아 본토) 지역의 경우, 1885~1916년간 독일 보호령 하에 있었으나, 1916년 영국군의 탕가니카 점령 후 1919~1961년간 영국 위임통치를 받았다.)

 

유수프는 독일군들이 행진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향을 떠나올 때 기차 안에서 생각했던 비겁을 다시 떠올린다. 유수프는 마을을 방문하는 아지즈아저씨를 동경했었고, 그로부터 10안나 동전받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 아지즈아저씨와 함께 기차를 타고 가면서, 기차를 탔다는 신선함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러자 집을 떠나왔다는 생각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30p) 울고 싶어졌다


그가 기차에서 꾼 꿈속에서

어머니가, 예전에 기차 바퀴에 깔려 죽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애꾸눈 개가 되어 있었다. 나중에는 꿈에서 자신의 비겁이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이 자신의 비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늘 속에 서 있는 누군가가 그에게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도 그것이 숨 쉬는 것을 보았다.”(33p)

 

산후의 점액으로 뒤덮인 비겁이라는 상징 이미지는 강렬하게 생각을 사로잡는다. 토착민을 야만인이라 지칭하면서, 인도인으로부터 조롱을 받고, 유럽인들을 두려워했던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온 원초적 감정은 비겁이다. 세련된 아지즈 아저씨를 동경했던 죄의식, 부모와 연결된 탯줄이 끊어지는 두려움들이 응집된 감정이었을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기차의 소음 때문에 잠을 못이루던 그 밤의 기억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독일군에게 강제노역을 위해 잡혀가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던 유수프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비겁(cowardice)이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버림받은 것(abandonment)에 대한 첫 번째 두려움의 탄생이었다.”(322p)고 말한다.

 

한편, 비겁은 작가의 전이된 감정으로 읽힌다. 1698년 오만이 지배한 이래 내륙과 함께 이슬람의 지배하에 있었던 잔지바르에서 1948년에 태어난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정복자, 약탈자의 후손이었다. 1964년 혁명이후 인종탄압의 대상이었다. 1968년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했던 20세 이후 그는 이민자이다. 그는 아프리카를 떠나며 아마도 죄의식과 두려움, 비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의 글에서 보았던 심상-윤동주의 부끄러움과 같은-들이 겹쳐진다.

 

아지즈의 대상 행렬이 차투의 나라로 가는 길에서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로 인해 길안내자를 원망하고 의심한다. 기어코 그 무리의 지휘자 모하메드 압달라는 안내인을 구타한다. 그 폭력을 방관하는 상인 아지즈의 태도는 분노의 제물이 된 희생양을 지켜보는 냉혹함을 연상케 한다. 드디어 숲이 끝나고 있음을 깨달으며 자신들의 경솔함이 당황스러워 고개를 저으며”(202p) 웃는 사람들에게서 수치를 덮는 군중의 부도덕과 무책임을 본다.

 

여행 중 도시를 벗어난 야영지에서 본 경관과 아름다운 킬리만자로 일몰의 초록빛은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유수프가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아지즈의 정원 역시 '낙원'을 지시하는 상징어이다. 담으로 둘려져 있는 사각의 공간에 네 개의 수로와 과실수와 관목들은 천국을 상징하는 이슬람 전통 정원이다.

<충직함의 정원> 바부르의 책, 1593

"이슬람 정원에서는 부정적인 상징은 모두 배제되고 오로지 한 가지 상징만을 위해 모든 요소들이 역할을 한다. 네 개로 구분되는 세계를 상징하는 정형적인 사분원 형태는 직교하는 두 개의 수로가 수반에서 교차하면서 만들어진다. 수반은 세상의 배꼽이며 신이 준 생명의 원천이다. 이 이미지는 낙원이 하나의 샘으로부터 나와 네 갈래로 나뉘어 동서남북 방향으로 흘러 대지를 적신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26p,예술의 정원루시아 임펠루소)

 

이 정원에서 독일 군대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유수프의 모습으로 소설은 마치고 있다.

그가 정원에서 문의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행진하는 행렬이 눈에 보였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따끔거리는 눈으로 그 행렬을 뒤쫓았다.” (322p)

 

'문의 빗장이 걸리는 소리'는 아마도 아지즈의 집으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이 낙원에서 추방을 알리는 소리이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그(유수프 또는 작가)에게 낙원이 될 수 없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작가는 유수프의 서사와 그의 시선을 통해 동아프리카의 19세기 상황을 들여다보게 한다. 토착민들, 불법적인 거래로 이익을 취해왔던 연안의 무슬림 정착민들, 군대를 앞세워 점령지를 늘려가는 유럽인들과 그들에게 노동을 파는 인도인들이 뒤섞이고 있는 그 땅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역사와 과거 이슬람인들과 유럽인들이 그 땅에서 벌였던 수탈과 착취의 역사를 찾아보게 된다. 아마도 그 아프리카를 자신의 땅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없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작가의 에두른 글 뒤에 숨은 비판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의 역사와 대상들의 길, 특히 동아프리카와 인도, 이슬람문화권의 관계에 대해서 새롭게 고찰할 수 있었던 내게는 기억될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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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7-23 2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산후의 점액으로 뒤덮인 비겁” 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요.
북아프리카에 무슬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동아프리카도 그렇군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23 21:12   좋아요 5 | URL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으로 이슬람인들이 정착해온 역사가 있더라구요. 그 비유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서 생각을 많이 하게했어요^^

얄라알라 2022-07-28 14:12   좋아요 1 | URL
˝산후postpartum˝연관검색어로 점액을 추가했을 때 과연 어떤 문장이 나올까?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비겁이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 반짝이는˝

이 구절이 가장 강렬하게 남네요....

희선 2022-07-24 0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아프리카는 낙원이었을지도 모를 텐데, 이젠 그렇지 않네요 아프리카도 여러 나라로 되어 있던데, 그냥 아프리카라 하는군요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하는 곳에 아프리카도 들어가는 듯해요 위험한 곳인데도...

잘 모를 때는 좋아 보여도 시간이 가면 안 좋은 게 보이기도 하겠습니다 그게 자라는 거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7-24 15:19   좋아요 3 | URL
사람이 없는 자연이 낙원이라는게 의미가 있어요. 서로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부족들이 한 국가로 묶어버린 것이 비극을 만들고 있죠.

미미 2022-07-24 0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유수프가 요셉을 뜻하는 아랍어군요? 쿳시의 말도 와닿고 죄의식,두려움은 많은 작가들이 천착하는 주제인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7-24 15:25   좋아요 3 | URL
성경의 요셉의 이야기랑 계속 겹쳐져서 차용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논제를 만들었죠^^ 팔려간자, 이민자의 상징어라는 생각을 했었구요.
유수프가 요셉의 아랍어라는 것은 동아리 회원들하고 토론하다가 페넬로페님이 말씀하셔서 알게되었어요.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하고 반짝했죠.
이래서 토론을 해야한다고 모두가 공감했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7-24 0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그레이스님! 저 이분 작품 뭐 읽을지 계속 고민중인데 낙원은 꼭 읽어봐야겠어요.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았는데 그레이스님의 글로 도움 많이 받겠습니다. 그의 이력이 이런 소설을 낳게 한 면이 있는 것 같습이다. 유럽과 인도. 또 무슬림~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눈을 통한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7-24 15:27   좋아요 4 | URL
낙원부터 읽을 것을 권하더라구요
저도 ‘바닷가에서‘까지 읽었는데,,, 낙원부터 읽어야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7-24 18: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날씨가 많이 덥네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계속 더울 거라고 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7-24 18:22   좋아요 5 | URL
예~
서니데이님도 더위에 몸조심하세요.
남은 주일 저녁 잘 지내세요~~

alummii 2022-07-24 18: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유수프를 요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 그레이스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찌찌뽕^^

그레이스 2022-07-24 18:23   좋아요 5 | URL
^^
창세기에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이어서 금방 눈치 채죠!^^
아이럼미님도 그러셨군요^^
왠지 반갑네요~♡

새파랑 2022-07-24 1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애증의 ‘아지즈‘ 아저씨군요. ‘산후의 점액‘ 이 단어의 원어가 어떤건지도 궁금합니다~! 이 책이 압둘라자크의 1번 책이군요 ^^ ˝모든 글은 자서전˝이다라는 말은 정말 맞는거 같아요. 작가가 경험해보지 않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와닿는게 약할거 같아요 ㅋ

그레이스 2022-07-24 20:04   좋아요 4 | URL
his cowardice glimmering in moonlight, covered in the slime of its afterbirth.
같은 의미예요^^
애증의 아지즈 맞네요^^
쿳시의 말은 정말 명언이죠!

얄라알라 2022-07-28 14:13   좋아요 1 | URL
아하!

˝slime of its afterbirth˝

저도 점액을 어찌하나 했는데
새파랑님 덕분에 저도 그레이스님께 배웠네요

scott 2022-07-24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떠돌았던 용감했던 아랍 상인들의 이야기(전설등등)은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영국 땅에 정착하게 된 작가 압둘라자크의 삶, 서구인들의 수탈과 착취의 역사의 희생자 였네요.

영국 ,,,
이제 인도계 출신 수상 나올 수 있는 나라 ㅋㅋㅋ

그레이스 2022-07-24 23:38   좋아요 4 | URL
바닷가에서를 보면 이민자의 삶을 그리고 있어요.
밑바닥이 꺼진채 부유하는 듯한 정체성과 노골적인 배척때문에 고독할듯요.^^

mini74 2022-07-25 0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묘하게 우리정서랑 통하는 느낌입니다. 더 이상 낙원이 아닌 고국, 죄책감과 정체성,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어머! 이 책은 읽어야해! 하는 느낌이 딱 옵니다 ㅎㅎ 동아프카 역사와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쿳시의 말까지. 넘 잘 읽었어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7-25 10:02   좋아요 4 | URL
저도 갑신정변, 청일전쟁, 을사늑약... 이런게 생각나더라구요;;
고향은 있으나 고국은 없는(이건 다음 리뷰에서 쓸 말인데^^) 작가의 맘을 알듯 하고...

서니데이 2022-07-25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는 습도가 높아서 더웠고, 오늘은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더워요.
이번주 많이 더울 거라고 하는데, 벌써 7월 마지막 주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주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25 18:14   좋아요 3 | URL
예~
잘 보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덮네요.
행복하게 하루 잘 마무리하세요~

서니데이 2022-07-26 1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시작하셔서, 알라딘 서재에 이 책 유행할 것 같아요.
조금 전에 페넬로페님 서재에서도 보고 왔거든요.^^
오늘 날씨가 많이 더운데, 시원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그레이스 2022-07-26 19:20   좋아요 4 | URL
^^
페넬로페님과 저는 이 책 동아리에서 함께 읽었어요!
가서 얼른 읽고 와야겠네요.
저 말고 일찍 시작하신분들이 계신걸로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맛있는 저녁 드세요~~

서니데이 2022-07-27 18: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분이 독서모임을 하시는 거군요.
그건 잘 몰랐는데, 요즘 독서모임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알라딘 내에서도 비슷한 책을 읽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오늘도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그레이스 2022-07-27 18:51   좋아요 3 | URL
예~~
너무 덮네요.
지치지 않게 건강 조심하세요~~!

yamoo 2022-07-28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이 서재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군요. 아프리카 작품들은 저와 잘 안 맞아서 안 챙겨보는데, 계속 회자되니 궁금하긴 합니다.

독서모임...저도 한 8년간 했는데, 이제는 다 귀찮고 걍 혼자 읽어요~
요즘엔 책도 읽지 않고 그림만 그립니다요~~~ㅎㅎㅎ

그레이스 2022-07-28 14:28   좋아요 1 | URL
그림, 야무님 서재에서 봤어요.
좋았습니다.
추상표현주의 공부하고 있는데,,,
좋았어요. 색감도!
그리고 가끔 보이는 풍경화도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7-29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 날씨가 많이 더웠는데, 시원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날씨가 덥더니, 오늘은 진짜 폭염이네요.
주말이 되어도 날씨가 더울 것 같아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7월 마지막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30 19:08   좋아요 2 | URL

오늘은 밖에 나서면 죽을 것 같았어요;;
건강조심하세오ㅡ
서니데이님

서니데이 2022-07-30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더운 토요일 시원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어제가 제일 더운 날 같았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7월이 빠르게 지나가고, 마지막 주말이 되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30 18:06   좋아요 2 | URL

매일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2-07-31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비가 자주 오는데, 날씨는 덥습니다.
오늘은 7월 마지막날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8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31 21:29   좋아요 1 | URL
예~^^
내일은 8월 시작이네요.
서니데이님 굿밤요!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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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입구 비어있던 상가에 편의점이 들어오고 밤길이 환해졌다. 맞은편 약국도 정육점도 일찍 문을 닫아서 딸들 귀가가 늦어지면 어두운 골목어귀가 항상 신경 쓰였었다. 편의점 이용할 일이 없던 나는 24시간 골목 입구가 환해진 것과 택배 서비스 말고는 반가울 일이 없었다. 택배 부치려고 들렀다가, 그냥 나오기 멋쩍어서 2+1 제품을 몇 번 산 후로 가끔 이용한다. 필요한 물건을 집어서 계산대로 가져가고, 할인받고 적립하고 카드로 계산하는 동안, 직원의 몇 마디 말과 바코드 찍는 소리만 울린다. 그것도 요즘은 매장 내 설치된 단말기에서 바코드 찍고 계산까지 혼자 하고 나올 수 있어서, 작업하고 있는 직원을 기다리거나 부르지 않아도 된다. 어느새 나도 이런 시스템이 편하다.

 

편의점과 관련된 책으로 첫 번째 읽었던 소설은 김애란의 단편 나는 편의점에 간다였다. 자본주의 도시에서 독거 여성이 느끼는 편의점에 대한 감상이 인상적이었다. 무엇을 구매함으로 소비도시의 일원이 되었음을 경험하고 존재감을 느낀다. 그런 목적으로는 편의점이 가난한 자취생에게 적합할 것이다. 그곳에서도 타자는 존재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건들은 일어난다.


내가 편의점에 갈 때마다 어떤 안심이 드는 건, 편의점에 감으로써 물건이 아니라 일상을 구매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닐봉지를 흔들며 귀가할 때 나는 궁핍한 자취생도, 적적한 독거녀도 무엇도 아닌 평범한 소비자이자 서울시민이 된다. 그곳에서 나는 깨끗한 나라 화장지를 이오요구르트를, 동대문구청에서 발매한 10리터용 쓰레기봉투를, 좋은 느낌 생리대를, 도브 비누를 산다.

……

한 번도 휴일이 없었던 그곳에서 나는-나의 필요를 아는 척해주는 그곳에서 나는-그러므로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누구도 껴안지 않았다. 내가 편의점에 갔던 그사이, 나는 이별을 했고, 찾아갔고,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거대한 관대가 하도 낯설어 나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다.”

(41p,57p, 나는 편의점에 간다」 『달려라 아비김애란)

 

또 다른 소설은 편의점 인간이다. 2017년 당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 소설의 작가 무라타 사카야(당시, 38)19년째 일주일에 사흘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썼다고 했다. 주인공 게이코는 정확한 시간과 매뉴얼대로 일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사회적 관계에 있어 장애를 갖고 있는 듯한 그녀에게 이 편의점과 같은 곳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에서 그 모호한 경계에 위치하고 자칫 타자로서 내몰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다.

 

지문이 묻어 있지 않도록 깨끗이 닦은 유리창 밖으로 바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의 시작. 세계가 눈을 뜨고 세상의 모든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하는 시간. 그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돌고 있는 나. 나는 세계의 부품이 되어 이 아침이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9p, 편의점인간)

 

누군가는 편안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점원과 자신 둘만 있는 공간이 불편하다. 김애란은 거대한 관대라 했고, 무라타 사카야는 편안함이라 했던 익명성과 무관심으로 대표되는 편의점을 김호연 작가는 불편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개인주의를 즐기는 도시의 상징인 편의점과 어울리지 않는 친절, 배려, 관심, 격려, 개입 등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의 지갑을 찾아준 노숙자 독고씨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급기야는 야간직원으로 채용하는, 염 여사는, 아량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등, 편의점 사장으로서는 잃어버리기 쉬운, 아니 버려야 할 것들을 갖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도 좋다. 당연히 편의점 경영 상태는 그저 그렇다. 그래도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다. 편의점에 채용된 독고씨는 첫날부터 다른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기억을 잃어버렸다. 머리가 텅 비었다고 표현한다. 과거를 잊고 텅비어버린 머리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거르지 않고 이야기한다. 사회적 지위나 학습된 관념 같은 것이 없어서 오히려 관찰과 조언이 정곡을 찌른다. 매일 들러 술을 마시는 경만에게 옥수수수염차를 권하고, 술을 끊으라고 충고하는 독고씨가 있는 편의점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편의점이다. 그의 존재와 조언들, 말없는 친절함에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에게서 영향을 받고 삶의 변화를 경험한다. 독고씨가 기억을 찾고 자신이 누구였고 왜 노숙자가 되었으며, 풀어야할 숙제가 있음을 깨닫는 부분은 사실 이 소설의 부록처럼 느껴진다.


현대 사회, 삶의 문제를 편의점이란 공간을 배경으로 풀어가는, 빌런도 없고, 풀 수 없는 갈등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빨려 들 듯 읽힌다. 가독성도 좋다. 신난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시원하다. 읽고 난 후 감상을 쓰기가 어렵다는 게 이상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럴까? 이런 소설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목마름이 향하고 있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삶의 문제들은 그렇게 쉽게 풀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노숙자들의 마음도, 편의점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십대들의 마음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편의점 알바생의 고단한 마음도, 매일 무력감을 느끼며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는 직장인의 마음도, 골방에 들어앉아 게임만 하고 있는 패배감에 휩싸인 젊은 아들의 마음도, 알기 힘들고, 쉽게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귀 기울이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독고씨와 같은 누군가를 기대하는 걸까?

 

나도 파고들며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과의 대화는 피하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은 그들의 관심이 사랑보다는 호기심과 판단 근거의 필요에 의함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질문이 없다. 무심한 질문으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인지상정으로 알아지는 것들이기도 하고, 나에게 그만큼의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익숙해져 있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무심함과 무정함을 지나치면 무자비함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 아닐까?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신이 만약 편의점에 간다면 주위를 잘 살펴라. 당신 옆의 한 여자가 편의점에서 물을 살 때, 그것은 약을 먹기 위함이며, 당신 뒤의 남자가 편의점에서 면도날을 살 때, 그것은 손을 긋기 위함이며, 당신 앞의 소년이 휴지를 살 때 그것은 병든 노모의 밑을 닦기 위함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57p,나는 편의점에 간다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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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7-19 16: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편의점은 개인주의를 즐기는 도시의 상징이 맞네요. 거기에 배려,관심,격려, 개입이 어울리지 않는 것도요.
그럼에도 도시인들은 그런 것들을 갈망한다는 아이러니...그걸 잘 드러낸 작품^^*

그레이스 2022-07-19 16:46   좋아요 3 | URL
그렇죠!
저는 개인적으로 편의점인간이나 김애란 작가의 단편이 임팩트 있었어요.
지금 별4개 후회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호연작가의 ‘망원동브라더스‘ 읽어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2-07-19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즐겨 보는 너튜브가 하나
있는데, 편세권에 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일상 속으로 파고든 편의점이
또 누군가에게는 다가 서기
쉽지 않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제가 예전에는 꼬치꼬치 캐묻는
닝겡이었었는데 지금은 다 귀찮
아져서 그냥 그런답니다.
아마 빨리 친해지고 싶다는 조바
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9 17:05   좋아요 4 | URL
ㅎㅎ
빨리 친해지시는 분이셨군요.
마음 따뜻하신 분이신것 같아요.

서울은 편세권이라고 말할수 없을 정도로 골목마다 있는데,,,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겠네요.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른 삶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바람돌이 2022-07-19 1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베스트셀러라서 안읽는 책이군요.
20년 전에 일본에 여행 갔을 때 편의점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었어요. 그 때 우리나라는 편의점이 한두군데 생기기 시작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하여 외면받고 있던 때,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편의점 천국이네요. 이런 편의점이 만들어내는 문화가 소설이나 여타 글로 나오는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레이스님 리뷰를 보니 읽어줘야 할듯한 느낌도 들고 말입니다.

그레이스 2022-07-19 17:31   좋아요 4 | URL
읽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어요.
저도 도서관책 빌려봐야지 했다가, 딸이 사달라고 해서 사줬어요.
가족들이 다 봤으니 사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메시지도 좋구요^^

Yeagene 2022-07-19 17: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손이 가질 않았거든요..몇 달전 우연히 공짜로 얻게 되었는데도 읽지 않고 있었는데,
그레이스님 글 보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레이스 2022-07-19 17:57   좋아요 5 | URL
예!~
즐겁운 시간 되실듯요.
서재님들 생각이 다 비슷한가봐요
저도 사놓고 가족들만 읽고, 정작 저는 읽기까지 오래 걸렸거든요ㅎㅎ
알라딘에서 리커버밖에 검색이 안되는것 보니 ... 오래 걸렸네요.^^;;

새파랑 2022-07-19 18: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1일 1편의점 합니다 ㅋ 저도 아직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위로가 되는 책인거 같아요~!! 펀의점을 소재로 한 책이 저렇게 많군요 ^^

그레이스 2022-07-19 18:31   좋아요 6 | URL
위로가 되는 책! 맞아요.
이제는 우리 삶을 말해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네요.
편의점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mini74 2022-07-19 19: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편의점 가는 기분 ? 이란 책 읽었어요. 가난한 이들과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를 품는 … 예전 동네아이들을 봐주고 아줌마들의 수다방같던 땡땡점방을 편의점에서 만나는 기분이었어요. 어린시절 사탕 많이 먹음 이 썩어! 하던 무서운 동네점방 아저씨 떠오르네요. ~

그레이스 2022-07-19 19:14   좋아요 5 | URL
아!
동네 점방을 대신하고 있네요.
저희 동네 편의점은 건물에 있는 태권도장, 학원, 스터디카페 이용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북적대요 ㅎㅎ

서니데이 2022-07-19 2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편한 편의점, 저는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편의점이라는 공간, 그리고 단편과도 같은 인물 중심의 이야기도 그렇고요.
이 책은 평범한 동네의 평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세상의 따뜻함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나온 책이라는 점이
읽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19 21:27   좋아요 3 | URL
예~
저랑 같이 읽고 토론하신 분들이 드라마 한 편 본것 같다고 하셨어요.
따뜻한 이야기가 좋죠~♡
서니데이님도 평안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7-19 2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이 자꾸 사달래서 사다 주곤...안 읽길래 제가 먼저 읽어 보았었죠.
작가가 궁금해서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달달한 사탕을 입에 넣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런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ㅋㅋㅋ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 저도 초판책 가지고 있는데 반갑네요^^
예전에 김애란 작가님 울동네 왔을 때, 저 책 들고 가서 싸인 받았었는데 엄청 놀라고, 감격스러워 하시더라는..^^
근데 소설에 <나는 편의점에 간다> 단편이 있는 줄은 기억이 영~~?????
재독해야겠어요ㅋㅋㅋ

그레이스 2022-07-19 22:29   좋아요 4 | URL
ㅎㅎ
각자 기억이 될만한 이야기는 따로 있을테죠^^
전 김애란작가 좋아해서 책 나오면 꼭 사요.

사탕을 입에 넣은 듯한 느낌! 비유 공감입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9 2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90년대 초반 편의점이 도입된 초기 슬러쉬, 컵라면 등을 먹을 수 있는 도심 속의 휴게소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30여년이 지난 요즘은 점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도 확산되면서 자판기처럼 되버린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면에서 <불편한 편의점>의 노숙자였던 독고씨가 찾은 자신의 모습은 편의점 도입 이전 동네 사랑방 같은 시골가게 아저씨와 같네요. 어쩌면 <불편한 편의점>은 정서적으로 타임슬립 장르에 속하는 작품은 아닐까를 그레이스님 글을 통해 잠시 생각하며 지나갑니다.^^:)

그레이스 2022-07-20 18:08   좋아요 3 | URL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편의점이 신당동 약수시장 앞에 열었던 ‘롯데 세븐‘ 1호점이라고 하네요.(명동으로 잘못알고 있었네요)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그랬구나 하고!
동네 슈퍼에서 물건 사서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뒷줄에 선 사람들이 다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난처한 상황 생각하면 무인계산대가 편한것도 같아요, ㅎ
아주 단편적인 이유죠
전체적인 전망으로는 조금 우울합니다.^^

scott 2022-07-20 0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편의점에서 산 복권
당첨 되는 저 🖐

별다방 보다 아메리카노 맛이 훌륭한 ^^

은행 창구는 사라져도 편의점은 절대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ㅎ^

그레이스 2022-07-20 08:45   좋아요 2 | URL
어느 편믜점에서 커피머신을 바꾸고 커피 맛이 좋아졌다는 기사 봤어요.
혹시 그 커피 드시나요? 아이들도 이야기 하더라구요. 언제 한번 마셔봐야겠어요.^^

희선 2022-07-20 0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전히 편의점에는 거의 안 가는군요 편의점은 편해야 하는데, 사람들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는 불편한 편의점... 그래도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따듯함을 느끼기도 하네요 정말 저런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07-20 06:27   좋아요 4 | URL
사람들의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겠죠? 단기간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닐거예요 ~!

서니데이 2022-07-20 1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도 더운 하루 시원하게 보내셨나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20 19:20   좋아요 4 | URL
예~
서니데이님도 맛있는 저녁식사 하시고 건강한 하루 마무리하세요~

얄라알라 2022-07-21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벚꽃 에디션 표지가 화사하네요.
저도 첫 문단 읽다가 <편의점 인간> 생각했는데 역시~~ 그레이스님 두 ˝편의점˝ 소설을 엮어 쓰시면서도, 다 읽고 감상 쓰기 어려웠다는 겸손을 보이시다니! ˝일상을 산다˝ ˝거대한 관대˝ 소설속 표현이지만 또 그걸 포착해내신 그레이스님의 감각에 !!!엄지척!

그레이스 2022-07-21 01:3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님도 같은 생각하셨다니 반가워요~!

서니데이 2022-07-21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도 더운 하루였는데, 시원하게 보내셨나요.
지난밤 비가 와서 오전에는 많이 덥지 않았지만, 오후는 더웠어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21 22:47   좋아요 3 | URL
방금 서니데이님 글 읽고 왔는데^^
서니데이님도~~~!

서니데이 2022-07-23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 편의점에 자주 가는 편인데, 새로운 과자나 신상 음료 있으면 한번씩 사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성공하고, 자주 실패합니다.^^
여긴 비가 오는데, 많이 덥진 않아서 좋은 저녁입니다.
즐거운 주말과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벼르던 호안 미로 전시에 다녀왔다. 초현실주의 공부하면서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전시회는 처음이다. 참고할 책이 있나 검색해봤는데, 생각보다 적었다. MoMa에서 주요작품 위주로 나온 얇은 책,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와 시공아트의 시리즈로 나온 책 2, 사다리아래에서의 미소라는 소설뿐이었다. 절판된 책이 2권이다. 미술관으로 출발하며 갖고 있던 시공 디스커버리098 미로, 추상과 기호의 장인을 들고 집을 나섰다. 미로는 바르셀로나 출신이고, 성장기에 미술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그의 아버지는 그를 사업가의 길을 가도록 회계학 공부를 시킨다. 이내 신경쇠약에 걸린 아들에게 손들고, 미술학교 입학을 허락한다. 그리고 초기작품. 여기까지 읽고 버스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갔다. 한 시간 정도 도슨트의 해설을 들었다. 공부한 짧은 지식 덕에 보람 있는 몇 번의 순간을 경험했다.(^^) 이번 전시는 미로 후기 40년 동안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한다. 관람을 하고 나오면서, 앞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을 책으로 읽고 함께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자동기술은 자신을 외부와 분리시킨 상태에서 떠오른 생각을 이성의 통제 없이 가능한 한 빨리 받아쓰는 것을 말한다. 브르통은 19241차 선언에서 이 기법을 아예 초현실주의와 동일시했다.”(213p 서양미술사 모더니즘진중권)

 

미로가 1912년 입학한 프란시스코 갈리의 미술학교는 “19세의 젊은 미로가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갈리의 수업은 반()관학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예술적 표현과 독창성을 계발하는 데 주력했다”(18p,미로추상과 기호의 장인시공디스커버리098) 미로는 눈을 감고서 물체를 손으로 만지면서, 기억을 더듬으며 그리는 법을 배웠다. 초현실주의가 채택한 자동기술법이다.

 

브르통에 따르면, 미로의 사유와 감정은 애초에 유아적 단계에 고착되어 있어서, 억지로 즉발성(spontaneity)의 상태로 들어가야 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철저히 자연스럽게 거기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미로가 마송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은 즉발성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가공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미로의 반자동주의를 통해 초현실주의는 문학에서 풀려나와 비로소 회화고유의 수단에 도달한다.”(223p, 서양미술사 모더니즘진중권)

 

미로의 초기 그림은 야수파, 인상파, 입체파의 화법이 혼합되어 있다. 1918년 열린 개인전에서는 단 한 점의 작품도 팔리지 않았다. 1919년 그린 <자화상>에는 입체파의 화법이 보인다. <자화상>은 피카소가 끝까지 간직했다. 1920년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파리에서 미로는 피카소와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피카소는 카탈루냐 동향인의 창조적 재능에 주목했으며, 언제나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로에게 있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몬트로이그, 마요르카 섬은 성지와 같다. 바르셀로나는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고, 몬트로이그는 가족의 별장이 있는 곳이다. 마요르카는 외가가 있는 섬으로 후기 작업이 여기서 이루어졌다. 이 세 지역 외에 파리는 그가 고백했듯이 화가로서의 여정에 중요한 장소다.

 

나의 진정한 지적 교육이 이루어진 곳은 파리였습니다. 프랑스어 역시 내게는 지적 작업과 사색의 언어였지요. 어떤 계획을 구상할 때면, 나는 프랑스어로 생각합니다.……사색에 잠겨 무언가를 만들려 하면, 곧바로 프랑스어가 움직거리지요.…… 나의 모든 교육은 파리에서 이루어졌습니다.”<이것이 내 꿈의 색이다> (31p,미로추상과 기호의 장인』, 시공디스커버리098)

 

1921년 두 번째 파리여행에서 미로는 파리 보에티가에 있는 라 리코른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다시 실패했고, 다시 몬트로이그로 돌아가 여름을 보냈다. 그곳에서 미로는 거의 6개월 동안 <농장>(1921~1922)의 제작에 매달렸다. “세밀 화가처럼 단일 색조로 디테일을 묘사하면서 그것을 단순화하고 세밀하게 열거하는 데 진정한 즐거움을 느꼈다.”(23p) 그러나 <농장>은 팔리지 않았고, 실의에 차 있던 미로는 어느 날 저녁 농장을 몽파르나스의 한 카페에 전시했고, 당시 파리에 머물던 헤밍웨이가 5000프랑에 이 작품을 구입했다.

 

택시 지붕이 열려 있던 탓에 , 바람이 순풍을 맞은 돛처럼 캔버스를 부풀려놓았다. 일행은 운전기사에게 천천히 가자고 부탁했다. 집에 와서 그림을 벽에 걸었다. …… 결코 나는 이 그림을 세상의 그 어떤 그림하고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로가 우리 집을 방문했고, 그는 이 그림을 보고서 당신이 <농장>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여러분이 스페인에 갔을 때 스페인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고, 여러분이 스페인에 없을 때나 스페인에 갈 수 없을 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도 들어있다.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다른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예술지, no1~4, 1934

(35p 미로, 추상과 기호의 장인시공디스커버리098)

 

<농장>과 함께 미로의 사실주의가 끝났다. 그에게 다다이즘은 매력적이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회화를 뛰어넘는 곳으로 그를 인도했다. 1923년부터 1924년까지 카탈루냐의 농장에서 제작한 <경작지>, <사냥꾼>, <전원>, <가족> 네 작품은 물체와 형태의 양식화라는 특성에 지배되고,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될 것임을 예고했다.”(38p) 특히 <경작지>(1923~1924)<농장>(1921~1922)에서 발전된 작품이다.


파리에서 그가 활동했던 블로메가 그룹이 초현실주의로 옮겨갔을 때 그는 즉시 환영했다.

<아를르캥의 사육제>(1924~1925)는 초현실주의적 착상에서 나온 작품이다.

“1925, 나는 순전히 환각을 좇아 그림을 그렸다. 종종, 기아(饑餓)상태가 이 환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한동안 작업실의 회칠한 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서, 종이나 캔버스 위에 이형태들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1925년 파리의 피에르 화랑은 처음으로 미로의 전람회를 개최했다. 브르통은 그를 우리들 중 가장 초현실주의적 작가로 간주했다. 그의 작품은 더 추상화되었고 특히 비이성적 자극과 반수 상태의 환영이 등장했다. 곤충, 도마뱀, 행성, 식물, 그의 카탈루냐 도상학의 전형적 요소들은 기호로 표시되었다. 이 시기 작품들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달을 향해 짖는 개>(1926)이다. 검정색의 배경에 떠있는 달, 어딘가를 향한 사다리, 짖고 있는 개는 고독감, 탈출, 두려움이 전해진다. 나는 두 공간 중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 사다리가 닿아있는 공간으로 가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이 검정색의 공간 안에 머물고 싶은 것일까?


1930회화 살해욕구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혁명의 도구가 되어버린 초현실주의와도 멀어진다. 야성적인 경향을 띠어가던 그는 전쟁과 파시즘에 대한 비판 정신을 담은 콜라주 작품에 열중한다. <밧줄과 인물들>이 보여주는 회화의 상징성은 정치투쟁뿐 아니라, 육체의 투쟁을 조명하고 있다.” 1937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 그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함께 <엘세가도르(민병)>라는 프레스코화를 출품한다. 손에 낫을 들고 두 팔을 쳐들고서 항거하는 카탈루냐 농부를 표현하는 그림이다. 박람회가 끝나고 미국으로 보내졌던 <게르니카>와 달리 그의 작품은 발렌시아 사령부로 보내지고 파손되어 사라진다.

 

미로 전시회의 주제는 여인, , 이다. 후반 40년 동안의 작품들을 전시했다고 하니 1940년 성좌시리즈를 시작으로 그가 본격적으로 집중했던 주제들이다. 1940년에서 1942년까지 전쟁을 피해 마요르카 섬에 머물렀다. 지중해의 섬에서 본 새벽, 바다, , 알무다이나 궁전, 고딕양식의 성당은 그의 후기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성좌연작의 첫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의 완성까지 전제작기간에 해당하는 극도의 혼란기에 미로는 가장 순수하고 변질되지 않는 긴장과 이완을 통해 자신의 음역 전체를 펼쳐 보이고자 했다. -앙드레 브르통 미로의 성좌, 1959”(67p 미로, 추상과 기호의 장인시공디스커버리098)


 

첫 번째 섹션은 기호의 언어. 미로만의 기호가 명확하게 잘 전달되는 그림들이다. 이 섹션의 도입부에 위치한 <무를로 인쇄 공방의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무를로 인쇄공방은 당대 유명한 화가들이 석판화 공방으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에 오리 같기도 하고 사슴뿔 같은 형태의 검정색 두꺼운 선들과 선 안을 채운 색의 의미는 미로가 붙인 제목과 함께 살아나 명확한 기호가 된다. 레몽 크노와 함께 작업했다던 <앨범 19>의 작품 2개도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해방된 기호. 기호들이 변형되고 재창조의 과정을 거치면서 명확하게 알아볼 수 없는 형태를 띈다. <2+5=7>이라는 작품은 그림 안에서 숫자를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심상에 떠오르는 대로 그리고 후에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제목을 붙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전시된 것들 중 가장 큰 작품 <풍경 속의 여인과 새들>에서 기호는 겹쳐지고 생략되고 변형되어 재생산된다. 즉흥적인 작업을 한 후에 다음 단계에서 주의 깊게 계산을 한 반자동법이 보이는 것 같다.

 

세 번째 섹션은 오브제. 미로는 한 동안 입체 구성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주변에 버려진 물건들을 가져와서 조합한 후 청동 주물 작업을 했다. 못이 박힌 나무와 크로와상, 접시, 못을 조합한 <, 여인>은 작가의 어린아이 같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탈출하는 소녀>라는 제목의 조형물은,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와 탈출이라는 제목이 모순되어 보이나, 수도꼭지가 상징하는 생각의 분출·흐름을 생각해보면, 소녀의 탈출은 공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브라테이심6>이라는 작품에서는 <밧줄과 인물들>에서 단단하게 묶여 있던 밧줄이 풀어져 있는 것을 통해 조금은 자유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인상을 받게 된다. ‘소브라테이심(Sobreteixim)’이란 카탈로니아어로 크고 작은 천 조각으로 엮은 섬유를 뜻한다. 전쟁기간 동안 캔버스를 구할 수 없어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업하면서 대중적인 예술에 더 가까이 갔다.


네 번째 섹션은 검은 인물이다. 그의 기호들은 더욱 추상적으로 표현되어있다. 검은색의 면적이 더욱 많아지고 화면에는 삼원색으로만 채워지고 있다. 한 가지 눈길을 끈 작품은 사람 시리즈 중 하나인데 붓을 빤 물통의 물을 캔버스에 뿌리고 탁한 그 위에 검은 색으로 선을 그려나간 작품이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떠오른다. 미로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렇게 물감을 뿌리고 흐르게 한 작업들이 보인다. 실제로 잭슨 폴록이 미로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와 팔마에 위치한 미로 재단과 말년에 얻은 꿈의 작업실 사진, 빨간색 크레이트로 전시는 끝이 난다.


전시 관람하는 김에 정리해보자고 들었던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미로』의 내용은 사이즈처럼 결코 소책자 분량이 아니었다. 도판은 작고 겹쳐져서 어지럽지만 적응되고 나면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로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과 그의 글들, 비평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와 관계된 인물들과 사건들을 새롭게 알게 된 책이다. 시공아트의 호안 미로도 기회가 되면 비교해봐야겠다. 스페인의 3대 화가로 피카소, 달리, 미로를 꼽는다고 한다.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카소만큼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구할 수 있는 책이 2권밖에 없으니.

 


내 생각에 그림은 섬광 같아야 한다. 그림은 아름다운 여성이나 시처럼 매혹적이어야 한다.……예술은 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 대지 위에 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나는 정원사처럼 일한다>20세기, no.1, 19592

 

내게 섬광 같았던 그림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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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13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풍경속의 여인과 새들>의 여인은 누구신가요? ^^ 역시 그림은 어렵지만 전 <사람, 새>가 맘에 드네요. 호안 미로 잘 기억해 놔야 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3 22:35   좋아요 4 | URL
다녀왔다는 인증 사진이어요 ㅋ
사람, 새 인상적이죠?
마치 서예의 획처럼 붓질로 새를 그리다니...^^

미미 2022-07-13 2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 반쪽 얼굴도
너무 반가워요!!♡.♡ ㅎㅎㅎ
역시 미술전시는 공부하고 가서
봐야 더 잘 보이고 재밌는데 저는
일단 가서 보고 궁금하면 대충 찾아보는..ㅜㅜ 도슨트 해설도
들으시고 미술에 대한 남다른
그레이스님의 애정에 오늘도 감탄, 존경을 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7-13 22:38   좋아요 3 | URL
어디까지 잘라야 좋을까 고민많이 한 사진입니다. ㅋ
가볍게 정리하면 되겠지 하다가 너무 자료가 많아서... 의욕은 있었으나 ! 여기까지가 제 한계인것으로!
감사합니다 ~~~

singri 2022-07-13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호안미로.
좋아하는 화가인데 전시 중인줄은 몰랐네요. 그레이스님 글로 눈호강합니다.

그레이스 2022-07-13 22:52   좋아요 2 | URL
삼성역 마이아트 뮤지엄입니다.
도슨트도 좋았어요^^
정우철 도슨트가 인기 많은것 같던데, 전 채보미라는 분 해설 들었어요.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7-13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전시 잘 보고 오셨나요.
호안 미로는 잘 아는 작가는 아닌데, 전에 진라면 패키지에 디자인이 나오면서 조금 더 친근해졌어요.
전시를 가서 보면 도판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13 23:24   좋아요 3 | URL
맞아요
진라면에서 콜라보했어요
지금도 진라면 봉지에 미로의 그림이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요^^

아!
해설사분이 국민은행 심벌 별에서도 미로의 별이 보인다고... 하시네요^^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

희선 2022-07-14 0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처음엔 다른 공부를 시켰다니... 그래도 다시 바라는 걸 하게 해줬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잭슨 폴록이 호안 미로 그림에 영향을 받았군요 잭슨 폴록도 잘 모르지만... 그림 전시 보러 가시면서 공부도 하시고, 그 뒤 그림 보셔서 더 잘 아셨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7-14 07:48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공부하는 재미가 있네요^^

hnine 2022-08-06 0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전시 다녀오셨어요.
추상과 기호의 장인이라는 책 제목이 미로에게 딱! 이네요.
저는 미로의 그림이 어딘가 우리나라 화투장 그림이랑 닮은데가 있다는, 제 멋대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댓글 읽어보니 미로의 그림이 우리 생활 여기 저기 의외의 곳에 들어가 있는 곳이 많군요. 숨은 그림 찾듯이 관심 갖고 봐야겠어요. 한달에 두번씩 서울에 갈 일이 있는데 전시가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저도 가보고 싶어요. 되도록 도슨트 설명도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봐야겠어요.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실제로 전시 다녀와서도 이렇게 자세히 정리해서 포스팅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그레이스 2022-07-14 15:56   좋아요 2 | URL
실제로 화투를 연상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해요. 아마도 두꺼운 검정색 선과 원색때문일듯요.^^
전시는 9월12일까지 있어요.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4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미로 전시회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스페인이 진정한 예술의 나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피카소와 달리 그리고 미로까지^^
예술 속에 그레이스님까지~풍경속의 여인이 바로 그레이스님!!!
반갑네요^^
덕분에 시공사 책 표지 그림도 이제 눈에 들어오구요. 진라면 라면 봉지랑 국민은행 별도 다시 잘 찾아봐야겠군요.
잘 봤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4 12:28   좋아요 3 | URL
바르셀로나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하던데, 가봐야겠단 생각이!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

2022-07-14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4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4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7-15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미로같은 그림을 그려서 이름이 미론가 했던 ㅠㅠ ㅎㅎ 대단하세요 그레이스님 전시회를 위해 몇 권의 책을 읽으신건가요. 조금 보이는 얼굴 만으로도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ㅎㅎ진라면 먹고싶습니다 ~~

그레이스 2022-07-15 22:11   좋아요 4 | URL
^^
미로 같은 그림^^
마침 초현실주의 공부를 하던 차에...전시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면서 미로를 더 읽었어요.
저도 뿌듯하네요^^
진라면 봉투 버릴때마다 고민할듯요.
하나 남겨둘까 하구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7-15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초복인데, 그렇게 많이 덥지는 않을거라고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시원하고 좋은 금요일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16 00:10   좋아요 3 | URL
벌써 초복인가요?
날짜 가는줄도 몰랐네요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7-16 17:05   좋아요 3 | URL
초복인데 삼계가 아니라 황계, 황금계라는 신문기사들이 올라오네요

서니데이님 그레이스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6 17:08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도 맛있는 보양식 드시고, 건강하게 여름 나시길 바래요~~^^

얄라알라 2022-07-16 1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월의 당선작 찜!

그레이스님 덕분에 ˝마이아트뮤지엄˝ 위치 파악했습니다!
같은 전시회를 보아도, 사전 공부가 충실한 분 그리고 도슨트의 해설과 전시 디테일까지 기억하는 분의 리뷰는 격이 다르구나 싶네요.

그렇게 관련 책이 적다니 놀랍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는 애퍼타이저 같으리라 추정하고, 진중권의 이론서,....말씀하신대로 피카소 등에 비하면 번역서가 무척 적나보네요?

담에 또 놀러와서 미술사 공부하고 가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6 17:06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칭찬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

scott 2022-07-18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로 작품 보다 그레이스님 맑은 얼굴 빛이 더 빛나네요

후안 미로가 일본 미술과 서예 광팬이여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스페인에도 미로 작품 잔뜩 있지만

프랑스 파리 퐁피두 전시장 강추!^^

그레이스 2022-07-18 16:13   좋아요 3 | URL
퐁피두 갔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
뉴욕에도 유명한 작풀들이...
초기 작품은 스페인이 아닌 파리와 미국에 있는듯요
후기에 일본미술 영향을 받았다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감상하는 분들이 화투를 연상하는지도^^
그 부분은 패스했습니다. 당시 화가들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해야할까요?!

서니데이 2022-07-18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더운 하루 시원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날씨가 더운데, 내일이 더 더울 것 같아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8 17:37   좋아요 4 | URL
예~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7-19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하군요. 멋집니다. 그레이스 님 눈도 보이고요. 숨은 그림 찾기 ㅎㅎ 마티스 전이랑 웨스 앤더슨 전을 이곳에서 보았더랬어요. 가보고 싶어집니다 으앙. 섬광 같고 대지에 뿌려진 씨앗 같고!

그레이스 2022-07-19 08:47   좋아요 2 | URL
저는 이번이 두번째인데 접근성이 좋은 것 같아요. 근처에 최인아책방도 들렸다 오구요 ~^^

미미 2022-08-10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 페이퍼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당선 넘넘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2-08-10 19:0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미미니임~~

서니데이 2022-08-10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11 12:1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오늘은 서니데이이기를^^

희선 2022-08-11 0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또 축하합니다 스페인 3대 화가에서 피카소 달리는 이름을 알지만 미로는 처음 알았네요 어쩌면 제가 보고도 잊어버린 걸지도...


희선

그레이스 2022-08-11 1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3대화가... 그렇다더라구요!
대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조건이 있다고 하던데, 그중 오래사는것도 포항되는걸로 알고 있어요^^

페넬로페 2022-08-11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얼굴의 반과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미인 인증!

그레이스 2022-08-11 12:1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12 0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로 글,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역시!!! 축하드립니다^^
얼굴 절반이었지만 전체공개가 되는 날도 곧 당선을!!^^;;;

그레이스 2022-08-12 07:0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8-12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근 당선확실을 운명처럼 느꼈던 페이퍼 ㅎㅎ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8-12 07: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ㅎㅎ
 


루공-마카르 전집을 시작하기 전에 썼던 실험소설과 같은 테레즈 라캥서문에서 에밀 졸라는

테레즈 라캥에서,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를 원했다. 이 책 전체는 바로 그것을 담고 있다. 나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들의 동물성 속에서 열정의 어렴풋한 작용을, 본능의 충동을, 신경질적인 위기에 뒤따르는 돌발적인 두뇌의 혼란을 조금씩 좇아가려고 노력했다. 나의 두 주인공들에게 있어 사랑은 필요의 만족이다. 살인은 그들이 저지른 간통의 결과이며, 그들은 마치 늑대가 양을 하듯 살인을 한다. 내가 그들의 회환을 촉구해야 했던 부분은, 단순한 생체조직 내의 무질서, 파괴를 지향하는 신경체계의 반란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영혼은 완벽하게 부재한다.” (테레즈 라캥서문 중, 에밀 졸라)

라고 말했다.

 

나나는 영혼이 부재한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로서 사람들 가운데 던져진 것이다. 그녀로 인해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떤 자극을 받고 어떻게 추락하는가를 보여준다. 나나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 오히려 그녀 주변인들의 생각, 감정, 동기들이 더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나나와 달리 그 주변인들이 보여준 반응과 삶의 진행 방향은 예측이 가능한 보편성을 띄고 있다.

 

그녀가 파리의 한 극장 19세기 비너스로 등장함으로, 무대 뒤 여배우들의 불행한 삶과 그들을 찾는 파렴치한 귀족들의 모습이 함께 조명된다. 그녀의 소문이 파리 귀족들의 사교계에 퍼져감에 따라 이미 파괴되고 해체된 그 가정의 폐부가 드러난다. 그녀를 좋아했던 스타이너, 라 팔루아즈, 뮈파, 조르주, 필리프, 슈아르, 방되브르 등 남성들은 파산과 불명예를 면치 못한다. 그들의 은밀했던 욕망이 발각되고 노골화 되며, 스스로를 구별했던 사회적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된다. 나나의 주인공은 나나가 아니다.(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도 안나 카레니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스만 대로에 있는 나나의 3층 집 모습-금칠을 한 의자나 탁자 같은 요란스러운 사치품이, 조그만 마호가니 원탁과 피렌체의 청동을 흉내 낸 아연 촛대 등 중고 상점에서 산 중고품들과 극심한 대조-성실했던 첫 남자로부터 너무 일찍 버림받고 수상한 남자들의 손에 넘어간 여자임을 짐작하게 한다. 나나는 출발이 어려워 인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신용 추락과 추방 위협으로 발에 족쇄가 채워진 여자”(48p).

나나의 집에 초대되어 온 여인들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조르주에게 그 여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다그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녀들의 삶은 대부분 환경과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카롤린 에케는 보르도에서 하급 사무원의 딸로 태어났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그런 딸을 버렸다가 일 년 동안 생각한 끝에 재산을 보전해주려고 다시 그녀와 함께 살고 있다. ……클라리스 베스뉘는 생토뱅쉬르메르에 살던 어느 부인의 하녀로 일했는데, 그 부인의 남편이 그녀를 이런 길로 진출시켰다. 시몬 카비로슈는 가구 상인의 딸로, 교사가 되고자 생탕투안 교외에서 기숙학교를 다녔다. 마리아 블롱, 루이즈 미올렌, 레아 드오른 등은 모두 파리 거리에 버려진 여자들이었다. 스무 살까지 샹파뉴의 황무지에서 소를 지켰던 타탕 네네도 그런 여자였다.”(131p)

 

여배우의 분장실에 노크도 없이 들이닥쳐 나체나 다름없는 그녀를 바라보는 세 남자(보르드나브, 왕세자, 뮈파 백작)의 파렴치한 시선과 무대 뒤쪽 구멍을 통해서 훔쳐보는 관음증의 시선은 권력이다.

 

백작과 왕세자는 놀라서 서 있었다. 거대한 침묵 속에서 깊은 한숨 소리, 관객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일 저녁 여신 비너스가 나체로 등장할 때마다 같은 반응이 일어났다. 뮈파 백작은 그 광경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휘장의 구멍에 눈을 갖다 댔다. 각광이 무지개처럼 둥글게 눈부시고, 극장 안은 갈색 연기가 가득 찬 것처럼 침침했다. 줄지어 앉은 관객들의 얼굴이 흐릿한 배경을 이루는 가운데, 나나의 흰 몸이 발코니 좌석에서 꼭대기 좌석까지 가리면서 크고 뚜렷하게 솟아났다. 그녀의 등과 팽팽한 허리와 활짝 편 두 팔이 보였다.”(199p)

 

드가의 <스타>라는 작품에서 발레리나가 춤을 추고 있는 무대 막 뒤의 남성을 연상하게 한다.

<The Star, L’Etoille>, 에드가 드가, 파스텔1976년경, 오르세미술관

에투알은 프랑스어로 프리마돈나 또는 프리마 발레리나를 뜻한다. 이 그림에서 눈에 띄는 점은 드가가 정면이 아닌 위에서 발레리나를 내려다보는 듯이 연출했다는 것과 그녀 뒤쪽에 정체 모를 남자의 존재를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드가는 파스텔을 써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당시 타락한 발레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충격을 배가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20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발레리나들은 최하층 계급 출신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들은 부유한 후원자와의 은밀한 만남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갔다.”(14p, 드가, 이연식, 아르떼)

 

시점과 익명의 남성의 모습으로 이 그림 안에 존재하는 귀족 남성들의 권력을 보여주고 있다. 왕세자와 포주 라 트리콩이 함께 무대 뒤에 들어와 있는 것은 라 트리콩의 저택에 찾아오는 귀족들과 차이가 없다. 극장의 단장 보르드나브는 하필 왕세자가 연극을 보러 온 날, 라 트리콩을 들여보낸 사실에 화를 낸다. 극장의 모든 여배우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라 트리콩과 보르드나브가 하려는 일이 다르지 않다.

 

나나가 파리 근교 퐁데트로 이사 오자, 그곳 저택에 살고 있는 귀부인들은 일종의 강박관념을 표출한다. 화가 났고 저녁때면 마치 동물원에서 도망쳐 나온 짐승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것처럼 막연한 불안감”(238p)을 느꼈다. 자신들의 경계 안으로 들어온 하위계층 여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뮈파 백작은 포슈리가 쓴 나나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내용을 읽고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나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빠져든다. 반대로 자신의 부인의 사생활을 알게 되고 살의를 느낄 정도로 분노하는 것은 그가 이제껏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겼던 신앙과 명예 모두가 위선이었음을 보여준다.

 

나나의 사랑을 받고 그녀를 소유하려는 남자들의 시도는 매번 실패한다. 나나의 욕구는 채워도 끝이 없고 예측을 할 수 없다. 이런 사람 앞에서 사람들은 당혹스럽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상황은 퐁탕과의 관계에서다. 폭력을 휘두르는 퐁탕에게 매달리고, 그 폭력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왜곡된 단계까지 나아가는 그녀에게서 보편적 고통을 읽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는 그녀가 돈을 지불하고 산 악습이 되었고, 따귀를 얻어맞으면서도 떠날 수 없는 필요가 되었다.”(343p)

 

나나를 좋아했던 남자들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마치 깊은 구렁 속에 세워진”(520p)것 같은 그녀의 저택을 찾아온 무수한 남자들이 바친 재산과 육체와 이름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에밀 졸라는 그것을 모든 사람들 위에서 두려움과 복종심을 불러일으키며 군림하고 있는 준엄한 튀일리 궁전의 심장 한가운데에 질러대는 발길질이라고, 그것이 바로 피를 통해 물려받은 그녀 집안의 무의식적인 원한과 보복심”(564p)이었다고 말한다.

 

갑자기 사라졌던 나나는 천연두에 걸려 돌아왔고, 파리 한 호텔에서 죽는다. 그녀에게서 전염되어 민중을 망쳐놓았던 효소가 그녀 자신에게 옮겨갔고 비너스는 썩었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에밀 졸라의 평가다. 단지 사람들의 위선을 드러내는 욕망덩어리, 빌런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그녀가 죽어가고 있을 때 거리에서는 군중이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라고 외치며 몰려가고 있다. 보불전쟁이 터졌고 그들은 승리를 장담한다. 그러나 나나에 의해 파헤쳐진 프랑스 제3제정 사회는 전쟁에 의해 다시 한 번 패망으로 나아갈 것이다.

 

에밀 졸라의 작품에는 당대 회화 작품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다. 목로주점나나에는 드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세탁부, 발레리나, 무대 뒤의 남성들, 경주마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다. 실제로 에밀 졸라는 목로주점을 쓸 때 그의 세탁부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카페 테라스의 여인들>, ,에드가 드가,1877

경관의 모습이 눈에 띄면 혼비백산하여 군중 사이로 달아나는 겁먹은 여인들의 행렬을 헤치고 얼른 자리를 떴다법률과 경찰의 힘이 하도 공포스러워서 어떤 여자들은 경관이 거리를 쓸다시피 하며 다가와도 정신나간 사람처럼 카페 문 앞에 그냥 붙박여 있었다.”(339p 『나나』)


<목욕통The Tub>, 에드가 드가, 1886, 파스텔, 60×83, 오르세 미술관

"화장대 밑에는 찌그러진 양철 주전자와 더러운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와 거칠게 만든 노란 도자기 물병들이 놓여 있었다또한 주위에는 금간 대야며 이 빠진 뿔빗을 위시해 뒤틀리고 닳아빠진 값싼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아무런 거리낌 없이 재빠르게 옷을 벗어던지고 세수하는 것이 생활화된 두 여자에게는 잠깐 들르기만 하면 되는 그 방의 더러움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 듯 했다."(202p,나나)



수잔 발라동을 모델로 그렸던 르누와르와 로트렉의 그림들도 나나와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보인다. 수잔 발라동에게서 그녀들의 삶을 보기도 한다. 모델, 세탁부, 발레리나, 여배우. 가난하고 고단했던 19세기 여성들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그 시선을 우리 시대의 여성들에게서도 거둘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더 화려해지고, 위장되고, 은폐된 그녀들의 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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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7-04 0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쉬잔 발라동....의 손녀들이 21세기 초반까지 몽마르뜨 한 구석에서 분홍색 카페를 열었더랬는데요.
ㅎㅎㅎ <나나>는 읽은지 몇 년 안 됐는데도 별 재미 없이 훅 지나쳐 쓰신 리뷰 읽어도 오, 그랬나? 하는 게 별로 없네요.
전에 로트렉에 관심이 있어 익숙한 쉬잔 발라동 얘기에만 ㅋㅋㅋㅋ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데.....ㅜㅜ)

그레이스 2022-07-04 08:34   좋아요 4 | URL
^^;;
그랬군요
제게도...
로트렉, 수잔 발라동 모두 강한 인상을 주었어요.^^

mini74 2022-07-04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저도 나나 읽으면서 로트렉의 여자들 떠올랐어요. 드가의 시선보단 로트렉의 시선이 더 따뜻해보여 좋았던 ~ 알고나니 그 예뻐보이던 발레리나가 되려는 아이와 그 옆에 앉은 엄마의 그림이 그냥 모녀사이가 아니라 포주관계 처럼 ㅠㅠ 보였어요 ㅠ

그레이스 2022-07-04 08:51   좋아요 3 | URL
예 맞아요
실제로 아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엄마들이였다고...
넘 슬펐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를 기생으로 보내거나, 부잣집 첩으로 보낸 일도 많았잖아요!
가난, 돈과 맞바꾸는 대상이 된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듯요.

바람돌이 2022-07-04 0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 소설 읽기 힘들거같은 느낌이.... 나나라는 여성을 하나의 인간형의 대표 뭐 이런걸로 배치하고 독자가 감정이입하기 힘들게 그린다면 진짜 그녀의 삶의 과정을 보는게 고통스러울거 같은 느낌이에요. 에밀 졸라 책 1권 읽었는데 역시 읽기 쉽지 않았던....

그레이스 2022-07-04 10:04   좋아요 2 | URL
나나는 오히려 쉽게 휙휙 넘어가는 책인데... 다 읽고 나면 돌아가서 새기게 되요.
19, 20세기 파리의 예술계도 막 떠오르고...^^;;

얄라알라 2022-07-04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술사를 그토록 진지하게 공부하시는 그레이스님의 <나나>리뷰는 장르를 넘나드네요.정말 재밌게 읽고 갑니다. ‘에투왈‘ 뒤 검은 양복 넓게 다리 벌려 지지하고 선 남자의 의미를 몰랐을 때는, 무대 위에 서는 건 다 행복인줄 알았어요.

에밀 졸라는 플친님들 극찬 리뷰로 간접, 다시 접하는데
그레이스님 옮겨주신 테레즈 라켕 서문 문장, 포스를 풍깁니다.
<나나>를 중딩 때 읽다보니, 완전 껍질만 두드리고 제목만 외우고 지나간 거 같아요
다시 읽어야할 시점이네요

그레이스 2022-07-04 10:0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목로주점 넘 오래전에 읽고 다시 읽으니 다른 책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독자에게서 의미가 생성된다는 말! 느끼게 되죠?!

저는 무대 뒤에 남자와 서있는 발레리나도 눈길이 가요
선택받은? 프리마돈나 뒤에서 그들이 기다리는 것의 정체! ㅠㅠ

2022-07-04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5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7-05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나나인데 나나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ㅋ 생각해보니까 루공마카르 총서는 <나나>를 빼고는 제목에 사람 이름이 없는거 같아요 ~!! 나나를 읽을때 뭔가 시각적인게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

그레이스 2022-07-05 14:30   좋아요 3 | URL
ㅎㅎ
저는 주변 인물들의 몰락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에밀졸라의 작품은 회화적인 인상이 강해요... 저에게!

서니데이 2022-07-05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레리나를 생각하면 예쁜 의상이나 화려한 동작 같은 것도 있지만, 언젠가 보았던 발 사진이 생각나요.
그만큼 고된 직업 같다고 생각했어요.
드가의 그림을 보면 전체적으로 밝지 않아서 발레리나가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오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5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수진님 발 사진 유명하죠?
피나는 노력으로 프리마돈나까지 되는 건 감동이죠!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세요~~

희선 2022-07-06 0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나를 좋아한 남자들은 마지막 이 안 좋군요 나나가 개미지옥... 그건 꼭 나나 때문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대나 그 사람들 때문이겠네요 시대가 시대여서 나나는 다르게 살기 어려웠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7-06 13:06   좋아요 3 | URL
그렇죠?
나나는 귀족이었더라도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싶긴해요.
나나를 좋아한 남자들과 귀족여성들, 그녀와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것이 중요하겠죠?

서니데이 2022-07-06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습도가 높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레이스님, 날씨는 많이 덥지만 맛있는 점심 드시고,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6 14:18   좋아요 3 | URL
예~
이 더운데
오전 내내 싱크대 청소하고 에어컨 틀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시원하게 보내세요~♡

2022-07-08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8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7-08 18: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글도 명작 ! ㅎㅎ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무슨 책 사실건지 궁금합니다. 따라 살려구요 ㅎㅎ

그레이스 2022-07-08 18:3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제가 미니님 따라 사고 있는걸요!!^^

그레이스 2022-07-08 19:33   좋아요 3 | URL
그른데
이 페이퍼던가요?
7월에 썼는데...?!
저도 뭘로 받았는지 잘 모름 ㅋ

그레이스 2022-07-08 19:35   좋아요 3 | URL
미니님
저 이거 아니고 홀로코스트네요^^
그냥 7월거 미리 찜해주시는걸로?!
ㅋㅋㅋㅋ

mini74 2022-07-08 19:42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레이스님 👍

서니데이 2022-07-10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주말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0 19:35   좋아요 2 | URL
예~
매번 먼저 안부인사 전해주시는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세요~

프레이야 2022-07-19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레즈 라캉의 서문 문장을 영화 박쥐를 보며 떠올렸더랬는데 다시 만나네요. 에트왈의 그림 보기도 그렇고 저 시대의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과 환경을 꼬집은 그림과 소설로 나나를 대표해 보게 되네요. 안나 카레니나도. 그레이스 님 그림 읽기 참 좋습니다^^

그레이스 2022-07-19 12: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역시 프레이야님은 영화로 연결되시는군요!^^
박쥐 찾아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2-07-19 12:35   좋아요 1 | URL
박 감독이 테레즈 라캥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대요. ^^

그레이스 2022-07-19 12:3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검색해봤어요.
맘 굳게 먹고 봐야할 영화인듯하여;;; 내용만 읽어보고 있는 중이예요^^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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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가 있다. 질문이나 대답이 필요 없다. 그들은 상대방이 듣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생각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려는 태도 때문에 끼어 들 틈도 없다. 가끔 긴 시간 계속해서 들어주는 것이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작품은 그런 느낌을 준다. 연속되는 쉼표(,), 하이픈(-), 콜론(:), 세미콜론(;) 들과 괄호들 때문에 끊기고 돌부리에 걸렸다.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고 있는 작가의 독백을 듣고 있는 것 같다. 여백이 없는 글들은 독자가 사색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문장부호들과 삽입구를 걷어내고 맥락을 읽으려 했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그 흐름에 의식을 맡기게 되고, 동시에 작가의 고통과 고독, 회환에 깊이 침잠(沈潛)해 들어갔다.

 

우리의 본능이 우리의 본능에 반하여 작동하는 것이, 말하자면 우리의 반()본능이 우리의 본능을 대신하고, 더욱이 본능인 것처럼 작동하는 것이 이미 아주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9p) 작가가 반복하는 말이다. 말장난처럼 들리는 이 말이 그에게는 적나라하고 비참한 진실이다.

 

작가는 해명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아무 할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으며 안 될 것 같은 어떤 억누를 수 없는 강박에 압도당한 채, 또 내가 우려하는바, 마친 내가 나의 현존을 끊임없이 갈망하기라도 하는 듯, 스스로를 내던질 정도로 과장된 친절함으로 철학자에게 해명한다.”(10p) 이 해명을 촉발한 것은 철학자와의 대화이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일종의 의무에 대한 태만 행위라고 말하는 철학자에게 아니요!”라고 본능적으로 반박한다. 그의 본능은 반()본능이 대신하고 있다. 다름에 대해서 해명하는 그는, 아이를 원하는 아내에게 처음으로 안 돼!”하고 울부짖었던 때를 기억한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격앙된 감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자신을 보고 마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가오는 아내를 받아들였다. 결코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애정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묵인하고 결혼 생활을 이어갔고, 결국은 두 사람은 헤어진다. 그녀에게 그의 상처와 불임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가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은 자신과 같은 고통 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망설임 없이 안 돼!”라고 울부짖었던 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고 그의 흐느낌은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하나의 물음이 되어 형태를 갖추어 가기시작했다. “혹시 네가 검은 눈동자를 가진 딸아이로 태어나지는 않을까? 너의 작은 코 주위에는 주근깨가 엷게 흩어져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네가 고집 센 아들인 것일까? 너의 눈은 회청색 조약돌처럼 근사하고 힘찰까?”(26p)

 

그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해명과 같은 글쓰기를 시작한다. “의식적인 자기청산의 길고도 긴시작이었고, 그가 계속 반복하는 표현으로 빌자면, 그것은 하늘 높이 파고 있는 나를 위한 무덤을 향한 최초의 삽질”(27p)이었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그 첫 번째다. 그 정체성의 이미지는 빨간 잠옷을 입고 있는 대머리 여자다. 폴란드 유대인 전통인 셰이틀(유부녀들이 머리를 밀고 쓰는 가발)을 벗고 앉아있는 친척 아주머니를 목격한 후, 그 이미지는 자신을 규정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다. 사회적 혐오의 분위기와 맞물려 그 모습은 창녀, 마녀의 이미지와 결합 된다. 그것은 자신을 정의한, 필연적이고 유쾌하지 않은, 기이한 이미지였다.

그의 결혼, 양육과 같은 본능에 대한 반()본능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부모의 이혼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가정과 학교, 나아가 그 시대를 지배하는 정신인 가부장제에 그 근원을 둔다. 더 나아가 아우슈비츠는, 각각의 삶의 표상이자 행위이며, 그 가부장제 정신의 지배를 받아 온 개인의 모임인 인류가 통째로 꿈을 꾸기 시작한다면”, 매혹적인 살인마와 같은 인물이 반드시 탄생한다. “전부로서의 개별적인 삶, 그 전부가 전개되어 가는 역학”(57p), 학살을 부른 전체주의는 가부장제로 귀착되고, 그는 자신의 부모와 선조가 믿은 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는 종전 후 그가 아직 수용소에 있던 시기에 그 원형을 체험했다. 화장실에서 세면대를 닦고 있던 독일군과 마주친 기억이다. 독일군 병사가 그를 위해 세면대를 닦고 있었다는 것은 세상의 질서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독일인들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그토록 사실적인 것이다.”(84p) 그는 이것을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셋방살이와 연결시킨다. 그는 시대를 지배하는 정신에서 멀어지기로 작정했고, 아니 반()본능이 본능이 되었고, 모든 것이 환원되는 자본도 거절한다.

 

소외감, 이름에 들러붙어 있는 불가해한 수치심, 허무……. 이런 감정들이 그를 괴롭혔으나, 그는 부조리함을 비웃으려 한다. 여전히 유대인 혐오가 공공연한 세상에서 그는 말한다.

 

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결국 나에게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대인이라는 추상적 관념으로서 그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체험으로서 그것은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 한다; 추상적 관념으로서 그것은: 빨간 잠옷을 입고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대머리 여자다, 체험으로서의 그것은: 나의 삶이다, 말하자면 나의 생존, 내가 살고 있는 정신적 실존 약식이며, 정신적 실존 양식으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면 충분하다,”(127p)

 

그는 존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런데 그것은 하늘 높이 파고 있는, 나를 위한 무덤을 향한 삽질이라고 한다. 죽음과 실존은 뗄 수 없다. 그러기에 실존적 글쓰기는 무덤을 파는 삽질이다. 그리고 그의 글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땅속이 아닌 하늘에 있다고 한 것이 아닐까?

 

단단하게 사유를 쌓아가던 그도 예상치 못한 작은 사건에 흔들린다. 재혼한 아내가 두 아들을 데리고 와서 아저씨에게 인사 하렴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사건은 그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연약하면서도 완강한 그의 삶을 드러낸다. 그는 기도로 글을 마친다.

오 하느님!

저를 가라앉히소서

영원히

아멘.”

제목에 사용된 카디시(유대인의 기도)와는 반하는 내용이다. 그 격정이 고통스러워 가라앉혀 달라는 호소일 것이다.

 

깊은 상흔은 통증을 기억한다. 통증이 찾아오면 자신을 굳건히 세워왔던 철학도 신념도 신앙도 흔들린다. 그 흔들림과 격정 앞에서 절망하는 것이 인간의 연약함이다.

 

의식의 흐름을 쫒아가기 어려웠고,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작가가 쌓은 사유만큼이나 고통이 헤아려진다. 어려웠다고 작품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 가끔은 어려운 문장보다 내 독서력을 탓하며 별 다섯 개를 주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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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02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임레 작품의 역자들이 다르네요
운명을 번역 하셨던 유진일 교수님이 전부 번역 해주셨어야 하는데 ^^

그레이스 2022-07-02 21:09   좋아요 3 | URL
번역이 별로였던 것은 아니었어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그대로 직역한듯요. 부호나 삽입구를 없애면, 작가의 글을 훼손하게 되는 문장이어서 직역이 옳았다고 봅니다^^

어쨌든 임레 케르테스 털고 갑니다^^
후련하네요
나중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운명 마지막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희선 2022-07-03 0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의식의 흐름으로 써서 읽기 힘들기도 하군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건 죄 때문이다 하는 말도 있는 것 같은데... 업 때문인가 자신이 겪은 걸 자기 아이한테는 겪게 하고 싶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다른 세상이라 해도 같은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7-03 08:22   좋아요 3 | URL
전체주의가 살아나면 그런 비극은 또 일어나겠죠!
스스로를 연약하고 완고하다는 말이 공감됐어요.

Falstaff 2022-07-03 0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진석 번역의 다른우리 출판사 판으로 읽었습니다. 번역에 대해서 불만 없이 잘 읽었습니다.
짧은 작품이지만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읽다가 갑자기 어제 저녁에 먹은 소머릿고기 수육도 생각나고 하필이면 차 유리창에 들러붙은 까치 똥도 얼른 치워야 하는데, 같은 것도 생각나서 몇 번이나 읽다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그랬던 기억입니다.
이걸로 케르테스의 3부작을 다 마치셨군요! 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그레이스 2022-07-03 08:1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소머릿고기....
무슨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
잠시 집중력을 잃으면 흐름을 놓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감사합니다.
그 번역 저희 집에도 있다는데...;;
ㅋㅋ

바람돌이 2022-07-03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통스러워서 뭔가를 쏟아부어야먄 할 거 같은 그런 느낌이 전해져오네요. 아 이 책 읽기 힘들거 같아요. 계속 작가의 고통에 같이 파묻혀야 할 거 같은 느낌이 그레이스님 리뷰에서 한껏 전해집니다.

그레이스 2022-07-03 14:59   좋아요 3 | URL
^^;;
힘들긴 했지만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예요

서니데이 2022-07-03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어제보다 더 덥습니다.
폭염이 며칠 계속될 것 같아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3 17:15   좋아요 4 | URL
^^
그렇네요
너무 덮네요
건강조심하세요

mini74 2022-07-04 0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읽는데 눈 앞에 좌절이 쬐려보는 느낌입니다 ㅠㅠ 좌절 읽다 청소하고 딴 짓한 저 ㅠㅠ 태어나지~ 도 그런가요 ㅎㅎ 운명은 몰입해서 읽었는데 전 좌절부터 옆길로 ㅠㅠ

그레이스 2022-07-04 08:53   좋아요 2 | URL
ㅋㅋ
그렇게 눈싸움하시다가 읽어내시겠죠?!

젤소민아 2022-08-08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모티프를 구현한 다른 작품들이 일어섭니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 모두 태어난 ‘문제적‘ 아이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세계관이 구현되고 있으나 이 소설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 거장들의 ‘다른‘ 시선들이 새삼 궁금해집니다. 모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자극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8-08 10:10   좋아요 0 | URL
저도 말씀해주신 다른 소설들에 자극받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