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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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서 지식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말이다. 과학, 예술, 철학의 길이 궁극적으로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과학적 개념에 충실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허구를 썼다고 한다.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성을 걱정할 정도로 플롯에 개연성이 있다. 천재적 몰두와 발견의 순간, 작가의 펜은 인간의 나약함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는 어려운 과학이론과 나의 천박한 지식의 간극을 역사와 보편성으로 메꾸면서 이끌어 갔다.

 

18세기 디스바흐에 의해서 우연히 만들어진 안료 프러시안 블루가 최초로 사용된 <그리스도의 매장>(피터르 파데베르프,1709)은 인류의 비극을 애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1782년 셸레는 이 프러시안 블루에서 시안화물을 분리해내고, ‘프러시안산()’이라고 명명했다. 1907년 프리츠 하버는 화약과 폭약의 원재료인 질산염의 공급을 위해, ‘공기 중 질소 채취 연구를 한다. 그 연구는 비료 생산에 공헌을 했고, 그는 공기에서 빵을 이끌어낸 사람이 되었다. 19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행된 가스공격을 감독한 그는 시안화물을 이용한 살충 훈증제 치클론을 발견했다. 이 살충제는 나치가 자신의 친족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 아름다운 프러시안 블루는 아우슈비츠 가스실 벽에 참담한 푸른빛을 남겼다.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전쟁터의 참호에서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대한 최초의 정확한 해를 구한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법에는 일반상대성의 신빙성과 물리학의 토대를 위협하는 특이점이 존재했다. 그가 전쟁터의 침상에서 죽기 직전까지 빠져나오지 못한 이 심연은 후에 블랙홀의 존재로 밝혀진다. 수학의 심장부에 가까이 간 그로텐디크는 광기에 휩싸인다. 입자가 파동을 따라 서핑을 하듯 운동한다는 루이 드 브로이의 양자이론은 상상할수록 아름답다.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다 정신을 잃는 그의 모습은 스탕달 신드롬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자의 광기는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를 닮았다.

 

슈레딩거 방정식은 아원자 영역의 어둠을 흩어 신비의 세계를 드러내줄 프로메테우스의 불”(118p)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는 이 불을 거부하고 불확정성을 주장한다. 양자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기존 물리학의 토대를 흔드는, 이 이론을 보어는 새로운 물리학의 주춧돌”(217p)이라 여겼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격돌했다. 오랜 질의와 응답과 토론 끝에, 아인슈타인은 항복했고,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소!”(227p)라는 말을 던진다. 보어는 신에게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시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229p)라고 답변한다. 천재도 항상 창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격물치지에서 더 나아가 왕양명은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이라고 했다. 지식을 넓히는 것은 사물을 바로 잡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물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는 한계 밖의 것을 그대로 둠, 그대로 수용함이 아닐까 한다. 끌어들여와 현재의 지식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함으로 앎과 모름의 경계가 명확해 지고, 그 경계는 한 걸음 내디딜 시작점이 된다. 그렇게 지식은 넓혀져 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세계의 정원사라고 할 수 있겠다. 가지가 부러지도록 레몬이 달리는 죽음을 앞둔 풍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지시한다. 가지를 잘라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살지 알 방법이 없다. 이 정원에 존재하는 것들은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당신이 나를 적용하면서 생각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200p)고 경고한다. 정원사는 그 정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정원사가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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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19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한자를 많이 아시는군요? ^^ 개연성 있는 허구라니 상당히 사실적인가 봅니다. 이 책도 요즘 인기가 많은거 같아요~!!

과학은 너무 어렵다는...😅

그레이스 2022-08-19 20:50   좋아요 3 | URL
한자 잘 몰라요
새파랑님~ 그저 책에서 본 짧은 지식일 뿐이예요.
이 책은 과학사를 소설로 엮은거라 사실 잘 몰라도 읽을 수 있어요.
쉽고 흥미진진해요.^^

희선 2022-08-20 0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는 말 맞네요 그런 일 프러시안 블루뿐 아니라 많겠습니다 세계 전쟁을 해서 만든 약도 있잖아요 방사성물질도 생각나네요 안 좋은 것뿐 아니라 좋은 걸 처음부터 알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겠지요 시간이 가야 아는군요 그래도 어떤 일이 어떤 일로 이어질지는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 그런 건 조심해야 합니다 과학자보다 과학을 쓰는 사람이 더...


희선

그레이스 2022-08-20 07:45   좋아요 2 | URL
예!
그렇죠?
누구에게 그 발견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mini74 2022-08-20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슈비치의 푸른 빛이라니 ㅠㅠ과학의 양면성같은 건가요...요즘 이공계 아이들 과학과 윤리? 이런 류의 수업 들으며 토론도 하더라고요. 꼭 필요한 수업 같아요.

그레이스 2022-08-20 12:43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필요한 수업인듯요
사유의 한계 안에 갇히는 게 무서운 일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요!

단발머리 2022-08-20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 리뷰 너무 좋네요. 저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나니 쫘악 정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지식을 처음 대하는 과학자, 수학자들의 분투가 잘 전해져서 좋았는데 그레이스님 글 읽으면서는 지식의 확장이라는 면이 딱 느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20 12:46   좋아요 3 | URL
아유.. 감사합니다.
저 아직 다른 분들 리뷰를 안보고 좋아요만 누르고 와서.. 이제 슬슬 읽어보려구요. 단발머리님과 다른 분들 리뷰 제목만 봐도 그 아우라에 기가 팍 죽던데...^^;;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쉽고 흥미진진하다는 그레이스님 댓글에 절망!!! 읽다가 무슨 말인지 어려워서 집어던진 사람 저라니까요. ㅠ.ㅠ

그레이스 2022-08-20 17:59   좋아요 2 | URL
^^;;
뭐라고 해야할지...
이거야말로 독서취향때문이 아닐런지요.;;

서니데이 2022-08-20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가벼운 책만 읽다보면 생각할 내용이 많은 책은 읽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걸려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20 21:37   좋아요 3 | URL
읽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수 있습니다. 모르는 이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면...^^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공쟝쟝 2022-08-21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정갈하고 아름답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걸(?) 이렇게 꿰시다니. 그레이스님, 서말인 구슬 잘 꿰시는 분.

그레이스 2022-08-21 18:21   좋아요 2 | URL
정갈, 아름다움은 저랑 조금 먼데,,, 이런 칭찬 감사합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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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감상을 바로 글로 정리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감동을 글로 풀어내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일 것이다. 라캉이 기표가 기의에 닿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진다고 한 것처럼 그저 텍스트만 읽었을 뿐인 독서를 할 때도 있다. 의미를 찾는 과정이 독서를 끝낸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의 경우는 평행하는 여러 인물의 서사가 나에게서 생성되는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적용의 문제가 어려웠고, 여전히 생각 중이다.

 

작가는 직접 화자(話者)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화자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들 모두는 영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고, 일부는 유대인이다. “이민자들은 타국에서도 주로 고향사람들과 어울린다.”(84p) 그들에게서 고향에서의 삶과 이주의 역사를 듣는다.

 

헨리 쎌윈 박사를 만나러 가는 화자(話者)를 따라 걸어간다. 머릿속에서 스케치하며, 잔디밭을 지나고 개암나무가 늘어선 통로를 지난다.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지금은 돌보지 않아 낡은 테니스장, 마치 젊음의 흔적만 남아있는 한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몇 번의 만남 뒤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유년시절과 헤어진 사람들, 이주와 이민자의 삶에 대해서. 나는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말하는 그 분위기에서 깊은 비애감을 느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향수병이 점점 더 심해진다고”(29p) 하던 나이든 이방인은 자살한다. 그리고 오래전 스위스 산악에서 실종되어 그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줬던 그의 친구는 칠십 이 년 만에 빙하에서 발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자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얼음에서 빠져 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 징이 박힌 신발 한 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34p)

 

파울 베라이터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소식을 들은 화자(話者)는 파울 베라이터가 자신의 스승이던 S도시에서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와의 첫 만남, 견학수업,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모습, 쾌활하고 즐거운 것 같았던 그가 오르간 연주를 듣고 흐느껴 울던 모습, 어떤 생각에 빠져들며 침울해지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슬픔의 원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반()유대인이었고, 1/4만 아리안의 피가 흐르던 그가 징집에 응하고, 1939년과 1945년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독일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견딜 수 없는 일들을 목격했을 그, 비트겐슈타인, 벤야민, 츠바이크 등 자살한 작가들의 책을 읽고 기록하던 그, 알프스 아래 작은 마을에서 이민자로서 살다 끝을 낸 그에게서 처절한 고독을 본다.

 

화자(話者)의 여행은 그들의 흔적을 찾고 그 땅 어딘가에 뿌리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까? 고향을 떠나 스위스와 프랑스로 그리고 영국으로 이주하는 일가의 역사를 듣고, 정신병원에서 죽어간 아델바르트 할아버지의 비망록에 적혀 있는 아름다운 여행기를 따라 되짚어간다. 그 비망록에 적힌 마지막 종착지였던 예루살렘의 풍경은 폐허와 같았고 병든 사람들만이 눈에 띈다.

 

맨체스터의 공장지대 아뜰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는 화가 페르버의 말에 가슴이 서늘하다.

“19세기 내내 독일인들과 유대인들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도시가 바로 맨체스터였지. 그러니 나는 가출한다고 나섰다가 되려 집으로 돌아온 꼴이었네. 우리 시대 공업의 탄생지인 이 도시의 거무칙칙한 건물들 사이에서 사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 역시 흔히 말하는 것처럼 굴뚝 아래에서 일하려고 이리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어(that I am here, as they used to say, to serve under the chimney).”(243p)

 

절멸 수용소의 굴뚝(chimney)을 바로 떠올렸다. 의도적으로 이중적 의미를 담기 위해 이 문장을 썼을까? 그리고 육필원고-그의 어머니가 1939년에서 1941년 사이에 슈테른바르트가의 집에서 적어놓은 것-를 건네준다. 그 기록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고통스러운 독일 동화 같은, 가슴을 옥죄어오는 탁월한 글이다. 그녀의 어린 시절과 일상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독일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동화되어 살았었기에, 호른 연주자와의 사랑과 이별, 프리츠 페르버와의 결혼, 그와 함께 오른 산들, 슈테른바르트가의 집에서 시작한 신혼과 뮌헨 테레지엔비제 광장에 만들어진 스케이트장의 기억은 온 세상이 파란빛으로 가득했던”(279p) 아름다운 기억이다.

 

1991년 루이자 란츠베르크의 기록을 따라 독일로 간 화자는 유대인들의 허물어져가는 공동묘지에서 그 흔적을 찾는다. 남편 프리츠와 루이자는 194111월에 강제 수송된 뒤에 소식이 끊겼다고 적혀 있는 란츠베르크가 묘비를 발견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폐허가 되어가는 맨체스터에서 페르버의 마지막과 한때는 유명했던 호텔의 퇴락한 모습을 마주한다.

 

어딘가에 속하려했던 인간의 모습. 그러나 배척의 대상이었고, 탈주자이며, 이민자였던 그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주한 곳에서도 번영의 흔적만 남아있는 타자들의 도시에 머문다. 그래서 그들은 더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끝내버린다. 삶의 경계 밖으로 내몰렸던 역사, 여전히 뿌리내릴 곳이 없는 이민자들의 실존적 상황은 처절한 고독으로 다가온다. 우리 안의 누군가는 이런 실존적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끝없이 자신의 근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그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기분”(185p), 그것이 그들의 실존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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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땡 2022-09-14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책탑 멋져요 ㅎㅎ

그레이스 2022-09-15 07: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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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먼저 읽은 후,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듣게 될 때, 글에서 받았던 이미지와 달리 낯설 때가 있다. 그러다가 강의 중에 글에서 끌렸던 생각의 방향이나 열정을 느끼게 되면 그 강사와 저자는 한 사람이 된다. 새삼 글쓰기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강사의 책 2권을 읽고 2회에 걸친 강의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좋았다.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는 우리 옛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가 서양화 감상법으로 우리 그림을 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우리 그림에서 색, , , 형상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선 그림은 사의화(寫意畵). “지식인의 호사스러운 취미의 그림이 아니라 묘사 대상에 자기의 정신세계를 담은, 즉 정신에 무게를 둔 그림이다.”(9p,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화가 개인의 삶과 사회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마음을 움직여서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을 따라 거닐다가, 그의 세상에 말을 걸고, 인생을 만날 것을 권한다.

 

작가는 더 보고 싶은 그림에서 그림을 더 깊이 있게, 확장시켜 본다. 보이는 그대로 보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나의 눈으로 보는 감상을 소개한다. 내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방법은 '나의 눈으로 보기'이다. 감상자의 사상과 철학, 세상을 보는 시선이 그림을 담는 그릇이 된다. 저자는 독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지만 그가 수록한 그림들과 감상을 통해 독서를 통해 인문적 소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함을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그림을 보는 방법은, 텍스트를 읽고 작가를 읽고 나를 읽는, 독서의 단계와 통한다. 저자와 함께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의 서사를 읽고, 화가의 시대와 메시지를 읽고, 감상하고 있는 나의 시대와 나를 불러오게 된다.

 

이 책들은 두 개의 그림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조선의 그림과 서양화를 비교하는 형식이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시선의 미학을 보다에서는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를 비교한다. 흘러가는 물과 고여 있는 물, 멀고 가까운 거리의 차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야기 한다. 관조하는 시선, 어지러운 삶의 문제들도 다 잊은 듯한 고사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게 된다.

 

윤두서의 그림을 좋아한다. 이 책들에서도 윤두서의 작품들에 많은 시간 머물러 있었다.

윤두서 <진관타려도>1715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는 윤두서의 <진단타려도>를 소개하고 있다.

진단타려고사의 내용은

희이(希夷) 진단은 중국의 격동기였던 당나라 말에서 송나라 초까지 살았던 학자다. 당시는 당나라가 주전충에게 멸망한 수, 자고 일어나면 정권이 뒤바뀌는 510국이 난립하던 시기였다. 관상학과 수상학에 조예가 깊던 진단은 새 왕이 나타날 때마다 군주상이 아니라며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흰 나귀를 타고 길을 가던 중에 한 나그네에게서 조광윤이 송나라를 세웠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진단은 후주의 장군 출신 조광윤이 왕위에 오를 것과 그로 인해 태평성대가 열릴 것을 이미 예언한 적이 있었기에, 자기의 예감이 맞았다고 크게 기뻐하다가 나귀에서 떨어진 것이다.”(158p,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실제로 조광윤은 송을 세우고, 그의 통치 시대는 한 나라 이후로 가장 평화로웠다고 평가받는다. 진단 선생은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을 보고 은둔한다. 윤두서는 이 고사를 읽고 <진단타려도>를 그린다.

윤두서 <자화상>18세기초


숙종의 환국 정치로, 당쟁이 극심했던 난세에, 입신양명의 길이 막힌 남인이었던 윤두서는 고사의 유머러스한 장면을 그림으로 자신의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나귀에서 큰 대자로 떨어진 진단의 얼굴은 윤두서의 얼굴이다. 놀란 듯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그가 그린 <자화상>과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염원을 해학적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자화상>에서도 화면을 꽉 채우는 얼굴과 치켜 올라간 눈과 눈썹에서 엄격함이나 진취적인 성품보다는 따뜻한 눈빛을 본다. 이 전에 <돌깨기><밭갈기>와 같은 서민들의 고단한 노동을 그린 그의 시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두서 <돌깨기> 18세기 초

윤두서 <나물캐기>17세기 말?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 윤두서의 <나물캐기>를 통해 춘궁기 서민들의 배고프고 고단한 삶과 여인들의 노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더 보고 싶은 그림에서 이 그림을 더 깊게 감상하고 있다. 그는 <나물캐기>와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비교한다. 그림을 감상하다 문학을, 문학을 읽다가 그림을 자연스럽게 연상한다. 나 역시 에밀 졸라의 대지를 읽으면서 밀레의 그림을 떠올렸다. 동양 문화권에는 이미 서화동원(書畫洞源)의식이 있었다. “그림과 글은 삶의 근원을 묻는 언어적 역할을 하는 유사점이 있다.”(145p) 가파른 비탈길에서 식용 나물을 찾고 있는 여인들의 야윈 모습과 구부리고 허리를 펴는 힘없는 동작에서 굶주림의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윤두서는 비탈을 가파르게 함으로 이 곳 험준한 지역까지 먹을거리를 찾아올라올 만큼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땅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흰 천을 쓴 여인은 이삭 줍는 여인들을 연상시킨다. 수확의 시기에 땅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 식량을 삼아야했던 가난한 여인들의 고단하고 비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비참함은 이 여인들의 뭉그러진 손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손이 기형이 되도록 일하더라도 그 노동이 자신의 소유의 땅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나마 좋았겠지만, 남의 땅에서 손이 터지도록 한 일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모자란다. 17세기 말 조선이나 19세기 프랑스의 가난한 여인들의 삶은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인다.


윤덕희 <독서하는 여인> 18세기

윤두서의 따뜻한 시선은 아들인 윤덕희에게도 흘러간 듯하다. 저자는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에서 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을 소개한다. 슈테판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 수록되어 있는 프라고나르의 그림을 비교한다. 조선시대 그림 중 저자가 본 유일한 여성의 독서를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양반 여성을 위한 교훈서에는 여성의 할 일로 여공(女工)’치산(治産)’을 말하는데, ‘여공은 가사 일을 말하고 치산은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것을 가리킨다. 가사일과 남편의 공부를 뒷바라지하며 살림을 일구는 것이 여성의 할 일이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난했던 이덕무의 부인이 바느질로 하루하루 끼니를 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더구나 진보지식인이었던 이덕무조차 언문소설을 읽는 여성들에 대해 경계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


윤덕희가 살았던 조선 양반가 여성의 이런 상황에서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인을 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손으로 짚어가며 읽고 있는 이 책은 여인의 행실을 써놓은 여사서』 『여범첩록』 『여계』 『여논어와 같은 종류가 아니라, 언문 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평상위에 한가로이 앉아 몰두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 여인이 살고 있던 시대적 상황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녹우당 어디쯤이었는지…, 다시 가보고 싶다.

 

두 책에 수록하고 감상한 그림들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바라본 화가들의 시선이 있다. 그림을 보는 저자의 시선 역시 사람을 향하고 있다. 그 방향성 때문에 글을 읽는 나의 마음은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그 그림들을 지나 저편의 사람과 삶을 향해 간다. 그림을 보는 것은 사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그림 속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다른 감상자들과 교감하고, 상황과 나를 잇는 시공을 초월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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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9-10 08:4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님도 축하드려요
추석명절 잘 보내시고 담주에 봬요~~

책읽는나무 2022-09-13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그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 중 한 분이시니까요^^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9-13 14: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거품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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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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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강철군화』, 『밑바닥 사람들』과는 다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선과 글쓰기는 후기 사회주의적 작품의 탄생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65kg의 대형견 의 야성을 보며 얼마 전 길에서 초등생을 사냥하듯 했던 반려견 뉴스가 자꾸 떠올랐다. 이 소설의 감상 맥락을 그리로 잡아갈 수 없지만,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머리를 흔들어 지우고 다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여과되고 남은 한 가지 질문은 과연 납치되어 알래스카로 팔려간 것과 이 문명사회에서 태어난 것 중 어떤 것이 사고일까?’였다.

 

“1897년 가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가 온 세상 사람들을 얼어붙은 북극으로 몰아가던 때”(12p) 알래스카의 금광을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썰매견들이 부족한 상황, 미국 서부, 전역에서는 대형견들이 사라진다. 산타클라라의 저택 장원에서 장원의 지배자였던 은 납치되어 알래스카로 팔려간다. ‘의 여정이 시작되고 여러 이별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야생으로 향한다.

 

정원사의 조수에 의해 유인되어 상자 안에 갇혔다.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 태워지고 이틀 후 내린 항구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몽둥이를 든 빨간 스웨터의 사내다. 상자에서 나온 은 무턱대고 두들겨 맞는다. 분노로 달려들고 저항하지만 심한 매질에 결국은 쓰러진다.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길들여서 개들을 판다. 인간에게는 길들여진 것으로 보이지만, ‘의 깊은 내면 어딘가에서는 야성이 깨어났다. 그리고 곤봉은 권력으로 각인되었다.

 

그 곤봉은 하나의 계시였다. 그것은 그가 원시법의 세계로 입문하는 첫걸음으로, 그는 이미 반쯤 그 길로 들어섰다. 삶의 실상에는 좀 더 광포한 면이 있다. 그래서 벅은 겁먹지 않고 그런 것에 직면하면서 그의 본성이 각성시킨 온갖 잠재된 재간을 동원해 맞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개들이 상자에 갇혀 혹은 밧줄에 끌려, 어떤 개들은 온순하게, 어떤 개들은 벅처럼 분노로 으르렁대며 모여들었다. 그는 하나둘씩 붉은 스웨터 입은 사내의 의식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잔인한 수행을 하나하나 지켜보는 벅의 뼛속 깊이 교훈이 스며들었다. 곤봉을 든 사내는 입법자였고 반드시 화해할 필요는 없지만 복종해야 할 주인이었다.”(20p)

 

은 알래스카에 도착해 캐나다 정부에 고용된 우편배달부들의 썰매를 끌게 된다. 이 썰매를 끄는 개들 속에 들어가면서 이 집단의 법칙을 통과해야 했다. 도착한 첫 날, 함께 배를 타고 온 개 컬리는 에스키모개에게 물어 뜯겨 죽임을 당한다. 이 개들은 썰매 줄에 묶여 달릴 때는 주인의 말에 복종하고 질서를 지키며 달리지만, 이 썰매 줄에서 풀려나면 야생 질서로 돌아간다. 철저한 서열과 영역을 지키려는 혈투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 질서를 이용하여 썰매를 끌게 한다. 맨 앞을 달리는 우두머리 개와 그 뒤에 달리는 개들의 집단 내 서열이 서로를 교육하고 훈련하게 하는 방식이다. 머리도 좋고 힘이 있는 은 금방 적응하고 서열 1위인 스피츠를 위협하게 된다. 결국 토끼를 쫓다가 벅과 스피츠는 결전의 순간을 맞이하고, 스피츠는 죽임을 당한다. 이 싸움에서 의 야성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무리의 선두에서 달렸다. 그는 야생동물을 추적해 살아 있는 고기를 이빨로 물어뜯고 보란 듯이 주둥이를 따스한 핏물에 씻어 내고 싶었다.” (52p)

 

살아있는 먹이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 벅에게 극치에 달하는 환희가 찾아왔다. 그는 시간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며 본성의 심오함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순수하게 솟구치는 삶과 조수처럼 밀려드는 존재의 파도, 근육과 관절과 심줄 하나하나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완벽한 기쁨에 압도당했다. 솟구치는 삶은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는데, 맹렬히 불타오르며 움직임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냈고 별 아래, 움직이지 않는 죽은 물질의 표면 위로 환호하면서 날았다.”(52p)

 

벅은 결국 스피츠의 자리를 차지하고 맨 앞에서 개들을 이끈다. 개들은 썰매에 묶여 달릴 때 기쁨을 느낀다. 야생의 집단으로 달리던 원시적인 기쁨을 이끌어내는 순간이다. 데이브는 죽음 직전까지도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한 발짝도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도 끈에 묶이기를 원한다. 그것이 그의 존재 이유라는 듯이. 아마도 집단에서 제외됨은 죽음보다 더한 공포일 것이다.

 

기진한 상태로 다른 이들에게 팔려가고,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로 다시 팔려간 이 개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골드러시에 합류한 무모한 주인들 때문에 강에 빠져 몰살당한다. 벅은 자신을 이 위기로부터 구해 준 손턴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이해츠 족들에 의해 손턴이 죽임을 당한 후, 벅은 늑대들 무리들 속으로 들어간다. 오래 전부터 자신의 원시적 본능을 깨우던 소리의 주인들이었다. 늑대들과 무리 속에서 자유롭게 알래스카의 벌판을 달리는 벅에게서 이전의 모습은 사라졌다.

 

작가 잭 런던은 이 의 여정이 진행되면서, 벅의 본성인 야성이 진전되고, 그의 정체가 되는 순간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마도 그 자신이 알래스카 골드러시에 합류했다가 목격했던 개들의 모습을 소재로 삼았던 것 같다. 함께 수록된 단편에서는 엄청난 추위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너무나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여름 독서로 추천!)


다 읽고 난 후, 나는 한 동안 “So what?”하고 마음속으로 물었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담은 그의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문명과 관습, 제도에 길들여진 삶과 원시적인 상태 중 어떤 것이 더 자신을 기쁘게 하고 자유롭게 할 것인가?로 마무리 하게 된다.

 

알래스카 벌판을 달리는 벅과 산타클라라의 장원에서 도도했던 벅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할 것 같은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산타클라라라고 대답한다. 차라리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사는 쪽이 낫다고 한다. 그 중 한 아이는 알래스카 쪽이라고 대답한다. 다시 물었다. 늑대들과 합류하기 전에 잠시의 환희만 느끼다가 죽었다면 어느 편이 나았을까? 조금 더 생각이 길어진다.

 

산타클라라가 안전을 보장해 줄까? 엄마들이 희미한 웃음으로 대답한다삶은 변수의 연속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보내진 것처럼. 인생의 예기치 않은 불행은 어쩌면 나를 발견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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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8-08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데서 잘 사는 개를 잡아다 팔기도 했군요 이런 모습 보니 아프리카에서 잡히고 노예가 된 사람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사람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마음대로 잡고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군요 개한테 썰매를 끌게 하려면 사람과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억지로 잡아다 썰매를 끌게 하니 폭력을 쓴 걸지도 모르겠네요 벅이 자기 삶을 찾아 떠나서 다행이다 싶어요 누군가 사람하고 좋은 사이가 되고 머무는 것보다...


희선

그레이스 2022-08-08 06:45   좋아요 4 | URL
노예상과도 같죠
벅도 대부분 신뢰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죠. 그럴때마다 위기가 찾아오구요

Jeremy 2022-08-08 0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그는 순수하게 솟구치는 삶과 조수처럼 밀려드는 존재의 파도,
근육과 관절과 심줄 하나하나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완벽한 기쁨에 압도당했다.
솟구치는 삶은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는데,
맹렬히 불타오르며 움직임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냈고 별 아래,
움직이지 않는 죽은 물질의 표면 위로 환호하면서 날았다.”(52p)

>>>“He was mastered by the sheer surging of life,
the tidal wave of being, the perfect joy of each separate muscle, joint,
and sinew in that it was everything that was not death,
that it was aglow and rampant, expressing itself in movement,
flying exultantly under the stars.”
― Jack London, The Call of the Wild

여기에 더하여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There is an ecstasy that marks the summit of life,
and beyond which life cannot rise.
And such is the paradox of living,
this ecstasy comes when one is most alive,
and it comes as a complete forgetfulness that one is alive.
This ecstasy, this forgetfulness of living, comes to the artist,
caught up and out of himself in a sheet of flame;
it comes to the soldier, war-mad in a stricken field and refusing quarter;
and it came to Buck, leading the pack, sounding the old wolf-cry,
straining after the food that was alive
and that fled swiftly before him through the moonlight.”
― Jack London, The Call of the Wild

그레이스 2022-08-08 06:4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원문이 궁금했거든요,
제가 인용한 바로 앞부분인 듯 합니다.^^
인용이 너무 길어서 앞부분은 잘랐거든요.
원문으로 보니, 인용해주신 마지막부분은 마치 영화같은데서 늑대인간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못하고 그 울음을 우는 장면이 생각 납니다.

Jeremy 2022-08-08 07:47   좋아요 2 | URL
제가 어림잡기로는 대략 1920년 이전에 영어로 쓰인 책들은 거의
Public Domain 에서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처럼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많이 읽고 가지고 계신 분은
그냥 https://www.gutenberg.org/ 에서 필요한 영어 전자책을 찾으셔서
쭉 비교하며 훑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냥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굳이 원서로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당연히 Jack London 의 책은 모두 다 Public Domain 에 있답니다.
혹시 Gutenberg.org 의 Format 이 마음에 안 드시면
제가 찾은 다른 Free eBook site 도 알려드릴께요.

Jack London 의 “The Call of the Wild” 와
“White Fang” 은 미국 중학교 정도에서 거의 교과과정처럼 읽기때문에
저도 이 두 책은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긴합니다.

˝The Call of the Wild˝
32,031 words (1 hour 57 minutes) with a reading ease of 77.47 (fairly easy)
#88 in the Modern Library’s 100 Best Novels set.
#35 in the Guardian’s Best 100 Novels in English (2015) set.


그레이스 2022-08-08 08:11   좋아요 2 | URL
우와
감사합니다.
구텐베르그는 했었는데 다른 것도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것 참고해서 찾아보겠습니다.

초란공 2022-08-08 0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에서 잭 런던의 <야성의 절규>라는 책을 소개 했는데, 아마 그 책이 <야성의 부름>이 아닌가 싶어요. 개가 주인공인 적자생존의 세계를 그렸다고 했거든요.^^;; 레비는 어떤 상황에서 잭 런던의 소설을 떠올렸을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레이스 2022-08-08 08:31   좋아요 4 | URL
저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가 궁금해집니다. ^^
찾아봐야겠습니다.

미미 2022-08-08 0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경쟁에서 수많은 개들,말들의 이야기를 보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개들을 그렇게나 훔쳐다가 보내는 줄은 몰랐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늘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그래도 야생에서 본능대로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게 있을까 싶네요. 그레이스님 덕분에 머릿속에 그려가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08-08 09:09   좋아요 4 | URL
탐험이라는 명분하에 혹사당한 동물들에게는 오히려 그 잔인한 상황을 드러낼 수 없는 업적주의의 현실이 있었겠네요. 미미님 덕분에 시야가 더 넓어집니다.^^

독서괭 2022-08-08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주인이 있는 개들을 잡아갔다니, 놀랍네요. 잡아먹으려고 잡아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이긴 합니다만;; 그레이스님이 던지신 질문들이 답하기 어렵네요. 인간과 개의 입장이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알래스카에 사는 견종을 데리고 와서 도시에서 분양하고 키우고, 또 잡아다 다시 알래스카에 팔고 하는 우리 인간들이 미안하네요 ㅜㅜ
이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레이스님 덕에 줄거리 제대로 알고 갑니다. 잘 읽었어요^^

그레이스 2022-08-08 11:20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어려운 질문이예요.
한 아이가 알래스카의 벅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자신의 강아지를 야생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mini74 2022-08-08 17: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 알래스카에서 전염병?이 돈 아이들을 위해 백신을 구해온 썰매개들이 서커스단에 팔려 학대받다가 구출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똘망이에게 미안해지네요. 그래서 개껌 하나 줬습니다 그레이스님 ㅠㅠ아이들에게 던지는 물음이 참 좋네요.

그레이스 2022-08-08 17:11   좋아요 3 | URL
그런 이야기 들어본것 같아요.
똘망이, 개껌 ...^^
미니님 댓글에는 유머가 항상 담겨있으세요.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8-08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가 가끔 알래스카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를 만날 때가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여름이 더운 나라에서는 살기는 어렵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 개들은 추운 곳을 좋아하는데, 너무 더우니까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08 19:48   좋아요 3 | URL
여기서 벅은 리트리버와 스피츠에게서 나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쨋든 대형견이 아파트 환경에 맞나 싶기는 해요.^^
비가 많이 오네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시길...!

새파랑 2022-08-08 2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레스카가 배경이라니 여름에 읽기 딱 제격인 책이네요. 이 책 표지 보고 안읽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삶이 좋기만 한건지는 생각해볼만한 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8-08 22:44   좋아요 3 | URL
같이 수록된 단편에서는 공중에 침을 뱉으면 쨍하고 얼어버릴정도로 추운기온을 표현하고 있어요

scott 2022-08-09 00: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옹이 잭 런던을 아주 좋아 합니다.

제가 알래스카 출신 멍멍이를 키운 적이 있는데

한 여름에 얼음 덩어리 위에 앉아야
숨을 쉬었던 멍멍이 ^ㅅ^

그레이스 2022-08-09 07:53   좋아요 4 | URL
그렇군요^^
잭 런던 묘사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래스카견!
ㅠㅠ

Yeagene 2022-08-09 15: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에 실린 단편까지 재밌게 봤던 작품입니다ㅎㅎ 제가 16년째 말라뮤트들을 길러서인지,주인공 벅에 엄청 감정이입하며 읽었어요.ㅎㅎ우리 곰탱이가 납치되어 알라스카로 팔려간다면 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막 이러면서요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8-09 14:42   좋아요 3 | URL
^^
함께 토론했던 초등6학년도 그렇게 말하면서 울컥했어요 ㅠ

서니데이 2022-08-09 2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비가 많이 오고 있어요.
뉴스에서 계속 비소식만 나오고 있습니다.
비피해 없으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09 21:40   좋아요 3 | URL
예~
서니데이님도 안전하시길...!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8-10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은 서울도 비가 그쳤다고 들었어요.
오늘은 비구름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비가 잠시 쉬는 것 같은 하루였어요.
어제 밤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괜찮으신가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8-10 19:26   좋아요 3 | URL
분리수거 나왔는데 조금씩 비가 내려요
밤사이 또 오려나봐요 ㅠ
해 나길래 빨래 했는데 ㅠ
서니데이님 밤사이 평안하시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8-1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런던의 이러저러한 책들을
사모아 두긴 했는데 막상 닐근
책은 하나도 없네요 ㅠ

우리는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그레이스 2022-08-10 21:00   좋아요 1 | URL
그렇죠
가끔 불행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면 공허할것 같아요^^
우연한 마주침과 사건들이 만들어낸 역동성은 없을거구요.

서니데이 2022-08-11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도 습도가 높은 날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8-11 21:51   좋아요 2 | URL
창문열고 있어도 시원하네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히 주무시길..!

서니데이 2022-08-12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월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벌써 다음주 월요일이 광복절입니다.
지난주의 폭염, 그리고 이번주의 비 때문에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즐거운 광복절 연휴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그레이스 2022-08-13 22:53   좋아요 2 | URL

입추가 지나니 밤에는 확실히 시원해진듯요
습도만 빼면...!
서니데이님도 평안하세요~~
 

책만 보는 바보를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정조 시대와 북학파, 조선의 외교관계, 정조의 정책 등 설명할 내용이 너무 많았다. 이덕무, 홍대용, 유득공, 박지원, 박제가, 이서구, 백동수, 나이와 신분과 성품과 빈부가 다름에도 함께 어울려 꽃을 피우는 지식인들의 향연! 감동을 공유하기에는 아이들과 나의 격차가 컸다. 애초에 같은 감동 포인트를 찾는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공감하는 지점이 다를 텐데 말이다.

 

아이들의 감상문에는 주로 그들의 신분 때문에 생긴 불공평함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사실 나는 그들이 차례로 북경에 다녀오면서 문물을 접하고 외국의 문인들과 교류하고 돌아와 책을 쓰게 된 지점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다. 그들은 그 여행을 하고 돌아와 각자의 연행록과 <열하일기>, <북학의>, <발해고>, <의산문답> 등의 역작을 남긴다. 아직 그렇게 보기에는 채워져야 할 배경지식이 부족했을 테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관계를 돌아보고 이들의 관계가 진정한 벗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나중에 커서 누군가에게 이런 벗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 이제 이 책을 읽었으니 이 사람들이 쓴 책을 하나씩 읽어볼까?”하고 넌지시 운을 뗀다. “지난번에 읽은 「양반전」과 「허생전」은 박지원의 글이니까, 이번에는 발해고 읽어보자.” 끄덕끄덕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실 내 안에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발해고가 우리 역사연구에서 갖는 의의를 설명하고 헤어졌다다음 모임, 아이들은 읽긴 했으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읽어 온 게 어딘가! 대견하다.

 

이 책은 유득공과 발해고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설명으로 시작하고 있다. 발해고 본문에서도 군고(君考)발해의 역대 임금으로 신고(臣考)발해의 신하들지리고(地理考)발해의 지리와 같이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친절하게 계보나 복식 등의 도표와 사진 그리고 지도들이 들어가 있어 이해를 돕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이사이 용어와 배경 설명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유득공은 발해고이전부터 역사와 지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동국지리지를 읽고 그 감상을 쓴 이십일도회고시(二十一都懷古詩)에 나타난다. 말년에 한사군의 역사에 관한 사군지를 집필했다. 북학 사상은 북벌론(北伐論)을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 되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압록강을 넘어선 지역의 역사 인식에서 알 수 있다. 유득공의 사회 개혁과 관련해서 용차론(用車論)’축성론(築城論)’을 소개하며, 박제가의 그것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박제가는 급진적이라고 한다면 유득공은 현실을 고려한 제안을 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그의 고증을 통한 역사 연구에도 나타나 신뢰를 높인다. 발해고신당서를 주요 사료로 사용했고, 그 외의 사료들을 참고했다.

 

발해고발해와 고구려의 연계성을 인식하여, 발해와 신라가 양립된 남북국 시대를 한국사 체계에 도입했으며, 역사서술의 유용성을 믿었고, 문헌이 인멸되는 위험을 막고, 연구가 안 된 공백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보궐(補闕)’의 역사서술 방식에 의해 본격적이고도 체계 있게 발해사를 최초로 정리했음을 알 수가 있다.” 당시 사료의 불충분 때문에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사실 박제가 서문과 유득공의 서문을 이해하면 이 책을 읽는 의미는 다 얻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박제가의 글은 발해고의 원문에는 없고 그의 정유집에 실려 있던 것을 붙인 것이다. 박제가는 연경을 향할 때 지났던 길들을 떠올리며 그때의 감상을 적는다. 요동은 천하의 한 모퉁이지만 영웅과 제왕이 일어날 만한 곳이며, 중국의 형세를 엿볼 수 있는 지역이지만, 고려가 망할 때까지 압록강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신라의 구주오소경안에 갇혀서 한···명의 흥망을 모르는 선비들을 한탄한다. 그러기에 박학하고 필력이 뛰어난 유득공의 발해고가 반갑다.

 

유득공은 고려가 발해사를 짓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한다. 발해가 망한 후에 그 유민들이 고려로 들어왔으므로 그들을 통해 발해를 알 수도 있었는데 소홀한 것에 대해 통탄한다. 문헌이 흩어지고 사료가 부족하여 ‘9개의 고()’-군고, 신고, 지리고, 직관고, 의장고, 물산고, 국서고, 국어고, 속국고-로 구성했다. “세가(世家)와 전()그리고 지()라고 안하고 고라고 한 것은 사서로서 체계를 못 이루었고, 또 감히 사()라고 자처하지 못하기 때문”(39p)이라고 하며 서문을 마친다. 이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사체(史體)에 대해 설명하고 싶으나 참았다.

 

아이들에게 인용문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전달이 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 사료의 신뢰도는 그 저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발해고는 당나라의 정사 신당서를 주요 사료로 했다.


발해의 왕들에 대한 기록 군고(君考)로 시작한다. 본기(本紀)에 해당한다. 진국공은 대조영의 아버지다. 이름은 걸걸중상이고 속말말갈인이고 고구려 유민이다. 중국의 요령성 조양으로 옮겨가 살다가, 측천무후 통치 2년에 반란을 일으키고 말갈의 추장인 걸사비우와 요수를 건너 성을 쌓는다. 측천무후에게 진국공이라는 봉작을 받는다. 걸사비우는 죽고 진국공의 아들 대조영이 고왕이 된다. 이때 국호를 발해라고 한다. 그리고 무왕, 문왕, 폐왕,, 마지막 왕 인선까지. 당나라로부터 왕의 칭호를 받는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하지만 신라나 고려와 달리 연호를 독자적으로 쓰고 있다.

 

당나라와 발해의 관계와 관련해서 안사의 난과 발해가 준 도움을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현종과 양귀비, 안녹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고구려 유민인 당나라 장군 고선지의 활약까지! 발해군왕이다가 대이진때 발해국왕으로 칭호를 바꾸게 된다. 계속 당에는 조공을 보낸다. 발해의 신하들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대문예, 무왕의 아우다. 나중에 당나라로 달아나 현종의 장군이 되었다. 발해의 지도를 펴놓고 오경(상경, 동경, 중경, 서경, 남경)의 위치를 짚어본다. 국서고(발해의 외교문서)에서는 일본에 보낸 친서들을 볼 수 있는데, 중국과는 달리 오히려 우위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발해가 망하고 그들은 정안국으로 명맥을 이었다.

 

모임을 마치며, 아이들은 혼자 읽을 때와 달리 함께 모여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이해가 되었다고 말한다. 세세한 내용은 언제까지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역사연구에 있어서 발해고의 의의와 유득공의 업적, 그 가치(특별히 오늘날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반론으로서)는 잊지 않길 바란다.

 

자 이제 열하일기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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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02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듕귁의 동북공정 너무
싫습니다...

그나저나 발해사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바가 1도 없네요.

지도에 나오는 것처럼 예전
발해의 영역이 오날날 우리
나라 땅이면 얼매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08-02 14:03   좋아요 3 | URL
위만조선, 한사군, 낙랑군 위치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있어서 요동땅과 평양에까지 확실한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서괭 2022-08-02 1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아이들이 몇 살이기에 이런 책을 읽나요? 갑자기 저도 열하일기 읽어봐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그레이스 2022-08-02 14:06   좋아요 4 | URL
초등 6학년~중학교1학년이예요
나중에는 읽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낭독으로든, 강독으로든 읽자고 했어요 ^^
합을 맞춘지 2년이 넘어가니 제법 잘들 하고 있어요.

그레이스 2022-08-02 14:36   좋아요 4 | URL
아! 제 아이들은 아니고, 고전독서동아리 회원들 자녀들이예요.
엄마들도 함께 참여해서 함께 읽고 토론해요.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어요^^

독서괭 2022-08-02 16:33   좋아요 5 | URL
ㅎㅎ 그레이스님 자녀가 아닌 것 같다는 짐작은 했습니다~^^ 엄마와 자녀가 함께하는 독서동아리라니 멋지네요~!

거리의화가 2022-08-02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을 왜 읽으셨나 궁금했었습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려웠을텐데 읽었다는 것만으로 대견하네요.
발해라는 이름도 발해의 역사도 한국인들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먼 역사가 되어가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유득공의 말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고려 때 발해사를 정리했다면 어땠을까~ 그 이후에는 시기도 지나버리고 발해 땅도 중국으로 넘어가버려서 사료 자체가 망실되었으니ㅜㅜ

그레이스 2022-08-02 14:40   좋아요 4 | URL
그러니까요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그가 사료로 삼은 것들이 대부분 중국의 문헌들이어서,,, 중국은 그저 자신의 변방에 있는 군에 불과한 나라로 인식했기에 충실한 자료가 없었을듯요.ㅠㅠ
그래도 그나마 유득공의 발해고가 이 지역에 대한 역사자료를 남겨놓았지요. 북학파에 대한 학문적 핍박이 거센 상황에서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조선상고사에도 이에 대한 글이 있는듯요.

새파랑 2022-08-02 1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발해 역사는 잘 모르는데 흥미롭네요 ㅋ 전 대조영 밖에 모릅니다만 ㅎㅎ 저 나이때 아이들이 읽다니 대단한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08-02 16:14   좋아요 3 | URL
대씨와 고씨 이렇게 말하면 잘 안와닿는 표정이다가 대조영 얘기하면 알아요! 하면서 반가워하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8-02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해역사를 같이 읽는 것도 대견하지만 엄마들과 함께 읽는 토론 모임 너무나 부럽습니다. 제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도 같이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나간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아서요. 그 때 조금만 더 부지런히 준비할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모임 오래오래 좋은 추억 많이 남기시길 바래요!!

그레이스 2022-08-02 17:05   좋아요 2 | URL
예~^^
한 목적으로 오래 가기 쉽지 않죠!
회원들한테 넘 감사하고 있어요.

모나리자 2022-08-02 1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역사책 독서 삼매경이시군요~
발해의 역사도 꽤 방대하지요. 유익한 시간 되셨겠어요.
8월에도 열정적인 독서와 함께 화이팅 하세요.^^

그레이스 2022-08-02 19:37   좋아요 3 | URL
^^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화이팅요!
^^

scott 2022-08-03 0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지원의 열하일기
초딩 때 넘 재밌게 읽어서 이후 부터 이덕무, 정약용 등등으로 관심을 돌렸어요.

직접 지도를 그리면서 지명을 익혔다가
발해 땅 되찾고 싶을 정도로 안탑깝고

발해 지역 온돌은 분명 우리 문화 ^^

그레이스 2022-08-03 00:42   좋아요 2 | URL
스콧님은 역시 일찍부터 역사에 깨어계셨군요
👍 👍 👍

책읽는나무 2022-08-03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울집에도 <발해고> 있는데 말이죠.
저는 홍익출판사껄로 있어요.
아이들도 척척 읽어 오는데 왜 전??
그레이스님이 제게도 숙제를 내주셨음 좋겠어요ㅋㅋㅋ

그레이스 2022-08-03 00:45   좋아요 3 | URL
ㅎㅎ
숙제라기보다 약속^^
아이들 힘들어해요
잘 안읽히는 책은 엄마들이 같이 낭독도 할거예요. 아마
홍익출판사도 좋아요~

수이 2022-08-07 10:19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제 마음!!

mini74 2022-08-03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 중학교때 권장도서 중 하나가 책만 아는 바보얐어요 ㅎㅎ 전 고미숙의 열하일기 읽었는데, 저희 아이도 재미있어했어요 그래이스님 *^^* 진정한 벗이 되고싶다는 아이들 마음이 예뻐요 ~

그레이스 2022-08-03 22:29   좋아요 2 | URL
^^
책만 보는 바보,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죠!
7년 전쯤에 제가 성인독서토론 강의 시작할때 첫번째 책이었어요^^
저희 아이 초등5학년때 친구들과 함께 발해고 읽혔는데,,, 그때 기억이 남는다고 하더라구요^^
읽으면 읽게되고 깨달음은 나중에도 오는듯요

서니데이 2022-08-04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발해에 대해서는 다른 시대보다도 아는 것이 적어요.
한국사 관련 시험 공부를 해도 이 시대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나오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05 07:17   좋아요 3 | URL
저도 거기서 거기예요
발해에서 보물잦기 읽은 초등생이 저보다 더 많이 알지도...!^^
오늘도 좋은 하루!

희선 2022-08-05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발해고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유득공은 중국에 갔다 오고 그런 걸 썼군요 그게 지금까지 남아서 다행이다 싶네요 조금 잘못된 게 있다 해도... 다음엔 열하일기를 함께 읽는군요 아이들한테 좋은 경험이 되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8-05 07:16   좋아요 2 | URL

그럴거라 믿고 하고 있어요
오늘도 모이는 날이네요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입니다 ㅋ
소설이 낫잖아요?ㅋㅋ

서니데이 2022-08-06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덥지만, 내일 조금 더 기온이 올라가네요.
다음주에는 비가 많이 올 거라고도 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즐겁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06 23:08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오늘밤 평안하시길요

파이버 2022-08-11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른인 저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볼때만 스치듯이 접하고 읽기에는 망설여지는 책인데 어린 아이들이 읽는다니 놀랍습니다. 부모님과 자녀가 같이 역사공부를 하다니 정말 뜻깊은 모임이네요!

그레이스 2022-08-12 00:17   좋아요 1 | URL
예 ~
이렇게 끌고 올수 있어서 정말 뿌듯합니다~
코로나때문에 한동안 줌으로 했거든요~
아이들이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더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