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를 읽다가 아일랜드 역사를 찾았고, 아일랜드의 역사를 찾다가 영국사슬픈 아일랜드를 읽고, 영국사를 읽다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올리버 트위스트슬픈 아일랜드는 아이들의 유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쟁과 기아와 같은 상황은 사람들을 한 곳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생존을 위해 길을 떠나게 한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아일랜드의 19세기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감자 역병이 발생해서 기근이 들고, 아이들(에일리, 마이클, 페기)의 아버지는 국가 공공사업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떠난 지 1년 후, 이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막내 브리짓은 숨을 거둔다. 여기저기서 전염병이 돌고, 죽음의 소식들이 들려온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가 식량을 구해오기 위해 떠난다. 집에 남은 세 아이들을 수용소(구빈원)에 데려가기 위해 집행관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수용소를 향해 가는 무리에서 벗어나 도망한다. 아이들은 이모할머니들이 있는 도시를 향해 간다.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시체를 목격하고, 부상을 입기도 하고, 열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여행길에서 잘 가꾸어지고 열매와 꽃들이 가득한 귀족의 정원과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영국으로 실려 가는 곡물을 보고 분노한 군중들의 소요를 목격한다. 아이들이 도착한 항구도시는 번화하고 물자가 넘쳐나고 사치스런 차림을 한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작가는 어떤 비판이나 평가도 없이, 그저 아이들의 눈에 비친 광경만을 묘사하고 있다. 의심 없는 아이들의 시선에 들어오는 극단적 대비를 그냥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읽어내고 비판하도록 하고 있다. 서쪽에서는 기아로 인해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고, 동부 해안에서는 물자가 넘쳐나고 곡물이 바다를 건너 수출되는 상황을 당시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인식하고 비판하도록 한다.


피터 그레이의 아일랜드 대기근1845감자 대기근전후의 역사와 기근 동안의 아일랜드인들의 고통과 영국 정부의 정책과 부패한 지주들의 착취와 농민들의 분노, 그리고 이민과 대기근이 남긴 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45년 이전의 아일랜드 역시 가난한 사회였다. 12세기에 부분적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아일랜드에서는 전쟁, 반란, 재산몰수가 잇따랐고. 16~17세기에 영국의 지배지역이 확대되면서 아일랜드의 발전은 중단되었다. 이때부터 아일랜드인들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지역으로 이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번영과 빈곤의 극단을 경험하던 18세기, 1741년의 흉년은 블리아드하인 안 아이르(학살의 해)’라고 불렀다. 1760년대 부유해진 영국계 아일랜드 엘리트층은 영국 지배자들에게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1794년 비밀결사인 아일랜드인 연맹은 1798년 봉기를 일으켰다. 1798년의 반란을 이용해 윌리엄 피트는 연합법안을 상정하고, 1800년 아일랜드 의회와 영국 의회가 통합되고 연합국가가 된다. 아일랜드 총독과 수상은 영국인이었고 런던에서 임명되었다.

 

연합 국가는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자유무역을 시작, 경제제도를 통합했다. 경제발전이 늦었던 아일랜드가 영국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18세기 부재지주들이 임대한 토지를 중간소작인이 영세소작인에게 토지를 전대하고 농업수익을 올렸는데 물가가 상승하면서 18세기 후반부터는 지주들이 직접 토지를 관리하면서 중간 소작인들이 쫓겨나게 된다. 인구증가로 극빈자들의 숫자가 증가했고, 가난의 문제를 멜서스식으로 이해했던 영국인들은 1830년대 자본투자의 부족으로 아일랜드의 문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한 공공사업보다는 영국의 새로운 구빈원 체계를 본딴 구빈법을 도입했다. 1845년 아일랜드의 수출부문은 고도로 상업화되었지만 그 한쪽에서 생계는 곤궁해져 갔다. 정부의 대책은 더뎠고, 감자 마름병 같은 사태만으로도 쓰러질 만큼 취약해져 갔다.

1828년의 구빈법에 따라 아일랜드는 130개의 구빈 연합체로 나누어졌고, 각 구빈연합체에 하나의 구빈원이 세워졌다. 1836년 빈곤상태라고 선언한 빈민수가 240만 명이었음을 볼 때 10만 명에 달하는 구빈원 전체 정원은 턱없이 모자랐다.

 

1845~1846년에는 식료품 공급이 모자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량 아사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할 수 있었다. 1845년 수확으로 영국인 125만 명을 먹일 만큼 수출했고 더 값싼 수입품이 그 부족분을 채웠다. 이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듯하지만 수출한 식량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겨울 기아가 끝난 1847년 봄에 미국으로부터 곡물 수입이 시작되었다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정부는 공공공사의 체계를 개혁하고 고용을 늘림으로 구제책을 세웠지만 물가상승과 임금 동결로 빈민들의 고난은 여전했다. 공공공사는 실패했다.

 

기아로 인해 면역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질 등의 역병으로 사람들은 죽어갔고, 노약자들이 수용된 구빈원은 전염병의 온상이 되었다. 구빈원은 빈민의 바스티유 감옥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1848년에 감자마름병은 다시 나타났고, 1851년까지 기근이 계속되었을 때, 새로운 구빈법은 토지를 소작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에서 제외시켰고, 사람들이 토지로부터 축출되었다. 토지 자유거래는 파산상태인 사유지를 영국계 아일랜드 지주들에게 재분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대기근 동안 분노한 농민들과 빈민들의 봉기가 다수 일어났다. 이후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운동에 불을 지피게 된다.

 

1846~1855년 사이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관선(棺船,Coffin Ship)를 타고 캐나다와 미국으로 이주했다. 대이동이 진행되었다.

 

대기근은 근대 아일랜드 형성의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물론 중요한 사회변화가 1845년 이전에도 많이 일어났지만, 대기근은 오늘날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형성했고 또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근 이후, 아일랜드는 19세기 유럽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처럼 특이한 인구통계는 다른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며, 그토록 끈질긴 악몽에 시달린 나라 또한 없으며,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외로 떠나보낸 나라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피터 그레이 아일랜드 대기근117p)”

 

아일랜드의 역사를 보면서 일제강점기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험난한 시절 어린 아이들의 고단하고 위험한 생존 여행을 보면서 국가가 보장해야 할 개인의 안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로완 길레스피 <기근Famine>,1997, 더블린 리피강 부둣가

죽은 자식의 주검을 둘러맨 채 휘청이며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출처:오마이뉴스,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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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22 06: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랬던 아일랜드가 지금은 국민 1인당 GDP가 $10만을 넘어서서 세계 2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경제, 외교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는 발전이라고들 하지만 하여간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아일랜드 가서 감자 기근 운운하면 줘 터질 거 같더군요. ^^:: 이 내용을 읽고 불과 이틀도 안 되어 써먹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ㅋㅋㅋㅋ
그 섬엔 물이 좋은지 글도 좋은 사람도 많고.... ㅎㅎㅎ

그레이스 2022-12-22 06:42   좋아요 5 | URL
골드문트님~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장 이해 못했어요^^;;

아일랜드가 그렇게 발전했으니 역사도 재해석되고, 영국이 아일랜드에서 했던 정책들도 비판받는 것이겠죠.^^
확실히 글 좋은 사람들은 많은 듯요.

Falstaff 2022-12-22 06:45   좋아요 3 | URL
별거 없습니다. 아일랜드가 이제 세계에서 무지 잘 사는 나라라는 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런 내용을 읽은지 이틀만에 여기서 써먹었다는 것 뿐입니다. ^^

그레이스 2022-12-22 06:48   좋아요 4 | URL
아!^^
덕분에 현재 아일랜드의 현재 위상도 알고!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12-22 0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 역사에 저런 모습이 있었군요. 아일랜드 작품들이 슬프고 우울한 이유가 역사때문일수도 있겠네요~!

그레이스 2022-12-22 07:24   좋아요 5 | URL
제 기억이 맞다면 800년 동안 영국의 통치아래 있었고 1800년부터는 통일국가(?)였는데, 그정도면 자신의 나라를 영국이라 생각할만 할텐데, 이 대기근 동안에 겪은 일들이 아일랜드의 정체를 깨닫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희생이 컸으나,,,,, 민족주의 정신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페넬로페 2022-12-22 0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읽으면서 아일랜드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데 책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영국사를 읽어야겠네요^^

그레이스 2022-12-22 07:47   좋아요 5 | URL
제 생각에 18,19세기 디테일은 이 시공디스커버 총서도 좋은듯요

거리의화가 2022-12-22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아일랜드의 역사는 따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어요. 그레이스님이 추천해주신 책 담아갑니다^^ 영국사와 비교해보면서 읽어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2-22 15:06   좋아요 2 | URL
문학이 이런 지식을 알게 해주는 효과가 있죠.
그럴때마다 이래서 책을 읽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포스트잇 2022-12-22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는 생각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정치, 역사에 관한 책이더군요. 영국과 아일랜드 역사, 정치사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대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와 우리가 비슷한 역사를 갖기도 했고요.
그래도 우리가 더 빡센 역사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것 ㅠ

그레이스 2022-12-22 15:08   좋아요 2 | URL
예 맞아요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했어요.
우리가 더 빡센 역사...! 그런듯요~

미미 2022-12-22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말씀하신 역사적 유사점 때문인지 아일랜드 정서가 우리와 닮은 부분이 있는것 같아요. 그런 책도 출간되었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 보관함 어딘가에 있을텐데ㅜ.ㅜ
지난번 올려주신 글 보고 <영국사>중고로 구매했어요. 읽는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했네요^^*

그레이스 2022-12-22 15:09   좋아요 4 | URL
생각나시면 올려주세요~
저도 오래오래 묵히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읽은 책입니다

mini74 2022-12-22 13: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국은 참 ㅠㅠ 아일랜드에도 뭔가 우리가 말하는 한의 정서가 있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12-22 15:10   좋아요 4 | URL
한의 정서!
율리시스를 읽어보면 확실히 있는것 같아요

희선 2022-12-23 0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와 한국이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 본 적 있어요 슬픈 역사랄까 가톨릭 지배를 받기도 했더군요 아일랜드 역사는 영국 역사와 함께 봐야 더 잘 알 것 같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12-23 06:47   좋아요 3 | URL

잉글랜드의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아일랜드의 상황도 달라졌으니까요

서니데이 2022-12-23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주말이 성탄절인데, 날씨가 계속 추울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레이스 2022-12-23 22:34   좋아요 3 | URL
예~~
서니데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

얄라알라 2022-12-25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트위스트를...아이들의 ˝유랑˝ 관점에서 볼 수도 있겠군요.
저는 어린 아이들에게, 오늘날로서는 중독 행위인 술이 허용되는 모습에 놀랐어요.

그레이스 2022-12-25 15:36   좋아요 2 | URL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켰는데, 술 담배는 오죽하겠어요 ㅠㅠ

하나의책장 2022-12-2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글 보니 문득 아일랜드사에는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절 반성하게 되네요.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1월에 바로 읽어야겠어요!

날이 많이 추워요.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그레이스 2022-12-25 22:06   좋아요 1 | URL
^^
예~
‘하나‘님도 복된 성탄 보내시고,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2022-12-25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5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07 07: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게 주말 잘 보내세요~~♡
 
올리버 트위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1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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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킨스를 초등생에게 읽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전집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이 책들은 아이들에 맞춰 편집되어, 원작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디킨스의 신랄하고 풍자적인 어투를 경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가 비판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기 어렵다. 실제로 어린 시절 내가 읽었던 올리버 트위스트는 그저 불행한 소년의 유랑과 불운한 사건들 그리고 마침내 얻는 행복이란 이야기로만 남아 있었다. 단지 디킨스가 제공한 에피소드만 얻는 독서에 그쳤던 것이다.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확신하게 됐다-이 소설은 아이들 용으로는 출판되지 않아야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는 읽히지 말아야 한다.^^

 

올리버가 태어난 구빈원은 1834년 개정된 신구빈법에 의해 운영되는 시설이다. 디킨스는 이곳에서 그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행해지는 비인간적인 악행들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15세기부터 시작된 인클로저로 인해 쫓겨난 사람들은 걸인이나 유랑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들을 구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구빈법(the Elizabeth Poor Law, 1601)과 유랑법이 제정되었다. 신체가 정상적인 걸인들은 구걸하기 위해서 허가증을 얻어야 하였고, 유랑법을 어기면 태형에 처해지거나 감옥에 보내졌다. (박지향 영국사303p)

 

엘리자베스 여왕 때 만들어진 이 구빈법은 1834년 개정되었다. 18세기에 들어와 영국은 다수의 전쟁을 치르며 증가한 전쟁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빈민들은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빈민구제에 드는 비용도 100년 사이에 6배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재정적 압박을 받으며 구빈법을 개정하게 된다. 디킨스는 이 신구빈법을 비판한다.

 

그는 이 구빈법과 함께 당시 영국의 법과 제도를 이끌어갔던 공리주의를 비판한다.

이후 여덟 달 내지 열 달 동안 올리버는 제도적으로 시행된 배반과 기만의 희생자였다.(올리버 트위스트 124p)”  구빈원에서 태어난 올리버에게 행해진 일들을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 올리버에게 할당된 비용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출하는 구빈법 위반자에 대하여 이로써 가장 깊은 바닥에서조차 한층 더 깊은 바닥을 찾아내는 솜씨를 통해 자신이 아주 위대한 경험주의 철학자임을 증명해 보였다(올리버 트위스트 125p)” 고 비아냥댄다.

 

전체 이야기는 계몽적이다. 만삭의 몸으로 여행 중이던 정체모를 여인에게서 태어난 올리버, 해산과 함께 그의 모친은 죽고, 올리버는 태어난 구빈원에서 돌봄을 받고, 보육원에서 양육되다가, 다시 구빈원으로 보내진 후, 처벌의 형태로 장의사에 보내진다. 태생이 불운한 아이를 향한 편견과 비인간적인 처우, 굶주림, 착취, 학대로 인해 올리버는 도망한다. 런던에 도착한 아이는 범죄 집단의 마수에 걸려들지만, 우연한 사건과 만남이 반복되면서 출생의 비밀과 그를 향한 음모가 밝혀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권선징악으로 마무리 된다.

 

당시 영국사회는 돈이 최고의 가치인 사회이고, 디킨스가 서문에서 예로 든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에서처럼 폭동과 절도와 무질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회였다. “경찰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법을 집행할 기관이라는 것이 고작 치안관과 치안판사, 소수의 상비군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박지향 영국사344p)”

 

자유와 번영이 존재했지만 동시에 부패와 빈곤 등 모순적인 양상들이 가득한 당시 영국사회의 모습을, 디킨스는 구빈원과 런던의 빈민가를 그림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어린 올리버를 통해 선의 원리가 온갖 역경과 악의 유혹을 이기고 살아남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범죄 집단의 실상을 그대로 묘사하려 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 사회에 기여하길 원했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이런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각 장마다 제목을 마치 기사 헤드라인처럼 달고 있다.

 

이 소설에서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은 도둑집단의 우두머리를 유태인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태인 페이긴은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가 도둑질을 가르치고 착취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다. 그를 페이긴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자주 유태인으로 지칭한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셰익스피어 역시 베니스의 상인에서 돈만 아는 인정머리 없는 냉혈한으로 유태인을 소환하고 있다. 디킨스나 셰익스피어의 이런 작품이 읽혀지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편견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피했어야 할 일이다. 그 시대와 환경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이런 글들이 사람들의 증오심을 쌓는 작용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두려운 일이다.

 

올리버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 때까지, 아이를 타락시키려는 인물과 아이에게 선을 베푸는 사람들, 범죄자와 그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차츰차츰 벗겨가는 소설의 플롯은 탁월하다. 권선징앙적 메시지만 있었다면 조금 식상할 뻔한 스토리지만 당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어 가벼이 읽을 수가 없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영국사를 들여다보게 한다. 여기에 디킨스의 탁월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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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8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어려운 시절 읽는 중인데요 아직 초반이지만 재미있네요 필력이 대단!

그레이스 2022-12-18 23:40   좋아요 2 | URL
예~
저도 ‘어려운시절‘ 담 순서입니다.
빨리 읽고 싶네요

Falstaff 2022-12-19 0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어떻게 디킨스를, 그것도 올리버를 읽으시고 이런 리뷰를 하실 수 있는지, 그저 놀라고 맙니다. @.@ ^^

그레이스 2022-12-19 09:09   좋아요 2 | URL
어렸을때 명작소설로 읽었던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방향이 일로 잡히네요^^

미미 2022-12-19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짧게 편집한 그의 소설을 한 편 읽고 뭔가 허전해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어요. 그레이스님 리뷰를 보니
더 궁금해집니다. 박지향의 <영국사>도요! ^^*

그레이스 2022-12-19 10:21   좋아요 3 | URL
박지향의 영국사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학교다닐 때 이런 책으로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persona 2022-12-19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약본으로라도 읽힌다는 게 좀 역효과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일단 추천도서 리스트 자체가 신빙성이 잘 안가고요. ㅋㅋ 저는 어릴 때 소공녀나 올리버트위스트나 제인에어를 어른들이 보는 그림 없는 책으로 읽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구들과 홈스쿨링과 대안학교와 영어교육을 만나게 해준 게 저에겐 초딩때 만난 디킨스여서… ㅎㅎㅎ
근데 영어공부 한다고 제인오스틴은 축약본으로 읽었어요.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제인 오스틴을 어느 정도 잔뜩 오해하고 있었어요. ^^;;

그레이스 2022-12-19 12:12   좋아요 2 | URL
원서로 읽는게 정말 좋을듯요
저도 기회가 되면 원서로 읽어보려구요^^

yamoo 2022-12-19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지향의 <영국사>가 더 눈길이 갑니다. ㅎㅎ
박지향의 근현대사는 꽤 괜찮더군요. 우리나라 근대사도 그렇고 일본과 영국사도 꽤 좋았습니다~
그레이스 님의 서재에서 보니 매우 반갑네요^^

그레이스 2022-12-19 19:35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매끄럽게 잘 썼어요
가독성이 좋았어요
저도 반가워요

scott 2022-12-19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디킨즈 가정 폭력범이지만
글은 정말 잘쓴다는 건 인정! ㅎㅎ

영국 19세기 사회 모습이 가장 잘 묘사된
<황폐한 집> 추천 합니다 ^^

그레이스 2022-12-20 07:18   좋아요 3 | URL
아이러니죠^^

<황폐한집> 입력!
제가 전자책으로 갖고 있네요 ㅎ

mini74 2022-12-21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저도 어릴적 어린이책 문고판으로 접했어요. 그러고보니 마치 읽은것 같은?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제대로 찾아 읽지 않았어요.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제대로 읽고 싶단 생각듭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항상 하던 스크루지 영감도 제대로 읽어보고싶네요.

그레이스 2022-12-21 14:20   좋아요 1 | URL
전혀 달라요~^^

서니데이 2022-12-21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책으로 공부하면서 어느 시기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문학을 통해서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 요약본으로 알았던 책들은 다시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23 06: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그런 책들이 많죠?!
서니데이님도 오늘은 특별히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12-23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트위스트 제목만 알고 책은 못 읽어봤네요 크리스마스 캐럴도... 이건 영화나 만화영화만 봤어요


희선

그레이스 2022-12-23 06:53   좋아요 1 | URL
크리스마스 캐럴때문에 겨울에는 디킨스가 읽히는 듯요^^

서니데이 2023-01-06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07 07: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1-07 12: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새해 건강하세요

thkang1001 2023-01-0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필드 2023-01-11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너무 늦진 않았나요 ?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당 💐
저도 크리스마스캐럴 좋아하는데
요책은 안 읽어봤네요 읽어보면 좋을거 같네요 ^^

그레이스 2023-01-11 15: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늦긴요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축하까지 해주시는데요

아마 재밌게 읽으시지 않을까싶네요
 

벨로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어쩌면! 바야흐로 이제부터 어떤 일이 네게 닥쳐올는지 넌 거의 모르고 있잖아. 나는 너의 보잘것없는 운명을 결정하고 너의 버릇을 길들이는 타타르인이야!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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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08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영상이긴 한데, 오늘은 조금 차가운 느낌이 들어요.
따뜻한 하루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12-08 18:03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두요~~

서니데이 2022-12-15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12-17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7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율리시스』를 읽고 있다. 26만 단어가 넘고 3만 개의 어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1904616일 목요일 하루 동안 여러 등장인물들이 더블린에서 경험하는 여러 일들을 싣고 있다. 그들의 여로를 따라 바닷가와 더블린 시내를 걷고, 그들의 문학과 철학에 관한 대화를 듣고, 그들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어떤 것이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모호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조이스는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둔다고 했지만, 오랜 시간을 통해 연재되었던 이 작품의 스키마, 사건의 동시성, 곳곳에 배어있는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작가의 생각, 풍자를 위한 의도적인 언어의 유희 등은 작품 전체를 조감하고 숨겨진 상징을 읽어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또한 성서, 호머, 셰익스피어, 밀턴, 토마스 아퀴나스, 아리스토텔레스, 단테, 니체, 괴테, 모차르트, 바그너 등의 신학, 철학, 문학, 예술과 아일랜드 민속음악, 유럽의 역사, 신화에 걸친 방대한 지식이 담겨있다. 이러한 내용이 주인공의 의식을 차지하고 있어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다가 자주 장애를 만난다.


율리시스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읽은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삶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알폰소 자피코의 제임스 조이스. 제임스 조이스의 아버지 존 조이스와 어머니 머리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유년시절로 시작한다. 그 시절 아일랜드의 정치 외교 경제적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다. 청년 조이스에게 영향을 주었던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일랜드의 정치인, 친구들, 연인들 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파리 유학시절의 경험은 모친상을 당해 아일랜드로 돌아왔던 그가 다시 떠나기로 결심하게 한다. 결혼과 함께 아일랜드를 떠나 스위스, 이탈리아, 파리에 체류하며 다시는 더블린에 가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항상 더블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블린은 그의 애증의 대상이다. 작품에서 그가 더블린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곳이 그의 존재의 뿌리가 되고, 동시에 그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술로 인해 더욱 심해지는 녹내장을 앓으면서, 작품을 써내는 열정을 보이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져서 기행을 일삼기도 했다. 조이스의 죄의식을 만들어냈던 사건들을 엿보게 되고, 그 죄의식과 욕망의 충돌 사이에서 글을 쓰는 행위가 그에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조이스를 아는 가까운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읽고 오히려 칼 융과 만날 것을 권유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조이스의 작품에 그의 깊은 내면의 자아들을 잘 묘사되어 있다는 뜻이다. 율리시즈의 스티븐과 블룸은 조이스의 자아다.


동서문화사에서 출판된율리시스로 시작했다. 각 장마다 잘 요약된 줄거리는 더블린이라는 미로 속으로 들어갈 독자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이다. 동서문화사의 율리시스는 너무 친절한 번역 때문에 오히려 작가의 문체와 의도를 놓치게 된다. 아일랜드어나 그리스어 원문을 번역해놓아서 작가가 이 단어를 통해 던지는 중의적 의미라든지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 단어가 내포하는 암시라든지, 언어유희를 통한비판 등을 놓치게 된다

나보코프가 말하듯, 조이스는 온갖 종류의 언어트릭,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 단어의 치환, 언어의 되풀이, 동사를 기괴한 한 쌍으로 만들기, 소리 흉내(508p 나보코프 문학 강의)” 등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천재적 작가다

동서문화사와 범우사 번역본과 원서를 비교하며 읽었다. (원서는 책으로 읽다가 조이스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그 사이트를 이용해서 읽었다. 이 사이트에는 조이스 연구서와 비평, 역사, 인물들에 대한 많은 자료가 들어 있다. http://dh.aks.ac.kr/~red/wiki/index.php/The_Joyce_Project주석의 방향이나 정보의 상세성에서도 두 번역에 차이가 있다. 김종건 교수의 율리시스는 언뜻 보면 어려운 듯하지만 의역보다는 더 이해하기 쉽다. 불행히도 범우사에서 출판 당시 따로 펴냈던 주석본을 갖고 있지 않아서, 어문학사에서 다시 출간된 김종건 역 율리시스를 샀다. 어문학사 율리시스는 현대적이 어투로 조금씩 수정이 되어있고, 주석 번호는 범우사의 것과 일치한다. 어문학사 주석부분을 펴놓고 범우사 책에 마음껏 줄 긋고 메모해가며 읽고 있다. 방대한 주석 분량 때문에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시간이 걸렸지만, 3장과 10, 11장에 이르면서 의도된 동시성, 시각을 통한 의식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문장과 부호들, 청각을 통한 음악적 구성들을 만나면서 조이스의 탁월함을 깨닫게 된다. 그의 세계의 일부는 선명하게 일부는 모호한 채로 경이롭게 다가온다. 조이스를 칭송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에 도움을 받은 책은 김종건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 문학 읽기. 이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들 시, 산문, 희곡들을 소개하고 각 작품마다 내용과 해석을 담고 있다. 특별히 조이스 연구자들의 다양한 비평과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율리시스각 장의 내용을 요약하고 분석하고 있다.

 

가장 많이 도움을 받고 있는 책은 김종건 교수의 율리시즈 연구1,2. 1995년에 출판된 책이다. 책 제목 그대로 본격적인 율리시즈 연구다. 각 장마다 더블린 거리의 지도와 주인공들이 지나간 출발점과 조우한 장소, 도착점을 상세하게 그려넣었다. 실제로 김종건 교수는 더블린에 체류하며 이 지역을 탐색했음을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각 장의 문체와 주제, 상징, 그들을 이끌어가는 이미지와 지각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개안이라고 해야하나, 모호했던 세계가 밝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종건 교수의 율리시즈와 제임스 조이스에 관한 34년간의 연구는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언제 다시 볼까 싶어서 도서관 대출로 읽다가 결국은 다 구매했다. 2권은 아직 오고 있는 중이다. 이 연구서를 읽다보면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이스는 자신의 작품을 가볍게 읽을 것을 독자들에게 권했지만, 그의 의식은 그렇게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이것이 조이스의 작품을 대하는 독자의 아이러니다.


이렇게 여러 권 읽고 나면 나보코프 문학 강의』 제임스 조이스 편은 가볍게 리마인드하는 책으로 좋다. 만약 율리시스 읽기를 포기했던 경험이 있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면 나보코프 문학 강의』'제임스 조이스' 편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위의 연구서와 달리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각 장에 대한 요약과 해석을 가볍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본문을 읽기 전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특별히 나보코프는 독자가 율리시스에서 간과하게 되는 장면과 의미를 짚어준다. 아니 여기 그런게 있었어? 하고 놀라게 된다. 나보코프에 의하면 두 번째 정도 읽는 몇몇 독자들은 눈치채는 내용이라고 하니 첫 번째 읽으면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체적인 조감을 한 후에야 알게되는 상징이다. 그 내용들은 조이스의 천재성을 확신하게 한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다보면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나더블린 사람들의 인물과 사건이 다시 반복되거나 회상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율리시스를 읽다가 잠시 더블린 사람들의 단편들을 찾아보는 것도 내용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다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너무 오래 전에 어렵게 읽었었던 기억만 남아있는데 이 기회에 다시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보통 영국의 역사에 포함되어 출간된 책만 갖고 있다. 서점에서도 따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서 검색과 영국사를 참고했다. 이 기회에 아일랜드 배경인 청소년 소설슬픈 아일랜드』을 읽었다.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때 굶주림과 이산, 전염병을 피해 여행하는 형제들 이야기다. 감자역병이 대기근의 원인이라는 기존 관점과 달리, 아일랜드에서 이루어진 식량수탈도 그 원인이라는 사실을 소설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찾아내도록 할 수 있다. 함께 아일랜드의 간략한 역사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하는 율리시스읽기는 12월에 마친다. 함께 읽지 않았으면 못 읽었을 책이었다. 함께 읽기를 잘했다. 조이스의 역작이자 실패작인 피네간의 경야는 도전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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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8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읽기 안내서 역할을 하는 글이네요. 항상 위시리스트 목록에는 들어있는 책인데 엄두가 안나서 도전을 못하고 있는데 언젠가 읽게 된다면 그레이스님 요 글을 참고로 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김종건님의 1995년 작은 여전히 책이 나온다는게 놀랍네요. 그만큼 많이 참고하는 책이라는 방증이네요^^

그레이스 2022-11-28 10:13   좋아요 3 | URL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이렇게 오랬동안 연구하신 분이 없는걸로 보이고 책의 소개에 의하면 감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과장인지 모르겠지만...^^
이 연구서를 읽다 보면 정말 조이스에 천착한 시간들이 느껴집니다.^^

페크pek0501 2022-11-28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가 방대한 분량이군요. 그래서 더 유명한가 봅니다.
더블린 사람들은 읽었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요.ㅋ
사진 속 책의 두께를 보니 열공하는 그레이스 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레이스 2022-11-28 10:55   좋아요 3 | URL
ㅎㅎ
헤매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렇게 쌓여 있네요.
다 소화할지 자신없지만 이번 기회에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stella.K 2022-11-28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그야말로 공부하시듯 읽으셨군요.
오래 전 저의 싸부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더랬죠.
이것저것 읽기보다 한 우물을 파보라고.
전 공부머리가 없어서인지 이것저것 건드리기도 힘들던데. ㅋ 벌써
한 해를 마치는 싯점에서 뿌듯하시겠어요. 부럽습니다.

그레이스 2022-11-28 12:26   좋아요 3 | URL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예요
내년에는 푸르스트를 읽으려고 합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읽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Falstaff 2022-11-28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수리 문장紋章의 금속활자본 범우사 판으로 읽었는데요, 그레이스 님처럼 우물 판 건 아니고, 그저 열일곱 중단편과 하나의 희곡을 감상하는 것처럼 읽었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읽어지더라고요.
지금 보니까,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 <피네간의 경야>가 있는 겁니다. 거의 새 책으로 말입니다. 그래 미리 독후감 한 달치 정도를 쓰고 난 다음에, 한 달을 기한으로 함 읽어볼까 궁리 중입니다. 근데요, 아마 안 읽을 거 같아요. 책 읽을 시간이 얼마나 더 있다고 구태여 골치 아플 일을 만들겠는가 싶더라고요. 즐길 것도 무궁무진한데 말입지요.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11-28 19:11   좋아요 3 | URL
복원된 ‘피네간의 경야‘는 장식용으로, 읽으려면 정선된 얇은 책으로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2-11-28 2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즈 관련 책을 여러권 가지고 계시군요. 그 책은 원서도 읽기가 편한 책은 아니니까 번역본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분량부터 적지 않아서 시작하기가 부담되는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11-28 21:15   좋아요 3 | URL

이제는 그 부담을 떨쳐버릴때가 된듯하여 시작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밤 되세요

scott 2022-11-28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딩때 완독하고
두툼한 원서 정복했지만

조이스옹의 최애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
<피네간의 경야> ㅎㅎㅎ

그레이스님 저 책 탑 전부 정복 하시고 나면
흑맥주+감튀 드시기 롱 ^^

그레이스 2022-11-28 23:40   좋아요 2 | URL
아!
아무래도 피네간의 경야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새파랑 2022-11-29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는 보기만 해도 어려운거 같아요. 저 첫페이지 읽다가 그냥 나중에 휴가내서 읽어야지 하고 접었습니다 ㅎㅎ

책탑이 완전 위압적이네요 ㅋ

독서괭 2022-11-29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아.. 그레이스님, 뭘 했다 하시면 제대로 파들어가시는 분이군요! 원서까지 비교해가며 읽으시다니 대단합니다. 저는 조이스 <죽은 사람들> 읽고 재미있어서 읽겠다고 <더블린 사람들> 사놓고 세편 정도 읽고 중단되어 버렸네요;; 재미없었던 건 아닌데.. 뭐에 밀렸나 봅니다..아이코. 끝까지 완독 응원할게요!

그레이스 2022-11-29 12:04   좋아요 3 | URL
저도 그렇게 잊혀진 책들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독서괭님 독서 응원합니다~~!

꼬마요정 2022-11-29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율리시즈 동서문화사 2권짜리 사서 모셔두고 있어요 ㅎㅎ <애러비> 가 너무 좋아서 <더블린 사람들>을 집었는데 다 읽지는 못했죠. 언젠가는 읽을 수 있을까요? 제임스 조이스 하면 이제 그레이스님이 떠오를 거예요^^

그레이스 2022-11-29 14:09   좋아요 3 | URL
아!
영광입니다.
지금 잠시 틈이 나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읽고 있는데, 완전 새롭네요.
전에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요?^^;;

mini74 2022-11-29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더블린 표지는 너무너무 읽고싶게 생겼어요~ 같이 읽으면 그래도 힘날 것 같다하다가 아래 쌓인 책 보고 헉 ! 했어요 그레이스님 ㅎㅎ

그레이스 2022-11-29 22:37   좋아요 2 | URL
더블린은 문예출판 전자책으로 있는데, 민음사로 사야하나 고민중입니다.
^^;;;;

서니데이 2022-11-30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갑자기 가을에서 겨울이 된 것 같았어요.
오늘까지 11월, 내일부터 12월입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1-30 22:24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도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서니데이 2022-12-03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원서가 외국어인 책은 원서와 여러 번역본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대부분 비슷하게 번역이 되기는 하는데, 조금 더 나은 번역이라거나 이해하기 좋은 문장이 있기도 해서요.
12월이 되면서 날씨가 너무 많이 추워졌어요.
내일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갈 거라고 하니,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03 23:02   좋아요 2 | URL
읽을때는 고생하면서 읽어도 읽고나면 성취감이 있긴 해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건강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2-12-08 1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08 18: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 되세요

yamoo 2022-12-09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이거 읽다가 잠든다는 그 유명한 책이잖아요! 번역에 대한 말두 많았는데...전 율리시스 쳐다도 안 볼 겁니다. 집에 책이 범우사판으로 있는데 진짜 읽이 싫어요..ㅎㅎ

조이스의 책은 이상하게 죄다 지루합니다. 물론 저한테요..ㅎㅎ

그레이스 2022-12-09 17:25   좋아요 1 | URL
ㅎㅎ
맞아요
읽었다는데 의미를 두게 되는 류의 책이기 쉬워요
다 읽어가는데 힘들게 읽고 있어요 ㅎㅎ
방금 전까지 졸았습니다.ㅋㅋ

얄라알라 2022-12-13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아!! 그레이스님께서는 한 주제를 잡기 시작하시면 촘촘히, 깊게 3차원 지도를 그려서 이렇게 공유해주시니
넙죽넙죽 받아갑니다.....

라고

인사 드렸으면서도

마음은 그래픽 노블 <제임스 조이스>를 1착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ㅎ

그레이스 2022-12-13 08:1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 책이 첫번째로 좋습니다^^
그러고 나면 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사람들,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순으로 읽으시면 좋으실듯요.
그래픽노블 읽고 나시면 초상과 더블린은 쉽게 읽히실거예요.

2022-12-15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12-15 13: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제임스조이스 오늘 끝냈어요^^
그러느라 이렇게 댓글 인사만 받고 북플에 댓글 남기는걸 게을리했네요
다시 글도 쓰고 다른분들 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
얄라알라님 즐독하시길 바래요~~

얄라알라 2022-12-13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인사드리러 왔다가, 다른 이야기만 하고 갈 뻔했어요

그레이스님,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12-13 08:14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도 축하드려요

희선 2022-12-13 04: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 이름만 알고 책은 하나도 못 봤네요 예전에 시만 읽어봤어요 거기에서 제임스 조이스가 아일랜드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는 거 보기도 했는데... 율리시스 책을 보시는 데 다른 책도 많이 보셨군요 그레이스 님은 이렇게 읽으셔서 더 깊게 보시는군요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12-13 08:1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깊게 보고 싶은데, 제게 좋은 드릴이 없어요.

희선 2022-12-16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2022년 남은 날 잘 보내시고 2023년 즐겁게 맞이하세요 한해가 가서 아쉽지만, 가면 보내줘야겠지요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별로 붙잡고 싶지 않지만...

그레이스 님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12-16 10:3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
앰블럼 하나 추가됐네요~♡

사실 저도 해가 바뀌는 것에 무덤덤해졌습니다.
하던거 계속하면 되니까요~~
가끔씩 반성해보고, 새로운 시도도 하면서요^^

희선님도 축하드려요~ 2023년에도 건강하세요~

하나의책장 2022-12-17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022 서재의 달인 그리고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신 것, 축하드려요♥
아! 당선작 선정되신 것도요ㅎㅎ

그레이스 2022-12-17 12: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하나의 책장님도 축하드려요~~~

책읽는나무 2022-12-17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책탑!!^^
전 나보코프 문학 강의에서 율리시스 내용을 읽고 응? 이런 내용의 책이었어? 읽어봐야겠다!! 생각만 했던 기억만 떠오릅니다. 근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네요?ㅋㅋㅋ 그레이스님의 글이 읽어봐~ 읽어봐~ 유혹하는 듯 합니다^^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12-17 12:49   좋아요 1 | URL
ㅎㅎ
올해 숙제 끝마친 것처럼 후련합니다.
이제 리뷰할 것들이 쌓였는데...!
감사합니다 ~
책읽는 나무님도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2-12-17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생에 도전할 책 중에서 <율리시스>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책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도 만약 읽게 된다면 그레이스님의 이 페이퍼를 출력해서 옆에 놓고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2-17 15:12   좋아요 0 | URL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해하는 사람만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런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보기 좋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는
땅의 토질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가 못생겼다 욕하기 마련이다.

해협을 떠다니는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만이 눈에 보일 뿐이다.
왜 나는 나이 마흔의 소작인 처가
벌써 허리가 굽은 채 걷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내가 시에 운을 맞춘다면
내게 그것은 오만이나 다름없다.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그림쟁이의 연설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두 번째 것만이
나를 책상으로 몬다. - P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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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25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나온 시집이군요. 이책은 아니지만, 민음사의 이 시리즈를 산 적이 있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이번 주말이 11월 마지막 주말이라고 해요.
낮에는 햇볕 따뜻하고 좋았는데, 다음주부터는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11-26 14:11   좋아요 3 | URL
예~
이 시집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네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scott 2022-11-28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열독 하시는 그레이스님

책상 앞, 독서대를 펼쳐 놓고 계실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11-28 16:22   좋아요 2 | URL
ㅎㅎ
바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