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 기억하는 사람과 책임감 있는 사회에 관하여
노명우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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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세월호 이후 바뀔 인문학의 방향과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변화가 올 것임을 기대하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에 동의했고 기대했었다. 그러면 어떻게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우리가 알고 싶어 했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력감과 무심함과 패배의식만 가득한 것을 목도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만큼은 변했다고 증명하고 설득하려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체감하는 것은 애써 외면하는 피로해진 얼굴들이다.

 

열광했던 인문학은 바람 빠진 공처럼 그 탄성을 잃고 늘어져 있는 것 같다. 당시 우리를 지배했던 자본의 권력에서 자유하게 될, 모두는 아닐지라도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그렇게 될, 방법이라 여겼던 공부는 의미를 상실한 채 습관과 자기만족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모임에서도 그 이야기를 꺼내길 주저한다. 상대방을 피곤하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아니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또 다른 재난들이 이어졌다. 무력감을 느끼며 거리두기와 버티기를 해야 했던 팬데믹과 그 재난들을 동일한 범주에 넣고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또 다른 참사 소식이 들려왔다. 흠칫 놀란다. 내 마음 때문에.

 

노명우 작가는 이 책에서 세월호 사건에서 물어야 했던 ?”라는 질문들을 계속 해야 하고, 그 물음 끝에 답을 얻어야 한다고 당위를 주장한다. 우리는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것은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세상의 상식이 침몰한 공동체의 재난이기 때문이다. 낙관론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세상의 어두운이면을 대면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20세기 제노사이드의 시대를 열었던 1915년 튀르키에서의 아르메니아인들 학살과 1948년 제주 4.3 사건, 1989년 힐즈버러 스타디움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1978년 미국 러브 운하환경참사와 2023년 현재 7,891명의 피해자가 등록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그 재난이 닮은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소개 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대체 왜 재난은 되풀이 되는 것일까? 그것도 같은 원인과 결과로.

 

대체 재난은 왜 끊이지 않고 되풀이 되는 것일까요? 인간은 그 자체로 악을 품고 있는 존재여서 그 폭력성이 학살이라는 재난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 길을 걷다가 영문도 모른 채 압사당하고,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목숨을 잃고, 건강을 염려해 권장하는 대로 가습기 소독을 하다가 생명을 잃고, 신도시로 이주했다는 이유로 삶을 상실한 사람은 자신의 악운과 가혹한 운명을 탓해야 할까요? (59p)”

 

우리가 인간의 역사에 쌓여 있는 이 재난의 파국 앞에서 그 원인을 개인의 운명이나 잔혹함으로 돌려 버린다면그 재난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시야를 넓혀서 그 재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매커니즘을 규명해야 하고 그 반복되는 작동을 중지 시켜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진보에 진보가 더해지는 개선이 아니라 비극에 비극이 더해지는 파국의 역사(63p)”라고 한 발터 벤야민의 말을 인용한다. 아르메니아의 제노사이드는 파국의 시작이었고, 이후 인류의 역사 속에 홀로코스트(1945~48), 난징 대학살(1937), 캄보디아 민간인 학살(1975~79), 르완다 내전 중 투치족 집단 학살(1994), 보스니아인 학살(1995) 등 수많은 집단 살해가 반복되었다. 홀로코스트가 벌어지기 전 그 사회에는 이미 그런 일이 가능해질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그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다. 희생자인 유대인들조차도 이 전조를 눈치 채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참사의 경우도 재난의 전조가 있음에도 그 경고를 알아채지 못할 때 일어난다.

 

눈을 멀게 하는 권력은 무엇일까? 결국 그 시스템을 만든 권력이다. 세월호 당시 많은 소문들이 있었지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전조가 있었음에도 눈을 멀게 했던 자본의 권력에 분노했다.

 

1969년 인도 보팔의 미국의 유니언카바이드공장에서 일어난 가스 누출 사고는 24일 일어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는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의 희생이라는 면에서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공장 건물 붕괴로 천여명이 숨지는 방글라데시의 재난 현장에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을 수 있다. 반복되는 참사와 재난을 지배하는 힘은 자본이다.

 

우리가 공부를 하고 그 매커니즘을 알았다고 해도 그 거대한 힘에 맞서 중지시킬 힘이 있을까?

 

1789년 윌버포스가 영국 하원에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첫 번째로 상정했다. 오랜 시간 자료들을 수집하고 거듭 법안을 상정하고 설득했다. 그의 의회 연설은 정의에 가득 차 있었고 강한 설득력이 있었지만 대다수 의원들의 마음은 불편했다. 윌버포스가 제시한 사실에 동요되기는 했지만, 노예무역 폐지가 경제적 재앙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가 앞섰다. 이 법안이 통과되고 노예제가 폐지 된 것은 1833년이었다. 무려 4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윌버포스라는 한 사람의 각성으로 시작하여 그와 함께 한 친구들과 동료들이 함께 한 결과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욕망이 모여 만들어진 시스템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중단 없는 투쟁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변하지 않는 세상 앞에서 때로 무력감에 휩싸여도 공부하자. 그리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져도 할 말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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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6-30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형 재난(인재)이 일어나기까지 100가지가 넘는 징후가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걸 다 무시하고 관련된 사람들이 다 침묵해야 비로소 일이 터진다는 거겠죠. 자본주의의 횡포와 파괴력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그런데 정작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 좋아하지 않고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힘이 없고 다수는 권력을 선망하거나 두려워하고...어렵네요.

그레이스 2024-06-30 23:44   좋아요 1 | URL
ㅠㅠ
그렇죠
미미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그 거대한 권력 아래 있는 것을 절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는 없는일!

독서괭 2024-07-01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스템.. 그렇죠.. 무력감에 휩싸여도 공부하자, 는 그레이스님 말씀을 새겨야겠어요.
세월호 참사도, 이태원 참사도 그 충격이 컸는데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새 잊고 있고 ㅠㅜ 잊지 않게 하는 이런 책들도 계속 나와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4-07-01 19:19   좋아요 1 | URL

작가와의 만남 다녀왔거든요.
4월이었던것 같은데,,, 그때는 4월에만 이런책 올리나 싶어서 나중에 잊을만하면 쓰자 했다가,,, 이번에 또 화성화재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나네요 ㅠ
그래서 올렸습니다.

젤소민아 2024-07-0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4-07-06 08: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4-08-29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리고요.

재난, 참사... 항상 뉴스로 소식을 볼 때 마다 안타깝습니다.

그레이스 2024-08-29 12: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무기력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기분마저 느낍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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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이가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다. 함께 간 친구들 몇 명이 패스트 트랙을 이용권을 갖고 있었다. ㅇㅅ이는 오랫동안 줄서는 자신과 달리 기다리지 않고 입장하는 그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연히! 친구들과 자신이 느끼는 불공평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럼, 너도 돈을 더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와 이 문제를 이야기 했고, 고민에 빠졌다. 엄마 ○○씨는 아이에게 이 책을 권했다. ○○씨는 아이와 읽다보니 생각할 지점이 많은 것 같았다고,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ㅇㅅ이는 내가 지도하는 독서클럽의 학생이다. 매주 토요일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다. 시작한지 3년이 넘었고, 아이들도 많이 컸다. ○○씨는 더 오랜 시간 나와 책을 읽어온 고전독서 동아리 회원이다


항상 그렇듯, 목차를 본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나뉘었다. 엄마들도 그에 따라 이 책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여러 번에 나누어 읽고, 읽기 전에 각 주제마다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눈다. 우선은 책 안에서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증을 정리하기로 했다.(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의 말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첫 장의 제목이 새치기. 음식점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얻었던 은밀한 혜택이 이제는 공항, 놀이공원, 관광지 등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얻는 정당한 권리가 되었다. 공연장에서는 수고비를 받고 대신 입장권을 사주는 라인 스탠더(line stander)들이 있다패스트 트랙(Fast Track)의 경우, 기업이나 이용자들 모두에게 이익과 편의를 제공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도 같은 인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인 스탠더의 경우, 이 문제를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런 일반화되고 가벼운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더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로 나아간다


병원의 진료 예약권, 연회비를 지불하는 병원의 전담의사제도의 경우가 그렇다. 이 제도는 소수를 위한 전담 진료가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다른 환자들을 일반 의사의 붐비는 진료실로 밀어 넣고(50p)”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줄이 천천히 움직이는 곳에 힘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50)”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 우리가 사고 파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패스트 트랙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개인의 자유 존중과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와 같은 논리로는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항상 자유시장경제와 공리주의 시각이 놓치고 있는 무엇이다. 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 대체되는 경향은 우리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이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수요자가 되고 있다.

 

마약 중독자들의 불임수술에 보상을 하는 자선단체 프로젝트 프리벤션의 프로그램으로 2인센티브」의 질문을 시작한다. 태어날 아기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문제로 보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 방법에 있어 도덕적인가에 대한 논란은 심각하다. 과연 이 불임결정이 뇌물이나 강압에서 자유로운가에 대해 아니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은 오히려 극단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생활에서 경험하는 많은 인센티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우리는 부지 중 인센티브로 인해 성취를 경험하기도 하고, 인센티브를 이용해서 아이들이나 팀원을 격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5장의 명명권은 흥미롭다. 이름에 기업이나 상품의 이름을 붙이는 문제에서 나아가 몸에 광고를 문신하는 사람들에 관해 우리의 생각을 묻는다.

 

과거에는 웃돈을 주고 새치기하는 것은 비난 받는 행위였다.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우리가 사고 파는 시장경제 논리는 과거 우리 삶에서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정신이다. 공동체를 지탱해 왔던 평등의 정신이라면 어떨까?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불평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공동체는 합의를 이뤄내기 어렵다. 지금의 양극화의 원인을 거기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럴 수 있어, 그게 왜 문제가 되지?” 할 수 있는 문제들로 우리에게 접근한다. 그러다가 생명이나 존재와 관련된 자본주의의 부조리 문제에 부딪치게 한다. 마치, “이래도? 그래? 그럼 이건 어때?” 하는 것처럼. 어느새 처음엔 가볍게 여겼던 문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독서 클럽의 ㅅㄹ이는 패스트 트랙에 반대하면서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기업은 또 다른 단계의 상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경계를 만들어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 그거야!^^’)

 

3주에 걸쳐 읽고 있었으므로,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던 기간 중에 △△씨는 아이들과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첫 날은 패스트 트랙으로, 둘째 날은 줄서서 이용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 책의 내용들이 생각이 났다고, 둘째날 줄 서서 함께 갔던 조카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 했다고 한다.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언젠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할 나이가 왔을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나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인용한 존 롤스의 장막 뒤의 선택을 소개했다. 공동체를 위한 선택에 있어 정의를 위한 한 개인의 가장 좋은 생각은 자신이 인종, 성별, 빈부, 학벌 등의 자신의 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막 뒤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조건에 대해 무지한 사람처럼 입법이나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론을 전해주었다. 자신의 조건 안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 것이 정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그러면 어디까지 돈으로 살 수 있는지가 보일 것이라고.

 

ㅇㅅ이의 마음에 흡족한 토론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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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2-05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 이 이야기 어디선가(아마도 인스타?)
에서 본 것 같습니다.

입장권을 사서 놀이동산에 갔는데
좀 더 비싼 패스트트랙인가를 산 이들
에게 우선 탑승권을 준다는.

일단 입장한 이들에게는 모두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
의 극대화된 논리에 매몰되어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정당한가 -

제 생각에 결국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건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
의 그 무엇인가가 아닌가 싶어졌습니다.

그레이스 2024-02-05 15:02   좋아요 1 | URL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본으로 소수의 특권을 만들어 내고 있죠 ㅠ
그것 말고도 생존권, 공간점유권, 교육권 등 많은 부분이 그렇죠!ㅠ

고양이라디오 2024-03-13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클럽을 지도하신다니 멋지십니다^^b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이 책을 읽다니 대단합니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반갑네요. 또 읽어보고 싶네요^^

그레이스 2024-03-13 17:26   좋아요 0 | URL
가끔 벽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일단 읽어오긴 합니다. 대견해요~♡
 

탑승 수속하기 위해 줄 서 있다가 문득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 안에서 복기하고 정리할 계획으로 빼서 들고 있다가 잃어버렸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 흘렸는지, 기사분이 네 개나 되는 수트케이스를 내리고 있는 게 미안해서 직접 내 짐을 내리는 오지랖 떨다가 흘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찾아는 봐야겠다 생각하고, 공항 안내 데스크를 찾아서, “뻬르디 미 리브로(Perdí mi libro)!”아이 로스트 마이 북(I lost my book)!”을 외쳤다. 예상대로 못 찾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시 승강장에서는 택시 회사에 연락해보란다. 이미 답을 알고 한 시도여서 미련없이 탑승수속 줄로 돌아왔다. 이번이 두 번째다. 몇 년 전, 비엔나에서 돌아오는 중 경유지 두바이 공항에서 읽던 책을 비행기에 놓고 내렸었다. 두바이 공항에 하나, 바르셀로나 공항에 하나, 나는 그렇게 책으로 흔적 남겼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 오기가 나서 경유지에서 알라딘 앱으로 다시 주문했다. ‘이전에 구매한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뜨기가 무섭게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스페인을 지리와 역사와 예술로 안내하고 있어 가볍지도 장황하지도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다. 사진도 충실해서 좋았다. 이 책은 레콩키스타(Reconquista 회복운동) 이후의 역사로 시작하고 있다. 콜롬버스를 후원했던 이사벨 여왕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콜롬버스가 항해를 마치고 이사벨을 알현했던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안의 왕의 광장 계단을 찾게 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과 달리 계단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택시를 타고 몬주익을 향하던 중 바닷가에 서있던 콜롬버스 동상을 보며 그가 이끌고 온 노예들과 실망을 안겼던 상품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이제는 빛바랜 계단과 동상처럼 그의 업적도 재평가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그리스인 화가 엘 그레코가 머물렀던 톨레도의 예술과 스페인 황금시대 두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와 고야의 삶과 작품, 그들을 후원하고 예술을 사랑했던 왕들과 귀족들, 시대 이야기는 마드리드 왕궁과 프라도 미술관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왕의 광장 계단>

'바르셀로나는 곧 가우디'라 말할 정도로 바르셀로나와 관련된 이야기의 많은 지면이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레이나 광장에 세워져 있는 가우디 초기 작품인 가로등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맡기까지의 에피소드와 건축과정, 그의 후원자인 구엘과의 만남과 가우디 주택, 그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우디만을 다룬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아트 인문학 여행x스페인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 사야할 책들과 검색해서 눈에 띄는 책들을 구입했다. 그 중 개괄하듯 가볍게 읽었던 책이 바로 스페인 예술로 걷다라는 책이다. 다른 책들이 각론이라면 이 책은 개론서라고 할까. 재미있고 더 알기 위해 다른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 책이다. 사실 이 책 하나만 읽어도 여행을 위한 지식을 탑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가 좋았지만 다 읽은 책을 또 사긴 그렇고 해서 고른 책이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인데, 정보나 지식에 있어 앞의 책보다 가볍다는 생각을 했다. 단 가이드를 위한 책이라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내용을 또 읽고 있다는 생각에 중간에서 덮었다. 나의 읽은 순서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본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지만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한 책이다. 그야말로 각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그 작품의 배경,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라도 미술관의 역사와 어떤 작품들은 프라도에 걸리기까지의 에피소드도 덧붙여져 있다. 이후에도 계속 참고할 만한 책이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오디오 가이드 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프라도미술관덕분이다.

 

집에 이 책 안토니 가우디 있어서 들고 갔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었다. 사진 자료 없이 글로만 되어 있어서 자주 자료를 검색해 봐야하지만 아트 인문학이나 다른 책들을 먼저 본 상황이어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작은 사이즈고 이동 중 읽을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로 미뤄뒀었다. 조금 더 디테일한 설명들이 추가되어 있다.


이렇게 읽고 나니 이제는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아트 인문학 여행x스페인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의 성당을 읽고 있다. 14세기 스페인 농노의 비참한 삶과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삶의 부분까지 읽고 있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고딕지구 지도를 숙지하고 야심차게 루트를 정해 레이나광장, 비스베 거리, 하우메 광장, 바르셀로나 성당, 피카소미술관, 카탈로니아 음악당을 거쳐 산타 마리아 델 마르성당까지 걸어가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발이 아파서 더 못 걷겠다는 동생의 하소연 때문에, 우리는 카탈로니아 음악당에서 멈추고 까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탈로니아 국립미술관 예약 시간에 쫓겨, 결국 이 성당을 못보고 고딕지구를 떠나 몬주익을 향해야만 했다.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의 성당에는 이 고딕지구의 지명들이 등장한다. 보께리아 시장, 하우메 광장, 보른 광장 등. 이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은 왕이나 귀족들이 지은 다른 성당들과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은 성당이라고 나와 있다. 소설의 내용 중 성당의 앱스(apse)카탈로니아 국립 미술관중세관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절판된 소설인데 다행히 갖고 있어서 대신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다음 여행 때도 책을 가지고 갈까? 가지고 갈 것이다. 그곳에 흔적을 남기고 돌아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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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4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스페인 자유여행 때 찍은 카메라를 분실해서 허망해진 적이 있었어요. 아무튼 유럽 여행 땐 도난, 분실에 늘 주의해야 해요.ㅠㅠ 심지어 제 아내는 어깨에 걸쳤던 쇼올도 날려 먹엇어요. 비싼 옷이엇는데.ㅠㅠ

그레이스 2023-12-14 07: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ㅠㅠ
카메라, 숄은 아깝네요.
저는 제 부주의라...;;
저를 탓해야죠 뭐!

거리의화가 2023-12-14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 때 책을 들고 가시는군요^^ 저는 오로지 가이드북만 챙기는 것 같습니다. 가져가도 거의 읽지를 못하더라구요!ㅎㅎ
그래도 책을 잃어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시 살 수 있으니까. 돈이나 카드, 여권 등을 분실하면 진짜 힘들잖아요!
스페인은 저도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가게 되면 아트인문학과 프라도미술관은 구입해서 읽어보고 가야겠습니다. 그레이스님 여행 정말 좋으셨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3-12-14 12:50   좋아요 1 | URL
그 두권은 강추합니다.
가이드북도 구입했는데 그건 예약, 예매 담당 제 동생이 여름에 읽었어요.

새파랑 2023-12-14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레이스님은 여행도 사전준비가 철저하시군요~!! 저는 인터넷 검색하고 그냥 가는데 ~!! 스페인 너무 부럽습니다~!!!

그레이스 2023-12-14 12:52   좋아요 2 | URL
바르셀로나 여행은 유튜버 ‘콤마‘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교통카드 구매,사용법, 뷰가 좋은 루프탑 까페, 고딕지구 여행법, 날씨 등 요긴한 정보가 많았어요.

서곡 2023-12-25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레이스님 오늘 성탄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레이스 2023-12-25 15:00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메리크리스마스!
저는 감기때문에 정신 못차리고 있습니다.ㅠ

서곡 2023-12-25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시군요! 몸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3-12-25 17: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12-26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잃어버리면 기분이 영 그렇죠... 그 허전함이란 느껴 본 자만이 알죠. 우산 하나만 잃어도 그러한데 책이면 더 더하죠.
그래도 액땜한 셈 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죠.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기분 내시고 연말 잘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3-12-26 15:39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주 멋지게 보내세요~♡
 
길고 긴 나무의 삶 - 문학, 신화, 예술로 읽는 나무 이야기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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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서는 자작나무를 볼 수 없게 될 것 같다. 한동안 공원마다 자작나무를 10주 이상씩 군식(群植)해서 하얀 수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렇게 심겨진 자작나무는 이제 기온상승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한그루씩 베어져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리짓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나무다. 내가 처음 자작나무에 매료된 것은 광릉 숲에서다. 가을 금빛으로 반짝이는 나뭇잎들을 달고 무리지어 서있는 하얀 나무들은 숲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안내하는 연구원 분은 이쪽 거는 우리나라 자생, 저쪽은 만주 자작나무 하고 손으로 가리키며 알려 주셨지만, 그런 식의 구분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다. 하얀 옷을 입고 서있는 무리들이 만드는 이국적인 정취에 반해 이후로 자작나무는 나의 최애 나무 중 하나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라는 소설에서 매머드의 시대 사람들이 자작나무 부드러운 수피의 효용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클림트의 그림, 시베리아 유형지 등, 자작나무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나의 추억과는 다르게 저자는 이 나무 이야기를 자작나무(Birch)의 체벌(birch)이라는 뜻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유연한 가지들이 회초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수피에 있는 짙은 반점들은 눈처럼 보여서 아르고스(그리스 신호에 등장하는 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나무라고 부른다. 존 러스킨, 존 밀레이, 구스타프 클림트, 로버트 프로스트의 그림과 시에 담긴 자작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오슬로 북쪽 거대한 삼림지대 노르마르카에 있는 은색자작나무 숲이다. 이 삼림지대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미래도서관>은 묘목들로 이루어져 100년 후 1000그루를 이용해 출판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청탁받은 작가는 마거릿 애트우드, 데이비드 미첼과 함께 한강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내게 있어 호랑가시나무는 항상 천리포 수목원을 떠올리게 한다. 방문 당시 탄성을 자아낸 것은 사람 키의 두배 정도 되는 사초류(억새)이다. 잡지에 나온 캘리포니아나 미국 남부지역의 저택 입구의 풍경을 이루던 그 식물을 보게 되어 반가웠고, 이런 조경식물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했는데, 이제는 서울 도심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또 한 가지 감탄의 대상이었던 것은 물속에 잠겨 있던 낙우송이다. 붉은 낙우송은 연못을 조성하면서 물에 잠기게 되어 그런 신비한 빛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나무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감탄하고 있는 우리에게 연구원은 그들은 열악한 생존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라고 수목원의 숲을 이루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를 주목하라고 환기시켰다.


호랑가시나무는 백악기 화석기록을 남긴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름이 Holly인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 리스에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이름에서 예측되듯 악령을 쫓는다든지 이 나무를 훼손하면 재앙을 당한다든지 하는 그런 믿음들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Hollywood가 이 나무 이름에서 왔다. 재미있는 것은 유럽 이주민들이 미국 서해안에 도착해서 주홍 열매와 상록수 잎을 단 토착나무를 보고 캘리포니아 홀리(Callifornia Holly)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사실 그 나무는 토연나무(Toyon tree)였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토연우드보다는 할리우드가 더 그럴듯하다.

 

물푸레나무(Ash)는 실물보다는 도마나 가구, 문학으로만 익숙하다. 이제는 물푸레나무는 제임스 조이스의 지팡이와 존 컨스터블의 그림으로 기억될 듯하다. 컨스터블의 풍경화에 자주 등장하듯 영국의 풍경을 이루고 있는 흔한 나무이다. 이 나무로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하는 놀이가 있다는 것은 쉽게 구하고 친근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속성수라는 점과 목재의 단단함과 유연성 때문에 목재를 다루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다. 썰매, 스키, 갈고리, 지팡이, 의자, 마차 바퀴 등에 사용된다. 제임스 조이스가 항상 들고 다닌 것이 이 물푸레나무 지팡이다. 1941년 생산라인을 떠나게 된 모스키토 폭격기 역시 이 나무가 재료이다. 1940년대 자동차의 뼈대에도 사용되었다영국에서 가장 친근한 나무 가운데 하나인 이 나무는 물푸레나무 역병과 호리비딱정벌레의 습격으로 인해 위기를 만났다고 한다.

 

사시나무처럼 떨다는 말이 영국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플러(Poplar)의 한 종류인 사시나무(은백양)은 잎병(잎자루)가 가늘어서 공기의 작은 흐름에도 흔들린다. 잎의 윗면은 짙은 초록색이고 뒷면은 은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바람에 흔들리면 그 잎의 떨림이 반짝이는 듯 더 눈에 띈다. “존 키츠는 미완성 서사시 <히페리온Hyperion>에서 정복당한 고대 대지의 신들을 그릴 때 이 패배한 이교 신들의 지도자가 흐린 눈에 마비된 혀, ‘사시나무 병으로벌벌 떠는 수염을 가졌다고 묘사했다.(183p)”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조경수 뿌리에 달려와 심기는 바람에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은백양이 한그루 있다.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면 바람이 없는 날에도 파르르 반짝이고 서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차 첫 번째로 주목(Yew)을 두었다. 길고 긴 나무의 삶(The Long, Long Life of Trees)라는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수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느리게 자라기도 하지만 긴 수명을 가진 나무다. 성장이 느려서 나이테로 그 정확한 나이를 측정할 수 없다. 오래 전 문학이나 역사 향토 기록을 통해 그 수명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둘레가 10미터가 넘는 주목은 약 2,500년이 넘는다고 추정한다.


주목은 정원수 중 비싼 나무에 속한다. 묘목을 심으면 다음 세대에야 성목을 볼 수 있다. 아파트 입구에 원추형으로 서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 형태 때문에 겨울이 되면 전구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그 형태는 전정가위로 다듬어진 모양이다. 주목은 잎을 잘라내면 옆으로 퍼지면서 밀도를 높이기 때문에 토피아리나 수벽으로도 이용된다. 유럽의 오래된 정원의 자수화단에 서있는 동물모양의 나무들은 대부분 주목이다느리게 성장하는 주목의 목재는 그만큼 튼튼해서 고급 소재로 사용된다. 목재의 강함과 탄성때문에 주목은 영국의 활 롱보우longbow 에 사용되었고 그 파괴력은 가히 위력적이었다고 한다.

<웨일스의 위대한 주목길>

웨일스의 위대한 주목 길에 있는 아치형 주목 터널에 있는 오래된 나무는 피를 흘리는 것처럼 붉은색의 액체를 내기도 한다. 주목은 나이가 들면 줄기 속이 비기 시작하고 가지가 늘어져 땅에 닿으면 그 가지에서 새로운 생장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해서 터널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오랜 역사와 그 신비로움에 반하는 듯하다.


그밖에도 벚나무, 마가목, 사이프러스, 산사나무, 느릅나무 등 영국인들이 좋아하고 친근한 나무들과 관련된 역사와 신화 문학과 예술 정치와 경제를 시적 언어로 이야기한다.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자주 그려졌던 산사나무와 포플라는 영국인들에게는 조금 다른 느낌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사나무의 추억과 관련된 프루스트의 아름다운 표현과 달리, 아일랜드의 산사나무(가시나무)는 경작지의 울타리로 사용되었고,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는 조금은 어두운 인상을 준다. 아일랜드의 기근을 배경으로 한 소설 <슬픈 아일랜드>에서도 산사나무가 죽음의 소식을 전해주는 매개로 사용되었다.

 

롬바르디아 사이프러스에 반해 여행자들이 영국으로 들여오던, 여행이 유행이던 시대 풍조들, 버찌와 산사열매를 좋아해서 식재를 장려한 왕들, 위험성 때문에 Cherry picker 면허를 받은 사람만 버찌나 산사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 이 책에 등장하는 나무들은 신화, 역사, 생활사, 문학과 예술 등의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새삼 나에게도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해준, 충만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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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8-18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남은 이 달 건강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레이스 2023-08-18 05: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곡님도 건강히 잘 보내세요

청아 2023-08-18 08: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작나무 저도 좋아하는데 저희 동네 공원에도 있거든요. 그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감상하려고
천천히 걷게 되요. 기온 상승으로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가네요.
웨일스의 주목길도 아름답습니다! 빨간망토 소녀가 막 달려 나올 듯한^^
그레이스님의 피톤치드같은 리뷰네요~♡

그레이스 2023-08-18 10:05   좋아요 3 | URL
빨간망토 소녀를 상상하시는 미미님!
미미님이 그 소녀를 닮았을까요?
신비로운 주목의 생명에 감탄했습니다.

페넬로페 2023-08-18 09: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강원도 월정사 입구에서 본 자작나무가 생각나요.
나무는 보기만 해도 좋아요.
근데 이름을 잘 몰라요.
웨일스 주목길, 가고 싶어요^^

그레이스 2023-08-18 10:08   좋아요 4 | URL
주목길 뿐 아니라 웨일스에는 저도 가보고 싶어요~♡

거리의화가 2023-08-18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푸레나무 단단하면서도 유연해서 다양한 곳에 쓰이는군요^^ 주목의 터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놀랍네요! 올려주신 이미지를 보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도 자주 본 듯합니다.
기후재난으로 이제 남한에서는 자작나무를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그레이스 2023-08-18 13:43   좋아요 2 | URL
예 자작나무 제대로 감상하려면 강원도 인제쯤 가야할듯요

책읽는나무 2023-08-18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웨일스의 주목 터널은 좀 무섭네요?
사람의 팔 같아 보이기도 하고, 머리카락 늘어뜨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신비롭기도 하네요.
자작나무가 서울에도 있었었군요?
강원도 인제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동네는 뭐...아니 이 곳에 자작나무가? 하고 놀라서 달려 갔더니 인조 자작나무!!!ㅋㅋㅋ

그레이스 2023-08-18 18:25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고보니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서울에도 한동안 자작 많이 심었었죠.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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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취향이 아닌듯 해도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이유를 알듯! 가벼운 듯 읽혀지는데, 가볍게 쓰인 책이 아니다. 좋아하는 고전, 미술, 문학 등의 사색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식을 주기도, 위안이 되기도, 도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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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민 저자는 아는 게 많아 보이는 글을 쓰는 점이 부러운 점입니다.

그레이스 2023-05-27 22:40   좋아요 0 | URL

정말 많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