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나선 -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DNA를 발견한 이야기 궁리하는 과학 1
제임스 D. 왓슨 지음, 최돈찬 옮김 / 궁리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이라고 하지만, 일단 이중나선이라는 제목에서 전문분야의 아우라가 느껴져 선뜻 뽑아서 펼쳐보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몇 페이지를 읽다보면 왜 교양서적이라 했는지 알게 된다. 왓슨이 크릭과 함께 DNA구조를 밝혀내는 과정을 쓴 것인데, 그 과정이란 것이 과학적 지식이 아닌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에 기울어져 있어서 흥미롭다. 잠깐씩 나오는 생물이나 화학 물리학적인 지식을 모르더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과학고 지망하는 중학생이나 과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고등학생을 위한 준비도서로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왓슨과 크릭과 모리스 윌킨스 세 사람은 1962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았다. 1953<네이처>지에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여정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그의 글쓰기 능력 뿐 아니라, “내가 보기에 프랜시스 크릭은 그리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다.(25p)”로 시작하는 왓슨의 글은 사람에 대한 탐구와 관계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과학 역시 인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만난 35세의 크릭은 머리 좋고 통찰력 있는 사람이었으나, 아직 무명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떠들어 대기 좋아하고, 의견이 같지 않을 때는 그 즉시 직설적으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그의 이런 거침없는 성품 때문에 연구소의 동료들은 그와 거리를 두었고, 그가 재능을 보일 때마다 기분 상해 했다. 이런 성품에도 불구하고 왓슨이 크릭과 함께 한 것은 관심이 같았음을 알았고, 그의 능력을 인정했으며, 크릭이 자신의 성품이 약점임을 알고 고민하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릭이 물리학을 떠나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46년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서라고 한다. 그 전에는 DNA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왓슨과 함께 이 DNA 연구를 위해 캐번디시에서 팀이 꾸려졌을 당시 그 구성원들 간에는 인간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영국 물리학자 모리스 윌킨스와 크릭이나 왓슨과는 그들을 지배하는 문화와 정신의 차이가 있었다. 이들 간의 성격 차이도 장애요소였다. 윌킨스의 조수 로잘린드 프랭클린과의 갈등 역시 연구의 중요한 변수였다. 윌킨스의 조수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결정학자인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X선 회절법으로 찍은 사진을 이 ‘DNA 나선 구조가설을 입증하는 자료로 쓰이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것은 그들의 연구에 있어 접근 방법과 신중함의 창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적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다. 당시 50대의 폴링은 과학계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그는 노벨상을 의식하고 이 DNA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 폴링의 알파 나선과 그의 연구가 왓슨과 크릭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 자극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폴링 역시 경쟁의식 때문에 섣부른 발표를 하게 되었고, 그의 이론은 허점을 갖게 되었다.

 

한 가닥의 나선에서 이중나선 이론으로 발전하고 다시 그 3차원적인 나선 구조를 찾는 이들의 길은 몇 번의 희열과 절망의 순간들을 거친다. 이 이중 나선의 결합에 있어 뼈대의 위치가 바깥쪽에 위치하게 하고 이 두 나선구조를 이루는 뉴클레오티드의 염기, 퓨린 유도체(아데닌, 구아닌)와 피리미딘 유도체(티민, 시토신)의 차이를 발견함으로 결합의 문제 해결은 결과를 놓고 보면 간단함에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고 모형을 만들고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장난감 블록처럼 생긴 구조물은 오늘날 컴퓨터 3D프로그램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형태지만 당시만 해도 철제 모듈을 만들어서 조립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 조립된 모형의 이중나선을 이루는 뉴클레오티드의 연결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이중나선은 왓슨과 크릭의 생물, 화학, 수학적 지식이 동원된 가설 모형이지만 이 구조를 증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윌킨스의 회절 사진이다. X선 회절법을 이용해 찍은 DNA사진은 왓슨과 크릭의 논문이 실리는 <네이처>지에 다른 논문으로 함께 실렸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윌킨스가 아니라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다. 의견 차이와 불화로 프랭클린이 팀에서 나가면서 자신의 자료를 모두 넘겨주었고, 윌킨스가 이 사진을 논문에 싣기 전 왓슨과 크릭에게 제공하면서 이들이 이중나선 연구와 결과에 확신을 하고 속도를 내게 되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폴링에 대한 견제가 이런 절차의 무시를 가져왔다고 본다. 사실은 프랭클린의 업적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수여할 때 그녀가 아닌 윌킨스의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902768?sid=105

 

파인만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우리는 자주 과학적 성과만 바라보지, 그 뒤에 있는 과학자들의 윤리와 인격, 성품이 그 성과에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 경쟁에서 이긴 승리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경쟁을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았고, 신문에 보도된 기사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이 경쟁은 모리스 윌킨스, 로잘린드 프랭클린, 라이너스 폴링,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 벌인 것이었다.(24p)"


왓슨이 크릭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케임브리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당시 라이너스 폴링이 이 DNA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프랭클린이 이들과 불화하지 않았다면, 피터 폴링이나 휴 헉슬리와 같은 동료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왓슨이 학교의 권고대로 연구를 중단하고 박테리오 파지 연구에만 몰두했더라면 등등 수많은 변수들이 이중나선을 다른 연구실 다른 과학자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

그 수많은 변수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그런 면에서 과학은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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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5-18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만 읽어도 멋지단 생각이 드네요. 과학자들의 불화야 익히 들어온 바이긴 하죠!
과학도 인문학이 맞네요
사람이 그 중심에 있으니까요^^

그레이스 2023-05-18 22:36   좋아요 1 | URL
지금이야 더 심하겠죠.
경쟁적으로 같은 주제의 논문을 먼저 내려고들 하니!
모든 분야에서 숙제인듯 합니다.

yamoo 2023-05-19 0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궁리하는 과학 시리즈....이 시리즈가 사이언스북스 과학시리즈와 함께 과학의 중요 명저들을 잘 번역해 주고 있는 듯해요. 궁리에서 나온 <우연과 필연>은 그래도 읽을만 했습니다. 이전에 범우사판은 거의 못읽는 수준이었거든요~
이중나선은 뭐, 이전판도 충분히 읽을만 했습니다만, 훨씬 가독성을 높여 주어서 이중나선은 여러 판본을 갖고 있는데, 궁리가 가장 읽기 편하네요..ㅎㅎ

그레이스 2023-05-19 10:01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전 판 읽어봤는데 궁리에서 나온게 더 나았어요**

Jeremy 2023-05-19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Double Helix> 를 읽고 흥미가 생겨서
Molecular Cell Biology with an Emphasis on Biochemistry 라는 대학 전공을 선택했고
제가 대학 다닐 당시는 PCR 과 Human Genome Mapping 이 엄청난 화두였는데
30년+ 동안 정말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낸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 대학 졸업하던 해, 저희 학과 초청 연사로 그 유명한 Linus Pauling 이 왔었는데
자신의 평생 동안의 업적 자랑과 Vitamin C 얘기로 3시간 반 이상 연설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이들이 지겨워서 죽을 뻔 했고 다 잠에 빠졌으며
저는 졸다가 제 이름 호명된 것도 모르고 졸업장 못 받고 지나갈 뻔 했답니다.

저희 아빠는 이 유명한 학자를 만나게 된 게 너무 신기해서 Reception 내내
그 누구도 두려워서 차마 접근하지 못 했던 이 대과학자와 담소하며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답니다.

그나저나 그레이스님의 독서 범위는 정말 광범위하군요.

그레이스 2023-05-19 14:10   좋아요 1 | URL
우와 우와 Jeremy님 폴링을 보셨다니 ...! 이 책에서는 달변에 강연도 스펙타클하게 잘 하는 분으로 소개되던데요^^
전공까지 👍
시대를 앞서가셨네요
저 대학 다닐때만 해도 유전공학이나 생화학 쪽은 신생이었는데요
교수님들이 안계셔서 카이스트에서 강사가 오시고 그랬어요,
미국과 한국의 차이겠죠?

Jeremy 2023-05-19 14:20   좋아요 2 | URL
제가 Linus Pauling 을 보고 악수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은 해에
이미 91세였는데 본인 말대로 Vitamin C 를 많이 먹어서였는지
그 큰 키도 고대로, 자세도 곧바르고 총기가 넘치다 못해
기억력이 거의 사진 찍은 것 같은 수준이라 정말 굉장한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답니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많고 대단해서
끝을 모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그렇게 정정했는데 제 대학졸업식 2년 후에 타계하셨지요.
저희 아빠한테도 너무 친절하고 정중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3-05-19 14:31   좋아요 2 | URL
노벨화학상 말고 노벨평화상도 받은 걸 보면 활동도 많이 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던 것 같아요.
이 책에도 잠깐 폴링의 반핵활동과 관련한 일화가 나오기도 해요.
이런 에피소드 넘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5-19 18:25   좋아요 2 | URL
이런 일화 너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ㅎ

고양이라디오 2023-05-19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본 줄 알았는데 안봤었네요. 그레이스님 덕분에 깨닫게 됐습니다. <이중나선> 읽어보고 싶네요. 궁리 판본이 좋군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많이 알아갑니다^^ㅎ

그레이스 2023-05-19 14:09   좋아요 1 | URL
어려운 과학책이 아니라 금방 읽으실듯요.^^
즐독하세요~

레삭매냐 2023-05-20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도도 못해볼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이중나선‘에 대해 맛만 본 것으루다가.

그레이스 2023-05-20 09:31   좋아요 1 | URL
그렇게 어려운 과학전문 책이 아니라서 레삭매냐님은 충분히 읽고도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과학지식 없이도 읽을수 있어요~^^
 

책장 뒤져서 양자역학 관련 책 몇권 꺼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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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21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리학도 어렵지만 양자역학은... 저랑 같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21 22:18   좋아요 3 | URL
^^
예~ 서니데이님도 일주일 잘 시작하세요~~

단발머리 2022-08-21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양자역학 리뷰 기다릴게요!!

그레이스 2022-08-21 22:23   좋아요 2 | URL
;;;

막시무스 2022-08-21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분야가 너무 다양하신데요! 알쓸신잡 나오시겠어요!ㅎ 열심히, 즐거운 독서를 응원할께요!

mini74 2022-08-21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 헉 ㅎㅎㅎ 그저 웃지요. 저도 그레이스님 리뷰 기다릴랍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8-21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주 쉬운 그저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는 책이예요 ㅎㅎ

바람돌이 2022-08-21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에 김상욱 교수 책 2권 있더군요. 아이 책입니다.
그 책 2권을 가만히 보면서 저걸 읽어 말어 하면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ㅎㅎ 아직도 서성이는 중입니다.

막시무스 2022-08-21 23:10   좋아요 1 | URL
액션!ㅎㅎ

그레이스 2022-08-21 23:14   좋아요 2 | URL
저도 김상욱교수 책 떨림과 울림 있어요 ^^
여기도 한 챕터 분량인데, 김상욱의 양자공부란 책을 읽을까 생각중이예요
이러다 다른 바쁜책 있으면 미루겠죠ㅋ

scott 2022-08-22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댁 책장은
보르헤스의 책장 보다 더 광활하고 방대 할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8-22 00:10   좋아요 2 | URL
^^;;😅

책읽는나무 2022-08-22 08: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상욱 교수님은 TV에서는 늘 친근하고 아주 즐거운 양자역학을 공부하시는 분이신 것 같아 양자역학이 쉽나? 하고 넘어갈 뻔 하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으시더군요. 의심이 많은지라....아직 책을 사진 않았는데 그 <떨림과 울림> 책 자꾸 사고 싶게 만드십니다^^

그레이스 2022-08-22 16:31   좋아요 2 | URL
양자역학이란 제목의 책이 따로 있는데 그걸로 사셔도 좋을것 같아요

Yeagene 2022-08-22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독서의 폭이 정말 넓고 다양하신 듯합니다.존경스럽습니다♡

그레이스 2022-08-22 22:33   좋아요 2 | URL
아녜요
그렇지 않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08-26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면 알수록 재밌는 양자역학ㅎ <떨림과 울림> 읽어보고 싶네요. <빛의 물리학>도요!

그레이스 2022-08-26 12:30   좋아요 2 | URL
문장 한 줄 썼을 뿐인데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리는 걸 보면 이심전심이 느껴집니다.~♡

서니데이 2022-09-01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좋은 아침입니다.
여름이 계속될 것 같았는데, 잠깐 사이에 아침 저녁은 많이 차가워졌어요.
이제는 열대야도 끝났고, 낮에도 많이 덥지 않은 시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9월이 시작되어서, 인사 남기러 왔어요.
좋은 일들 가득한 9월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9-03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지시면 ˝양자역학˝ 책이 집에서 나온다는 말씀이시죠? 그것도 한 권이 아니라, ˝몇 권˝!
와! 저는 그레이스님, 미학, 철학, 미술사....그쪽 전공책 많이 가지고 계시려니 상상했는데 ㅎ

역시 진정한 독서가는 분야를 가르지 않고 즐기시나봅니다

그레이스 2022-09-03 14:58   좋아요 3 | URL
ㅎㅎ
과학분야도 즐겨 읽었었는데 ... ^^;;
꺼내놓고 읽다 중지 중입니다.

산만한 독서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
곽재식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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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계속 질문했던 궁금하잖아요? 안 궁금하세요?”했던 말이 생각난다. 정말 알고 싶어서 조사하고 연구한 느낌이 전해진다. 매체나 책을 통해 알고 있긴 한데 그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냥 다 알고 있으려니 하고 넘어가는 궁금했던 부분을 짚어줘서 좋았다. 대부분 아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가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려 들면 분절된 정보들 때문에 그때서야 무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호기심을 따라가면서 읽어 가면 다음에 오는 내용이 더 궁금해지고 독서 속도는 빨라진다. 과학자와 SF작가라는 두 가지 타이틀이 글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작가는 서운해 할지 모르겠지만 SF보다 이런 글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

 

환경 주제의 책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렇게 흡입력 있는 책은 오랜만이다. 전문가의 책들은 자료들의 분석과정을 따라가야 하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가의 책들은 감상적이거나 불안을 조성하는 선동적인 어투의 책들, 대두되는 이슈들을 나열하고 대안들만을 제시하는 수박 겉핥기식의 서술이 되기 쉽다. 가끔은 의도가 의심되는 책들도 있었다. 같은 자료를 놓고 이렇게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또한 제시하는 국외 자료나 사건들의 경우 체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그런 자료들이나 사건들에 접근하는 관점이나 정서가 낯설지 않아서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주제는 기후변화! 과학사나 역사의 에피소드, 전설, 지구의 오래된 역사를 예로 들면서 각 장을 시작한다. 첫 번째 장은 기후변화, 온난화에 관한 내용이다. 텔러의 연설로 시작한다. 그는 원자력이나 핵에너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 인물이다. 1959미국석유협회에 초청된 텔러는 석유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로 많은 육지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의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던 이 연설은 사실 기후변화문제가 대두되기 전의 일이어서 그의 특이함만이 부각된 에피소드가 되었다. 이어서, 작가는 15세기 <산가요록>에 기록되어 있는 조선시대 온실의 설계와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지구 온실 효과의 긍정적인 면과 이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를 소개한다. 이 기체들이 갖고 있는 분자구조와 이 구조가 어떤 원리로 온실효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해 이야기 한다. 호기심 천국 과학 선생님의 입담 넘치는 수업시간처럼 지루한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가 제시하는 숫자들도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끄덕거리며 보게 된다.

 

오랫동안 0.03퍼센트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기후학자들이 걱정했듯 0.04퍼센트를 넘기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이미 0.04퍼센트를 넘긴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한다. 온실기체를 줄이는 것만을 놓고 볼 때, “매년 400억 톤, 매일 11000만 톤,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자동차 54억대만큼의 온실기체를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된다.” 확 와 닿는다. 온실 기체 중 메탄가스가 대두되는 것은 적은 양으로도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되새김질 하는 초식동물들의 경우 배 속에 사는 미생물들이 풀을 분해하면 꾸준히 메탄가스를 뿜어내는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비료의 남용으로 생기는 아산화질소, 냉각장치에 쓰이는 플루오린 계열 물질들, 이 물질들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들과 국제 경제적 역학관계 등 얽혀있는 전반적인 문제들을 제시한다.

 

다음 장에서 지구상에 있었던 기후변화와 다섯 번의 대멸종의 역사를 다룬다. 그는 또 이 장을 김종직이 1472년 기록한 유두류록이라는 지리산 유람기에 적힌 지리산 선암(船岩)이라는 바위에 관한 전설로 시작한다. 대홍수 전설이다. “공교롭게도 지리산에 배바위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61p)고 하면서 SF작가로서 독자를 끌고 가는 상상력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전 세계 전설이나 신화로 전해지는 홍수 이야기로 확장시키고 지구상에 기록된 대멸종을 거론한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변화는 자연 그대로의 상황에서 저절로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에 비하면 그 영향이 작을 수 있다. 이후 기후 변화의 충격이 대멸종과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할 지라도 사회의 약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형태로 먼저 나타날 것이다. 피해가 작다고 하더라도 간과하면 안 되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그냥 사회를 살펴보니 망조가 든 것 같으므로 지구 멸망의 징조가 느껴진다거나, 세상에 여러 나쁜 일이 벌어지는 꼴을 보니 종말이 가까워진 것 같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0.02퍼센트였는데 0.04펴센트가 되었다는 측정 결과의 차이를 알아내고, 그것이 얼마나 충격인지 계산해보는 문제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문제에 달라붙어 작은 차이를 세밀하게 따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 긴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측정하고 계산한 덕택에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96p)

 

이쯤 되면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서 저자가 말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된다. 기후의 변화는 지구 전체의 멸망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생물 종이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특정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구는 괜찮지만 우리, 우리 중 누군가는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고 시원한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침수의 위험과 뜨거운 열기에 노출된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다음 장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 유니스 푸트, 아레니우스, 가이 캘린더,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가설과 연구와 자료들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 킬링 곡선이 만들어지기까지 측정 장소의 선정과 톱니 모양으로 이루어진 곡선을 해석해준다. 물론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말다툼이나 기싸움 때문이 아니라, 매일같이 온도계 눈금을 읽는 눈과 이산화탄소 측정 기구를 조작하는 손 덕택이라는 점”(138p)을 강조한다.

 

기후변화 협약이나 국제기구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들과 그 역사에 대해 짚어 가는데 나의 경우는 여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발단이 된 사건들이나 위기의 원인은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021년 현재 이회성이라는 한국인 경제학자가 회장으로 있는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소개하면서 이런 협의체가 시작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관용어구가 유행되었던 UN환경개발회의(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인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와 여기서 환경에 관해 의견을 나누게 되었던 국제관계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UNFCC(UN기후변화협약)이라는 틀이 생기고, COP(Conferece of Parties)라고 명칭이 붙여져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여러 나라들이 하는 회의를 이어간다. COP1으로 시작된 회의는 2020년에 COP25를 넘었다. 여러 환경 관련 기구와 기금, 그레타 툰베리 같은 상징적 인물의 활약 등을 서술하고 있다.

 

드디어 다른 환경 책에서도 많이 거론되는 재생에너지와 대체 에너지를 다룬다. 작가는 현재 시점에서 발전량과 그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전망을 하며, 이것 또한 국제관계와 경제성이란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다. 수소차의 발전가능성이 더 컸던 것과 달리 전기차가 더 앞서게 된 이유는 카세트의 소비와 함께 리튬이온배터리의 개발에 있다. 그리고 핸드폰 발달과 함께 배터리 품질은 더욱 발전했다. 무겁고 효용성이 떨어졌던 전기차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생산성이 높은 중국과 같은 곳에서 어느 개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가도 중요한 변수다. 국제적인 수요도 이 변수와 관련되어서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다른 기술 분야의 발전에도 계획대로 가두어놓고, 틀에 맞추어 제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을 좀 더 자유롭게 시도해보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265p)

 

수소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수소생산과 수소연료전지 생산 기술과 그 수요가 중요하다. 더 좋은 수소 기술을 개발하라고 다그친다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나라가 수소경제에 관한 기술 개발과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술에 대한 설명은 실로 과학자적 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공에서 플라스틱이 나오는 환상적인 상상이다. 비용의 문제만 해결되면.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은 읽고 나면 의무감과 죄책감이 무겁게 남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곽재식 작가도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할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탄소발자국 표도 제시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의무감보다는 이해와 동의가 앞선다.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한편의 주장을 위해 논증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웃들을 생각함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계속 마음을 울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전하는 지식을 아는 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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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04 22: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에서 왜 곽재식 작가님 목소리가 들리죠 ㅎㅎ 이 분 진짜 앎에 대해 즐거워하고 행복하시는 거 같아요 ㅎㅎ 지구는 괜찮지만 결국 우리 중 누군가의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ㅠㅠ 저도 찜 *^^* 잘 읽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6-06 10:49   좋아요 6 | URL
^^ 살짝 ^^
작가의 호기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데 다 쓸 수는 없고... 암튼 강추입니다.

독서괭 2022-06-04 2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곽재삭 작가님 책 한번도 안 읽어봤는데. 담아갑니당~^^

그레이스 2022-06-04 23:53   좋아요 4 | URL
재미있어요.^^
다른 환경책과 달라요!

singri 2022-06-05 0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괜히 궁금해지는 작가에요ㅎ

그레이스 2022-06-05 01:05   좋아요 3 | URL
궁금하면 알아봐야죠, 작가처럼,,,^^
감사합니다 ~♡

하이드 2022-06-05 06: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카슨이 원래 해양생물학자이고 그것이 본업이었는데 왜 비전문가인가요 ^^; 경험과 감상..이라니 자료 리서치를 강박적이다시피 구멍 없게 몇 년이나 모으고 다듬어서 공룡기업과 미정부에 맞서고, 대중의 공감 얻어내고 정부의 환경 기조를 바꿔낸 인물인데요. 글도 너무 잘 써서 작가상을 탄것인데 죽기 직전까지 치열하게 과학자로 살았던 생애를 폄하하시나요.

그레이스 2022-06-05 08:45   좋아요 5 | URL
다시 확인해보니 잘못된 인상이 많았네요. 오래전에 읽었던지라.
당시에도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라 감상만 남았나봅니다. 그가 이룬 문학적 성과?에 집중했었네요.
고치겠습니다.
다시 확인해보지 않고 써서...
부끄럽습니다.
큰 실수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드님!

카슨의 업적에는 저도 매우 동의합니다.

그레이스 2022-06-05 08:34   좋아요 4 | URL
그리고
지금 문장 삭제하다보니 카슨이 비전문가라는 뜻이 아니었는데 문장이 이상하게 되었네요.
침묵의 봄처럼 제게 감상을 남기는 책을 읽어왔다는 뜻이었는데...

이 경험은 암튼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제발 신중하게 읽고 써라 라고

하이드 2022-06-07 16:01   좋아요 1 | URL
제가 올해 진리의 발견에서 카슨 읽고, 카슨 전집까지 읽고, 평전까지 찾아 읽었어서 눈에 들어왔어요. 다시 확인하고 정정하는 기회가 되어 다행입니다.

그레이스 2022-06-07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2-06-05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각자 할 수 있는 한도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지 싶습니다.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
겠지만요.

그레이스 2022-06-05 20:52   좋아요 5 | URL
저도 회의적인 마음이 되기쉽고 자주 잊어서 이런 책 읽을때마다 반성해요
각성을 위해서도 이런 책 자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정책을 분별하고 지지하는데도 소용이 있을테니까요
감사드려요
레삭메냐님!

청아 2022-06-05 12: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결국 제대로된 지식은 궁금한 것들이 생겼을때마다 얼만큼 찾아보고 그 경험치들이 쌓이냐에 달려있는듯합니다. 그레이스님 얼마나 즐겁게 읽으셨는지 리뷰에
그대로 전달되네요 저도 찜~^^♡

그레이스 2022-06-05 12:47   좋아요 5 | URL
이런 류의 책은 감동을 주거나 재미있거나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고 리뷰했어요^^
미미님께도 재미있는 책이길 바래요~~

바람돌이 2022-06-05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좋을것 같은데요. 저같이 과학 나오면 못 알아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거같지 말입니다. ^^

그레이스 2022-06-05 15:44   좋아요 3 | URL
^^
저도 숫자 많이 나오면 조금 짜증이!
ㅋㅋ

scott 2022-06-06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곽재식 교수님의 기후 시민 수업 재밌지만

기후 환경 변화에 걱정이 가득 ㅠ.ㅠ

낼 서울 비 왕창 내렸으면!^^

그레이스 2022-06-06 00:43   좋아요 3 | URL

걱정은 한가득이죠 ㅠㅠ

희선 2022-06-10 0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빨리 달라져서 기후변화를 바로 느끼기도 하는군요 이산화탄소를 다른 걸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만 보고 자세한 건 안 봐서 모르겠네요 지구에 많은 이산화탄소 잘 이용할 방법을 찾으면 기후가 좀 나아질지...


희선

그레이스 2022-06-10 19:17   좋아요 4 | URL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22-06-10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궁금해 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과학자답게 ㅎㅎ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더군요. 찜!

그레이스 2022-06-10 20:35   좋아요 4 | URL
밝은 에너지! 궁금한게 더 많아서 궁금한 분!^^

얄라알라 2022-07-08 15: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리뷰가 ‘이달의 당선작‘으로 많이 노출되니
더 많은 분들이 기후변화 문제 관심갖게 되겠죠? 이중삼중으로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7-08 15:2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그렇게 영향을 드린다면 너무 감사하죠~♡

요새 드라마 우영우에서 자폐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되고 있어서, 일년전에 쓴 리뷰 다시 보면서 뿌듯했어요
이게 알라딘 활동하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에 너무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7-08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ㅎㅎ 이 글 읽고 지구가 아파요 란 말 들으면 웃음이 나요.

그레이스 2022-07-08 18:40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08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최근에 또 신간내셨더라고요. 참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호기심이 앎으로 연결되는 법이구나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기후위기가 정말 목전에 와있다 싶습니다ㅜㅜ 심각한 상황이지만 진지한 주제일수록 이렇게 가벼운 터치로 다뤄주는 책들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7-08 18:41   좋아요 2 | URL
정말 열심히 쓰시죠?
독서 바쁜데 이런분들 보면 원망스럽기도해요 ㅋㅋ

이하라 2022-07-08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즐겁고 상쾌한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08 18:4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이하라님도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2-07-08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구는 괜찮습니다. 제가 문제입니다~!!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7-08 19:30   좋아요 3 | URL
ㅋㅋ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2-07-08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거나, 엘니뇨와 라니냐가 가져오는 여러 변화 등이 수백, 수천 동의 생명을 몰살시키거나 육지 면적을 감소시키더라도 지구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십억년의 변화 중 작은 한 시대의 전환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후위기는 바로 우리의 위기라는 생각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지구를 위해 희생한다는 인식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7-09 17:51   좋아요 1 | URL
차, 건물, 에어컨디션의 보호 아래 있는 우리는 잊기쉬운데 기후변화를 직접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존의 위기 가운데 있죠,,,,당장 편한 것을 쫒는 저의 무감함도 다시 반성이 되네요.ㅠ
감사합니다 ~~^^

희선 2022-07-09 0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2022년엔 기후변화가 더한 것 같기도 하네요 지구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좋을 텐데, 그런 날이 올지...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7-09 17:52   좋아요 1 | URL
저도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 희선님

러블리땡 2022-07-0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밈처럼 도는 책이라 읽어보고 싶던 책인데 ㅎㅎ 기회되면 꼭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07-10 08:53   좋아요 0 | URL
밈!^^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2-07-10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저도 곽재식 님 좋아해서 이 책 샀는데 남편이 먼저 읽는다고 들고 가놓고는 지금 ‘듄‘을 읽고 있네요. 허허허
빨리 책 읽고 내 놓으라고 해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7-10 08:54   좋아요 2 | URL
ㅎㅎ
두분 상황이 그려지네요^^
저희도 가끔 그러거든요~~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2-07-10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0 09: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

페넬로페 2022-07-11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곽재식님의 책,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scott 2022-07-1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합니다

올 여름 온도에
지구 환경 기후 변화의 심각함을
인지 하고 있지만

에어콘 없이는 살 수 없어여 ㅠ.ㅠ

thkang1001 2022-07-11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독서괭 2022-07-11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당선작이군요!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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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평이하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왜일까? 그동안 환경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접해서였을지 모르겠다. 책에 담겨진 내용들이 나를 각성시키지 못하는 것은 충격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많이 무뎌졌다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울 수가 없다. 오래 전에 경고해 왔고,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오염, 온난화, 멸종 등을 향한 방향은 바꾸거나 늦추기에 너무 거대한 흐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거대한 쓰나미 경고를 받고 쌓는 둑은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무감각하고 나태해진다. 무력감이 들었다. 혹시 나는 웬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식만 쌓고 실천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서 환경 챙김이라는 주제의 책들을 추천하고 선정하는 포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 시민 선정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의무감도 나의 무감함에 한 몫 했지 싶다. 흥미를 일으키는 책을 찾으려는 의도로 읽었기에 자극적 문구가 없는 문장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가 단조롭게 다가왔다.

 

작가의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는 차분하다. 말문을 여는 유년의 기억들은 아름답다. 연구 논문과 통계와 과학적 예상으로 전개해 나가는 논리에 경광등과 같은 자극은 감춰져 있다. 그럼에도 근거자료들 앞에서 던지는 순수하게까지 느껴지는 정직한 질문들은 환경에 나태했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급격한 도시화와 식량문제, 집약적 농사법에 따른 비료, 농약, GMO식품으로 인한 문제들, 음식섭취의 빈부격차 등을 다룬 후 질문한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라고.

 

인류는 어제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원을 사용해왔다. 그 자원은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사람이다. 저자는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어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한다”(127p)고 이야기 한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127p)이다. 에너지 사용량과 관련하여 제시하는 자료들과 비교를 예를 들면 “1970년과 오늘날 사이에 운전의 전체적인 증가로 미국, 중국, 인도 세 나라의 연료 사용량은 스물네 개의 미시시피 강에서 한 시간 동안 흐르는 수량에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140p)라는 것이다. 실감나는 비교였다. 1939년 이후 에너지 고갈과 관련한 주장을 한 과학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 물론 기후와 환경 과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두는 이것이 예측 시간이 뒤로 미뤄질 뿐 반드시 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대체연료를 찾아내는 일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평균적인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파리협정에서 그대로 따온 표현) 유지하기 위한 권고 사항들은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흉작 등의 모든 재앙을 막기 위함이다. 이런 예측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비관적이다. “이런 두려움에 대해 우리는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응답하지만 정작 실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두려워하지 않는다”(190p)고 한다. 불과 2세기 전 석탄을 때기 시작했으니 지금부터 200년 후를 상상해본다면 두려운 일이다. 풍요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면 400년 만에 지구는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상하는 일은 그리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자료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것이 많았다. 그 자료들이 가리키는 진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식량, 에너지, 환경, 멸종. 아마도 그래서 새롭거나 자극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단조롭게 읽어가던 중 부록을 읽으면서 각성되었다. <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에서 나의 가치관을 살펴보고(Step1), 정보를 모으고(Step2),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Step3)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Step4)를 단계별로 점검해보라고 한다.

저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스캔들을 일으킨 한 의사이야기는 생각할 지점이 있다. 간과 신장 이식으로 유명한 의사였는데, 인터뷰에서 건강을 위해 붉은 육류를 피할 것을 강조했던 그는 실제로 파파이스 프라이드 치킨 앤드비스킷 매장의 소유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병 주고 약 주는의사였다.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예이다.

또한 저자는 햄버거로 인해 아팠던 경험 이후 거대 패스트푸드 업체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 기업들이 4년 전 돼지저금통까지 탈탈 털어 투자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에피소드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치관에 따라 실천하며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압권은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찾아낸 사이트와 문헌들을 소개한 마지막 부분이다. 엄청난 양의 출처와 읽을거리들을 분류해서 이야기하듯 소개하고 있다. 그 양이 많은 것도 그렇지만 그 소스에 접근하는 것이 쉽다는 사실에서 더 놀란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선택과 분류의 능력에 대해 감탄했다. 잘못된 자료나 너무 오래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update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이 자료들을 보니 앞부분에 서술한 내용들이 그저 평이하고 단조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시 앞으로 가서 읽어보며 그렇게 느꼈던 것은 독자인 내게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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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6-0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각성이 되지 않고 무력감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작은 일부터 신청해야겠습니다.

늦었지만 당선축하드려요^^b

그레이스 2023-06-02 11:04   좋아요 1 | URL
ㅎㅎ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다시 읽었어요.
나태해진 저를 돌아봤구요.;;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6-02 14:08   좋아요 1 | URL
저도 덕분에 다시 상기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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