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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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다룬 책을 읽었을 때 안타깝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녀가 남긴 대표적인 말 중에 적당한 돈과 자기만의 공간이 여성에게 필요하다는 말은 어쩜 그렇게 현대에도 맞는 말인지 놀라울 정도이다. 

그래서 간혹 그녀를 페미니즘으로 보기도 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녀 자신이 여성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시대 오롯이 그 일을 해내며 살았던 스스로가 겪었고 경험했고 느꼈던 바를 말하면 그런 이유로 여성에게 중요한 것을 말했던 것이리라 생각한다.

너무나 귀한 그녀의 글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분류로 어느 한 분야에만 인정받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에 만나 본 『모두의 행복』은 평소 그녀의 글쓰기 기법이기도 한 내면의 흐름을 따라가는 글쓰기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내용이 정원, 자연, 풍경 등과 관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것들의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장소에서의 자연과 풍경, 정원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우도 있고 이름이 어딘가 익숙한 곳도 있으며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들어보는 곳도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 하지만 그속에 담긴 감정의 솔직한 표현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그려지는 자연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버니지아 울프 식 내면의 흐름을 따라가는 감각적인 표현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이다. 

누군가는 이 내면의 흐름, 의식의 흐름 대로 써내려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 방식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보다 더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잘 묘사된 글을 만나기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울프가 말하는 행복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통해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가 느낀 감정과 행복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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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 부부 새소설 20
권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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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반반결혼이 당연시 되면서 부부가 해야 할 일들을 엑셀로 만들어서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할 이유가 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오죽하면 이럴까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할텐데 『테트리스 부부』는 현실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표지만 보면 핑크빛 사랑이 샘솟는 부부의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그 어떤 관계보다 치열하고 기상천외한 생존 전략이 소개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 지웅과 민서는 딩크족으로 살기로 합의를 했고 연애는 낭만이더라도 결혼은 현실이라고 부부가 구한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함께 살면서 여기에 아이까지 생기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겠다고 느끼며 결혼 전에 했던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생각을 접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심을 가장한 오지라퍼들이 너무 많아 적당한 나이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을 언제 하냐고 묻고 결혼하면 아이는 언제 낳을거냐고 묻는다. 하나 낳으면 둘째는 언제 가지냐고 서슴없이 물어대는데 지웅과 민서는 결국 이 질문들에 대한 원천봉쇄격으로 난임이라고 말하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하면 둘이서 완벽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무슨 일이나 그렇듯 계획은 계획일 뿐, 현실은 온갖 변수들이 존재한다. 

결혼 전 나를 매료시켰던 부분이 결혼 후 나를 괴롭게 하거나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민서의 경우 관심이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며 자신이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정이 풀리다보니 혼자가 아닌 둘이서 꾸려나가야 하는 부부의 삶에서 그런 모습은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지웅과 민서의 다른 소비 습관도 문제다. 지웅이 저축에 중심을 두었다면 민서는 빚도 자산이라며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든다. 이외에도 민서가 보여주는 각종 소비 행태는 지나친게 사실이다. 이렇게 살면 재벌 딸이나 건물주가 아닌 이상 일반 직장인이라면 파산이다.

그러던 중 난임이라 말하며 가족들에게 철벽을 치던 지웅과 민서는 비뇨기과에서 지웅의 무정자증 진단을 듣게 되고 이때부터 지웅은 더이상 참지 않기로 한다. 민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겠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지웅의 모습을 보며 민서가 느끼는 감정이란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따라와주지 않는 지웅에 대한 화남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모습들을 보면 민서는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 아닌가 싶고 애초에 이 두 사람은 결혼을 한 부부라기 보다는 각자의 생활패턴을 터치하지 않으면서 함께 살기만 하는 동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 지나친 설정이지 않았나 싶기도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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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의 인사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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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 씨, 냉장고를 부탁해, 화분도. -세주(p.10)


여름휴가를 맞이해 어디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했던 동하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자취방에 있는 세주의 빨간 냉장고를 보게 된다. 크지 않은 술냉장고 전용이였던 냉장고, 게다가 왠 화분 하나도 놓여 있다.

세주와는 이미 일 년 전에 헤어진 상태다. 하지만 집의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아 그녀가 들어올 수는 있었던 상태. 무더위에 씻고 나온 동하는 당연히 냉장고 안에 맥주라도 있을거란 부푼 기대로 문을 열지만 충격적이게도 그곳엔 책이 있다. 뭐 이런 경우가...



너무나 기이한 상황에 결국 동하는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세주의 친구에게 DM을 보내고 다행히 연락이 닿게 된다. 알고보니 세주가 주변에 이런 식으로 물건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아니면 맡긴 건지도... 특이점이라면 그때마다 화분은 하나 있었던 것인데 그녀가 식물 상점을 했다는 사실을 이를 통해 알게 된다.

게다가 그녀의 친구는 세주가 동하에게 냉장고에 책을 담아 선물을 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책은 세주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였다고. 관용의 의미를 가진 문샤인 산세베리아와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책 그리고 냉장고.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미 헤어진 여친이 남긴 책을 읽으며 만족하고 화분을 잘 키우고자 애쓰는데 그와 동시에 연락이 닿지 않는 그녀의 행방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세주와 헤어진 후 한참이 흘러 그녀가 남긴 것들로 인해 그녀를 행적을 찾는 동하의 이야기가 나온 뒤 세주의 이야기가 나온다.

세주의 삶은 참으로 기구했고 안타깝다. 자신의 생일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었다는 자책감으로 인생을 살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하나 뿐인 가족이였던 할아버지 역시 소박한 꿈조차 함께 할 수 없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세주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되는 일이 없는 애였다. 취중에 왜 나만 사는 게 이렇게 힘드냐고 하소연도 했다.(p.22)


동하가 세주의 사연을 알기 전 취중에 거낸 그녀의 말은 돌이켜보면 너무나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렇게 끝이 났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이별한 이후 서로를 이해하고 또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책도 책이지만 동하가 문샤인 산세베리아를 제대로 키워보려고 애쓰는 모습은 결국 세주와의 재회를 바라는 마음과 맞닿아 있다. 꽃을 피우면 우리는 만나게 되지 않을까하는 바람처럼...

잔잔한 분위기 속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한 마디로 딱 잘라 정의 내리기 힘든 두 사람의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이다가 또 서로에게 닿아 보듬고 위로를 해주는게 아닐까 실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극적인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 속 이런 감정과 대화 속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 어른이 되어가는 둘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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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바통 7
이종산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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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라니... 제목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표지도 재미있는 요소로 만들어졌는데 무려 7명의 한국작가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 단편소설모음집이라 굉장히 기대되는 작품이였다.

내가 살아내고 있지만 내 인생이 아닌 인생이란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처음은 아닐지언정 일단 살아내면 그것도 내 인생 아닌가 싶은 생각도 솔직해본다.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란 소재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책은 빙의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무려 7인의 작가가 풀어내는 빙의물이라는 점에서 제각각의 매력과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종산 작가의 「두 친구」는 전통적인 빙의물로서 흔히 빙의라고 하면 귀신 씌인다고들 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귀신 씌인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의 방향으로 흘러가 반전 아닌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이며 조시현 작가의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데이터화된 인간이 램덤으로 인간의 몸에 주입되는 것을 빙의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발상의 전환을 볼 수 있는, 그러면서도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신선한 SF소설을 보여주는 작품이였다.

현호정 작가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는 좀 특이한데 돌+I인가 싶은 부랑자는 자신이 지구에 빙의가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동안 온갖 빙의 대상이 있긴 했지만 지구는 처음 들어보아서인지 신박했던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지구에 빙의했다는 부랑자를 통해 놀랍게도 지구 탄생과 관련한 신화를 담아내고 있으니 작품의 소재도 아이디어도 대단하게 생각된다. 



한정현 작가의 「어느 날 여신님의 다리 위에 우리가 」는 일본의 무속신앙 같은, 일종의 구복 신앙 의식 같기도 하고 액땜한다고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체험을 통해 단순한 재미를 위한 행위가 아닌 무게감있는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다. 박문영 작가의 「덮어쓰기」는 조시현 작가의 작품처럼 기술이 발달한 가운데 이미지 덮어쓰기라는 기술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과 연결지어 보여주고 있는 점도 관심있게 본 작품이다.

박서련의 작가 「니가 왜 미쳤는지 내가 왜 알아야 돼」는 실제로 이런 주제로 작품이 많이 쓰여지기도 하는데 자신이 읽던 작품의 인물로 빙의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상황이 특수한 것이 결말은 알지 못하고 장르가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과연 어떤 펼쳐질지 기대하며 읽게 될 것이다. 

정수읠 작가의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제목부터가 흥미를 유발하는데 현대인들의 삶을 관조하고 있는 철학적 메시지도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익명성 속 다양한 매체에 접속하고 그 공간에서 그에 맞는 인물로서 활동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빙의물이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빙의물인 한 편을 제외하고는 색다른, 그리고 개성있는 시도라고 봐도 좋을 작품들이라 다채로운 소재와 분위기 속 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잘 실려 있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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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늙어간다는 것 -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유영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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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이이기에 할 수 없는 것보다 아이이기에 해야 하는 것들이 싫었던것 같다. 어른들의 세계는 알지도 못하면서...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였나 싶다. 한 해가 다르게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올해만 해도 벌써 6월이며 과연 뭘했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니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는게 무섭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의미있게 나이들어가는 것일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왕이면 멋지진 못하더라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고 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물음에 조금이나마 답이 되어 줄 책을 챙겨보게 되는 것 같다. 이마저도 왠지 나이가 들었음의 증거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지만 웰다잉이 한때 화제였던 것처럼, 아니 오히려 잘 나이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

『나로 늙어간다는 것』의 저자인 엘케 하이덴라이히는 82세의 문학평론가이자 작가로 현역에 있으시고 문학상을 다수 수상할 정도라고 하니 독일에서는 꽤나 유명하실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들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래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과 늙어간다는 사실 속 이제는 달라지는 역할도 받아들어야 하고 매일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늙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청춘이라고 말하기엔 오기 같은 나이, 근래에 유퀴즈에 출연하신 배우 박근형님이 죽음을 대비하며 사진도 정리를 하고 있다는 말씀에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아직은 이르지 싶으면서도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민폐이겠구나 싶기도 하고 최대한 평소에도 덜 가지며 더 많이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책을 보면 책임과 비움, 배움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어쩔 수 없는 죽음에 대비한 비움의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늙어서 뭘 더 배우나 싶은 생각보단 늘 배우는 자세로 어떻게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매일매일을 더욱 소중히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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