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오래 산다 - 30년 문학전문기자 생애 첫 비평에세이
최재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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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력의 문학전문기자가 처음으로 펴낸 비평에세이, 『이야기는 오래 산다』는 한국문학사의 생생한 증언과도 같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있다. 과연 문학전문기자는 어떤 작품을 읽을까? 그리고 어떻게 읽고 그에 대해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까? 전문 비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저자의 레이더에 잡힌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되었지만 과연 그 작품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상당히 궁금했던 책이기도 하다.


특별히 어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지만 문학, 그중에서도 한국문학만 놓고봐도 출간되는 작품들이 상당하기에 작가가 말하는 문학의 포화라는 표현이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그렇다면 이런 포화 상태 속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록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자 동시에 작가는 어떤 작품에 감동받고 표현 그대로 찬양하고 있을지도 상당히 궁금했던 책이다. 

무엇보다도 한국문학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 문학의 역사와 시대적 변화를 겪으면서 문학의 사조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우리 문학장르의 작품들이 세계 속에서는 어떤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지와 같은 현주소도 만나볼 수 있었기에 참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총 4부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자가 이미 <한겨레>에 실었던 칼럼과 서평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바로 2부의 내용들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가 도래하면 과연 우리나라의 어떤 작가가 이번에는 수상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지만 역시나 수상 발표에서 멀어지면 언제쯤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배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는 아쉬운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한국문학계에 존재했던 여러 문제들과 함께 노벨문학상과 관련한 소신 발언, 우리 문학계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나 일본 작가가 그의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역사 인식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논조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소신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단순히 한국 문학사 내지는 한국 문학과 관련한 단순한 작가와 작품 소개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 높은 토론의 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독자 역시 저자가 고민하고 주장하는 바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이는 또다른 의미에서 능동적 독서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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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러시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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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러시』는『코리안 티처』를 통해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22년에는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서수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이면서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골드러시』가 수록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서수진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보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도 될것 같다.

책속에는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입국심사」는 자국 내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려는, 내지는 원래의 입국 의도와는 달리 영구히 그 나라에 눌러 앉으려하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하는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입국 후 임시 체류자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고자 하는 살마들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고 하는 점은 이해가 가면서도 도 어떻게 보면 만약 입국심사 상황에서 그런 의심을 받는다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수도 있겠구나 싶은 감정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캠벨타운 임대주택」는 호주를 배경으로 반난민 정책의 지지자와 그 반대에 놓인 임대주택에 살면서 호주에 거주중인 이들의 삶을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데 사실 이민자나 난민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로 인해 자국내에서도 이런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그 갈등을 먹이삼아 정치활동을 하며 오히려 갈등과 분노를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골드러시」는 작가님의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눈길을 끄는데 이방인으로서 현지인과 결혼해 살아간다는 것이 곂코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민자의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지에서도 그리고 이민자 사회에서 견디기에도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게 한다. 미발표작이기도 했으나 이 작품에 실린 「졸업 여행」은 작품이 쓰여진 시기가 전세계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던 호주의 대화재 당시라는 점에서 그러한 사실이 작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하며 읽는 것도 좋을것 같다.

「헬로 차이나」와 「한국인의 밤」은 앞서 나온 「캠벨타운 임대주택」처럼 이민자들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한 사회의 이방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육체적 힘듦 이외에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어려움으로 가가올지도 모를 편견, 그리고 이방인이기에 사회적 시선을 참아야 하는 현실을 그려내고 있어서 한국인의 이국에서의 이방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삶이 아닌 우리나라에 온 이방인들의 모습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외출 금지」는 차별이 없는 세상을 바라며 호주로 떠난 동성애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배영」은 한 커플의 사랑이 어떠한 과정으로 더이상 사랑의 감정조차 남아있는 않는 상태가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며 두 사람이 이별의 적정한 타이밍을 찾는 가운데 불편한 동반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현실에서 있음직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며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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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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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집의 제목 같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그래서 과연 이 작품이 미스터리의 대가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인가 싶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이다. 

아마도 제목을 보면서, 그리고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감성 가득한 표지를 보면 시집을 떠올리는 것도 과언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이 그녀가 무려 12년 전인 2012년에 ‘치매 예방 하이쿠 모임’을 통해서 하이쿠라는 일본의 정형시에 매료되어 스토리화 하고 싶다는 마음을 실현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문구가 이 작품을 통해 미야베 미유키가 하이쿠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12편의 작품 제목들도 17자이며 작품의 말미에 다시 이 제목이 하이쿠로 등장하니 제목을 읽고 스토리를 읽은 후 다시 오롯이 하이쿠로 마주했을 때의 하이쿠는 확실히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냈구나, 왜 이런 제목을 했을까에 대한 해답이 되는것도 같아 제목으로 읽은 하이쿠와 작품을 읽은 이후의 하이쿠는 같은 글자임에도 그 감상이 달라지게 되는것 같다.

또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대가이자 시대물을 펴낸 작가답게 작품 속에서는 서정적인 느낌의 하이쿠 안에 작가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느껴볼 수 있는 스토리도 담고 있는데 그속에는 인간이기에 느끼게 되는 공포도 있고 현재인줄 알았더니 그보다는 미래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그려낸 공포도 있으며 이는 SF에 판타지도 있다는 점에서 미야메 미유키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하이쿠를 통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 역시나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의 말미에는 하이쿠 작가에 대한 소개도 나오니 함께 읽어보면 좋을것 같고 작가에게 있어서 하이쿠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이번 한 권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후 더 많은 책을 쓰고 싶다니 이런 류의 독특한 분위기 속 다양한 스토리, 그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근원적 공포와 흥미로운 설정들을 더 볼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어서 이렇게 미야베 미유키 식의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원래 긴 글보다 짧은 글에 자신이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17자 속에 각 단편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한 편의 시에서 하나의 시어가 지니는 중의적 내지는 다중적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 되기도 했기에 과연 앞으로 펼쳐질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어떤 하이쿠와 이야기들이 그려질지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

그래서인지 20자도 되지 않는 분량의 시 속에 세상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하이쿠를 제대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맛을 보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콜라보레이션이 끝나는 즈음 한번쯤은 함께 활동한 이들과 미야베 미유키의 하이쿠 작품만을 담은 시집을 펴내는 것도 이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구름에달가리운방금전까지인간이었다 #미야베미유키 #북스피어 #레이디가가시리즈 #신간미스터리 #추리소설 #일본문학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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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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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셜리 잭슨상 수상작이자, 2020년 월드 판타지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는 브라이언 에븐슨의 단편소설집이 바로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이다. 

환상 호러 소설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여러 설정들이 기괴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데 태생부터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태어난 아이라든가 우주 괴물로서 인간을 탐하는 존재, 작품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 영화 감독, 분명 전날 밤 딸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지만 다음 날 가본 방에서는 딸의 흔적조차 없는 사건이라든가 기묘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른 존재가 그려지기도 하고 돌연변이 생명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그려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환상 호러 소설집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상상력의 한계가 없는 것마냥 여러 기묘한 존재들의 등장과 그 존재들로 인해 발생하는 기괴한 사건들과 전개가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바로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인 것이다. 


단편집으로 무려 22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겋기에 분량도 다양하지만 짧다고 결코 그 임팩트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 작가의 상상력에 한계가 없는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이 한 권에 그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주는 공포, 현실이되 마치 그속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틈 사이에 보여지는 또다른 세상 속 존재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멍과 틈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이기에 더욱 무섭게도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며 그냥 이야기겠거니 싶은 마음이 아닌 만약 이것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든가 아니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느낌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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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수집가의 단짝 - 문구 좋아하세요? 시리즈 8
카멜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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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덕후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 같은 책도 출판사마다 소장한 경우도 있고 관련 굿즈를 위해 책을 구매한 경우도 있다. 그런 책들은 오롯이 모셔두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읽고 싶은 책도 있다. 그럴 땐 과감하게 동일한 책을 두 권 사서 한 권을 읽고 한 권은 그대로 소장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구류 좋아한다. 디자인이 예쁘거나 신기한 것들을 수집한다. 살려고도 사지만 소장하려고도 산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보았을 때와 같은 심리일 것이다.

그렇기에 『기록하는 수집가의 단짝』이라는 제목 하에 문구인 다섯이 함께 펴낸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은 소소문구라는 브랜드의 대표도 있고 『태국 문방구』라는 독자적 책을 쓴 작가도 있으며 문구소녀라는 이름 하에 <문구구절절>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분도 있고 마스킹 테이프 대표도 있다. 그러니 다섯 명의 저자는 모두 문구에 이보다 진심일 수 없다. 


그런 분들이 들려주는 문구 이야기라 문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런 문구들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도 흥미롭지만 유명 문구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책을 보면서 뭔가 동질감을 느끼게 했던 이야기는 바로 일명 방습제로 통하는 실리카 겔 수집에 대한 잉기다.  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현경 작가님은 연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데 습한 태국에서 그 습기가 치명적인 연필의 뒤틀림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 실리카 겔 수집가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책을 너무 좋아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 사이즈에 맞춘 opp 봉투를 사서 한 권씩 포장하고 혹여라도 비닐 포장으로 인한 습기, 여름철 장마로 인한 습기, 그리고 종이이기에 걱정되었던 벌레 등을 막기 위해 이 실리카 겔을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책 포장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 최대한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행위까지 해본적이 있다 싶은 분들은 아마도 많은 공감을 할 대목이다.

너무 비싸서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이 또한 힘든 일이겠으나 그래도 살면서 나에게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최애 하나 정도가 있다면 분명 행복이 무엇인지도 우리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님들에겐 그것이 노트, 연필, 지우개,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라는 각기 다른 다섯 종류의 문구인 것이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애가 문구인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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