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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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한 나무의 가지도 제각가이듯 한 부모에게서 난 형제자매 역시도 그 성향이 똑같을 순 없다. 피를 나눈 형제이기에 비슷한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타고난 성질과 자라면서 갖게 되는 성향도 분명 그 차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한 가족사 안에서 그려지는 비극적인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데 이번에 만나 본 이재구 작가의 『포기할 자유』라는 작품 역시도 그런 분위기이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이 가족 앞에 피보다 더 진한, 그래서 섞일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이념 그리고 돈일 것이다. 무려 3대에 걸친 한 가족사의 이야기 속에는 지극히 현실적일지도 모를 인간적인 욕망이 그려지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형구와 형남 형제. 이미 몰락해버린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보통은 장남에게 기대를 거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집안의 경우에는 둘째인 형남이 그 기대주가 된다. 공부를 더 잘했기에.

어려운 집안에서 형남에 대한 뒷바라지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가족들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내심 이런 뒷바라지가 형남의 성공이 가져 올 자신들에 대한 보상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형남은 고마움 보다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는 의식에 사로잡히고 다른 이의 희생을 당연시하기에 이르는데 그중에는 형구도 있었다. 

길지 않은 학업을 끝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가족들을 위해 집안의 기둥 같은 형남을 위해 온갖 일들을 하며 뒷바라지를 하지만 형남은 고마워하기는 커녕 전형적인 자기 중심적 인간으로서 형구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지원을 부족하다 할 정도이다. 

특히 형구를 향한 시기와 질투, 또는 당연하게 여기는 희생은 이후 보여지는 나머지 형제들의 아전투구 속 형구로 하여금 허무함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가까운 지인이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것을 빼앗아도 허무하고 허탈할 것인데 형제라는 인간들이 하나같이 형구를 향해 탐욕스러운 모습을 숨기지 않는 모습은 형제는 커녕 남보다 못한 존재라는, 배은망덕함의 표상들 같다. 

결국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형제들간의 골육상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대서사시는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 되면서 씁쓸함을 안겨주지만 그속엔 인간의 탐욕과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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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새의 일일 - 이 망할 게으름이 나를 구원할 거야
큐새 지음 / 비에이블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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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나만의 한줄평 :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의 속도대로, 나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내가 행복한 삶이 아닐까.

예전 같으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 에세이가 인기였겠지만 최근에는 과감하게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느긋하다 못해 게으른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여유로움(?)을 보이는 태연자작한 모습을 담은 에세이가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

내 삶을 타인의 방식이나 속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볼 때는 비록 부족해 보이고 때로는 답답해 보일지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시하고 또 그걸 인정해주는 분위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함에서 오는 대리만족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삶을 담아낸 작가님들을 보면 그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니 더욱 공감을 자아낼지도 모른다.



『큐새의 일일』 역시도 어쩌면 그런 분위기인지도 모른다. 굉장히 단조로운 그림체는 이 작품이 갖는 전체적인 의도와도 일맥상통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며 책 속 곳곳에서 보여지는 메시지는 성실함마저 노력 없이 얻고 싶다는 말로 무기력과는 차원이 다른 정신적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죄책감 느끼지 말라는 메시지, 갓생이 있다면 후생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메시지는 트렌드를 쫓기 보다는 오히려 my way 추구미를 보여준다.



너무 느긋한 거 아니야 싶을수도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아무것도 안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도 나왔겠지... 지나치게 열심히에 몰두하지 말고 나의 속도대로 조금은 여유를 갖고 게으름이나 멈춤, 쉬어감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함께 마음이 조금이나 느긋해지는 큐새의 일상툰이자 그림 에세이였다.


자신의 일상에서 경험한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내고 있는데 미루는 게 미덕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작가님 치고는 의외로 일상은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름 반전이 있고 웃음 포인트도 많은 큐새의 위로와 공감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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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 레이디가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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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애거사 크리스티’ 아라키 아카네가 선사하는 ‘본격+사회파’ 미스터리!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문구가 눈길을 끄는 작품, 『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이다. 작품은 1막과 2막이 나눠져 있다. 그리고 언뜻 보면 두 작품은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상 별개의 작품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이후 두 작품이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아라키 아카네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먼저 1막의 이야기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한다. 작품 속 히토는 섬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복수를 꿈꾸며 섬에 들어오지만 정작 자신이 하지도 않은 살인사건이 먼저 발생하면서, 게다가 연쇄살인 사건의 발생으로 오히려 졸지에 살인범으로 지목되는데 이러다간 복수는 커녕 자신이 위험하게 생겼다.

과연 누가 왜 이런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을까? 히토는 살기 위해 범인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2막에서는 1막의 참사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오카사부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역시나 1막의 피해자들처럼 신체의 특정 부위가 절단된 채로 발견되는 사체로 인해 1막과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음 피해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 대상자인 마리아는 히토처럼 자신이 살기 위해 범인을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마치 3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평행이론이라도 펼쳐지듯 배경만 다를 뿐 비슷한 시체의 발견 속 연쇄살인이 발생하고 또 자신이 살기 위해 범인을 찾아야 하는 설정이 흥미롭다. 

1막의 끝이 끝이 아닌 2막을 위한 서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두 이야기가 1막의 경우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밀실 살인 사건의 본격 미스터리를 보여준다면 2막은 『ABC 살인 사건』을 오마주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표방하며 대도시의 토막 살인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알고 이 책을 본다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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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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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고 하면 필연적으로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고립, 외로움이라는 이미지인데 캐런 제닝스는 이러한 섬을 배경으로 섬의 유일한 주민인 동시에 등대지기이기도 한 새뮤얼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섬』은 지난 2021 부커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한데 작가 자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서 이 작품을 통해 식민지 시대 이후의 아프리카의 여러 상황들을 일흔살의 새뮤얼이라는 인물의 삶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부커상이 좋아할만한 내용이였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혼자인게 낯설지 않은 평범한 하루의 시작, 매일 아침이 언제나 똑같았을 등대지기 새뮤얼의 어느 날 아침 그가 살고 있는 섬에 한 남자가 떠밀려 온다. 남자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지만 생명이 붙어 있는 상태이다. 새뮤얼은 그가 곧 난민임을 깨닫게 된다. 

그 남자가 오기 전 새뮤얼은 섬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와 세상을 이어주는 것은 2주에 한 번씩 그에게 보급품을 가져다주는 선박이 전부였고 그는 이런 생활에 익숙한 채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등장으로 그는 과거 자신의 나라가 식민지가 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모든 아프리카의 국가는 아니겠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부패, 그리고 독립을 향한 외침과 그 이후 남겨진 처참한 댓가를 회상하게 된다. 

그는 식민지로 인해 조상대대로 살아 온 땅과 집을 잃었고 생활은 곤궁해졌으며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에게 남겨진 건 영광이 아닌 장애였다. 그렇다고해서 그토록 바라던 독립 이후의 삶은 나아졌을까? 

독립은 자유가 아닌 군부독재의 장악과 부패로 이어지고 이후 자신도 그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에 가담하게 되지만 새뮤얼은 곧 자신의 부끄러움을 깨닫게 된다. 이후 아버지가 독립을 위해 투쟁했듯이 새뮤얼은 민주화 운동을 위해 투쟁하지만 그 역시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로 투옥된다. 

출소 이후 새뮤얼에게 있어서 섬의 등대지기라는 삶을 지난 시간들보다는 분명 평화로울 테지만 낯선 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평온했던 삶에 균열이 오면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현재 아프리카 국가 중 식민지와 독립, 이후의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 속 군부독재의 등장과 민주화 운동 등을 경험했고 현재 진행중이기도 한 나라의 역사적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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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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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 『바움가트너』는 그의 사후 1주기에 맞춰서 출간된 최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표지를 자세히 보면 한 사람의 얼굴 안에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데 이는 제목이 ‘정원사’라는 의미를 가진 ‘바움가트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원사라는 의미인 동시에 자신의 성씨이기도 한 ‘바움가트너’는 어딘가 모르게 소설과 실제를 살짝 섞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자신의 40년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마치 삶을 회고하는 동시에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속 사이 바움가트너는 은퇴를 목전에 둔 한 노교수로 그려지는데 자신의 지난 인생에서 마주했던 사람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동시에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 싶게 하는 글쓰기에 대한 고뇌를 담아내기도 한다. 

은퇴를 앞둔 그에게 있어서 10년 전 아내와의 사별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순간이며 그때의 아픔과 상실감은 지금도 그를 괴롭힌다. 그런 아내에 대한 기억이 결국 지난 시간들, 기억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면서 이상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아내와 자신이 쓴 글들이 엇갈리며 그는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직시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다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겐 또다른 고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바움가트너에게 있어서 아내와의 사별은 익숙한 일상 속 낯선 홀로서기일지도 모른다.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행동들이 그를 지난 기억 속으로 자신을 소환한 것도 어떻게 보면 우연한 사건의 발생이 가져 온 의도치 않은 일일 것이다. 

바움가트너에게 있어서 과거로의 회상이 가능하게 한 트리거는 냄비를 태워버린 사건이고 뒤이어 발생하는 검침원의 방문 등이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은 결국 바움가트너의 내밀한 삶과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그의 아내가 발표하지 않았던 글들을 통해서도 전해진다는 점이 의미있겠다. 

그의 지난 삶이 여전히 아내를 잃은 고통 속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은 소중한 이를 잃어 본 이들에겐 공감하는 대목도 있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시 앞으로의 생으로 나아가고자 의지가 아내의 미발표 원고에 대한 결심이라는 점은 결국 어떤 면에서 보자면 자신과 아내 두 사람의 긴 인생의 여정을 잘 마무리하는 의지인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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