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기록하다 for me -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선물하는 다이어리북 순간을 기록하다
데이비드 트리폴리나 지음, 박지희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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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기끼어 수고스러움이 더해지는 책이 인기다. 각종 드로잉북을 비롯해 컬러링북, 스크래치북, 캘리그라피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한데 이번에 만나게 된 『순간을 기록하다 for me』는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선물하는 다이어리북'이라는 말에 걸맞게 지금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미 독일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책으로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트리폴리나는 뉴욕 출신의 심리학자로 '한 개인에 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대답과 깊은 통찰을 끌어낼 수 있는 현명한 질문들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오다 이 책을 펴냈다.(저자소개 中)'고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이 담고 있는 많은 질문들을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출간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가 주체적으로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다양하고 풍성한 질문들은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진짜 나를 만나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의 생각을 고려한 답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100% 솔직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질문도 있고 때로는 누가 볼까 부끄러워지는 질문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은 아무래도 작성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실을 감추게 할지도 모르는데 저자의 말처럼 6개월, 또는 1년, 어쩌면 그 이상의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책을 꺼내보면서 예전의 자신이 했던 생각, 지녔던 가치관 등을 지금과 비교해보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책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자신의 솔직함을 표현하는게 가장 중요할것 같다.

 

 

 

간혹 어르신들이 내가 살아 온 인생사를 이야기 하자면 대하소설 몇 권으로도 모자르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궁금하지 않을지도 모를 이야기도 본인은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때로는 다른 이에게 무용담처럼 들려주기도 하는데 이처럼 한 개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흥미로운건 바로 당신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을 잘 생각하며 작성해보자.

 

'이 책을 시작한 날'을 년월일과 시분과 오전, 오후까지 씀으로써 본격적인 작성이 시작되는데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나'를 기록하는 'I wa s...'에 대한 질문을 쓰고 '오늘의 나'를 기록하는 'I am ...'에 이어서 '내가 미처 몰랐던, 발견하지 못했던 나'를 기록하는 'If I ...'를 기록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것은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셀프인터뷰'로 지금까지 앞에서 묻지 않은 질문이 있다면 직접 질문을 쓰고 답하는 것이다. 

 

책 사이사이에는 이 책을 하나씩 완성해나갈 독자들을 격려하고 힘을 주는 유명인사들의 명언이나 영화 등의 명대사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미완성인 채로 이 세상에 나온 이 책을 오롯이 나를 위한 기록을 통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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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니시 카나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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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라니,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이런 의미심장한 질문을 하는 것일까?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시작된 이야기를 중단하는 것만크이나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그래요. 계속 얘기 해봐요.'라고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2015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라바』의 작가 니시 가나코로 2004년 『아오이』를 발표한 이후 여러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평단의 인정을 받아오고 있는 일 문학계를 이끌 차세대 작가로 손꼽히고 있단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진 니시 가나코의 작품을 읽을 기억이 없어서인지 그녀의 작품이 어떠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동안 줄곧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 준 모습과는 달리 실제 모습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주변에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때때로 많이 곤란해지질것 같기도 하지만 또 웃으면서 그냥 넘길것 같기도 한, 사고뭉치 느낌도 나는데 미워할 수만은 없어서 마치 그녀 자신이 유명하고 인기있는 시트콤의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이기도 한다. 신비주의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토록 작품과 괴리되는 모습을 스스로가 거침없이 얘기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주변인의 이야기를 실명으로 이야기 해도 되나 싶은 것이 오히려 독자들이 '이 얘기, 계속해도 되시겠어요?'하고 걱정하며 반문할것 같다.

 

해외주재원이셨던 부모님으로 인해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자란 특별한 경험이 있고 이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작가가 되기 전에는 참으로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일을 했다 싶은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이야기, 스스로가 경험한 특별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는 이미 지난 2007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첫 에세이와 2009년 6월에 출간한 작품을 재편집해 2011년 11월에 문고판으로 출간된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처음 연재를 의뢰받고 긴장하다 사전에서 에세이(수필)의 의미까지 찾아본 끝에 자유로운 태도로 쓴 글을 담아내기고 결심하는데 정말 자유로운 태도 그대로가 담겨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경위와 이란에서의 생활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 저자는 이후 네 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분류해 소개하는데 그녀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어떤 사람'에서는 자신이 어렵게 보낸 20대의 각종 아르바이트에서 마주한 바의 마담이나 아침 장터에서 마주한 사람들, 자신의 술버릇은 물론 친구들의 술버릇을 실명으로 거론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마트에 장을 보러가 역시나 장을 보러 온 타인의 장바구니에 담긴 먹을거리와 그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너무나 흔히, 상투적으로 물어보는 “취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도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여러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여행 동안 일어난 일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뭔가 대단한 일이 아니여도 감사할 일은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까지 과연 한 사람이 겪은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으로 버라이어티하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소설만큼이나 또다른 에세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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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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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라는 책의 서두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의 어느 소설가가 말한 바에 의하면 오백 명에 한 명 꼴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살인범이 우리들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오백 명 중에 한 명은 살안자이지만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킬러 넥스트 도어』에는 이름만 아파트인 다가구 주택 속에 살아가는 여섯 명의 평범한 이웃 중에 살인마가 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의 영국에서 점차 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런던 남부의 노스본에 위치한 아파트 23번지는 낡고 방범도 취약했으나 집주인에인 로이 프리스는 입주자를 들일 때 필요한 신원 보증서 등의 서류를 받지 않는 대신 사람들을 받았고 그로 인해 이곳은 마치 잠시 머물다가는 장소처럼 많은 이들이 거쳐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는데 독신남이자 세입자들 중에서도 실제로는 유일한 고용 상태인 토머스 던비를 비롯해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이란인 망명자 호세인 잔자니, 매일 거의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는 제라드 브라이트, 연금을 수령하고 있고 이곳에서 거의 칠십 평생을 살아온 노부인 베스타 콜린스와 각종 물건을 훔쳐 되팔면서 월세를 마련하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셰릴 패럴이 있다.

 

여기에 니키라는 여성이 살고 있었으나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고 곧이서 거금을 들고 도망중인 콜레트라는 여성이 니키의 짐을 다 치우기도 전에 입주를 하게 된다. 짐도 챙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니키지만 아무도 이에 개의치 않는다. 그저 집세를 내기 힘들어서 몰래 떠나버린게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이 곳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춰야 하는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처럼 느껴진다.

 

콜레트(원래 이름은 리사다)는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사장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도망치게 되는데 이때 사장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10만 파운드를 들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이 아파트로 오게 되었다.

 

처음 음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주인과 전체적으로 보안과 관리가 허술한 집 상태에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점차 자신을 챙겨주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이웃으로 인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그들과의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죽게 되는데...

 

이야기는 처음 경찰서에서 사회복지사와 변호사를 곁에 두고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셰릴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도망자 신분으로 치매를 비롯한 다른 병까지 걸린 엄마를 지켜보기 위해 결국 뒤쫓는 무리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런던으로 돌아와 살인마가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콜레트, 그리고 그녀가 살게 된 호실의 니키라는 여성의 실종, 그리고 자신이 살해한 여성들을 마치 고대 이집트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좁은 자신의 집에서 미라로 만드는 사람.

 

희생자인 여성은 한 두명이 아니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관련된 지식을 얻기 위해 많은 책을 읽는다. 집안에서 느껴지는 악취는 분명 이 연쇄살인마의 시체 해부와 처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죽인 여성들을 마치 영원히 살아있는 것처럼 컬렉션으로 모으는 과정이 섬뜩함을 넘어서는 공포를 자애내고 버젓이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사실은 자신의 집안에서 이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이 장르의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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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
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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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은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작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고, 대략적인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책을 읽어보질 못해서 전혀 몰랐다.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이델베르크를 주무대로 황태자와 요즘으로 치자면 음식점 웨이트리스의 짧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왠지 여러 면에서 왠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기대되어 언제고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이번에 로그아웃에서 출간된 원작소설의 완역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가웠고 책 중간중간 예쁜 일러스트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잠깐이나마 독일과 하이델베르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던것 같다.

 

 

카를부르크의 황태자인 카를 하인리히는 최근 졸업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로 황제에 의해 1년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할 계획이였고 이 유학길에 황태자의 개인 교수이자 황태자를 잘 가르쳐 최종 합격을 할 수 있게 한 업적을 인정받아 신임 궁정 고문관이 된 위트너 박사와 왕족의 시중을 드는 루츠 씨와 함께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이제 스무 살이 된 하인리히는 그동안 자식이 없던 백부이자 지금의 황제에 의해서 엄격한 궁중 예법에 따라 키워졌고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기차행은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 된다. 그리고 동행한 박사의 경우에는 궁중에서 근 10년 가까이 지냈던 이유로 건강이 다소 나빠져 하이델베르크에서 산책을 하며 다시금 날씬하고 건강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루츠씨만이 그동안 지켜져 온 궁중 생활과는 다른 행동을 연이어 보이며 일반적인 시종과는 다른 자신을 몸종처럼 취급하는 박사와 황태자에 조금씩 불만이 생긴다. 게다가 힘들게 도착한 하이델베르크에서 황태자가 묵을 숙소는 고급 호텔이 아닌 허름한 하숙집과도 같았고 루츠씨는 자신이 골방같은 곳에서 앞으로 1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해진다.

 

모든 것이 신기한 황태자는 바로 이곳에서 살림살이를 도와주는 케티라는 여성을 만나 운명적인 첫사랑에 빠진다. 부모가 없는 두 사람의 처지는 곧 어딘가 모르게 슬픈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케티에겐 프란첼이라는 삼십대의 약혼자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게다가 황태자가 궁중에서처럼 생활하는 동시에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함께 보내진 박사는 오히려 황태자에게 그가 지금까지 결코 맛볼 수 없었던 자유와 일탈을 몸소 실천해 보인다. 여기에 황태자가 학우회에 가입까지 하게 되면서 수업에는 출석하지 않고 점점 더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학우회 회원들과 결투를 하고 케티와의 연애를 이어가고 그 사이 박사는 점점 더 몸이 쇠락해가면서 결국엔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제껏 꿈꾸지 못했던 자유로운, 20대의 청년 같은 자유를 누리던 생활은 그에게 카를부르크에서 전보가 도착하면서 막을 내린다.

 

 

카를부르크를 떠나오기 전에도 좋지 않았던 황제의 건강이 더욱 나빠져 황태자가 급히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결국 함께 돌아갈 수 없는 박사와는 어딘가 모르게 마지막이 될 인사를 하고, 케티에겐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채 카를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돌아온 궁중에서는 역시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황제를 대신해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는 업무를 보게 되고 곧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점차 해를 넘기게 된다. 그 사이 박사와 황제는 운명을 달리하고 자신은 사촌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동시에 점차 하이델베르크로 떠나기 전보다, 백부이자 전황제보다 어딘가 모르게 냉담해지는 나날들 속에서 우연히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인연이 있던 노인이 그를 찾아오면서 그는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 자유를 누리고자 다시 그때처럼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박사는 그에게 카를부르크에 가더라도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자유와 젊은이다움을 잊지 말라고 했지만 황태자는 이미 예전의 소년이였을 때보다 더 엄격하고 냉기가 흐르는 사람이 되었고 다시 만나게 된 박사의 무덤 앞에서도, 학우회 사람들에게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 그가 변하는 것처럼 하이델베르크에 있던 사람들도 이제는 곳곳으로 떠났고 드디어 만나게 된 케티 역시도 곧 약혼자와의 결혼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첫사랑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끝으로 어쩌면 그 결과가 정해져 있었던 자신들의 삶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치 한 여름의 밤의 꿈 같은 이야기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박사는 그토록 황태자에게 당부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대에,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운명에 맞춰 살아 온 황태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정말 한 때의 추억과도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져 해피엔딩이 아님에도 꼭 새드엔딩 같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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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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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다. 옛날에 내가 살던 집도 아닌, 내가 죽은 집이라니... 그렇다면 과연 그 '나'는 누구일지가 상당히 궁금해진다. 마치 마귀의 손같은 나무 가지들로 둘러 쌓인 더 기괴하게 생긴 집을 담고 있는 표지를 보면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상당히 으스스하다고 느껴진다.

 

어느날 7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나를 찾아와 특이한 부탁을 한다. 바로 지도와 열쇠의 집으로 함께 가달라는 것이다. 어릴적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 늘 이상했던 사야카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한동안 아버지의 행동이 수상했던 것과 이 열쇠가 무슨 관계가 있을 것이며, 왠지 그곳에 가서 정체를 알고 나면 자신의 어릴적 기억들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녀와 함께 지도에 그려진 집으로 찾아가고, 외딴곳에 자리한 외양마저 기괴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사야카가 가져온 열쇠는 그 집의 현관이 아닌 지하실로 들어가는 열쇠였고 집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살지 않지만 20여 년전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치 어제까지도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살림살이들이 놓여져 있는 것에 나와 사야카는 더욱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당장에 뭔가를 찾지 못하고, 점점더 미궁으로 빠지려고 하던 찰나 그집의 아들로 추정되는 유스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 돌아오려고 했던 계획은 그집에서 머물며, 유스케의 일기를 차례대로 읽으면서 뭔가 실마리를 발견하고, 그 집의 다른 곳들에서 찾은 여러 것들로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져 간다.

 

그리고 맨처음 성서에서 발견한 동물원 입장료 두 장이 엄청난 사실을 담고 있음이 밝혀진다. 사야카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찾기 위해서 왔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른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의 의미가 밝혀진다.

 

그저 기괴하게 느껴졌던 그 집에 감추어진 진실에 경악하기 보다는 슬픔이 느껴진다. 그집의 정체를 알아 가면 갈수록 그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어쩔수 없었다는 그말이, 그것밖에는 과연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후회가 느껴진다.

 

얼핏 보기에는 이 책의 장르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어린시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사랑할줄도 안다는 말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소설이다. 전혀 별개의 문제일것 같은 두가지가 결국엔 동일선상에 있음에 무서움이 안타까움과 누군가의 아픔으로 변해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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