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TV 만화로 많이 본 기억이 난다.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딱히 악당 캐릭터도 없었던것 같다. 지금 아이들의 만화처럼 지구를 지켜야 하지도 않고 서로 싸우기보다는 함께
어울어져 살아가는 이야기였던것 같은데 마치 동화책 속의 삽화 같은 분위기의 그림이 어딘가 모르게 향수를 자아내는것 같아 어쩌면 더욱 오래도록
기억속에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원작이 있는줄도 몰랐고 이후로도 단 한 번도 책으로 만나 본적이 없어서인지 내
기억 속의 곰돌이 푸 이야기는 만화가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열두 번째 도서인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를 독점 수록하고 있는 점도 좋고, 원작 동화 2권을 한
권에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소장가치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곰돌이 푸 때문에 미련 곰탱이(?)라는 말이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푸는 약간
모자라 보인다. 그러나 그래서 미워할 수 없다. 엉뚱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고를 치기도 하고 유독 꿀단지를 좋아하는 곰돌이지만 말이다.
너무나 익숙한 등장 인물들 곰돌이 푸인 위니 더 푸를 시작으로 크리스토퍼 로빈, 당나귀인
이요르, 어떻게 보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연약하게 그려지는 아기돼지 피글렛, 올빼미 아울,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똑똑한 느낌의 토끼 래빗,
유일하게 가족으로 등장하는 캥거루인 캥거&루, 무섭다기 보다는 귀엽게 느껴지는 아기 호랑이 티거까지 추억을 소환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
전집 한 권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로빈, 푸와 푸와 함께 숲속에 사는 동물들이 함께 어울어져 엉뚱한 사건을 벌이고
그속에서 여러가지 모험을 하는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다. 지금이라면 곰은 상당히 똑똑똑하고
거대 포식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호랑이 역시도 결코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만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러나 어렸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던 곰돌이 푸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시 보고 있으니
이야기와 그림 속에 녹아들어 있는 따뜻함과 모험, 판타지가 느껴지는것 같아 곰돌이 푸 이야기를 보고 자라난 어른들에게는 행복한 추억을, 지금
곰돌이 푸 이야기를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이야기를 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