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런던의 여행자 - 마법의 그림자
V. E. 슈와브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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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마법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인기다. 더욱이 소설이 영화화 되면서 압도적인 영상미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상상을 현실화한 느낌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은데 최근에 만난 소설 『레드 런던의 여행자: 마법의 그림자』은 런던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이지만 많은 영화에서 배경으로 나온 곳이기도 한 런던. 그런데 이 책에서는 런던이 하나가 아니라 넷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런던이지만 네 개의 런던은 너무나 다른 현재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마법이 없는 그 존재조차 잊은 그레인 런던, 마법이 존재하는 그래서 건강하게 번성해가는 레드 런던, 마법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파괴도어 피폐해진 채 죽어가고 있는 세걔인 화이트 런던,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레이 런던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블랙 런던까지.

 

네 개의 런던 중 가장 이상적인 런던의 네 개의 런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력을 선보이는 마레시 왕조의 공식적인 외교관이자 비공식적으로는 네 개의 런던을 오가면서 밀수를 하고 있는 마법사 켈의 국가는 레드 런던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한 런던을 이렇게 네 개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고 이 런던들을 마법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드는 켈과 마법을 쓰지 못하는 소매치기 딜라일라 바드가 마치 한 배를 탄 적과 같은 사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믿지는 못하는 가운데 서로의 목숨을 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켈이 레드 런던과 화이트 런던을 다니던 중 받게 된 편지와 블랙 런던의 돌. 이 돌은 사용할 때마다 이에 대한 댓가로 주인의 힘을 뺏아가는 신비한 돌이다. 결국 켈이 그레이 런던에 가던 중 라일라를 만나게 되고 이들을 쫓는 존재 속에서 두 사람은 블랙 런던의 돌을 원래 있던 곳인 블랙 런던으로 가져가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비록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모험을 떠나 세상을 가지겠다는 당찬 야심을 가지고 있던 딜라이라가 우연한 기회에 켈을 만나고 블랙 런던의 돌을 되돌려놓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던 진짜 모험을 떠나게 된 것이다.

 

마법과 런던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마법으로 인해 너무나 달라진 네 개의 런던을 오가는 모험이 신선하고 또 그 이상으로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왠지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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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 흔들릴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해
유선경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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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은 KBS 클래식FM <출발 FM과 함게> '그가 말했다'에서 소개되었던 방송 원고를 바탕으로 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민들 중에서도 상실, 불안, 고독, 자유라는 네 개의 주제를 골라 어울리는 책들을 각각 열 권씩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방송을 들어보질 못해서 이 책을 통해서 접하는 것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인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해서인지 반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소개된 책들이 많을텐데 그중에서 각 열 권씩을 추렸다면 분면 더 큰 의미가 있는 책일 것이고 책 이야기에 작가의 깨달음을 더하고 있다니 궁금해진다.

 

 

한 해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올 한 해는 유독 상실, 고독, 불안, 자유이 크게 와닿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각 주제에 속하는 책들을 보면 상당히 익숙한 책들에서부터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책들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해서 만약 내년 한 해의 새로운 목표에 독서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네 개의 주제에 담긴 각 열 권을 목표로 해봐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 주제에 이책들이 선정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이유에서 우리는 위로와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인데 첫 번째 주제인 '상실'을 통해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책을 보면  J. M. 바스콘셀로스의『나의 라임오렌지나무』로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어린 제제가 어쩌면 유일하다 느꼈을 뽀르뚜까 아저씨를 잃는 아픔을 알 것이다. 이처럼 각 주제에 잘 맞게 참으로 책 선택이 탁월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되는것 같다.

 

상실, 고독, 불안, 자유라는 네 개의 주제에 대해서 각 주제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책속의 책을 읽듯이 흥미롭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이 안에 담긴 40권의 책들을 찾아읽고 싶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미 읽었다고 해도 말이다. 또한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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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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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문호인 헤르만 헤세가 나비에 대해 이토록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는『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 '나비'가 자연 속의 그의 뮤즈였다니 상당히 흥미로운데 이 책을 보고 있으면 헤세가 나비에 대해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어렸을 때 여름방학 숙제를 위한 곤충채집에서나 봤던 것이 나비인데 그나마도 도시에 살다보니 나비를 보기도 힘들어졌는데 헤세는 나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나아가서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나비였을까? 무수한 자연의 생명체들 중에서도 그의 뮤즈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헤세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창조의 일부이자, 경탄의 효과적이고 탁월한 대상이며, 가슴 떨리는 일을 체험하고 엄청난 기적을 예감하는 동시에 생명 존중을 배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기(p.12)'라고 표현하고 있고 곳곳에서도 나비에 대한 찬사가 적혀 있다.

 

책에서는 이처럼 헤세가 표현한 나비에 대한 심오한 관찰은 물론 시와 그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나비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나비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 나비 채집이나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보존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의아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기도 해서 헤세에게 있어 나비는 단순히 미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이상의 존재였음을 알게 한다.

 

게다가 점차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비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서는 인류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해가는 과정이 언급되고 나비가 다른 동물들과 연관되어 있는 동시에 자연의 순환에서 없어서도 안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이 벌의 수가 줄어들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처럼 헤세는 나비 개체의 급격한 감소를 심각한 경고 신호로 보면서 겉으로 볼 때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나비이지만 나비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적 토대가 됨을 주장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나비에 대해 이런 접근이 가능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헤세가 나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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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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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신의 본업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선보이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쓸 만한 인간』의 저자도 그러하다. 배우 박정민에서 작가 박정민으로서의 첫 선을 보이고 있는데 저자의 말에서 이에 대한 자기 소개를 간략하게나마 하고 있다.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말을 글을 옮기고 싶어졌다.

쓸 만한 생각 쓸 만한 사람들을 써 내리고 싶었다.”(저자의 말 中)

 

드라마를 잘 안보는 경우라 사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가운데 오히려 한 신진작가의 글을 읽는다는 생각에서, 무엇보다도 제목이 흥미롭게 느껴져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편견없이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최근 종영된 tvN의 <안투라지>에도 출연하셨고 이전에는 영화 <동주>를 비롯해 <들개>, <전설의 주먹> 등에도 출연했으며 드라마나 방송도 여러 출연하신 분이다.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써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으로 2013년 6월을 시작으로 2016년 8월에 이르기까지 한 달에 한 편 정도의 글을 담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이야기 등이 비교적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감히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글쓰는 데에도 재주가 있으신것 같다. 독자가 읽기에 편안하게 쓰여져 있고 묘하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 포인트가 있으며 때로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분의 죽음 앞에 느낀 다소 무거운 감정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저자를 만날 수 있는것 같아 쉽게 읽히고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에서 스스로 '쓸만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 작가 박정민의 첫 작품이자 이어서 나올 많은 책들의 첫 발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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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너티
알리스 페르네 지음, 김수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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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너티』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프랑스에 살았던 부르주아 가문의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인생, 사랑과 결혼이 소개된다. 먼저 이들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아르튀르와 주리리 부르주아에게는 딸이 다섯 있었는데 그중 둘은 어려서 죽게 되고 엘렌, 앙리에트, 발랑틴은 어른이 된다.

 

그 당시 여성들은 자신의 삶보다는 여자로서 해내야 하는 임무(?)와도 같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당연한 듯이 이어오는데 부모님의 소개로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남녀의 결합과 이후 아이를 낳아 대를 잇는 것이 중요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 자매 중 먼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발랑틴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으로 쥘과 함게 열일곱 살에 약혼을 하지만 이후 재산이 없었던 쥘의 상황에 약혼은 깨진다. 그러나 쥘은 포기하지 않고 포병대 장교라는 지위를 얻게 되고 다시 발랑틴에게 청혼해 둘은 20번의 계절이 돌아오는 동안 쌍둥이 아들인 루이와 장을 시작으로 여덟명의 아이를 낳게 된다.

 

그러나 남편을 1차 세계대전에서 잃고 쌍둥이 두 아들까지 잃는다. 이후로 죽기까지 첫 딸을 병으로 잃는데 남은 딸 하나인 마르고는 수녀가 되겠다고 한다. 여자는 엄마로부터 다시 자신의 딸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서의 의무와도 같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특히 아이를 낳음으로써 얻는 기쁨을 중요시하게 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유산을 남기듯 전하게 되는데 발랑틴은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있는 딸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마르고마저 훝날 수녀원에서 병에 걸려 죽는다.

 

발랑틴은 죽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너무도 많이 경험한 채 미망으로 아이들을 키워낸다.

 

그녀의 아들인 앙리는 이후 사촌인 마틸드에게 청혼을 하고 그녀 역시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열 명에 가까운 아이를 낳는데 그 사이사이에 몇 차례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앙리는 다소 까다로운 남자로 고집스러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틸드의 사촌인 가브리엘과 샤를 부부와는 자주 왕래하며 서로 친하게 지내는데 이후 샤를이 해변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미망인이 되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데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워 오래 전부터 그녀를 흠모했던 사람들이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이를 정중히 거절한다.

 

그러나 앙리와 마틸드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느새 앙리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이 마틸드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앙리의 바람대로 계속해서 아이를 갖게 되는데 이는 결국 막내 딸아이를 출생하다 그녀의 목숨을 잃게 만든다.

 

오랜 시간 마틸드와 함께 했던 앙리이자 많은 아이들을 잘 키웠던 마틸드의 빈자리는 너무나 잘 드러났고 이때 가브리엘은 여러면에서 남겨진 아이들의 엄마노릇을 해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앙리는 가브리엘에게 청혼을 한다.

 

사촌과의 결혼, 다시 아내의 사촌과의 결혼,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다소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부분, 또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결국엔 마틸드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것 같아 어쩌면 이 책 속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발랑틴의 증손녀 이야기는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여성으로서의 고전적인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는것 같아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하면서 그녀는 이전 세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지 한편으로는 궁금해지는, 끝이 났으나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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