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너티』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프랑스에 살았던 부르주아 가문의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인생, 사랑과 결혼이 소개된다. 먼저 이들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아르튀르와 주리리 부르주아에게는 딸이 다섯 있었는데 그중 둘은
어려서 죽게 되고 엘렌, 앙리에트, 발랑틴은 어른이 된다.
그 당시 여성들은 자신의 삶보다는 여자로서 해내야 하는 임무(?)와도 같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당연한 듯이 이어오는데 부모님의 소개로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남녀의 결합과 이후 아이를 낳아 대를 잇는 것이 중요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 자매 중 먼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발랑틴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으로 쥘과 함게 열일곱 살에
약혼을 하지만 이후 재산이 없었던 쥘의 상황에 약혼은 깨진다. 그러나 쥘은 포기하지 않고 포병대 장교라는 지위를 얻게 되고 다시 발랑틴에게
청혼해 둘은 20번의 계절이 돌아오는 동안 쌍둥이 아들인 루이와 장을 시작으로 여덟명의 아이를 낳게 된다.
그러나 남편을 1차 세계대전에서 잃고 쌍둥이 두 아들까지 잃는다. 이후로 죽기까지 첫 딸을
병으로 잃는데 남은 딸 하나인 마르고는 수녀가 되겠다고 한다. 여자는 엄마로부터 다시 자신의 딸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서의 의무와도 같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특히 아이를 낳음으로써 얻는 기쁨을 중요시하게 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유산을 남기듯 전하게 되는데 발랑틴은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있는 딸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마르고마저 훝날 수녀원에서 병에 걸려 죽는다.
발랑틴은 죽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너무도 많이 경험한 채 미망으로
아이들을 키워낸다.
그녀의 아들인 앙리는 이후 사촌인 마틸드에게 청혼을 하고 그녀 역시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열 명에 가까운 아이를 낳는데 그 사이사이에 몇 차례 아이를 잃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앙리는 다소 까다로운 남자로
고집스러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틸드의 사촌인 가브리엘과 샤를 부부와는 자주 왕래하며 서로 친하게 지내는데 이후 샤를이
해변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미망인이 되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데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워 오래 전부터 그녀를 흠모했던 사람들이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이를 정중히 거절한다.
그러나 앙리와 마틸드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느새 앙리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이 마틸드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앙리의 바람대로 계속해서 아이를 갖게 되는데 이는 결국 막내 딸아이를 출생하다 그녀의 목숨을
잃게 만든다.
오랜 시간 마틸드와 함께 했던 앙리이자 많은 아이들을 잘 키웠던 마틸드의 빈자리는 너무나 잘
드러났고 이때 가브리엘은 여러면에서 남겨진 아이들의 엄마노릇을 해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앙리는 가브리엘에게 청혼을 한다.
사촌과의 결혼, 다시 아내의 사촌과의 결혼,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다소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부분, 또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결국엔 마틸드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것 같아 어쩌면 이 책 속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발랑틴의 증손녀 이야기는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여성으로서의 고전적인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는것 같아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하면서 그녀는 이전 세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지 한편으로는 궁금해지는, 끝이
났으나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